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간 연습생 생활이 무색할 정도로 Mnet '프로듀스 101 시즌2(이하 '프듀')' 방송 3개월여 만에 '벼락스타' 워너원으로 데뷔했다. 혹자는 '프듀' 최고 수혜자라고도 말한다. 20대 후반이라는 신인 아이돌로는 늦은 나이에, 그것도 최고 인기 그룹 멤버가 됐으니 복이 절로 들어왔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윤지성에게는 절박한 마지막 도전 끝에 꿈을 이룬 짜릿한 순간이었다. 단숨에 얻은 부와 명예로 보일지도 모르지만 데뷔 전 7년 동안 고시원 생활을 하며 가수 꿈을 키워 온 남모를 노력이 있었다. 초등학생 시절부터 윤지성의 꿈은 연예인이 되는 것이었다. 16세 때 강원도 원주에서 홀로 상경해 국립전통예술고등학교 음악연극과를 졸업했고, 대학교에선 연극영상과를 전공하면서 연극 무대를 동경해 왔다.
그러나 꿈꿨던 스타의 삶은 윤지성의 상상과는 조금 달랐다. 일과를 곱씹어 볼 시간조차 부족했다. 가장 바빴던 워너원 활동 시기의 몇 달간은 기억이 증발했을 정도로 스케줄이 넘쳤다. 인기에 따라오는 악플은 상처가 됐다. 사람들을 대하기가 두렵고, 무대가 무섭기도 했다. 호텔 방에서 구토했을 정도로 극심한 정신적 고통에 시달렸다. 윤지성은 "그때는 힘들었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다시 없을 소중하고 감사한 시간"이라고 기억했다.
파란만장한 워너원 활동이 끝나고 윤지성은 홀로서기 중이다. 리더의 책임감도 내려놨고, 톱 아이돌 그룹에 대한 부담감도 벗었다. 워너원으로 쌓은 경험으로 한층 성숙해졌고, 멤버들은 의지할 수 있는 친구로 곁에 남았다. 다 가진 윤지성은 "나만 잘하면 돼요"라며 "올해 군 입대 전까지 솔로 가수로, 뮤지컬 배우로 후회 없이 활동하면서 팬들의 사랑에 보답할 것"을 최우선 과제로 정했다.
- '그날들'을 통해 뮤지컬 배우로 데뷔했죠. "정말 고민을 많이 하고 시작했어요. 그룹 생활을 하면서 메인 보컬도 아니었고, 예능에서도 특출 나게 진가를 발휘한 사람도 아닌, 그냥 그랬던 사람인 윤지성에게 뮤지컬이라는 커다란 기회가 온 거죠. 걱정이 앞섰어요. 이 공연을 위해 얼마나 많은 분들이 고생하고 노력한다는 걸 잘 알기 때문에 섣불리 도전할 수 없었죠. 많이 고민하다가 이왕 온 기회니까 잘하자는 마음으로 시작했어요. 감독님이 나의 어떤 면을 좋게 봤으니까 제안하지 않았을까 하는 작은 믿음도 있었고요."
- 무대와는 확실히 달랐나요. "동선·노래·안무·대사·연기 등 외워야 할 것이 정말 많아요. 감독님이 많이 도움을 주셨어요. '가요로 구성된 작품이니 편하게 하던 대로 부르되, 캐릭터에 맞게 크고 어른스럽게 노래하라'고 조언받았어요. 선배님들도 세심하게 챙겨 주시고 알려 주셨어요. 이렇게 도움받은 만큼, 공연을 잘 해내야겠다는 마음이 강했죠."
- 준비가 미흡했던 '프레스콜'은 아쉬웠겠어요. "속상했어요. 앨범 활동 기간과 겹쳐서 그 주 내내 목이 좋지 않았고, 몸 상태도 최악이었죠. 병원에 다녀와도 소용없었어요. 결국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프레스콜을 했는데, 선배님들께 정말 죄송했어요. 제가 받아들여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관객을 설득시켜야 했는데 그러지도 못하고 부족한 모습을 많이 보여 드렸죠. 그래서 이를 갈고 첫 공연을 준비했어요."
- 첫 공연은 어땠나요. "전날부터 정말 떨렸어요. 온주완 형이 저를 위해 현장에 와 줬어요. 신발과 의상도 직접 챙겨 주고 동선도 체크해 줬죠. 오종혁 형도 마찬가지예요. 연습하면서 큰 힘이 됐죠. 형들의 응원 속에서 공연을 마치고 커튼이 내려오는데 눈물이 쏟아졌어요. (온)주완 형이 '뮤지컬 배우 데뷔 축하해'라는 말을 해 줬는데, 펑펑 울었어요."
- 뮤지컬에 계속 도전할 생각이 있나요. "연기나 뮤지컬은 하고 싶은 분야예요. 특히 순수예술 분야에 관심이 많아서 기회가 된다면 연극도 해 보고 싶어요. 극을 쓰는 것에도 관심이 많아요. 데뷔 전 연기 오디션을 통해 좋은 결과를 얻기도 했고요."
- 예능 출연은 어떤가요. '프듀'부터 예능 캐릭터로 두각을 나타냈잖아요. "'프듀' 할 때는 방송에 한 컷이라도 더 잡히기 위해 말을 많이 했어요. 그 당시, 같은 회사 연습생 친구들과 시즌1을 분석했는데, 말을 많이 하는 게 중요하더라고요. 그래서 '우리 아무 말이라도 많이 하자'라고 다짐하면서 나갔죠. 데뷔가 절실했거든요. 졸면서도 말했던 기억이 나요. 막상 데뷔하고선 예능이 무서웠어요. 자신감이 없었어요."
- 위축된 이유가 있나요. "워너원 활동 시작 때부터 악플이 있었어요. 당연히 저도 사람인지라 들리고 보였죠. 처음에 봤을 때는 '내가 이럴 만하니까 사람들이 그러는 거야' 하는 생각이 들어서 스스로 자신감을 많이 잃었어요. 남들 눈치를 많이 보는 성격이라 더 위축됐고, 다른 멤버들에게 피해를 줄까 봐 한발 떨어져 있으려고도 했죠. 근데 어느 순간, 멤버들이 믿고 따라 줘서 이겨 내고 털어냈어요."
- 악플 탓에 많이 힘들었겠어요. "워너원 활동을 할 때는 사람들이 무서웠어요. 공황장애 증세도 있었죠. 해외 공연을 갔는데 무대에 오르기 직전에 손 떨림이 오더라고요. 멤버들에겐 말을 못 했지만 호텔 방 문을 잠가 놓고 구토했어요. 그 공연에서 카메라가 제 '원샷'을 잡지 못할 정도로 덜덜 떨었어요. 이제는 그런 악플을 보고도 힘들지만 넘길 수 있게 됐어요. 예전에는 잠을 아예 잘 수 없었는데, 그 정도는 아닌 거죠. 악플러 고소는 계속 진행 중이에요." >>[취중Dol③] 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