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때보다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김동완이다. 애정하는 사극 장르 영화로 오랜만에 스크린에 복귀한 그는 시작부터 과정, 그리고 결과까지 어느 때보다 '흡족한' 마음을 아낌없이 쏟아내고 있다. 판소리 뮤지컬 '소리꾼(조정래 감독)'에서 몰략양반으로 분해 특유의 능청스러운 매력과 반전 카타르시스까지 선사, 배우로서 입지도 또 한번 굳건히 다졌다. 살아있는 가요계의 전설 신화의 멤버로도 굳건한 존재감을 자랑한다. 숱한 고통과 상처 속 스스로 행복한 길을 찾아냈다. 가평 전원생활 중인 김동완에게 귀농은 새로운 숨통이 되어준 고마운 존재다. 경험 속 뱉어낸 김동완의 한 마디, 한 마디는 같은 상황을 겪고 있는 수 많은 후배들에게 좋은 귀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소리꾼'에 대한 애정이 가득하다. "나는 시나리오도 좋았지만 완성된 영화도 정말 좋았다. 특히 인당수 신은 '캐리비안의 해적'이 생각나기도 했다.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잘나온 것 같아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블록버스터라 표현했다."
-가장 큰 매력이 무엇이라 생각하나. "일단 '소리 매력'은 정말 많이 묻어났다. 지금까지 없었던 것 같다. '서편제'라는 대단한 영화가 있고 한국영화 클래식이지만 그 때는 동시녹음 자체가 어려웠다면 지금은 굴러가는 모래 소리도 담을 수 있을 정도로 기술이 발전하지 않았냐. '소리꾼'은 그런 소리들을 모두 담아냈다. 무엇보다 (이)봉근 씨가 농익었을 때 좋은 소리를 모두 쏟아낸 것 같아 좋다."
-조정래 감독에 대한 신뢰도 상당하다. "위안부 이야기를 다룬 감독님의 전작 '귀향'은 모두가 관심있어 하는 소재인 만큼 나 역시 의무처럼 찾아 봤던 것이 사실이다. 근데 막상 영화를 보면서는 감독님의 연출력에 놀랐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아마 다 느끼지 않았을까 싶다. 시공간 오가는 장면을 '귀향'에 많이 쓰셨고, 고급스럽게 표현하셨다. 좀 푼수 같지만 천재적이라는 생각도 들었다.(웃음)"
-선한 인물의 1인자 같은 느낌도 든다. "맞다. 감독이라는 지휘봉을 갖고 있으면 당근과 채찍이 필요하다. 때론 채찍만 써도 결과가 좋으면 좋은 소리를 듣기 마련이다. 솔직히 당근만 줘서 좋은 소리를 듣는 감독은 많이 없다. 근데 감독님은 성선설을 믿는 분 같다. '끝까지 잘 대해주면 이 사람의 좋은 마음을 얻을 수 있다'는 믿음이 확실히 있다. 어떻게 해서든 자신의 진심을 전하려는는 모습에 자꾸 응원하게 된다."
-사극 작품이 간절했다고.
"내가 사극과 전쟁영화를 좋아한다. 최근엔 '1917'을 엄청 재미있게 보기도 했다. '소리꾼'의 일원으로 함께 하는 자체가 행복했다. 사극하는 분들이 왜 사극만 주구장창 하는지도 알겠더라. 현대극은 가끔 내 자신이 보일 때도 있고, 미묘한 감정을 표현하면서 의외의 순간 연기 밑천이 드러나기도 하는데 사극은 기본적으로 클래식한 매력이 있고, 접근 방식도 확실히 다른 것 같다."
-원래는 다른 캐릭터를 이야기 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이렇게 말하면 어떻게 받아들이실지 모르겠지만 '너 너무 양반처럼 생겼얼'라고 하시더라. 하하. '양반같다'는 소리를 가끔 듣기는 한다.(웃음) 캐릭터에 반전 아닌 반전이 있기 때문에 아예 그런 기대조차 할 수 없는 이미지의 배우에게 맡기려 하셨던 것 같다. 근데 난 이 역할이 탐났다. 실존 인물이라 그 사람에 대한 일대기 등 인물에 대한 연구도 많이 했다."
-판소리 하는 장면이 없는데 직접 소리를 배웠다. "'얼쑤!'라고 하는 장면이 하나 있는데, 혼자서 연습을 하니 리듬이 다채롭더라. 국악이 생각보다 음이 다양하고 선을 타고 가는 것이라는걸 이번 영화를 통해 알았다. 나도 그랬고 쉽게들 '흥, 한'만 있으면 소리를 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데 이게 엄청 수학적이다. 잠깐이라도 제대로 배워보고 싶어 감독님과 (이)봉근이에게 부탁했더니 어디 전주에 계신 이수자, 전수자 분들을 이야기 하더라."
-너무 깊이있다. "그러니까.(웃음) 그 분들에게 '얼쑤 배우러 왔습니다' 하기에는 부끄럽기도 하고 민폐가 될 것 같더라. 그러다 낙원상가 안에서 창을 가르치는 분이 계신다는걸 알았다. 보라사부라고 유튜브에서도 유명하다. 검색을 하다 알게됐고, 자주가는 낙원동에 계시길래 '가는 김에 가봐야겠다' 싶어 움직였다. 엄청 협조적으로 많이 도와주져서 감사했다. 취미로 배우러 오시는 분들도 많더라."
-그래도 가수 출신인데, '재능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나. "음…. 아무래도 응원해 주시려고 '아유 잘한다~' 하시는 것 같기는 했다.(웃음) 초반엔 욕심이 나니까 영화에서 직접 소리를 하고 싶기도 했다. 근데 보라사부님이 '너무 잘해! 재능있어! 확실히 2년만 하면 정말 잘하겠어!' 하시더라. 3~4년은 해야 비슷한 소리가 나오지 않을까 싶어 포기했다. 그땐 영화 촬영이 끝나있을 테니까."
-판소리 앨범에 대한 희망도 내비쳤다. "앨범은 진짜 쉽지 않은 일 같다. 봉근이 아버님이 남원에서 서예를 하신다. 판소리도 취미로 배우시는데 '2년간 유학을 좀 할까' 진심으로 생각하기도 했다. 스스로에게 휴가를 줄 겸. 휴식은 누구에게든 꼭 필요하고 중요한 것 같다. 뭐 앨범까지 내지는 못하겠지만 제대로 배워보고 싶은 마음은 아직 있다."
-현장 분위기도 좋았다고. "박철민, 김병춘 선배는 나이 차를 실감하지 못할 정도로 그냥 대학 선후배처럼 바보같은 장난도 많이 치셨다. 워크샵이나 학교 졸작을 만드는 현장처럼 편하게 어울렸다. 내가 한 것이라고는 선배들과 똑같이 행동 했다는 것. 예전에는 '나 혼자 열심히 해야 돼. 흐트러지지 않을거야'에 사로잡혀 있었는데 지금은 좀 달라졌다."
-어떻게 달라졌나. "되게 과거의 일이지만 '돌려차기' 땐 시간 생기면 혼자 조깅하고 카페에서 시나리오 보고 그랬다. 나름 열심히 한다고 했던 것이 오히려 '내 연기의 한계가 되지 않았나' 싶더라. 그 시간에 다른 배우, 스태프들과 더 얘기하고 같이 놀고 그랬어야 하는데.(웃음)"
-조정래 감독은 김동완의 성격이 극중 몰락양반과 비슷하다고 했다.
"내가 본 몰락양반은 훌륭한 사람이라. 하하. 유쾌하고 그런 것을 순수하다 표현해 주시는 것 같은데, 내가 좀 단순하게 접근하려는 성향은 있는 것 같다. 다만 어른인데 마냥 순순하게 사는 것이 좋은 것만은 아닌 것 같다. 최근에 연극을 하면서 많이 느꼈다."
-어떤 면에서. "'정말 많은 사람들이 많은 것을 보고 경험하면서 많은 판단을 매일 매일 하는구나' 아이돌 출신들의 단점이라고 해야 할까? 서로가 서로에게 맞춰 나가고 있다는 것, 판이 달라졌을 때 내가 누군가를 불편하게 할 수 있다는걸 자꾸 인식해야 하는 것 같다. 사실 난 불편한 상황이 발생하면 바로 지적하는 스타일이었다. 그게 맞다고 생각했다. 말을 안 하면, 사람들이 못 느끼고 모르는 줄 알았다. 그래서 먼저 나섰는데 그게 아니더라. 알면서도 일단 지켜보는 것이었다. 너무 큰 깨달음을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