김민하의 인사로 문을 연 개막식은 까멜리아상 시상으로 연결됐다. 까멜리아상은 영화산업에서 여성의 문화·예술적 기여를 알리기 위해 마련된 상으로 수상자로는 홍콩의 허안화 감독이 호명됐다. ‘풍겁’으로 데뷔한 쉬 감독은 현재까지 장편영화 27편과 다큐멘터리 2편을 연출했다. ‘여인사십’, ‘심플 라이프’로 홍콩금상장영화제 최우수작품상, 감독상 등을 석권했으며, 2014년 BIFF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 2020년 베네치아영화제 평생공로상(명예 황금사자상)을 받기도 했다.
허안화 감독은 “나에게 이 상을 준 BIFF와 샤넬 코리아에 감사 인사를 전한다. 어느덧 80세가 되었는데 영화를 만드는 일이 매우 어렵게 느껴진다. 그리고 그 가치를 더욱 깊이 의미할 수 있는 지금 때마침 이 상이 찾아왔다”며 “부산에서 상을 받게 되어 매우 기쁘다”고 말했다.
이어 전재수 시장과 박광수 이사장이 무대에 올라 제30회 BIFF 개막을 선언했다. 전 시장은 “BIFF가 서른한 살이 되었다. 그동안 영화제를 키워주고 사랑해 준 모든 분께 33만 부산 시민을 대표해서 고맙고 감사하다. 31번째 BIFF에서 좋은 영화들 만끽하고 부산의 매력도 한 아름 가져가시라”며 박 이사장과 힘차게 출발을 알렸다.
개막 선언 후에는 한국영화 공로상과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 수상이 차례로 이어졌다. 한국영화 공로상은 김동호 전 부산국제영화제 이사장이 받았다. 김 전 이사장은 문화공보부(現 문화체육관광부), 영화진흥공사 사장, 예술의전당 초대 사장, 문화부 차관 등을 역임하며 대한민국 문화행정 기틀을 마련했다. 1996년 BIFF 초대 집행위원장으로 취임해 표현의 자유와 독립성을 지키며 BIFF의 성장에 기여했고, 이후 문화융성위원회 위원장, BIFF 이사장 등을 거쳤다.
김 전 이사장은 “이렇게 큰 상을 받게 되어서 대단한 영광”이라며 “오늘에 이르기까지 지난 31년 동안 BIFF를 적극적으로 참여해주시고 사랑해주시는 부산 시민과 국내외 영화인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 그 성원과 사랑으로 오늘의 내가 있다.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배우 양자경이 6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 전당에서 열린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개막식 레드카펫 행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6.10.6 / 사진=연합뉴스 제공
아시아영화인상은 양자경에게 돌아갔다. 양자경은 홍콩영화의 전성기를 이끈 배우로, ‘폴리스 스토리 3: 초급경찰’, ‘007 네버 다이’, ‘와호장룡’,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 ‘위키드’ 등 다양한 작품에서 활약했다. 특히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로 아시아계 배우 최초로 아카데미시상식 여우주연상을 수상했으며, SAG·골든글로브 등 주요 시상식을 휩쓸었다. 지난 2월에는 제76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아시아 여성 최초로 명예 황금곰상을 받으며 세계 영화계에 자신의 위상을 다시 한번 각인했다.
한국어로 “감사하다”고 운을 뗀 양자경은 “아시아 영화에 바친 삶을 기념하는 이 상을 받게 돼 더할 나위 없는 영광이다. BIFF가 지금까지 이룬 성취에 대해서도 축하를 전한다”며 “모든 영화의 뒤에는 당신을 믿어주고 도전하게 하며 곁을 지켜준 사람들이 있다. 때로 힘든 날이 와도 (그들이) 날 웃음 짓게 만들어줬다. 함께한 분들께 감사 인사를 전한다”고 덧붙였다.
모든 수상이 끝난 뒤에는 김민하가 경쟁부문 부산 어워드 심사위원을 소개했다. 심사위원은 총 7명으로, 장이모우 감독(심사위원장)을 필두로 비간 감독, 배우 사말 예슬라모바, 이시카와 케이 감독, 정주리 감독, 쩐 티 빅 응옥 프로듀서, 배우 최희서가 위촉됐다. 이들은 13편의 경쟁부문 초청작 중 5개 부문 수상작(자)을 선정하며, 이중 최고상인 대상 수상작에게는 내년 개최되는 제98회 미국 아카데미시상식(오스카) 국제장편영화상 출품 자격이 주어진다.
정한석 위원장은 “지난해 (경쟁 부문 전환이란) 변화의 시도가 좋은 평가를 받았고, 1년 사이 영화제의 품격과 글로벌한 위상이 상승했음을 확인할 수 있는 좋은 낭보가 있었다”며 “‘부산은 어떤 영화를 좋은 영화라고 부를 것인가’란 질문을 던졌고, 그 끝에 동시대 아시아 얼굴을 가장 정직하게 담은 경쟁 부문 13편을 골랐다”고 밝혔다.
장이모우 감독은 “심사위원 모두 좋은 영화를 많이 볼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최근 한국영화가 아시아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우리가 배워야 할 점이 많다”며 “아시아 영화가 아시아에서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전 세계에 광범위한 영향력을 미쳐야 한다. 그런 훌륭한 영화를 많이 만나볼 수 있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모든 순서가 끝난 후에는 개막작이 소개됐다. 제31회 BIFF 포문을 여는 작품은 한국영화 ‘낮과 밤은 서로에게’로, 여름부터 가을까지 계절이 바뀌는 동안 한 카페를 스쳐 가는 네 쌍의 남녀가 만나고 헤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김종관 감독은 “영화인 동료 선후배들 앞에 서니 설렌다”며 “우리 영화는 작고 사소한 것의 아름다움을 이야기하는 작품이다. 재미있게 봐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김 감독과 김민하, 주종혁, 한선화, 장률, 심은경, 이희준, 전소영, 김동휘 등 배우들이 퇴장하고 영화가 상영되면서 개막식은 마무리됐다.
한편 제31회 BIFF는 이날부터 오는 15일까지 열흘간 부산 영화의 전당 일대에서 진행된다. 올해 영화제에는 총 59개국 316편(월드+인터내셔널 프리미어 105편·월드프리미어 95편·인터내셔널 프리미어 10편)의 작품이 초청, 상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