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금빛' 기운 얻고 가을 호령...김형준 "AG 경험, 더 잘 할 수 있는 원동력"
강인권 NC 다이노스 감독은 이번 포스트시즌(PS) 자유계약선수(FA) 계약한 박세혁 대신 젊은 포수 김형준(23)을 주전 포수로 쓰고 있다. 수 년째 유망주 이상의 수식어를 갖지 못했던 그는 국제대회에서 값진 경험을 바탕으로 올가을 주인공을 예고하고 있다. 김형준은 지난 22일 인천 SSG 랜더스필드에서 열린 SSG 랜더스와의 준플레이오프(PO·5전 3승제) 1차전에 7번 타자·포수로 선발 출전, 9이닝 내내 안방을 지키며 NC의 4-3 승리를 이끌었다. 이날 NC는 PS 등판 경험이 없는 신민혁을 선발 투수로 내세웠다. 김형준은 5와 3분의 1이닝 동안 호흡 맞춘 신민혁의 무실점 호투를 이끌었다. 경기 뒤 신민혁도 "빠른 승부가 잘 통했다"라며 김형준의 기여를 간접적으로 언급했다. 김형준은 지난 19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와일드카드 결정 1차전에선 방망이로 활약했다. 팀이 서호철의 만루홈런으로 4-3 역전을 해낸 뒤 바로 타석에 선 그는 상대 투수 곽빈이 구사한 높은 코스 슬라이더를 잡아 당겨 백투백 홈런으로 연결했다. 그는 8회도 3점 홈런을 때려내며 승부(스코어 14-9)에 쐐기를 박는 두 번째 홈런을 쳤다. 2018년 2차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전체 9순위)에 NC 지명을 받은 김형준은 차기 주전으로 기대받으며 순리대로 성장했다. 군 복무도 비교적 빨리 소화했다. 하지만 지난해 상무야구단에서 오른쪽 무릎 전방 십자인대 부상을 당했고, 전역 뒤에도 재활 치료에 매진했다. 올해 5월 말에는 오른쪽 발목 인대가 손상되는 부상도 입었다. 데뷔 첫 3년(2018~200시즌) 이후 보여준 게 많지 않았던 김형준은 지난 8일 폐막한 항저우 아시안게임(AG)을 '야구 인생' 변곡점으로 만들었다. 그는 지난 6월 발표된 최종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고, 대회에서 주전 역할을 하며 한국의 금메달 획득을 이끌었다. 특히 7일 열린 대만과의 결승전에서 선발 투수 문동주의 6이닝 무실점을 이끌었다.
김형준은 8월까지 재활 치료를 하느라 1군 출전 수가 적었지만, AG에선 류중일 대표팀 감독의 신임을 받았다. 그리고 좋은 기운을 PS 무대까지 이어갔다. 만원 관중 속에 치러진 22일 준PO 1차전에서도 그는 평정심을 잃지 않고, 자신의 플레이를 보여줬다. 준PO 1차전에서 만난 김형준은 "솔직히 AG를 밖에서 볼 때는 몰랐지만, 실제로 해보니 상상 이상이었다"라며 "AG 결승전이 와일드카드 결정 1차전보다 더 떨렸다"라고 했다. 이어 그는 "좋은 경험(AG)이 더 잘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라고 전했다. 김형준은 선배들로부터 PS라고 더 잘 하려고 의식하지 말아야 한다는 조언을 들었다. 타격뿐 아니라 투수와의 호흡, 공 배합을 할 때도 정석을 지킨 것 같다. 실제로 2023시즌 홈런이 가장 많이 나온 구장(141개·SSG 랜더스필드)에 선발 투수(신민혁)까지 뜬공 비율이 더 많았지만, 승부 타이밍과 투구 인터벌을 빨리 가져갈 수 있도록 유도, 투수의 호투를 유도했다. 경기 전 김형준은 "잡힐 타구는 잡히고, 넘어갈 타구는 넘어간다. 다른 구장과 차이를 두지 않고 (투수를 리드) 할 것"이라고 했다. 남은 준PO, 공격에서도 기대를 모은다. 이미 와일드카드 결정 1차전에서 홈런 2개를 쳤다. 김형준은 자신이 롤모델로 삼고 있고, 한동안 NC에서 한솥밥을 먹은 양의지에게 선물 받은 배트로 좋은 기운을 내고 있다. NC는 1차전에서 서호철, 2차전에선 김성욱이 승부 흐름을 바꾸는 홈런을 치며 승리했다. 김형준도 PS 개막 전까진 크게 주목 받지 못했지만, 신스틸러 이상의 활약을 예고하고 있다. 안희수 기자 anheesoo@edaily.co.kr
2023.10.23 14: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