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돈 쓸어 담는 빗썸, 주인은 누구?… 속 타는 전산 장애 피해자
정부의 가상화폐 투자에 대한 고강도 규제 속에서도 거래소들의 곳간은 차곡차곡 채워지고 있다. 매도나 매수 거래가 이뤄질 때마다 수수료를 버는 수익 구조 때문이다. 가상화폐 투자 붐으로 2016년까지만 해도 매출액이 100억원도 안 되던 거래소들이 하루아침에 돈방석에 앉게 됐지만 등기이사나 재무 상황 등 경영 구조는 여전히 베일 속에 가려져 있다. 특히 국내 첫 거래소인 빗썸은 실제 주인이 따로 있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이에 개인정보유출 등 각종 문제에 대해 책임 있는 답변을 요구하고 있는 소비자로서는 여간 답답한 게 아니다. 빗썸, 실제 주인은 누구?28일 업계에 따르면 빗썸은 지난해 약 20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추정치가 맞다면 처음 영업을 시작했던 2014년 4000만원의 매출에서 3년 사이에 5000배 이상 급증했다. 빗썸은 국내 첫 가상화폐 거래소 사업을 시작한 곳으로, 현재 회원 수는 250만 명으로 다른 거래소들에 비해 가장 많다. 일평균 거래대금은 2조5000억원 규모며 일평균 수수료율은 거래 기준 0.15%에 따라 약 25억9000만원 정도로 추산된다.최근 후발 주자인 업비트에 거래대금에서 밀리며 1위 자리를 내주긴 했지만 여전히 규모는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빗썸은 가상화폐 거래 붐과 함께 하루아침에 돈방석에 앉게 됐지만 그 실체에 대해서는 외부에 잘 알려지지 않았다. 카카오를 기반으로 하고 있는 두나무에서 운영하는 업비트와 크게 다른 점이다. 빗썸의 운영사는 비티씨코리아닷컴이지만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는 공시하고 있지 않다. 다만 최근 비티씨코리아닷컴이 일부 지분을 매각, 기업설명자료를 배포하면서 요약 실적이 공개된 적은 있다.현재 비티씨코리아닷컴의 지분은 비티씨홀딩컴퍼니(전 XCP)가 76%로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으며 디지털 방송 장비 업체인 비덴트가 10.6%, 모바일 콘텐트 업체인 옴니텔이 8.4%를 보유하고 있다.비덴트의 최대주주는 비트갤럭시아 1호 투자조합으로 비덴트의 지분 14.79%를 갖고 있다. 이 투자조합의 최대주주는 46.28%를 갖고 있는 김재욱 빗썸 대표이사다. 김 대표는 이정재ㆍ고아성 등이 소속된 연예기획사 아티스트컴퍼니의 대표기도 하다. 김 대표는 앞서 빗썸의 창립자인 김대식 전 대표이사가 자리에서 물러난 뒤 빗썸 대표를 지내고 있다.하지만 업계에서는 김 대표가 아닌 한 온라인 뉴스 매체의 대표를 실세로 보고 있다.비티씨코리아닷컴의 또 다른 대주주인 옴니텔을 살펴보면 반도체 제조용 기계 제조 업체인 위지트가 16.9%로 최대주주 위치에 있다. 위지트는 다시 제이에스아이코리아가 11.38%로 최대주주인데 제이에스아이코리아의 지분 100%를 갖고 있는 사람은 모 온라인 매체의 대표이자 발행인인 김모씨다.최근 빗썸은 신임 대표에 전수용 전 NHN엔터테인먼트 부회장을 선임, 김 대표와 공동대표 체제로 운영하고 있다.빗썸 측은 “스타트업을 시작하다 보니 각종 지분 투자가 이뤄지면서 현재 지분 구조가 복잡해졌다”며 “외부감사대상 주식회사 기준에 속하기 때문에 오는 3월 지난해 말 결산 기준 재무보고서가 공개될 예정”이라고 말했다.개인정보유출에 매각설까지… 피해자들 “책임자 나와라”빗썸이 베일에 가려져 있어 소비자들은 답답하다. 현재 개인정보유출과 해킹 사건에 대해 책임을 요구하고 있지만 불투명하고 복잡한 지분 구조 탓에 책임자가 누군지도 모호하기 때문이다. 빗썸은 지난해 4월 해커의 공격을 받아 이용자들의 아이디와 비밀번호 등 3만1506건의 개인정보를 유출당했다. 정보 유출 사건 이후 3개월 동안 3434개의 IP(인터넷 주소)에서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200만 차례나 자동 입력하는 해킹 공격도 받았다. 심지어 아이디와 비밀번호가 일치한 266개의 가상계좌에서는 출금이 이뤄지기도 했다.지난해 11월 12일에는 빗썸 서버 접속 장애가 발생해 피해자들의 원성을 사기도 했다. 당시 가상화폐 중 하나인 비트코인캐시 가격이 급등락할 때 빗썸에서 서버 접속 장애가 발생하면서 이용자들이 거래를 원활하게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이에 피해 이용자들은 빗썸을 상대로 집단소송에 들어간 상태다.빗썸해킹피해자모임은 지난해 11월 개인정보유출 사건 집단소송에 들어갔다. 이들이 주장하는 피해액은 47억8000만원이다.또 다른 피해자 모임인 빗썸1112피해자대책위원회는 빗썸의 서버 접속 장애로 손실을 봤다고 주장하며 피해액 2000억원을 요구하고 있다.이용자들과 마찰이 해결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빗썸 매각설까지 나왔다. 최근 모바일 게임사인 넷마블게임즈와 매각 협상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은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이달 초에는 네이버에 매각할 예정이라고 알려졌다.이에 피해자들은 답답하고 불안한 상황이다.정찬우 빗썸1112피해자대책위원장은 지난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한국블록체인협회 창립기념식을 찾아 “빗썸 대표이사를 만나려고 수차례 공문을 보냈으나 이뤄지지 못했다”며 “협회가 거래소들을 철저히 단속해 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피해자들은 앞서 지난 20일 빗썸 강남 본사에서 서버다운ㆍ내부거래 등으로 인한 피해 보상을 요구하고 “전수용 빗썸 대표를 비롯한 이사진 등 관계자들은 뒤로 숨지 말고 당당히 나와 공개 사과하라”며 항의 집회를 열었다. 조은애 기자 cho.eunae@joins.com
2018.01.29 07: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