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 45년 KBO리그 역사에 단일시즌 50홈런 이상 기록한 타자는 이승엽·박병호·심정수(이상 은퇴) 그리고 르윈 디아즈(삼성 라이온즈) 4명이다.
모두 홈런왕 이력이 있는 선수들이지만, 그중 이승엽은 '국민 타자'로 불린다. 그가 단일시즌 최다 홈런(56개) 기록 보유자여서가 아니다. 국제 무대나 프로야구에서 극적인 홈런을 자주 때려내며 증명한 스타성에 기인한다. 2002 한국시리즈 6차전 삼성 라이온즈의 첫 우승 발판을 놓은 동점포, 올림픽과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한일전에서 쏜 홈런이 대표적이다.
2026년 현재, 야구팬은 이승엽에 버금가는 스타성을 발산 중인 선수에 매료됐다. 2003년생 김도영(KIA 타이거즈) 얘기다. 그는 데뷔 3년 차였던 2024년 이미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에 올랐고, 올 시즌은 커리어 처음으로 홈런왕(45개)을 차지했다.
단일시즌 40홈런 이상 친 국내 타자는 적지 않다. 김도영은 올가을 자신이 왜 다른 거포들과 다른지 증명했다. 항상 극적인 순간 홈런을 쐈다.
소속팀 KIA가 준플레이오프(PO) 직행(정규시즌 3위) 경쟁을 하고 있었던 지난 5일 잠실 LG 트윈스전. 김도영은 3-4로 지고 있었던 9회 초 상대 필승조 투수이자 세이브왕 이력이 있는 고우석을 상대로 역전 스리런홈런을 치며 KIA의 6-4 승리를 이끌었다. 유독 성적이 좋지 않았던 잠실구장에서 만든 반전이었다.
12일 홈(광주) 챔피언스필드에서 치른 LG와의 정규시즌 최종전에서도 8회 말 투수 존 케네디를 상대로 중월 투런포를 쳤다. 패하면 3위를 내줄 수 있는 경기에서 4-2로 앞서가는 아치를 그린 것. KIA는 이날 리드를 지켜내며 3위를 확정했고, 김도영은 KT 위즈 샘 힐리어드와의 홈런왕 경쟁에서 앞서며 타이틀을 차지했다.
포스트시즌에는 더 뜨겁다. 다시 LG를 상대한 17일 준플레이오프(PO) 1차전에서는 1-1 동점에서 역전포, 3-1에서 쐐기 투런포를 쳤다. KIA가 시리즈 전적 2승 무패로 앞서며 PO 진출에 다가선 20일 3차전 2회 초 만루에서는 잠실구장 전광판 옆 외야석 상단에 떨어지는 145m 초대형 아치를 그렸다. 역대 포스트시즌 최장거리 타구 타이기록을 세웠다. 종전 기록 보유자가 외국인 선수 도입 원년 이승엽과 홈런왕을 두고 경쟁했던 타이론 우즈였다.
김도영은 슈퍼스타로 불린다. 성인 '김'을 '킹'으로 바꿔 킹도영으로 불리기도 한다. LG팬들에겐 악몽 같은 존재다. 이제 그를 향해 '자연재해'라는 표현을 쓰는 이들도 생겼다. 이제 막 시작된 김도영의 가을이 얼마나 더 뜨거워질지 야구팬 시선이 모인다. 무한한 잠재력, 무한한 스타성을 갖춘 타자가 2026년 프로야구를 빛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