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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익의 Epi-Life] 늙은 농민의 나라

“예전에는 서울에서 농민 시위를 참 많이 했잖아요. 요즘은 잘 안 보이던데.”“우리 농민이 이제는 늙어서요, 서울에는 힘이 들어서 못 갑니다.”농촌 지역의 어느 행사장에서 농민들과 이런 이야기를 나누었던 것이 5년 전 즈음입니다. 그동안에 농민은 더 늙었습니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2023년 현재 농민 중 60세 이상이 70%에 육박합니다. 70세 이상이 36.7%, 60대가 30.6%입니다. ‘늙은 대한민국’의 미래가 농촌에는 이미 와 있습니다. “서울 사람들이 싫어하잖아요. 차 막힌다고….”농민이 늙어서 이제는 서울에 못 간다는 말보다 이 말에 저는 가슴이 더 아렸습니다. 농민의 사정에 공감하지 않는 서울 사람들의 차가운 시선을 느꼈다는 뜻일 것입니다.윤봉길 의사가 독립운동을 하러 중국 상해로 가기 전에 충남 예산에서 농민운동을 했습니다. 그는 <농민독본>이라는 책을 써서 이웃을 가르쳤습니다. <농민독본>의 ‘농민’ 편은 이런 문장으로 시작합니다.“우리 조선은 농민의 나라입니다. 과거 4000여 년 동안의 역사를 돌아볼 때 어느 때에 비록 하루라도 농업을 아니 하고 살아본 적이 없었습니다. 역사의 첫머리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전혀 농민의 나라인 것은 감출 수 없는 사실입니다.”제가 학교에서 배운 역사는 ‘태정태세문단세’의 왕조 역사였습니다. 고구려 신라 백제 고려 조선의 왕들이 무슨 일들을 했는지 외우는 것이 역사 공부의 9할이었습니다. 그들 왕이 한반도 역사의 주인공이라고 배웠습니다. 윤봉길 의사의 역사관은 달랐습니다. 이 땅의 주인은 농민이라고 농민에게 가르쳤습니다.산업화 이전 대한민국은 인구 분포상 농민의 나라인 것은 분명하였습니다. 1950년대 대한민국 인구의 80%가 농민이었습니다. 1970년대까지 선거 유세장에서 가장 많이 들었던 문장은 이것이었습니다.“저는 가난한 농민의 자식으로 태어나….”산업화는 농민을 도시로 밀어내어 노동자로 만들었습니다. 산업화 초기에는 도시에서 돈벌이를 하는 노동자여도 자신이 농민의 자식이라는 인식은 하고 살았습니다. 어버이와 삼촌, 이모, 고모, 사촌 등등 피붙이가 농촌에 살았고, 명절에 고향 농촌을 찾아가기도 했기 때문입니다.제가 서울에서 처음 목격한 농민 상경 시위는 1988년 ‘고추 투쟁’이었습니다. 고추 가격이 폭락하자 농민들이 고추를 트럭에 싣고 와서 민정당사 앞에 내려놓고 시위를 했습니다. 1990년대에 들면서 우루과이 라운드 사태로 농민이 서울에서 시위를 하는 것은 다반사였습니다. 서울 시민들도 농민 시위에 합세를 하거나 곁에서 응원을 하였습니다. 농민의 일이 곧 자신의 일이라고 여겼습니다. 이때만 해도 대한민국은 농민이거나 농민의 자식으로 이루어진 나라였습니다.2024년 현재 대한민국 국민 중 농민이 차지하는 비율이 4%입니다. 도시의 노동자는 이제 농민의 자식이 아니라 노동자의 자식입니다. 노동자의 자식에게 농민의 사정은 먼먼 남의 일입니다. 농민이 서울에서 시위를 하면 농촌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아보려는 생각보다 당장에 여러 불편만 느낄 수도 있을 것입니다. 사람은 다 눈치가 있습니다. 늙은 농민은 더 이상 서울에 올라오지 않으려고 할 것입니다.윤봉길 의사가 농민운동을 하다가 독립운동으로 방향을 바꾼 것은 농민을 잘살게 하려면 당장에 해야 할 일이 일제 착취를 종식시키는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일 수 있다고 저는 추측하고 있습니다. 그는 인간에게 먹을거리 생산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고 있었습니다. <농민독본>에 이런 구절이 있다는 것은 들어보셨을 것입니다.“우리나라가 돌연히 상공업 나라로 변하여 하루아침에 농업이 그 자취를 잃어버렸다 하더라도 이 변치 못할 생명창고의 열쇠는 의연히 지구상 어느 나라의 농민이 잡고 있을 것입니다.”늙은 농민의 나라에서 우리는 먹고 살아야 합니다. 농민의 사정은 우리 먹을거리의 사정입니다. 노동자의 손자, 아니 증손자 현손자이어도 좋은 먹을거리를 확보하려면 농민의 사정을 살펴야 합니다. 현재 대한민국의 늙은 농민은 쌀값 투쟁을 하고 있습니다. 2024.10.10 07:00
연예일반

‘개미가 타고 있어요’ 한지은 “코믹 연기? 더 망가지고 싶다는 생각해” [일문일답]

이렇게 유쾌하고 러블리할 수 있을까. 배우 한지은이 티빙 ‘개미가 타고 있어요’를 통해 인생 캐릭터를 새로 썼다. 한지은은 지인의 고급 정보에 전 재산으로 주식을 풀매수, 전세자금을 날리고 인생역전을 노리는 유미서 역을 연기했다. 한지은은 시시각각 변하는 유미서의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하고, 능청스러운 연기도 거침없이 소화하며 누구나 호감을 느낄만한 사랑스럽고 매력적인 캐릭터를 완성했다. 특히 연상, 연하 여자친구 그리고 어머니의 반응을 재연하는 백화점 명품관 직원, 상투를 틀고 적에게 맞서는 동학농민운동가뿐만 아니라 일본 드라마 속 장면, 만화 같은 상황극을 생생하게 그리며 현실감을 더했다. 여기에 홍종현과의 러브라인까지 달달하게 그려내며 로코 여신으로 등극했다. -종영 소감은. “늘 작품을 찍을 때마다 애정이 있었지만, ‘개미가 타고 있어요’는 남다른 애정이 있는 작품이었다. 마지막까지 재미있게 봐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개미가 타고 있어요’를 통해 첫 주연을 맡았다. “책임감이 남다르게 다가왔다. 전체를 이끌어야 한다는 폭넓은 책임감이 있었다. 그 어느 때보다 대본을 많이 봤다. 했던 것을 되새기고 다시 보면서 모니터링했다. 저 좋은 걸 찾아내려는 노력을 많이 했다.” -첫 번째 주연작인데 망가지는 연기가 많았다. “나는 재미있었다. 중간에 현타가 오고 멘붕이 왔다. 판타지적 요소가 많다 보니 내가 지금 맞는 느낌으로 연기하는 건가 싶었다. 망가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없었다. 오히려 나는 더 망가지고 싶은 부분도 있었다. 할 거면 확실하게 해야 한다. 그래야 보는 사람들에게 정확하게 전달된다.” -기억에 남는 반응이 있나. “1화에서 나왔던 백화점 신이 많이 돌아다니더라. 나도 덕분에 그 장면을 몇십번 봤다. ‘저거 한 번에 다 찍은 거냐’라고 한 반응이 기억에 남는다. 또 어머니 흉내를 냈는데 그 신을 보고 북한 사람이냐고 한 댓글도 봤다. 그건 사실 대본에 없었던 건데 재미있게 봐줘서 신기했다.” -홍종현과의 호흡은 어땠나. “홍종현과는 진짜 빨리 친해졌다. 둘 다 낯을 많이 가리는데 그러면서도 장난기가 있다. 그게 잘 맞았는지 빨리 친해져 만나면 장난치느라 바빴다. 그러다 보니 대본에 대한 이야기도 편하게 할 수 있었다. 홍종현이 워낙 착하고 배려도 많이 하는 친구다. 낯을 가려서 차가운 사람일 줄 알았는데 장꾸미가 깊다. 너무 편했다.” -주식창을 보고 기절한 홍종현의 뺨을 때리는 장면이 생생했다. 촬영 비하인드가 있나. “찍고 나서 홍종현에게 사죄했다. 때리는 척을 할 수 있었는데 나는 요령이 없었다. 다음 장면에서 홍종현 얼굴에 손자국이 나 있어야 했다. 처음 시도를 했는데 아니다 싶어 리얼하게 가자면서 진짜로 때렸다. 홍종현이 오히려 더 하라고 해서 용기를 얻었다. 그러고 나서 후에 사죄했다. 이 자리를 빌려 홍종현에게 감사하다.” -결말은 마음에 드는가. “마음에 든다. ‘개미가 타고 있어요’는 대본을 봤을 때 주식 이외에 사람들의 성장 이야기였다. 주식이 위험하다는 부정적인 인식이 있지 않나. 드라마를 통해 주식이 미서처럼 모르는 상태에서 했을 때 위험하고, 잘 알고 했을 때는 건강한 재태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려 주고 싶었다.” -‘개미가 타고 있어요’는 본인에게 어떤 의미인가. “한지은의 다양한 모습을 볼 수 있는 작품으로 봐줬으면 한다.” -실제로 주식을 해봤나. “딱 한 번 해봤는데 지금은 안 한다. 수익률은 많이 아프다. 그대로 두고 아예 손도 안 대고 있다. 가장 많이 아팠을 때보다 조금 회복했더라. 원점이 될 거라는 기대는 없다.” -주식에 입문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유미서와 똑같다. 고급 정보를 듣고 시작했다. 나도 ‘일단 500만 태워봐’라는 말을 똑같이 들었다. 그런 부분에 과감한 사람이 아닌 것 같아 다시 하고 싶다는 생각은 안 들었다. 이왕 하는 거면 공부를 열심히 해서 올바르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평소 돈 관리는 어떻게 하나. “확신이 들기 전까지는 투자를 조심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일단 열심히 일해서 번 돈은 잘 간직하고 있다. 조금 더 현명한 방법을 찾아보자 한다. 요즘 비트코인도 많이 하던데, 나는 그것도 안 맞는 것 같다.” -도전하고 싶은 장르가 있다면. “다양한 장르를 경험해봤지만 좀 더 심도 있게 다시 해보고 싶다. ‘개미가 타고 있어요’의 경우도 로맨틱 코미디의 느낌도 있지만, 일상 드라마다. 아예 전형적인 로코물이나 깊이 있는 누아르 적인 장르를 하고 싶다.” -같이 연기해보고 싶은 배우가 있나. “구교환이 너무 멋있다. 로코가 될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배우로서 멋있다고 생각했다. 또 박해일을 정말 좋아한다. 박해일의 눈빛에 대해 ‘선과 악이 공존한다’는 말이 있는데, 그게 너무 공감됐다. 이반에 ‘한산: 용의 출현’을 보고 또 한번 반했다. 공효진 역시 너무 좋아한다. 실제로 만나서 더 반했다. 예전에 작품을 같이 한 적이 있는데 팬심에 멀리에서 바라봤다. 이번에 ‘별들에게 물어봐’를 하면서 나를 먼저 기억해줬다. 작품 이야기를 들으면서 더 찐팬이 됐다. 작품 전체를 다른 캐릭터까지 세심하게 생각하는 게 느껴졌다. 그 모습이 너무 멋있었다. 나도 저런 부분을 배우고 싶다고 생각했다.” -배우로서의 지향점이 있다면. “진정성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 지금 시점에서는 진정성 있는 배우가 멋지고 좋은 배우라는 생각이 든다. 작품에 진심을 다해 최소한의 후회만 남을 수 있게 노력하고 싶다. 늘 시청자들에게 진심으로 한 연기를 전달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세빈 기자 sebi0525@edaily.co.kr 2022.09.17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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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운동가 백기완, 투병 중 영면…향년 88세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이 15일 별세했다. 향년 88세. 서울대병원 등에 따르면 백 소장은 이날 오전 눈을 감았다. 백 소장은 지난해 1월 폐렴 증상으로 입원해 투병 생활을 해 왔다. 1933년 황해도 은율 태생인 백 소장은 1950년 6·25가 발발하자 부모·작은형과 함께 남쪽으로 내려왔다. 젊은날 농민운동과 나무심기운동, 빈민운동에 힘썼고 1967년 고 장준하 선생과 함께 ‘백범사상연구소’를 세웠다. 1973년 유신헌법 철폐를 위한 개헌 청원 100만인 서명운동에 앞장섰고 민주통일민중운동연합 서울지부 의장, 전노협 고문 등을 지냈다. 백 소장은 박정희 정권 시절 대통령 긴급조치 위반 혐의로 1974년 3월 비상고등군법회의에서 징역 12년·자격정지 12년을 선고받았으나 2013년 8월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1987년 대선에 민중후보로 출마했다가 야당의 후보 단일화·연립정부 구성을 촉구하며 사퇴했다. 1992년 대선에서 다시 민중후보로 나서기도 했다. 빈소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2호실, 발인은 19일 오전 7시다. 황지영기자 hwang.jeeyoung@jtbc.co.kr 2021.02.15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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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현X이시목, '불후의 명곡' 출연 인증샷···노래연습도 다정히

뮤지컬배우 김소현이 '불후의 명곡' 출연 인증샷을 공개했다.김소현은 9일 자신의 SNS에 "KBS '불후의 명곡' 임시정부수립100주년 새로운 100년을 노래하다. 광복절특집. 감사합니다"라는 글과 함께 여러 장의 사진, 짧은 영상 하나를 게재했다.공개된 사진엔 '불후의 명곡' 무대에 오른 김소현, 아역배우 이시목 군의 모습이 담겨 있다.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무대를 이어가는 두 사람의 아름다운 분위기가 인상적이다. 또 김소현은 이어진 영상을 통해 대기실에서 이시목 군과 다정하게 합을 맞춰보는 모습을 공개해 눈길을 끌었다. 사진을 접한 팬들은 "아름답소현", "오늘 무대 기대할게요", "시목이도 함께라니, 본방사수 할게요" 등의 반응을 보였다.한편, 오늘(10일) 오후 6시 5분 방송되는 KBS2 '불후의 명곡'은 임시정부 100주년 수립을 겸한 광복절 특집으로 진행된다. 김소현과 이시목 군은 동학농민운동을 배경으로 한 구전민요로, 파랑새에게 전봉준을 상징하는 녹두밭을 해치지 말 것을 당부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곡 '새야 새야 파랑새야'를 선곡했다.홍신익 기자 hong.shinik@jtbc.co.kr 2019.08.10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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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여기] 역사가 담긴 ‘성곽길’로 걷기 여행

우리나라에는 역사적으로 의미가 있는 성곽길이 여러 군데 있다. 특히 국난 극복의 역사가 담긴 곳들이 있는데, 고양·안성·진주·보은·담양 등이다.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6월의 걷기 좋은 국내 성곽길 5곳을 소개한다.먼저 경기도 고양시의 행주산성 역사누리길이다. 삼국시대에 처음 만들어진 행주산성은 덕양산 능선을 따라 1km 둘레로 이뤄진 토성이다. 조선시대 임진왜란 때 권율 장군과 아낙네들이 힘을 모아 왜군을 물리친 곳이다.행주산성 입구인 대첩문 근처 고양시정연수원에서 시작, 토성과 행주대첩비를 지나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숲길로 이어지는 총 3.7km의 길은 울창한 나무들과 한강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 덕분에 여름에도 쾌적하다. 특히 길의 끝, 행주대교를 배경으로 노을 지는 풍경은 한강 최고의 경치로 손색없다. 진주의 ‘에나진주길 01코스 역사와 문화의 길’은 진주시가 배산임수의 두 축인 물줄기와 산줄기를 이어서 걷는 길을 낸 곳이다. 진주사의 중심 지역은 풍수지리에서 이야기하는 전형적인 배산임수(背山臨水) 지형으로, 남쪽으로 남강이 유장하게 흐르고, 북쪽에는 대룡산·비봉산·선학산으로 이어지는 산줄기가 든든하게 받치고 있다.특히 남강변에 있는 진주성은 우리 역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곳이라 없던 길을 새로 만든 것은 아니고, 동네 사람들이 산책하고 가볍게 등산하던 길을 이었다.이 길에 서려 있는 이야기의 두께는 만만치 않다. 선사시대부터 사람들이 살았던 곳이기에 인문·지리·역사·문학 등 이야기에 아름다운 자연환경이 더해져 길은 풍성해졌다. 걷기 좋고 흥미 있는 이야기가 녹아 있는 길이 생긴 것이다.경기 안성의 ‘영남길 8코스 죽주산성길’은 깊어 가는 봄과 여름 사이에 걷기 좋은 길이다.안성의 드넓은 평야 사잇길을 시작으로 약 13km 길이의 한양과 부산을 잇던 옛 영남대로를 따라 이어진다. 초록빛으로 수놓기 시작한 농촌의 고즈넉한 풍경과 비봉산 정상에서 멋진 조망은 이 길에서 찾아볼 수 있는 매력 포인트. 이 길의 주인공은 죽주산성이다.북진하던 신라가 축조한 이래로 조선시대까지 이 일대를 지키던 요새의 흔적이 이곳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고려시대에 몽골군이 침입했을 당시 이곳을 지켜 냈던 죽주방호별감 송문주의 이야기를 들어 보자. 팔만구암자가 있을 정도로 불교가 흥성했던 지역인 만큼, 길 위에서 만나는 불교 유적이 많다. 보물 제435호 봉업사지 오층석탑을 비롯해 미륵불입상·당간지주 등이 여행객을 반긴다.산성의 나라라 불렸을 만큼 수많은 산성이 있는, 우리나라에서 산성 마니아들이 세 손가락 안에 꼽는 명불허전의 산성 답사처가 바로 충남 보은의 ‘삼년산성길’이다. 언제 찾아도 한적해 안온한 마음으로 편안하게 산책을 즐길 수 있다.신라의 삼국 통일에서 결정적 역할을 한 것도 이 삼년산성에서 출동한 군사들이었다. 지금은 적군의 창칼을 막는 역할을 내려놓고, 이곳을 찾는 현대인들을 외부 스트레스로부터 보호해 주는 충실한 안식처가 되고 있다.담양군 금성면과 전라북도 순창군의 경계를 이루는 금성산에 위치한 금성산성은 호남의 3대 산성 가운데 하나다.삼국시대 때 지어져 중요한 요새이자 거점으로 여겨졌지만, 동학농민운동 때 성안의 모든 시설이 불에 타 버렸다.현재는 4개 성곽을 복원해 옛터를 따라 걸을 수 있는 ‘단양오방길 02코스, 산성길’이 조성됐다.옛터를 따라 걷다 보면 성곽의 돌처럼 겹겹이 쌓여 있는 세월과 역사를 들여다볼 수 있을 뿐 아니라 꽃 내음 가득한 길, 깊은 숲속의 오솔길, 오롯이 사색에 잠길 수 있는 길 등 다양한 매력을 발견할 수 있다. 권지예 기자 kwon.jiye@jtbc.co.kr 2019.06.0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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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두꽃', 4차 티저 공개..동학농민운동의 서막

SBS 새 금토극 '녹두꽃'에서 1894년 민초들의 우렁찬 사자후, 그 날의 서막이 오른다.오는 26일 첫 방송되는 ‘녹두꽃’은 1894년 동학농민혁명의 소용돌이 속에서 농민군과 토벌대로 갈라져 싸워야 했던 이복형제의 파란만장한 휴먼스토리를 그린 드라마다. 앞서 ‘녹두꽃’ 제작진은 극을 이끌어 갈 주인공 3인 조정석(백이강), 윤시윤(백이현), 한예리(송자인)에 집중한 3개의 티저를 공개해 화제를 모았다. 이런 가운데 ‘녹두꽃’ 4차 티저가 19일 공개됐다. 이번 4차 티저에서는 드디어 극의 가장 중요 사건인 동학농민혁명과 작품 메시지가 암시됐다. ‘녹두꽃’이 왜 민중역사극인지, 왜 기념비적 작품인지, ‘녹두꽃’을 왜 봐야 하는지 명확히 입증한 30초였다.‘녹두꽃’ 4차티저는 잔혹하게 매질을 하는 조정석의 모습으로 시작된다. 무자비한 악인이 된 조정석의 모습 위로 동생 윤시윤의 “굳이 거시기로 사시겠다면 말리지 않겠습니다”라는 안타까움의 목소리가 더해진다. 극중 조정석의 모습을 통해 좌절로 얼룩진 1894년 조선을 처절하게 보여준 것.핍박과 수탈, 신분제로 인한 지독한 차별. 1894년 이 땅의 민초들은 비참했다. 때문에 동학농민혁명이 발생한 것이다. 사발통문에 결연한 표정으로 자신의 이름을 적는 최무성(전봉준), 죽창을 든 민초들의 모습, 보가 와르르 무너지고 화약이 펑펑 터지는 장면, “세상은 잡아먹지 않으면 잡아 먹히는 것”이라는 박혁권(백가)의 목소리가 맞물려, 민중이 염원한 ‘그날’의 도래를 예고했다. 여기에 방점을 찍은 것이 “백성에겐 쌀을, 탐관오리에겐 죽음을”이라는 우렁찬 외침이다. 이와 함께 “가장 비참한 땅에 피어난 새 세상을 향한 찬란한 꿈”, “이제 그 날의 서막이 오르다”는 카피는 ‘녹두꽃’이 써내려 갈 동학농민혁명의 역사를 묵직하게 암시했다.‘녹두꽃’ 4차티저는 동학농민혁명을 중심으로 극의 본격적인 스토리를, 방송 전 처음으로 보여준 영상 콘텐츠다. 조정석, 윤시윤, 한예리, 최무성 등 배우들의 역동적이고 막강한 연기력은 스토리에 힘을 실어주고, 작품을 살아 숨쉬게 만들었다. 이외에도 드라마에서 쉽게 볼 수 없었던 큰 스케일, 정현민 작가의 힘 있는 대사, 신경수 감독의 선 굵은 연출력도 아낌없이 빛났다.‘녹두꽃’은 ‘정도전’, ‘어셈블리’ 등 촌철살인 완성도 높은 스토리의 정현민 작가와 ‘뿌리깊은 나무’, ‘육룡이 나르샤’ 등 선 굵은 연출의 신경수 감독이 의기투합한 작품이다. 오는 26일 오후 10시 첫 방송. 박정선 기자 park.jungsun@jtbc.co.kr 2019.04.20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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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길진의 갓모닝] 755. 내장사 기도

제18차 백일기도가 끝났다. 이번 기도는 정말 힘들었다. 항암 치료 중단을 선언하고 시작한 백일기도였기에 그 어느 때보다 비장했다. 면역력이 떨어진 암 환자에게 추운 겨울은 최악의 계절이다. 특히 독감이 유행하는 시기에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선원은 내 건강에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백일기도를 무사히 마친 것은 기적에 가까웠다. 백일기도를 하면서 스스로 명을 좀 더 이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동안 악성 뇌종양과 사투를 벌이면서 솔직히 많이 지쳐 있었다. 생을 놓고 싶은 순간도 여러 번 있었다.그런데 백일기도를 시작하니 선원에 많은 후암 회원들이 모였다. 지방에서 KTX를 타고 오시기도 하고, 장사를 서둘러 마치고 종종걸음으로 뛰어오시기도 했다. 추운 겨울날, 이토록 열심히 백일기도에 동참하는 회원들을 보고 있노라니 잠시나마 생을 놓고 싶었던 나 자신을 채찍질하게 됐다.아직 도움이 필요한 분도 계시고, 인연을 맺어야 할 분도 많고, 무엇보다 아직 해야 할 일이 많기에 좀 더 명을 이어야겠다는 결심이 서자, 그 방책을 찾던 중 우리 집안과 인연이 깊은 내장사가 떠올랐다.내장사는 전라북도 정읍 내장산에 위치해 있다. 내장사의 ‘내장’은 ‘안에 깊이 감춘다’라는 뜻으로, 산속에 깊이 감춰져 있는 절이 내장사다. 의미심장한 사찰 이름의 내력처럼, 내장사는 우리 집안과 깊은 인연을 조용히 맺었다.1930년대에 중수된 내장사는 차경석 조부께서 세운 보천교 십일전 건물이 일제에 의해 해체되면서 건물의 일부를 내장사로 옮겨 지었다고 전해진다. 그런데 6·25전쟁 당시에 아버지 차일혁 경무관께서 빨치산 토벌 작전을 하던 중 부하가 실수로 내장사를 불태웠다. 한마디로 아들이 아버지 집을 불태운 격이나 마찬가지였다.게다가 동학농민운동에 참여해 우금치전투에서 용감하게 싸우신 차치구 증조부의 유골을 조부께서 비밀리에 뿌린 곳이 내장사였다. 그만큼 내장사는 우리 집안과 인연이 깊은 사찰이다. 아버지는 내장사를 불태운 부하를 크게 야단쳤는데, 공교롭게도 그 부하는 두 달 뒤 전투 중에 전사했다.아버지는 내장사 화재로 할아버지께서 남기신 소중한 전각들을 잃게 되자 상실감이 크셨던 모양이다. 그 뒤 아버지는 빨치산의 은신처가 될 수 있으니 사찰을 전부 소각하라고 한 상부의 명령을 어기고 화엄사 같은 지리산 천년 사찰들을 보존하도록 목숨을 걸고 노력을 기울이셨다. 오랜 세월 동안 내장사와 맺은 인연 때문인지, 아버지 차일혁 경무관의 흉상이 현재 내장산 아래의 워터파크 입구에 세워져 있다. 나는 계룡산과 인연이 깊지만 3대에 걸쳐 깊은 인연을 맺고 있는 내장사야말로 나의 서원을 이룰 수 있는 사찰이라고 믿는다. 그래서 정읍 출신의 후암 회원 몇 분께 나의 명을 이을 수 있도록 내장사에서 기도를 올려 달라고 부탁했다. 내가 직접 기도를 올려야 하나 지금의 건강 상태로는 불가능했다. 젊은 시절에는 몇 시간 만에 삼천배를 할 수 있을 정도로 건강했지만 이젠 선원에서 열두 배 절하는 것도 힘이 드니 말이다. 고령임에도 내 건강을 위해 내장사에서 기도해 주신 후암 회원분들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 또 내장사 기도의 영감을 주신 한 도인께도 고맙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다. (hooam.com/ 인터넷신문 whoim.kr) 2018.12.1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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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길진의 갓모닝] 662. 한반도의 두 기운

얼마 전까지 부산항에 미국의 항공모함이 차례로 정박 중이었다. 길이 333m, 축구장 3개 규모의 갑판에 각종 항공기 70여 대를 실은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호에는 참수 작전을 수행하는 특수 요원까지 탑승해 있었다. 다음 달 초에는 칼빈슨함이 한반도 근해로 올 예정이다.평창겨울올림픽 기간 중 군사훈련을 중단함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항공모함을 지속적으로 보내고 있다. 유사시에는 군인만 타면 부산항에 정박하지 않고도 해안가에서 직접 작전을 수행할 수 있도록 말이다.멀리 두만강·압록강 및 북한의 국경 지대에는 대단위 중국 부대가 기동연습을 하고 있다. 주로 군사작전상 이동이 야간에 이뤄져 왔던 것과 크게 대조된다. 이는 향후 벌어질 수 있는 시가전에 대비하기 위해서로 추측하고 있다. 산둥반도에서 시행되고 있는 육전대의 도하훈련도 같은 맥락이다.이런 상황에서 지난 9일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남북이 평창겨울올림픽 참가와 군사 당국 회담 개최, 남북 선언 존중 등에 합의했다. 북한이 핵 문제에 대해서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지만 대체적으로 의견 일치를 보고 있다. 남북 첫 고위급 회담을 계기로 남북대화의 흐름이 새해부터 복원됐지만 북 핵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남북의 관계 개선은 자칫 단발성으로 끝날 수도 있다.한반도는 현재 전쟁과 평화의 두 가지 기운이 함께 흐르고 있다. 눈에 드러나지는 않지만 미국·중국·러시아·일본은 여전히 한반도에서 전쟁의 가능성을 열어 놓고 그것을 대비하고 있다. 오직 우리만이 평창겨울올림픽에 빠져 있는 것이다. 미국은 북한이 평창겨울올림픽에 선수단과 함께 기자단을 파견하면 안전협정위반으로 이의를 제기할 뜻을 시사하면서도 트럼프 대통령 가족을 포함한 고위 대표단을 평창에 파견하겠다고 약속했다. 일본은 위안부 후속 대책에 반발해 아베 총리의 평창겨울올림픽 불참을 거론하고 있고, 남북회담이 국제사회의 공조 균열 노림수라고까지 말하고 있다. 이렇듯 주변국들은 유사시를 대비하면서도 남북의 판문점 고위급 회담을 예의 주시하고 있는 것이다.조선 명종 때 예언가 남사고는 ‘격암유록’을 남겼다. 이 책에는 임진왜란, 동학농민운동, 한일병합조약, 한반도의 해방과 분단, 한국전쟁, 4·19 혁명과 5·16 군사정권 등 역사적으로 굵직한 사건들과 함께 향후 발생할 수도 있는 전쟁과 전염병 등도 경고하고 있다. 이는 동시대 서양 예언가인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과도 일맥상통한다.국제사회는 대한민국이 전쟁 불감증에 걸려 있다는 말을 자주 하고 있다. 틀린 말은 아니다. 주말이면 인천공항은 해외여행을 떠나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으니 말이다. 무술년 새해에 평화의 소식이 들려와 좋기는 하지만 마냥 들떠 있어서는 안 된다. 평창겨울올림픽도 중요하지만 대비할 것은 대비해야 한다.행운과 불행은 같이 온다고 했다. 축제와 전운이 함께하고 있는 한반도를 우리는 냉정히 바라봐야 한다. 북 핵 문제 외에도 안으로 집값 폭등, 최저임금 책정으로 인한 실직 등 우리가 풀어 나가야 할 숙제들이 너무 많다. 정치인은 경제적·사회적 갈등을 유발하지 말고 국민은 차분하게 세계인의 축제를 맞이해야 한다. 때가 때인 만큼 모든 일에 조심해야 하지만 남북이 마주앉아 대화하는 그 자체로 긍정적이라 아니할 수 없을 것이다.(hooam.com/ 인터넷신문 whoim.kr) 2018.01.1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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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도' 설민석 "김구, 명성황후 시해한 장교 주먹으로 처단"

설민석은 김구 선생의 일화를 소개했다.19일 방송된 MBC '무한도전'에서는 '역사X힙합 프로젝트–위대한 유산'의 두 번째 시간을 가졌다. 멤버들은 래퍼와 함께 역사 강사 설민석의 강의를 들으며 집중하는 모습이 그려졌다.이날 설민석은 김구 선생에 대해 "190cm가 넘는 거구였다"고 밝혔다. 그는 "김구 선생은 명성황후가 시해된 을미사변 당시 가담자로 추정되는 일본 장교 쓰치다를 살해하기도 했다"고 말했다.설민석은 김구 선생과 인중근 의사의 인연도 공개했다. 그는 "김구가 독학농민운동에 참여했다. 그때 안 진사가 김구를 발견하고 될 놈이라고 판단, 아들과 친하게 지내게 했다. 그 아들은 안중근이었다"라고 말해 멤버들의 감탄을 자아냈다.이미현 기자 lee.mihyun@joins.com 2016.11.19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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