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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턴, 베테랑 셋업맨 줍줍...105마일 파이어볼러 이어 오타비노까지 영입

메이저리그(MLB) 보스턴 레드삭스가 또 노장 불펜 투수를 영입했다. 미국 스포츠 매체 ESPN은 19일(한국시간) "오른손 투수 아담 오타비노가 보스턴과 마이너리그 계약을 하고, 스프링캠프에 참가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오타비노는 2010년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서 빅리그에 데뷔, 통산 195홀드·46세이브, 평균자책점 3.49를 기록한 바 있다. 오타비노는 2021년에도 보스턴 소속으로 뛰었다. 2019·2020시즌은 뉴욕 양키스 소속이었다. 지난 3시즌(2022~2024)은 내셔널리그(NL) 동부지구 뉴욕 메츠 소속으로 182경기에 나서 총 46홀드·16세이브를 기록했다. 4시즌 만에 아메리칸리그(AL) 동부지구 복귀다. 보스턴은 올겨울 스토브리그에서 대대적인 전력 보강에 나섰다. 지난주에는 내야 자유계약선수(FA) 최대어였던 알렉스 브레그먼도 영입했다. 보스턴은 양키스와 함께 명문 구단으로 인정 받고 있지만, 2021시즌 이후 포스트시즌(PS) 진출에 실패하며 자존심을 구겼다. 특히 마운드 보강이 두드러진다. 지난 시즌 트레이드 매물 중 가장 높은 가치를 인정받던 좌완 개럿 크로셰를 트레이드로 영입했고, 자유계약선수(FA) 우완 투수 워커 뷸러와도 계약했다. 불펜은 베테랑 투수들이 대거 합류했다. MLB 대표 '파이어볼러'이자 통산 335세이브를 올린 아롤디스 채프먼(37)이 대표적이다. 그는 지난 시즌에도 105마일(168.9㎞/h)을 뿌렸다. 통산 144홀드를 기록한 1987년생 저스틴 윌슨과도 계약했다. 오타비노는 베테랑 불펜 투수 영입 방침의 일환으로 보인다. 지난해 1월 비호지킨스 림프종 진단을 받고 재활 치료를 받았던 리암 헨드릭스도 다가올 시즌 복귀를 앞두고 있다. 보스턴은 그동안 야수에 비해 투수 전력 보강에 적극적이지 않았다. 하지만 재런 듀란·세단 라파엘라·트리스탄 카사스 등 야수 유망주들이 성장세를 보이자, 올 시즌에는 마운드 보강에 더 힘을 썼다. 라이벌 양키스뿐 아니라 토론토 블루제이스·볼티모어 오리올스·탬파베이 레이스 등 같은 지구 경쟁팀들이 꾸준히 전력을 보강하고 있는 상황. 보스턴이 올 시즌에는 포스트시즌에 진출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안희수 기자 anheesoo@edaily.co.kr 2025.02.19 16:29
메이저리그

[송재우의 포커스 MLB] 굿바이! 페르난도 발렌수엘라!

최근 메이저리그(MLB) 대표하는 슈퍼스타는 누가 뭐래도 오타니 쇼헤이(30·LA 다저스)이다. 올 시즌 MLB 사상 첫 50(홈런)-50(도루) 클럽에 가입한 오타니는 가장 두꺼운 팬층을 보유한 선수로 MLB 선수 중 유니폼 판매량이 1위를 자랑한다. 며칠 전 세상을 떠난 투수 페르난도 발렌수엘라는 '1980년대의 오타니'라고 불러도 무방할 정도의 엄청난 인기를 누렸다.오죽하면 '페르난도 마니아'라는 신조어가 나올 정도였다. 발렌수엘라 역시 오타니(일본)와 마찬가지로 미국 본토 출신 선수가 아니었다. 멕시코 태생인 그는 축구에만 관심을 보인 조국 사람들에게 야구의 붐을 일으킨 존재였다. 1980년 9월 열아홉 살의 나이로 MLB에 데뷔할 때만 하더라도 훗날 다저스는 물론이고 MLB를 대표하는 스타가 될 거라고 예상한 이는 많지 않았다. '페르난도 마니아'들이 본격적으로 나오기 시작한 건 발렌수엘라가 첫 풀타임을 소화한 1981년부터이다. 그해 발렌수엘라는 13승 7패 평균자책점 2.48로 맹활약, MLB 사상 첫 신인왕과 사이영상을 동시 수상하는 진기록을 남겼다. 게다가 뉴욕 양키스와의 월드시리즈(WS)에서 팀의 우승까지 이끌어 그의 인기는 하늘을 찔렀다. 은퇴 전까지 총 네 번의 포스트시즌(PS)을 치른 발렌수엘라는 통산 9경기(선발 8경기), 5승 1패 평균자책점 1.98이라는 빼어난 성적을 남겼다. MLB 통산 기록은 173승 153패 평균자책점 3.54. 지금은 상상하기 어려운 무려 113번의 완투, 31번의 완투를 해낸 '철완'이었다. 발렌수엘라는 다저스에서 11년간 뛰며 개인 통산 승리의 81.5%인 141승을 따냈다. 데뷔 시즌인 1980년과 부상이 있었던 1988년을 제외하면 매년 다저스 유니폼을 입고 두 자릿수 승리를 해냈고 특히 1986년에는 21승으로 다승 1위, 사이영상 투표 2위에 뽑히기도 했다. 또한 다저스에서의 마지막 시즌인 1990년에는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전에서 노히트 노런까지 달성, 최고의 인기 선수로 군림했다. 발렌수엘라가 큰 사랑을 받았던 건 다저스라는 명문 팀의 에이스라는 이유도 있지만 로스앤젤레스(LA)라는 도시에 멕시코 이민자가 많이 살았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었다. 그런데도 은퇴한 지 27년이 흘렀고 다저스를 떠난 지 34년이 됐어도 그의 유니폼을 입고 적지 않은 팬들이 다저스타디움을 찾는다. 이런 확고부동한 팬층은 은퇴 후 발렌수엘라가 다저스 구단의 스페인어 방송 해설자를 맡을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다.하이 키킹, 와인드업을 하며 하늘로 치켜뜬 눈, 지금은 찾아보기도 힘든 스크루볼로 타자들을 무력화시키던 발렌수엘라(지난 23일 별세)의 모습은 이제 볼 수 없다. 이번 WS에서 다저스 선수들이 부착한 34번 패치는 그가 그렇게 사랑했던 다저스의 우승과 '페르난도 마니아'에게 보내는 그의 마지막 염원과 서비스가 아니었을까 싶다. 오타니 이전에 발렌수엘라가 있었다. 굿바이! 페르난도 발렌수엘라!메이저리그 해설위원정리=배중현 기자 2024.10.31 00:02
야구

MLB 포스트시즌 1선발 류현진의 무대가 시작되나?

류현진(33)이 토론토 이적 첫 시즌 가을 야구 '에이스'로 나설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16일(한국시간) 포스트시즌(PS) 일정을 확정, 발표했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60경기 단축 체제로 치러지는 정규시즌을 28일 마감하고, 이달 30일부터 PS 일정에 돌입한다. 올해 포스트시즌 참가팀은 종전 10개 팀에서 16개 팀으로 확대됐다. 리그 3개 지구 1위 팀이 1~3번 시드, 지구 2위 팀이 4~6번 시드를 받는다. 그다음으로 리그에서 승률이 높은 두 팀이 7~8번 시드로 PS 막차를 탄다. 토론토는 4년 만에 가을 야구 진출 가능성이 높다. 지구 2위 혹은 와일드카드를 통해서다. 토론토는 지구 2위 자리를 놓고 뉴욕 양키스와 엎치락뒤치락 싸움 중이다. 16일 뉴욕 양키스에 6-20으로 져 2위 자리를 내주고 0.5경기 차 뒤진 3위로 떨어졌다. 정규시즌 종료까지 13경기를 남겨둔 가운데 긴 연패에 빠지지 않는다면, 최소한 와일드카드 시리즈를 통해서라도 가을 야구를 밟을 가능성이 높다. 미 현지 언론도 토론토의 가을 야구 진출 확률을 높게 전망한다. 토론토가 4년 만에 PS에 오르면 류현진 영입 효과를 톡톡히 얻게 된다. 1977년 창단한 토론토는 지금까지 6차례 지구 우승을 차지했다. 뉴욕 양키스와 보스턴 등 명문 팀이 속한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에서 가을 야구 무대에 오르기 어려웠다. 지난 3년간 5할 승률에도 못 미쳤다. 선발진이 약한 토론토가 구단 역대 투수 FA 최고액인 4년 총 8000만 달러(약 941억 원)에 류현진을 영입한 이유다. 류현진의 영입으로 마운드 강화를 꾀했다. 7년간 몸담았던 익숙한 LA 다저스(내셔널리그)를 떠나 공격력이 강한 아메리칸리그로 옮기면서 우려도 뒤따랐다. 어느새 류현진은 토론토의 에이스로 입지를 굳혔다. 10차례 선발 등판에서 시즌 4승 1패 평균자책점 3.00을 올렸다. 아메리칸리그 평균자책점 7위. 팀 내에서 다승과 평균자책점, 투구 이닝 모두 1위다. 류현진이 팀의 기대처럼 에이스로 활약하면서 토론토의 가을 야구 진출 가능성도 무르익는 것이다. 류현진은 가을 야구 경험도 풍부하다. 지금까지 포스트시즌 8경기에 등판했다. 류현진의 어깨에 많은 기대를 거는 토론토 구단으로선 그의 활용 폭이 중요하다. 빡빡한 일정 속에 류현진의 등판 일정과 간격에 관해 고민할 수밖에 없다. 류현진은 올해 닷새를 쉬고 등판한 경기에서 3승 1패 평균자책점 2.16으로 가장 좋았다. 나흘 휴식 후 등판에서 1승, 평균자책점 3.94를 기록했다. 또한 앞으로 승수 쌓기에 따라 류현진의 정규시즌 및 포스트시즌 등판 일정도 결정된다. 토론토가 조기에 PS 진출을 확정 짓는다면 류현진에게 정규시즌 등판을 한 차례 건너뛰게 할 수 있다. 또한 와일드카드 시리즈(3전 2선승제) 1차전에 내보낼 수 있다. MLB는 올해 PS 전체 일정을 중립 지역에서 치른다. 이동 거리 최소화를 위해서다. 시드 1-8번, 2-7번, 3-6번, 4-5번 팀이 각각 상위 시드팀 홈구장에서만 대결해 디비전시리즈 진출팀을 가린다. 116번째 월드시리즈(7전 4선승제)는 10월 21일 텍사스의 홈 구장인 글로브라이브 필드에서 막을 올린다. 월드시리즈가 한 장소에서만 열리는 건 1944년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 세인트루이스 브라운스(볼티모어 오리올스의 전신)의 대결 이래 76년 만이다. 당시에는 두 팀이 한 구장을 공동으로 사용했기 때문이다. 김광현(세인트루이스)도 빅리그 진출 첫 시즌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을 가능성이 있다. 세인트루이스는 16일 현재 21승 22패로 내셔널리그 중부지구 2위에 올라 있다. 세인트루이스 지역 소식을 전하는 라디오 101 ESPN은 16일 "세인트루이스가 포스트시즌에 진출할 확률은 78%다. 와일드카드 시리즈에서 잭 플래허티와 애덤 웨인라이트가 팀의 1, 2선발로 등판하는 것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라며 "김광현은 메이저리그에서도 상대를 압도하는 선발 투수임을 증명해나가고 있다. 현재 김광현이 카디널스의 톱3 선발 투수라는 건 의심할 여지가 없다"며 김광현을 포스트시즌 3선발로 추천했다. 이형석 기자 2020.09.17 06:00
야구

[김식의 엔드게임] 어른의 욕망, 소년의 성장

# 야구 해설위원 대니얼 김은 지난 2월 미국 플로리다에서 괴물 투수를 만났다. 스프링캠프에서 괴력을 뽐낸 네이트 피어슨(24·토론토 블루제이스)이다. 시속 160㎞ 이상의 강속구를 던지는 그를 보며 대니얼 김은 “당장 메이저리그에 가도 20승을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토론토 구단 관계자는 “피어슨은 올해 마이너리그에서 던질 것”이라고 말했다. 토론토는 최고 유망주인 피어슨이 신체적·기술적으로 충분히 무르익기를 기다리고 있다. 내년 이후에 류현진(33·토론토)과 원투펀치를 이뤄주길 바라고 있다. 이를 위해 구단은 과학적인 관리 시스템을 실행 중이다. # 사사키 로키(19·지바 롯데 마린스)는 2020년 일본에서 가장 주목받는 신인 투수다. 고교 시절 시속 160㎞ 이상의 패스트볼을 뿜어내 '제2의 오타니 쇼헤이(26·LA 에인절스)'로 불렸다. 그가 유명해진 건 강속구 때문만이 아니다. 지난해 여름 고시엔(전국 고등학교 야구 선수권) 대회 예선전 마지막 경기에 등판하지 않아서 더 화제가 됐다. 사사키는 예선 4라운드 경기에서 12이닝 194구를 던졌고, 4강전에서 9이닝 130구를 던지며 완봉승을 거뒀다. 그러나 결승전에 등판하지 않았다. 35년 만에 여름 고시엔 본선 진출을 꿈꿨던 오후나토고는 2-12로 대패했다. 고쿠보 요헤이 감독은 “사사키가 (무리하다가) 깨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세계 야구는 젊은 투수들의 투구수 관리를 놓고 몇 년째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미국은 2010년대 들어 메이저리그 사무국과 미국야구협회가 공동으로 학생 선수들의 투구수 관리 프로그램 ‘피치 스마트(Pitch Smart)’를 개발했다. 30개 이하의 공을 던진 투수만 다음날 투구가 가능하고, 81~105개를 던진 투수는 최소 나흘을 쉬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유소년 시절부터 잘 관리된 투수는 메이저리그 팀에 입단한 뒤에도 구단별 육성 프로그램에 따른다. 투수의 근력, 유연성, 골밀도 등을 고려해 빅리그 데뷔 시점과 적정 이닝을 정한다. 일본도 유소년의 투구수를 제한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처럼 완벽히 적용하지 못하고 있다. 고시엔 대회의 특수성 때문이다. 일본에서는 3000개 이상의 고교팀이 고시엔 대회에서 경쟁한다. 이 중 대학에 진학하거나 프로에 입단하는 선수는 극히 일부다. 대부분의 선수들에게는 고시엔 대회 자체가 꿈이며 최종 목표이다. 사사키가 지역 예선 결승전에 등판하지 않는 건 일본인의 정서로는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한국 야구는 어떤가. 진통이 꽤 있었지만, 미국의 ‘피치 스마트’ 모델을 성공적으로 이식했다. 올 시즌 KBO리그에서 이민호(LG), 소형준(KT), 허윤동(삼성) 등 19세 신인 선수들이 선발로 맹활약하는 건 이와 무관하지 않다. KBO 리그에는 류현진(33)·김광현(32·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양현종(32·KIA) 이후 대형 투수가 등장하지 않았다. 우수 자원 수급의 문제도 있었지만, 관리의 허점도 컸다. 한 트레이너는 “팔꿈치나 어깨에 부상이 없는 신인 투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고교 시절 팀의 에이스였던 이들이 각종 대회에서 혹사당한 것이다. 고교 에이스들은 프로 입단 후 1~2년은 재활훈련을 하며 보내는 게 관례처럼 됐다. 재활훈련이 끝난 이후에도 고교 시절 기량을 회복하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어린 투수들의 혹사는 곧 야구의 역사다. 어떤 시대도, 어떤 지도자도 여기서 자유롭지 못했다. 유망한 투수의 팔과 우승 트로피를 바꾸는 게 미화됐다. 학생 선수의 건강과 미래는 학교의 명예, 감독의 성과를 위해 희생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에 대한 위기의식을 가진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SA)는 고교 대회에 참가 선수들의 투구수를 2014년부터 제한했다. 처음에는 한계 투구수(130개)를 기록한 투수는 사흘을 쉬어야 한다는, 허울뿐인 규정이 만들어졌다. 해태·삼성·한화 감독을 지낸 김응용 KBSA 회장이 2017년 취임한 뒤 투구수 제한 규정이 강화됐다. ▶하루 최다 투구수 105개 ▶투구수 31~45개를 던지면 하루 휴식 ▶46~60개 이틀 휴식 ▶61~75개 사흘 휴식 ▶76개 이상 나흘 휴식을 의무화했다. 한국의 고교 야구의 현실과 거리가 먼, 초강도의 규제였다. 현장에서 불평이 터져 나왔다. "선수마다 특성이 다른데 투구수를 일률적으로 제한하는 건 문제가 있다." "감독 출신인 김응용 회장이 오히려 현장을 무시한다." "투구수를 제한하면 자원이 풍부한 명문고가 더 유리해질 것이다." 김응용 회장은 "선수들의 미래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현장이 그렇게 하지 못하면, 투구수 제한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선제적으로 강력한 정책을 발표한 KBSA는 2019년 투구수 제한 규정을 조금 완화했다. 하루 최다 투구수 105개 제한을 유지한 채 ▶46~60개 하루 휴식 ▶61~75개 이틀 휴식 ▶76~90개 사흘 휴식 ▶ 91개 이상 나흘 휴식을 명문화했다. 올해 신인 3총사는 고교 3학년 때 이 규정을 적용받았다. 학생 선수의 보호·육성이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서 프로 구단과 사령탑의 인식도 바뀌었다. 이민호는 정찬헌과 번갈아 5선발을 맡으며 열흘에 한 번꼴로 등판한다. 소형준은 개막전 선발 로테이션에 포함됐으나 피로가 쌓이는 시점에 1군 엔트리 제외가 예정돼 있었다. 허윤동은 불펜에서 시작해 선발로 연착륙한 사례다. 몇 년 전부터 대두된 '한국 야구 위기론'의 핵심은 경기력 저하였다. 특히 '영건'의 부재는 심각한 문제였다. 부상에 쓰러진 어린 선수들은 꽃을 피우기도 전에 시들거나 찢겼다. 그게 한국야구의 성장판을 닫았다. 모든 지도자가 자신의 욕심 때문에 어린 선수를 극한의 상황으로 내몬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선수의 미래를 걱정하는 고교 감독이라고 해도 교장·학부모의 압력을 받는 게 현실이다. 어른들의 일그러진 욕망의 질주를 제동할 장치가 필요했다. 김응용 KBSA 회장의 투구수 제한 규정은 소년의 성장을 꺾지 않을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이었다. 김응용 회장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교장실에 우승기 많이 갖다 놓으면 명문학교라고 한다. 아마추어 야구의 목표가 우승이어서는 안 된다. 이런 나라는 세상 어디에도 없다. 미국 학교에 가 보면, 그 학교 출신 메이저리그 선수들 사진을 걸어놓는다. 학교가 몇 번 우승했느냐보다 그 학교에서 메이저리거가 몇 명 나오느냐가 중요한 거다. 우리도 그래야 한다." 김식 스포츠팀장 2020.07.15 06:00
메이저리그

[송재우의 포커스 MLB] 80년대 STL의 '달리는 야구'…현대는 불가능할까

메이저리그에서 국내 야구팬들의 관심이 높은 구단은 코리안 메이저리거 보유와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다. 대표적인 게 박찬호를 필두로 서재응, 최희섭, 류현진(현 토론토)까지 적지 않은 한국 선수가 몸담았던 LA 다저스다. 그리고 이번 겨울 주목받는 팀이 하나 있다. 바로 세인트루이스다. 오승환(현 삼성)이 거쳐 간데 이어 김광현(전 SK)을 영입하면서 주목도가 달라졌다. 세인트루이스는 오랜 시간 동안 강팀의 면모를 잃지 않았다. 빅 마켓 팀과 수차례 명승부를 펼쳐내며 명문 구단의 이미지를 구축했다. '카디널 웨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구단 역사를 살펴봤을 때 1980년대 명장 화이티 허조그 감독이 이끌던 시절을 빼놓고 얘기할 수 없다. 지금의 '뉴 부시 스타디움'도 타자 친화적인 구장이 아니지만, 당시 '부시 스타디움'은 철저히 투수들의 구장이었다. 이런 환경을 고려해 허조그 감독은 철저히 팀 컬러에 맞는 야구를 운영했다. 흔히 말하는 '기동력 야구'였다. 세인트루이스는 1964년과 1968년 두 번의 월드시리즈 우승 이후 1970년대를 비교적 조용히 보냈다. 하지만 허조그 감독이 사령탑(1980~90)을 맡으면서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다. 그가 팀 체질에 손을 댄 이유는 명확하다. 세인트루이스는 1971년부터 1993년까지 팀 홈런 100개를 넘어선 시즌이 두 번에 그쳤다. 그것도 최다가 101개일 정도로 홈런이 잘 나오지 않았다. 1970년대 단 한 번도 플레이오프 진출을 하지 못한 세인트루이스는 1980년대에도 장타력이 부족했다. 홈런을 여전히 잘 때려내지 못했지만 공교롭게도 성적은 180도로 변했다. 1980년대 세 차례(1982·1985·1987) 내셔널리그 챔피언에 올랐고 1982년에는 월드시리즈 우승까지 해냈다. 세 번의 월드시리즈가 모두 7차전까지 가는 치열한 시리즈였다. 이 기간 세인트루이스는 모두 리그 팀 홈런이 최하위였다. 반면 팀 도루는 세 시즌 모두 200개를 넘겼다. 심지어 1985년에는 팀 도루 300개를 돌파하기도 했다. 3년 연속 도루 '100+@'을 달성한 빈스 콜맨을 비롯해 아지 스미스, 타미 허, 윌리 맥기 등이 그라운드를 휘젓고 다녔다. 이들의 빠른 발은 수비벽을 탄탄하게 쌓는 데도 큰 힘이 됐다. 현대 야구는 '힘의 야구'를 표방한다. 나날이 늘어나는 홈런 수치와 100마일의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들이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 30년 전 세인트루이스가 보여준 달리는 야구가 현대 야구에선 위력을 발휘할 수 있을까. 세인트루이스 이후 가장 비슷한 모습을 보여준 구단은 2015년 월드시리즈 우승팀 캔자스시티다. 일부에서는 그렉 홀랜드, 웨이드 데이비스, 켈빈 에레라, 라이언 매드슨으로 이어지는 막강 불펜을 우승 원동력으로 거론하는 경우가 있지만, 스피드와 수비 능력이 더 큰 영향을 줬다는 시각도 현지에 존재한다. 그해 캔자스시티 구단 팀 홈런은 139개로 아메리칸리그 평균보다 무려 37개나 적었다. 팀 내 최다 홈런 선수도 마이크 무스타커스와 켄드리 모랄레스가 기록한 22개였다. 홈런은 많지 않았지만 로렌조 케인, 알시데스 에스코바, 제로드 다이슨, 알렉스 리오스 등 기동력과 수비력을 갖춘 선수들이 정규시즌과 포스트시즌 때 제대로 된 능력을 발휘했다. 지난해 메이저리그는 경기당 홈런이 1.39개로 역대 최다였다. 300개 이상 홈런을 때려낸 두 팀(미네소타·뉴욕 양키스)을 포함해 200개 이상의 팀 홈런을 기록한 팀이 무려 24개에 달했다. 세인트루이스는 210홈런을 쳐냈지만, 순위는 24위에 머물렀다. 반면 리그 도루는 경기당 0.47개로 1971년 0.46개 이후 가장 수치가 낮았다. 팀 도루 100개를 넘긴 팀은 7개이며 1위 텍사스의 기록은 131개에 불과했다. 경기당 하나가 되지 않았다. 공교롭게도 팀 도루 상위 7개 팀 중 워싱턴, 밀워키, 세인트루이스가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홈런 못지않게 도루도 중요하다. 현대 야구의 흐름인 파워를 따라야 한다는 것이 진리일까. 어느 정도의 균형감이 필요한 건 확실하다. 허조그 감독이 이끌던 세인트루이스와 마찬가지로 장타가 쉽지 않은 구장을 홈으로 사용하는 미네소타, 샌프란시스코, 샌디에이고 같은 팀들은 더욱 그렇다. 무조건 유행만 따르는 게 능사는 아니다. '레트로' 감성을 살리며 본인에게 맞는 옷을 골라보면 어떠냐는 생각이 불현듯 드는 이유다. 송재우 MBC SPORTS+ 해설위원 정리=배중현 기자 2020.02.04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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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 스토리] '안산공고 슈퍼스타' 김광현이 빅리그 꿈 이루기까지

김광현(31·세인트루이스)이 재학하던 시절, 그의 모교인 안산공고는 이른바 '광현공고'로 통했다. 투타에서 모두 전국 최강 실력을 자랑하는 데다 키가 훤칠하고 웃는 모습까지 멋진 꽃미남 고교생 투수. 야구 만화 주인공으로 등장할 듯한 '본 투 비 스타'였다. 2005년에는 모두 고교 3학년생들로 이뤄진 아시아 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 대표팀에 유일한 2학년 대표로 뽑히기도 했다. 한 경기에 탈삼진 16개를 잡아낸 적도 있다. 2005년 6월 30일 황금사자기 고교야구대회에서 안산공고가 포철공고를 상대로 1-0 완봉승을 거두던 날이다. 2학년 에이스 김광현은 경기 개시 후 다섯 타자 연속 탈삼진을 시작으로 선발 타자 전원 탈삼진을 기록하면서 9이닝 동안 아웃카운트 16개를 삼진으로 잡아내는 기염을 토했다. 심지어 김광현은 이날 타석에서도 2안타 1득점 1도루를 기록했다. 안산공고가 유일하게 뽑은 1점이 바로 김광현이 9회 선두타자 안타를 치고 나가 2루 도루에 성공한 뒤 1사 후 희생플라이 때 홈을 밟아 만들어낸 점수였다. 그야말로 원맨쇼. 야구계가 '김광현'이라는 이름으로 술렁거리기 시작한 시기다. 그때부터 김광현은 막연하게 메이저리거를 꿈꿨다. 당시 인터뷰에서 "최고의 투수들이 뛰고 있는 '꿈의 무대'에 언젠가는 도전하고 싶다"고 했고, "명문 구단 뉴욕 양키스에서 뛰어보고 싶다. 랜디 존슨의 투구를 보고 있으면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는 얘기도 했다. 한국 야구의 미래로 성장할, 유망한 왼손 투수의 부푼 꿈. 그 희망이 결국 프로 입단 13년 만에 극적으로 이뤄졌다. 이제 김광현은 당분간 KBO 리그의 SK가 아닌, 메이저리그의 세인트루이스 소속 투수다. 고교 1순위 투수 김광현은 자연스럽게 연고 지역 구단 SK의 1차지명을 받아 2007년 프로에 발을 내디뎠다. 다만 한 살 선배이자 늘 비교의 대상이던 류현진(당시 한화)과 달리 데뷔 첫 정규시즌에는 큰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주위의 너무 큰 기대와 관심은 오히려 앳된 고졸 신인에게 독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확실히 김광현은 조금 더 극적인 방식으로 새로운 에이스의 태동을 알렸다. 바로 그 해 두산과의 한국시리즈 4차전에 깜짝 선발 등판해 7⅓이닝 9탈삼진 무실점으로 완벽한 피칭을 했다. SK는 그 승리를 발판 삼아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했고, 김광현은 입단 2년째인 이듬해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로 뽑히면서 본격적인 전성기를 맞이하기 시작했다. 그 후 줄곧 KBO 리그 간판 투수 가운데 한 명으로 군림했다. 2008 베이징올림픽에서 태극마크를 달고 한국 야구 국가대표팀의 새로운 '일본 킬러'로 자리매김했다. 또 류현진, 윤석민(전 KIA)과 함께 '빅 3' 트로이카로 불리며 모든 구단이 두려워하는 투수로 성장했다. 2010년은 김광현이 역대 가장 좋은 성적을 올린 커리어의 정점이었다. 2011년부터 3년간 어깨 통증으로 예년만 못한 성적을 내며 고전한 게 유일한 흠이었다. 첫 메이저리그 진출 시도가 불발된 것도 그 이유 때문이었다. SK는 2014시즌이 끝난 뒤, 서울 시내 한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김광현의 메이저리그 도전을 대대적으로 선언했다. 이미 류현진이 2년간 메이저리그에서 성공적인 활약을 보여준 뒤였고, 윤석민도 미국으로 떠나 볼티모어에 몸 담고 있던 시기였다. 그러나 결과는 썩 좋지 않았다. 당시 메이저리그 포스팅은 최고 응찰액을 적어낸 구단이 독점 교섭권을 가져가는 시스템이었는데, 샌디에이고가 턱없이 기대에 못 미치는 200만 달러를 적어내 실망을 안겼다. SK가 고민 끝에 그 금액을 수용하기로 했지만, 결국 연봉 협상 과정에서 김광현은 SK에 남는 쪽을 택했다. 3년간 계속됐던 어깨 상태에 대한 의구심이 결국 김광현의 날개를 꺾었다. 이후에도 순탄치만은 않았다. 2016시즌 막바지부터 계속된 팔꿈치 통증으로 인해 시즌 종료 후 정밀 검진을 받았고, 끝내 수술대에 올라야 한다는 결론이 나왔다. 김광현은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을 받은 뒤 2017시즌을 통째로 쉬면서 치료와 재활에 매진했다. 그 사이 머리를 커트하지 않고 어깨까지 길렀다가 2018년 복귀 등판을 마친 뒤 머리카락을 잘라내 소아암 환자에 기부하는 선행 이벤트를 펼쳐 박수를 받기도 했다. SK는 2018년 김광현의 투구 이닝과 투구 수를 조절하면서 에이스의 팔을 보호하는 데 힘썼고, 완벽하게 부활한 김광현은 올해 2010년에 이은 두 번째 커리어 하이 시즌을 만들어내면서 다시 에이스로 날아 올랐다. 그렇게 김광현에게는 꿈을 펼칠 두 번째 기회가 왔다. 어느덧 30대 초반에 접어든 김광현은 그 어느 때보다 간절한 각오로 구단에 "더 늦기 전에 해외에 보내달라"는 요청을 했다. SK 역시 10년 넘게 팀 에이스로 활약했던 김광현의 공을 높이 사 포스팅을 허락했다. 그리고 5년 만에 다시 포스팅에 나온 김광현에게는 이전과 달리 수많은 구단의 관심이 쏟아졌다. 지난 2년간 보여준 김광현의 위력과 가능성에 여러 구단이 관심을 표현했다. 그 영입전의 승자는 물밑에서 조용히, 그러나 가장 빠르게 적극적으로 러브콜을 보낸 세인트루이스였다. 김광현은 설레는 마음으로 지난 16일 조용히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고, 일사천리로 메디컬 테스트와 협상을 마친 뒤 꿈에 그리던 메이저리그 유니폼을 입게 됐다. 한국인 투수 오승환이 한 차례 거쳐갔던 팀에서 까까머리 고교생 시절부터 품어 온 소망을 펼칠 기회를 얻었다. 지난 13년간 KBO 리그에서 남긴 수많은 족적을 뒤로 하고 김광현은 이제 새로운 무대로 향한다. 빅리그에서 크게 성공한 류현진을 '롤 모델'로 삼아 더 큰 무대에서의 성공을 꿈꾼다. 한국에서 많은 것을 이룬 최고 투수의 새로운 도전에 수많은 팬의 격려와 박수가 쏟아지고 있다. 배영은 기자 2019.12.18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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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투수 3관왕' 야마구치, 총액 600만 달러에 토론토행

일본 오른손 투수 야마구치 슌(32)의 행선지가 결정됐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닷컴은 18일(한국시각) 일본 산케이 스포츠를 인용해 야마구치가 토론토와 2년 계약에 합의했다고 전했다. 연봉 총액은 600만 달러(70억원) 안팎이다. 구단의 공식 발표는 아직 없지만 메디컬 테스트에서 큰 문제가 발견되지 않는다면 토론토 유니폼을 입게 확실시된다. 야마구치는 이번 겨울 포스팅(비공개 경쟁입찰)으로 메이저리그 문을 두드렸다. 2006년 요코하마 소속으로 일본리그에 데뷔한 야마구치는 2017년부터 일본 명문 요미우리에서 뛰었다. 프로 초반에는 마무리 투수로 뛰었지만 2014년을 기점으로 선발에 안착했다. 올 시즌에는 15승을 따내며 리그 최다승 투수가 됐다. 탈삼진과 승률에서도 1위를 차지해 투수 3관왕에 올랐다. 통산(14년) 성적은 64승 58패 112세이브 평균자책점 3.35다. 프리미어 12에서 일본 대표팀으로 대회를 소화했고 미국 진출을 준비했다. 공교롭게도 김광현과 함께 포스팅으로 빅리그 진출을 시도해 묘한 대결 구도가 만들어졌다. 이날 김광현은 세인트루이스와 2년, 총액 800만 달러(93억원 인센티브 미포함)에 합의해 입단을 확정했다. 두 선수의 행선지가 비슷한 시점에 결정됐고 가치를 높게 평가받은 건 야마구치가 아닌 김광현이었다. 배중현 기자 bae.junghyune@joongang.co.kr 2019.12.18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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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구치와 오승환, 마이콜라스 그리고 김광현…亞 선택한 미들마켓 STL

세인트루이스는 2017년 12월 결단을 내렸다. 선발 보강을 위해 일본 요미우리에서 뛰던 마일스 마이콜라스(31)를 2년, 총액 1550만 달러(181억원)에 영입했다. 메이저리그에서 실패(통산 평균자책점 5.32)를 경험한 마이콜라스는 2014년 겨울 일본으로 무대를 옮겨 3년 동안 31승을 따냈다. 명문 요미우리 선발을 이끈 주역이었다. 그러나 세인트루이스의 투자가 통할할 거라고 예상한 전문가는 많지 않았다. 일본에서의 활약이 메이저리그 성공을 보장하지 않았다. 결과는 대박이었다. 마이콜라스는 빅리그 복귀 첫 시즌이던 지난해 무려 18승(4패)을 쓸어 담았다. 세인트루이스 선발 중 유일하게 200이닝을 소화했다. 올스타전 무대를 밟았고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투표에선 6위에 이름을 올렸다. 랜스 린(32·텍사스) 마이크 리크(32·애리조나) 등 팀을 떠난 주축 선발 투수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고심을 거듭했고 아시아 리그에서 포착한 마이콜라스는 기대 이상의 성과를 보여줬다. 지난 2월 1년 계약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4년 연장 계약(6800만 달러·792억원)을 해 2020시즌에도 1선발이 유력하다. 남들이 높게 평가하지 않았던 아시아 리그에서 발굴한 진흙 속 진주였다. 세인트루이스는 마이콜라스 계약 이전인 2016년 1월엔 오승환(37·현 삼성)을 영입해 쏠쏠한 재미를 봤다. 당시 일본 한신에서 뛰다 빅리그 진출을 시도하던 오승환을 데려가 2년 동안 불펜의 키 플레이어로 활용했다. 첫 시즌이던 2016년 무려 76경기에 등판해 19세이브 평균자책점 1.92를 기록했다. 중간계투와 마무리가 모두 가능한 자원으로 코칭스태프의 중용을 받았다. 두 번째 시즌이던 2017년 부침을 보이긴 했지만 300만 달러(35억원)가 되지 않는 연봉을 고려했을 때 효율이 대단했다. 세인트루이스의 아시아 리그와 선수에 대한 투자는 2002년 1월 다구치 소(50·현 오릭스 코치)를 영입한 게 출발이다. 오릭스에서 뛰던 다구치는 메이저리그가 크게 주목한 선수가 아니었다. 앞서 미국 무대를 밟은 신조 츠요시, 스즈키 이치로보다 스포트라이트도 덜 받았다. 매년 두 자릿수 홈런을 때려낼 파워도 없었고 타격이 정교한 유형도 아니었다. 그러나 세인트루이스는 선뜻 3년 계약을 제시해 유니폼을 입혔다. 이후 다구치는 짐 에드먼스, J,D 드류 등 간판 외야수들의 백업으로 자리매김하며 약방의 감초 같은 역할을 해줬다. 2005년 타율 0.288, 8홈런, 53타점으로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냈고 이듬해 월드시리즈 우승에 힘을 보태기도 했다. 메이저리그 전문가인 송재우 MBC SPORTS+ 해설위원은 "전형적인 세인트루이스 스타일이다. 큰돈을 들이지 않고 전력에 보탬이 될 수 있는 아시아 쪽에 눈을 돌렸다. 세인트루이스는 자신들이 만든 적정선을 넘어가면 무리해서 오버페이하지 않는 구단이다. 이를 두고 '카디널스 웨이'라는 말까지 따로 할 정도다"며 "무리하게 FA(프리에이전트)를 잡지도 않는다. 앨버트 푸홀스(39·현 LA 에인절스)가 팀을 떠난 것도 비슷한 이유다. 무리한 레이스를 하지 않는다"고 했다. 김광현을 선택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올해 FA 시장에선 선발 투수들의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잭 휠러(29)가 필라델피아와 5년, 총액 1억1800만 달러(1402억원)에 계약하며 스타트를 끊었다. 이후 워싱턴과의 잔여 계약을 파기(옵트아웃)하고 FA 시장에 뛰어들었던 스티븐 스트라스버그(31)가 원소속팀 워싱턴과 7년, 총액 2억4500만 달러(2910억원)에 재계약했다. 이어 지난 11일에는 게릿 콜(29·뉴욕 양키스)이 투수로는 사상 최대인 9년 계약을 따내며 총액 3억2400만 달러(3846억원)에 사인했다. 메이저리그 미들마켓인 세인트루이스가 선뜻 영입할 수 없는 투수들이었다. 하지만 김광현은 다르다. 왼손 선발이 필요한 팀 사정을 고려했을 때 '저비용 고효율'을 낼 수 있는 최상의 선택을 했다. 김광현의 계약은 2년, 총액 800만 달러(92억원). 인센티브를 추가하면 1100만 달러(128억원)까지 오르지만 구단이 부담을 느낄 수준은 아니다. 송재우 위원은 "1000만 달러(117억원)가 넘는 선수라면 (협상에) 들어오지 않았을 수 있다. 400만 달러(46억원)는 메이저리그 평균 수준의 연봉이다. 충분한 (경쟁) 레이스가 가능한 수준으로 본 거 같다"며 "그동안 아시아에서 뛰던 선수를 데려와서 성공했던 확률이 높았던 팀이라서 김광현을 데려가는 데 있어서 팬들의 거부감도 크지 않을 거다"고 했다. 배중현 기자 bae.junghyune@joongang.co.kr 2019.12.18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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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현 선발 진입 가능성, 타이밍+매력 모두 좋다

입단은 곧 경쟁의 시작이다. 김광현(31·세인트루이스)이 137년 전통 명문 구단에서 선발진 연착륙을 노린다. 김광현이 세인트루이스 유니폼을 입었다. 지난 17일(한국시간) 미국행 소식을 전한 뒤 하루 만에 계약까지 성사 됐다. 기간 2년, 총액 800만 달러를 보장 받았다. 인센티브도 연간 150만 달러가 있다는 소식이다. 밀워키와 계약한 KBO 리그 출신 조쉬 린드블럼(3년 912만5000달러), 토론토와 계약한 야마구치 슌(2년 600만 달러)보다 좋은 조건이다. 존 모젤리악 사장은 "오래 전부터 지켜본 투수다"며 준비된 계약을 어필했다. 김광현은 입단 기자회견에서 선발 진입 의지를 감추지 않았다. "팀이 원하는 역할을 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면서도 "최상의 시나리오는 선발이다"고 했다. 내셔널리그에서 가장 많은 월드시리즈 우승 이력이 있는 명문 구단. 김광현이 그런 팀에 선발진에 입성할 수 있을까. 일단 타이밍은 좋다. 마이클 와카가 뉴욕 메츠로 떠났고, '전' 에이스 아담 웨일라이트는 불펜 전환이 유력하다. 2019시즌에 마무리투수를 맡았던 올스타 출신 우완 카를로스 마르티네스는 어깨 수술을 받고, 차기 시즌 초반에는 재활기를 보낼 전망이다. '현' 에이스 잭 플래허티, 1라운더 다코다 허드슨, 그리고 일본 야구 역수출 대표 선수인 마일스 미콜라스는 1-3선발을 지킨다. 김광현은 남은 자리를 노리는 상황이다. 경쟁력은 김광현이 한국을 대표하는 좌완투수라는 점이다. 이미 류현진이 길을 잘 닦아 놓은 상태다. 주목도는 곧 기회 확보다. 무엇보다 세인트루이스 선발진에 지난 세 시즌 동안 없던 유형이다. 시즌 성적과 별개로 5인 로테이션이 제대로 돌아가는 팀이었다. 그러나 우완투수에 편중됐다. 2019시즌은 대체 선발 제네시스 카브레라가 두 차례 등판한 게 좌완 선발로 나선 유일한 사례다. 지난해는 오스틴 곰버가 11차례 나선 게 전부. 2008년에 빅리그에 데뷔해 2016시즌까지 뛰었던 하이메 가르시아가 30경기 이상 선발로 나선 마지막 투수다. 물론 던지는 팔의 방향과 상관 없이 기량이 좋은 투수가 선발진에 포진한다. 그러나 다양한 유형이 있으면 3~4연전씩 한 팀과 붙는 리그 일정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게 통상적 평가. 모젤리악 사장도 입단 기자회견에서 '좌완 확보'에 의미를 부여했다. 현재 김광현은 진짜 전성기에 있다. 빠른 공과 날카로운 슬라이더뿐 아니라 풍부한 경험을 쌓았다. 마운드 위에서만큼은 성숙하다. 이 도전에 긍정적인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안희수 기자 An.heesoo@joongang.co.kr 2019.12.18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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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L행' 김광현, 단장·현지 언론이 주목한 좌완 확보

김광현(31)이 메이저리그에 입성한다. 명문 구단 세인트루이스와 계약했다. 김광현의 미국 출국이 알려지고 불과 하루 만에 계약 성사라는 낭보까지 전해졌다. 세인트루이스 지역 매체 '세인트루이스 포스트-디스패치' 에릭 굴드 기자가 18일(한국시간) 새벽 "세인트루이스와 김광현이 계약했다"고 전했고, 바로 유니폼을 입고 입단 기자 회견에 참석한 김광현의 모습까지 전파를 탔다. 계약 기간은 2년이다. 총액은 800만 달러. 전망을 상회하는 계약이다. USA 투데이 밥 나이팅게일 기자에 따르면 연간 150만 달러의 인센티브도 있다고 한다. 총 1100만 달러 수준이다. 2019 KBO 리그 MVP 조쉬 린드블럼이 밀워키에 입단하며 기간 3년, 총액 912만5000달러에 계약했다. 린드블럼은 한국 무대 입성 전후에 메이저리그에서 뛴 이력이 있다. 이 점은 감안하면 세일트루이스가 김광현에게 부여한 의미가 매우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연평균 액수는 김광현이 더 많다. 현지 언론은 김광현이 좌완투수라는 점을 주목했다. 2016시즌까지 세인트루이스에서 뛴 하이메 가르시아 이후 30경기 이상 선발로 나선 좌완 선발이 없다. 2019시즌도 162경기 가운데 두 경기에 불과하다. 우완 편중 선발진에 김광현이 다양성을 더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광현과 기자회견에 동석한 존 모젤리악 세인트루이스 사장도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올림픽 금메달을 획득하고, 한국 무대에서 네 번이나 소속팀을 챔피언에 이끈 선수가 세인트루이스에 왔다"고 소개했다. "우리는 그를 (김광현의 이니셜)KK로 부르려 한다"며 친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어 "빠른 속구와 강력한 슬라이더를 갖춘 선수다. 좌완 투수가 필요한 상황에서 좋은 선수와 함께 할 수 있게 됐다"며 의미를 부여했다. 김광현도 각오를 전했다. 그는 "무척 기대되고 떨린다. 2020시즌이 나에게 매우 중요한 시즌이 될 것이다"며 설렘을 전했다. 보직 선호를 묻는 질문에는 "선발이 되는 것이 최상의 시나리오다"면서도 "팀에 필요한 선수가 되겠다. 정해준 역할에 최선을 다하는 게 목표다"고 말했다. 리그 대표 좌완 투수인 김광현은 두 번째 도전 만에 빅리그에 입성했다. 지난 2014년에도 포스팅을 신청했지만, 최고액을 써낸 샌디에이고의 헐값 조건 제시에 국내 리그 잔류를 선택했다. 그러나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을 받고 재활기를 가진 뒤 이전보다 내구성이 좋아졌다는 평가다. 두 시즌(2018~2019년) 연속 2점 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SK와의 계약 기간은 남아 있었지만, 재도전 적기라고 생각한 그는 구단과의 상담을 통해 승낙을 받아냈고, 결국 좋은 조건에 세인트루이스 유니폼을 입었다. KBO리그 선수가 포스팅(비공개 입찰)을 통해 빅리그에 입성한 건 2013년 류현진(6년 3600만 달러), 2015년 강정호(4년 1100만 달러), 2016년 박병호(4년 1200만 달러)에 이어 김광현이 네 번째다. 김광현은 KBO 리그에서 달던 29번 대신 33번을 등번호에 새겼다. 새 도전이 시작됐다. 안희수 기자 An.heesoo@joongang.co.kr 2019.12.18 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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