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마] 역사 속 명마·기마대 ⑪ 한무제에 버림받은 서극마
일간스포츠

입력 2011.05.20 13:32







말을 사랑했던 한무제는 생전에 두 종류의 천마를 만났다. 만났다는 표현보다 천마라고 믿었다는 표현이 더 적합하다. 하나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한혈마다. 또 다른 천마는 한혈마를 얻기 전에 만난 말이다. 이 천마는 한혈마가 한나라로 도입된 다음 천마라는 이름을 한혈마에게 내주고 서극마로 강등됐다.

무제는 서역에 사신으로 갔다 온 장건으로 부터 한혈마의 이야기를 들은 후 훌륭한 말을 얻을 수 있다는 희망에 빠졌다. 사실 장건은 말을 광적으로 사랑한 광마인(狂馬人)이었다. 자나 깨나 말 생각뿐이었다. 꿈에서도 말을 만났을 정도다. 한무제는 장건으로부터 한혈마 이야기를 듣기 전 용하다는 무당을 불러 점을 쳤는데 천마가 서북쪽에서에서 온다는 점괘가 나왔다.

앞뒤 이야기를 꿰맞춘 것 같은 느낌도 있지만 실제로 이후 오손족이 말을 보내왔다. 오손족은 중국 한나라 역사서에 등장하는 투르크계 민족으로 천산산맥 북쪽 기슭을 거점으로 활용한 유목민족이다. 기원전 116~115년 장건이 사자로 온 이래 한나라와 흉노 사이에 개입해 조정자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오손족은 서극마를 둔황에서 잡았다. 둔황의 남호향에는 샘물이 돌담에 막혀 만들어진 연못이 있는데 연못 주변에 풀이 무성해 말이나 양 떼가 물을 마시러 온다. 이 연못을 악와지라고 한다. 남양 신야현 출신의 포기장이라는 사내가 범죄를 저지르고 둔황으로 도망갔는데 이 사내가 악와지에서 야생마를 잡아 무제에게 바쳤다. 무제는 몹시 흡족해하며 이 말을 천마로 불렀다. 이것이 '한서'에 기록된 천마이야기다.

그런데 대완국에서 한혈마를 보내오자 한무제는 더 보기 좋고 체형이 좋은 한혈마를 천마라고 불렀다. 이전까지 천마로 불렸던 오손의 말은 천마라는 이름 대신 서극마란 이름을 하사했다. 사실상 최고의 자리에서 2위로 내려앉은 것이다.

천마로 이름을 날리던 서극마는 이후 역사에 사라졌다.

한무제는 서극마와 한혈마를 얻었을 때 모두 시를 남길 정도로 기뻐했다. 시에서 서극마는 비룡으로, 한혈마는 호랑이·용과 비교했을 정도다. 그러나 현재 중국에는 한혈마는 물론 서극마도 남아있지 않다. 또 서극마를 바쳤던 오손족도 2세기 이후 역사에서 사라졌다.

◇한무제가 서극마를 칭송한 시

하늘이 천마를 내려주셨음이라
붉은 땀을 흘리며 그 침 또한 붉도다.
기질이 훌륭하고 제가 한 번 달리고자 하면
뜬구름도 발아래 두고 만리를 넘나드나니
이에 견줄 것은 비룡인가 하노라.

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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