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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진 영화만사] ‘연인’ 과거로 현실을 배우게 하다

조선의 왕 인조가 인기다. 인조는 결코 인기를 얻을 만한 인물은 아니다. 그러니 인조가 아니라 사실은 ‘인조의 시대’가 인기라는 얘기다. 인조는 조선 27대 왕 중에서 가장 못나고 비열하며 정통에서도 어긋난 임금이었다. 서울 인왕산 뒤 냇가인 홍제천에서 칼을 씻고(이후 세검정을 지었다) 산을 타고 넘어가 창덕궁의 광해군을 끌어 내린 후 스스로 왕이 된 인물이다. 당시 이름은 능양군. 광해군은 자신의 이복 삼촌이었다. 그렇게 왕이 된 인조는 병자호란으로 청에게 삼전도의 굴욕을 당했다. 청에 볼모로 잡혀 갔다 돌아 온 자신의 아들 소현세자를 시기해 그를 독살했다는 설이 지금까지 파다하다. 청에 끌려갔던 수많은 여자들을 두고는 몸이 더럽혀졌다는 이유로, 양반 가문의 여자인 경우 호적에 올리지 못하게 하다가 홍제천에서 몸을 씻으면 다시 집안에 받아 들이게 하는 기행 정치를 하기도 했다. 그때 나온 말이 환향녀(還鄕女)이지만 이 시대 이후로 화냥년이란 비속어가 됐다. 그러니 인조는 인기를 모을 수 있는 임금이 아니다. 비난 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영화와 TV드라마는 비극과 비운, 재앙과 음모를 먹고 자란다. 인조의 얘기는 만들어질 때마다 기이하게도 큰 인기를 모은다. 황동혁 감독이 만든 영화 ‘남한산성’이 그랬고 안태진 감독의 영화 ‘올빼미’는 2022년 코로나 후유증이 아직 채 가시기 전임에도 332만명을 모으며 기염을 토했다. 그렇게 한바탕 휩쓸고 지나간 듯 했던 인조시대의 열풍을 요즘 MBC드라마 ‘연인’이 다시 일으키고 있다. 이 드라마는 평균 시청률 12%대를 기록하며 안방에서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붙들고 있다. ‘연인’의 강점은 캐릭터이다. 등장인물들과 그 역을 해내는 배우들의 역할이 크다. 남궁민은 얄미운 캐릭터를 얄미울 정도의 연기력으로 능수능란하게 그렸다. 안은진은 새삼스러운 발견이다. 영화 ‘올빼미’에서 악독한 소용 조씨(인조의 후궁) 역을 맡았을 때 그를 눈에 두지는 못했다.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에도 나왔지만 이번처럼 메인 타이틀 롤은 아니었다. 그러니 ‘연인’은 안은진의 재발견이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남한산성’에서 이병헌이 했던 최명길 역은 김태훈이 맡았다. 사극이 거의 처음인 배우인 만큼 시청자들로서는 또 다른 재발견의 연기자인 셈이다. 문성근의 괴력 같은 연기도 이 드라마의 화제성을 올리는데 한 몫하고 있다. 문성근은 디즈니플러스 ‘무빙’을 비롯해 줄기찬 악역 혹은 개성있는 배역으로 인상적인 연기를 펼치고 있다. 쇳소리가 나는 낮은 보이스가 그의 연기의 장점이다. 극작가 황진영이 써내는 발군의 대본은 이 드라마를 고급스럽고 세련되게 만들었다. TV드라마가 빠지기 쉬운 궁중 암투극의 상투성을 넘어서 인조시대의 암운, 조선이라는 거대한 체제와 시대에까지 시청자들을 단숨에 호흡하게 만든다. 조선시대라는 거대 담론에다 한편으로 전쟁과 비정상의 통치 체제를 겪으며 엇갈리는 연인의 러브 스토리를 적절하게 오가는 리듬감이 매우 뛰어나다. 지칠 만 하면 두 남녀의 연애담이 펼쳐지고 손발이 오그라들 때쯤엔 다시 청과 조선, 조선의 궁중 권력 다툼으로 화면을 재배치 한다. 기본적으로 작가 황진영의 역사관이 잘 정제돼 있는 것으로 보이며 과거의 시대를 추상이 아니라 특정 인물과 민중으로 사고하는 식의 구체화 능력이 뛰어나다는 것을 보여준다. ‘연인’의 인기는 격변의 시대가 낳은 극적인 에피소드 때문만이 아니라, 그리고 두 남녀가 보여주는 달콤하고 애달픈 사랑 이야기 때문만이 아니라, 그 두 가지가 뒤엉켜 새로운 이야기로 나아가는 변증법적 서사 구조 때문에 인기를 모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연인’의 인기는 다분히 사회정치적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이 드라마에는 사람들 각자가 느끼는 시대정신이라는 키워드가 작동하고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과거를 통해 현재를 반추하고 미래를 계획하고 싶은 것이다. 그것이야 말로 역사 드라마가 지니는 요체 중의 요체이다. 과거는 미래이고 미래는 과거이다. 사람들은 지금 이 드라마를 통해 크나 큰 혼란기를 겪을 때 과거 사람들은 어떻게 이겨냈을까를 보고 싶어 하는 셈이다. 적어도 드라마를 보면서 위안과 대리만족을 느끼고 싶은 것이다. 허구가 현실을 이기고 가상이 진짜를 앞선다. 허구의 드라마 한편이 우리 사회 현실의 답을 찾고 있다. ‘연인’의 역할이 참으로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이유다. 좋은 드라마란 이런 작품을 두고 하는 말이다.오동진 영화평론가 2023.11.16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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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거벗은 한국사’ 조나단 “한국사능력검정시험 응시, 최선 다할 것”

조나단이 한국사능력검정시험에 응시한다고 밝혔다. 3일 방송되는 tvN STORY 오리지널 역사 예능 ‘벌거벗은 한국사’ 15회에서는 ‘소현세자는 왜 자금성에 갇혔나?’라는 주제로 ‘비운의 세자’ 소현세자를 재조명하는 한국사 히스토리 투어를 떠난다. VIP 탑승객으로는 조선 후기 역사 전문가인 충남대학교 국사학과 이근호 교수가 함께한다. 이 가운데 최근 진행된 녹화 현장에서 조나단이 국가공인 한국사 시험인 ‘한국사능력검정시험’에 접수했다고 밝혀 이목을 집중시켰다.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재학생이자 ‘한국사 마니아’로 알려진 조나단은 ‘벌거벗은 한국사’ 런칭 단계부터 “올해 안에 한국사능력검정시험 1급 취득이 목표”라고 공공연히 밝혀 온 바 있다. 이후 15주에 걸친 히스토리 투어를 함께하며 자신감을 얻어 비로소 목표 달성을 위한 도전을 시작한 것. 이날 조나단은 “한국사능력검정시험 기본 등급에 접수했다. 최선을 다해서 치러볼 것”이라고 의욕을 불태워 현장 모두의 응원을 받았다. 이와 함께 “접수 당시 응시 이유를 선택하게 되어있었는데 ‘승진’을 골랐다. 반장을 노리고 있다”고 밝히며 현재 ‘벌거벗은 한국사’의 2대 반장을 맡고 있는 장예원을 도발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그런가 하면 이날 방송에서 ‘큰별쌤’ 최태성은 중국의 자금성에 조선의 세자가 살았다는 깜짝 놀랄 비화를 시작으로, 조선의 16대 왕 ‘인조’의 장자이자 청나라에 인질로 끌려가 무려 9년이라는 고통의 시간을 보내야 했던 소현세자의 비극적인 삶을 벌거벗긴다. 이 과정에서 최태성은 조선 역사상 유례를 찾을 수 없는 치욕으로 일컬어지는 ‘삼전도의 굴욕’ 뒤에 숨은 이야기들과 소현세자가 견뎌낸 볼모살이의 참상, 나아가 가까스로 조선에 돌아온 뒤 겪어야 했던 또 다른 시련 등을 생생하게 전할 예정이다. 이에 조나단은 “역대급 새드엔딩 아니냐”며 깊은 탄식을 터뜨렸다고 해 ‘벌거벗은 한국사’가 담아낼 ‘비운의 세자’ 소현세자의 이야기에 궁금증이 고조된다. ‘벌거벗은 한국사’ 15회는 3일 오후 8시 tvN STORY에서 방송된다. 박로사 기자 terarosa@edaily.co.kr 2022.08.03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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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녀들' 역사 예능의 저력 발휘…2049 시청률 자체 최고

'선을 넘는 녀석들'이 역사 예능의 저력을 발휘하고 있다. 13일 시청률 조사 기관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12일 방송된 MBC 역사 탐사 예능 '선을 넘는 녀석들-리턴즈' 33회 수도권 가구 시청률은 5.7.%(2부), 분당 최고 시청률은 6.3%를 나타냈다. 화제성을 평가하는 주요 척도인 2049 시청률은 3.3%(2부)를 기록해 눈길을 끈다. 연해주 독립운동 탐사 편인 15회에서 기록한 자체 최고 시청률과 타이 기록이다. 최근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선을 넘는 녀석들'을 향한 시청자들의 뜨거운 반응을 보여주고 있다. 일요 예능 격전지 속 '선을 넘는 녀석들'은 우리 역사의 중요성을 상기시키는 것은 물론, 역사만이 줄 수 있는 메시지와 흥미로운 스토리텔링으로 시청자들 사이 호평을 받고 있다. 최근 회차에는 조선 역사상 최대의 치욕을 남긴 인조의 삼전도 굴욕을 통해 '역사는 반복된다. 잊지 말자'는 메시지를 던졌다. 이러한 관심에 이어 이날은 '장희빈의 남자', '사랑꾼'으로만 알려진 숙종의 반전 매력을 다뤘다. 사랑만큼이나 일도 뜨겁게 했던 숙종은 알고 보면 '업적 부자'였던 것. 설민석은 국방력을 강화시키고, 대동법을 완성시킨 숙종의 업적들을 소개했다. 유병재는 "숙종이 대단한 애묘가였다"고 이야기하며, 고양이 금손이와 숙종의 감동적인 우정 일화를 언급했다. '고양이 집사' 숙종의 의외 면모가 친근함을 불러일으켰고, "한겨울에도 부채질을 하며 사랑을 속삭였다"는 숙종의 건강왕 면모가 귀를 쫑긋 하게 했다. '선을 넘는 녀석들'은 교과서에서 배울 수 없던 우리의 역사를 이야기하며 시청자들을 끌어당기고 있는 상황. 역사 예능의 저력을 보여주고 있는 '선을 넘는 녀석들'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제작진은 4.19 혁명을 맞아 또 한번의 의미 있는 특집을 선보인다. 19일 오후 9시 5분에 방송된다. 황소영 기자 hwang.soyoung@jtbc.co.kr 2020.04.13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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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지 말자, 반복 NO" '선녀들' 되새긴 삼전도의 굴욕

'선을 넘는 녀석들'이 역사적 메시지와 재미를 모두 잡았다. 5일 방송된 MBC 역사 탐사 예능 '선을 넘는 녀석들-리턴즈' 32회에는 조선 역사상 최대의 치욕을 남긴 '삼전도의 굴욕' 현장을 찾은 설민석, 전현무, 김종민, 유병재의 모습이 그려졌다. 이와 함께 숙종과 장희빈, 인현왕후의 치명적 스캔들을 다룬 흥미진진한 '조선판 부부의 세계' 이야기의 포문을 열며 시청자들의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전국 시청률은 2부 6.2%(닐슨코리아 기준)를 기록, 지난 31회보다 상승했다. '2020 총선'을 앞두고 리더의 중요성, 선택의 중요성을 되새긴 '선녀들'의 '삼전도비 탐사'는 우리가 역사를 잊지 말고 기억해야 하는 이유를 다시 한번 깨닫게 했다. 남한산성을 떠난 인조의 항복 여정을 따라 잠실에 있는 삼전도비 앞에 도착했다. 이곳에서 인조는 청나라 황제 앞에서 세 번 절하고 아홉 번 머리를 조아리는 치욕의 삼배구고두례를 행했다. 이때 인조의 이마에 피가 흘렀다는 야사도 전해진다. 유병재는 "마음에선 피가 흘렀겠죠"라고 말해 씁쓸함을 더했다. 설민석은 청나라 황제의 강요로 세운 전승비가 삼전도비라고 설명하며, 조선의 신하들이 모두 이 비문을 쓰기를 거부했다고 말했다. 전현무는 굴욕의 상징으로 남은 삼전도비를 고종 때 한강 주변에 매립했지만, 일제가 우리 민족에게 수치심을 주고자 다시 찾아내 세웠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또 광복 이후 다시 삼전도비를 묻어버렸지만, 1963년 대홍수로 인해 매몰됐던 삼전도비가 다시 나타나는 상황이 발생했다. 2007년에는 정치인들의 각성을 촉구하며 누군가 삼전도비에 낙서를 하기도 했다. 버려도 버려도 계속 돌아오는 삼전도비의 이야기는 소름을 선사했다. 전현무는 "잊지 말라는 것 같다. 역사는 지워지지 않는다. 잊지 마라. 그래야 반복되지 않는다"며, 삼전도비가 전하는 메시지를 말해 눈길을 끌었다. 설민석 역시 2020 총선을 앞둔 지금, 굴욕의 상징 삼전도비 앞에서 다시 한번 선택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어두운 역사만이 줄 수 있는 메시지를 전했다. 이어지는 '숙종 탐사'는 죽어서도 살아서도 여인들에게 둘러싸인 숙종의 무덤 서오릉을 찾아, 현장에서 직접 듣는 역사 이야기의 재미를 안겼다. '선녀들' 고정 자리를 노리는 배우 정유미가 합류, 숙종과 조선 최고의 스캔들을 일으킨 그의 여인들이 잠들어 있는 여정을 함께했다. 죽어서도 살아서도 여인들에게 둘러싸인 숙종의 왕릉 앞에서 본격 펼쳐지는 '조선판 부부의 세계'를 예고, 숙종과 장희빈, 인현왕후의 치명적 사랑 이야기의 포문을 열며 다음 방송을 향한 기대감을 높였다. 12일 오후 9시 5분에 방송된다. 황소영 기자 hwang.soyoung@jtbc.co.kr 2020.04.06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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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길진의 갓모닝] 768. 섣달 그믐밤의 쓸쓸함

조선 시대의 과거 시험은 경쟁률이 치열했다. '정조실록'에 따르면, 이틀 동안 치러진 과거 응시자는 21만여 명이었다. 그중 답안지를 제출한 응시자는 7만 명이 넘었고, 급제자는 장원급제 한 2명을 포함한 12명이었다. 무려 1만8000 대 1의 경쟁률인 셈이다.과거 시험 합격자의 평균 연령은 35세, 평균 준비기간은 5세부터 시작해 25~30년 이상이었지만, 500년 동안 과거 급제자는 1만5000여 명에 불과했다. 다시 말해 과거 시험은 붙을 확률보다 떨어질 확률이 훨씬 높은 국가시험이었다.이렇게 어려운 시험이다 보니 부정행위도 속출했다. 숙종 때는 과거시험장으로 연결된 노끈이 발견되기도 했다. 커닝하기 위해 땅굴까지 파서 대나무 통을 땅에 묻고 그 안에 노끈을 연결해 시험문제와 답안지를 전달한 것이다. 너무 많은 인원이 시험을 치르다 보니 채점이 어려워 선착순 합격 방법을 쓰다가 상소가 빗발치기도 했다.요즘 학원가에서 유행하는 팀플레이도 있었다. 최소 3명이 팀을 이룬 ‘접(接)’이 등장해 과거 시험을 특별히 준비했다. 또 시제가 붙어 있는 현제판 앞자리가 명당이라 해서 자리를 맡아 주는 선접꾼들끼리 싸우다가 사망 사고까지 발생했다.이런 과거 시험에 색다른 책문(왕이 내린 시험문제)이 등장한 때는 광해군 8년인 1616년이었다. ‘가면 반드시 돌아오니 해이고, 밝으면 반드시 어두우니 밤이로다. 그런데 섣달 그믐밤에 꼭 밤을 지새우는 까닭은 무엇인가. 세월이 흘러감을 탄식하는 데 대한 그대들의 생각을 듣고 싶다.’ 정리하면 '섣달 그믐밤이 되면 서글퍼지는 이유가 무엇인가, 이에 답하시오'라는 문제다.섣달 그믐밤이 되면 왜 광해군은 서글퍼졌을까. 광해군은 세상 모든 것을 가진 왕이었지만 운신의 폭이 넓지 않았다. 서출로 태어나 왕의 자리가 늘 불안했다. 이때 광해군 앞에 나타난 사람이 허균이었다. 최초의 한글소설 '홍길동'의 저자인 허균은 광해군과 마찬가지로 서출이었다. 두 사람은 이런 공통점 때문인지 급속히 가까워졌지만, 이를 두려워했던 이이첨에 의해 허균은 역모를 꾀했다는 죄목으로 능지처참당하고 만다. 역사에 가정법은 없지만, 만약 인조반정이 일어나지 않고 계속 광해군이 왕위를 지켰다면 어떻게 됐을까. 적어도 인조처럼 남한산성에서 삼전도의 굴욕을 당하진 않았을 것이다.이날 광해군이 내린 책문에 명문으로 답한 이가 있었으니, 당대 유명한 시인이자 문인이었던 이명한이었다. “인생이란 부싯돌의 불처럼 짧고 우리네 인생도 끝이 있어 늙으면 젊음이 돌아오지 않는다…(중략)…그러나 사람이 세월 가는 것을 안타까워하는 것이지, 세월이 사람 가는 것을 안타까워하지 않는다. 세월 가는 것을 안타까워하는 것 또한 부질없는 것이다.” 이명한의 명문은 광해군의 마음을 흔들었고, 그는 2등으로 과거에 합격했다.섣달 그믐밤의 서글픔은 광해군 시대에만 그런 것이 아니다. 현재 우리네 마음도 그렇다. 한 살 나이가 더 들어 죽음에 가까워졌다는 생각이 들 수 있고, 취직을 못해 답답하거나, 자식을 낳지 못해 걱정되거나, 대학에 합격해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서글퍼질 수도 있다.그러나 한 생각 바꿔 보자. 내가 살아 있기에 섣달 그믐밤을 맞이하는 것이다. 한 살을 더 먹고, 한 해가 바뀌어도 살아 있음에 감사하고, 내 곁에 가족과 지인들이 있음에 행복해한다면 세상이 달라 보인다. 광해군의 책문에 답한 이명한의 명문처럼, 세월은 사람이 오고 가는 것을 안타까워하지 않는다. 설 명절을 보내며 지난 세월을 서글피 탓하지 말고, 그 세월 속에 살아 있는 나 자신과 내 가족과 지인들에게 감사하는 한 해가 되어야겠다.(hooam.com/ 인터넷신문 whoim.kr) 2019.02.0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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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올 김용옥 "'남한산성' 최고 실적 1700만 돌파하길" 감상평

철학자 도올 김용옥이 영화 '남한산성(황동혁 감독)' 관람 후 장문의 감상평을 전했다. '남한산성' 제작사 측은 9일 김용옥의 감상평 전문을 공개했다. "나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모두 이 영화를 보았으면 한다. 여태까지 최고의 흥행실적인 1,700만의 관객수를 돌파했으면 좋겠다"고 운을 뗀 김용옥은 "이 영화는 사건의 디테일과 무관하게 역사적 사실장면들의 정감과 리알리티, 그리고 생각의 흐름을 치열하게 담아내고 있다. 음악도 좋았다. 작가 김훈의 실사구시적 정신과 감독 황동혁의 주제 파악능력과 고도의 추상화 능력이 결합하여 잔잔하면서 강렬한, 그리고 우리에게 반성을 요구하는 화면들을 구성해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용옥은 "역사에는 진보와 보수, 좌와 우가 있는 것이 아니라, 오직 상식과 몰상식만 있다. 싸워 이길 수 있는 군대와 식량이 있으면 싸우는 것이 상식이요, 싸울 수 있는 아무런 기력이 없으면 화해하는 것이 상식이다. 생각해보라! 이 영화의 장면은 노량해전으로부터 불과 40년 후의 시점이다. 임진왜란으로 우리나라는 피폐해질대로 피폐해져 있었다. 그리고 광해군의 무리한 토목공사와 인조반정으로 국가는 혼란에 빠져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척화는 선이고 주화는 악이라는 윤리적 2원론은 역사를 보는 잣대가 될 수 없다. 조선의 유학자들은 우리나라 역사 전체를 파악하는 안목이 부족했으며 주자학의 도통관념에 사로잡혀 화이지분(華夷之分)으로 역사의 실상을 보지 않았다. 때는 이미 숭명(崇明)의 시대가 아니였다. 최명길의 입장은 상식일 뿐이다. 중요한 사실은 청나라가 우리나라를 자기들과 같은 뿌리의 고구려-발해 대제국의 정통후예로서 존중하는 태도를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다"고 분석했다. 또 "영화에도 홍타이지 인품의 한 측면이 묘사되어 있지만, 그들과는 얼마든지 영예로운 협상이 가능했고, 삼전도의 치욕을 면할 수 있었다. 그들이 원한 것은 조선의 정벌이 아니라, 중원의 정벌을 앞두고 후방의 교란을 원치 않았을 뿐이다. 재빨리 외교적 협상에 응하여 정당한 전략을 폈으면 호란자체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몽골제국과 대청제국이 모두 고구려제국을 흠모하여 흥기한 나라들이다. 징기스칸이나 홍타이지(청태종)도 당태종을 무찌른 연개소문의 카리스마에 직간접으로 훈도된 세계사적 인물들이다. 여진과 우리가 한 핏줄이라는 생각만 있었어도 민중은 호란의 피해를 입지 않았을 것이고, 향후 북학파의 노력도 풍요로운 결실을 맺었을 것이고, 개화도 일본보다 빨랐을 것이다. 주화를 주장하는 최명길만 고립해서 생각하지 말고, 삼전도비를 쓴 이경석, 노자주를 단 박세당, 강화학파의 정제두, 원교 이광사, 초원 이충익의 사상 물줄기를 정확히 이해해야 최명길의 내면을 파악할 수 있다. 물론 김상헌의 우국심정도 존중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한산성'은 1636년 인조 14년 병자호란, 나아갈 곳도 물러설 곳도 없는 고립무원의 남한산성 속 조선의 운명이 걸린 가장 치열한 47일간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지난 3일 개봉해 추석 연휴 흥행 선봉에서 한국 영화의 자존심을 세우며 9일 300만 돌파에 성공했다. 조연경 기자 cho.yeongyeong@joins.com 2017.10.09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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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②] 김윤석 "이병헌과 입씨름, 작위적인 계산 피했다"

김윤석이 드디어 사극 장르에 발을 담궜다. 데뷔 29년 차 배우로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다 겪었지만 정통사극에 출연한 것은 영화 '남한산성(황동혁 감독)'이 처음이다. 장르를 기피한 것은 아니지만 마음을 움직이는 작품이 없었다. '남한산성'은 철옹성 같은 장벽을 가뿐하게 무너뜨렸고, 첫 시작이자 도전의 결과는 가히 성공적이다.나라와 백성, 그리고 눈 앞의 왕을 생각하는 마음은 같다. 하지만 '삶'을 살아 숨쉴 수 있는 진짜 '숨통'으로 여기는 최명길(이병헌)과 달리, 김윤석이 연기한 김상헌은 굴욕과 치욕으로 구걸해 얻은 삶은 곧 '죽음'과 같다고 외치는 인물이다. 누구의 편도 들 수 없을 정도로 각자의 생각과 논쟁의 메시지는 강하다.왕과 역사는 결국 최명길의 의견을 따랐다. 인조는 현재까지 비호감 상위권을 달리는 인물이 됐다. 김윤석 역시 전후 사정까지 명확히 공부하고 파악, 연기로나마 더 열정적으로 김상헌에 매달렸다. 김윤석의 김상헌이었기에 관객들은 역사적 스포를 알면서도 설득당할 수 있었고 함께 마음 아파했다. 배우의 힘이 만든 영화의 힘이다. 연기파 배우에게 '연기 진짜 잘한다'는 말은 더 이상 칭찬이 아닐 수 있지만 김윤석은 또 잘했다. 어마어마한 대사량을 깔끔하게 소화해내는 것은 물론, 이병헌·박해일 뿐만 아니라 그 외 주요 인물들과 꼭 한 번씩은 맞부딪치며 맛깔스러운 케미를 완성했다.차기작 '암수살인(김태균 감독)' 촬영으로 지방과 서울을 오가야 하는 빠듯한 일정에도 작품을 위해, 작품을 찾아줄 관객들을 위해 어쩌면 당연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어려울 수 있는 인터뷰 시간을 기어이 만들어낸 책임감까지 남다르다. 추석을 뒤흔든 '남한산성'에 이어 겨울시즌에는 '1987(장준환 감독)'로 컴백한다. 하반기 영화계는 김윤석으로 시작해 김윤석으로 끝날 전망이다. ※인터뷰①에서 이어집니다.- 시사회 후 간담회에서 가장 중요한 신의 어마어마한 대사들을 새 버전으로 바뀐 줄 몰라 전 버전으로 잘못 외웠다고 고백했다. 상식적으로 그런 실수가 주연 배우에게 일어나는 것이 가능할까 싶더라."뭐 스태프도 사람이니 실수할 수 있지. 내용은 거의 같은데 중간 중간 토씨가 바뀌었다. 다만 토씨가 바뀌면 뉘앙스에서도 차이가 나니까 평소보다 더 긴장할 수 밖에 없더라. 최명길과 김상헌이 격렬하게 대치하는 신이었던 만큼 실수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 강했던 것 같다. 근데 촬영 중간에 대사가 바뀌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기사거리 주려고 에피소드 하나 슬쩍 흘린 것이다.(웃음)"- 이병헌과 입씨름이 압권이다. 연기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했을 것 같은데. "오히려 더 하지 않았다. 맞추려고 하면 작위적이고 인공적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 최명길의 주장은 최명길의 주장대로 듣고 김상헌에 집중하려 노력했다. 어떠한 계산도 하지 않았다. 우리 두 사람 뿐만 아니라 출연한 배우들 모두 고생 많았고 매 순간 진지했다. 현장에서도 집중하느라 대본만 보고 있었다."- 회식도 자주 못했나."촬영이 끝나면 한 잔 할 정도의 기력조차 남아있지 않을 때가 많았다. 본인의 촬영이 먼저 끝나 기다리고 있는 배우가 있으면 '기다려주지 말고 빨리 가서 쉬어라'라고 말할 정도였다. 기다리는 순간에도 온 힘을 다해 집중하는 느낌이었다. 굉장히 소중한 시간이었다."- '남한산성'을 통해 새롭게 돋보일 배우는 누가 있을까."한 놈 말하면 나머지 놈들이 뭐라고 생각하겠나.(웃음) 굳이 콕 집어 언급하자면 개인적으로 나는 인조다. 어려운 역할이었고, 사람들은 여전히 인조를 엄청 싫어한다. 그러나 그도 한 명의 인간이고 정치적 논리에서 왕으로 추대된 인물이다. 그 어려운 역할을 박해일이라는 배우가 굉장히 섬세하게 잘 표현했다고 생각한다. 원래 대단한 배우지만 인조를 연기한 박해일은 새삼 또 달리 보였다. '누가 저렇게 표현할 수 있을까' 싶었다."- 100% 만주어를 소화한 청나라 측 캐릭터들도 놀랍더라. 김법래·허성태 배우라는 것을 알고 있었음에도 오랑캐로 보였다. "하하하. 이미지 캐스팅 아닐까 싶은데….(웃음) 용골대를 연기한 허성태라는 친구는 평소에는 용골대인지 모를 정도로 아이돌 래퍼같이 잘생긴 친구인데 영화에서는 찰떡같다. 너무 잘했다. 생전 처음 들어보는 만주어인데 연기의 디테일이 다 보이더라." - 아역 조아인 양과의 에피소드들도 눈에 띄었다. 아버지의 눈빛이 살짝씩 보이는 순간이었다."아인 양만 현장에 오시면 분위기가 좋아졌다.(웃음) 새하얗고 청명한 공기가 막 느껴졌다. 아주 영특한 배우다. 그 대사들을 외워 상황에 맞게 연기를 하고 눈물도 잘 흘리고. 김상헌 입장에서 나루는 책임을 질 수 밖에 없는 인물이고 존재 그대로 상처가 되는 인물이기도 하다. 미안했고 연기를 하면서도 많이 아팠다."- 이번에는 몸으로 하는 액션보다 감정신이 더 많았다. 힘든점은 없었나. "몸으로 하는 것이 제일 힘들다. 앞으로도 웬만하면 안 할 생각이다.(웃음) 날쇠를 맡은 고수와 이시백을 연기한 박희순 씨가 진짜 고생 많이 했다. 전투신을 찍는 배우들은 눈밭에서 계속 미끄러질 수 밖에 없는데 발에 아이젠을 차면 상대방이 다칠 수 있다. 갑옷이 굉장히 두꺼워 추운 날씨에 촬영해도 땀이 흥건한데 대기하는 동안에는 또 차갑게 식지 않나. 희순 씨는 독감까지 걸리면서 정말 고생했다.- '남한산성'을 추석 가족영화라고 하기에는 아이들이 보기에 약간 어둡다는 평이 있다."아이들에게 가장 어두운 것은 거짓말하고 야비한 것들이다. 그런 면에서 '남한산성'은 굉장히 정확하다. 아이들을 너무 과잉보호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칼싸움 하고 폭발하고 피가나는 것? 아이들은 이미 게임 등을 통해 그것이 현실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 어른들이 아이들의 눈을 가린다면 그건 기만이 될 수 있다. 이 이야기는 교육용으로라도 무조건 꼭 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역사적인 시각으로?"'삼전도 굴욕은 쪽팔린 역사니까 꺼내지도 마!'라고 이야기 할 것이 아니라,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어떻게든 살고 이겨내 보려고 버티고 애썼는지 알려주고 알아야 한다고 행각한다. 기억해야 한다. 그러한 역사이기 때문에 더 파고 들어갈 필요가 있었다."- 역사에서 현재가 보인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씁쓸한 일이기도 하다. "역사는 반복되고 생명은 끊임없이 탄생하고. 그렇다고 트라우마처럼 나약한 모습만 간직할 수는 없다. '남한산성'도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지는 않지만 '다시는 이런 상처가 나면 안되지'라고 한번쯤 생각해 보는 것 만으로도 세상을 변화시키는데 일조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③에서 계속[인터뷰①] '남한산성' 김윤석 연기넘어 역사를 씹어삼킨 배우 [인터뷰②] 김윤석 "이병헌과 입씨름, 작위적인 계산 피했다" [인터뷰③] 김윤석 "멜로? 베드신 없으면…드라마? 과도기 지나면"조연경 기자 cho.yeongyeong@joins.com사진= CJ엔터테인먼트 2017.10.08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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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화, 41년차 연기내공 선보여…‘이것이 국민왕 플레이어’

'꽃들의 전쟁' 측이 이덕화의 복잡한 심경이 담긴 '국민왕 플레이어'를 공개했다.JTBC 주말드라마 '궁중잔혹사-꽃들의 전쟁'(이하 '꽃들의 전쟁') 제작진은 26일 주연배우 이덕화가 극중 다양한 감정을 표현하고 있는 여러 장의 스틸컷을 공개했다. 이덕화는 극중 병자호란을 겪으며 이빨 빠진 종이호랑이로 전락한 조선 16대 왕이자 비운의 군주 인조 역을 맡아 열연을 펼치고 있다.사진 속 이덕화는 극중 위태로운 왕위로 인해 불안감에 떨며 점차 광인이 돼가는 인조를 입체감 있게 그려내 눈길을 끈다. 삼전도의 굴욕으로 수치심에 휩싸여 괴로워하는 표정부터 누구도 믿지 못하겠다는 의심의 눈초리, 질투 섞인 분노, 아이같은 미소 등 인조의 급변하는 심경 변화를 41년차 연기력으로 전달하고 있다.반면 조선 최고의 악녀 김현주 앞에서는 무장 해제된 해맑은 얼굴을 드러내며 극과 극의 면모를 내비치고 있다. 사랑스런 애교와 교태 넘치는 말투로 무장한 김현주의 치마폭에 싸여 점점 이성을 잃어가는 인조 역을 능수능란하게 소화내고 있다.제작진 측은 "역사적·개인적 비극에 직면해 고뇌하는 인조 캐릭터의 복잡한 내면을 연기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며 "그럼에도 인조 캐릭터가 시청자들에게 깊은 공감을 이끌어낸 것은 오랜 세월 깊은 내공을 다져온 이덕화의 명품 연기력 덕분이다"고 말했다. 원호연 기자 bittersweet@joongang.co.kr 사진=드라마하우스 2013.05.26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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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들의 전쟁’, 시청자 사로잡은 인기비결 네가지

JTBC 주말극 '꽃들의 전쟁-궁중잔혹사'(이하 꽃들의 전쟁)이 사극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다. '꽃들의 전쟁'은 세간에 잘 알려지지 않았던 궁중 여인들의 암투기를 세밀하게 다루며 시청자들의 이목을 사로잡고 있다. 서로를 시기하고 질투해 음모와 계략을 꾀하는 여인들의 핏빛 전쟁을 짜임새 있게 펼쳐내면서 짜릿한 재미를 선사하고 있다. '꽃들의 전쟁'의 인기 비결을 짚어봤다.▶정하연 작가의 명품 필력 정하연 작가는 인조시대의 역사적 사실에 작가의 풍부한 상상력을 결합했다. 드라마 '장녹수'(95) '왕과 비'(98) '명성왕후'(01) '인수대비'(12) 등의 대작을 집필한 정하연 작가는 70분이 눈 깜짝할 사이에 훌쩍 지나갈 정도로 속도감 있는 전개와 극의 몰입도를 상승시키는 치밀한 캐릭터 구성으로 흡입력 뛰어난 드라마를 만들어내고 있다. 또 절대 권력을 차지하기 위해 목숨 건 도박을 서슴지 않는 캐릭터들 간의 피 튀기는 갈등구조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감을 형성하며 시청자들을 강하게 끌어당기고 있다. ▶노종찬 감독의 영상미감각적이고 세련된 연출로 정평이 난 노종찬 감독은 시종일관 눈을 뗄 수 없는 영상미로 웰메이드 팩션 사극을 탄생시켰다. 첫 회부터 치욕의 역사인 '삼전도의 굴욕'을 블록버스터급 스케일로 실감나게 재현하는가 하면 극중 인물들의 치열한 심리 공방전을 화려한 색감과 영상으로 디테일하게 담아내며 영화 못지않은 완성도로 시청자들에게 큰 울림을 선사하고 있다. ▶김현주, 어디서도 본 적 없는 '희대의 악녀' 캐릭터김현주는 데뷔 17년 만에 조선 시대 최고의 악녀로 파격적인 연기 변신에 성공하며 '희대의 국민 악녀' 캐릭터를 창조했다. 요염한 자태와 표독스러운 눈빛을 지닌 치명적인 아름다움과 연민을 자아내게 하는 페이소스를 지닌 얌전 캐릭터로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으로 표현해내고 있다. 시시각각 변하는 팔색조 매력으로 결코 미워할 수 없는 절대 악녀 캐릭터를 섬세하게 그려내며 시청자들을 단단히 사로잡고 있다.▶신구 연기자들의 빛나는 조화'꽃들의 전쟁'은 이덕화·정성모·손병호·송선미·정성운·전태수·고원희 등 다양한 세대로 구성된 배우 군단이 이끌고 있다. 탄탄한 연기력을 바탕으로 환상의 조화를 이루며 극의 무게감을 더하고 있는 것. 김현주와 첨예한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송선미는 깊은 내면연기로 극의 몰입도를 배가 시키고 있으며 이덕화는 위태로운 왕위로 불안감에 떨면서 점점 광인이 되어가는 비운의 왕 인조를 입체감 있게 그려내고 있다. 정성모는 몸을 사리지 않는 불굴의 연기투혼으로 카리스마 넘치는 김자점을 완벽히 소화 중이다. 이밖에도 손병호·정성운·전태수·고원희 등은 앙상블을 선보이며 드라마를 빛내고 있다. 제작진 측은 "탄탄한 대본과 화려한 영상, 배우들의 열연이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룬 덕분에 시청자들의 공감과 사랑을 얻고 있는 것 같다"며 "앞으로도 더욱 흥미롭고 박진감 있게 그려질 궁중 여인들의 핏빛 전쟁을 기대해 달라"고 전했다. 방송은 매주 토·일요일 오후 8시 45분.한제희 기자 jaehee1205@joongang.co.kr 사진=드라마하우스 2013.05.17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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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중잔혹사’, 기존 사극 틀깨는 과감한 시도 ‘검색어 장악’

JTBC 새 주말극 '궁중잔혹사-꽃들의 전쟁'이 첫방송부터 적나라하고 과감한 표현으로 화제거리를 낳았다. 빠른 전개와 기운 넘치는 연출로 '사극의 틀을 깬 사극'이란 평속에 23일 방송 직후부터 온라인 실시간 검색어 순위 상위권에 올랐다. 첫회는 조선 임금 인조(이덕화)가 청 태종 앞에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린 '삼전도의 굴욕'을 보여주며 처참했던 역사 속에 함께 했던 인물 개개인의 아픔을 담아냈다. 이 과정에서 제작진은 안방극장용 드라마에서 가능한 표현수위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들면서 강렬한 볼거리를 만들어냈다. 청의 군사들이 조선의 양민들을 무차별 살상하고, 여성들을 겁탈하는 치욕적인 역사의 장면이 펼쳐졌다. 강빈 역의 송선미는 청나라에 볼모로 끌려가며 절절한 모성애를 그렸다. 그는 아이에게 자장가를 불러주며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모유수유를 했다. 세자빈이 직접 모유 수유를 할 수 없는 왕실의 법도를 어기며 애틋한 장면을 연출한 것. 혼란스러웠던 시대상을 임펙트있게 보여준 장면이었다. '궁중잔혹사' 관련 기사 댓글창과 게시판에는 '지나치다'라는 혹평보다 '고리타분한 사극의 한계를 넘어섰다'는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한 드라마 제작사 관계자도 "'궁중잔혹사'의 장면묘사가 다소 강하게 느껴졌던건 사실이다. 하지만, 혼란스러운 시대상과 인물들의 상황을 보여주기엔 적합한 연출이었다. 각본이나 연출·연기가 미숙했다면 문제가 됐겠지만 탄탄하게 내실을 다진후 볼거리까지 제공했으니 대중을 상대로하는 드라마로서 무리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배우들의 명연기 역시 화제였다. 인조 역의 이덕화는 청에 항복하기 위해 눈길을 헤매는 처절한 모습을 보여주는가하면 청 태종 앞에서 수없이 바닥에 이마를 찧으며 피를 흘리는 등 몸 사리지 않는 열연을 펼쳐 몰입도를 높였다. 얌전 역의 김현주도 강렬한 첫 등장으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약탈을 일삼는 오랑캐를 칼로 찔러 죽이고 쏟아지는 피를 온 몸에 묻히는 등 섬뜩함이 느껴지는 연기를 펼쳤다. '반짝반짝 빛나는' '바보엄마' 등 전작에서 보여줬던 이미지와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을 보여줬다. 강빈 역의 송선미도 절절한 모성애 연기를 보여주며 감성을 자극했다. 각 배우들의 이름까지 방송 이후 온라인 검색어 순위차트를 장악했다. 젊은층 드라마도 아닌 대하사극이 첫회만에 이 정도의 반응을 얻은건 보기 드문 예다. '궁중잔혹사' 첫회는 3.1%(닐슨코리아, 전국유료방송가구기준)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10%를 훌쩍 넘었던 전작 '무자식 상팔자'의 첫 방송 시청률(1.4%)보다 앞섰다. '궁중잔혹사'는 병자호란이 일어난 인조 14년이 배경이다. 야욕을 위해 소현세자(정성운)를 독살하고 세자빈 강씨(송선미)까지 음해한 팜므파탈 소용 조씨(김현주)를 주인공으로 왕의 여인들이 펼치는 처절한 암투를 그리는 드라마다. 정지원 기자 cinezzang@joongang.co.kr 2013.03.2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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