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용병 펄펄 나는 팀, 성적도 좋다? ‘현실은 달라요’
프로야구에 외국인 선수 제도가 도입된 건 1998년이다. 팀당 인원은 많아야 3명에 불과했지만 외국인 선수는 전력 강화에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혔다. 하지만 최근 흐름은 다르다. 외국인 투수보다는 팀 전체의 전력이 얼마나 탄탄한지가 더 중요하다. 2013 프로야구가 바로 그렇다.올 시즌 상위권 팀들은 하나같이 외국인 선수 때문에 애를 먹었고, 지금도 고민 중이다. 1위 삼성은 지난해 25승을 합작한 탈보트(30), 고든(35)과의 재계약을 포기하고, 밴덴헐크(28)와 로드리게스(26)를 택했다.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밴덴헐크는 점점 나아진 모습을 보였지만 로드리게스는 11경기 3승 5패 평균자책점 4.40의 초라한 성적을 남기고 짐을 쌌다. 우완 카리대(30)를 긴급수혈했지만 3경기에서 2⅓이닝을 던지고 7실점한 뒤 팔꿈치 통증으로 2군에 내려갔다. 세 명의 외국인 선수가 거둔 승리를 합치면 9승으로 삼성 토종 선발들이 올린 33승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2위 LG와 3위 두산도 사정은 비슷하다. LG는 리즈가 8승11패 평균자책점 3.14로 제 몫을 했지만, 2년 연속 10승을 올린 주키치가 올 시즌 3번이나 2군에 다녀올 정도로 부진하다. 교체까지 검토하다 잔류시켰지만 여전히 팀 전력에 보탬이 되지 못하고 있다. 두산은 니퍼트(32)가 2011년부터 3년 연속 두자릿수 승리를 올렸지만 또 다른 외국인 올슨이 10경기에서 1승만 거둔 뒤 퇴출됐다. 대체선수로 핸킨스가 왔지만 그 역시 6점대 평균자책점에 머물고 있다. 니퍼트마저 등 근육통으로 후반기에는 한 번도 등판하지 못하고 있다.외국인 선수들이 잘하고 있는 팀들은 오히려 중위권에 머물고 있다. 4위 넥센은 지난해 27승을 합작한 나이트(38)와 벤헤켄(35)이 지난해만큼은 아니지만 올해도 각각 9승과 8승을 올렸다. 5위 롯데도 유먼(34)이 13승, 옥스프링(36)이 9승을 챙겼다. 6위 SK도 시즌 초만큼의 위력은 아니지만 세든과 레이예스가 293이닝을 던지며 18승을 합작했다. 하지만 세 팀은 중위권에서 힘겨운 4강 싸움을 벌이고 있다. 외국인 선수가 팀 순위에 영향을 끼친 사례는 NC와 한화 정도다. NC는 3명(찰리·에릭·아담)의 투수로 탄탄한 선발진을 구축하며 8위에 오른 반면 바티스타(6승)와 이브랜드(4승)가 고작 10승을 합작한 한화는 최하위로 떨어졌다.이같은 현상에 대해 각 구단 관계자들은 외국인 선수의 비중이 그만큼 낮아진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한 수도권 구단의 외국인 선수 담당자는 "외국인 선수는 이제 옵션이다. 기본 전력으로 하는 싸움에 힘을 보태는 정도"라고 했다. 한 지방 구단 관계자는 "선수단에서는 '외국인 선수에 왜 돈을 쓰지 않느냐'고 한다. 하지만 그보다는 육성 시스템을 통해 장기적으로 전력을 수급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2013.08.27 08: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