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후는 28일 막을 내린 LG 트윈스와 플레이오프(PO·5전 3승제) 시리즈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됐다. 4차전까지 진행된 PO에서 매 경기 안타를 때려내며 키움의 통산 세 번째이자 2019년 이후 3년 만에 한국시리즈 진출을 이끌었다.
존재감이 엄청났다. 이정후의 PO 성적은 타율 0.500(16타수 8안타) 1홈런 2타점. 출루율(0.529)과 장타율(0.938)을 합한 OPS가 무려 1.467에 이른다. 4번 김혜성(16타수 6안타) 5번 야시엘 푸이그(13타수 6안타)와 함께 클린업 트리오의 힘을 보여줬다. 이정후는 PO에서 키움이 기록한 전체 팀 안타 41개 중 19.5%를 책임졌다.
이정후는 PO가 모두 끝난 뒤 흥미로운 이야기를 꺼냈다. 이정후는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PO를 앞두고 수정한 부분이 있었냐'는 질문에 "(LG 투수들의) 정면 승부가 좀 많았던 거 같다"고 곱씹었다. 그러면서 "(준플레이오프에서 상대한) KT 배터리는 (정면 승부를 피하기 위해) 어느 정도 공 배합을 다르게 가져갔다. 타격감이라는 게 볼넷으로 나가면 살릴 수 없다. 난 (타격감을) 치면서 올리는 스타일"이라며 "1차전부터 LG 투수들이 정면 승부를 했다"고 부연했다.
실제 시리즈 내내 LG 투수들은 이정후와 승부를 피하지 않았다. LG는 올 시즌 정규시즌 팀 평균자책점이 3.33으로 리그 1위. 특히 불펜 평균자책점은 10개 구단 중 유일하게 2.89로 2점대였다. 워낙 강력한 '방패'를 보유한 만큼 '키움의 창' 이정후를 막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컸다. 시리즈 분수령이 된 PO 3차전에서도 그랬다. LG는 4-3으로 앞선 7회 말 2사 1루에서 불펜 이정용이 임지열에게 역전 투런 홈런을 허용했다. 초구 직구를 공략당했다. 그런데 후속 이정후 타석에서도 이정용의 선택은 초구 직구였다. 과감하게 정면 승부를 선택했지만 결과는 치명적인 연속 타자 홈런이었다.
이정후의 준플레이오프 타율은 0.368(19타수 7안타)였다. 23타석을 소화하면서 볼넷 3개 골라냈다. KT 배터리는 승부를 어렵게 가져갔고 이정후는 공을 골라냈다. PO에선 달랐다. 17타석을 소화하면서 볼넷이 제로. 정면 승부를 걸어오는 LG 투수의 공을 기다릴 필요가 없었다. 이정후는 "과감하게 배트를 내면서 결과가 나왔다. 방망이를 여러 번휘두르다 보니까 타이밍이 맞아 어느 정도 (타격감이) 궤도에 올라온 것 같다"고 옅은 미소를 지었다.
이정후는 올 시즌 142경기에 출전, 타율 0.349(553타수 193안타) 23홈런 113타점을 기록했다. 홈런과 타점은 물론이고 장타율(0.575)까지 커리어 하이였다. 타율·최다안타·타점·출루율·장타율 부문에서 타격 5관왕을 차지, 최우수선수(MVP)에 가장 근접했다는 평가를 듣는다. 리그 최고의 타자답게 LG 투수의 정면 승부를 최상의 결과로 연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