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의 남자' 단언컨대 마동석(48)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물론, 동료 배우들까지 '마동석 영화만 잘 된다' '마동석이 보물이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 세운 평은 지난해 하반기 충무로를 반짝반짝 수 놓았다. 마동석이 직접 기획·개발에 참여한 영화 '범죄도시(강윤성 감독)'와 '부라더(장유정 감독)'의 연타석 홈런으로 배우 마동석의 위치는 한층 격상됐고, 격상됐다. 더 이상 신스틸러, 존재감 있는 조연배우가 아닌 능력있는 주연 배우로 자리매김하게 만들었다.
2018년 무술년(戊戌年)을 여는 취중토크 첫 주자로 만장일치 선택된 마동석은 바쁜 스케줄 속 흔쾌히 시간을 내주면서도 되려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했다. 연말내내 "고맙다"는 인사만 100만번 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정도. 자신을 믿어준 감독과 배우, 스태프들, 좋은 기사로 감동을 전해준 기자들, 흥행이라는 결과로 아낌없는 애정을 보여준 관객들까지 마동석에게 고맙지 않은 사람은 없다. 마동석은 "행인9, 막말남2로 연기를 시작했잖아요. 어떻게 고맙지 않을 수 있겠어요"라며 변함없는 겸손함을 뽐냈다.
상처 많은 과거부터 톱 자리에 오르기까지. 결코 순탄하지 않았던 삶은 마동석을 깊이있는 배우로 성장시켰다. 당장의 성공을 즐기기엔 아직 하고 싶은 일이 더 많은 천상 배우다. 건장한 몸도 뜯어보면 성한 구석 하나 없고, 촬영 전 관절 주사를 맞으며 버티고 있는 마동석이지만, 연기를 위해서라면 뭐든 괜찮다. 연초 치료 차 약 두 달간 미국으로 떠난다는 마동석은 "오랫동안 연기하고 싶다. 그래서 지금은 건강 관리가 최우선이다. 무리가 가지 않는 선에서 노력할 생각이다"고 밝혔다.
이 날 취중토크 자리에는 '프로불참러' 조세호가 깜짝 모습을 드러내 화기애애한 분위기의 정점을 찍었다. 우연히 같은 장소에서 지인들과 송년회를 즐기고 있던 조세호는 마동석과 개인적인 친분이 있는 사이라고. 깎듯한 인사에 센스 넘치는 샴페인 선물까지 건네며 진정한 신스틸러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좋은 사람들과의 기분좋은 시간. 속풀이를 위해 사이다 네 캔을 시작으로 맥주를 쭉쭉 들이킨 마동석은 "2018년 행보를 더 기대해 달라"며 열일을 예고했다.
- 취중토크 공식 질문입니다. 주량이 어떻게 되나요. "나이 드니까 주량이 확실히 줄어요. 원래 술을 마시는 스타일도 아니고요. 주량은 잠 올 때까지.(웃음) 잠 오기 시작하면 끝이에요.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집에 가죠. 요즘엔 그 시간이 점점 짧아지는 것 같아요."
- 몇 시간 정도 마시나요. "3~4시간 정도면 끝인 것 같아요. 오후 8시부터 시작하면 11시~12시 쯤 제가 점점 옆으로 드러눕기 시작하죠."
- 특별한 주사는 없나요. "없어요. 그리고 개인적으로 주사있는 사람을 되게 싫어해요. 술도 즐겁게 마셔야 하는데 누군가 주사가 있으면 술자리가 이상해지잖아요. 그런 사람들과는 술 마시는걸 꺼리는 편이에요. 근데 제 앞에서는 주사 부리는 사람을 본 적은 없어요. 이상하죠?"
- 사교성이 좋은 것으로 유명해요. "상대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아요. 상대가 마음을 열어주면 나도 활짝 열고, 거리있게 다가온다 싶으면 저도 거리를 두죠. 내가 너무 들이대면 그 사람이 싫어할 수 있으니까. 사실 연락을 자주 하거나 그런 스타일은 아니에요. 그래서 오래 사귀나? 어쨌든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솔직함'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 충무로가 인정한 2017년의 남자가 됐어요. "아휴~ 아휴! 무슨 그런 말씀을.(웃음) 2017년은 저에게는 진짜 여러 사람들에게 고마운 해였어요. '범죄도시', '부라더'가 다 잘 되면서 집에서 계속 생각나는 것은 고마움 뿐이었죠. 진짜로. 힘들게 시작한 영화였고, 감독님도 마음 고생을 많이 했기 때문에 걱정이 많았지만 결과적으로 너무 큰 선물을 받았어요." - 매일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을 것 같은데요. "'챔피언' 촬영이 얼마 전에 끝나서 뒷풀이 했고, 연말이다 보니 자리가 좀 많은 편이에요. 처리해야 하는 밀린 일들도 있고요. 오늘은 집에 있다가 나왔는데 무슨 요일인 줄도 몰랐네요.(웃음)"
-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았다고요. "다 자기 일처럼 모여서 해줬어요. 무술 감독에게도 원래 받는 개런티보다 조금 적게 줘야하는 상황이었는데 '에이, 형이 하는데 제가 해야죠'라며 달려왔고, 음악 감독 모드고 '선배님 하시면 당연히 해 드려야죠'라고 해줬어요. 말이라도 얼마나 고마워요. 실제로 너무 멋있는 음악을 만들어 줬고요. 홍보·마케팅 팀도 3일 밤새는건 기본이었죠. 거기에 화룡점정으로 기자 분들이 글을 너무 잘 써줘서 진심으로 고마웠어요."
- 기사도 챙겨보나요. "그럼요. 오랜시간 함께 봐 왔고 이제는 다 아는 사람들이니까요. 같은 영화인인거잖아요. 기사 뿐만 아니라 누가 썼는지까지 확인하죠. 너무 고마워서 나 일일이 찾아 다니면서 편지쓸뻔 했다니까?(웃음)"
- '고맙다'는 말이 입에 붙었겠네요. "제작사 대표도, 감독도, (윤)계상이와도 서로서로 '너 때문에 잘 됐다. 고맙다'고 했어요. (진)선규 상 탄 날에는 신인감독상과 남우조연상 후보에 올랐으니 수상 여부를 떠나 '뭉치자' 했죠. 한 마음 한 뜻으로 노력했던 것 같아요. 진짜 하고 싶었던 영화였는데 다들 많이 도와주셨죠. 고맙다는 말만 계속 나오네요."
- 스스로 생각하는 대표작은 무엇인가요. "군데 군데 하나씩 있었다고 생각해요. '저 사람 누구야?'라면서 처음 주목받은 작품은 드라마 '히트'였던 것 같고, 많은 분들이 보진 못했지만 의외로 '비스티 보이즈' 끝나고 나서 영화 섭외가 많이 들어왔어요. '이웃사람'도 있었고 아무래도 '부산행'이 좀 컸던 것 같네요. 전체 필모그래피를 보면 '부산행'이었던 것 같아요. 외국에도 이름을 알리게 됐으니까요." - 댓글을 보면 이미지가 너무 좋아 부담스럽기도 하겠어요. "신경 안 써요. 그냥 저 하는대로 하는 거죠, 뭐. 댓글 잘 보지도 않아요. 그 많은 댓글을 언제 다 봐요. 다만, 예전에는 제가 먼저 인사를 하면 그 쪽에서 놀랄 수도 있으니 조심했는데 요즘엔 대부분 다 알아보시니까 제가 먼저 가서 '안녕하세요'하고 인사를 해요. 10대 애들도 와서 '아저씨!'라고 불러요. 그러면 다가가서 '아저씨 아니고 마동석 아저씨'라고 정정해줘요. '죄송합니다. 마동석 아저씨! 마동석 아저씨!'라고 하더라고요."
- 모두가 알아보면 불편한 점도 있을 텐데요. "있죠. 보통 아침에 일어나서 운동을 하러 가면, 양치질만 간단히 하고 나가잖아요. 운동을 갔는데 갑자기 어떤 분이 아이를 데리고 와서 사진 찍어달라고 해요. 씻지도 않고 운동해서 땀 난 상태인데도요. 그럴 때 전 대부분 찍어주는데 나중에 찍힌 사진을 보면 엄청 험상궂어요."
- 남자팬이 굉장히 많아요. "대부분 남자죠."
- 친한 배우 중에도 여배우가 하나도 없죠. "연락하고 지내는 편이 아니니까요.(웃음) 그나마 연락 가끔 하는 친구는 수애 정도? 여배우들과 같이 호흡을 맞춰본 적이 생각보다 별로 없더라고요. 남자 영화에만 많이 나왔어요. 평소에 무슨 일이 있거나 그러면 장원석 대표, 강윤성 감독, '곰탱이' 같이 한 임진순 감독하고 통화해요."
- 여자들에게 인기가 많을 성격인데요. "그건 아닐걸요…. 지금은 또 여자친구가 있으니까, 전 여자친구가 있으면 충성하는 스타일이거든요. 여자친구가 없으면 일만 하고요." - 연이은 영화 흥행에 부모님도 좋아하셨을 것 같네요. "엄마가 영화광이에요. 아버지는 영화 안 보시고요. 아버지는 제가 뭘 했는지 몰라요. 하하하. 나이가 좀 있으시니까 그냥 '이번 역할은 형사에요'라고 말씀드리면 '어어어. 형사?'라고 하시죠. 이북 출신이시고 전형적인 아버지죠. 엄마는 영화를 좋아하시니 기사까지 다 챙겨보세요. 저 뿐만 아니라 제 지인들 이름이 들어간 기사를 다 보세요."
- 가족 관계가 어떻게 되나요. "남동생은 저와 7살 차이에요. 벌써 결혼해서 애가 둘이에요. 저번에 조카 안고 있는 사진 SNS에 올리고 그랬잖아요. 아기가 제 손에 비해 너무 작으니까 CG라고 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CG 아닙니다."
- 어렸을 때 별명이 왜 악마동석인가요. "사실 마동석이 먼저 나온 거예요. 이름 가지고 장난치다가 악마동석이 됐어요. 국민학교 때 골목대장이었거든요. 보통 중학교 때 얘들이 운동을 하면 야구나 축구를 하는데 전 권투를 했어요. 그런 것들도 얘들이 보기엔 이상해보였나봐요."
- 꿈이 무엇인가요. "제 꿈은 그거예요. 그 동안은 집이 좀 어려웠는데, 그런 상황들이 다 해결되면 부모님 고생 덜하시게 해드리고 싶어요. 팀 고릴라나 소속사 식구들이나 다 같이 일할 수 있는 공간이 생겼으면 좋겠고요. 주변 사람들을 챙기면서 일하고 싶어요."
- 지금은 혼자 살고 있나요. " 혼자 살죠. 부모님과 같이 계속 살다가 독립한 지 얼마 안 됐어요. '곰탱이'하는 임진순 감독과 살았어요. 임진순 감독 입봉을 위해서 4년동안 함께 고생했죠. 임진순 감독, 강윤성 감독, 그리고 2018년에 같이 영화하기로 한 김민호 감독과 4년동안 영화를 준비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