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타이거즈 공격력이 또 차갑게 식었다. '5강 수성' 전선에 비상이 걸린 상황. 돌파구가 필요하다.
KIA는 지난 11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부터 치른 6경기 모두 패했다. 이 기간 총 득점은 10개 구단 중 9위 기록인 12점이었다. 득점권 타율도 0.133에 불과했다. 16일 한화 이글스전에선 6-6 동점이었던 연장 10회 말 무사 2·3루에서 박동원과 김도영이 삼진, 박찬호가 땅볼로 물러나는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줬다. 승리할 기회를 살리지 못한 KIA는 이어진 12회 초 수비에서 1점을 내준 뒤 만회하지 못하고 6-7로 패했다. 17일 삼성 라이온즈전에선 10안타를 치고도 1득점에 그쳤다.
이 기간 선발 투수들은 비교적 임무를 잘해냈다. 그러나 불펜진은 평균자책점 6.38에 그치며 부진했다. 지난 10일 셋업맨 장현식이 오른 팔꿈치 부상을 다스리고 복귀했지만, 경기력은 아직 정상이 아니다. 마무리 투수 정해영이 두 경기(16·17일 한화전) 연속 동점 상황에 마운드에 올라야 했다.
KIA가 올 시즌 가장 큰 위기에 놓였다. 연패가 시작되기 전인 10일까지 6위 NC 다이노스에 5.5경기 차 앞선 5위를 지켰지만, 17일 기준으로 승차는 이제 2.5경기다.
득점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변화가 필요하다. 가만히 앉아서 선수들의 타격감이 좋아지길 바랄 때가 아니다.
우선 9월 출전한 15경기에서 1할(0.172)대 타율, 2할(0.265)대 출루율에 그친 타선 리드오프 박찬호의 타순 조정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올스타 브레이크 전후로 좋은 타격감을 보여줬던 박찬호는 최근 득점 기여도가 크게 떨어졌다.
KIA는 최근 3루수였던 류지혁을 1루수로 내세우고, 신인 백업 내야수 김도영을 선발 3루수로 기용하고 있다. 주전 1루수 황대인이 13일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수비 중 주자와 충돌한 뒤 허벅지 부상을 당했기 때문이다. 김도영은 황대인이 이탈한 뒤 선발로 나선 4경기에서 타율 0.308 장타율 0.462를 기록하며 나쁘지 않은 타격감을 보여주고 있다. 그런 그를 1번 타자로 내세우는 게 돌파구가 될 수 있다.
9월 출전한 13경기에서 타율 0.333을 기록한 고종욱을 더 많이 활용할 필요도 있다. 그는 수비력이 부족해 주로 지명타자(DH)나 대타로 나서고 있다. 고종욱이 선발로 나서려면, 현재 주전 DH인 최형우를 좌익수로 내세워야 한다. 6월 이후 좌익수로 가장 많이 나선 이창진은 최근 10경기에서 타율 0.231에 그치고 있다. 최형우의 수비 범위가 넓은 편은 아니지만, 고종욱과 최형우가 함께 포진하는 게 더 무게감이 있을 것이다.
KIA는 7연패 기로였던 18일 삼성전에서 선발 라인업에 변화를 줬다. 박찬호에게 휴식을 주고, 류지혁을 리드오프로 내세웠고, 이창진 대신 고종욱 DH로 투입했다. '좌익수 최형우'가 다시 출격했다는 얘기다.
경기는 불펜 난조 탓에 6-9로 패했다. 그러나 0-4로 지고 있던 5회 초 공격에서 김도영·류지혁·고종욱이 모두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며 5득점 빅이닝을 만들었다. 변화를 준 효과를 봤다.
KIA는 오는 22일부터 NC와 원정 3연전을 치른다. 5위 수성 분수령이 될 일전을 앞두고 분위기를 바꿔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