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경기도 이천 대한장애인체육회 이천선수촌에서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패러게임 보치아 대표팀 최예진 선수와 파트너이자 어머니 문우영 씨가 함께 훈련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대회에서도 최선을 다해서, '라스트 게임'을 하겠습니다."
20년 가까이 딸의 손발이 되어준 어머니가 마지막 동행을 예고했다. 선수와 경기 파트너로 함께 울고 웃었던 세월. 이제는 그 여정의 마지막을 금빛으로 장식하려 한다. 한국 장애인 보치아의 간판 최예진(35·서울시청)과 어머니 문우영(64) 씨의 이야기다.
최예진은 오는 18일부터 24일까지 일본 아이치현과 나고야시 일원에서 열리는 2026 아이치·나고야 장애인아시안게임(APG)에 출전한다. 스포츠등급 BC3(뇌성마비 및 비뇌성 중증장애) 여자부 세계랭킹 1위인 그의 곁에는 이번에도 어김없이 어머니가 함께한다. 다만 이번 대회는 두 사람이 경기 파트너로 호흡을 맞추는 마지막 국제무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최예진의 '파트너' 문우영 씨는 대회 전 기자회견에서 "나이가 있다 보니까 (앞으로) 조금 더 젊고 좋은 선생님과 예진이가 함께하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했다"며 "이번 대회에서도 최선을 다해 '라스트 게임'을 하겠다"고 전했다.
보치아 최예진과 경기보조 선수 어머니 문우영이 25일 항저우 체육관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 여자 BC3 개인전 은메달을 목에 건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모녀의 동행은 2008년 시작됐다. 뇌병변 장애가 있는 최예진은 고등학교 시절 보치아에 입문해 남다른 재능을 드러냈다. 어머니 문 씨는 딸의 경기 파트너가 되어 훈련부터 국제대회까지 함께했다.
보치아 BC3 종목은 선수와 파트너의 호흡이 중요하다. 선수는 홈통이라는 경사로를 이용해 공을 굴리고, 파트너는 선수의 지시에 따라 홈통의 방향과 높이를 조정한다. 경기 중 파트너는 코트를 등지고 앉아 있어야 한다. 경기장을 볼 수 없어 경기 상황을 파악할 수 없다. 오로지 선수의 판단과 지시에 의존해야 하는 만큼 서로를 향한 믿음이 중요하다.
그렇게 쌓은 믿음은 세계 무대에서 빛을 발했다. 최예진은 패럴림픽 데뷔 무대인 2012 런던 대회에서 개인전 금메달을 따냈고, 2016 리우데자네이루 대회에서는 페어(2인조)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2020 도쿄 패럴림픽에선 연장 승부 끝에 우승, 모녀가 함께 한 두 번째 패럴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6일 경기도 이천 대한장애인체육회 이천선수촌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패러게임 기자회견에서 보치아 최예진-문우영이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다만 영광의 순간만 있었던 건 아니다. 2022 항저우 APG에서 은메달에 그치며 아쉬움을 삼킨 최예진은 이후 갑작스러운 슬럼프로 2024 파리 패럴림픽 대표팀에 선발되지 못했다. 세계 정상에 섰던 선수에게 찾아온 시련이었다.
그대로 주저앉지는 않았다. 최예진은 다시 경기력을 끌어올리며 BC3 여자부 세계랭킹 1위 자리를 되찾았다. 지난 8월 서울에서 열린 세계보치아선수권대회에서도 여자 개인전 은메달을 목에 걸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이제 모녀는 또 한 번 금메달을 꿈꾼다. 어머니 문 씨와 함께 하는 마지막 대회. 딸은 마지막이 될 수 있는 동행을 금빛으로 장식하겠다는 각오다. 최예진은 "항저우 때 금메달을 따지 못해 아쉬움이 있었다. 이번에는 꼭 금메달을 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