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대전전 승리 뒤 환호하는 김기동 서울 감독. 사진=프로축구연맹 "성적이 좋아야 서울다움이 나오는 것이다."
김기동 FC서울 감독이 지난 2024년 1월 취임 기자회견서 강조한 말이다. 그는 자신의 계약 마지막 해이자, 부임 3년 차에 이 약속을 지켰다.
김 감독이 지휘하는 서울은 24일 오후 2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1 2026 33라운드 홈경기서 강원FC와 1-1로 비겼다.
서울이 조기 우승까지 필요했던 승점 3이었다. 비록 이날 1점 추가에 그쳤으나, 같은 시간 2위 울산 HD(승점 51)가 포항 스틸러스와 2-2로 비기면서 서울의 우승 조건이 완성됐다. 서울의 통산 7번째 리그 우승이다.
서울이 리그 우승에 성공한 건 지난 2016년 이후 10년 만이다.
K리그를 대표하는 '빅클럽'인 서울이 '명장' 김기동 감독과 마침내 역사를 합작했다.
24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강원과의 K리그1 33라운드 원정경기에 임한 김기동 서 감독. 사진=프로축구연맹 서울은 2023시즌까지 4년 연속 파이널 B에 머물며 자존심을 구긴 바 있다. 매번 스타급 선수들이 팀을 오갔지만, 시즌 중 위기에서 고꾸라지며 반등하지 못했다. 지난 2020년에는 성적 부진·라이선스 문제 등으로 한 해에만 4명의 감독이 지휘봉을 잡는 등 촌극을 겪기도 했다.
위기의 서울은 리그 내 촉망을 받는 지도자인 김기동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기며 변화를 꿈꿨다. 2023년 12월 서울의 제15대 사령탑으로 선임된 김 감독은 선수 시절 유공 코끼리·부천 SK·포항 스틸러스에서 활약했다. K리그에서만 501경기 출전하는 등 시대를 풍미한 미드필더 중 한 명. 포항 시절 김 감독은 리그 준우승 1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준우승 1회, 대한축구협회(KFA) 컵(현 코리아컵) 우승 1회 등 화려한 성적을 올렸다.
포항 시절 김기동 감독은 자금력이 적은 상황에도 효율적인 선수단 운영으로 호성적을 냈다. 경기 중 빼어난 조정 능력으로 실시간 대응이 빼어난 지도자로 꼽혔다.
서울에서의 출발이 항상 좋았던 건 아니다. 김기동 감독은 서울 부임 후 제시 린가드(잉글랜드)라는 특급 선수라는 지원도 받았다. 하지만 린가드와 함께한 첫 두 시즌엔 각각 리그 4위와 6위를 기록했다. 파이널 B 잔혹사는 끊었으나, 목표로 한 리그 정상과는 거리가 있었다. '레전드' 기성용(포항 스틸러스)의 시즌 중 이적으로 팬들과 큰 마찰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김기동 감독은 조급해하지 않았다. 선수 시절 동기들이 30대에 은퇴할 때 40세까지 생활을 이어간 김 감독은 누구보다 선수의 사정을 잘 아는 인물이다. 또 스타 선수가 선수단에 끼치는 영향력도 누구보다 많이 경험해 왔다. "100층 이상의 건물을 올리기 위해선 지하부터 차근차근 쌓아야 한다"는 그는 팀의 안정화를 최우선 목표로 삼았다.
올 시즌 김기동 감독은 서울을 "모든 선수가 만들어가는 팀"이라 소개했다. 이전에는 스타급 선수가 정체성을 만드는 구단이었다면, 이제는 우승을 위해 모두가 팀을 위해 뛰어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었다.
지난 8월 부천전 승리 뒤 환호하는 김기동 서울 감독. 사진=프로축구연맹 김기동 감독은 3년 차를 맞아 결과로 입증했다. 서울은 김 감독 부임 후 울산 HD전 원정경기 무승, 전북 현대전 홈경기 무승 등 각종 징크스에 마침표를 찍었다. 이날 33라운드 종료 기준 리그 최다 득점(61골), 최소 실점(29실점) 모두 서울의 몫이었다.
남은 관심사는 김기동 감독과 서울의 동행 여부다. 올 시즌을 끝으로 계약이 만료되는 김 감독은 시즌 중 본지와 만나 "서울을 놓고 보면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 지금의 1년에 안주하면 안 된다는 의미"라며 장기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강원전을 앞두고는 "지금은 재계약보다 우승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우승이 이뤄진다면 협상도 급진전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