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승부를 앞두고 베테랑 최형우가 건넨 한마디다. 삼성 라이온즈 김지찬은 그 말을 새기고 타석에 들어섰다. 앞선 네 경기에서 안타 세 개에 그쳤던 방망이가 최종전에서 뜨겁게 돌아갔다. 3안타 3타점 3득점, 삼성이 올린 6점에 모두 기여한 김지찬이 팀을 한국시리즈(KS·7전 4승제)로 이끌었다.
김지찬은 1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의 2026 KBO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PO·5전 3승제) 5차전에 1번 타자·중견수로 선발 출전, 4타수 3안타 3타점 3득점 1도루로 맹활약했다. 삼성은 김지찬의 활약에 힘입어 6-1로 승리, 시리즈 전적 3승 2패로 한국시리즈 진출을 확정했다. 이날 데일리 최우수선수(MVP)도 김지찬의 몫이었다.
경기 후 김지찬은 자신의 활약을 돌아보며 최형우의 조언부터 꺼냈다. 그는 “형우 형이 경기 전에 ‘지면 끝이니까 지고 후회하지 말고, 할 수 있는 것을 과감하게 하자’고 말해줬다”며 “그 말이 타석에서 도움이 됐다. 자신 있게 방망이를 돌렸고 결과도 좋게 나왔다”고 말했다.
삼성 김지찬. 삼성 제공
최종전 전까지는 좀처럼 결과가 따라주지 않았다. 김지찬은 PO 1~4차전에서 타율 0.176(17타수 3안타), 1타점에 그쳤다. 타선의 선봉장 역할을 맡았지만 득점은 하나도 없었다. 그는 “개인적으로 타격감이 나쁘다고 느끼지는 않았는데 결과가 나오지 않아 아쉬웠다”고 돌아봤다. 팀도 4차전에서 역전패하며 마지막 경기까지 몰린 상황. 김지찬은 가장 중요한 순간에 그 아쉬움을 털어냈다.
첫 타석부터 공격의 물꼬를 텄다. 1회 말 상대 선발 아담 올러에게 좌전 안타를 뽑아낸 김지찬은 박승규의 희생번트로 2루에 진루한 뒤 최형우의 중전 적시타 때 홈을 밟았다. 경기 전 자신감을 심어준 선배가 적시타까지 터뜨리며 김지찬의 이번 PO 첫 득점을 도왔다.
이후 김지찬은 1-0으로 앞선 2회 말 1사 2·3루에서 올러의 초구 직구를 공략해 2타점 적시타를 때렸다. 이어 2루를 훔친 뒤 박승규의 적시타에 홈을 밟으며 4-0으로 달아나는 데 앞장섰다. 6회 말에는 2사 2루에서 좌익수 뒤로 향하는 1타점 3루타를 터뜨렸고, 다시 박승규의 적시타 때 득점해 6-1을 만들었다. 세 차례 출루해 모두 홈으로 돌아왔고, 그 과정에서 동료 세 명까지 불러들였다.
외야 수비를 하고 돌아오는 최형우(가운데)를 환영하는 박승규(왼쪽)와 김지찬(오른쪽) 외야진. 삼성 제공
최형우와는 외야에서도 힘을 합쳤다. 구자욱이 허벅지 통증으로 지명타자를 맡으면서 이번 PO에서는 최형우가 좌익수로 나서 중견수 김지찬과 수비 호흡을 맞췄다. 김지찬은 “수비를 잘하셔서 별로 걱정하지 않는다”며 선배를 향한 신뢰를 드러냈다. 그러면서 “내가 조금 더 잡을 수 있는 타구는 잡으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이제 김지찬의 시선은 KT 위즈와의 한국시리즈로 향한다. 정규시즌 KT를 상대로는 16경기에서 타율 0.358(53타수 19안타), 5타점 9득점 2도루를 기록했다. 좋은 기억에 PO 최종전의 타격감까지 안고 마지막 무대에 나선다. 김지찬은 “한국시리즈에 가고 싶었는데 오늘 경기를 이겨서 매우 좋다”면서도 “기쁨은 여기서 끝내고 한국시리즈 첫 경기를 잘 준비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