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성탄 선물' 류현진, 계약하러 캐나다 출국…토론토 최초 99번 유력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32)이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으러 토론토로 떠났다. 류현진은 성탄절인 25일 오전 아내인 배지현 전 MBC 스포츠+ 아나운서와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캐나다로 출국했다. 아버지 류재천 씨와 어머니 박승순 씨가 공항에 나와 아들 부부를 배웅했다. 이미 토론토와 4년 총액 8000만 달러(약 929억원) 계약에 합의한 류현진은 현지에서 메디컬테스트를 받고 입단에 필요한 최종 절차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별다른 문제가 없다면 입단 기자회견도 치르고 돌아온다. 계약이 공식화되면, 류현진은 토론토 구단 사상 가장 큰 규모의 FA 계약을 한 투수로 기록된다. 이전까지 토론토는 2006년 A.J. 버넷을 영입하면서 5년 5500만달러를 쓴 게 최고 지출이었다. 류현진의 계약은 총액(8000만 달러)과 평균 연봉(2000만 달러) 모두 버넷의 계약을 넘어선다. 전체 선수 전체로 범위를 넓혀도 러셀 마틴(5년 8200만 달러)과 버논 웰스(7년 1억2600만달러)에 이은 역대 세 번째 규모에 해당한다. 류현진은 또 역대 한국인 투수 프리에이전트(FA) 최대 규모 계약 기록도 새로 쓰게 된다. 종전 최대 금액은 한국인 최초 메이저리거였던 '코리안 특급' 박찬호가 지난 2001년 12월 텍사스와 계약하면서 받은 5년 6500만 달러다. 역대 한국인 FA 가운데 연 평균 금액으로는 최고액이기도 하다. 종전까지 FA 최대 규모 계약은 외야수 추신수가 2013년 12월 텍사스와 계약하면서 받은 7년 1억3000만 달러(1년 평균 1857만 달러)였다. 올해 메이저리그 평균자책점 타이틀을 차지하고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투표 2위에 오른 류현진은 한국 야구선수의 역사를 다시 쓰는 대박 계약으로 최고의 시즌에 걸맞은 최고의 선물을 받게 됐다. 물론 에이스 부재로 고통 받던 토론토에게도 류현진과의 계약은 선물이나 다름없다. 취약한 선발진 탓에 한숨을 내쉬던 토론토 팬들은 구단이 A급 FA 선발 류현진을 영입했다는 소식에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았다"고 두 팔 벌려 환영했다. 반대로 류현진을 떠나 보낸 LA 다저스는 현지 언론과 팬들로부터 지탄을 받고 있다. 다저스 소식을 전문으로 다루는 다저스네이션은 이날 "류현진이 다저스 구단 역사에 한 획을 긋고 떠났다"며 "류현진이 다저스가 아닌 다른 팀과 계약했다는 소식이 들렸을 때, 우리에겐 많은 감정이 휘몰아쳤다. 우리는 사랑하는 '코리안 몬스터'를 잃었다"고 썼다. 또 "다저스는 최초의 흑인 선수 재키 로빈슨, 일본 투수 노모 히데오, 한국 출신 박찬호 등 다양한 선수를 영입하며 인종적, 문화적 다양성의 가치를 신장하는 데 노력했다. 2013년 입단한 류현진도 독특한 모습으로 다저스의 색깔을 더 다양하게 만들었고, 구단의 전통을 이어가는 데 큰 역할을 했다"며 "류현진의 이적으로 다저스의 야구가 끝나는 것은 아니지만, 다저스 역사의 한 부분이 마감됐다는 건 분명한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토론토 입단이 기정사실화된 류현진은 새 팀에서도 프로 생활 내내 함께했던 등번호 99번을 계속 달 가능성이 높다. KBO 리그 한화에서 뛴 7년과 메이저리그 LA 다저스에서 뛴 7년을 합쳐 총 14년 동안 한 번도 다른 번호를 쓴 적이 없다. 다행히 토론토에는 99번의 원래 주인이 없다. 야구 통계 사이트인 베이스볼레퍼런스닷컴에 따르면, 1977년 창단 이래 99번을 달고 뛴 토론토 선수는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 빅리그 선수가 쓴 번호들 가운데 숫자가 가장 큰 번호는 1991년 르네 곤살레스가 달았던 88번이었고, 2018년 토론토에 몸 담았던 한국인 투수 오승환은 유니폼에 35번을 새기고 공을 던졌다. 따라서 류현진이 토론토와의 계약서에 사인을 하고 모든 절차를 마치면 내년 시즌에도 99번을 달고 뛰는 데 아무런 걸림돌이 없다. 토론토 구단 역사에 첫 '99번 선수'로 기록되는 셈이다. 빅리그 역사에서 가장 오랜 기간 99번을 달았던 류현진이 같은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 팀인 뉴욕 양키스 간판타자 애런 저지와 '등번호 99번 투타 맞대결'을 펼치는 장면도 기대해볼 수 있다. 배영은 기자
2019.12.25 15: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