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감독의 새로운 좀비 시리즈 '반도'가 관객과 만난다. '부산행'과 '서울역'에 이은 연니버스(연상호와 유니버스의 합성어)의 확장이 담겼다. 15일 개봉한 '반도'는 '부산행' 그 후 4년, 폐허가 된 땅에 남겨진 자들이 벌이는 최후의 사투를 그린 액션 블록버스터 영화. 2016년 '부산행'으로 전 세계를 강타하며 K-좀비 시대의 서막을 연 연상호 감독이 새롭게 선보이는 작품이다. 연 감독의 신작답게 전 세계의 기대를 얻고 있다. 올해 칸 영화제 공식 초청됐으며, 대만·싱가포르·홍콩·태국·베트남·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일본 등 아시아부터 영국·프랑스·독일·스페인·스페인·이탈리아·러시아 등 유럽, 북미·남미는 물론 오세아니아·인도·중동 등 총 185개국에 선판매됐다. 배우 강동원·이정현·권해효·김민재·구교환·김도윤·이레·이예원 등이 새롭게 연니버스에 합류했다.
'반도'는 연상호의 복합적 면모를 담아낸 작품이다. 전작 애니메이션들에서 엿볼 수 있는 그만의 마니악한 취향과 '부산행'에서 보여준 대중 지향적 감성을 고루 섞으려 노력했다. 최근 빠르게 변하고 있는 영화 산업의 흐름 가운데서, 전 세계의 주목을 받는 연출가로서의 생각도 담았다. '반도'는 "대중의 흐름과 공명하는 것이 너무 어렵다"는 연 감독이 내놓은 '고뇌의 산물'이다.
-'부산행2'가 아니라 '반도'다. "운이 좋다. 한국에서 살고 있다는 것만으로 자연스럽게 '반도'라는 제목이 나왔다. '반도'의 영어 버전이 나온다면, 특징을 살릴 수 있을까 (의문이다). 지형적 특성이니까. 반도라는 건 한국만의 특성이라고 생각한다. 완전히 갇힌 것도 아니고, 뚫려 있지만, 국가적 이유로 막혀 있다. 그런 부분이 애매모호하다. 완전히 갇힌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탈출의 희망이 보이는 것도 아니다. 그런 상황이 주인공의 정서에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다. 탈출한다고 해서 나은 비전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런 지점도 재밌다고 생각했다. (이정현의) 민정은 간절하게 벗어나고 싶어하는 인물, (강동원이 연기하는) 주인공은 벗어나고 싶은데 들어온 인물이다. 그런 상황이 재미있는 설정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측면에서 '반도'라는 제목이 이 작품을 잘 설명하는 제목이라고 생각했다. '부산행'과 '반도'는 다른 영화다. 반도가 기획의 절반이라고 본다."
-카체이싱 신이 '반도'의 하이라이트다. "고민을 많이 했다. '부산행'의 기차라는 공간이 너무 강력했다. 극장이라는 포맷에서 보고 싶은 쾌감을 극대화할 수 있는 것이 무얼지 고민했다. 그래서 카체이싱의 아이디어가 있었다. 처음 구상은 어린 소녀가 덤프트럭을 운전하는 이미지였다. 거기서 영화를 시작했다. 두툼한 차를 운전하는 어린 소녀가 활약하고, 그 곳에서 좀비인지 사람인지 모를 이들이 모여있는 것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다. 카체이싱 장면은 저와 무술감독과 CG팀, 촬영감독님이 회의를 오래 했다. 설계만 3달 이상 했다. 촬영 들어가기 전에 카체이싱에 대한 애니메이션 작업을 다 했다. 촬영할 때 그것 대로만 촬영했다."
-강동원과 첫 작업은 어땠나. "이번에 작업한 배우들에게 놀랐던 것이, 몰입력이 좋다. 사실 배우가 연기를 하면, 배우만 연기를 하는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 배우의 연기를 어떤 각도에서 잡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강동원은 그걸 명확하게 안다. 카메라가 어디에 있고, 어떻게 잡고, 어떻게 하면 원하는 그림이 나오는지 안다. 몸과 표정의 사용법을 안다. 감정 연기를 할 때도 잘 살고, 액션 연기를 할 때도 명확하게 알아서 믿음이 갔다. 작업하기에 편했다. 이정현도 그렇다. 명확하게 잘 알더라. 카메라를 어떻게 놓고 찍을 거라는 걸 너무 명확하게 안다. 액션에 들어가면 스위치 켜듯 바뀐다. 놀랐다. 반면 김민재나 구교환은 그런 게 없다.(웃음) 애초에 하기 전부터 몰입을 많이 해야 한다. 예상치 못한 것들을 한다. 그때 나오는 이상한 연기, 유니크한 무언가가 나오기도 한다. 이번에 스타일이 다른 배우들과 작업할 수 있어서 좋았다."
-강동원의 너무 잘생긴 비주얼이 우려되기도 할 텐데. "강동원을 그 전 작품부터 좋아했다. 한국의 대표적인 미남 배우인데, 강동원이 작업한 영화를 보면 아주 전형적 미남에만 갇혀있지는 않는다. 잘생겼는데, 여러 가지 얼굴이 있다. 그간 해왔던 연기를 보면 악역도 많고 코미디도 많다. (이레의) 준이와 처음 만나는 장면에서 '뒷좌석에서 파닥거려야 한다'고 했다. 이미지 때문에 그런 연기를 싫어하는 배우들도 있는데, 너무 좋아하더라. 과하게 몰입했다.(웃음) 그런 면에서 열려있다. 처음 생각보다도 재미있는 역을 많이 할 수 있는 배우이지 않나 생각한다. 너무 잘생겨서 캐스팅할 때 약점이 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본인이 가진 것은 훨씬 더 많다."
-이 영화로 무엇을 보여주고자 했나. "포스트 아포칼립스라고 불리는 장르가 있다. 이 장르를 처음 봤을 때 심정 같은 걸 생각해봤다. 어릴 때 이 장르의 작품을 처음 접했는데, 그땐 살아온 세상이 별것 없는 세상이었겠다. 그렇게 다이나믹하지 않았을 거다. 그런데 '세상이 저렇게 되면 사람이 저렇게 되겠구나'라는 게 이해됐다. 신선하면서 인간에 대해 조금 더 생각하게 됐다. 일종의 '우화의 효과'라고 생각한다. 비현실적인 이야기를 통해서 은유적으로 느끼지 않나. 장르물의 강점이 그런 거라고 생각한다. 어떻게 보면 황당한 설정처럼 보이지만, 아주 어린 친구들이라고 하더라도 이해를 할 수 있다. 특히 나는 보편적 엔딩을 원하기도 했다. 당위에 대한 이야기다. '이렇게 돼야 하지 않겠어'라는 것을 보여주는 게 맞지 않나 싶었다. '부산행' 이전에 내 영화를 보는 관객에서 지금 내 영화를 보는 관객은 많이 달라졌다. '부산행' 때 친구들에게 '우리 아들이 보고 난리가 났다'는 연락을 받았다. 그리곤 '서울역'을 보러 간다고 하기에 말렸다. '서울역'은 보편적 관계를 염두에 두고 만든 게 아니기 때문이다. 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