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4년 프로야구 MVP(최우수선수) 경쟁은 정규시즌 최종전에서야 그 윤곽이 드러났다.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 소속 선수 4명이 집안싸움을 벌였다. 박병호는 52홈런을 때려내며, 2003년(이승엽·심정수) 이후 끊겼던 '50홈런 타자' 계보를 이었다. 강정호는 최초로 단일시즌 40홈런을 기록한 유격수로 이름을 올렸다. 밴 헤켄은 2007년 다니엘 리오스(당시 두산 베어스) 이후 7년 만에 20승을 거뒀다.
최종 승자는 프로야구 출범 32년 만에 처음으로 200안타 고지를 넘어선 서건창이었다. SK(현 SSG 랜더스) 와이번스와의 시즌 마지막 경기 1회 첫 타석에서 2루타를 쳐 대기록을 세웠고, 8회 안타를 추가하며 단일시즌 최다 안타 신기록을 201개로 늘렸다. 팀당 경기 수가 128경기였던 당시 200안타는 꿈의 기록이었다. 당시 이름값이 낮았던 서건창은 반전을 만들어내며 시즌 최고 선수가 됐다.
이전에도 예측이 어려울 만큼 치열한 경쟁은 있었다. 30(홈런)-30(도루) 클럽에 가입한 박재홍과 투수 4관왕 구대성이 붙은 1996년, 이승엽과 타이론 우즈가 당시 단일시즌 최다 홈런(42개) 경신을 두고 레이스를 펼쳤던 1998년이 그랬다. 그러나 대체로 이파전이나 삼파전이었기에, 무려 4명이 경합한 2014년 MVP 경쟁은 '역대급'으로 평가받는다.
올해 2014년과 비슷한 구도가 펼쳐지고 있다. 팀당 9~17경기를 남겨둔 시점에 막강한 경쟁력을 갖춘 4명이 MVP를 놓고 경쟁하고 있다. 마지막에 개인 기록 달성 여부에 따라 수상자가 가려질 전망이다.
삼성 라이온즈 외국인 타자 호세 피렐라(33)가 현재로서는 가장 유력한 후보다. 19일 기준으로 그는 타율(0.344) 안타(173개) 득점(91개) 출루율(0.415)까지 타격 4개 부문에서 1위를 지켰다. 타점(100개)과 장타율(0.561)은 2위에 올라, 6관왕까지 바라보고 있다. 홈런도 25개를 기록하며 KT 위즈 박병호(33개)에 이어 2위에 올라 있다. 1위를 따라잡기엔 벅차지만, 홈런 2위 기록도 MVP 경쟁에 무기가 될 수 있다.
KBO리그 최고의 타자로 성장한 이정후(24·키움)도 피렐라에 밀리지 않는다. 그는 타율 0.339(508타수 172안타) 21홈런 103타점 출루율 0.413 장타율 0.563을 기록했다. 타점과 장타율 부문 1위, 출루율과 안타는 2위다. 타율도 피렐라와 5리 뒤진 4위. 그도 최대 5개(타율·안타·타점·출루율·장타율) 부문에서 1위를 노릴 수 있다.
이정후는 팀 기여도가 더 높다는 점에서 유리하다. 올 시즌 결승타(13개) 2위, 득점권 타율(0.384) 1위다. 지난주까지 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도(WAR) 8.90을 기록, 6.99를 쌓은 피렐라에 앞서 있다. 개막 전 하위권 전력으로 평가받던 키움을 상위권으로 올려놓은 점도 MVP 표심을 자극할 수 있다. 반면 피렐라는 안타·타점 등 누적 기록을 쌓는 데 유리하다. 삼성이 키움보다 4경기 더 남겨두고 있기 때문이다.
한 경기에도 부문별 순위가 바뀌는 상황. 피렐라와 이정후 중 타이틀을 더 많이 가져가는 타자가 MVP 투표에서 유리할 전망이다. 마침 주중 첫 2연전에서 키움과 삼성이 맞붙었다.
2010년 류현진(1.82) 이후 12년 만에 1점대 평균자책점에 도전한다. 21세기 들어 한 번밖에 나오지 않은 기록이기에 7명이 해낸 단일시즌 20승보다 더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현재 정규시즌 1위를 달리고 있는 소속팀 SSG가 챔피언 트로피를 들어올린다면 우승 프리미엄도 얻을 수 있다.
올 시즌 리그에서 가장 위력적인 투수로 인정받는 안우진은 단일시즌 최다 탈삼진 경신에 도전한다. 지난 18일 NC 다이노스전에 등판해 8개를 추가, 시즌 204탈삼진을 기록했다.
현재 기록은 지난 시즌 두산 베어스 소속 투수 아리엘 미란다가 잡아낸 225삼진이다. 남은 시즌 안우진은 최대 세 차례 더 선발 등판할 전망이다. 올 시즌 경기당 탈삼진(7.56개)만 해내도 225개를 넘어설 수 있다.
홍원기 감독은 잔여 경기 안우진의 등판을 두 차례로 계획하고 있지만, 순위 경쟁 판도가 예측불허이기 때문에 안우진의 신기록 도전도 예단이 어렵다. 2014년 서건창의 수상에서 알 수 있듯이, 최초 기록이나 신기록은 매우 강한 경쟁력이다. 안우진은 평균자책점(2.24)과 다승(13승)도 5걸 안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