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배현성이 18일 오전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실낙원' 제작보고회에 참석해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서병수 기자 qudtn@edaily.co.kr /2026.09.18/
단정하고 해사한 미소 뒤에 감춰뒀던 서늘한 기운으로 관객을 공포와 긴장 속에 몰아넣는다. 배우 배현성이 첫 영화 주연작 ‘실낙원’을 통해 배우로서 무한한 가능성과 폭넓은 스펙트럼을 입증했다.
오는 21일 개봉하는 ‘실낙원’은 9년 전 전국을 뒤흔든 캠핑스쿨 버스 실종 사건으로 아들을 잃은 엄마 앞에 죽은 줄 알았던 아들이 살아 돌아오면서 시작되는 심리 스릴러다. 극중 배현성은 아들 선우를 연기했다. 비극적인 사건의 유일한 생존자이자, 긴 시간의 공백 속에 감춰진 진실을 품은 인물이다.
류선우는 그간 배현성이 구축해 온 이미지를 전복시키는 캐릭터다. 지난 2021년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인턴 홍도로 눈도장을 찍은 그는 ‘우리들의 블루스’, ‘기적의 형제’, ‘조립식 가족’, ‘신사장 프로젝트’ 등을 거치며 청춘의 성장과 내면을 그려왔다. 특히 특유의 맑은 인상과 섬세한 감정 표현을 바탕으로 인물의 불안과 설렘, 풋풋함과 성숙함을 유연하게 오가며 시청자의 공감을 끌어냈다.
변신의 가능성을 보여준 작품은 넷플릭스 시리즈 ‘경성크리처’ 시즌2였다. 배현성은 비극적 운명에 사로잡힌 악(惡) 승조를 통해 선한 인상을 뒤엎는 새로운 얼굴을 드러냈다. 온화함 이면에 서늘한 위협을 감추고, 인물의 내면에 깃든 어둠을 강렬한 카리스마로 풀어내며 자신의 표현 영역을 넓혔다.
‘실낙원’ 스틸 / 사진=CJ ENM 제공
‘실낙원’은 그때의 낯선 매력을 한층 깊고 정교하게 발전시킨 작품이다. 배현성은 이번 작품에서 철저히 절제된 태도로 인물의 미스터리를 쌓아간다. 대사로 속내를 설명하는 대신 눈빛과 표정, 미세한 몸짓만으로 극의 공기를 장악하며, 엄마 소영(김현주)은 물론, 이를 지켜보는 이들까지 기묘한 불안과 공포에 빠뜨린다. 배현성은 관객의 혼란을 위해 시선의 방향과 표정 변화, 몸짓 하나까지 세심하게 조율했다는 후문이다.
인물의 입체감을 더하기 위한 외형 변화도 눈길을 끈다. 배현성은 오랜 시간 집 밖에서 거친 삶을 견뎌왔을 선우의 흔적을 담아내기 위해 연상호 감독 이하 스태프들과 상의를 거쳤고, 거친 질감의 가발을 착용하고 주근깨를 더하는 등의 세부적인 설정을 더했다. 내면의 미스터리를 표현하는 연기뿐 아니라 외적인 디테일까지 치밀하게 설계하며 인물의 설득력을 높인 셈이다.
일찍이 배현성의 잠재력을 알아본 연상호 감독은 ‘실낙원’ 속 그의 활약에 높은 만족감을 표했다. 연 감독은 “‘지옥’ 시즌2에 김신록의 아들로 한 회차 출연한다. 그때 처음 봤는데 몰입력도 뛰어났고 스태프나 다른 배우와 어울리는 태도도 굉장히 인상적이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선우는 순수함과 서늘함을 모두 지닌 인물로, 배현성이 그 양가적인 모습을 보여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배현성은 순식간에 돌변하는 연기력을 가진 배우”라며 “연기에도 굉장히 분위기가 있었다. 러닝타임 내내 관객을 불안하게 하는 기묘하고 나른한 분위기를 잘 만들어줬다. 너무 좋은 캐스팅이었다”고 극찬했다.
외신 또한 배현성의 얼굴에 주목했다. 미국 매체 벗와이도는 “선우가 실제로 살아 있는 모습으로 등장할 때 영화의 문제의식은 더욱 힘을 얻는다”면서 “배현성의 차갑고 폐쇄적인 연기를 통해 아들이 얼마나 달라졌는지가 드러난다. 배현성의 연기는 이 인물을 한층 더 어두운 영역으로 밀어 넣는다”고 호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