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코치 견습 한달, 김상훈 KIA 인턴의 "나의 코치 수습 이야기"
김상훈(37·KIA)이 짐짓 그라운드를 바라봤다. "이제 선수도 아닌데… 인터뷰를 해도 되나"라던 그는 쑥스러워하며 시선을 피했다. 선수 때나 지도자 입문과정에 들어서나 사람 성격은 변하지 않는 듯했다. 김상훈은 지난달 22일 15년간의 선수 생활을 접고 공식 은퇴했다. 2000년 KIA에 입단한 그는 타이거즈의 안방을 책임지며 2009~2011년, 2013년에는 '캡틴'으로 팀 안팎을 다스렸다. 선동열(51) KIA 감독은 김상훈이 정식 코치 발령은 받지 않았지만, 경기를 따라다니며 코치 견습 과정을 밟도록 배려했다. 일종의 '인턴 코치', '수습 코치'가 된 그는 홈은 물론 원정경기까지 따라나서며 지도자 교육을 받고 있다. 한 달여의 시간 동안 절실하게 배운 것 중 하나는 "지도자나 주장이나 선수들의 마음을 보살펴야 한다"는 것이었다고 한다. 그는 "나도 모르게 잔소리가 늘더라. 후배들이 간섭이라고 받아들이지 않도록 하려면 평소 서로 이해하고 마음을 다독여야 한다"고 했다. - 호칭을 어떻게 해야 하나요. 인턴 코치? 수습 코치? "딱 한 달 됐네요. 지금은 일종의 수습기간이라고 봐요. 열심히 현장에서 배우는 수련생이라고 해야 하나요. 처음에는 홈 경기만 나왔는데, 8월 들어서는 원정 경기도 따라나서고 있어요. 현역일 때는 내 것만 하고 야구만 보였어요. 지금은 전체적인 그림과 흐름을 보게 돼요. 시야가 달라진 것 같아요. 경기 중 더그아웃에 있거나 훈련이 진행될 때 선배 코치들께 물어보고 열심히 배우고 있어요." - 경기 중간 메모나 정리를 하시나요. "수첩 정리는 선수 때부터 해왔어요. 지금도 저만의 노트를 만들고 있어요. 경기 진행 과정에서 결정적인 포인트나 상황과 결과를 주로 남겨요. 아쉬운 점과 보완할 부분, 실점 내용도 적어 넣고요. 나중에 수첩을 넘겨보면서 복기도 하고 해답을 구할 수 있어요." - 친구인 서재응(KIA) 선수만 현역에 남았네요. "예전부터 (서)재응, (홍)세완이와 '우리가 선수가 아니라 코치로 다 함께 더그아웃에 서는 날이 올까'라며 농담했어요. 이제 세완이는 이미 코치고, 저는 준비 단계에 있어요. 재응이까지 셋이 함께 서 있는데 어쩐지 어색하더라고요." - 지도자로서 뿌듯하거나 적성에 맞다고 느껴질 때가 있었나요."투수들과 캐치볼을 할 때 '형이 좀 받아달라'는 이야기를 들으면 뿌듯하죠. 저는 배터리로 호흡을 맞췄기 때문에 투수들의 투구폼 변화나 밸런스, 구종까지 알고 있어요. 공을 받으면서 '이건 좀 이렇다'며 말도 해주고 코칭을 해주니까 도움이 된다고들 해요."- 현역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은 안해요? 당장 들어가서 마스크를 쓰고 싶다는. "당장 내가 안방을 지키고 싶다는 생각은 안 해봤어요. 하지만 경기 상황마다 '내가 나갔다면' 하는 아쉬움이 마음 한구석에 드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포수 장비는 구단에 반납했어요. 원래 장비는 구단 것이에요. 시즌 시작할 때 새로운 걸 받고 헐거워지면 바꾸는 식이었어요. 이제 장비 욕심은 내려놓아야죠. 매니큐어 욕심도 이제 없어졌어요.(웃음) 바를 일이 없으니까." - 코칭스태프의 어려움도 이해하게 됐을 거 같아요."감독님과 코치들의 어려움을 알게 돼요. 투수 교체와 관련한 비난이 많잖아요. 저도 현역 때는 '왜 저렇게 하지?'라고 쉽게 생각했어요. 지금 보니 선수 컨디션과 팀 상황, 다음 경기까지 고루 살피고 순간적으로 결정해야 하는 부분이에요. 절대 쉽지 않다는 걸 느꼈어요. 감독님 어깨에 올려진 짐도 새삼 보게 됐어요." - 가족들은 지도자 김상훈에 익숙해졌나요."아들이 '아빠, 어디 가'라고 물어서 '응, 야구장 가지'라고 답했거든요. 그랬더니 '아빠 은퇴했는데 왜 야구장 가?'라고 반문하더라고요. 그때 기분이 조금 묘했어요. 아내도 나름대로 아쉬움은 있을 거에요. "- 코치 김상훈은 어떤 캐릭터인가요. 잔소리는 느나요?"코치가 되니 자연스럽게 잔소리가 늘긴 해요.(웃음) 플레이를 보고나서 조언을 하는 건데, 그 선수가 받아들일 준비가 안 됐다면 잔소리나 간섭이 될 것 같아서 늘 조심스러워요. 주장을 할 때나, 코치를 할 때나 역시 중요한 건 마음이에요. 선수들을 다독이고 마음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건 둘 다 같아요. 다독이며 해야 진심이 움직이고 서로 받아들여요. 저는 이종범(한화 코치), 이대진(KIA 코치) 선배에게 조언을 구하는 타입이었어요. 저 역시 강압적으로 특정 스타일대로 하라고 강요하기보다 합리적으로 설명하는 지도자가 되고 싶어요."- 애매한 시기에요. 하지만 마음은 평온할 것 같아요. "야구 인생에 처음으로 스트레스 없이 제 역량을 키우기 위해 시간을 쓰고 있어요. 보고 공부만 하는 시기에요. 먼 훗날 지금을 생각하면 '그때가 제일 좋고 마음 편했다'라고 생각할 것 같아요. 사실 코치 수습은 드물죠.(웃음) 긍정적으로, 감사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광주=서지영 기자
2014.08.25 08: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