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미리 보는 2020 신입사원⑨] 완벽했던 고교 시절, NC 미래의 에이스 정구범
이 정도로 장기화될 줄은 아무도 몰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사태가 사그라질 줄 모른다. 2020 KBO 정규시즌 개막 역시 기약이 없다. 당초 3월 28일로 예정됐던 개막일을 4월 중순으로 한 차례 미뤘던 KBO는 지난달 24일 긴급 이사회에서 정규시즌 개막을 4월 20일 이후로 다시 미뤘다. 그러나 그 후에도 사회적 긴장감은 전혀 완화되지 않았고, 5월 개막은 물론 경기 일정 축소까지 검토해야 하는 상황으로 치달았다. 선수단과 팬들의 감염을 막고 안전을 지키는 것이 리그 강행보다 중요하다는 데는 모두가 동의한다. 다만 그 누구보다 벅찬 마음으로 개막을 준비해왔던 이들의 마음이 타들어가는 것도 안타까운 일이다. 가장 큰 피해자는 역시 각 팀의 '새얼굴'들. 대망의 메이저리그 도전을 앞두고 뜻밖의 암초에 부딪힌 김광현(세인트루이스)처럼, KBO 리그에도 아직 새로운 출발선에 설 그날만을 하염없이 기다리는 '신입 사원'들이 있다. 코로나19 사태의 종식을 기다리는 일간스포츠가 그 안타까운 이름들을 한 발 먼저 소개하기로 한 이유다. 〈일간스포츠 야구팀〉 덕수고를 졸업한 정구범(20)은 지난해 8월 열린 2020 KBO 신인 드래프트에서 가장 빠르게 호명됐다. 전체 1순위 지명권을 갖고 있던 NC의 선택을 받았다. 서울권 팀들의 1차 지명 후보로도 거론됐던 정구범은 중학교 때 미국 유학을 떠나면서 유급하는 바람에 2차 지명 대상자가 됐다. 2018년 리그 최하위에 머물었던 NC로선 뜻하지 않은 대어를 손에 넣었다. 될성부른 떡잎이었다. 2학년 때 전국대회 성적이 3승 1패 평균자책점 1.35(39⅔이닝 6자책점)다. 159타자를 상대해 단 하나의 피홈런도 허용하지 않았다. 삼진은 46개. 2018년 9월 일본 미야자키에서 열린 제12회 아시아 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에선 태극마크를 달았다. 당시 2학년 중에선 정구범과 정해영(광주일고·현 KIA) 안인산(야탑고·현 NC)만 대표팀에 이름을 올렸다. 정구범은 대만과 결승전 선발 투수로 나설 만큼 중추적인 역할을 하며 우승에 힘을 보탰다. 쟁쟁한 선배들과의 경쟁에서도 밀리지 않았다. 졸업반인 3학년 때에는 더 완벽했다. 전국대회 성적이 3승 무패 평균자책점 0.90(40⅓이닝 4자책점)으로 흠잡을 곳이 없었다. 이닝당 출루허용(WHIP)이 0.78에 불과했다. 동급생 중에선 경쟁자가 없었다. NC는 1차 지명자 김태경(용마고)보다 1억원 많은 계약금 2억5000만원을 안겨 유니폼을 입혔다. 민동근 NC 스카우트는 "정구범은 스트라이크존을 좌우, 상하로 나눠 던질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경기 운영 능력이 뛰어나고 4가지 구종(직구·슬라이더·커브·스플리터)을 자유롭게 던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관심을 끈 스프링캠프 명단에는 빠졌다. 이동욱 감독은 정구범을 미국 애리조나 캠프에 데려가지 않았다. 급할수록 돌아가는 방법을 선택했다. 고교 시절 많은 경기를 소화했던 만큼 우선 꼼꼼하게 몸 상태를 체크했다. 국내에 남은 정구범은 왜소한 체구를 단단하게 만드는 쪽으로 포커스를 맞췄다. 김종문 NC 단장은 "입단 후에 체중을 5kg 정도 늘렸다. 몸을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했다. 이동욱 감독의 기대도 크다. 이 감독은 "(입단 후) 팔이나 어깨 쪽 재활을 잘했다. (계획대로 진행되면) 뒤에 힘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투구 내용을 봐야 하지만 고등학교 때 던졌던 걸 보면 충분히 도움이 될 거다. 좋은 왼손 선발 투수를 얻을 수 있다"고 했다. 3선발 구창모를 비롯해 최성영, 김영규 등 팀 내 왼손 투수가 적지 않다. 정구범은 향후 선발 로테이션을 책임질 수 있는 최상급 유망주라는 평가다. 김 단장도 "야구 지능이 뛰어난 선수다. 미래의 에이스"라고 했다. 가치는 지난 3월 다시 한번 확인됐다. KBO가 발표한 2020 도쿄올림픽 야구 대표팀 사전 등록 명단(111명)에 포함됐다. 신인 중에선 정구범, 소형준(KT) 남지민(한화) 3명만 KBO 기술위원회 선택을 받았다. 소형준과 남지민이 모두 1군 스프링캠프를 소화했다는 걸 고려하면 정구범은 캠프를 뛰지 않은 신인 중에서 유일했다. 잠재력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는 계기였다.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는 정구범은 "노력해서 1군에 꼭 뛰어보고 싶다. 1군에서 뛴다면 팀에 보탬이 되는 플레이를 선보이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배중현 기자 bae.junghyune@joongang.co.kr 관련기사 정민태 등번호 후계자, 한화 차세대 에이스 남지민 '실력+배포 겸비' 소형준, KT 첫 '투수 신인왕' 겨냥 개봉 앞둔 '타자 원탑 유망주' 키움 박주홍 정우영에 이어 올해도…즉시 전력감으로 떠오른 LG 김윤식 KBO 리그 최단신…삼성 '작은 거인' 김지찬 공수주 다 갖춘 SK 최지훈, '제2의 김강민' 꿈은 아니다 99순위 안권수, 휴먼 스토리 그 이상의 자질 "최준용, 직구·슬라이더 조합 위협적…당장 1군 올라와도 불펜에서 활약 기대"
2020.04.20 06: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