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미국 메이저리그(MLB) 도전을 선언한 이정후(24·키움 히어로즈)의 해외 진출 시점은 2023시즌 뒤가 유력하다. 내년 시즌을 마치면 '1군 등록일수 7년'을 채워 포스팅 시스템(비공개 경쟁입찰) 자격을 갖추기 때문이다.
이정후가 '빅리그 진출' 꿈을 이루려면 2024년 MLB FA 시장 분위기가 중요하다. 시장의 수요와 공급 측면에서 그에게 나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MLB 닷컴은 'KBO리그 슈퍼스타가 내년 겨울 FA 시장을 뒤흔들 수 있다'고 전했다.
올겨울 MLB FA 시장에는 '대어급 외야수'가 적지 않았다. 홈런왕 애런 저지, 골드글러브 출신 앤드루 베닌텐디 등이 시장에 풀려 여러 구단의 관심을 받았다. 최대어로 평가받은 저지가 9년, 총액 3억6000만 달러(4599억원)에 뉴욕 양키스 잔류를 선택했고, 브랜든 니모도 뉴욕 메츠와 8년, 총액 1억6200만 달러(2067억원)에 재계약했다. 이밖에 베닌텐디가 5년, 총액 7500만 달러(957억원) 미치 해니거가 3년, 총액 4350만 달러(555억원)에 각각 시카고 화이트삭스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로 이적했다. 총액 4000만 달러(511억원) 이상 계약이 총 4건. 어깨 수술로 2022시즌을 결장한 마이클 콘포토(샌프란시스코)가 2년, 총액 3600만 달러(459억원) 계약을 따낼 정도로 시장 분위기가 '활황'이었다.
하지만 1년 뒤에는 'A급 외야수' 공급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 선수 연봉 통계 사이트 스포트랙에 따르면, 2024년 FA 외야수로는 작 피더슨(샌프란시스코) 찰리 블랙먼(콜로라도 로키스) 코디 벨린저(시카고 컵스) 등이 꼽힌다. 피더슨은 지난달 1965만 달러(251억원)짜리 1년 단기 계약인 퀄리파잉 오퍼를 수락, FA 재수를 선택했다. 블랙먼은 1986년생으로 나이가 적지 않다.
결국 1년 후 외야수 최대어는 2019년 내셔널리그(NL) 최우수선수(MVP) 벨린저가 될 전망이다. 하지만 벨린저는 2020년부터 성적이 급락해 시장 가치가 크게 떨어졌다. MLB 구단의 구미를 당길만한 '20대 외야수'가 부족하다면 이정후가 어느 정도 반사 이익을 누릴 수 있다. 이정후는 스물다섯 살의 비교적 젊은 나이에 포스팅이 가능하다.
최근 포스팅에 성공한 일본 프로야구(NPB) 출신 왼손 타자 요시다 마사타카(29)의 계약도 꽤 의미 있다. NPB에서 두 차례 타격왕에 오른 요시다는 전반적인 타격 스타일이 이정후와 비슷하다. 올 시즌 NPB에서 119경기, 타율 0.335 21홈런 88타점을 기록했다. 삼진(41개)과 볼넷(80개) 비율이 이상적이었다. 외야수 보강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보스턴은 요시다에게 5년, 총액 9000만 달러(1148억원) 계약을 안겼다. 이적료 개념의 포스팅 비용 1537만5000달러(196억원)를 포함하면 계약 총액은 1억 달러(1276억원)를 상회했다. 미국 스포츠 전문매체 디 애슬래틱은 '일반적으로 왼손 타자 외야수의 공급이 과거보다 적다'며 "이런 부족 현상이 보스턴이 요시다에게 9000만 달러를 주는 데 기여했다"는 한 구단 임원의 추측을 함께 전하기도 했다.
송재우 MLB 해설위원은 "올겨울 MLB FA 시장에선 선수들의 몸값이 생각 이상으로 높아졌다. 요시다의 계약은 일본에서도 놀랐을 정도다. MLB FA 시장은 철저하게 시장 논리로 움직인다"고 말했다. 이어 송 위원은 "이정후는 현재 MLB 선수와 비교하면 성적과 특징이 니모와 흡사하다. 체형이나 타격 스타일만 보면 크리스티안 옐리치(밀워키 브루어스)처럼 보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옐리치는 2018년 NL 최우수선수 출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