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밥을 안 먹길래 이유를 물어보니 '몸도 무겁고 살도 찌는 것 같고, 그래서 아르바이트하려고'라고 하더라고요. '아 다이어트?'라고 바로 정정해줬죠."
배우 서현철(52)은 연기할 때나 일상 생활에서나 참 유쾌하다.
작정하고 웃기는게 아니라 조근조근한 말투로 재밌는 에피소드를 전하는데 그래서 더 웃기다. 그와 함께 '연극열전 - 톡톡'을 하는 배우들은 "오늘은 절대 안 웃어야지"라고 공연 전 매번 다짐을 할 정도. 지난 8일 방송된 MBC '라디오스타'에서 특유의 말투로 아내인 배우 정재은과의 에피소드를 전해 폭탄 웃음을 자아냈다. 토크 성공률 100%다.
※인터뷰②에서 이어집니다.
-뮤지컬 '그날들' 앙코르 공연 중이다. 유준상과 오랜 호흡을 맞췄다. "후배지만 본받을 점이 많다. 메모하는 습관이 있다. 평소 연습실에서 항상 펜을 들고 뭘 쓴다. 일기 형식의 메모다. 진짜 멋진 친구다. 앙상블하는 친구들이 주로 연습실에서 하루종일 지내는데 그 친구들한테 필요한 거랑 먹을 거 있음 쓰라고 꽤 큰 돈을 주고 갔다. 한 달 정도 다같이 쓰고도 남을 정도였다."
-31세에 연기를 시작했다. "K제화 영업직으로 일했다. 하고 싶은 걸 하고 산다는 게 어쩌면 이기적일수 있지만, 최종적으로 내가 사는 삶인데 라는 생각이 들어서 31세에 회사를 그만두고 배우의 길로 접어들었다. 인생을 60년으로 본다면 내 인생의 반은 내가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살자는 마음이었다. 사실 연기는 특별한 사람들만 하는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때 생각을 바꿨다. 직장에서 미쳤다고 하는 분도 있고, 그런 용기에 부럽다는 분도 있었다. 부모님은 안정적인 삶을 포기하고 배고픈 직업을 택한다고 하니 엄청 반대를 많이 하셨다."
-영업일이 힘들었나. "그건 아니다. 물론 매일 오전 8시 30분에 출근해서 오후 6시에 퇴근하는 게 피곤하긴했다. 매일 반복된 삶을 사는데 돈도 돈이지만 어느 순간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회사를 그만두고 연극을 했는데 2년 동안 퇴직금을 다 썼다."
-후회한 적 있나. "전혀. 너무 늦게 선택했고, 배우 일을 택하면서 많은 사람들의 걱정도 끼치고 아픔도 줬는데 후회한다고 하면 지는 것 같았다. 어느 정도 이럴 것이다라는 상황은 예상해서 많이 힘들진 않았다. 경제적인 부분을 해결하려고 연기를 하면서 아르바이트를 많이 했다. 심리치료를 받을 때 역할극을 하면서 상대 연기를 해주는 역할 아르바이트도 해봤고, 지하철 터널에 선로를 까는 것도 했다."
-서현철이 인정하는 연기파 배우는 누구인가. "여자 배우 중에 황정민씨. 같이 공연한 적도 있는데 정말 열심히 하더라. 작품 분석력도 뛰어났다."
-내 인생의 책을 꼽는다면. "'미움받을 용기'다. 일본사람이 희극으로 쓴 것도 있는데 최근에 소설로 읽었다. 그걸 읽고 감명받아서 아들러의 심리학까지 찾아서 읽었다. 행동을 원인론과 목적론으로 나눠서 얘기할 수 있는데 난 아들러의 목적론을 지지하는 쪽이다. 아이를 둔 엄마 아빠가 읽으면 많이 도움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