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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정치 발언 금기 깬 '삼성가', 대통령 선거 출마 '현대가'

최근 기업과 정치권의 갈등이 부각되고 있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불 지핀 ‘멸공’ 논란은 정치적 공방으로 번졌다. 또 정치권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화천대유 대장동 사건’에 끌어들였다. 어쩌면 기업가에게 필연적인 정치권과 연루된 사건들을 통해 삼성가와 현대가의 상반된 성향을 짚어봤다. 금기 깬 삼성가, 정치권과 갈등 20일 재계에서는 정용진 부회장의 ‘멸공’ 공방은 총수들의 정치적 발언 금기를 깬 사례라고 입을 모은다. 공산주의를 멸한다는 뜻인 ‘멸공’은 정치적 공방으로 이어졌다. 이는 결국 신세계에 대한 불매운동과 신세계그룹주 주가 급락이라는 부정적인 결과를 낳았다. 정 부회장의 멸공 논란은 지난 6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이 들어간 기사를 인스타그램에 올리면서 불거졌다. 이어 대선 후보들이 진영의 논리로 활용하면서 정치적 공방으로 옮겨갔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정 부회장이 이끄는 이마트를 찾아 멸치와 콩을 구입하면서 멸공을 지지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 국민의힘 내에서 ‘멸공 인증 릴레이’가 벌어지는 등 논란이 확산됐다. 그러자 민주당 의원들은 “당분간 신세계백화점, 스타벅스, 이마트는 안 갈까 한다”고 저격했다. 멸공 논란이 가열되자 부담을 느낀 정치권도 수습에 나섰다. 이재명 대선 후보의 측근인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멸공 논란을 불러온 기업에 대한 불매운동도 자제했으면 한다”며 “기업 주가가 떨어져 개미 투자자가 손해를 봐서는 안 된다.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에서 최대 교역국인 중국을 불필요하게 자극하는 건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적었다. 정 부회장은 지난해에도 ‘미안하다. 고맙다’는 표현으로 정치적 논란을 야기한 바 있다. 지난 10일 정 부회장은 이마트 노조의 성명까지 나오자 더는 멸공 관련 발언은 하지 않을 것을 약속했다. 이봉의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난 18일 '대기업 컴플라이언스(준법감시) 개선 토론회'에서 멸공 논란에 대해 “신세계그룹의 총수가 아니라 대표이사가 이런 일을 벌였다면 사전에 조치가 있었을 것이다. CEO를 넘어선 총수 리스크를 잘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과거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소신 발언도 정치적 공방을 일으켰다. 이 회장은 1995년 4월 출장차 방문했던 중국 베이징에서 주요 언론사 특파원들과 오찬 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그는 김영삼 정부를 겨냥해 “우리나라의 정치력은 4류, 행정력은 3류, 기업 능력은 2류”라고 폭탄 발언을 했다. 당시 김영삼 대통령은 이 회장의 발언에 대해 “이건희 씨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결국 이 회장은 그해 ‘노태우 비자금 사건’에 연루되며 검찰 조사를 받았다. 100억원의 뇌물을 줬다는 혐의로 불구속 기소되는 등 곤욕을 치른 이 회장은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돼 실형을 선고받았다. 대선에도 출마…정치 참여 적극적인 현대가 삼성가와 달리 현대가는 정치 참여에 적극적이다. ‘왕회장’으로 불렸던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폭로에 이은 대선 도전에서 현대가의 성향을 읽을 수 있다. 정주영 명예회장은 1992년 박정희·전두환 전 대통령은 물론이고 노태우 대통령까지 수십억 원의 정치자금을 상납했다고 폭로했다. 이후 통일국민당을 창당한 정 명예회장은 제14대 대통령 선거에 출마했다. 당시 그는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고 경제대통령이 되겠다”는 각오를 드러냈다. 1년 남짓한 정 명예회장의 정치 도전은 실패로 마무리됐다. 제14대 대선에서 정 명예회장은 ‘아파트 반값’ 같은 파격적인 공약을 내걸었지만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에 이어 3위에 머물렀다. 정 명예회장은 1993년 의원직을 내려놓았다. 당시 김영삼 정권 때 정 명예회장은 대통령선거법과 특정경제가중처벌법 등을 위반한 혐의로 기소됐다. 또 현대그룹 역시 검찰 수사 등에 시달려야 했다. 정 명예회장은 정치권에서 물러섰지만, 그는 1998년 대북사업으로 역량을 드러냈다. 직접 소 떼를 몰고 판문점을 통과했고 금강산 관광 사업과 개성공단 사업에 주력하는 등 남북 관계 개선에 힘을 보탰다. 정 명예회장의 정치적 꿈은 6남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에게 투영됐다. 정 명예회장은 현대가에 정치인이 한 명은 있어야 된다고 생각했고,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정 이사장을 점 찍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 이사장은 1993년 미국존스홉킨스대 국제정치학 박사학위를 받기도 했다. 1988년 정 이사장은 제13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여당 공천을 뿌리치고 무소속으로 출마해 금배지를 처음으로 달았다. 이후 내리 7선을 역임했다. 정 이사장은 1992년 대선 때 아버지의 선거캠프에서 정치적 경험을 쌓기도 했다. 그는 1987년 현대중공업 회장직까지 올랐지만 정치적 야망을 위해 기업 경영에서 손을 떼기도 했다. 2002년 한일월드컵 성공 신화에 힘입어 제16대 대선 후보로도 출마했다. 국민통합21당 대표로 출마했던 그는 노무현 당시 민주당 후보와 단일후보 결정전에서 밀려 대선을 완주하지 못했다. 결국 노무현이 이회창 후보를 제압하고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정 이사장은 정권 교체에 힘을 보탠 격이 됐다. 현재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도 문재인 정권에서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정의선 회장은 지난해 7월 정부의 ‘한국판 뉴딜’ 발표에서 ‘그린 뉴딜’ 대표로 나와 문재인 대통령 앞에서 비전을 공개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현대차의 수소차·전기차와 관련해 “요즘 현대차, 수소차 부분은 내가 홍보모델”이라며 우호적으로 표현한 바 있다. 재계 관계자는 “과거 기업가에게 ‘정경유착’이라는 단어가 따라다녔다. 하지만 해외로 뻗어가며 투명해진 요즘 시대는 달라졌다”며 “재벌 1~2세대와 달리 3~4세대들은 역풍을 우려해서 정치적 성향과 발언에 더욱 조심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김두용 기자 kim.duyong@joongang.co.kr 2022.01.21 07:01
경제

월북 20대, 한달 전 유튜브서 "개성공단 폐쇄로 힘들어 탈북"

북한이 26일 개성으로 월북했다고 밝힌 탈북자로 추정되는 김모씨(24)는 채 한달도 되기 전인 지난 6월엔 유튜브에 출연해 자신의 탈북 경위를 상세하게 설명했다. 김씨는 지인인 탈북민 김진아씨의 유튜브 채널인 '개성아낙'에 여러 차례 출연해 2017년 6월 자신이 탈북하게 된 경위 등을 소상히 밝혔다. 지난달 23일 등록된 유튜브 영상에서 김씨는 탈북 계기와 관련, "개성공단이 깨지면서(문을 닫으면서) 살기가 힘들어 한국을 택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북에서) 장사를 했는데 개성공단 (폐쇄 이후) 잘 안 돼 금을 캐거나 약초를 캐봤지만 모두 잘 안 됐다"면서 "(어릴 때부터) 양쪽 귀가 잘 안 들린 것도 영향을 미쳐서 힘들고 희망이 안 보였다"고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이어 "그러다가 백마산(개성시 해평리 소재)에 올라가 3일간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지내다가) 마지막에 김포 쪽을 바라봤는데, 처음 보는 건 아니지만, 초저녁에 불빛이 반짝이는 게 너무 궁금해졌다"며 "죽기 전에 한번 가보기나 하자는 마음으로 (탈북을) 결심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개성공단 폐쇄로 개성의 모든 게 잘 안 돌아갔다. 공단에 다녀 우리를 많이 도와주던 고모네도 상황이 많이 안 좋아져 시골로 내려갔다"라고 말했다. 또 김씨는 "(한국에서 귀를 치료하고) 너무 감사했다"며 "고향의 어머니나 형제들에게 알려주고 싶단 서러움에 병원에서 눈물이 나더라"고 치료 당시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김씨는 3일 후인 26일 등록 영상에선 자신의 탈북 당시 상황에 대해 소개했다. 김씨가 북한 주장대로 월북했다면 탈북 경로를 되짚었을 가능성이 있다. 실제 김진아씨에 따르면 김씨는 17일 지인과 함께 교동대교 주변을 다녀간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유튜브에서 탈북 당시 상황에 대해 "2017년 6월 (백마산에서 내려와) 38선을 넘어가자고 마음을 먹었고, 고압선과 가시철조망을 밑으로 기어 두 차례에 걸쳐 넘었다"며 "지뢰밭이 나왔을 때는 나뭇가지를 꺾어서 발걸음마다 찌르면서 나아갔다"고 설명했다. 이어 "낮이라 갈대밭에 숨어서 세 시간 정도를 기어 다녔다"며 "갈대밭 오물 속에서 스티로폼과 밧줄을 발견했고 구명대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스티로폼으로 구명대를 만들어 준비해 놓고 밤이 되길 기다리는데, 눈으로 봤을 땐 한 시간 정도 소요될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한참 수영을 하다 보니 공장(으로 보이는) 큰 불빛이 보여 3시간 정도 헤엄을 쳤는데도 (남한) 군인들이 발견을 못 해서 죽겠구나 포기를 하고 있었다"고 소개했다. "그래도 한참 가다 보니 (무인도인) 유도(留島)가 보이더라. 거기를 지나니 군사분계선이 가깝다는 생각에 살려달라고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씨는 "한국 쪽에서 그 소리를 들었는지, 불빛을 비추고 차량이 오가는 게 보였다"며 "그걸 보고 어떻게든 나가보자고 생각해 결국 총 7시간을 버틴 끝에 땅에 올라서자 군사분계선 문을 열고 군인과 경찰 8명 정도가 나오더라"고 당시 상황을 묘사했다. 김씨는 "그때 나가자마자 쓰러졌다"며 "런닝셔츠만 입고 벌벌 떨고 있으니 (한국 군인이) 이불을 덮어주고 차에 태우곤 어디론가 데려갔다"고 밝혔다. 김상진·김다영 기자 kine3@joongang.co.kr 2020.07.27 08:53
경제

남북연락사무소 폭파한 北…정경두, 합참 지하에서 지켜봤다

북한이 개성공단 내 남북 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했다. 16일 군 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전 2시 50분쯤 육군 1군단 전방 지역에서 대형 폭발음이 들렸다. 폭발음이 일어난 곳은 개성공단이었다. 정부 관계자는 “육군이 감시장비를 통해 공단 안에 있는 4층짜리 남북 공동연락사무소가 완파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박한기 합참의장은 당시 합참 지하 지휘통제실에서 영상을 통해 북한의 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장면을 지켜봤다고 한다. 군 당국이 사전에 징후를 파악했다는 뜻이다. 앞서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은 지난 13일 “멀지 않아 쓸모없는 북남(남북) 공동연락사무소가 형체도 없이 무너지는 비참한 광경을 보게 될 것”이라고 폭파를 공개적으로 경고했다. 김여정의 발언은 사흘 만에 바로 실행된 셈이다. 이어 북한 인민군 총참모부는 이날 ‘공개보도’를 통해 “북남(남북)합의에 따라 비무장화된 지대들에 군대가 다시 진출하여 전선을 요새화하며 대남 군사적 경계를 더욱 강화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앞으로 개성공단을 만들면서 후방으로 뺀 일부 부대를 원위치할 가능성이 커졌다. 2003년 12월 개성공단 조성 공사를 시작하자 북한군은 6사단과 64사단, 62 포병여단을 송악산 이북과 개풍군 일대로 옮겼다. 남북연락사무소는 2018년 9월 14일 개성공단 안에 문을 열었다. 2005년 연 남북교류협력협의사무소의 건물을 177억원 들어 개ㆍ보수했다. 청사, 직원 숙소, 식당을 비롯한 편의시설 들로 이뤄졌다. 이와 관련, 국방부는 “개성공단 내 남북연락사무소 폭파 사안은 통일부에서 발표하기로 했다”며 “군 당국이 확인해줄 건 없다”고 말했다. 박용한ㆍ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2020.06.16 16:09
무비위크

"시작이 반" 평창남북평화영화제, 첫걸음 성공적 마무리

시작이 반이다. 첫 걸음은 그 의미만으로 남다르다.제1회 평창남북평화영화제가 20일 오후 열린 한국경쟁 부문 시상식을 마지막으로 폐막했다.지난 16일 개막한 이후 5일 동안, 평화의 메시지와 부합하는 총 33개국 85편의 영화를 상영한 평창남북평화영화제는 영화제 기간 동안 총 9개관에서 103회차 상영을 하며 1만1000여 명이 영화를 관람했고, 공연 및 전시, 이벤트에 2만 3천여 명이 참여해 총 3만4000명이 영화제를 방문했다.평창남북평화영화제는 첫회였음에도 북한 영화를 비롯해 다양한 영화들과 수준 높은 토크 프로그램, 질 높은 전시와 공연 등으로 큰 호응을 받으며 평화를 모토로 한 성공적인 영화 축제의 의미있는 출발을 알렸다.그 중 가장 주목 받았던 순간은 단연 16일 평창올림픽스타디움에서 펼쳐진 개막식이다. 1500여명이 초대된 개막식은 SNS을 통해 실시간 라이브로 방송됐으며 사회를 맡은 조진웅, 최희서 배우를 비롯해 수많은 국내외 감독 및 배우, 영화제 관련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개막식 시작 전 열린 평화로드 포토콜은 영화제의 상징인 보라색으로 꾸며져 시선을 사로잡았다. 영화제 명예이사장인 최문순 강원도지사와 서호 통일부 차관, 김동호 부산국제영화제 명예집행위원장을 비롯해 임권택 감독, 넬슨 신 감독, 안성기, 박정자 배우 등 각계 각층 여러 인사들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이어진 개막 축하 공연에서는 뮤지션 하림과 북한 출신 아코디언 연주자 이향, 무용수 양길호가 콜라보한 공연과 개막작 도 큰 호응을 얻었고, 개막식 이후 라마다 호텔에서 치뤄진 리셉션에도 550여 명이 참석해 영화제 개막을 축하했다. 평창과 강릉에서 치뤄진 이번 영화제는 평창올림픽스타디움 안에 위치한 임시 상영관 PIPFF 1, 2관을 비롯해 알펜시아 시네마, CGV 강릉, 강릉독립예술극장 신영 등에서 영화가 상영됐으며 스펙트럼, 평양시네마, POV : 지상의 난민, 기획전 : 분단 장르 영화에 대한 성찰, 여름 영화 산책, 강원도의 힘을 비롯한 다양한 섹션을 선보였다. 한국경쟁 부분 감독들을 비롯해 '왕후 심청' 넬슨 신 감독, '폴란드로 간 아이들' 추상미 감독, '웰컴 투 동막골' 배종 감독 등 수많은 감독들이 관객과의 대화를 위해 영화제를 찾았다. 평창올림픽스타디움에서 이루어진 야외 상영도 영화제의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 '라나와 보낸 여름' '스윙키즈' '무슬림이 되고 싶다고?' 등 야외상영은 도시에서 찾아볼 수 없는 신선한 밤 날씨와 함께 크게 사랑받았다. 그 중에서도 가장 주목 받은 것은 바로 북한 영화들이었다. 평창남북평화영화제의 이름과 성격에 걸맞는 다양한 북한 영화들이 영화제를 찾은 관객들에게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개막작 '새'를 비롯해 '봄날의 눈석이' '산너머 마을' '왕후 심청' 등 다채로운 작품들이 북한 영화에 대한 선입관을 깼다는 평. 이 영화들은 이념적인 색채와 거리가 먼, 분단과 이산 가족의 아픔을 다룬 휴머니즘 영화라는 점으로 주목받았다. 상영관은 북한 영화와 남북 교류 등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가 됐다. 특히 1980년 작 '최후의 증인' 상영 후 토크 이벤트로 진행된 '이두용 감독 마스터 클래스'와 '영광의 평양 사절단' 상영 이후 진행된 토크 이벤트 '북한에서 영화 찍기' 등은 큰 관심을 불러모았다. 실제로 북한에서 영화 작업을 했던 감독들을 비롯해 다양한 영화 관계자들이 모여 북한 영화와 현재의 상황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모습은 이후 평창남북평화영화제가 남북 문화 교류의 허브로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거라는 믿음과 희망을 가지게 했다. 분단 장르 영화의 효시적인 작품인 강제규 감독의 '쉬리' 리마스터링 상영도 크게 주목받았다. 한국영상자료원에서 만든 최초의 디지털 리마스터링 버전으로 개봉한지 20년 만에 처음으로 소개됐다. 이외에도 북한 관련 전시와 이벤트를 다양하게 선보였다. 유수, 이부록, 임흥순 작가의 작품을 박계리 큐레이터, 고혜진 어시스턴트 큐레이터가 참여한 '개성공단전 - 개성공단 사람들'을 비롯해, 남북관계의 특수한 상황과 역사 속에서 미처 하지 못한 말을 전하는 '세상의 끝과 부재중 전화 - 경계선의 목소리들' 전시, 최초이자 현재까지도 유일한 남북합작 장편 애니메이션인 '왕후 심청'의 제작 과정이 담긴 전시 등도 눈길을 끌었다. 특히 '세상의 끝과 부재중 전화 - 경계선의 목소리들'은 영화제가 끝난 후 수신된 메시지를 DMZ에 놓아주는 퍼포먼스를 준비 중이다. 아람 판 감독이 찍은 북한 영상을 토대로 만든 VR을 비롯해, 통일전망대 체험과 북한말 맞추기 퀴즈 게임, DMZ 동물 맞추기 게임 등 다양한 체험을 준비한 'KT AR 플레이 존'도 인기였다. 평창올림픽스타디움 야외마당에서는 북한 국민 카드 게임인 사사끼를 즐길 수 있는 '사사끼존'을 비롯해 '강숙과 캘리 그리고 평화'에서는 캘리그라피 체험 프로그램도 진행됐다. 전시를 찾은 관람객들은 '개성공단전 - 개성공단 사람들' 전시 중 하나였던 로보 다방에서 맛보는 북한 커피 한잔과 개성공단 작업복 체험을 보며 즐거워했고, 강숙 작가가 선보인 '강숙의 캘리쇼'도 대형 한지에 영화제 슬로건을 써 나가는 퍼포먼스로 큰 사랑을 받았다. 17일 평창올림픽스타디움 야외마당에서 펼쳐진 씨네 라이브 '손에 손잡고'는 단연 영화제의 밤을 수놓은 백미였다. 1988년 서울올림픽을 기록한 임권택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손에 손잡고'에, 조동희 음악감독이 이끄는 연주자들의 음악과 가수 장필순의 노래, 성우의 내레이션이 결합된 인상적인 무대로, 갑작스레 쏟아진 우천으로 예정보다 1시간 늦게 시작했지만 깊은 울림을 남기며 큰 감동을 남겼다. 18일에는 재즈 보컬리스트 웅산의 공연이 펼쳐져 많은 관객들이 신나는 공연을 즐겼으며, 평창스노우오케스트라와 어린이합창단도 깊은 감동을 남겼다. 공연 이후에 진행된 강릉 월화거리에서도 '팔로우 P: 버스킹 프로젝트' 다양한 장르의 버스킹 공연이 진행됐다. 그런가 하면 영화제 기간 강원도 DMZ 지역 청소년들을 비롯해 27명의 중, 고등학생이 2박 3일동안 참여한 '피스모모와 함께하는 청소년 평화아카데미' 역시 평화를 위한 다양한 활동과 콘텐츠로 이목을 집중시켰고, 강릉 경포생태습지공원에서는 강형욱 동물훈련사와 함께하는 '썸머댕댕런 in 강릉'이 펼쳐지며 반려견을 사랑하는 2,500여명이 참여했다. 영화제의 후원사인 테라로사 부스에서는 각국의 수준 높은 테라로사 커피를 맛볼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됐으며,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에서는 한반도 평화 굿즈 공모전 수상작인 풍이와 진이 캐릭터를 형상화한 조형물을 영화제 공간에 세우고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했다. 자유롭게 즉석에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치즈박스 포토 스팟도 사랑을 받았다. 영화제 마지막 날인 20일에는 평창올림픽플라자 2층에서 한국경쟁 부문 시상식이 열렸다. 영화제에서 구현하고자 하는 평화의 메시지와 가장 부합하는 작품을 선정한 심사위원 대상에는 박준호 감독의 '은서'가, 심사위원상에는 이시대 감독의 '사회생활', 여선화 감독의 '별들은 속삭인다'가 선정됐다. 문성근 이사장은 "경쟁 부문에 출품해 준 분들과 수상자 여러분 모두 축하드린다"며 "오늘 받은 상을 출발로 영화인으로서 크게 성장하길 바라고, 평창남북평화영화제도 함께 더욱 발전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방은진 집행위원장은 “닷새 동안의 영화제 기간이 너무 짧아 아쉽게 느껴진다”며 “개막식 직전 찾아온 태풍 '크로사'와 주말에 오락가락 쏟아진 비, 영동 지역의 폭염 등으로 진행이 원활하지 않은 경우도 많았지만 영화제 모토와 맞는 훌륭한 영화들과 수준 높은 공연, 전시, 이벤트, 아카데미 등을 관객들에게 선보일 수 있어 충분히 의미있었다”고 밝혔다. 평화를 주제로 한 다양한 영화와 프로그램으로 주목받았던 평창남북평화영화제는 20일 시상식을 마지막으로 더 힘찬 도약을 기약하며 닷새간의 일정을 마무리했다. 조연경 기자 cho.yeongyeong@jtbc.co.kr 2019.08.25 08:15
연예

강화도, 과거로 떠나는 여행

맨눈으로 바다 너머에 있는 북한 땅을 보니 기분이 묘해진다. 온 동네가 과거에 멈춘 듯한 느낌도 든다. 분단되기 전 북한과 교류가 활발했던 당시의 흔적을 보며 실향민들의 아픈 마음을 전해 들으니 먹먹해지기도 한다. 곧 통일될 것이라는 믿음으로 얼기설기 집을 지어 모여 살았다는 곳, 분단으로 아직도 민간인의 출입이 통제되는 곳, 인천광역시 강화군을 찾았다. 과거의 기억이 머무는 곳, 교동도 강화군 교동면에 들어가려면 검문소에서 해병 제2사단의 출입증을 받아야 한다. 민간인 통제선 너머에 있기 때문이다. 북한과 그만큼 가깝다는 의미기도 하다. 군인들에게 신분증을 제시하고 이름과 연락처를 적으면 차량 출입증을 발급해 준다. 차 내부를 검사하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 제법 긴장되는 경험이 아닐 수 없다. 강화도와 연결된 교동대교를 건너 조금 달리면 금세 ‘교동제비집’이 보인다. 교동도 여행의 출발은 이곳부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교동제비집은 KT에서 통신망이 불안한 교동도에 사회공헌활동으로 망을 구축해 주고, 최첨단 기술을 접목해 지어 준 관광 안내소다. 교동도에 제비가 많다는 데서 이름을 붙였다고 했다. 이곳에서는 교동도 관광 안내뿐 아니라 관광객이 직접 등장하는 사진으로 교동에서 연백까지 가상의 평화 다리를 만들어 볼 수 있고, 주인공이 돼 직접 교동신문을 발행해 보는 체험도 해 볼 수 있다. 교동제비집에서 5분도 채 되지 않은 거리에 위치한 ‘대룡시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윤경 인천관광공사 강화지사장은 “교동도 사람들의 고향은 대부분 황해도 연백군이었는데, 전쟁 때 내려와 고향 사람들과 모여 살며 생계를 꾸리게 된 곳이 대룡시장이 됐다”고 설명했다. 대룡시장은 아직 1970년대의 모습을 간직했다. 2014년 7월 교동대교가 개통되면서 이 정취를 느끼기 위해 관광객들이 주말이면 모이는 곳으로 떠올랐다. 대룡시장은 1960~1970년대의 이발관과 영화관의 모습이나 흑백사진을 통해 학창 시절로 돌아가 볼 수 있는 사진관까지 곳곳이 과거를 보여 준다. 특히 교동스튜디오는 추억의 옛날 교복을 입고 흑백사진을 남길 수 있는 체험 공간으로, 많은 관광객이 남긴 사진들이 가득해 눈길을 끌었다.또 대룡시장은 제비가 찾아오는 청정 지역이다. 관광 안내소가 교동제비집인 이유를 여기서 찾을 수 있다. 대룡시장에서는 돌아오는 제비들을 환영하듯 곳곳에 위치한 제비 모형을 볼 수 있다. 상점 처마 아래의 제비집들을 망가지지 않게 유지하는 것도 다시 돌아오는 제비들을 위한 배려일 것이다. 강화군은 이 재래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골목마다 ‘제비거리’ ‘조롱박거리’ ‘극장거리’ 등 골목을 구분해 뒀다. 이 골목들을 하나하나 찾아보는 것도 재미일 듯하다. 또 대룡시장 내 ‘동산약방’ ‘중앙신발’ ‘거북당’ ‘교동이발관’ 등 스탬프 투어도 가능하다. 강화에 남은 분단 이전, 그때 그 시절 대룡시장에서 30여 분간 달려 도달한 곳은 ‘강화평화전망대’다. 남한에서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북한 주민의 생활상을 육안으로 볼 수 있는 곳이다. 3층 조망실에 오르니, 망원경을 통해 북한 땅이 선명히 보였다. 맨눈으로도 바다 건너 북한의 하얀 집들이 모여 있는 모습이 보일 정도였으니, 가늠은 안 되지만 꽤나 가까운 거리일 것이다. 보이는 곳은 서면 개풍군 해창리와 삼달리, 송악산과 개성공단이 있는 개성시의 모습과 좌측에 과거 연백군으로 불렸고 연백평야가 넓게 펼쳐진 황해남도의 연안군과 배천군이 있다. 날씨가 좋을 때는 북한 주민들이 농사를 짓는 모습, 학교, 마을 회관이 보인다고 했다. 옹기종기 모여 있는 집들은 사람들이 살기도 하지만, 일부는 위장 마을이라는 설명도 나왔다. 겨우 2.3㎞를 두고 갈라진 한 민족의 현실이 와닿는 곳이다. 평화전망대의 이용료는 성인 2500원, 청소년·군인 1700원, 어린이 1000원이며 겨울철(12월~2월)에는 1시간 앞당겨 오후 4시에 매표를 마감한다.평화전망대 외에도 북한은 강화 곳곳에 남아 있다. 분단되기 이전에 북한의 개성과 교류가 활발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윤 지사장은 “개성 방직 기술자들이 강화에 방직공장을 세우면서 지금도 그 공장들이 곳곳에 남아 있다”고 말했다. 그중 ‘소창’이 당시 개성의 영향을 말해 준다. 소창은 아기들 기저귀감으로 썼던 직물을 말한다. 강화도는 소창 산업이 꽃피며 과거 섬유 산업의 중심지 역할을 하기도 했다. 1910년대 직물 기기가 개량되면서 한 집 건너 하나씩 직물과 관련된 일을 했을 정도라고 했다. 이후 1940년대 후반 ‘중앙방직’ ‘심도직물’ ‘이화직물’ ‘평화직물’ 등 유명한 직물 업체들이 모두 강화도에 터를 잡으며, 크고 작은 직물공장에서 인조견·넥타이·커튼직물·특수면직물 등을 생산했다. 이후 직물 산업의 중심지가 대구로 이전되면서 강화군은 당시의 심도직물 건물 굴뚝을 소창길 길목에 전시, 터는 용흥궁 공원으로 조성했다. 또 평화직물터를 인수해 현재 소창을 직접 만지고 만들어 볼 수 있는 소창 체험관을 마련했다.일본 가옥의 분위기가 풍기는 소창 체험관이다. 우연히 배우 장근석이 이곳에서 촬영한 것이 알려지며 일본인 관광객들이 다수 찾는 곳이 됐다. 여기에서 소창에 그림을 그려 손수건을 만드는 체험부터 직접 직물을 짜는 직조 체험까지 가능하다. 주말에는 강화도 특산품인 화문석과 특산차 체험을 시간대별로 마련해 두고 있으니, 이를 통해 강화도를 직접 느껴 보는 것도 좋다. 강화에서 역사 흔적 찾기도 강화도에서 가장 독특한 문화유산을 꼽는다면 대한성공회 강화성당을 이야기할 수 있다. 1896년 고종 때 강화에서 처음으로 한국인이 세례를 받은 것을 계기로 1900년 11월 15일 이곳에 한국 최초의 한옥 성당이 세워졌다. ‘성베드로와 바오로 성당’으로도 불리는 이곳은 건축을 잘 모르는 이들에게도 이색적인 곳이다. 익숙한 한옥이 2층 건물로 높이 올라가 있고, 내부는 로마의 바실리카양식을 본떠 지어 놓아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한국에 서양 건축이 도입되던 시기의 초기 건축으로, 한식 목구조와 기와지붕으로 세상을 구원하는 방주의 모습을 형상화한 것이 특징이다. 구조와 외관에 한국 전통 건축양식을 적용해 ‘외래 종교’라는 거부감을 완화한 것이다. 성당 앞의 큰 보리수나무 역시 의미를 같이한다. 1900년 영국 선교사 트롤로프 신부가 보리수나무 묘목을 가져와 심은 것인데, 불교를 상징하는 보리수나무를 성공회 성당 앞에 심으면서 한국의 토착 불교와 조화를 이루겠다는 마음을 담은 것이다. 성당 바로 옆의 용흥궁에서는 철종의 어린 시절을 엿볼 수 있다. 조선 제25대 왕인 철종이 왕위에 오르기 전 19세까지 살았던 곳이다. 원래는 초가였으나, 보위에 오른 뒤 건물을 새로 지어 지금은 아담한 기와집을 볼 수 있다. 권지예 기자 kwon.jiye@jtbc.co.kr 2018.11.21 07:00
경제

재계, 북미 회담 기대감에 남북 경협 준비 '분주'… 국회 관련 법안 '봇물'

북미 정상회담을 이틀 앞둔 10일 싱가포르 F1 경기장 건물에 마련된 미디어센터 스크린 화면에 북미 정상의 모습이 비치고 있다. 연합뉴스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남북 경제협력(이하 경협)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는 가운데 재계가 본격적인 남북 경협 시대를 앞두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10일 재계에 따르면 오는 12일 싱가포르에서 예정된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대북 경제 지원 등 북한의 '경제 도우미'로 한국을 지목한 것을 기점으로 관련 기업들의 태스크포스(TF) 신설 등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현대그룹은 현정은 회장을 위원장으로 한 남북경협사업 TF팀을 가동했다. TF팀은 현대그룹의 금강산 관광을 비롯해 개성공단 개발 사업 등 기존 사업의 예상 이슈를 점검할 방침이다.또 북한과 체결한 전력·통신·철도·통천비행장·임진강댐·금강산 수자원·명승지 관광 등 7대 사회간접자본(SOC) 사업권을 토대로 다양한 사업을 검토한다는 계획이다.롯데그룹도 '북방TF'를 만들어 사실상 남북 경협 사업을 위한 준비에 착수했다. TF장은 오섭엽 롯데지주 커뮤니케이션 실장(부사장)이 맡았고, 롯데지주 CSV팀·전략기획팀 임원, 식품·호텔·유통·화학 BU의 임원 및 롯데 미래전략연구소장이 참여해 총 8명으로 구성됐다. 북미 정상회담을 이틀 앞둔 10일 싱가포르 F1 경기장 건물에 마련된 미디어센터 스크린 화면에 북미 정상의 모습이 비치고 있다. 연합뉴스롯데는 북한에서 러시아 연해주, 중국 둥베이삼성까지 아우르는 북방 지역에 대한 연구와 협력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키로 했다.KT 역시 구현모 사장을 선봉으로 하는 '남북협력사업개발TF'를 꾸렸다. KT는 그룹 차원에서 남북 간 경제 협력 및 ICT 교류를 지원한다는 복안이다.삼성물산도 최근 대한건설협회가 추진 중인 ‘건설통일포럼’에 참여하고 남북 경협 TF도 새로 만들어 의욕을 보이고 있다.재계 움직임에 발맞춰 국회에서는 본격적으로 남북 경협과 관련한 법률 개정안이 속속 발의되고 있다.윤관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5일 남북 철도와 대륙 철도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철도산업발전기본법과 건설기술진흥법·건설산업기본법 등 3개 법률의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북미 정상회담을 이틀 앞둔 10일 싱가포르 F1 경기장 건물에 들어선 미디어센터에서 취재진이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얼굴이 들어간 손 부채를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개정안은 철도산업발전기본계획과 철도산업위원회의 심의 조정 사항에 '남북·대륙 철도의 연결에 관한 내용'을 포함, 정부가 남북 철도 경협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앞서 같은 당 강훈식 의원은 4월과 5월에 공공 기관이 남북 협력 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한국철도공사법·한국도로공사법 등 11개 법안을 냈다. 이와 관련해 국토교통부는 최근 남북 고위급 회담에서 열차 경협을 앞두고 공동 연구·조사 활동을 벌이자고 북측에 제의했다. 안민구 기자 2018.06.11 06:00
경제

남북관계 훈풍에 들뜬 농심

4·27 남북 정상회담을 계기로 남북 교류가 재개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농심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남북 간 경제협력 방안 논의를 통해 북한 길이 열릴 경우 당장 생수 '백산수'의 물류비를 아낄 수 있어서다. 여기에 개성공단을 비롯한 북한 시장이 개방되면 신라면 진출 등 새 시장 확보도 가능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백산수 물류비 절감 효과 기대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농심이 남북 경협 재개 움직임을 반기는 가장 큰 이유는 백산수의 물류비 절감 효과 때문이다.백산수는 농심이 신라면에 이어 차세대 신사업으로 육성하는 주력 제품이다.백산수는 현재 중국 연변에서 생산되고 있다. 2015년 말 '나진-하산 프로젝트' 3차 시범 운송사업의 일환으로 백산수 170여 톤을 북한 나진항을 통해 운송한 적이 있다.나진-하산 프로젝트는 남·북·러 3각 협력 사업 중 하나다. 나진항 제3 부두에서 러시아 국경도시 하산까지 철도 54㎞를 개·보수해 남·북·러 물류 수송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시키기 위해 2013년 11월 닻을 올렸다. 사업에는 포스코와 현대상선, 코레일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참여했다.2014년 12월 나진~하산~포항 1차 시범 운송, 2015년 4월 나진~하산~당진·광양 2차 시범 운송, 2015년 11월 나진~하산~포항·광양·부산 3차 시범 수송 등 사업은 원활하게 굴러가는 듯했다.그러나 2016년 1월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이에 따른 우리 정부의 대북 독자 제재 여파로 전면 중단됐다.이로 인해 농심은 백산수를 현재 생산공장인 중국 연변에서 다롄항까진 철도로, 다롄항에서 평택항과 부산항까진 각각 해상 루트를 이용해 국내에 들여오고 있다. 연변에서 다롄항까지 육상으로 1000km, 다시 평택과 부산항까지 해상으로 각각 600km, 1000km의 거리다. 운송 거리가 총 2000km에 달한다.하지만 북한 나진항을 통해 국내로 들여올 경우 공장에서 나진항까지 약 250km, 부산항까지 950km 정도로 총 1200km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운송 거리가 800km 줄어 물류 비용을 절반 수준으로 줄일 수 있다.농심 관계자는 "생수 사업에서 물류비 관리는 중요한 부분"이라며 "나진항 노선이 재개되면 수송 거리가 짧아지고 상대적으로 비용이 저렴한 해상 운송 비중이 늘어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노선이 정기화되면 백산수의 해외 수출에 활용해 글로벌 브랜드로 도약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여기에 북한을 관통하는 육로·철길이 열린다면 비용 절감 효과는 훨씬 커지게 된다. 더 가까워질 중국·러시아에서 사업 기회도 확대될 수 있다.신라면에도 호재남북 교류가 활성화되면 신라면에도 호재가 될 수 있지 않겠냐는 전망도 나온다.과거 신라면은 중국 등을 통해 북한에 밀수출돼 장마당에서 거래되는 등 인기를 끌고 있다는 내용이 전해진 바 있다. 또 대체 식품의 속성상 아무래도 북한 사회에 확산될 수 있지 않겠냐는 관측이다.더욱이 고령화사회로 접어들면서 내수 기업이 침체되고 있는 상황에서 음식 문화를 공유하는 북한이 새로운 시장으로 떠오를 경우 내수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지 않겠냐는 분석도 나온다.농심 관계자는 "중국 접경 지역을 통해 신라면이 거래된다는 이야기가 나온 적이 있다"며 "경제 교류가 활성화되면 아무래도 라면 업계도 수혜를 입을 가능성이 있지 않겠냐"고 말했다.업계의 한 관계자 역시 "남북의 식문화가 이질성이 없는 만큼 같은 시장이 하나 더 생긴다는 것은 농심 입장에서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했다.다만 정치적 불확실성, 대북 제재안, 소득 격차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한국은행에 따르면 2016년 기준으로 북한의 1인당 국민총소득은 146만원으로 남한(3198만원)의 5% 수준이다. 정부 지원 없이 원활한 물자 교류가 어렵다.재계의 한 관계자는 "경제 소득 격차가 있기 때문에 소비가 얼마나 증가할지에 대한 예측은 어렵지만 새 시장이 열리기 때문에 농심에는 큰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민구 기자 an.mingu@jtbc.co.kr 2018.05.15 07:00
경제

리설주백·평양냉면·파주 땅 ··· 정상회담발 '핫아이템'

①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부인 리설주 여사가 살구색 투피스를 입고 클러치 백을 들고 있는 모습. ②환영 만찬 메뉴로 공개된 달고기 구이 ③문배술 ④평양 옥류관의 평양냉면.리설주 원피스부터 만찬 메뉴·파주 땅까지…남북정상회담으로 뜬 상품들지난 27일 '2018 남북정상회담'에 등장한 상품들이 큰 관심을 받고 있다. 단아한 용모로 시선을 잡아 끈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부인 리설주의 패션 브랜드는 물론 만찬에 오른 음식 등이 주요 포털사이트와 온라인 전자상거래 사이트 검색어 상위권에 올랐다. 또 경의선 현대화 및 동해북부선 연결 가능성이 거론되는 등 남북 경제협력이 가시화될 것으로 기대되면서 관련 업계가 들썩이고 있다. 리설주 가방·만찬 식품 문의 폭주리 여사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스타로 떠올랐다. 만찬장에 깜짝 등장한 그는 특유의 1대 9 가르마와 반묶음 헤어스타일에 살구색 투피스를 입고 나타났다. 화려하지 않지만 은은하고 청순한 분위기로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리 여사는 이날 양국 정상 내외 중 유일하게 어두운 톤의 스톤이 박힌 검정색 하이힐에 같은 색감의 클러치(끈이 없어 손에 쥘 수 있도록 디자인된 백)를 들고 나와 기념 사진을 찍는 등 패션 감각을 자랑했다.주요 온라인 게시판에는 리 여사의 클러치와 원피스 브랜드 등을 묻고 추측하는 글이 상당수 올라왔다. '리설주 가방'을 포털사이트에서 검색하면 샤넬과 티파니 등 럭셔리 브랜드명이 연관 검색어로 뜨는 이유다.북한 내 '패션 아이콘'으로 통하는 리 여사는 과거부터 중요한 자리에는 고가의 럭셔리 브랜드 액세서리를 착용하는 등 명품 애호가로 알려졌다. 약 480만원 상당의 티파니 '열쇠 목걸이'나 크리스티앙 디오르의 클러치백이 대표적이다. 특히 크리스티앙 디오르의 클러치백은 국내에서 일명 '리설주백'으로 불리며 중고 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지기도 했다.국내 패션업계 관계자는 "스탠 칼라 재킷과 살몬색 투피스로 부드러운 우아미를 강조했다. 같은 색의 가방과 구두는 균형감을 준다"며 "'북한은 패션도 뒤떨어질 것' 이라는 선입견을 깼다. 대중에 좋은 인상을 줬는지 의상과 가방 브랜드, 스타일 평가를 요청하는 문의가 주말 내내 많았다"고 말했다.정상회담 만찬 식탁에 오른 메뉴도 관심을 받았다. 청와대는 정상회담보다 이틀 앞선 24일 만찬 메뉴를 공개했는데 이후 SNS와 온라인몰에서 관련 식품 검색이 폭주했다.오픈마켓 11번가에 따르면 남북정상회담 만찬 메뉴가 공개된 24일부터 이틀 동안 '문배주','달고기' 등의 검색량이 크게 늘었다.옥션 관계자도 "27일 식품 카테고리 베스트 상품으로 12위에 '연자방 평양냉면 10인분'이 올랐다. 김 위원장이 '어렵게 평양냉면을 가져왔다'고 말한 영향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대북 특수 기대감에 파주 땅값 들썩…건설·관광업계도 화색 이번 '판문점 선언'에 남북 경협에 대한 의지가 구체적으로 명시되자 건설업계 등 경협 관련 업계의 대북 특수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문재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판문점 선언문에서 경제협력을 위해 '1차적으로 동해선 및 경의선 철도와 도로들을 연결하고 현대화해 활용하기 위한 실천적 대책들을 취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특히 동해선과 경의선 연결 등이 예고되면서 사회간접시설을 담당할 건설업계가 환호하고 있다.대한건설협회는 판문점 선언 뒤 "남북 정상회담에서 남북간 철도가 거론되는 등 앞으로 남북 경협 사업에서 건설산업의 역할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건설업계와 전문가로 구성된 '건설통일포럼'을 구성해 체계적인 경협 준비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파주 등 경기 북부지역 지역 땅값 역시 꿈틀거리고 있다. 각종 교통과 철도 개발이 예상되자 매물을 거둬들이는 땅주인이 는 반면 매수를 원하는 이들의 문의 전화는 평소보다 수십 배 이상 늘었다는 것이 부동산 업계의 전언이다.관광업계도 화색이 돌고 있다. 한국관광공사는 "현재 강원도 화천군 및 양구군에서 운영 중인 비무장지대(DMZ) 상품의 홍보 강화로 관광객 유치 활동에 더욱 박차를 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지난 10년 동안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등 주력 사업이 사실상 올스톱 된 현대아산은 "역사적인 2018 남북정상회담의 성공적인 개최를 환영하며 우리 민족과 한반도의 앞날에 좋은 결과가 있기를 기원한다"고 반겼다. 서지영 기자 seo.jiyeong@jtbc.co.kr 2018.04.30 07:00
경제

남북관계 경색…고민에 빠진 농심

농심의 생수사업이 악화된 남북관계의 '불똥'을 맞았다.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농심은 중국에서 생산된 백산수를 북한의 나진항을 통해 국내에 들여와 운송비용를 아낄 계획이었다.하지만 최근 북한의 연이은 도발로 인해 정부가 개성공단 철수에 이어 '나진-하산 프로젝트'까지 무기한 보류하기로 결정하면서 이같은 계획은 한순간에 물거품이 될 운명에 처했다.나진-하산 프로젝트는 러시아산 지하자원을 러시아 극동지역인 하산과 북한 나진항을 잇는 54km 구간의 철도로 운송한 뒤 나진항에서 화물선을 통해 국내 항구로 가져오는 복합 물류 사업이다. 포스코·현대상선·코레일이 주관하고 통일부와 외교부가 지원해 왔다.농심은 지난해 12월 이 프로젝트의 시범 운영에 참여해 백산수를 나진항을 통해 부산항에 들여오는 데 성공했다. 당시 민간 상업용 컨테이너 화물이 나진항을 거쳐 국내에 들어온 것은 2010년 5·24 대북 제재 이후 처음이었다.그전까지 백산수는 생산공장인 중국 연변 이도백하에서 대련항까지는 철도로, 대련항에서 평택항과 부산항까지는 각각 해상루트를 이용해 국내에 들여왔다. 대련항까지는 육상으로 1000km, 다시 평택과 부산항까지는 해상으로 각각 600km, 1000km 거리다. 총 운송거리가 2000km에 달해 물류비용 부담이 컸다.하지만 북한 나진항을 통해 국내로 들여올 경우 공장에서 나진항까지 약 250km, 부산항까지 950km 정도로 총 1200km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운송 시간도 하루 정도 단축돼 물류 비용을 아낄 수 있다. 이에 농심은 장기적으로 이 루트가 상용화되길 바랬다.작년 연변농심 안명식 대표는 "북한 나진항을 이용하면 현재 대련항 이용 경로의 절반 수준으로 물류 비용을 줄일 수 있다"며 "나진항은 백산수의 해외 수출에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기대를 나타냈다. 하지만 최근 남북관계가 최악으로 치달으면서 농심 백산수는 본래의 먼길을 이용해야 하는 상황이다. 업계는 이 때문에 농심의 영업이익이 다소 감소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업계 관계자는 "농심은 지난해 백산수 제2공장의 가동으로 초기 비용부담이 발생했다"며 "여기에 나진-하산 프로젝트의 중단으로 물류비 절감 계획 마저 무산되면서 올해 영업이익은 당초 예상보다 떨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농심은 나진항 루트가 시범운행이었던 만큼 손실은 없다는 입장이다.농심 관계자는 "지난해 시험사업으로 나진항을 단 한 번 이용했을 뿐"이라며 "향후 나진항 이용을 못한다고 해서 특별히 손실을 입을 건 없다"고 말했다. 안민구 기자 an.mingu@joins.com 2016.02.25 07:00
경제

개성공단 기업 대책 마련을 위한 당정 협의 개최... 어떤 논의 오가나

새누리당과 정부가 개성공단 가동 전면중단으로 피해가 예상되는 입주기업 관련 대책 마련을 위해 당정 협의를 개최할 예정이다.뉴시스의 보도에 따르면 새누리당 김정훈 정책위의장은 12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다음주 초 당정 협의를 통해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의 예상되는 피해와 상황을 점검하고 후속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김 정책위의장은 "개성공단 중단은 뼈아픈 결정이지만 북한의 무모한 도발 고리를 끊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며 "그로인해 입주기업이 직접 피해 당사자가 된 것은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그는 그러면서 "정부는 피해 기업에 대한 손해보전에 대해 한치의 소홀함이 없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온라인 일간스포츠'개성공단 기업' 2016.02.12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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