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메달을 따고도 만족하지 않았다. 평소 말수가 적고 수줍음이 많은 선수지만, 탁구에 대한 욕심만큼은 누구보다 강했다. 2024 파리 패럴림픽 금메달리스트 김기태(28·서울특별시청)가 다시 한번 아시아 정상에 섰다. 자신의 경기력에 아쉬움을 드러내면서도, 벌써 다음 금메달을 바라보고 있다.
김기태는 20일 일본 아이치현 도요타시 스카이홀 도요타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패러게임(APG) 탁구 남자 단식(스포츠등급 CLASS 11) 결승전에서 대만의 천보옌을 게임 스코어 3-1(11-8, 2-11, 11-9, 11-7)로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날 우승으로 김기태는 자신의 APG 통산 금메달을 6개로 늘렸다. 김기태는 2014 인천 대회 단체전(TT11) 금메달을 시작으로 2018 인도네시아 대회에서 단식과 단체전, 2022 항저우 대회에서 복식(MD22)과 혼합복식(XD22) 금메달을 수확했다. 이번 대회에서도 단식 정상에 오르며 4개 대회 연속 금메달 행진을 이어갔다.
김기태. 사진=공동취재단
결승 상대 천보옌과는 특별한 인연이 있다. 두 선수는 2024 파리 패럴림픽 남자 단식 결승전에서도 맞붙었다. 당시 김기태는 첫 게임을 3-11로 내줬지만, 이후 내리 세 게임을 따내며 생애 첫 패럴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년 만에 성사된 아시아 무대의 재대결에서도 김기태가 웃었다.
하지만 경기 후 만난 김기태는 자신의 경기력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금메달을 딸 줄 모르고 그냥 최선을 다하자는 생각으로 열심히 했는데, 금메달을 따게 돼서 너무 기분 좋다"고 소감을 전했다. 그러면서도 이날 인상적이었던 백드라이브를 두고 "연습한 것보다 조금 안 나온 것 같아서 70점 정도 주고 싶다. 쉬운 공에서 실수가 많았다"고 돌아봤다.
김기태는 어린 시절부터 탁구에 남다른 재능을 보였다. 평소 내성적이었던 그가 초등학교 3학년 때 아버지 김종섭 씨의 손을 잡고 탁구장에 간 것이 시작이었다. 2011년 지적장애 진단을 받았지만 탁구 선수의 꿈을 이어갔고, 2016 리우데자네이루 패럴림픽에서 처음 태극마크를 달고 출전했다. 리우 대회 4위, 2020 도쿄 대회 노메달의 아쉬움을 딛고 2024 파리에서 마침내 세계 정상에 섰다. 현재 그는 이 등급 세계 1위다.
김기태. 사진=공동취재단
세계 최고가 된 이후에도 김기태는 성장을 멈추지 않았다. 그는 "패럴림픽 때 서브 리시브가 잘 안 된다는 걸 느꼈다. 그걸 생각하면서 보완하다 보니까 계속 좋은 성적이 나오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제 김기태의 목표는 APG 첫 3관왕이다. 지난 2018 인도네시아와 2022 항저우 대회에서 각각 2관왕에 올랐지만, 아직 금메달 3개를 한꺼번에 목에 건 경험은 없다. 김기태는 김보겸(26·경남장애인체육회)과 복식(MD22), 서양희(40·울산장애인체육회)와 혼합 복식(XD22)을 치를 예정이다. 김기태는 "내가 아시안게임에서는 아직 3관왕이 없어서 이번에 꼭 3관왕을 하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더 큰 무대도 바라보고 있다. 그는 "이 기세 그대로 세계선수권에서도 금메달을 따고 싶다"며 "2028년 열리는 로스앤젤레스(LA) 패럴림픽에서도 더 열심히 해서 다시 한번 꼭 금메달을 따고 싶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