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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축구

'2701호 논란'에 KFA 공식입장... "핵심 내용 공개하고 개선책 마련"

대한축구협회(KFA)가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에서 있었던 ‘2701호 논란’에 대한 공식 입장을 전했다. 협회는 10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그동안 이에 대한 공식적 언급을 자제했다. 개인의 감정을 협회가 정면 대응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면서 “문제에 대해 보도가 나와 팩트와 거짓이 뒤섞여 혼란을 주는 일이 되풀이됐다”고 전했다.파울루 벤투 전 대표팀 감독이 이끌던 한국 축구대표팀은 카타르 대회에서 역대 두 번째 원정 월드컵 16강 진출을 달성했다. 하지만 월드컵이 끝난 뒤 손흥민(토트넘) 측에서 고용한 개인 트레이너 안덕수 씨가 개인 SNS(소셜미디어)에 KFA를 비난하는 폭로 글을 올리며 논란이 커졌다. 안 트레이너는 선수들과 같은 숙소에 머물며 몸 관리를 해준 것으로 알려졌다.당시 안 트레이너는 “(대표팀의 숙소와 같은 호텔에 위치한) 2701호에서는 많은 일이 있었다. 2701호가 왜 생겼는지 기자님들이 연락을 주시면 상상을 초월한 상식 밖의 일을 자세히 알 수 있을 것”이라며 “프로축구팀에 20여 년 가까운 시간을 보낸 사람이기에 한국 축구의 미래를 생각 안 할 수가 없었다”고 폭로했다.김영서 기자 zerostop@edaily.co.kr다음은 협회의 공식 임장문이다.카타르 월드컵에 참가했던 우리 축구대표팀의 의무 트레이너 문제와 관련해 최근까지 많은 언론 보도가 있었습니다. 손흥민 선수의 개인 의무 트레이너로, 카타르 현지에 와서 일부 대표선수들을 대상으로 치료 활동을 했던 안덕수 씨가 개인 SNS를 통해 대한축구협회에 불만을 표출한 것이 그 시작이었습니다.대한축구협회는 그동안 이에 대한 공식적인 언급을 자제해 왔습니다. 뚜렷한 사유와 내용을 설명하지도 않은채 SNS에 쏟아낸 개인의 감정을 협회가 정면 대응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월드컵 16강 진출을 자축하고 선수단의 노고를 격려하는 경사스런 분위기에서, 자칫 예민할 수 있는 이 문제를 섣불리 언급할 경우, 협회가 나서서 분위기를 깨뜨린다는 오해도 불러일으킬 수 있었습니다. 대표선수들, 그리고 의무진을 포함한 지원 스태프들에게 다시 한번 아픈 기억을 되살려 마음의 상처를 줄 수도 있다고 여겼습니다. 아울러 안덕수 씨가 “기자들의 취재를 기다린다”고 SNS에 적었기에, 당사자가 직접 언론을 통해 문제 제기를 하면, 적극 해명을 하자는 것이 협회의 방침이었습니다. 그러나 당사자도 아닌 ‘측근’이나 익명의 관계자를 빌려 계속 이 문제에 대해 보도가 나오고, 팩트와 거짓이 뒤섞여 혼란을 주는 일이 되풀이되어 왔습니다.언론과 팬들 사이에서도 “도대체 어디까지가 진실인지 모르겠으니 협회가 명확한 사실을 알려주면 좋겠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이 됐습니다.이 문제를 계속 수면 아래로 둔 상태에서 협회 내부적으로만 수습하고자 할 경우, 오는 3월로 예정된 대표팀 소집때 비슷한 오해와 언론 보도가 다시 나올수 있다는 우려도 생겼습니다. 따라서 대한축구협회는 이제는 핵심 내용을 공개하고, 개선책을 마련하는 것이 낫겠다는 판단을 했습니다.이에 아래와 같이 주요 과정과 협회 입장을 밝히오니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1. 각급 축구 대표팀의 의무 인력 보강을 위해 대한축구협회는 지난 2021년 11월 협회 홈페이지를 통해 의무 트레이너 모집 공고를 냈습니다. 동시에 이 무렵 일부 대표선수들은 손흥민 선수의 개인 트레이너로 일하는 안덕수 씨가 협회 의무 스태프로 일할 수 있게 해달라고 협회에 요청을 했습니다.이에 대해 협회는 해당 선수들을 통해 “안덕수 씨가 원한다면 정식으로 지원을 해달라”고 전달했습니다. 그러나 안덕수 씨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지원을 하지 않았습니다. 2. 2022년 6월쯤 일부 대표 선수들이 안덕수 씨가 협회 의무 스태프로 일하도록 해달라는 요청을 다시 했습니다. 이에 대해 협회는 “모집 공고때 지원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故 최숙현 선수(트라이애슬론) 사망 사건 이후 2021년 2월부터 시행된 국민체육진흥법에 따라 관련 자격증을 소지한 사람만이 일할 수 있으므로, 자격증을 갖고 있는지부터 확인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선수들을 통해 안덕수 씨가 갖고 있는 자격증은 ‘기본응급 처치사’와 ‘스포츠현장 트레이너’임을 확인했습니다. 그러나 이는 협회가 인정하는 의무 스태프 자격증에 해당되지 않았습니다. 협회가 인정하는 자격증은 물리치료사, 건강운동관리사, 선수 트레이너(Athletic Trainer), 운동처방사입니다. 이 4개중 최소 하나만 있으면 협회의 정식 의무 스태프로 일할 수 있습니다. 자격증의 보유 여부가 더욱 엄격해지는 추세를 반영해 2022년 3월 연령별 대표팀 의무 트레이너 모집 때는 국가공인자격인 물리치료사와 건강운동관리사 자격증 보유자로 지원 자격을 제한하기도 했습니다.3. 손흥민 선수가 카타르 월드컵 참가를 위해 현지에 도착하면서 안덕수 씨를 개인 트레이너로 동행해 왔습니다. 안덕수 씨 외 다른 2명의 개인 트레이너도 함께 현지에 왔습니다. 협회는 내부 논의를 거쳐 손흥민 선수 외에도 희망하는 선수들이 있을 경우, 안덕수 씨를 포함한 3명의 외부 트레이너로부터 치료를 받는 것을 수용했습니다. 선수 관리에 일부 혼선이 있을 수는 있겠지만, 선수들의 몸 상태를 최고로 끌어올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월드컵에서 선수들이 원한다면 굳이 막을 필요가 없다는 판단을 한 것입니다. 4. 안덕수 씨는 치료와 숙박에 필요한 호텔룸을 직접 예약했습니다. 이 방은 선수단과 같은 호텔에 있었지만, 선수들이 묵는 층과 다르고 동선도 구분돼 있었습니다.숙식 비용도 대한축구협회가 따로 지원한 것은 없습니다.카타르 체류 기간에 전체 선수들 중 10여명 정도가 안덕수 씨의 치료를 받았습니다. 이중에는 협회 의무 트레이너의 치료도 함께 번갈아 가며 받는 선수들도 있었습니다. 5. 첫 경기 우루과이전을 이틀 앞둔 11월 22일, 일부 선수들이 협회의 대표팀 책임자를 찾아왔습니다. 선수들의 요구는 현장에 와 있는 협회 의무팀장 A씨의 업무 배제와 귀국 조치였습니다. 안덕수 씨를 협회 의무 스태프에 포함해 주지 않는 것을 항의하면서, A의무팀장이 안덕수 씨의 의무 스태프 합류를 반대하는 핵심 인물이라는 이유였습니다. 선수들은 또 “안덕수 씨가 자격증이 없어서 의무 스태프로 채용할 수 없다면 장비 담당자라든가, 다른 직책으로 등록해 놓고 의무 활동을 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제안하기도 했습니다.아울러 선수들은 “현지에 와 있는 5명의 협회 의무 스태프 중 1명이 관련 자격증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협회가 고용하고 있다. 따라서 협회는 거짓말을 한 것이고, 안덕수 씨를 고의로 배제하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6. 그러나 일부 선수들의 주장과 달리, A의무팀장이 안덕수 씨의 의무 스태프 합류를 반대한 사실은 전혀 없습니다. 안덕수 씨가 애초에 지원도 하지 않았고, 자격증 보유 요건을 충족하지 않았으므로 협회가 판단하여 고용하지 않은 것입니다. 아무리 선수들이 원한다 하더라도 모집 공고에 응시하지도 않은 무자격자를 협회가 고용할 수는 없었기 때문입니다. 중요한 대회에서 몸을 최상의 상태로 만들고 싶은 선수들의 간절한 마음은 충분히 이해합니다. 또 선수들로부터 그 실력을 인정받는 안덕수 씨가 월드컵 기간중 별도의 공간에서 선수들의 치료를 위해 애쓴 것은 협회도 충분히 인정합니다.하지만 공적인 업무를 수행하는 협회가 의무 스태프를 장비 담당자로 직책을 조작하면서까지 불법을 묵인하고 조장할 수는 없었습니다. 7. 자격증이 없다고 선수들이 지목한 협회 의무 스태프 B씨는 지난 2008년부터 14년째 협회에서 일해오고 있습니다. 카타르 월드컵 당시 ‘운동사’ 자격증만을 갖고 있으므로 의무 스태프에 필요한 자격증이 없었던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B씨와 안덕수 씨는 경우가 다릅니다. 협회가 B씨와 2년 재계약을 맺은 것은 2020년이었습니다. 이 때는 정부의 관련 법령이 시행되지 않았고(2021년 2월부터 시행), 협회가 해당 법령이 추진된다는 것을 알지도 못하던 때였습니다.계약을 맺은 이후에 정부의 자격증 조건이 새로 시행되었으므로, 이를 이유로 소급해서 당사자와 계약을 해지할 수는 없었습니다. 대신 계약이 종료되는 2022년 12월까지 국가공인자격(물리치료사 또는 건강운동관리사)을 취득하지 못할 경우 재계약은 할수 없다고 B씨에게 통지했습니다. B씨는 지난 12월 물리치료사 시험에 응시해 최종 합격 통보를 받았습니다.8. 협회는 앞서 말한 일부 선수들의 요구에 대해 내부 논의를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의무 스태프를 포함해 현지에 파견된 협회 지원 인력 상당수가 “아무런 잘못이 없는 A의무팀장을 귀국 조치한다면 우리도 당장 한국으로 돌아가겠다“는 의사를 밝히는 등 내부적으로 심각한 분위기가 조성됐습니다. 협회는 A의무팀장을 귀국 조치하는 것은 불가하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다만 A 의무팀장에게 치료 활동은 중단하도록 조치했습니다.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A의무팀장이 선수들을 계속 치료하는 것은 당사자나 선수들 모두에게 심리적으로 큰 스트레스를 주는 것이므로, 이를 예방하는 것이 낫겠다고 판단을 했기 때문입니다. 협회는 선수들에게 이 사실을 통보했고, 선수들도 동의해 이 문제는 일단락됐습니다. 9. 일부 선수의 부상 상태에 따른 혼선도 발생했습니다. 훈련과 경기후에 통증을 호소한 선수를 현지 FIFA 공식 지정병원에 데려가 MRI 촬영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촬영 결과에 대해 현지 전문의와 협회가 파견한 대표팀 닥터진이 소견을 같이하고 이를 선수에게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안덕수 씨는 이와 다른 의견을 선수들에게 전달했고, 이 때문에 선수들이 혼란스러워 했습니다.이 사건 이후 안덕수 씨는 자신의 SNS에 대표팀 닥터를 비난하는 내용의 게시물을 올렸습니다.10. 이상이 카타르 월드컵 기간중 발생한 사건의 핵심 내용입니다.대한축구협회는 안덕수 씨가 개인 SNS를 통해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하지 않으면서 협회와 의무 스태프를 공개 비난한 것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합니다. 선수들의 신뢰를 받은 안덕수 씨가 선수들을 위해 수고했다는 사실은 협회도 잘 알고 있습니다.하지만 실력 여부를 떠나 어찌됐든 법적으로 비의료인인 안덕수 씨가 국내 최고 수준을 인정받는 전문 의료진의 판단 영역에 대해 반대 의견을 선수들에게 주입한 것은 적절치 못한 처사입니다. 이는 결과적으로 의무진에 대해 불신을 초래하고, 선수와 팀에 큰 혼란을 주었습니다. 11. 대한축구협회도 미흡한 점이 일부 있었습니다. 대표팀의 핵심 구성원인 선수들이 오랫동안 요청한 사항이라면 좀 더 귀 기울여 듣고 문제를 해결할 합리적인 대안을 마련했어야 했습니다. 안덕수 씨가 자격증이 없으므로 공식 채용은 할수 없다 하더라도, 현실적으로 선수들의 몸을 케어하고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해당 선수들이 어떠한 케어를 받고 있는지 더 정확히 모니터링해야 했습니다.또 선수들이 현재의 협회 의무 트레이너들에게 불만을 갖고 있다면 그 원인이 무엇이고,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심도있는 고민을 하고 대책을 세워야 했는데 그러질 못했습니다.12. 선수들에 대해서도 아쉬운 점은 있습니다.앞서 말한대로 현지에서 발생한 여러 악재에도 불구하고 선수들은 엄청난 각오와 의지로 16강 진출이라는 목표를 달성했습니다. 이런 헌신과 노력은 아무리 칭찬해도 아깝지 않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합법적인 채용 절차를 인정하지 않고 요구를 관철시키려는 태도는 온당치 못했습니다. 또 극히 일부이긴 해도 의무 스태프와 협회 직원을 향해 부적절한 발언을 한 것도 사려깊지 못한 행동이었습니다.월드컵에서 성과를 거두고 싶은 간절한 마음에 감정이 격앙될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상대를 존중하고 대표선수의 품위를 지키는 자세는 그라운드 밖에서도 중요합니다.13. 이제 중요한 것은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올바른 방향을 잡는데 달려 있습니다. 선수가 최적의 컨디션으로 경기에 임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그래서 최근에는 선수들이 개인 트레이너를 고용해 몸 상태를 더욱 철저히 관리하는 추세입니다. 앞으로도 이런 경향은 더욱 늘어나리라 예상됩니다.대한축구협회는 협회 공식 의무 스태프와 개인 의무 트레이너간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지, 개인 트레이너의 동행이 불가피하다면 어떻게 협력 관계를 조성할지 확실한 대안을 마련해 나가고자 합니다. 의무 트레이너의 능력 향상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도 연구하겠습니다.우리보다 이런 상황을 일찍 경험했을 다른 축구 선진국의 사례도 현재 조사 중에 있습니다. 협회 의무분과위원들의 전문적인 조언도 듣고, 선수들의 의견도 청취할 것입니다. 새로 부임할 대표팀 감독의 생각도 중요한만큼 상의해서 최종적인 방침을 결정하겠습니다.늦어도 3월초까지는 협회 차원에서 관련 규정을 정하고, 대표팀이 새로 소집되는 3월말에는 확정된 방침이 적용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14. 대표팀 내부에서 일어난 불미스러운 일을 협회가 굳이 들추어내서 어떤 도움이 되겠느냐는 비판도 나올 수 있습니다. 그러나 덮어둔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될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사실을 있는 그대로 밝히고, 서로 부족했던 점을 인정하면서, 향후에는 재발하지 않도록 머리를 맞대어 개선 방안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저희 협회는 판단했습니다. 이번 일로 인하여 축구인, 축구팬 여러분에게 심려를 끼쳐 대표팀 운영을 책임지는 기관으로서 다시 한번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앞으로 대표팀 구성원들이 더 화합하고, 더 나은 시스템을 구축함으로써 한층 단단하고 강력한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이 되도록 대한축구협회는 노력하겠습니다.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2023.01.10 12:01
스포츠일반

[김식의 엔드게임] '슈퍼 쌍둥이' 뒤로 숨은 건 누구인가

어른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말했다. 몰랐다. 죄송하다. 여자 프로배구 간판 스타였던 '슈퍼 쌍둥이' 이재영·이다영(25·흥국생명)이 중학교 시절 '학교 폭력(학폭)'을 저질렀다는 폭로가 있고 난 뒤였다. 다수의 피해자가 21가지로 상술한 학폭 내용은 참혹했다. 10여년 전, 그러니까 이재영·이다영이 미성년 시절의 일이다. 그때도 사리 분별을 할 수 있는 나이였다. 그들이 가한 폭력은 어떤 이유로도 용서받거나 이해받을 수 없다. 그러나 분명한 건 쌍둥이의 폭력은 둘만의 힘으로 가해질 수 없었다는 점이다. 그들 주위에는 부모가 있었고, 교사가 있었다. 지도자라고 부르는 사람이 여럿이었다. 프로에 와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도 어른들은 침묵했다. 폭력을 조장했거나 최소한 방관했다. 그런데도 학폭이 있었다는 걸 하나같이 몰랐다고 했고, 그걸 사과했다. 가까이에서 벌어진 폭력을 인지하지 못한 걸 자책(하는 척)했다. 쌍둥이의 중학교 시절 배구부 감독은 17일 한 방송사와 인터뷰에서 "운동 끝나고 나선, 기숙사가 2층이니까. 거기서 일어난 건 저는 잘 모르죠. 여자 아이들이다 보니까 제가 거길 올라갈 수도 없고…"라고 말했다. 기시감이 든다. 쌍둥이의 아버지 이주형 익산시청 육상팀 감독은 하루 전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전혀 몰랐던 일이 갑자기 터지니 '멘붕'이 왔다. 쌍둥이가 중학교 때 선생님(코치)이 배구부의 숙소를 총괄했다. 그 선생님이 워낙 강인한 분이라 그걸(학교 폭력) 감췄을까 하는 의문도 든다"고 말했다. 이주형 감독은 "선수 생활을 해본 내가 (학폭을 알았다면 쌍둥이를) 가만 안 놔뒀을 것이다. 운동 잘한다고 까불면 안 된다. 피해자들에게 미안한 마음뿐"이라고 사과했다. 지난 10일 인터넷 커뮤니티에 폭로 글이 올라온 뒤 이재영·이다영은 즉각 사과문을 올렸다. 배구 팬뿐 아니라 우리 사회가 느끼는 분노는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무작위로 올라오는 '추가 폭로' 탓만은 아니다. 우리는 이미 비슷한 일을 많이 겪었다. 그리고 이후에도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멀리 갈 것도 없다.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 최숙현이 지도자와 동료들의 폭언·폭행·가혹행위에 시달리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게 지난해 6월이었다. 가해 시점은 쌍둥이의 학폭이 먼저이지만, 사건 후 벌어지는 일들은 거의 똑같다. 고(故) 최숙현과 학폭 피해자들은 가까운 어른들의 도움을 받지 못했다. 오히려 가해자를 두려워했다. 피해자들의 억울함을 들어준 건 여론이었다. 다시 말하면, 여론이 들끓지 않으면 폭력 피해자가 하소연할 방법은 마땅치 않다. 최숙현은 죽음으로 자신의 억울함을 알렸다. 그가 숨진 뒤 가해자들은 한동안 억울하다고 맞섰다. 전 국민이 주목하고 사실관계가 밝혀진 뒤에야 끔찍한 가해 사실이 드러났다. 학폭의 피해는 가해자가 '슈퍼 쌍둥이'였기에 주목받을 수 있었다. 이재영·이다영은 육상선수 출신 아버지와 배구선수 출신 어머니(김경희씨)로부터 운동 능력을 물려받았다. 특히 김경희 씨는 1988 서울올림픽 배구 세터 출신으로 배구계에 상당한 영향력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뛰어난 재능'과 '든든한 배경'을 가진 자매가 또래에게 얼마나 강한 존재인지 우린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실력이 권력이 되고, 권력이 실력을 더 강화했으며, 결국 폭력으로 번졌다. '슈퍼 쌍둥이' 학폭은 이 시대의 폭력성을 잔인하게 드러냈다. 그러면서 우리 사회의 공정·인권 감수성을 건드렸다. 보통의 경우, 평범한 상대라면 피해 사실을 폭로하기도 어렵다. 어른들의 무심과 방관 때문이다. 지금도 여럿이 이런 일을 겪고 있을 것이다. 2010년 11월 흥국생명에 입단했던 김유리(현 GS칼텍스)는 선배의 심한 괴롭힘에 스무 살에 은퇴했다. 이후 4년 뒤 다른 팀에 입단해 지금까지 뛰고 있다. 학교가 아닌 프로라고 크게 다르지 않다. 학폭 폭로 후 흥국생명은 "두 선수의 심신이 불안정한 상태"라며 민감하게 반응했다. 박미희 흥국생명 감독은 "과도한 관심 때문에 선수들이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이재영·이다영 외에) 남은 선수들이 더는 다른 요인으로 방해받지 않았으면 한다"고 읍소했다. 그들에게는 여전히 경기력과 우승이 중요했다. 소속팀 선수로 인해 세상이 뒤집어졌는데, 어른들은 코트만 바라보고 있다. 죄송하지만, 몰랐단다. 어른을 믿기 어렵다. 결국 시스템에 의지하는 수밖에 없다. 오늘(19일) 시행되는 일명 '최숙현법(국민체육진흥법 2차 개정안)'은 ▶체육인에게 인권침해·비리 즉시 신고 의무 부과, 신고자·피해자 보호 조치 강화 ▶직권조사 권한 명시, 조사 방해·거부 시 징계 요구 등 스포츠윤리센터 조사권 강화 ▶가해자에 대한 제재 및 체육계 복귀 제한 강화 ▶상시적 인권침해 감시 확대 및 체육지도자 등에 대한 인권교육 강화 ▶체육계 표준계약서 도입 및 실업팀 근로감독·운영관리 강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런데 체육계 폭력은 관련법이 없어 벌어진 게 아니다. 지금도 스포츠윤리센터라는 신고기관이 있지만, 피해자들은 인터넷 커뮤니티에 호소했다. 과거에도 다른 이름의 기관과 법이 있었다. 다만 어른들의 의지가 부족했던 거다. 문재인 대통령은 "학교부터 국가대표 과정 전반까지 폭력이 근절되도록 각별하게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지난 15일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은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취임 첫 행보로 17일 스포츠윤리센터를 찾아 이진숙 이사장 등을 격려했다. 황희 장관은 "스포츠윤리센터가 (폭력 예방에) 선제적 역할을 해달라"고 말했다. 법과 제도 등의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권력자의 의지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대통령도 여러 번 당부한 일이 관련 법을 강화하고도 이뤄지지 않는다면 더는 할 말이 없다. 시민이 준 힘을 제대로, 제때 사용하지 못한다면 권력자들도 쌍둥이 뒤에 숨는 어른과 다를 게 없다. 김식 스포츠팀장 2021.02.19 06:00
스포츠일반

[김희선의 컷인] 이기흥 대한체육회 회장, 난타전을 기억하라

'난타전을 기억하라.' '반(反) 이기흥'이라는 저지선을 넘어 연임에 성공한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에게 한국 스포츠가 전하는 메시지다. 기호 3번으로 출마한 이기흥 회장은 18일 온라인 투표로 진행된 제41대 대한체육회장 선거에서 총 투표 수 1974표 중 915표를 획득, 46.35%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당선됐다. 대한체육회는 앞으로 4년 더 '이기흥 체제'로 간다. 이기흥 후보 다음으로 기호 4번 강신욱 후보가 507표(25.7%)를 받았다. 기호 1번 이종걸 후보(423표·21.4%), 기호 2번 유준상 후보(129표·6.5%)가 뒤를 이었다. 전체 선거인단 2170명 중 1974명이 참여해 투표율은 90.97%에 이르렀다. 4년 전 선거 때 기록한 63.49%를 크게 뛰어넘는 수치다. 이기흥 회장의 당선은 후보자 등록이 마감된 직후부터 어느 정도 예상됐던 일이다. 연임에 도전하는 이기흥 회장에 대항한 '반 이기흥' 세력이 후보 단일화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개표 결과는 예상대로였다. 이기흥 회장은 2위를 기록한 강신욱 후보와 400표 이상 차이를 벌려 '압승'에 성공했다. 그러나 강신욱 후보와 이종걸 후보의 득표를 합치면 얘기가 달라진다. 산술적으로 계산하면 후보 단일화가 이뤄졌을 경우, 다른 결과가 나왔을 수도 있다. 물론 가능성은 어디까지나 가능성일 뿐이다. '현직 회장'이라는 프리미엄에도 불구하고 전체 투표 인원의 53.6%가 이기흥 후보가 아닌 다른 후보를 지지했다는 점은 짚고 넘어가야 한다. 이기흥 회장이 지난 4년간 대한체육회장으로서 이룬 성과 못지않게 부족했던 부분들 역시 두드러졌다. 그만큼 변화의 필요성을 절감한 이들이 많았다는 선거 결과가 말해주고 있다. 이번 선거는 후보 간의 도를 넘는 비난과 인신공격, 맞고소 등 진흙탕 싸움으로 전개됐다. 근거 없는 비난들은 차치하더라도, 정책과 공약에 대한 정당한 비판과 대한체육회의 비전에 대한 지적에는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특히 조재범 전 쇼트트랙 대표팀 코치의 심석희 구타 사건, 고(故) 최숙현 선수 사건 등 이기흥 회장 재임 동안 반복된 스포츠 인권 문제는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 절반을 넘은 '반 이기흥' 표심이 보여준 강력한 메시지다. 이기흥 회장도 체육인 교육센터를 통한 지속적인 체육인 인성 교육을 다음 임기의 우선 과제로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힌 만큼, 스포츠 인권 존중을 위한 공약 실천에 힘을 쏟아야 한다. 폭로와 비난으로 얼룩진 선거는 체육계를 분열시켰다. 이를 빠르게 봉합하는 것도 이기흥 회장의 과제다. 진흙탕 싸움이 남긴 후폭풍을 정리하고, 갈등을 최소화해야 한다. "대한민국 미래 체육의 100년은 오늘부터 시작됐다"는 이기흥 회장의 당선 소감처럼, 한국 체육의 백년대계를 마련해야 한다. 체육회 정관에 따라 직무 정지 상태로 선거를 치렀던 이기흥 회장은 20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당선증을 받고 체육회 업무에 복귀한다. 선거는 끝났고, 그가 해야 할 일은 산더미처럼 많다. 김희선 기자 kim.heeseon@joongang.co.kr 2021.01.20 06:00
스포츠일반

후보만 최소 6명, '체육 대통령' 선거 시작

체육계 대권 레이스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한국 체육 최상위 기관인 대한체육회의 수장을 뽑는 대한체육회장 선거가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가운데, 다음 주 후보자 등록이 시작된다. 대한체육회는 내년 1월 18일 실시하는 제41대 대한체육회장 선거를 앞두고 오는 28일과 29일 이틀에 걸쳐 후보 등록을 받는다. 선거 운동 기간은 30일부터 선거 전날인 내년 1월 17일까지이며, 투표는 대한체육회 대의원, 회원종목단체, 17개 시·도 체육회 등에서 무작위로 선정된 2180명의 선거인단이 진행한다. 대한체육회는 24일 선거인 명부를 작성하고, 28일까지 명부 열람을 마치기로 했다. 대한체육회장은 '체육 대통령'이라는 무거운 별명이 붙을 만큼 중요한 자리다. 연간 예산 4000억원을 바탕으로 대한민국 체육을 이끌어가는 기관의 수장인 만큼 막중한 책임이 뒤따른다. 41대 대한체육회장의 책임과 그 중요성은 한층 더 커졌다. 4년 전 기존 체육회와 국민생활체육회가 합쳐져 통합 체육회로 탄생한 이후 조직이 더욱 커진 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불러온 시대적 위기를 헤쳐가야 하기 때문이다. 또 올해로 창립 100주년을 맞은 대한체육회를 이끌고 앞으로 다가올 새로운 100년을 준비해야 하고, 체육계의 고질적인 병폐이자 고(故) 최숙현 선수 사건으로 다시 한번 수면 위로 드러난 스포츠 인권 문제에 대한 부분도 보듬어야 한다. 이처럼 책임이 무거운 자리지만 경쟁은 어느 때보다 치열하다. 이기흥(65) 현 대한체육회장을 비롯해 출마를 공식적으로 선언한 후보만 벌써 6명이다. 출마를 선언한 인물들의 면면도 화려하다. 4선 국회의원 출신 유준상(78) 대한요트협회 회장, 장영달(72) 우석대 명예총장에 2004 아테네 올림픽 태권도 금메달리스트 문대성(44) 아시아올림픽평의회 집행위원, 강신욱(65) 단국대 교수, 윤강로(64) 국제스포츠연구원장 등이 출사표를 냈다. 여기에 아직 출마선언을 하지 않은 인물들도 가세할 수 있다. 후보가 많아질수록 표가 분산되기 때문에 다자간 대결은 이기흥 현 회장에게 유리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체육계에선 이기흥 회장의 재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이기흥 회장은 2018 평창 겨울올림픽 개최를 비롯해 진천선수촌 시대 개막, 체육회 예산 증액, 민선 시·도회장 선출 등 회장 임기 동안 보여준 성과도 있다. 조재범 코치 폭행 사건과 고(故)) 최숙현 선수 사건 등 스포츠 인권에 소홀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크지만, 현재로선 다른 후보들에 비해 가장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것으로 보인다. 후보자들도 이번 선거를 이기흥 대 반(反) 이기흥 구도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반대 세력 후보들의 단일화 논의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기흥 회장을 제외한 5명의 후보는 승리 가능성이 높은 후보를 중심으로 단일화를 이뤄내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기흥 회장과 맞붙을 단일화 후보를 결정하기 쉽지 않다는 데 있다. 체육계 내에서도 각 단체나 종목별로 지지하는 후보가 모두 다른 만큼 매끄럽게 단일화를 이뤄내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후보 단일화의 또 다른 변수는 장영달 명예총장의 출마 자격 논란이다. 장영달 명예총장은 대통령 선거 당시 사전 선거운동 혐의로 2019년 대법원의 500만원 벌금형 확정판결을 받았다. 체육회장 선거 출마 자격에도 논란이 일었다. 이번 선거를 위탁 관리하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후보 등록 마감일인 29일 장영달 명예총장의 출마 자격과 관련한 유권 해석을 어떻게 내리느냐도 후보 단일화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장영달 명예총장은 이에 대해 "내 출마 자격에 문제가 없으며, 헌법기관인 중앙선관위가 이미 유권 해석을 마쳤다. 한 번 내린 유권 해석을 바꾸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김희선 기자 kim.heeseon@joongang.co.kr 2020.12.24 06:01
스포츠일반

“다른 선수들 불이익 받으면 안돼”…철인3종협회 징계 막아선 최숙현 선수 아버지

철인 3종경기 국가대표 출신 최숙현 선수가 세상을 떠난 지 약 한 달이 지났다. 최 선수의 아버지인 최영희씨는 최근 대한체육회에 "대한철인3종경기협회에 대한 징계를 막아달라"고 호소했다. 철인3종경기협회는 지난 2월 최 선수가 피해를 호소하며 가해자에 대한 징계를 신청했지만 묵살했던 곳이다. 무슨 사연일까. 최씨와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이야기를 들었다. ━ “딸 같은 선수들에게 불이익 안 돼” 최씨는 31일 “모두 내 딸 같은 다른 선수들이 불이익 받는 걸 원치 않아 철인3종경기협회의 강등만은 막고 싶다"고 말했다. 철인3종경기협회는 대한체육회의 가맹단체다. 대한체육협회의 징계를 받아 준가맹단체가 되면 철인3종경기는 전국체전 종목에서도 제외되고 지원금도 줄어 선수들에게 피해가 갈 수 있다. 실제 대한체육회 이사회는 최씨의 호소를 받아들여 철인3종경기협회를 강등하지 않고 관리단체로 지정했다. 관리단체로 지정된 철인3종경기협회는 기존 임원들을 모두 해임하고, 대한체육회가 구성하는 관리위원회의 관리를 받게 됐다. 그동안 최씨는 딸을 잃은 아픔 속에도 경북 칠곡에서 여의도 국회, 대한체육회 등을 오갔다. 사건 진상규명 및 체육계 폭력근절을 촉구하기 위해서다. 그러던 최씨는 지난 29일 대한체육회 이사회에 참석해 “철인3종경기협회에 대한 강력한 징계를 막아달라”고 호소했다 최씨는 “가해자와 단체 책임자들은 분명 잘못했지만, 잘못이 없는 소속 선수들까지 불이익을 받는 건 숙현이도 원치 않을 것”이라며 “철인3종경기 선수들이 어렸을 때부터 굉장히 척박한 환경에서 애써온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고 했다. 또 최씨는 “철인3종경기 선수들은 모두 딸 같이 느껴지는데, 이들을 돕는 데 아주 조금이나마 기여를 한 것 같아 다행”이라며 “선수들도 나를 ‘아버지’라고 부르며 위로를 많이 해주고 있다. 이들을 위안 삼아 힘을 내고 있다”고 말했다. ━ “‘최숙현법’ 후배들에게 도움되길” 최 선수의 죽음이 알려진 뒤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한체육회 등은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실제 지난 30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선 ‘최숙현법(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이 의결됐다. 이 법은 선수를 폭행한 지도자 처벌 강화, 실업팀 선수의 불공정계약 방지, 인권침해를 막기 위한 CCTV 설치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이를 두고 최씨는 “‘최숙현법’ 제정 등이 생각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 가족들에겐 위로가 되고 있다”며 “숙현이 엄마는 여전히 실성해있지만, 우리 가족들도 이제 힘을 내 일상으로 복귀를 하고자 한다”고 했다. 그는 “숙현이처럼 힘들게 운동해 온 후배 선수들에게 이 법이 도움되길 바란다. 좋은 환경에서 운동할 법적 토대가 마련된 것만으로도 기쁘다”고 고도 덧붙였다. ━ “사과 없는 가해자들…법의 심판 받길” 최씨는 “김규봉 감독과 장모 선수는 아직 사과를 단 한 번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두 사람은 사과하지 않은 건 물론 반성의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며 “최근 경찰 조사에서도 여전히 일부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최씨는 “다른 가해자로 지목된 김모 선수는 사과 의사를 밝혔지만, 주요 가해자”라며 “내가 사과를 받는 건 중요하지 않다. 엄정한 법의 심판을 받길 바란다”고 했다. 또 그는 “마지막까지 경찰과 검찰의 철저한 수사가 이뤄지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김지아 기자 kim.jia@joongang.co.kr 2020.07.31 16:01
스포츠일반

최숙현 아버지 "아무도 숙현이 말을 들어주지 않았다"

고 최숙현 선수의 아버지 최영희 씨가 국회 청문회에서 "이 땅에 (최)숙현이처럼 억울하게 당하는 운동선수가 더 이상 나오지 않게 '최숙현법'을 꼭 입법해 주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최 씨는 22일 국회에서 열린 '철인 3종경기 선수 가혹행위 및 체육분야 인권침해에 대한 청문회'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딸이 살아 생전에 경주시청, 국가인권위원회를 검찰에 다 가봐도 숙현이의 말은 잘 듣지 않았던 것 같다. 숙현이가 힘들어했다"고 안타까워했다. 최 씨는 관계 기관의 늦은 조치에 딸이 힘들어했다고 했다. 그는 "경찰 조사 과정에서도 증거인멸이나 말맞추기, 거짓 진술 정황 등이 우리에게 다 들어왔다. 처음엔 숙현이에게 도움을 주겠다고 한 사람들도 감독의 위력에 의해…"라면서 "스포츠인권센터에 진정을 넣은 뒤 2차 피해가 너무 심각하니 빨리 조치해달라고 간곡히 말했는데도, '참고인들이 전화를 받지 않는다'는 등 숙현이를 아프게 했다. 숙현이가 25일 낮에 연락이 와서 '그쪽에선 부인을 하는데, 아빠 우리 다른 증거가 어딨어'라고 했다. 결국 그날 저녁에 엄마에게 그런 문자를 남기고…"라고 했다. 이어 최 씨는 "결국 (숙현이가) 자신의 몸을 던져 진실을 밝혀야 겠다는 생각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최 씨는 "국회 차원에서 꼭 숙현이의 억울한 죽음을 끝까지 밝혀 달라. 열악한 환경에서도 일선에서 노력하는 지도자와 선수들에게는 또 다른 피해가 발생하지 않게 정부나 대한체육회에서 각별히 관심을 가져달라"고 했다. 최 씨가 발언하는 동안 최숙현 어머니는 뒤에서 눈물을 흘렸다.피주영 기자 akapj@joongang.co.kr 2020.07.22 17:23
스포츠일반

고 최숙현 선수 폭행 부인하던 남자 선수, 사실 인정

고 최숙현 선수 가혹행위를 부인했던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철인3종) 팀 김도환 선수가 폭행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김도환은 6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상임위원회 현안 질의와 같은 날 대한철인3종협회 공정위원회에서 일관되게 폭행 사실을 부인했다. 22일 열린 국회 '철인3종경기 선수 가혹행위 및 체육 분야 인권침해에 대한 청문회'에 증인으로 참석한 김도환은 "(6일에는) 오랫동안 함께 지낸 (김규봉) 감독의 잘못을 들추기가 싫었고, 내 잘못을 드러내고 싶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정말 죄송하다. 지금 이 말은 진심이다. 다른 말은 유족을 직접 찾아뵙고 말씀드리겠다"고 했다. 김도환은 16일 만에 다시 선 국회에서 최 선수에 대한 폭력 혐의도 인정했다. 그는 "(2016년 뉴질랜드 전지훈련 기간에) 육상 훈련 중에 최숙현 선수가 내 앞을 가로막는다는 이유로 뒤통수를 가격했다"고 말했다. 김도환은 경주시청 김규봉 감독의 폭언·폭행의 목격자이자, 자신도 피해자라고 했다. 그는 "(김규봉 감독, 안주현 운동처방사, 장윤정 주장) 최숙현 선수에게 폭행, 폭언을 한 걸 본 적이 있다"고 말했다. 김도환은 김 감독이 금전을 편취당한 사실도 폭로했다. 그는 "나는 중학생 때부터 김규봉 감독에게 폭행당했다. 담배를 피우다 걸려, 야구 방망이로 100대를 맞기도 했다"며 "안주현 처방사에게 나도 매달 80만∼100만원을 보냈다"고 말했다.피주영 기자 akapj@joongang.co.kr 2020.07.22 13:07
스포츠일반

피해자도 증거도 명확하다, 공정위 결과도 명확해야 한다

'목숨보다 더 귀한 것은 없다'는 말은 체육계에 만연한 성적 지상주의 앞에서 공허한 울림을 남긴다. 그동안 끊임 없이 폭력과 폭행 논란에 시달려 온 체육계가 또 한 명의 희생자를 낳고 말았다. 어떻게 해도 23세의 어린 나이에 세상을 등진 고(故) 최숙현 선수가 다시 살아 돌아올 수는 없지만, 적어도 그가 남긴 마지막 한 마디 소망은 이뤄져야 한다. '그 사람들 죄를 밝혀달라'는 유언 말이다. 대한철인3종협회는 6일 오후 서울시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파크텔에서 스포츠공정위원회를 열어 고 최숙현 선수의 문제를 다룬다. 고인은 소속팀인 경주시청 감독과 팀닥터, 선배 2명을 가혹 행위를 당했다며 올해 2월 법적 절차를 밟고, 4월에는 대한체육회와 대한철인3종협회에 진정서와 징계신청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일처리는 더뎠고 결국 고인은 지난달 26일 오전 어머니에게 '그 사람들 죄를 밝혀줘'라는 메시지를 남긴 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발인이 엄수된 뒤 고인의 사연이 보도되고, 1일 이용 미래통합당 국회의원이 기자회견을 통해 철저한 수사와 가해자 엄벌을 촉구하면서 언론을 통해 폭행 당시 상황을 담은 녹취록 등이 연달아 공개됐다. 복숭아 한 개를 먹고 감독에게 보고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폭행을 당하고, 슬리퍼로 뺨을 맞는 등 한 명의 선수를 죽음으로 몰아간 가혹 행위 정황이 알려지자 대중은 크게 분노했다. 체육계에서 가혹 행위 논란이 불거진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당장 쇼트트랙 간판 스타인 심석희(서울시청)가 조재범 코치에게 지속적인 폭행과 추행을 당해온 사실이 알려진 게 지난해 1월이다. 그 이전에도 엄격한 체육계의 서열 문화를 앞세운 가혹 행위 문제는 계속 제기되어 왔다. 후배 폭행으로 사실상 역도계에서 퇴출당한 사재혁은 물론 쇼트트랙 신다운, 스피드스케이팅 이승훈 등도 후배에게 가혹 행위를 해 징계를 받은 바 있다. 그러나 여전히 체육계에선 선배나 지도자 등의 구타와 폭행, 가혹 행위가 사라지지 않았고 끝내 한 어린 선수가 스스로 목숨을 버리는 비극적인 일로 이어졌다. 체육계 관계자들은 "단기간에 성적을 내야 선수의 진학, 취업, 그리고 지도자의 성과 등이 보장되는 상황에서 성적 지상주의를 앞세운 체벌이나 가혹 행위가 만연한 분위기 자체를 바꿔야 한다"고 목소리를 낸다. 경기력 향상 수단으로 체벌을 용인하는 분위기 자체를 뿌리뽑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제도적인 변화가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이지열 철인3종 유소년 대표팀 전 감독은 "지금도 가혹 행위로 고통받는 선수들이 있다. 선수들이 빠르게 신고할 수 있게 시스템을 만들고, 선수들은 가혹 행위를 당하면 꼭 신고했으면 좋겠다. 선수들에게도 '맞으면 신고한다'는 생각이 정착해야, 음성적으로 행해지는 가혹 행위가 줄어들 수 있다"며 체육계의 시스템과 분위기가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우선 중요한 건 6일 열리는 스포츠공정위다. 스포츠공정위 규정 제24조 우선 징계처분에는 '징계 혐의자의 징계사유가 인정되면 관계된 형사사건이 유죄로 인정되지 않았거나, 수사기관이 이를 수사 중이라고 해도 징계처분을 내릴 수 있다'고 명시되어 있다. 현재 고 최숙현 선수 관련 사건은 대구지검에서 조사 중이지만, 녹취록과 주변인들의 증언 등 상당수의 증거가 확보된 상황이라, 법적 절차와 별개로 협회 차원에서 가해자들에게 우선적인 징계를 내릴 수 있다는 뜻이다. 공정위는 '위반행위별 징계기준'에서 폭력을 행사한 지도자, 선수, 심판, 임원은 그 수위가 중대하다고 판단하면 '3년 이상의 출전정지, 3년 이상의 자격정지 또는 영구제명' 조처를 할 수 있다고 명시한 바 있다. 협회가 가해자들의 폭행 수위를 어느 정도로 판단하느냐에 따라 징계 결과는 달라질 수 있겠으나, 공개된 내용 만으로도 영구제명은 불가피하다는 것이 보편적인 반응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가혹 행위 근절을 위해 체육계가 바뀌어야 하는 건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명백한 사실이다. 그리고 변화를 만들기 위해선 눈앞의 일부터 올바르게 해결해야 한다. 하루 아침에 시스템을 뜯어 고치고 분위기를 바꾸긴 어렵다. 그러나 '잘못을 저지른 사람은 벌을 받는다'는 기준을 지키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가혹 행위를 통해 한 사람을 죽음으로 몰고 간 이들에게, 협회가 어떤 징계를 내릴 것인지 지켜보는 시선이 엄중한 것 역시 이 때문이다. 6일 열리는 협회의 스포츠공정위가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잘못한 사람은 반드시 벌을 받는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하지 않는다면, 협회가 말하는 "재발 방지를 위해 모든 수단을 강구하겠다. 이런 일이 우리 종목에 다시 벌어지지 않게 하겠다"는 말은 또 한 번의 공허한 울림에 그치고 말 것이다. 김희선 기자 kim.heeseon@joongang.co.kr 2020.07.0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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