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마운드에 선 박종훈(31·SSG 랜더스)이 특유의 해맑은 표정으로 남긴 복귀 소감이다. 그는 "실점이나 볼넷을 허용하면 안 되지만, 그런 상황조차 재미있었다"며 웃었다.
박종훈은 지난해 6월 오른쪽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을 받고 1년 넘게 재활 치료에 매진했다. 한 차례 통증이 재발하는 악재가 있었지만 긴 공백기를 견뎌냈다. 그리고 지난달 31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에서 429일 만에 1군 복귀전을 치렀다. 3이닝 동안 2피안타 무실점을 기록했다. 통증도 없었다고 한다.
SSG는 3일 기준으로 KBO리그 1위(64승 3무 29패)를 달리고 있다. 2위 키움 히어로즈와의 승차는 7경기다. 박종훈은 부상으로 이탈하기 전 4네 시즌(2017~2020) 동안 리그 선발 투수 중 두 번째로 많은 승리(47승)를 거뒀다. SSG의 독주 체제는 박종훈이 가세하며 더 공고해졌다.
그는 "투구 수 제한 탓에 54구 만에 복귀전 마쳐서 아쉬웠다. 그래도 다시 (그라운드에) 돌아오니까 새삼 '야구를 하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모든 게 즐겁다. 동료들도 많이 반겨줬다. 특히 (추)신수 형이 '네가 돌아와서 비로소 '완전체 전력'이 갖춰졌다'고 하더라. 그런 말이 너무 고마웠다"고 했다.
박종훈은 리그를 대표하는 잠수함 투수다. 그를 향한 기대치도 당연히 높다. 박종훈은 "우리 팀은 정말 강하다. 질 것 같지가 않다. 사실 부담감은 팀 에이스인 (김)광현이 형이 가장 클 것이다. 나는 일단 서포트 역할에 충실하고, 앞으로 좋은 성적을 내서 가을야구를 할 때 광현이 형의 부담을 덜어 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는 각오를 전했다.
남은 2022시즌 박종훈의 목표는 두 가지다. SSG의 2022시즌 통합 우승과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국가대표팀 승선이다.
지난해 12월, 박종훈은 KBO리그 최초로 비(非) 자유계약선수(FA) 다년 계약을 따낸 주인공이 됐다. SSG와 기간 5년, 총액 65억원에 사인했다. SSG를 향한 애정을 한껏 드러낸 박종훈은 "(최)정이 형, (김)강민이 형 등 앞서 장기 계약을 한 선배들을 보면 팀을 위해 솔선수범할 때가 많았다. 연봉을 많이 받는 선수는 그만큼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도 이제 그렇다. 일단 가장 큰 목표는 팀 성적(우승)이다"고 전했다.
개인적인 욕심도 있다. 박종훈은 오는 3월 열리는 WBC 출전 의지를 감추지 못했다. 언더핸드나 사이드암 투수는 그동안 중·남미 국가 타자들에게 강세를 보여왔다. 선발과 불펜 투수 포함 2~3명은 꼭 대표팀에 승선했다. 박종훈이 부상을 당한 사이, 같은 잠수함 투수인 고영표(KT 위즈)와 최원준(두산 베어스)의 기량이 일취월장했다. 대표팀 승선을 두고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박종훈은 "같은 유형이라고 특별히 경쟁의식이 생기는 건 아니다. 모든 투수가 경쟁자라고 생각한다. WBC는 (선수라면) 누구나 나가고 싶은 무대일 것이다. 당연히 뽑힐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일단 야구를 잘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