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새'로 데뷔한 싸이는 빵모자에 민소매 옷을 입고 나와 이상한 춤을 췄다. 'B급' 정서를 바탕으로 '엽기가수'의 탄생을 알렸다. 2012년엔 '강남스타일'로 인생 역전급 히트를 했다. '엽기 가수'가 아닌 '월드 스타'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강남스타일'로 빌보드 싱글차트인 핫100에서 2위를 기록, 한국 아티스트 중 최고 기록을 세웠다. 그해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본 뮤직비디오가 됐고, 유튜브 10억 뷰라는 기록을 깬 최초의 아티스트다.
큰 명예를 얻었지만 그만큼의 상처도 생겼다. 말로 할 수 없을 만큼의 부담감도 생겼다. 싸이는 이를 "빚쟁이가 된 기분"이라고 표현했다. '강남스타일'의 굴레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싸이는 5년이라는 세월을 견디면서 지난 5월 '아름다운 귀향'에 성공했다. '뉴페이스' '아이 러브 잇'이 1위를 기록했고, 대학 축제에서 미친 듯이 뛰어다녔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5년 만의 '흠뻑쇼'로 이어졌다. 가장 '싸이다움'을 볼 수 있는 공연을 약 한 달 정도 앞둔 시점에 술잔을 기울였다. 관객의 기를 이기려면 배를 든든히 채워야 한다며 '싸이표 소맥'과 삼겹살을 흡입했다. 이날(7월 15일)은 마침 '강남스타일' 발표 5주년이었다.
>>②편에 이어
- 싸이와 박재상의 정체성 차이는 없나요. "나잇값과 직책이 있는 유일한 나라인 대한민국에서 싸이로 사는 건 절대 쉽지 않아요. 하지만 싸이와 박재상의 이질감은 없어요. 그냥 똑같아요."
- 은퇴 생각을 해 본 적 있나요. "사실 매년 늘 은퇴를 준비해요. '강남스타일'로부터 하루라도 가까운 날 관두는 게 지나고 보면 좋을 거라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원래 제작으로 시작했는데 제가 만든 곡이 아까워서 데뷔했다가 여기까지 왔어요. 가수할 마음도 없었고 여기 온 것도 기적이에요. 많은 명예와 상처도 얻었죠. 중이 싫으면 절을 떠나라고 제가 살아온 길을 돌아보면서 상처를 추억하고 싶지 않아요. '싸이가 한물갔어' 하기 전날 은퇴하는 것이 꿈이에요. 무대를 못 서는 것보다 한물갔다는 말 듣는 게 더 무서워요. 근데 관두고 싶은데 잘 안 관두죠. 미저리 같아요.(웃음)"
- 이제 곧 '흠뻑쇼'를 개최하는데. 준비물이 있다면. "표·물·근력 이 세 가지만 가져오시면 돼요. 물을 뿌리는 공연인데 2012년 '강남스타일' 마지막으로 5년간 못 했어요. 그땐 서른여섯 살이었고 지금 마흔한 살이니 체력이 걱정돼요. 객석으로 물을 뿌리면 무대 위는 미스트라고 보면 되는데, 그 수증기가 너무 힘들어요. 원래도 습한데 미끄럽거든요. 그래서 이번에 체력적으로 한 층 거듭나거나 아니면 혼날 것 같아요."
- 공연 앞두고 어떤 준비를 하고 있나요. "저도 관객들과 기 싸움을 해요. 이건 체력과 다른 이슈예요. 그냥 미쳐서 무대에 오르는 거죠. 공연 다음 날은 항상 아파요. 연일 공연하면 흥분상태여서 모르다가 끝나고 나면 너무 오버페이스를 했다며 입원도 많이 하죠. 수액도 맞고요. 그래서 요새 많이 먹고 있어요."
- 수많은 콘서트를 열었어요. 기억에 남는 팬이 있나요. "행복한 게 제 콘서트에 오시는 여자 관객들이 정말 미인이에요. 공연을 할 때마다 정말 '진짜, 어머, 어, 와, 우와' 해요.(웃음)"
- 콘서트하고 나면 살이 많이 빠지나요. "사람들이 다들 많이 빠질 거라고 생각하는데 절대 아니에요. 공연하고 체중계에 오르면 500g 빠져 있어요.(웃음) 공연하고 나서 먹고 다시 채우죠."
- '아는형님'에 나와 제대로 당했죠. "방송이 어색해 '아는형님'에 나가기 전 회식 자리를 마련했어요. 강호동 형이 저를 뭉개면 재미없을 것 같아서 (김)희철이와 (민)경훈이에게 '나를 밟아 달라'라고 얘기했어요. 경훈이는 한마디 못 했는데, 희철이는 제대로 저를 밟았죠. 전 옛날 사람이라 당황했고, 완전히 말렸어요. 희철이는 진짜 천재예요."
-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연예인이나 가수도 그냥 직업 중 하나예요. 특권 의식을 갖는 사람을 싫어해요. 상갓집에 빨간 옷을 입고 나타나고, 전화도 잘 안 받고, 악상이 안 떠오른다고 갑자기 사라지는 건 예의가 아니잖아요. 그냥 경제 활동의 하나인데 기본적인 기능을 못 하는 애들이 요즘 많더라고요. 힙합하는 친구 만나면 항상 이야기해요. '교포인 줄 알았다'고 충고하는 편이에요."
- 이번 활동을 정리한다면요. "거창하게 말하면 저에게 약간 해방을 준 앨범이에요. 세상이 보기에 가장 자연스러운 귀향을 뜻해요. 신곡을 홍보했고, 방송도 출연했어요. 대학 축제 무대에도 섰고, 이 모든 게 공연 티켓 수요로 잘 이어졌죠. 이제 공연까지 잘 마무리하면 비로소 지난 5월 10일 낸 앨범의 활동이 8월 마지막 주에 끝납니다. 이런 일련의 과정이 '강남스타일' 이전까지 자연스럽게 이뤄졌던 과정인데, 갑작스런 히트로 그동안 주객전도가 됐죠, 이번 활동으로 원래대로 돌아왔어요."
- 다음 앨범은 언제쯤 들을 수 있을까요. "일단 제 콘서트에 제 모든 걸 쏟을 겁니다. 향후 계획은 '좋은 아빠'예요. 아름답게 제 자리로 돌아와서 신곡을 내지 않을까 싶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