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자프로골프(KLPGA)는 실력과 개성을 겸비한 스타플레이어들의 잇따른 출현으로 해마다 판이 커진다. 올 시즌 KLPGA 투어는 29개 대회에 총상금 226억원이 걸린 역대 최대 규모의 판으로 성장했다. 지난해에 비해 1개 대회, 총상금 20억원이 늘어난 규모다. 양적인 면에서 미국과 일본에 이어 세계 3대 투어로 자리매김했다.
그렇다면 KLPGA는 행정적인 면에서도 세계 3대 투어로 손색없을까? KLPGA는 3월 김상열 회장 주도로 수석 부회장을 비롯해 부회장과 전무이사 등을 대의원 선거제에서 회장 임명제로 바꾸는 정관 개정안을 전격 통과시켰다. 김 회장은 그 배경을 “독재와 파벌을 막고 협회 체질을 개선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협회 수장이 반발을 무릅쓰고 임원진 선출 시스템을 바꾼 이유는 무엇일까. ‘독재와 파벌’이라는 난맥상은 어느 정도이길래 고육지책을 단행했을까. 일간스포츠는 21일부터 25일까지 나흘간, 1978년 네 명의 프로로 설립된 KLPGA가 무소불위 이익 단체로 성장하기까지 그 지리멸렬한 난맥상을 짚어 본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KLPGA는 정회원 1288명, 준회원 914명, 티칭 프로 274명, 특별 회원 3명 등 총 2479명의 회원을 거느린 단체로 성장했다. 1978년 5월 구옥희·한명현·안종현·강춘자 등 4명의 프로로 출발한 지 40년 만에 미국·일본 등과 어깨를 나란히 견주는 세계 3대 투어로 당당히 올라섰다.
3월 열린 정기총회 자료에 따르면, 협회는 지난해 수입 136억4714만원, 지출 106억8788만원을 기록했다. 총자본 총계는 2018년 말 기준으로 382억7448만원이었다. 회원들을 관리하는 비영리 사단법인인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에 190억2009만원, 투어를 관장하기 위해 2008년 설립한 주식회사 한국여자프로골프투어(KLPGT)에 192억5439만원이 쌓였다. 수입과 지출 규모로 따지면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는 축구(수입 872억원, 지출 884억원)에 이어 국내 2대 스포츠 단체로 볼 수 있다. 5대 스포츠로 꼽히는 종목 중 지난해 기준으로 야구는 수입 87억원, 농구는 수입 70억원, 배구는 수입 99억원이었다.
그러나 불과 20여 년 전만 해도 KLPGA의 자산은 거의 없었다. 1990년대 후반 협회 임원들이 협회 돈을 가지고 주식 투자에 나섰다가 모두 날린 적이 있다. 당시 사태 때 중심에 있었던 이는 현 KLPGA 수석 부회장인 강춘자 프로다. KLPGA 1호 프로로 통산 10승을 거둔 강춘자 부회장은 1992년 전무이사로 행정가의 길을 걷기 시작한 뒤 30년 가까이 크고 작은 불협화음에도 장기 집권을 해 왔다. 전직 이사를 지낸 A프로는 “1990년대 후반에 주식 투자 사건을 비롯해 협회에 크고 작은 일이 있을 때마다 강춘자 수석 부회장이 모든 책임을 지고 물러서기로 했던 적만 3번이다. 그러나 일단 물러났다가 사건이 조용해지면 몇 달 안에 슬그머니 복귀해 현재까지 협회에 남아 있다”고 비판했다.
다시 원점에서 시작한 KLPGA가 20여 년 만에 400억원 가까운 큰돈을 쌓을 수 있었던 이유는 방송중계권 판매 덕분이었다. KLPGA는 2000년대 후반부터 현 주관 방송사인 SBS 골프를 비롯해 JTBC 골프 등과 중계권 계약을 맺으며 자산을 불렸다. 여자 골프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중계권료도 천정부지로 치솟았고, 2017년 재계약 때는 연간 65억원 규모로 5년 계약을 갱신했다.
그러나 이런 양적 성장의 이면에 KLPGA의 인사 정책과 행정은 투어 규모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3월 총회에 참석했던 B프로는 “현 이사회를 비롯한 집행부는 행정을 통해 여자 골프가 성장했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 그러나 KLPGA의 성장은 스타플레이어들의 활약이 이어졌기 때문”이라며 “스타플레이어들의 활약이 있었기에 투어가 성장했지만, 그들에게 의존한 투어 만들기가 협회 행정의 전부라는 인상을 받을 때가 있다. 모두라고 할 수는 없지만 임원들과 사무국 직원들 대부분이 자신들의 이익과 밥그릇 지키기에만 관심을 쏟는다. 세계 3대 투어라는 외형을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나흘간 연재될 심층 기획에선 바로 이러한 '밥그릇 지키기'의 백태와 강 부회장을 주축으로 한 이권 챙기기가 가능했던 협회의 구조적 문제점을 집중적으로 다룰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