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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 피플] 더블더블, 그 이상의 이승현

팀이 바뀌어도 여전하다. 이승현(31·전주 KCC)이 성적 이상의 헌신으로 팀의 플레이오프 싸움을 이끌고 있다.KCC는 지난 8일 서울 삼성전에서 68-58 승리를 거뒀다. 시즌 15승 15패로 5할 승률을 회복했다. 8일 기준 고양 캐롯과 공동 5위를 기록하며 플레이오프 싸움을 이어가게 됐다.양 팀 평균 63득점에 그친 것에서 알 수 있듯, 이날 경기는 득점 싸움이 아닌 수비 대결로 흘러갔다. 팀을 승리로 이끈 건 이승현이었다. 그는 이날 10점 10리바운드 3어시스트 2블록으로 더블더블을 기록했다. 활약은 숫자 이상이었다. 득점은 많지 않았지만, 이날 이승현은 삼성 외국인 선수 조나단 알렛지를 잘 막아냈다. 특히 2쿼터 활약이 결정적이었다. 이승현은 2쿼터 중반 골밑 득점을 노리는 알렛지를 블록하는 데 성공했다. KCC 외국인 선수 라건아도 제대로 막지 못해 그대로 실점할 뻔했지만, 멈추지 않고 알렛지를 쫓아온 이승현의 헌신적인 플레이가 블록으로 이어졌다. 이어 2쿼터 종료 4분 전에는 페인트존 정면까지 와 슛을 시도하던 이정현을 상대로 블록을 추가, 삼성의 흐름을 끊어냈다.이승현의 활약은 계속됐다. KCC가 공격을 시도할 때마다 이승현은 분주하게 움직였다. 상대 공을 건드려 방해하는 디플렉션도 수차례 만들었고, KCC 선수들이 공격할 때마다 상대 수비들을 막으려 쉬지 않고 움직였다. 슛이 빗나갔을 때는 공격 리바운드를 따내 다른 동료들에게 전달했다. KCC가 전반 22실점에 그치며 16점 리드를 만든 건 이승현의 힘이 컸다.이승현은 친정팀 고양 오리온 시절부터 스탯 이상의 헌신을 인정받았던 선수다. 강을준 전 오리온 감독은 그를 두고 '고양의 수호신'이라는 극찬을 남기기도 했다. 그는 긴 출전 시간 동안에도 쉬지 않고 움직여 팀플레이를 한다. 그가 지난여름 FA(자유계약선수) 시장 최대어로 인정받았고, KCC가 첫해 보수 총액 7억5000만원을 안겨준 것도 그런 모습 때문이다.이승현은 중계방송 인터뷰에서 “쉬운 경기를 할 수 있었는데 우리가 경기 후반 체력이 떨어져 안일하게 생각했다. 그 부분이 삼성에게 추격당하는 빌미를 만들었다"며 "그래도 오늘 끝까지 최선 다해서 마무리할 수 있었다”고 소감을 전했다.이날 승리에도 불구하고 최근 수면 위에 오른 이승현의 체력 이슈는 계속됐다. 그는 이날 34분 52초를 뛰면서 지난 두 경기 40분 풀타임에 이어 긴 출장 시간을 소화했다. 4라운드 평균 출장 시간이 무려 38분 17초에 달한다. 그는 올 시즌 전체로도 경기당 평균 33분 36초를 뛰어 이정현에 이어 리그 2위를 기록하고 있다. 현재 페이스라면 전체 1위로 올라설 가능성이 크다. 발목 수술을 받고 복귀한 시즌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우려가 클 수밖에 없다.이승현은 “나도 선수다 보니 힘들 때도 있다”면서도 “코트에서 뛰는 건 선수에게 좋은 일이라 생각하고 뛰고 있다”고 답했다. 발목에 대해서도 “한 번씩 과부하가 올 때가 있지만, 트레이너 선생님이 잘 치료·관리해주고 있어 버티고 있다”고 했다.시즌 전 이승현과 허웅을 동시 영입한 KCC는 화려한 라인업으로 주목받았다. 지난해 12월 3일까지 최하위(6승 11패)로 떨어져 있었지만, 이후 9승 4패를 기록 중이다. 이 기간 최다 득점 2위(평균 83.4점)와 최소 실점 3위(평균 79.8점)를 기록 중이다. 이승현은 “코트에 들어오는 선수들이 모두 활기차다. 자기가 뭔가를 하기보다 동료들을 살려주려고 한다. 다 같이 디펜스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그러면서 팀 공격도 잘 되는 것 같다”며 "타이트한 일정 속에서 선수들이 많이 힘들어하지만, 팬분들의 응원 덕에 열심히 하고 있다. 한 발 더 뛸 테니 많은 응원을 부탁드린다"고 청했다. 2023.01.09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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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피플]전주 간 두목 호랑이 "웅이에게 같이 우승하자 했죠"

'고양의 수호신'이었던 이승현(30·1m97㎝·전주 KCC)이 전주로 간다. 이승현은 한국 프로농구를 대표하는 빅맨이다. 용산고·고려대를 졸업한 그는 2014년 신인 드래프트 전체 1번으로 고양 오리온(데이원자산운용의 전신)에 입단했다. 프로에 들어가자마자 2014~15시즌 신인상, 2015~16시즌 챔피언결정전 MVP(최우수선수)를 연이어 수상했다. 고려대 시절 별명인 '두목 호랑이'의 존재감은 프로에서도 여전했다. 외국인 선수들을 상대하면서 통산 7시즌 동안 303경기에서 3475점 1736리바운드를 기록한 그는 지난 시즌에도 뛰어난 파워와 실력으로 오리온을 4강 플레이오프로 이끌었다. 이후 FA(자유계약선수) 시장에 나선 이승현의 선택은 전주 KCC였다. 계약 기간 5년에 첫해 보수 총액이 7억5000만원에 달한다. 발목 수술을 받은 그는 현재 용인 KCC 체육관에서 재활 훈련에 매진하고 있다. 지난 16일 용인에서 만난 이승현은 “수술한 지 3주 정도 지났다. 9월 정규시즌 개막에 맞춰 복귀를 준비 중”이라고 근황을 전했다. 계약 전부터 이승현의 행선지를 KCC로 본 이들이 많았다. KCC에는 고(故) 정상영 KCC 명예회장, 최형길 단장, 전창진 감독 등 용산고 선배들이 많다. 그래도 이적은 쉬운 결정이 아니었다. 이승현은 “한 팀에 오래 뛰고 싶어하는 성격이고, 원팀(One team) 의식이 강한 편이다. 그런데 오리온이 팀을 매각하면서 생각이 많아졌다"며 "심사숙고 끝에 KCC를 선택했다. 최형길 단장님은 학생 때부터 많이 지켜봐 주신 분이고, 전창진 감독님이 나를 필요로 하신다는 것도 많이 느꼈다”고 돌아봤다. 이승현은 허웅과 함께 이적하는 바람에 더 화제가 됐다. 이승현의 중·고교 후배, 프로와 상무 동기였던 허웅은 이승현과 같은 조건으로 전주 행을 선택했다. 이승현은 지난 5월 24일 입단 기자회견에서 "허웅에게 계속 전화해서 '같이 하자, 같이 뛰자, 돈은 우리가 우승해서 많이 벌면 된다'고 했다"고 전했다. 이승현은 “허웅과는 중·고교 선후배 사이고 국가대표팀에서도 자주 만났다. 오랜만에 한 팀에서 뛰게 됐다. 플레이 스타일을 서로 너무 잘 안다”고 했다. 그는 "난 오리온 시절 우승을 한 번 했지만, 웅이는 아직 무관이다. 정말 많이 우승하고 싶을 것"이라고 웃으면서 "계약 전까지 자주 통화했다. 웅이에게 같이 우승해보자고 했다”고 전했다. 두 스타를 동시에 영입한 KCC는 다음 시즌 큰 목표를 세웠다. 전창진 감독도 "누구도 무섭지 않다"며 강한 포부를 드러냈다. 이승현은 “이정현 형이 서울 삼성으로 이적했지만, 웅이가 스코어러 자리를 대신한다. 포스트 라인이 약했는데 내가 약점을 지워야 한다”고 다짐했다. 이승현은 “감독님이 화려한 농구를 하겠다고 하셨지만, 난 앞선과 뒷선의 중간다리 역할을 할 것이다. 화려한 스타일은 아니다"라면서 "어떻게든 팀이 이기는 데 초점을 맞춘다. 허웅과 호흡을 맞춰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겠다”고 말했다. KCC에는 든든한 아군이 더 있다. 베테랑 외국인 라건아다. 이승현은 “외국인 선수들을 전담 마크할 때 가장 힘든 선수가 라건아였다. '뛰는 농구'를 잘했다”며 “오리온에서는 골 밑을 홀로 막기 힘들었다. 이제 라건아도 있고 새 외국인 선수가 더해지면 부담이 줄어들 것 같다. 내 장점인 '도움 수비'를 잘 살릴 수 있을 것 같다”고 기대했다. 이승현은 "KCC 입단이 발표 난 후 많은 분이 축하 메시지를 전해주셨다.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계약 발표 후 바로 수술을 받아 걱정하시는 분들도 계시는데, 수술이 아주 잘 됐다. 시즌 첫 경기 출전을 목표로 열심히 재활 훈련을 하고 있다. 많은 기대와 응원을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아울러 그는 전 소속팀을 떠난 아쉬움도 전했다. 이승현은 "모기업이 떠나 고양 팬에게 죄송하다"며 "그동안 응원해주신 팬들께 감사드린다. 나중에 고양에서 상대 팀으로 만나더라도 격려해주시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차승윤 기자 chasy99@edaily.co.kr 2022.06.20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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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 허웅, '현' 허재 팀 대신 '감독' 허재 팀 KCC로

프로농구 현역 최고 인기 스타로 꼽히던 FA(자유계약선수) 가드 허웅(29·1m85㎝)의 행선지가 '감독' 허재가 활약했던 전주 KCC로 정해졌다. KCC는 23일 "FA 이승현 (30·1m97cm)과 허웅의 입단 기자회견을 24일 오후 2시 서울 서초동 소재 KCC 본사에서 연다"고 전했다. 용산고-연세대 출신인 허웅은 프로농구 현역 최고의 인기스타로 꼽힌다. 허웅은 얼리 드래프트로 나온 2014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5순위로 원주 DB에 입단, 프로농구를 상징하는 스타로 성장했다. 최근 3시즌 연속 인기상을 받았고, 지난 시즌에는 올스타 투표에서 이상민 전 서울 삼성 감독의 역대 최고 기록(12만354표)을 경신한 16만3850표를 득표했다. 인기뿐 아니라 실력도 계속 성장해 이번 시즌 평균 16.7점 4.2어시스트 2.7리바운드를 기록하고 베스트5에 선정됐다. 몸값을 최대로 끌어올리고 FA 시장에 나선 그를 아버지 허재가 최고 책임자로 부임한 고양 데이원자산운용이 영입할 것이라는 추측이 많았다. 그러나 허웅의 최종 행선지는 KCC였다. 허웅과 KCC는 아버지 허재와의 인연으로 연결돼 있다. 그는 지난 2005년부터 2015년까지 10시즌을 지휘하며 두 차례 챔피언결정전 우승(2008~09, 2010~11시즌)을 차지했다. 허웅이 나온 2014 신인 드래프트 때도 당시 감독으로 허웅의 지명을 고민했지만, 결국 아들이 아닌 김지후를 선택했던 일화는 유명하다. 당시 허웅의 행선지였던 DB 역시 허재의 은퇴 팀이라는 인연이 있었다. 드래프트 이후 8년이 흐른 끝에 결국 KCC 유니폼을 입게 됐다. 한편 '큰 손' KCC는 허웅과 함께 역시 FA 최대어로 꼽히던 포워드 이승현도 영입했다. 이승현은 용산고-고려대를 졸업 후 고양 오리온(데이원자산운용의 전신)에 입단해 2014~15시즌 신인왕, 2015~16시즌 챔피언결정전 MVP(최우수선수)를 수상한 프로농구 대표 빅맨이다. 아주 큰 신장은 아니지만, 외국인 선수와 골 밑 싸움에서 버틸 수 있는 파워에 슛 능력까지 갖췄다. 주장으로 고려대 농구부 전성기를 이끌어 생긴 '두목 호랑이'라는 별명도 있다. 강을준 전 오리온 감독에게는 '고양의 수호신'이라는 찬사를 받기도 했다. 같이 입단한 두 사람의 인연도 관심사다. 용산고 1년 선후배인 두 사람은 대학 시절에는 라이벌 학교로 경쟁을 펼쳤고 같은 해 프로에 입단했다. 이후 상무에서 입대 동기로 군 복무를 함께 했고 지난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때는 국가대표로 합을 맞추기도 했다. 고교 시절부터 이어진 인연이 프로에서 다시 만나게 됐다. 차승윤 기자 cha.seunyoon@joongang.co.kr 2022.05.23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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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 맞춰지는 LG, 6강이 보인다

프로농구 창원 LG가 6강을 향해 한발짝 더 나아갔다. LG는 지난 18일 안양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1~22시즌 프로농구 정규리그 4라운드에서 82-79로 승리했다. 시즌 15승 18패(승률 0.455)로 7위를 달리는 LG는 공동 5위 원주 DB와 고양 오리온과 승차를 1경기(18일 기준)까지 줄였다. LG의 주축 이관희(34·1m90㎝), 이재도(31·1m80㎝), 아셈 마레이(30·2m2㎝)의 활약이 컸다. 이관희는 3점 슛 5개를 포함해 29점 5리바운드를 기록했다. 후반에만 18점을 몰아쳤고, 78-78 동점 상황에서 종료 38.3초 전 풀 업 점프 슛에 성공해 역전 결승 득점의 주인공이 됐다. 골 밑의 수호신이었던 마레이는 17점 16리바운드를 기록했다. 자유투로 막판 동점을 만들며 이관희의 역전 득점을 도왔다. 이재도도 빠른 드리블로 KGC의 수비를 돌파, 두 사람의 뒤에서 힘을 보탰다. LG는 시즌 초까지만 해도 최하위 후보 중 하나였다. 지난 시즌에는 창단 첫 최하위를 기록했다. 시즌 후 내부 FA(자유계약선수) 이관희, 외부 FA 대어 이재도와 계약했고 이집트 국가대표 출신 외국인 선수 아셈 마레이를 영입했다. 그래도 플레이오프 진출권 팀으로는 평가받지 못했다. 1라운드에서 2승 7패, 최하위에 그쳤다. 이관희, 이재도, 마레이 모두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시즌을 소화할수록 달라졌다. LG는 2라운드 4승 5패를 거두며 서울 삼성을 제치고 최하위에서 탈출했다. 이어 3라운드 5승 4패로 라운드 5할 승률을 넘겼다. 지난 시즌 조성원 감독이 부임한 이후 첫 기록이다. 4라운드에는 4승 2패로 치고 나가는 중이다. 대구 한국가스공사, 오리온, 안양 KGC 등 중상위권 팀들 상대로 의미 있는 승리를 거뒀다. 득점력과 팀플레이 모두 갈수록 좋아지고 있다. 이관희는 시간이 갈수록 득점력을 끌어올리는 중이다. 1~2라운드 평균 14.6점을 기록했던 그는 4라운드 평균 득점이 18.5점까지 올라왔다. 지난 16일 열린 2021~22시즌 프로농구 올스타전에서는 3점 슛 콘테스트에 출전해 우승도 거뒀다. 후반기 첫 경기인 KGC전에서 29점을 내며 뜨거운 슛 감각을 이어갔다. 마레이 역시 LG의 주축으로 완전히 자리 잡았다. 높은 신장과 리바운드 능력 덕에 상대 팀의 견제 대상으로 떠올랐다. 18일 경기에서도 김승기 KGC 감독이 경계대상 1호로 꼽을 정도였다. 조성원 감독은 “마레이가 잘하는 비결은 집중력이다. 키가 크다고 리바운드를 잘 잡는 것이 아니다”라며 “상당히 부지런한 선수다. 고맙다. 밥이라도 한 번 사줘야 하는데 코로나19 때문에 못 해주고 있다”고 웃었다. 이재도를 포함해 셋의 호흡도 좋다. 이관희는 “이재도와 뭉치면 더 잘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농구장 밖에서는 사적으로 친해지려고 노력한다. 서로 친밀해지니 농구장에서 말 한마디만 해도 마음이 통하게 됐다”고 전했다. 마레이도 "이재도, 이관희와 픽 게임에 대해 어떤 시점에서, 어떤 사이드에서 하길 원하는지 알아가고 있다. 훈련만 해서 되는 것이 아니다. 경험을 통해 좋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축 3인방의 조각을 맞춘 LG는 6강 진입을 눈앞에 뒀다. 이관희는 “6강 경쟁팀인 DB와 오리온은 워낙 좋은 팀이다. 방심할 때가 아니다”라며 “다가오는 수원 KT전, 오리온전, 삼성전이 굉장히 중요하다. 최소 2승 1패를 거둔다면 6강 안정권에 들 거라 본다”고 다짐했다. 차승윤 기자 cha.seunyoon.joongang.co.kr 2022.01.19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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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현 21점' 오리온, 상대 3연패 끊고 선두 KT 격파

프로농구 고양 오리온이 ‘수호신’ 이승현(30·1m97㎝)의 활약에 힘입어 KT전 3연패를 끊어내고 단독 5위에 복귀했다. 오리온은 10일 고양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1~22시즌 프로농구 정규리그 4라운드에서 수원 KT를 89-81로 꺾었다. 이날 승리한 오리온은 시즌 15승(16패)째를 거두며 원주 DB를 제치고 0.5경기 차 단독 5위에 복귀했다. 3라운드까지 KT에 전패했던 오리온은 4라운드 만에야 상대 첫 승을 거뒀다. 반면 패한 KT는 시즌 9패(23승)를 기록하며 서울 SK에 1위를 내주고 2위로 내려앉았다. 고양 수호신 이승현이 다시 한번 오리온의 골 밑을 지켜냈다. 23점 8리바운드를 기록했고, 야투 성공률이 60%로 훌륭했다. 빅맨 라이벌인 고려대 후배 하윤기가 매치업으로 붙었지만, 완전히 막아내지는 못했다. 이승현과 함께 이대성이 25점 7어시스트로 팀 내 최고 스코어러다운 활약을 이어갔다. 둘이 함께 48점을 몰아쳤다. KT는 한희원으로 이대성과 이승현을 매치업했지만 막아내지 못했다. 1쿼터에만 13점을 기록하는 등 이대성은 폭발적인 득점력으로 KT에 우위를 점했다. 오리온은 머피 할로웨이가 16점 10리바운드, 조한진이 11점으로 승리에 힘을 보탰다. KT는 센터인 캐디 라렌이 35점 15리바운드, 하윤기가 14점 5리바운드로 활약했지만, 3쿼터 후반부터 급격하게 무너지며 오리온에 승기를 내줬다. 이날 양 팀의 턴 오버 차이는 승패를 가르는 결정적 요인 중 하나였다. 오리온이 단 6개만 범한 반면, KT는 3쿼터까지 10개, 총 12개를 범하며 번번히 기회를 놓치는 모습을 보였다. 마지막 점수 차를 벌려낸 것도 이승현이었다. KT는 4쿼터 마지막 맹추격을 펼쳐다. 4쿼터 중반 18점 차까지 뒤처졌던 KT는 경기 종료 6분 17초를 남겨놓고 허훈의 3점 슛으로 마지막 추격을 시작했다. 라렌이 13득점을 연속으로 성공하며 양 팀의 점수 차는 6점까지 줄어들었다. 투 포제션 게임으로 좁혀졌을 때 이승현이 마지막 추격의 흐름을 끊었다. 이승현은 엘보우 점퍼로 정면 슛을 더하며 KT의 추격을 끊고 이날 승리에 쐐기를 박았다. 이승현은 경기 후 인터뷰를 통해 “1위팀 상대로 승리해 더 큰 의미 있었다”며 “오리온이 상위권 팀한테 이기지 못한다는 편견을 부술 수 있는 경기가 된 것 같아 기분 좋다”고 기뻐했다. 그는 이어 맞수로 붙은 후배 하윤기에 대해 “팀 동료들이 도와줘 이겼다”면서도 “윤기가 워낙 잘해주고 있지만, 경쟁상대로서 어떻게든 막아야 한다. 다음 라운드에서도 막아보겠다”며 각오를 전했다. 고양=차승윤 기자 차승윤 cha.seunyoon.joongang.co.kr 2022.01.10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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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 수호신' 이승현 “빅맨 후배들이 넘기 힘든 선배 되고 싶어”

지난 4일 고양 실내체육관에서 만난 이승현(30·고양 오리온)은 ‘고양 수호신’이라 불린다. 내로라하는 장신 외국인 선수들이 덤벼드는 골 밑을 지켜온 그에게 강을준 감독이 붙여준 별명이다. 이승현은 "감독님은 우리 팀의 대장 아니신가. 대장이 그렇게 얘기해 주면 당연히 기분좋다"며 "한편으로는 책임감도 더 생긴다. 감독님 덕분에 동기 부여를 받고 있다"며 웃었다. 2014년 데뷔한 이승현은 리그를 대표하는 토종 빅맨 중 하나다. 그동안 많은 빅맨 유망주들이 프로 무대에서 외국인 선수의 벽을 넘지 못했다. 이승현은 달랐다. 특유의 파워로 신인 때부터 상대 외국인 선수를 마크하며 오리온의 골 밑을 지켰다. 부상 선수들의 이탈과 외국인 선수 미로슬라브 라둘리차가 부진으로 이탈한 올해는 그의 비중이 더 커졌다. 그가 2015~16시즌 이후 가장 긴 경기당 평균 34분 35초(4일 기준)를 뛰면서 '혹사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승현은 “사실 요즘은 체력 부담이 많이 줄어들었다”며 “신인 시절부터 우리 팀에는 빅맨 외국인이 별로 없었다. 내가 외국인 선수들을 전담 마크해야 했다. 이번 시즌에는 빅맨인 머피 할로웨이 선수가 있어 부담이 덜하다”고 했다. 그는 “수비 부담이 줄어든 대신에 공격과 수비 모두 활동량을 넓혔다”고 전했다. 긴 출장시간에도 그가 평균 득점(14.2점), 야투 성공률(49.3%), 자유투 성공률(91.5%) 모두 커리어하이를 기록하는 이유다. 2014년 데뷔 후 커리어 내내 기라성 같은 외국인 선수들을 상대해온 그가 뽑은 최고의 상대는 라건아(전주 KCC)다. 그는 “라건아는 답이 없다. 속공에 리바운드에 파워까지 ‘넘사벽’이다”라며 “그를 상대할 때는 손 뻗어서 방해하고 파울 받는게 최선이다. 자유투 하나라도 안 들어가면 성공”이라며 웃었다. 국내 대표 빅맨답게 이승현은 후배들에는 '넘어야 할 산'이다. 신인왕 후보로 꼽히는 하윤기(수원 KT)는 이승현과 첫 맞대결 후 “역시 두목 호랑이(이승현)는 다르다. 힘이 장난이 아니다”라고 떠올리기도 했다. 하윤기는 지난 12월 28일 이승현과 3라운드 맞대결을 펼친 후 “안 밀릴 수 있는 자신감이 생긴 것 같다”고 다시 한번 도전장을 던졌다. 후배의 도전에 이승현의 답은 진지했다. 이승현은 “윤기는 저보다 더 크게 될 선수”라면서도 “그래도 지는 해가 되고 싶지는 않다”고 응전했다. 그는 “은퇴하는 날까지 모든 후배가 내 라이벌이다. 후배들의 발판이 되지 않겠다”며 “계속 어려운 상대로 남고 싶다. 코트에서 상대로 만나는 이상 지고 싶지 않은 게 제 승부욕”이라고 했다. 이승현은 ‘골 밑은 전쟁터”라고 묘사했다. 그 전쟁터에서 이승현을 살아남게 한 무기는 슛, 그리고 투지다. 그는 “하드웨어만 좋다고 프로에서 성공할 수 없다”며 “농구 기술 한 가지만큼은 장착해야 한다. 난 수비와 미드레인지 슛 덕분에 지금까지 버텼고 더 발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승현은 “한 가지 더, 골 밑은 몸싸움이 일어나는 전쟁터다. 밀리지 않으려면 투지와 근성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나보고 힘이 좋다고들 하는데, 힘이란 건 결국 상대에게 밀리지 않고 파이팅 있게 플레이하는 투지의 결과물”이라고 했다. 그는 궂은일을 도맡아 하고 벅찬 상대와 붙으며 커리어를 보냈다. 개인 성적이 아주 화려하진 않지만, 농구팬들은 이승현에게는 '기록으로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있다고 치켜세운다. 이승현은 “마음가짐이랄까. 경기를 하면 항상 모든 동료를 도와주고 싶다는 생각부터 든다”며 “성격 자체가 그렇다. 엄마 같은 캐릭터라고 해야 하나”며 웃었다. 올 시즌을 마치면 이승현은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는다. 하지만 그는 “주변에서 FA 얘기를 많이 하지만 시즌 끝날 때까지는 조금도 신경 쓰지 않겠다”며 “농구를 오래 하긴 했구나는 생각만 들더라. 지금은 오리온이 어떻게 하면 이겨서 더 올라갈 수 있을까 생각만 한다”고 밝혔다. 시즌 반환점을 돈 이승현의 제1 목표는 전 경기 출장이다. 그는 “신인 때 빼고 54경기를 다 뛴 적이 없더라”며 “54라는 숫자는 전 시즌을 잘 치렀다는 증거다. 부상 없이 끝까지 마무리하고 싶다”고 다짐했다. 그는 이어 “개인 기록 욕심도 물론 있다”라며 “시즌이 끝났을 때 팬들께서 시즌을 되돌아본 후 '이승현이 이번 시즌 업그레이드가 됐구나' 하고 떠올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차승윤 기자 2022.01.05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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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 계신 외할머니를 위해" 투혼 발휘한 고양 오리온 이승현

“나만 보면 어떻게든 밥 한 번 더 먹이려고 하셨던 분이다. 곁을 못 지켜서 죄송스럽다.”프로농구 고양 오리온은 26일 고양체육관에서 열린 2021~22시즌 정규리그 경기에서 서울 삼성을 66-64로 꺾었다. 이날 승리로 4연패 뒤 2연승을 달린 리그 4위 오리온은 다소 격차가 벌어졌던 선두권 싸움에 다시 끼어들었다.‘고양의 수호신’ 이승현(29·1m97㎝)이 승리 주역이었다. 이승현은 14점, 9리바운드, 5어시스트로 맹활약했다. 1쿼터에 7점을 기록한 후 2·3쿼터에서 무득점으로 침묵했지만, 삼성이 끈질기게 추격한 4쿼터에 7점을 올리며 값진 승리를 이끌었다. 특히 64-64로 팽팽히 맞서던 경기 종료 직전에는 결승 득점에 성공한 최승욱에게 패스를 건네줘 승리에 공헌했다.올 시즌 출전 시간이 많은 이승현이다. 경기당 평균 34분 26초를 뛴다. 26일 기준 리그 2위. 오리온은 현재 한호빈, 김강선, 최현민 등이 부상으로 전력에서 빠져있다. 벤치 멤버의 로테이션 가동 제약으로 주전 선수들의 출전 시간이 늘어났다. 이승현은 지난 24일 울산 현대모비스전에서 49분 50초를 소화했지만, 이날 경기에서도 39분 57초 동안 코트에 있어야 했다.그런데도 이승현은 팀 내 주축인 선수이기에 남다른 책임감을 가졌다. 그는 “체력적으로 당연히 힘들다”면서도 “팀이 어려운 상황이다. 선수는 코트에서 뛰는 게 당연하다. 힘들지만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을준 오리온 감독도 “선수들이 고생이 많다. 부상 선수가 많다 보니 가동 인원이 적은 게 힘들다”며 주전 선수들의 노고를 에둘러 칭찬했다.이승현이 경기에서 분투한 이유는 하늘에 계신 외할머니를 위해서이기도 했다. 최근 외조모상을 당한 그는 시즌 일정으로 빈소에 오래 머물지 못했다. 비록 빈소를 계속 지키지 못했지만, 이승현은 수훈 선수로 선정돼 기자회견에 나서 외할머니와의 마지막 추억을 간직하는 게 뜻깊다고 느꼈다. 부모가 맞벌이였던 이승현은 학창 시절 외할머니의 보살핌을 받으며 자랐다.이승현은 “외할머니께서 돌아가셔서 지금 어려운 마음이다. 이 자리를 빌려서 지금 빈소에 지키고 있어야 하는데 죄송스럽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며 어렵게 입을 뗀 뒤 “2연승을 거둔 건 모두 외할머니 덕분이다. 좋은 곳에서 계셨으면 한다. 편안하게 가셨다고 하니 마음이 놓인다”고 했다. 이승현은 경기 종료 후 바로 빈소로 향했다.김영서 기자 kim.youngseo@joongang.co.kr 2021.12.27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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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희정부터 김훈까지, 프로농구 역대 신인왕의 역사

프로농구 신인들이 알토란 같은 활약으로 소속팀을 웃게 하고 있다. 올 시즌 신인 한 경기 최다 득점 기록(19점)을 세운 오재현(22·서울 SK)과 6일 서울 삼성전에서 19득점을 몰아치며 타이기록을 작성한 이윤기(24·인천 전자랜드)는 지난해 김훈(25·원주 DB)에 이어 두 시즌 연속 2라운드 출신 신인왕 탄생 가능성을 예고하고 있다. 여기에 1라운드 2순위 박지원(23·부산 kt)과 6순위 윤원상(23·창원 LG)이 뒤를 쫓고, 부상 중인 전체 1순위 차민석(20·서울 삼성)과 출전 시간이 아직 적은 한승희(23·안양 KGC인삼공사)까지 가세하면 경쟁은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신인들의 활약은 리그 흥행을 위해 고군분투 중인 KBL에 반가운 일이다. KBL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악재로 인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역대급' 순위 싸움으로 재미는 한껏 끌어 올렸는데, 경기가 무관중으로 치러지면서 팬들의 관심을 끌기 쉽지 않다. 프로 무대에 등장한 샛별들의 활약은 그 자체로 활력소가 된다. 역대 프로농구 신인왕들의 면면은 화려하다. 신인왕 출신의 선수들은 데뷔 시즌은 물론, 그 뒤로도 꾸준히 활약하며 스타로 성장하는 경우가 많았다. KBL에서는 1997~98시즌 초대 신인왕에 오른 주희정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총 23명의 신인왕이 탄생했다. 연습생 출신 주희정은 원주 나래(현 DB)에 입단, 프로농구 원년 최연소 선수 기록을 썼다. 주희정은 이후 서울 삼성-안양 KT&G(현 KGC인삼공사)-서울 SK, 그리고 다시 삼성을 거쳐 KBL 최초로 20시즌, 1000경기 출장이라는 대기록을 썼다. 삼성의 프랜차이즈 스타 이규섭(2000~01), '천재'로 불린 김승현(2001~02), 리그 최고의 토종 빅맨으로 골 밑을 지배한 김주성(2002~03), 꾸준함을 앞세워 올타임 레전드로 꼽히는 양동근(2004~05), 한국인 최초 미국프로농구(NBA)에 진출했던 하승진(2008~09), KGC인삼공사의 대들보 오세근(2011~12), 프로농구 FA 역대 최고액의 주인공 김종규(2013~14), 고양 오리온의 '수호신'으로 거듭난 이승현(2014~15) 등도 신인왕 출신이다. 주희정·신기성·김승현·김주성·양동근·오세근(2016~17)은 신인왕 출신으로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에도 올랐다. 지난몇 년간은 신인왕에 대한 논란도 있었다. 2018~19시즌 신인왕이었던 변준형(KGC인삼공사)을 제외하면 신인왕을 받을 만한 선수가 없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특히 2019~20시즌에는 신인왕 수상 자격이 있는 후보들이 모두 큰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다. 김훈이 수상하긴 했지만, 일각에서는 신인왕 관련 규정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도 계속 이어졌다. KBL이 올 시즌 신인들의 이른 활약을 반기는 이유다. 김희선 기자 kim.heeseon@joongang.co.kr 2021.01.0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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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는 집' 오리온, SK전 완승… 트레이드 후 4연승 질주

고양 오리온이 6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20~21 현대모비스 프로농구 서울 SK와의 경기에서 96-78로 승리, 4연승을 달렸다. 오리온에 패한 SK는 단독 선두 탈환에 실패했다. 오리온의 완벽한 승리였다. '수호신' 이승현이 1쿼터에만 10득점을 쏟아부으며 22-18 리드를 이끌었고, 2쿼터에는 코트를 밟은 선수들이 골고루 득점을 올리며 대거 27득점을 뽑아냈다. 전반 종료 시점에 이미 49-37로 점수가 크게 벌어졌다. 점수 차는 갈수록 더 커졌다. 오리온은 특히 3쿼터에만 6개의 3점슛을 림에 꽂아 넣으며 SK의 내·외곽을 초토화했다. 이종현은 프로 데뷔 이후 처음으로 3점슛을 성공하는 기록도 썼다. 4쿼터 이대성의 자유투 2구가 모두 성공하며 점수 차는 20점까지 벌어졌다. SK 자밀 워니는 30점(4어시스트)을 올리는 원맨쇼를 펼쳤다. 그러나 이대성(17득점 12리바운드), 이승현, 디드릭 로슨(이상 16득점), 한호빈(11득점) 등 4명이 두 자릿수 득점을 올린 오리온을 이길 수 없었다. 강을준 오리온 감독은 "감독이나 코치가 필요 없는 경기였다. 공격에서 지시했던 것들이 모두 잘 이뤄졌다"며 "부산 kt와 홈 경기 이후, 올 시즌 두 번째로 가장 편안하게 본 경기"라며 만족해했다. 문경은 SK 감독은 "2쿼터에서 점수가 벌어진 것이 패배의 원인이다. 포지션별 맞대결에서 완패했다"고 씁쓸한 소감을 전했다. 잠실=김희선 기자 kim.heeseon@joongang.co.kr 2020.12.0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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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승현-이종현, “수호신과 보좌관 넘어 오리온의 두 기둥 돼야죠”

"기둥이 하나만 있으면 무너지는 법이잖아요. 저(이승현)랑 (이)종현이가 오리온을 양쪽에서 지탱하는 두 기둥이 돼야죠." 고양 오리온의 '수호신' 이승현(28)은 얼마 전 든든한 '보좌관'을 얻었다. 대학 시절 후배이자 친동생과 다름없는, 가장 아끼는 후배 이종현(26)과 한솥밥을 먹게 된 것이다. 리그 재개를 앞둔 지난달 26일 고양체육관에서 일간스포츠와 만난 이승현은 "프로에서 종현이와 한 팀에서 뛸 가능성은 '로또 1등'에 당첨될 확률이라고 생각했다. 오죽하면 우리가 '선수 생활 말년에 서로 1억원씩 걷어 같은 팀에서 뛰자'는 얘기까지 했다. 이렇게 만나게 되니 그저 좋다"며 씩 웃었다. 두 사람의 인연은 꽤 옛날로 거슬러 올라간다. 중학생 시절 이종현이 이승현에게 "친해지고 싶어서 연락드렸다"고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는 일화는 꽤 유명하다. 그렇게 시작된 인연은 고등학교 시절 청소년대표팀을 거쳐 고려대에서 꽃을 피웠다. 이승현과 이종현이 손발을 맞춘 고려대는 대학 무대를 평정했다. 두 선수는 각각 2014년과 2016년 KBL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오리온과 울산 현대모비스에 지명됐다. 이승현의 말처럼, 프로에서 소속팀이 갈린 두 선수가 다시 만날 확률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지난달 오리온이 현대모비스, 전주 KCC와 삼각 트레이드를 통해 이종현을 영입하면서 '안암골 호랑이'들이 고양에서 재회했다. 이승현은 "기사가 나왔을 때만 해도 (확정된 게 아니니까) 뜬금없다고 생각했다. 그날 경기가 있었는데, 감독님이 '트레이드를 준비하고 있었다'고 얘기해주셔서 그때 알았다"며 "종현이가 어떤 선수인지 알기 때문에 우리 팀에 와서 꽃필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떠올렸다. 이종현은 "강을준 감독님이 하신 말처럼 정말 '전생에 우린 부부가 아니었나' 싶다. 프로에서는 절대 한 팀에서 못 만날 거라고 했다. 이렇게 트레이드가 될지 몰랐다"며 웃었다. 이승현과 이종현의 '한솥밥 효과'는 대단했다. 프로 데뷔 후 줄곧 부상에 신음하던 이종현은 오리온 이적 후 2경기에서 부활의 신호탄을 쐈다. 오리온은 기세를 몰아 2연승을 달리고 휴식기를 맞았다. 부상으로 인해 프로 무대에서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던 이종현의 활약은 오리온의 미래에 대한 기대감을 끌어 올렸다. 이종현은 "오리온에 와서 처음엔 긴장 됐지만, 강을준 감독님이 자신감을 많이 심어주셨다. '잘하려고 하지 말고 잘할 수 있는 걸 하던 대로 하라'고 말씀해주셔서 첫 경기부터 수월하게 치른 것 같다"고 미소를 보였다. 강을준 감독은 "이종현이 리바운드해주고, 블록 한두 개씩 해주고…. 그 정도만 해도 좋다. 올 시즌은 70%만 해줘도 '생큐'다. 65% 정도만 나와도 좋을 것"이라는 말로 그의 부담을 덜어줬다. 휴식기 이후 가장 주목받는 건 이종현의 가세로 완성된 오리온의 '트리플 포스트'다. 이미 서울 삼성전, 인천 전자랜드전에서 선보인 바 있다. 이승현(197㎝)과 이종현(203㎝)에 외국인 선수 제프 위디(211㎝) 또는 디드릭 로슨(202㎝) 중 하나를 동시에 기용한 것이다. 세 명의 빅맨을 코트에 풀어놓으면, 과거 원주 동부(현 DB)의 '동부산성' 못지않다는 평가다. 여기에 가드 이대성(190㎝)과 슈터 허일영(195㎝)까지 가세하면 전원 190㎝ 이상의 '빅 라인업'이 꾸려진다. 어느 팀이라도 막기 어려운 높이의 '오리온 산성'이 구축되는 셈이다. '오리온 산성'이라는 말에 강을준 감독은 반 농담처럼 "우리는 '카피(copy)'를 싫어한다. 오리온 산성 말고 용암수처럼 치솟는 높이라고 해달라"고 주문했다. 이승현도 "우리는 세 명 모두 빅맨이 뛰기 때문에 스타일이 '동부산성'과 많이 다르다"고 고개를 저었다. 오리온의 트리플 포스트가 제 위력을 발휘한다면 우승 후보로 떠오를 수 있다. 그래서 강을준 감독은 2주 남짓한 휴식기 동안 이들의 이들에게 더 세밀한 움직임을 요구했다. 이승현은 "위디, 로슨과 호흡을 맞춰서 계속 연습했다. 감독님이 원하시는 대로 트리플 포스트일 때 리바운드를 무조건 가져오려고 한다"며 "이게 잘 통한다면 골밑 승부에서는 9개 구단 어느 팀에도 밀리지 않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종현이 합류하면서 이승현의 어깨가 가벼워진 건 틀림없다. 이종현이 오기 전까지 이승현은 팀내 출전시간 1위를 기록 중이었다. 강을준 감독이 붙여준 '수호신'이라는 별명에는 팀을 위해 헌신하는 이승현에 대한 고마움과 미안함이 동시에 담겨있다. 스스로 '보좌관'을 자처한 이종현이 반가운 이유다. 이승현은 "(종현이가 왔으니까) 이제는 말할 수 있다. 당연히 그동안 힘들었다"며 웃고는 "나 혼자였기 때문에 책임감과 부담감이 컸다. 이제 종현이가 뒤에서 받쳐주니까 든든한 아군을 얻었다"고 말했다. 이종현도 "승현이 형 대신 뛰든, 같이 뛰든 몇 분을 뛰더라도 믿음을 줄 수 있는 플레이를 하겠다. 승현이 형의 존재감이 워낙 크니까 내가 다 채우지 못하더라도, 날 믿고 편하게 뛸 수 있도록 열심히 할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휴식기 동안 전력을 가다듬은 오리온은 6강 이상을 바라보고 있다.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고양의 수호신' 이승현과 '수호신의 보좌관' 이종현의 활약이 필수불가결하다. 둘에 대한 기대가 큰 만큼 부담도 클 수밖에 없다. 이승현은 "나와 종현이는 늘 관심과 기대를 받아왔고, 그만큼 책임감과 부담감도 크다. 혼자였다면 아주 힘들었겠지만 둘이라서 서로 부담과 책임을 덜어줄 수 있다는 게 행운이고, 축복 같다"고 말했다. 이어 이승현은 "언제나처럼 내 일을 하겠지만, 그보다 먼저인 건 '역시 이종현이다, 이종현이 죽지 않았다' 소리를 듣는 것"이라며 동생에 대한 애정을 전했다. 이승현은 또 "기둥이 하나면 무너질 수도 있다. 양쪽으로 기둥이 버티고 있어야 무너지지 않는 법"이라며 "종현이가 이번 시즌을 잘 보내고, '보좌관'이 아닌 기둥이 되어주면 우리 팀은 누구도 대적할 수 없는 강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양=김희선 기자 kim.heeseon@joongang.co.kr 2020.12.0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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