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H조에 속한 4개 팀은 얽히고설켰다. H조에 얽힌 스토리를 알면 경기를 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다. 각기 다른 이유로 ‘복수’를 벼르고 있다.
한국 vs 우루과이(11월 24일 오후 10시)
한국과 우루과이는 2010 남아공 월드컵 16강에서 만났다. 당시 역사상 첫 원정 16강을 달성한 한국은 ‘강호’ 우루과이를 넘어 8강 진출을 꿈꿨다. 이청용·박지성·박주영 등 해외파를 앞세운 한국은 우루과이를 몰아붙였으나, 루이스 수아레스에게 2골을 내주며 1-2로 석패했다.
당시 축구대표팀을 지휘했던 허정무 대전하나시티즌 이사장은 “정말 아까운 경기였다. (우루과이) 전력이 4강까지 갈 만큼 좋았다. 우리가 오히려 경기를 압도했고, 내용 면에서 뒤지지 않았다”며 “이번에 반드시 잡아줬으면 좋겠다. 첫 경기이기 때문에 16강 또는 그 이상으로 가기 위해서는 승리해야 한다”고 했다.
한국은 우루과이와 역대 전적에서 8전 1승 1무 6패로 절대적 열세를 보인다. 지난 2018년 10월 열린 최근 맞대결에서는 황의조·정우영의 득점으로 한국이 이겼다. 16강 진출을 노리는 한국은 월드컵 무대에서 12년 만의 복수를 노린다.
우루과이 vs 가나(12월 3일 0시)
우루과이와 가나는 2010 남아공 월드컵에서 악연을 쌓았다. 한국을 꺾고 8강에 오른 우루과이의 다음 상대는 가나였다. 두 팀은 1-1로 팽팽히 맞서 연장전에 돌입했다. 연장 종료 직전 우루과이 공격수 수아레스가 상대 선수의 헤더 슈팅을 골문 앞에서 손으로 쳐냈다. 결국 수아레스는 다이렉트 퇴장을 당했고, 심판은 페널티킥을 선언했다. 그러나 키커로 나선 가나 골잡이 아사모아 기안의 킥이 크로스바를 때렸다.
유니폼에 얼굴을 묻은 채 경기장을 빠져나가던 수아레스는 기안이 실축하자 펄쩍 뛰며 기뻐했다. 우루과이가 승부차기에서 가나를 누르자, 수아레스는 조국의 영웅으로 칭송받았다. 수아레스는 4강행을 확정한 후 “신의 손은 이제 내 것이다. 나는 이번 대회 최고의 선방을 했다”며 기뻐했다.
하지만 밀로반 라예바치 당시 가나 감독은 “어떤 이들은 수아레스를 영웅으로 치켜세우고 있다. 축구 팬들은 이성을 찾아야 한다. 그 반칙은 ‘신의 손’이 아니라 ‘악마의 손’”이라며 분노했다. 앙금이 남아 있는 가나에 12년 만에 복수의 기회가 찾아왔다.
한국 vs 포르투갈(12월 3일 0시)
한국은 포르투갈의 조별리그 3차전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를 대표하는 공격수 손흥민과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맞대결로 관심을 끈다. 손흥민은 줄곧 호날두를 ‘우상’으로 꼽아왔다. EPL에서는 여러 차례 맞붙었지만, 국가대항전은 이번이 처음이다. 월드컵을 앞두고 눈 주위 뼈 네 군데가 부러진 손흥민은 회복세가 빨라 마스크를 쓰고 호날두를 마주할 가능성이 크다.
호날두는 한국 팬들과도 떼려야 뗄 수 없는 악연이 있다. 유벤투스에서 활약하던 호날두는 2019년 7월 방한했는데, 당시 팀 K리그와 친선전에서 단 1초도 그라운드를 밟지 않았다. 이 '노쇼'로 인해 수많은 한국의 호날두 팬들이 돌아섰다. 우측 수비수 김태환은 “(호날두의 노쇼) 생각을 한다. 그런 생각을 가지고 더 강하게 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좋은 기억도 있다. 20년 전, 거스 히딩크 감독이 이끌었던 한국은 ‘신예’ 박지성의 결승 골로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포르투갈을 1-0으로 꺾고 역사상 첫 16강행을 확정했다. 기세를 탄 히딩크호는 이탈리아와 스페인을 연달아 침몰시키고 4강 신화를 썼다. 공교롭게도 이번 맞대결 역시 토너먼트 진출의 향방을 가를 수 있는 마지막에 배치되어 있다.
또한 2002 한일 월드컵 때 포르투갈의 일원으로 활약했던 파울루 벤투가 한국의 수장이 돼 ‘조국’을 마주한다. 얄궂은 운명을 마주한 벤투 감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