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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김종문의 진심합심] 문현빈과 워런 버핏의 공통점

제목이 질문이고, 답은 '타격의 과학'입니다. 『타격의 과학』은 미국 메이저리그(MLB)의 마지막 4할 타자, 테드 윌리엄스가 자신의 타격 이론을 정리한 책입니다. 그는 스물한 살이었던 1939년부터 마흔 살을 넘긴 1960년까지 MLB의 위대한 타자였습니다. 이 책에는 공을 잘 때리는 자세 등 기술적인 내용만 설명된 것이 아닙니다. 관찰력이 뛰어났던 그는 인내심, 자신감 등 타자의 심리적인 부분까지 연결해 타격을 설명합니다. 오랜 시간이 흘러 현대 야구의 타격 메커니즘이 발전했지만, 여전히 그의 책이 야구 현장 안팎에서 통하는 이유입니다.특히 스트라이크존(S존)을 77개의 셀(cell)로 나눈 뒤 자신만의 '핫 존(hot zone)'에 들어오는 공이 올 때까지 기다리라고 강조한 부분이 핵심입니다. 이는 의사 결정 이론에도 큰 영향을 줍니다. '오마하의 현인'으로 불리는 투자의 달인, 워런 버핏은 그의 사무실에 윌리엄스가 타석에 선 사진을 붙여 놓았습니다. 윌리엄스가 나눠 놓은 77개 셀에 각각의 기대 타율과 붉은색, 푸른색, 회색으로 표시한 S존 그림도 함께입니다. 한가운데 셀은 빨간색과 4할(0.400)의 숫자로 눈에 확 띕니다. 왼손 타자인 윌리엄스에게 가장 먼 바깥쪽 낮은 셀은 0.230과 희미한 회색입니다. 버핏은 1997년 주주 서한에서 윌리엄스 책을 인용해 이렇게 말합니다."투자의 비결은 공을 차례로 지켜보다가 자신의 스위트 스폿에 딱 맞는 공이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주위에서 '쳐라, 이 멍청아'라고 소리쳐도 무시하세요." 세상을 들썩이게 하고, 이슈를 몰고 오는 기업이 있어도 버핏은 자신이 잘 아는 분야가 아니면 거들떠보지 않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바로 위대한 타자의 접근 방법에서 투자의 핵심 원칙을 발견했기 때문입니다. 투자에서도 모든 기회를 잡으려 하기보다 자신의 전문성이 있거나 강점이 있는 분야에서 최고의 기회가 올 때까지 기다리는 게 중요하다는 겁니다.프로 3년 차가 되는 한화 이글스의 내야수 문현빈(21) 선수가 버핏처럼 그 책을 손에 들었습니다. 호주 멜버른으로 전지훈련을 떠나는 비행기 안에서입니다. 문 선수의 전훈 계획과 시즌 목표를 다룬 기사에는 타격의 전설이 쓴 책에 대한 선수의 감상이 깊이 다뤄지지 않았습니다. "책을 읽는 동안 다른 생각을 하지 않고 몰입하게 된다. 마음가짐을 다르게 했다. 새로운 시즌 앞두고 '후회 없이 하자'는 마인드가 생긴 것 같다"라는 정도의 코멘트가 나왔습니다.저는 그렇지만 젊은 야구 선수가 장거리 이동을 하는 상황에서 책을 골랐다는 점에 주목합니다. 야구 지식을 배우겠다는 자세 너머 독서로 마음의 힘을 키워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활자를 읽는 것이 영상 시청에 비해 집중력, 추론 등 뇌의 인지 능력을 키우는 데 좋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책 내용 이상의 다양한 인사이트를 얻게 됩니다. '몰입'을 언급하는 문현빈 선수에게서 그런 점을 발견합니다. 문현빈 선수는 책을 좋아하는 것으로 미디어에 소개된 적이 있습니다.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라는 책을 읽은 소감을 언론 인터뷰 중에 전했는데 그것이 제 기억에 강하게 남아 있습니다. 그 책은 스웨덴 출신으로, 다국적 기업에서 20대에 임원을 달며 초고속 승진을 한 저자의 인생 이야기입니다. 태국에서 승려가 돼 17년을 수행하다 환속하고 루게릭병으로 숨을 거두기까지 여정을 기록했습니다. 삶의 의미에 대한 자기 고백과 명상에 입문하고 수련하는 과정이 충실히 적혀 있습니다. 문 선수는 "마인드 컨트롤하는 법이 나오는 데 도움을 받았다"라고 했습니다. 데뷔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마음 수양에 대해 공부하는 어린 선수가 대단하다고 생각했습니다.기술만 배우다가 이런저런 이유로 슬럼프를 겪거나 외부 충격을 받았을 때 갈피를 잡지 못하고 혼란에 빠지는 선배 선수들을 종종 봤기에 더욱 그랬습니다. 몸이 힘들고 바쁘지만 짬을 내서 자기 내면의 목소리를 찾아가는 선수들이 인생에서 성공합니다. 오타니 쇼헤이(LA 다저스) 선수가 존경하는 구리야마 히데키 전 니혼햄 파이터스 감독은 프로에 갓 입단한 오타니에게 책 읽기를 권합니다. "수준 높은 야구를 하려면 인간으로서 능력도 필요하다"라는 가르침과 함께였습니다. 문현빈 선수의 독서 목록이 궁금합니다. 한국코치협회 인증코치 김종문 coachjmoon@지메일닷컴김종문은 중앙일보 기자 출신으로, 2011~2021년 NC 다이노스 야구단 프런트로 활동했다. 2018년 말 '꼴찌'팀 단장을 맡아 2년 뒤 창단 첫 우승팀으로 이끌었다. 현재 한국코치협회 인증코치(KPC)다. 2025.02.17 07:30
일본야구

[IS 포커스] 체급 올린 일본의 APBC, 한국야구 '진짜 시험대' 오른다

항저우 아시안게임(AG)에서 우승한 한국야구가 진정한 시험대에 오른다.이바타 히로카즈 감독이 이끄는 일본 야구대표팀이 24일 베일을 벗었다. 2023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에 출전할 26명의 최종 엔트리를 확정한 것. 다음 달 16일부터 나흘간 일본 도쿄에서 열리는 이번 대회는 한국과 일본, 대만 호주의 24세 이하(1999년 1월 1일 이후 출생) 또는 입단 3년 차 이내(2021년 이후 입단) 선수가 출전한다. 와일드카드 개념의 29세 이하 선수는 3명까지 포함할 수 있다.이바타 감독은 구리야마 히데키 감독의 후임으로 이달 초 사무라이 재팬 A대표팀(톱 팀) 사령탑에 올랐다. APBC는 감독 선임 후 치르는 첫 국제대회. 최종 엔트리가 발표되면서 일본 내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젊은 선수를 발굴하자는 대회 취지에 걸맞게 대표팀 연령을 확 낮췄다는 평가다. 이바타 감독은 "대표 경험이 거의 없는 선수들을 뽑았다. 젊은 선수를 중심으로 앞으로 야구계를 짊어지고 나가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선발했다"고 말했다. 국제대회 노출이 거의 없는 선수들이 대거 발탁됐는데 만만하게 볼 상대는 아니다. 경계 대상 1호는 마키 슈고(요코하마 DeNA 베이스타스)다. 마키는 지난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우승 멤버 중 유일하게 APBC 최종 엔트리에 승선했다. 올 시즌 타율 0.293 29홈런 103타점을 기록한 요코하마의 간판스타. 오카모토 카즈마(요미우리 자이언츠·41개) 무라카미 무네타카(야쿠르트 스왈로스·31개)에 이어 센트럴리그 홈런 3위에 오를 정도로 정확도와 파워를 겸비했다. 이바타 감독은 일찌감치 마키를 4번 타자로 낙점했다. APBC에선 센트럴리그 홈런 4위(24개)를 차지한 사토 테루아키(한신)와 중심 타선을 이룰 전망이다.올해 두 자릿수 홈런을 때려낸 모리시타 쇼타(한신)와 아키히로 유토(요미우리 자이언츠)도 사무라이 재팬에 이름을 올렸다. 포수 포지션에는 와일드카드로 사카쿠라 쇼고(히로시마 도요 카프)를 포함했다. 콩고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의 혼혈인 만나미 츄세이(닛폰햄 파이터스)도 국제대회에서 첫선을 보인다. 만나미는 올 시즌 홈런 25개를 때려 퍼시픽리그 4위에 랭크됐다. 공동 1위 그룹(곤도 겐스케·그레고리 폴랑코·아사무라 히데토)과의 차이는 단 1개. 최종 엔트리 14명의 야수 중 시즌 홈런이 10개 이상인 타자가 6명이다. 마운드 전력도 탄탄하다. 와일드카드로 올 시즌 센트럴리그 세이브 2위 타구치 카즈토(야쿠르트) 10승 투수 이마이 타츠야(세이부 라이온스)를 수혈했다. 이 밖에 차세대 에이스 스미다 치히로(세이부) 왼손 유망주 하야카와 타카히사(라쿠텐 골든이글스) 150㎞/h 강속구를 던지는 왼손 불펜 키리시키 타쿠마(한신) 등이 이바타 감독의 선택을 받았다.한국은 항저우 AG에서 대회 4연패를 달성했다. 아시아 맹주의 위치를 확인했지만, 마냥 기뻐하긴 이르다. 일본이 AG에 실업야구 개념의 사회인리그 선수를 파견, 프로가 출전한 한국과 레벨 차이가 났기 때문이다. APBC는 체급을 올린 일본과의 리턴 매치 성격이 강하다. 류중일 감독이 이끄는 야구대표팀은 항저우 AG을 뛴 대부분의 선수가 APBC 최종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다. 프로와 프로가 맞붙는 APBC에서 패한다면 AG의 성과가 자칫 퇴색할 수 있다.배중현 기자 bjh1025@edaily.co.kr 2023.10.26 05:01
메이저리그

26.5세…과도기 세대교체로 돌파한 일본, 홍역 앓는 한국

일본의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최종 엔트리는 '파격'에 가까웠다. 30명의 선수 중 1980년생이 투·타를 통틀어 다르빗슈 유(샌디에이고 파드리스) 한 명이었다. 일본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선수 평균 연령이 대회 개막 기준 26.5세로 2021년 도쿄 올림픽 대표팀보다 1세 가까이 젊었다. 2002년생 '최연소' 투수 다카하시 히로토(21·주니치 드래건스)를 비롯해 2000년 이후 태어난 선수가 최종 엔트리의 16.7%인 5명이었다. 일본의 역대 최연소 WBC 대표팀을 꾸린 구리야마 히데키 감독은 "일본 야구가 과도기에 와 있다"고 말했다.구리야마 감독이 고려한 건 경력이 아닌 '기세'였다. 투수 우다가와 유키(25·오릭스 버팔로스)를 대표팀에 발탁한 게 대표적이다. 육성 선수 출신 우다가와는 지난해 1군에 데뷔한 신인으로 '무명'에 가까웠다. 하지만 재팬시리즈에서 4경기 등판, 5와 3분의 2이닝 10탈삼진 무실점하며 오릭스 우승을 이끌었다. 이 과정에서 '1988년생 트리오' 다나카 마사히로(35·라쿠텐 골든이글스) 야나기타 유키(35·소프트뱅크 호크스) 사카모토 하야토(35·요미우리 자이언츠)가 WBC 최종 엔트리에서 낙마했다. 세 선수 모두 도쿄 올림픽 금메달 멤버이자 일본 야구 황금기를 이끈 주역이지만 '젊은 피'에 밀렸다. 일본 프로야구(NPB)에서 더는 최고의 선수들이 아니었다. 리그와 구단에서 급속도로 세대교체가 진행됐고, 이 흐름이 대표팀까지 연결된 셈이다. 일본은 과도기를 슬기롭게 넘겼다. 오히려 기대를 뛰어넘었다. 22일(한국시간) 열린 WBC 결승에서 미국을 3-2로 꺾고 역대 세 번째이자 14년 만에 WBC 정상을 탈환했다. 2017년 준결승에서 당한 1-2 패배를 설욕, 일본으로선 더욱 의미있는 1승이었다. 2017년 준결승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린 9명의 일본 타자 중 이번 결승전 선발 라인업에 포함된 건 야마다 데쓰토(31·야쿠르트 스왈로스) 한 명. 그만큼 새 얼굴의 비중이 컸다.결승전 3회 불펜이 가동된 일본은 토고 쇼세이(23·요미우리)와 다카하시가 연이어 마운드를 밟았다. 일본 야구의 세대교체를 상징하는 두 선수는 각각 2이닝과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다. 7회 등판한 오타 다이세이(24·요미우리)도 1이닝 무실점. 타선에선 무라카미 무네타카(23·야쿠르트) 오카모토 카즈마(27·요미우리)가 나란히 홈런을 쏘아 올려 승리에 힘을 보탰다. 구리야마 감독은 "젊은 선수를 굳이 뽑으려고 하지 않았다"고 강조한다. 리그 성적과 기세를 두루 고려하다 보니 젊은 선수들이 대거 최종 엔트리에 승선했고 자연스러운 세대교체로 이어졌다. 투수 평균 연령이 24.9세. 2009년 WBC를 뛰었던 다르빗슈는 "(과거와 비교하면) 당시에도 훌륭한 팀이었다고 생각하지만, 지금은 수준이 완전히 달라진 거 같다"고 말했다. 송재우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예전에는 일본 국가대표 선수들이 국제대회마다 크게 바뀌지 않는 거 같았는데 이번엔 달랐다. 물갈이 된 젊은 선수들이 선배들보다 야구를 더 잘하는 모습이었다. (나이가 대부분 어려서) 향후 국제대회에서 이 선수들이 그대로 다 나올 거"라고 전망했다. 반면 한국 야구대표팀은 WBC가 시작하기도 전에 홍역을 앓았다. 오프시즌 미국 한인 라디오 방송에 출연한 추신수(41·SSG 랜더스)가 "언제까지 김광현(35·SSG) 양현종(35·KIA 타이거즈)이냐"고 말한 게 논란의 불씨를 댕겼다. 수년간 대표 선수로 활약한 두 선수를 대신해 젊은 선수를 최종 엔트리에 더 포함했어야 한다는 의미였다. 추신수의 발언 이후 이번 WBC 대표팀은 세대교체가 됐느냐 아니냐를 두고 한동안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대표팀의 중심이 여전히 30대 중반의 선수들이지만 리그에서 이들을 뛰어넘는 '젊은 피'가 극히 드물다.리그와 구단에서 세대교체가 더디게 진행되니 국가대표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3회 연속 WBC 1라운드에서 탈락한 대표팀은 김현수(35·LG 트윈스)와 김광현이 국가대표 은퇴를 선언했다. 참사에 가까운 성적 탓에 어수선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WBC를 통해 '10년의 미래'를 확인한 일본과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배중현 기자 bjh1025@edaily.co.kr 2023.03.24 06:30
메이저리그

"동경하면 넘을 수 없다" 야구전쟁에서 승리한 일본

"동경하면 넘어설 수 없다."미국과의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결승전을 앞두고 오타니 쇼헤이(29·LA 에인절스)가 한 말이다.오타니는 22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론디포 파크에서 열린 2023 WBC 결승 전 라커룸에서 선수들을 독려했다. 구리야마 히데키 감독의 부탁을 받고 선수들 앞에 선 오타니는 "(미국을) 동경하는 걸 그만하자. 1루에 폴 골드슈미트(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가 있고 중견수에 마이크 트라웃(에인절스) 외야에 또 무키 베츠(LA 다저스)가 있다. 야구하면서 누구나 들은 적 있는 선수들이지만 오늘 하루만큼은 (이 선수들을) 동경하게 되면 넘을 수가 없다"며 "우리는 최고가 되기 위해 여기까지 왔다. 오늘 하루만이라도 오직 이기는 것만 생각하자"고 힘주어 말했다. 오타니의 짧은 연설이 끝나자 일본 선수들은 손뼉을 치며 환호했다.불과 몇분 뒤 그라운드로 뛰어나간 일본 선수들은 WBC 결승에서 미국을 3-2로 꺾었다. 2006년과 2009년 1·2회 대회 우승국 일본은 14년 만에 WBC 우승컵을 들어 올리며 정상을 탈환했다. 현역 빅리거가 총출동하는 WBC는 야구 국제대회 중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일본은 한국이 포함된 1라운드 B조를 4전 전승으로 통과한 뒤 8강에서 이탈리아, 4강에서 멕시코를 꺾은 데 이어 미국까지 제압, 7전 전승으로 '퍼펙트 우승'을 달성했다. WBC 통산 성적이 30승 8패. 반면 2019년 미국은 '디펜딩 챔피언' 자격으로 2연패에 도전했지만, 일본을 넘지 못했다.일본과 미국이 만난 결승 매치업은 화제 그 자체였다. 메이저리그(MLB) 공식 홈페이지 MLB닷컴은 일본이 4강에서 멕시코를 꺾자 '우리 모두가 이 게임이 시작됐을 때부터 기대했던 결승전을 보게 됐다'고 들떠했다. 미국이 쿠바를 제압하고 결승에 선착해 있는 상황에서 매치업의 주인공이 일본으로 결정되자 현지 언론도 관련 내용을 집중적으로 다뤘다. 이 과정에서 WBC 조직위원회가 인위적으로 경기 일정을 바꿨다는 논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미국이 C조 1위가 아닌 2위(3승 1패)로 8강에 오르자 원래 일본과 4강에서 만날 수밖에 없던 대진을 바꿔 결승 매치업이 가능하게 수정한 것이다. 그만큼 일본과 미국의 결승전은 흥행을 보장하는 빅매치였다.결승전 선발 라인업에 포함한 미국 선수들의 연봉 총액은 2억 달러(2616억원)를 상회했다. 파죽지세로 결승에 오른 일본이지만 론디포 파크를 찾은 3만6000여 팬들이 대부분 홈팀 미국을 응원했다. 일본은 2회 초 선발 이마나가 쇼타(요코하마 베이스타스)가 트레이 터너(필라델피아 필리스)에게 선제 솔로 홈런까지 허용했다. 터너는 이 홈런으로 2006년 이승엽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WBC 단일 대회 최다 홈런 타이기록(5개)을 세웠다. MLB 통계 사이트 베이스볼서번트에 따르면, 터너 홈런 직후 미국의 승리 확률은 47.7%에서 58.8%로 상승했다. 일본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2회 말 무라카미 무네타카(야쿠르트 스왈로스)가 동점 솔로 홈런을 터트렸다. 1사 만루에선 라스 눗바(세인트루이스)의 1루 땅볼로 역전에 성공했다. 경기 초반 굳어있던 분위기가 금세 풀렸다. 일본은 4회 말 오카모토 가즈마(요미우리 자이언츠)의 솔로 홈런으로 점수 차를 벌렸다. 3회부터 가동된 불펜은 7회까지 4명의 투수가 무실점을 기록했다. 8회 등판한 다르빗슈 유(샌디에이고 파드리스)가 카일 슈와버(필라델피아)에게 솔로 홈런을 맞고 1점 차로 쫓겼으나, 역전은 허용하지 않았다. 이날 경기의 백미는 9회 초였다. 구리야마 감독은 마무리 투수로 '이도류' 오타니를 마운드에 세웠다. 첫 타자 제프 맥닐(뉴욕 메츠)을 볼넷으로 내보낸 오타니는 후속 베츠를 2루수 병살타로 잡아냈다. 이어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트라웃을 상대했다. 트라웃은 이날 미국 선수 중 최고 몸값(연봉 485억원)을 자랑하는 MLB 슈퍼스타이자 오타니의 에인절스 팀 동료. 사실상 일본과 미국 야구를 대표하는 아이콘간의 맞대결이었다. MLB닷컴은 '전 세계가 기다리던 순간'이라고 조명했다. 모든 야구 선수들이 동경하는 트라웃을 오타니가 잡아냈다. 100마일 강속구(160.9㎞/h)로 풀카운트를 만든 오타니는 87.2마일(140.3㎞/h) 슬라이더로 헛스윙을 유도했다. "오직 이기는 것만 생각하자"고 강조했던 오타니는 글러브를 던지며 환호했다. 대회 최우수선수(MVP)는 그의 몫이었다. 송재우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일본은 충분히 우승할만한 전력이었다. 그만큼 흠이 없었다"며 "오타니나 다르빗슈가 팀을 위해 희생할 수 있다는 걸 (대회 기간) 계속 보여주더라. 특히 오타니는 본인의 스타일을 잘 드러내지 않는데 이번 대회에선 더그아웃에서도 그렇고 주자로 나갔을 때 분위기를 띄우려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투수진도 진화했다. 구속은 구속대로 빨라지고 무브먼트까지 뛰어났다. (대회 1라운드에 탈락한 한국의 상황을 생각하면) 경기를 보는 내내 부럽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고 말했다.배중현 기자 bjh1025@edaily.co.kr 2023.03.23 00:01
메이저리그

어느 나라든...믿음의 야구는 매력적이다

일본 야구가 최종 무대 길목에서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며 좋은 기운을 탔다. 야구팬이 가장 좋아하는 코드가 앙상블을 이뤘다. 일본은 지난 21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론디포 파크에서 열린 2023 WBC 멕시코와의 준결승전에서 6-5로 승리했다. 미국이 선착한 결승에 오르며 2006년 1회, 2009년 2회 대회에 이어 세 번째 우승을 노릴 수 있게 됐다. 상대는 '도깨비 팀' 멕시코. 1라운드에서 미국을 11-5로 이기더니, 약체 영국전에선 2-1로 간신히 이겼다. 하지만 8강전에서 죽음의 조(D조)에서 살아남은 푸에르토리코에 승리(스코어 5-4)하며 대회 4강다운 저력을 보여줬다. 이날 준결승전에서도 일본을 몰아붙였다. 4회 초 루이스 유리아스가 '퍼펙트 피처' 사사키 로키를 상대로 스리런 홈런을 치며 기선을 제압했고, 7회 말 요시다 마사타카에게 동점 홈런을 맞은 뒤 바로 나선 공격에서 랜디 아로자레나와 알렉스 버두고, '알동(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 소속 강타자들이 차례로 안타를 때려내며 다시 앞서갔다. 8회까지 5-4로 앞섰다. 일본의 역전 드라마는 9회 말 선두 타자로 나선 '슈퍼스타' 오타니 쇼헤이로부터 시작됐다. 그는 멕시코 마무리 투수로 나선 지오반니 가예고스의 초구 바깥쪽(좌타자 기준) 체인지업을 당겨쳐 우중간을 갈랐다. 마치 야수가 없는 위치에 조준한 것처럼 가볍고 정확한 스윙을 보여줬다. 헬멧까지 벗고 내달린 그는 2루를 밟은 뒤 더그아웃을 향해 포효하며 일본 선수들의 사기를 북돋우려 했다. 에이스이자 주축 타자이자 리더 역할까지 해낸 오타니였다. 다른 메이저리거 요시다는 가예고스를 상대로 볼넷을 얻어내며 역전 주자로 나섰다. 그리고 이 경기 하이라이트이자 이번 대회 명장면이 나왔다. 앞선 5경기에서 17타수 4안타에 그쳤던 '거포' 무라카미 무네타가 타석에 나선 것. 무라카미는 한국 야구팬에게도 유명하다. 2022시즌 일본 리그에서 홈런 56개를 치며 일본인 단일 시즌 최다 홈런 신기록을 세운 선수다. 최연소 타격 3관왕(타율·홈런·타점)까지 해냈다. 오타니-무라카미-요시다로 이어지는 일본 클린업 트리오의 화력은 북·중미 국가들에도 밀리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무라카미는 이번 대회 내내 부진했다. 한 일본 언론은 오타니를 의식한 무라카미가 타격 밸런스에 흔들리는 문제를 겪고 있다는 시선을 갖기도 했다. 일본팬 사이에서도 볼멘소리가 나왔다. 이날 멕시코전도 무라카미는 앞선 4타석에서 삼진 3개를 당했다. 요시다가 7회 말 동점 3점 홈런을 친 뒤에 나선 4번째 타석에서는 김새는 팝플라이로 물러나기도 했다. 그런 무라카미가 오타니와 대주자 유쿄 슈토를 누상에 두고 나선 9회 말 5번째 타석에서 가예고스의 시속 151㎞ 포심 패스트볼을 받아쳐 좌중간을 갈랐다. 오타니가 3루를 돌 때 더그아웃에 있던 일본 선수들은 모두 그라운드로 뛰쳐나왔다. 승리를 예감했다. 발 빠른 슈토까지 홈인. 그대로 경기가 끝났다. 무라카미는 마음의 짐을 내려놓은 듯 동료들과 얼싸안고 기쁨을 나눴다. 구리야마 히데키 감독은 강공을 선택했다. 그의 머릿속에 희생번트는 없었다. 무라카미가 일본에 승리를 안길 것이라고 믿었다. 오히려 무라카미가 자발적으로 번트를 댈까 고민했다고. 믿음에 부응한 무라카미는 경기 뒤 사령탑을 향해 감사 인사를 전했다. 역전 기회를 연 오타니는 "무라카미가 그동안 힘들었을 텐데 마지막에 정말 좋은 스윙을 했다. 내가 출루하면 그가 쳐줄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후배의 공을 치켜세웠다. 무라카미의 멕시코전 반전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부진을 털고 한국의 일본전 승리를 이끈 이승엽을 떠올리게 했다. 이승엽은 이전까지 1할대 타율에 그치며 부진했지만, 일본과의 준결승전 2-2로 맞선 8회 타석에서 이와세 히토키를 상대로 역전 투런 홈런을 쳤다. 그는 경기 뒤 눈시울을 붉혔고, 김경문 당시 대표팀 감독을 향한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한국의 국민 타자와 이제 553경기(5시즌)밖에 뛰지 않은 일본의 신성 거포를 비교하려는 게 아니다. 어떤 감독이 지휘봉을 잡아도 쉽게 빼기 어려운 선수들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런 점을 고려해도 '믿음의 야구'가 빛 발한 이날 무라카미의 홈런은 강렬하고 매력이 있었다. '현미경 야구'로 불릴 만큼 분석에 능한 일본 야구대표팀이 이성보다 감성을 바탕으로 선택해 얻은 결과였기에 더욱 그랬다. 안희수 기자 2023.03.22 00:06
메이저리그

WBC 결승 선발 다르빗슈 아니네? 150㎞/h '왼손 파이어볼러' 출격

오른손 투수 다르빗슈 유(37.샌디에이고 파드리스)가 아니다. 일본의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결승전 선발 투수로 왼손 이마나가 쇼타(30·요코하마 베이스타스)가 예고됐다.구리야마 히데키 일본 WBC 야구대표팀 감독은 21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론디포 파크에서 열린 4강 멕시코전을 6-5로 승리한 뒤 "결승전 선발로 이마나가가 나간다"고 밝혔다. 14년 만에 대회 결승에 오른 일본은 22일 미국과 맞대결한다. 당초 결승에 오를 경우 다르빗슈의 선발 등판이 예상됐지만, 구리야마 감독의 선택은 달랐다. 미국은 KBO리그 출신 오른손 투수 메릴 켈리(35·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선발 등판이 유력하다.일본은 지난 16일 열린 이탈리아와 8강전을 오타니 쇼헤이(29·LA 에인절스)가 맡았다. 4강 멕시코전에선 사사키 로키(22·지바롯데 마린스)가 선발 등판한 뒤 또 다른 선발 자원 야마모토 요시노부(25·오릭스 버팔로스)가 두 번째 투수로 마운드를 밟았다. 최종 엔트리에 포함한 선수 중 결승전 선발 등판이 가능한 자원으로 다르빗슈와 이마나가가 꼽혔고 이중 경험이 풍부한 다르빗슈의 출격이 유력했다. 다르빗슈와 이마나가는 8강전에 불펜으로 등판, 각각 2이닝과 1이닝을 책임졌다. 투구 수는 27개와 11개. 휴식일을 고려하면 결승전 출격이 가능했고 구리야마 감독의 최종 선택은 이마나가였다.이마나가는 시속 150㎞ 빠른 공을 던지는 왼손 파이어볼러다. 변화구로는 슬라이더와 체인지업, 커브를 섞는다. 2015년 요코하마에 지명됐을 때 투구 유형이 한 시대를 풍미한 왼손 투수 스기우치 도시야(현 요미우리 자이언츠 코치)를 닮았다는 평가를 들었다. 요코하마 에이스인 이마나가의 지난 시즌 성적은 21경기 선발, 11승 4패 평균자책점 2.26. 이닝당 출루허용(WHIP)이 0.94에 불과할 정도로 위력적이었다.일본은 '투수 총력전'을 예고했다. 다르빗슈뿐만 아니라 8강전 이후 투수로 나설 계획이 없었던 오타니의 '결승전 불펜 등판' 가능성이 커졌다. 구리야마 감독은 "몸 상태를 보지 않으면 모르지만, 가능성은 제로가 아니다"라며 사실상 오타니 등판을 시사했다.배중현 기자 bjh1025@edaily.co.kr 2023.03.21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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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 확률 극복 일본…7회 대타 계획 수정→무라카미가 쳤다

각본 없는 한 편의 드라마였다.구리아먀 히데키 감독이 이끄는 일본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야구대표팀은 21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론디포 파크에서 열린 WBC 4강 멕시코전을 6-5로 승리, 2009년 이후 14년 만에 대회 결승에 올랐다. 일본은 2006년과 2009년 1·2회 WBC 우승국. 이로써 쿠바를 꺾고 결승에 선착해 있던 '디펜딩 챔피언' 미국과 22일 맞대결한다. 대회 전부터 최고의 흥행 카드로 기대된 '일본-미국전'이 성사됐다.4강전 히어로는 끝내기 안타를 터트린 무라카미 무네타카(23·야쿠르트 스왈로스)였다. 무라카미는 4-5로 뒤진 9회 말 무사 1·2루에서 끝내기 2타점 2루타를 터트렸다. 한때 일본은 경기 승리 확률이 7.5%(베이스볼 서번트 기준)까지 떨어져 패색이 짙었지만, 무라카미의 스윙 하나로 승리를 챙겼다. 벤지 길 멕시코 WBC 야구대표팀 감독은 경기 뒤 "일본 팀에 모자를 벗어야 한다"며 경의를 표했다. 길 감독은 "어느 팀도 질 자격이 없었지만, 누군가는 이겨야 했다. 두 팀 모두 훌륭한 경기력과 훌륭한 투구를 보여줬다. 어느 팀도 포기하지 않았다"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무라카미로선 잊을 수 없는 하루였다. 5번 타자·3루수로 선발 출전한 무라카미는 첫 네 타석에서 무안타로 침묵했다. 2회 첫 타석 헛스윙 삼진, 4회 두 번째 타석에선 루킹 삼진으로 물러났다. 6회 세 번째 타석에서 다시 헛스윙 삼진. 7회 네 번째 타석에선 3루수 파울 플라이로 고개를 숙였다. 무라카미는 지난 시즌 홈런 56개를 쏘아 올려 역대 일본 프로야구(NPB) 일본인 단일 시즌 최다 홈런 기록을 58년 만에 갈아치웠다. 홈런뿐만 아니라 타격(타율 0.318)과 타점(134개)에서도 1위에 올라 역대 NPB 최연소 타격 3관왕에 오른 '괴물'이다. 하지만 WBC 8강까지 지독한 타격 슬럼프를 겪었고 4강전에서도 무기력한 모습이었다. 멕시코전에선 경기 중 대타로 교체될뻔했다.경기 뒤 구리야마 감독에 따르면 일본은 7회 무라카미 타석 때 야마카와 호타카(32·세이부 라이온스)가 대타 준비를 했다. 야먀카와는 지난해 홈런 41개를 쏘아 올려 개인 통산 세 번째 퍼시픽리그 홈런왕에 오른 슬러거. 일본은 0-3으로 뒤진 7회 말 2사 1·2루에서 요시다 마사타카(30·보스턴 레드삭스)가 극적인 동점 스리런 홈런을 터트리자 전략을 수정했다. 주자가 사라지자 구리아먀 감독은 그다음 타자 무라카미를 교체 없이 내보냈고 마지막까지 경기를 뛰게 했다. 야마카와는 8회 말 포수 가이 타쿠야(31·소프트뱅크 호크스) 타석 때 대타로 나섰다. 무라카미의 극적인 9회 말 끝내기 안타가 만들어진 배경이다. 구리야마 감독은 "(무라카미는) 마지막 타석에서 팀에 폐를 끼친다는 느낌밖에 들지 않았을까. 마지막에는 이길 거라고 계속 말했다. 난 믿었다"고 눈물 흘리며 감격스러워했다.배중현 기자 bjh1025@edaily.co.kr 2023.03.21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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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에서 천당으로, '위기의 일본'을 구한 56홈런-4번타자의 극적인 끝내기  

일본 야구대표팀의 4번 타자 무라카미 무네타카(23·야쿠르트 스왈로스)가 드디어 환하게 웃었다. 끝내기 결승타의 주인공이었다. 일본은 21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론디포 파크에서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준결승전에서 멕시코에 9회 말 6-5 끝내기 승리를 거뒀다. 대회 통산 세 번째 우승 도전에 도전하는 일본은 22일 오전 8시 같은 장소에서 미국과 결승전을 갖는다. 일본이 자랑하는 오타니 쇼헤이(LA 에인절스)와 요시다 마사타카(보스턴 레드삭스)는 이번 대회 좋은 활약을 선보였다. 오타니는 WBC에서도 투타 겸업을 하며 인기몰이를 했고, 요시다는 WBC 단일 대회 개인 최다 13타점 신기록을 썼다.하지만 일본 대표팀의 4번 타자 무라카미는 이날 준결승 네 번째 타석까지 기대에 못 미쳤다. 무라카미는 일본이 자랑하는 차세대 거포다. 지난해 또 일본 선수로는 한 시즌 최다 56홈런 신기록을 작성했다. 센트럴리그 타율(0.318) 홈런(56개) 타점(134개) 3관왕에 오르는 등 만장일치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다.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일본 대표팀의 4번 타자를 맡아 맹활약을 펼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무라카미는 '사무라이 재팬'의 4번 타자에 부담을 느끼는지 초반부터 고전했다. 대회 개막 전 일본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나선 평가전 5경기, 19타석 동안 트레이드 마크인 홈런포가 터지지 않았다. 지난 7일 열린 오릭스 버팔로스와 평가전에는 6번으로 강등됐고, 기다리던 홈런포를 가동했다. 무라카미는 "이번 시즌 첫 홈런이다. 홈런을 날린 뒤 달리는 법을 잊고 있었다. 이제 좀 안심이 된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무라카미의 1라운드 최종 성적은 타율 0.143(14타수 2안타)로 부진했다. 무엇보다 기대를 모은 장타가 한 번도 터지지 않았다. 일본 현지에서도 우려가 나오자 구리야마 히데키 일본 대표팀 감독은 16일 이탈리아아의 8강전에 변화를 줬다. 요시다를 4번 타순으로 올리고, 무라카미를 5번으로 한 계단 내렸다. 앞타자 3번 오타니가 1라운드 4경기에서 타율 0.500(12타수 6안타) 8타점, 7볼넷, 출루율 0.684로 찬스를 만드는데 4번 무라카미가 전혀 해결사 역할을 보여주지 못해서다. 무라카미는 16일 이탈리아전서 반등했다. 3타수 2안타 1타점 1볼넷 3득점. 안타 2개는 모두 2루타로 밀어쳐 만들었다. 무라카미는 결승 티켓이 걸린 21일 멕시코전에서도 5번 타자로 나섰는데 5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삼진만 3차례 당했다. 0-3으로 뒤진 4회 2사 1, 3루에서 삼진, 6회 1사 1루에서 삼진으로 물러났다. 이어 4-5로 뒤진 9회 말 오타니의 2루타와 요시다의 볼넷으로 맞은 무사 1, 2루 절호의 찬스를 맞았다. 끝내기 찬스. 무라카미는 멕시코 지오반니 가에고스의 시속 152㎞ 한가운데 직구를 밀어쳐 좌중간을 갈랐다. 그 사이 두 명의 주자가 모두 홈을 밟아 6-5로 역전했다. 무라카미도 그동안 마음의 부담을 떨친 듯 두 팔 벌려 환호했다. 무라카미의 이번 대회 타율은 0.227이다. 중요할 때 한방을 날려 '위기의 일본'을 구했다.이형석 기자 2023.03.21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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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56홈런 거포도 오타니 뒤 '사무라이 재팬' 4번 타자는 부담? 옮기면 펄펄

일본 프로야구 한 시즌 최다 홈런 기록을 갖고 있는 무라카미 무네타카(23·야쿠르트 스왈로스)는 일본 대표팀에서 4번 타순을 벗어나면 맹타를 휘두른다. 무라카미는 일본이 자랑하는 차세대 거포다. 지난해 또 일본 선수로는 한 시즌 최다 56홈런 신기록을 작성했다. 센트럴리그 타율(0.318) 홈런(56개) 타점(134개) 3관왕에 오르는 등 만장일치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다.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일본 대표팀의 4번 타자를 맡아 맹활약을 펼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무라카미는 '사무라이 재팬'의 4번 타자에 부담을 느끼는지 고전하고 있다. 대표팀에 소집돼 평가전부터 4번 타순에서 부진하다. 무라카미는 일본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5경기, 19타석 동안 홈런포가 터지지 않았다. 장타력뿐만 아니라 타율도 0.125(16타수 2안타) 낮았다. 그동안 4번 타자로 나섰지만, 7일 열린 오릭스 버팔로스와 평가전에는 6번으로 강등됐고, 이날 홈런을 터뜨렸다. 무라카미는 "이번 시즌 첫 홈런이다. 홈런을 날린 뒤 달리는 법을 잊고 있었다. 이제 좀 안심이 된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WBC 본선 1라운드 개막 전에 치른 마지막 평가전을 기분 좋게 마무리했다. 무라카미는 WBC 첫 경기였던 9일 중국전에 4번 타순에 복귀했다. 결과는 3타수 무안타. 볼넷 2개를 얻었지만 안타가 하나도 터지지 않았다. 10일 한국전은 4타수 무안타에 잔루만 7개 남겼다. 11일 체코전에서 3타수 1안타를 기록, 대회 첫 안타를 신고했다. 다음날 호주와의 최종전에서 4타수 1안타를 쳤다. 1라운드 최종 성적은 타율 0.143(14타수 2안타)로 부진했다. 무엇보다 기대를 모은 장타가 한 번도 터지지 않았다. 일본 현지에서도 우려가 나오자 구리야마 히데키 일본 대표팀 감독은 16일 이탈리아아의 8강전에 변화를 줬다. 요시다 마사타카(보스턴 레드삭스)를 4번 타순으로 올리고, 무라카미를 5번으로 한 계단 내렸다. 앞타자 3번 오타니가 1라운드 4경기에서 타율 0.500(12타수 6안타) 8타점, 7볼넷, 출루율 0.684로 찬스를 만드는데 4번 무라카미가 장타는커녕 안타 생산 등 하지 못해서다. 타순 변경은 적중했다. 무라카미는 3타수 2안타 1타점 1볼넷 3득점을 기록했다. 안타 2개는 모두 2루타로 밀어쳐 만든 점이 고무적이다. 이번 대회 첫 멀티 히트(한 경기 2안타 이상)를 때려냈다. 4-2로 쫓긴 5회 말 무사 1, 2루에서 가운데 담장을 직격하는 큼지막한 1타점 2루타를 날렸다. 찬스를 이어간 일본은 5회 3점을 보태 7-2로 달아났다. 무라카미는 7회에도 2루타를 치고 나가 득점까지 올렸다. 대회 통산 3번째 우승에 도전하는 일본은 이번 대회 투타 조화를 앞세워 승승장구하고 있다. 일본은 오는 21일 푸에르토리코-멕시코 8강전 승자와 결승 티켓을 놓고 격돌한다. 중심타자 무라카미가 타격감을 되찾으면서 일본 타선은 한층 위력이 더해졌다. 전세기를 타고 미국 마이애미로 떠나는 발걸음도 가벼워졌다. 이형석 기자 2023.03.17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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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니 164.2㎞/h' 패배 잊은 일본, WBC 5회 연속 4강 '대업'

일본이 패배를 잊었다. 홈팬들의 열렬한 박수를 받으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5회 연속 4강 진출이라는 대업을 달성했다.구리야마 히데키 감독이 이끄는 일본 WBC 야구대표팀은 16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8강 토너먼트(2라운드) 이탈리아전을 9-3 승리로 장식했다. WBC 1·2회 대회 우승국 일본은 5회 연속 4강 무대에 오르며 야구 강국 이미지를 다시 한번 각인했다. 결전지를 미국 마이애미 론디포 파크로 이동, 푸에르토리코(D조 2위)-멕시코(C조 1위)전 승자와 결승 진출 여부를 두고 맞붙게 됐다. 일본은 한 수 아래로 평가받는 이탈리아를 거세게 몰아붙였다. 0-0으로 맞선 3회 말 1사 1·3루에서 요시다 마사타카(보스턴 레드삭스)의 내야 땅볼로 선제 득점을 올렸다. 후속 무라카미 무네타카(야쿠르트 스왈로스)의 볼넷으로 2사 1·2루. 곧바로 오카모토 카즈마(요미우리 자이언츠)가 달아나는 스리런 홈런을 터트렸다. 이탈리아는 5회 초 사사구 2개와 안타 1개를 묶어 2사 만루 찬스를 잡았다. 이어 도미닉 플레처(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가 오타니 쇼헤이(LA 에인절스)의 100마일(160.9㎞/h) 패스트볼을 공략, 2타점 적시타로 연결했다. 일본은 5회 말 무사 1, 2루에서 무라카미와 오카모토의 연속 2루타로 3점을 추가했다. 7회 말에는 요시다의 솔로 홈런, 겐다 소스케(세이부 라이온스)의 2타점 적시타로 9-2까지 점수 차를 벌렸다. 이탈리아는 8회 초 플래처가 솔로 홈런을 때려냈지만 추격하기엔 역부족이었다.오타니는 이날 선발 투수로 나서서 4와 3분의 2이닝 4피안타 1볼넷 5탈삼진 2실점 했다. 5이닝을 채우지 못했지만, 무려 102마일(164.2㎞/h) 패스트볼을 포수 미트에 꽂았다. 타격에선 4타수 1안타 1볼넷 2득점. 일본은 5번 무라카미(3타수 2안타 1타점 3득점)와 6번 오카모토(2타수 2안타 5타점 1득점)가 4안타 6타점 4득점을 합작했다. 이탈리아는 3번 플레처가 4타수 3안타 3타점으로 활약했지만, 중간 계투진이 붕괴하면서 8강 진출에 만족해야 했다. 배중현 기자 bjh1025@edaily.co.kr 2023.03.16 2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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