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정해인(30)은 JTBC 금토극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이하 '예쁜 누나')를 통해 '대세 연하남'으로 우뚝 섰다. 아는 누나 손예진(윤진아)과 사랑에 빠지는 서준희로 분했다. 사랑하는 사람의 상황과 감정을 이해하고 변해가는 남자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표현했다. 이번 작품으로 대세가 됐지만, 정해인은 갑작스럽게 나타난 스타가 아니다. 작은 역할부터 시작해 조금씩 성장해왔다. 안판석 감독이 인정한 연기력이다.
-종영 소감은. "끝나지 않았으면 했던 드라마가 끝났다. 마음이 헛헛하다. 이번 작품은 (종영 소감을) 말로 표현하기 힘든 것 같다. 계속 여운이 남아 울컥울컥 한다."
-아직 서준희에게서 벗어나지 못한 것 같다. " 떼어 내야 하는데 아직 그럴 시간이 없었다. 나만의 시간을 가지지 못했다. 드라마 끝나고 그간 소화하지 못한 일정을 소화했다. 바쁘게 지내면 잊힐 줄 알았는데 후폭풍이 밀려오더라."
-서준희란 인물의 어떤 점에 빠져들었나. "실제 나와 캐릭터 자체가 비슷한 부분이 많았다. 어른스러운 면도 그렇고 자기 감정 표현에 솔직한 부분도 그렇고 심지어 내가 자주 쓰는 말이 대본에 나와 깜짝 놀랐다. 작가님이 날 알고 글을 썼나 할 정도였다. 소름이 끼쳤다."
-기억에 남는 대사는. "'내 우산 어디 있어?'라고 묻는 마지막 대사가 기억에 남는다. 인상 깊었다. 할 말이 많지만 풀어서 하지 않고 확 뱉어냈던 얘기가 바로 우산이었다. 말문이 막힌 진아에게 '윤진아 하나면 된다'고 한다. 그 대사 자체가 좋았다. 마음에 와 닿았다."
-손예진과 재회 장면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정말 표정 관리가 안 됐다. (진아의 현재 남자친구가) 볼까지 만지고 있지 않았나. 그때 당시 대사와 상대방의 모습을 보니 울화통이 터지더라. 실제로 밥 먹은 게 체해 식은땀이 나는 상태에서 촬영했다. 팔이 부들부들 떨렸다."
-진아에게 꼭 남자친구가 필요했나 하는 의견이 있었다. "진아에게 짝이 없었으면 더 베스트였을 것 같은데 짝을 만들어준 건 작가님이 준비한 장치였던 것 같다. 그때 진아와 만난 후 승철이랑 만나 '미국에서 윤진아가 불행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하는 대사가 있다. 그 대사가 굉장히 현실감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정작 또 그 여자가 불행한 걸 보면 슬픈 생각이 든다. 굉장히 복합적인 감정이 드는 상황이었다. 작가님이 준희의 상황적인 스토리를 이어나가려면 그러한 극적인 장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 것 같다."
-만약 준희처럼 옛 연인을 우연히 만난다면. "나라면 어땠을까 생각해봤는데 너무 괴로워서 보자마자 뒤돌아섰을 것 같다. 그렇게 같은 공간에 같이 못 있었을 것 같다."
-연기를 하면 캐릭터에 푹 빠지는 편인가. "작품마다 진심을 다해 연기하려고 하는데 유독 '예쁜 누나'가 다른 작품보다 대사와 대본이 주는 힘이 컸다. 안판석 감독님이 배우가 현장에서 연기에만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줬다. 그래서 더 몰입할 수 있었다."
-엔딩신은 어떻게 지도했나. "감독님께서 온전히 예진 누나와 내게 맡겼다. 디렉팅을 전혀 주지 않았다. 모든 세팅을 다 해놓고 석양이 질 때쯤 촬영했다. 기다림이 힘들었다. 이 드라마의 마지막 신인데 이걸 찍으면 끝난다는 걸 모두가 알고 있지 않나. 시작하려니 슬프고 아쉽더라. 감독님도 눈물을 흘릴까 봐 처음으로 촬영장에 선글라스를 쓰고 왔다. 예진 누나는 촬영 끝나고 눈시울을 붉혔다."
-어떤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나. "호프집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테이블 밑에서 처음으로 손을 잡고 준희와 진아의 마음을 확인하는 장면이었다. 누나가 먼저 손을 잡았고 준희가 깍지를 끼지 않았나. 확인하는 신이라 그런지 설렘도 있었고 떨림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