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하연 작가/사진=연합뉴스 ‘왕과 비’, ‘명성황후’ 등 한국 대하사극의 대표작을 집필한 정하연 작가가 별세했다. 향년 82세.
2일 한국방송작가협회와 유족 등에 따르면 정하연 작가(본명 정연)는 지난 1일 오후 세상을 떠났다.
정하연 작가는 오랜 시간 한국 사극의 한 축을 이끌어온 인물이다. ‘장녹수’, ‘왕과 비’, ‘명성황후’, ‘인수대비’ 등 왕실을 배경으로 한 작품들을 통해 역사 속 인물들의 삶과 권력을 둘러싼 갈등을 그려왔다. 특히 궁궐의 여성들을 중심에 둔 작품을 여러 편 선보이며 ‘사극의 대가’로 이름을 알렸다.
1944년 황해도 안악에서 태어난 고인은 연세대학교 연희극예술연구회에서 연극을 접했다. 1968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희곡 ‘산울림’이 당선되며 등단했으며, 이후 연극과 영화, 방송을 오가며 글을 썼다. 1970년대에는 영화 ‘어느 사랑의 이야기’, ‘목마와 숙녀’, ‘영광의 9회말’ 등의 시나리오를 집필했다.
사극 작가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것은 1995년 KBS 드라마 ‘장녹수’를 통해서다. 이후 ‘조광조’, ‘왕과 비’, ‘명성황후’를 잇달아 집필했다. 특히 ‘왕과 비’에서는 조선 왕실의 권력 다툼을, ‘명성황후’에서는 격변하는 조선 말기를 배경으로 명성황후의 삶을 다뤘다. 이후 MBC 드라마 ‘신돈’, JTBC 드라마 ‘인수대비’, ‘궁중잔혹사-꽃들의 전쟁’ 등에서도 역사 속 인물들의 이야기를 이어갔다.
정하연 작가는 현대극에서도 여러 작품을 남겼다. SBS 드라마 ‘모래 위의 욕망’, KBS 드라마 ‘욕망의 바다’, MBC 드라마 ‘욕망의 불꽃’에서는 인간의 욕망과 그로 인한 갈등을 다뤘다. KBS 드라마 ‘아내’와 MBC 드라마 ‘달콤한 인생’에서는 가족과 부부의 이야기를 그려냈다.
역사 속 왕실뿐 아니라 우리 문화예술계의 지난 모습에도 관심을 기울였다. EBS 문화사 시리즈 ‘명동백작’과 ‘지금도 마로니에는’을 집필하며 한국전쟁 이후 명동에 모여든 예술인들과 1960년대 청년들의 삶을 드라마로 옮겼다.
고인은 1979년 희곡 ‘마로니에의 길’로 동아연극상 특별상과 백상예술대상 희곡상을 받았다. 1999년에는 ‘왕과 비’로 KBS 연기대상 작가상을, 이듬해 한국방송프로듀서상 작가상을 수상했다. 마지막으로 집필한 드라마는 2018년 방송된 MBC 드라마 ‘손 꼭 잡고, 지는 석양을 바라보자’다.
1968년 희곡으로 등단한 뒤 반세기 넘게 글을 써온 정하연 작가는 한국 드라마 역사에 여러 대표작을 남겼다. 특히 ‘왕과 비’와 ‘명성황후’ 등 그가 써 내려간 사극들은 지금도 많은 시청자에게 기억되고 있다.
고인의 빈소는 2일 오전 9시부터 서울 순천향대학교서울병원 장례식장 5호실에 마련된다. 발인은 오는 4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