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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스포츠 1분기 체육기자상 수상...3회 연속 영예

일간스포츠가 한국체육기자연맹(회장 양종구) 2022년 1분기 체육기자상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한국체육기자연맹은 지난 5일 1분기 체육기자상 심사위원회를 개최, 보도 부문 2건과 기획 부문 2건의 수상작을 선정했다. 일간스포츠 이형석·배중현·안희수·차승윤 기자가 지난 1월 6일부터 2월 2일까지 15회 연속 보도한 '프로야구 40주년 올스타 시리즈'가 기획 부문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이 시리즈는 1982년 프로야구 출범 당시 유일한 스포츠 전문지였던 일간스포츠가 취재한 스토리와 사진 데이터를 기반으로 제작됐다. 또한 이를 바탕으로 유튜브 영상 콘텐트로도 재탄생할 예정이다. 일간스포츠와 함께 한국스포츠경제 이정인 기자가 기획 부문을, 문화일보 정세영 기자와 스포츠조선 이원만·박찬준 기자가 보도 부문을 수상했다. 이로써 일간스포츠는 3개 분기 연속 체육기자상 수상 기록을 세웠다. 앞서 'KBO리그 최강 구종 시리즈(2021년 4분기)'와 '데이터와 전문가 분석으로 진단한 KBO리그의 현주소(2021년 3분기)'가 기획 부문을 수상했다. 또한 '추신수, SSG에서 뛴다'가 2021년 1분기 보도 부문을, '선동열 야구학'이 2020년 4분기 기획 부문을 수상한 바 있다. 일간스포츠는 지난 6개 분기 중 체육기자상을 5회나 받는 진기록을 세웠다. 김식 기자 2022.04.06 10:48
스포츠일반

중앙일보 김식 팀장, 올해의 체육기자상 수상…올해의 영리포터상에 KBS 신수빈 기자

한국체육기자연맹(회장 양종구)은 "올해 신설한 올해의 체육기자상과 올해의 영리포터상에 각각 중앙일보 김식 팀장과 KBS 신수빈 기자를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13일 밝혔다. 2001년 스포츠신문 굿데이에 입사하며 기자 생활을 시작한 김식 팀장은 2005년부터 중앙일보와 일간스포츠에서 취재기자로 활동했다. 2021년부터 중앙일보 데스크로 일하면서 영향력 있는 기획 기사와 특종 보도를 펼쳐왔다. 특히, 지난해 9월부터 11월까지 기획 기사 '선동열 야구학'을 연재해 2020년 4분기 체육기자상을 받았고, 올해 2월 '추신수, 이마트에서 뛴다' 특종 보도로 2021년 1분기 체육기자상을 수상했다. 한국체육기자연맹은 1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2021년 올해의 기자상 심사위원회를 개최했다. 7명으로 구성된 심사위원회는 두 차례나 분기별 기자상을 수상한 김식 팀장을 수상자로 결정했다. 올해부터 새롭게 만들어진 '올해의 체육기자상'은 한국체육기자연맹 회원들 가운데 뛰어난 보도 및 기획으로 모범을 보인 기자를 대상으로 포상한다. 전년 4분기부터 당해 3분기까지 분기별 체육기자상을 수상한 기자들이 후보로 자동 선정되고, 체육 발전을 위한 공적이 두드러지는 기자를 추가해 최종 수상자를 정한다. 수상자에게는 문체부 장관 표창이 수여된다. 5년 차 이하 체육기자연맹 회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올해의 영리포터상'은 KBS 신수빈 기자가 받게 됐다. 2019년 KBS에 입사한 신수빈 기자는 스포츠취재부에 속해 현장의 생생한 소식을 발빠르게 알리고, 심층 보도로 차별화한 내용을 전해 왔다. 지난해 12월 '맷값 폭행 아이스하키 협회장 당선 파문' 시리즈 보도로 2020년 4분기 체육기자상을 받았다. 한국체육기자연맹 양종구 회장은 "올해부터 연맹에서 올해의 체육기자상과 올해의 영리포터상을 신설했다. 열심히 하는 체육기자들의 노력을 더 폭넓게 의미 부여하기 위해 새로운 상들을 만들었다"라며 "현장을 누비는 체육기자들이 보람을 느끼며 좋은 기사와 보도를 더 많이 해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올해의 체육기자상과 올해의 영리포터상 시상식은 제32회 이길용 체육기자상, 대한장애인체육회(KPC) 올해의 기자상 시상식과 함께 20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진행되는 2021년 체육기자의 밤 행사에서 열린다. 이은경 기자 2021.12.14 09:36
스포츠일반

본지 김식 기자, 소강체육대상 언론상 수상

일간스포츠 김식 기자(스포츠팀장)가 고(故) 민관식 대한체육회장을 추모하는 제13회 소강체육대상 언론상을 수상한다고 재단법인 소강민관식육영재단(이사장 정대철)이 25일 발표했다. 김식 기자는 일간스포츠에 '선동열 야구학' 등 기획 기사를 연재(2020년 9월~10월)했고, '추신수 이마트에서 뛴다' 등을 특종 보도(2021년 2월 23일)한 바 있다. 아울러 소강민관식육영재단은 스포츠산업 도시인 강원도 양구군과 한국 복싱 발전에 헌신한 유재준 대한복싱협회 명예회장 겸 아시아복싱협회 부회장을 공로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지도자상에는 여자 휠체어농구리그 2회 우승을 이끈 제주특별자치도 휠체어농구단 이선연 코치가 선정됐다. 최우수선수상은 체조 류성현 선수(한국체대)와 여자 역도의 기대주 박혜정 선수(안산공고)에게 돌아갔다. 특별상은 한국 배드민턴 사상 처음으로 국제배드민턴협회 신인상을 수상한 안세영 선수(삼성생명)와 탁구 신동 신유빈 선수(대한항공)가 받는다. 소강 민관식 대한체육회장은 1964년 제22대 대한체육회장에 취임, 한국 체육의 초석을 쌓아 ‘대한민국 체육 근대화의 아버지’로 불린다, 정대철 이사장은 “코로나19로 어려운 시기일수록 소강의 정신이 그리워진다. 이런 시기에 소강체육대상을 시상해 더욱 뜻깊다”고 말했다. 시상식은 5월 3일 서울시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열린다. 안희수 기자 관련기사 ①강속구의 시대, 한국 야구는 왜 소외됐나 ②속도보다 지속 가능한 성장이 중요하다 ③강속구의 대응 무기는 정말 '어퍼컷'일까 ④플라이볼은 목표인가 결과인가 ⑤타격은 불가능에 대한 도전…난 타자를 믿는다 ⑥류현진은 '피치 터널'을 어떻게 활용하는가 ⑦류현진·매덕스는 타자의 0.045초를 훔친다 ⑧구창모는 '볼끝'이 좋은 게 아니다 ⑨트레버 바우어는 '공이 긁히는 날'을 만든다 ⑩난 후배들을 잘못 가르쳤다 '야구 소년'과의 1년 여정을 마치며 2021.04.2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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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 김식 기자 ‘선동열 야구학’ 시리즈, 체육기자상 기획상 수상

본지 김식 기자가 기획한 ‘선동열 야구학’ 시리즈가 2020년 4분기 체육기자상 기획 부문 수상작으로 선정돼 22일 시상식을 열었다. ‘선동열 야구학’ 시리즈는 일간스포츠 창간 51주년 특별기획으로 제작됐으며 지난해 9월부터 11월까지 총 10회에 걸쳐 연재됐다. 이 시리즈는 ‘국보 투수’라는 별명을 갖고 있던 선동열 전 야구대표팀 감독이 본인의 선수, 지도자로서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야구 데이터를 재해석해서 풀어낸 스토리다. 해외야구를 망라하는 깊이 있는 분석과 현장 경험이 풍부한 지도자만이 던질 수 있는 날카로운 해석으로 야구계에 큰 울림을 줬다. 특히 “후배들을 조련하고 육성하는 게 아니라 소통해야 한다”는 자기반성의 메시지는 야구팬들에게도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한편 한국체육기자연맹이 선정한 2020년 4분기 체육기자상 보도 부문은 OSEN 이종서 기자의 ‘프로야구 선수협 고위 간부 판공비 개인 사용 의혹 논란’과 KBS 신수빈 기자의 ‘맷값 폭행 아이스하키 협회장 당선 파문’ 기사가 선정됐다. 이은경 기자 관련기사 ①강속구의 시대, 한국 야구는 왜 소외됐나 ②속도보다 지속 가능한 성장이 중요하다 ③강속구의 대응 무기는 정말 '어퍼컷'일까 ④플라이볼은 목표인가 결과인가 ⑤타격은 불가능에 대한 도전…난 타자를 믿는다 ⑥류현진은 '피치 터널'을 어떻게 활용하는가 ⑦류현진·매덕스는 타자의 0.045초를 훔친다 ⑧구창모는 '볼끝'이 좋은 게 아니다 ⑨트레버 바우어는 '공이 긁히는 날'을 만든다 ⑩난 후배들을 잘못 가르쳤다 '야구 소년'과의 1년 여정을 마치며 2021.02.2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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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 현장]프로·아마 누비는 '일타강사' 선동열

이천 찍고 부산. 선동열(58) 전 야구 국가대표팀 감독은 올겨울 가장 바쁜 야구인이다. 프로와 아마추어 야구 현장을 누비며 '일타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선동열 전 감독은 지난 17일 부산시 기장군 기장·현대차 드림볼파크에 진행 중인 KT의 스프링캠프를 찾았다. 선수 시절 룸메이트였던 '후배' 이강철 KT 감독의 부탁을 받고 젊은 투수들에게 '원포인트 레슨'을 하기 위해서였다. 선동열 전 감독은 KT 선수단과의 상견례에서 지난해 플레이오프(PO)에 진출한 쾌거를 축하한 뒤 "(여러분과) 자유롭게 소통하며, 즐겁고 유익한 시간을 보내기 위해 왔다. 스스럼없이 물어봐 달라. 아는 범위 안에서 답해주겠다"고 말했다. KT 투수조는 이날 강풍과 추위 탓에 캐치볼만 소화했다. 선동열 전 감독은 23일까지 KT 캠프에 머문다. 본격적인 레슨은 19일 시작한다. 2020시즌 신인왕 소형준은 "(타자와의 승부는) 결국 정신력에서 갈린다고 생각한다. 선동열 감독님이 선수 시절 어떤 생각을 하며 투구하셨는지 가장 궁금하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2019~2020년 연속으로 10승을 기록한 배제성도 "경기 운영 능력과 마운드 위에서의 강한 멘털을 배우고 싶다"고 말했다. 선동열 전 감독은 17일 KT의 오전 훈련이 끝나자 바로 부산 시내에 있는 개성고로 향했다. 모교에서 야구 선수들을 지도 중인 김응용 전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회장도 '국보 투수'를 초청했기 때문이다. 김응용 전 회장은 "이강철 감독과 통화하다가 선 감독이 온다는 얘기를 들었다. 하루만 시간을 빼달라고 요청했다. 오후 2시에 온다더니 40분 일찍 도착했더라. 점심도 안 먹고 왔나 보다"라며 웃었다. 선동열 전 감독은 개성고 투수 13명 전원의 불펜 피칭을 일일이 지켜보며 보완점을 알려줬다. 중심 이동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는 자세와 투수판을 밟은 방법 등을 상세히 설명했다. 직접 투구 시범을 보이기도 했다. 바람직한 투구 준비 자세를 묻는 한 선수에게는 세 가지 방법을 제시했다. 선수들이 신나게 공을 던지면 "아주 좋다"고 소리치며 분위기를 돋우었다. 개인별 지도가 끝난 뒤에는 실내 연습장에서 짧은 강연을 시작했다. 선동열 전 감독은 "변화구를 잘 던지면 좋겠지만, 여러분들은 아직 고등학생이기 때문에 가진 힘을 투구에 온전히 싣는 게 먼저다. 캐치볼과 스텝앤드스로(step and throw)가 그래서 중요하다. 하체 운동과 러닝도 습관화하는 게 좋다"고 강조했다. 선동열 전 감독은 이어 "김응용 회장님께서 다소 걱정을 하셨는데 내가 볼 때는 밸런스 좋은 투수가 많더라. 다들 좋은 투수가 될 수 있다"고 격려했다. 김응용 전 회장은 지도를 마친 선 감독을 향해 "수고하셨습니다"라며 존칭을 쓰며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선동열 전 감독은 지난 11~15일 이천 챔피언스파크에서 열린 LG의 스프링캠프에 방문했다. 이민호, 고우석, 이정용 등 'LG의 미래'로 불리는 젊은 투수들을 지도했다. 이민호를 향해 "대투수로 될 성장할 자질이 있다"고 극찬했다. 차명석 LG 단장은 "기회가 되면 선 감독님을 다시 모시고 싶다"고 했다. 선동열 전 감독에게도 의미 있는 시간이다. 메이저리그 최신 이론을 공부하는 그는 지난해 일간스포츠에 '선동열 야구학'을 연재했다. 관념적으로 알았던 정보를 데이터를 통해 재해석하며 새로운 야구 이론을 만들고 있다. LG 캠프에서는 트랙맨(레이더를 활용해 투구·타구 궤적을 추적하는 시스템)을 처음으로 봤다. 데이터 결과를 연구했던 선동열 전 감독이 실제 장비를 보고 큰 흥미를 느꼈다고. 선동열 전 감독은 "2005년생 개성고 선수에게 '선배님'이라는 호칭을 들으니 기분 묘하더라. 오늘 하루 고등학생으로 돌아간 것 같았다"며 웃었다. 선동열 전 감독의 캠프 방문을 원하는 구단은 또 있다고 한다. 국보 투수의 광폭 행보가 계속되고 있다. 부산=안희수 기자 An.heesoo@joongang.co.kr 2021.02.19 05:58
야구

KBO리그에 50대 올드보이 설 자리 있을까

프로야구 KBO리그에 '올드보이' 감독이 설 자리가 좁아지고 있다. 올해 KBO리그 최고령이었던 류중일(57) 감독이 LG 트윈스를 떠났다. 올해 4위를 기록한 LG는 지난 5일 두산 베어스와 준플레이오프(3전2승제) 2차전에서 지면서 2패로 가을야구를 끝냈다. 경기 종료 직후 류 감독은 차명석 LG 단장에게 사의를 표명했다. 지난 2017년 말 LG 지휘봉을 잡은 류 감독은 올 시즌을 끝으로 3년 계약이 만료됐다. 류 감독은 삼성 라이온즈에서 2011년부터 4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다. 그 지도력을 인정받아 LG의 우승을 기대했지만, 지난 3년 동안 LG는 정규시즌에서 8위→4위→4위에 그쳤다. 결국 류 감독은 스스로 팀을 떠났다. 또 다른 50대 감독이었던 염경엽(52) 전 SK 와이번스 감독은 건강이 악화돼 팀을 떠났다. 지난 시즌 우승 후보로 꼽혔던 SK는 올 시즌 초반부터 9위로 처지면서 부진했다. 스트레스가 심했던 염 감독은 지난 6월 경기 도중 쓰러져 치료를 받았다. 약 두 달 만에 복귀했지만 5일 만에 다시 건강 문제가 생겨 선수단을 이끌지 못했다. 염 감독은 계약기간이 내년까지였지만 사퇴하기로 했다. 한용덕(55) 전 한화 이글스 감독도 10위로 부진한 팀 성적때문에 시즌 도중 팀을 떠났다. 50대 세 명의 감독이 떠나면서 KBO리그에 남은 50대 감독은 김태형(53) 두산 감독, 이강철(54) KT 위즈 감독, 맷 윌리엄스(55) KIA 타이거즈 감독뿐이다. 국내파 50대 감독 둘은 눈에 띄는 성과를 내면서 살아남았다. 6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에 도전하는 김 감독은 지난 시즌 통합 우승을 이루면서 3년 총액 28억원(계약금·연봉 각 7억원)으로 최고 대우로 재계약했다. 이 감독은 '만년 하위권'이라 여겨졌던 KT를 올해 2위로 플레이오프에 진출시키면서 지난달 26일 3년 총액 20억원(계약금·연봉 각 5억원)에 재계약했다. 이렇게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주지 않고서는 50대 이상 감독은 살아남기 힘든 분위기다. 지난 시즌부터 40대 감독이 속속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8년 말 임명된 이동욱(46) NC 다이노스 감독, 지난해 말 지휘봉을 잡은 허문회(48) 롯데 자이언츠 감독, 허삼영(48) 삼성 라이온즈 감독 등은 모두 40대다. 올 시즌 막판에 사퇴한 손혁(47) 전 키움 히어로즈 감독도 지난해 말 선임됐다. 시즌 중에 감독이 사퇴하면서 임시로 감독 대행을 맡았던 이들도 나이가 젊다. 최원호(47) 한화 감독대행, 박경완(48) SK 감독대행 등도 40대였다. 전력분석 업무를 주로 했던 김창현(35) 키움 감독대행은 무려 30대였다. 이들은 최근 야구계 불고 있는 데이터 야구에 능하다. 각종 첨단 장비를 잘 이용하고 그로 인해 도출된 기록을 분석하고 이해하는데 적극적이다. 이를 바탕으로 선수들의 체력과 기술을 과학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가 강해지면서 선동열(57) 전 대표팀 감독은 올해 야구 스터디 그룹을 만들어 공부했다. 빅데이터 전문가, 세이버메트리션, 통계학자, 스포츠의학 전문의 등을 초빙해 강의를 듣고 의견을 나누면서 지도자로서 한층 성장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 노력을 일간스포츠에 '선동열 야구학' 칼럼으로 연재해 많은 야구팬들로부터 '신선하다'는 반응을 이끌어냈다. 선 감독은 "시대가 변했고 야구를 보는 방법이 달라졌는데 나는 그동안 그러지 못했다. 후배들을 잘못 가르쳤다"고 인정했다. 선 감독이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면서 스토브리그에서 KBO리그 감독직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SK와는 면접까지 진행했다. 그러나 SK의 선택은 SK 창단 멤버로 투수 출신인 40대 김원형(48) 감독이었다. 12일 현재 감독 자리가 결정되지 않은 구단은 LG, 키움, 한화다. 새로운 시대에 50대 이상 올드보이가 돌아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2020.11.12 11:15
야구

[선동열 야구학 에필로그] '야구 소년'과의 1년 여정을 마치며

시작은 2019년 7월 11일이었다. 선동열 전 야구 국가대표 감독이 목동야구장에서 기자회견을 연 날이었다. 2018년 11월 국정감사 이후 8개월 만에 공식 석상에 나타난 그는 "내년 뉴욕 양키스의 스프링캠프에 참가해 메이저리그(MLB)를 배울 생각"이라고 밝혔다. 당시 선동열 전 감독은 소년처럼 들떠 있었다. 선수로 밟지 못했던 MLB를 지도자가 되어 경험할 수 있다는 기대, 자신의 야구인생을 정리한 책 『야구는 선동열』(민음인) 발간을 앞둔 설렘으로 가득했다. 그는 "책을 쓰느라 예전 자료를 찾아봤는데, 남아 있는 게 거의 없더라"며 아쉬워했다. 기자는 "MLB 연수 땐 모든 자료를 보관하시라. 공부하는 과정이 한국 야구의 소중한 기록으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선동열 전 감독이 MLB를 공부하려는 이유가 몇 가지 있었다. 크게 보면 한국·일본 야구를 경험한 그의 식견을 더 높이고 싶어서였다. 미국인은 아시아인과 체격·체질이 다르다는 이유로 가졌던 거리감을 좁혀보기 위해서였다. 2015년 스탯캐스트의 등장으로 '눈과 직관으로 판단하는 야구'가 '데이터로 읽고 검증하는 야구'로 바뀐 걸 확인하고자 했다. 선동열 전 감독은 "삼성과 KIA에서 감독일 때 외국인 투수들이 내게 기술적인 도움을 자주 요청했다. '감독님은 선수 시절 슬라이더를 잘 던졌다고 들었다. 슬라이더 그립을 알려달라'는 식이다. 그래서 내 그립을 보여주면 외국인 투수들이 허허 웃더라"고 말했다. 그는 투수 중에서도 손가락이 짧은 편이다. 그에게 맞게 변형한 그립을 보여주니 외국인 투수가 받아들일 수 없었다. 선동열 전 감독은 "체형이 우리와 다른 외국인 선수를 내가 지도한다는 건 어렵다고 봤다. MLB 경력이 있는 선수들을 내가 손댈 순 없었다"고 했다. 그는 MLB 연수를 통해 외국인 선수, 그리고 MLB에 익숙한 젊은 한국 선수들과 소통하고 싶었다. 이를 위해 MLB '예습'을 시작했다. 그러나 지난 3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MLB 연수가 무산됐다. 학창 시절 깨알 같은 글씨로 야구 일기를 썼던 '야구 소년' 선동열의 학구열이 꺾일 뻔했다. 불현듯 찾아온 언택트 시대. 선동열 전 감독은 '온택트' 연수를 시작했다. 지난 3월부터 지인들과 야구 스터디 그룹을 구성, 매주 다양한 주제를 놓고 공부하고 토론했다. 빅데이터 전문가, 세이버메트리션, 통계학자,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재활의학과 및 스포츠의학 전문의, 트레이너, MLB 스카우트와 마케터 등 각계 전문가로부터 강의를 들었다. 미국의 MLB 온라인 야구 프로그램도 수강했다. 이를 또다시 정리하고, 해석했다. 선동열 전 감독은 연필과 노트, 그리고 야구 서적이 담긴 책가방을 늘 메고 다녔다. 기자도 스터디 그룹 멤버 중 하나였다. 기자는 선동열 전 감독의 공부 과정을 흥미롭게 지켜봤다. '국보', '국가대표' 등의 권위를 내려놓고, 낯선 이론·용어와 씨름하는 그에게 "이 과정을 기록으로 남기자"고 제안했다. '선동열 야구학'은 그가 배우는 과정을 담은 것이다. 일간스포츠에 연재한 내용은 기술적인 측면에 집중했다. 선동열 전 감독이 기존에 가졌던 이론을 재정립하는 게 '선동열 야구학'의 시작이었기 때문이다. 인문·의료·스카우트 등은 이번 연재 주제에서 벗어나 다루지 않았다. 연재 과정은 선동열 전 감독이 주도했다. 그의 메모와 구술을 바탕으로 기자가 글을 정리하면, 선동열 전 감독이 다시 확인하고 교정했다. 원고의 90% 이상은 그가 만들었다. '선동열 야구학' 시즌1을 마감하는 자리에서 그는 이렇게 역설했다. "시대가 변했고, 야구를 보는 방법이 달라졌다. 그 변화를 선배가, 지도자가 받아들였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내가 후배들을 잘못 가르쳤다." 그의 말은 '선동열 야구학' 마지막, 10편의 제목이 됐다. 김식 스포츠 팀장 관련기사 ①강속구의 시대, 한국 야구는 왜 소외됐나 ②속도보다 지속 가능한 성장이 중요하다 ③강속구의 대응 무기는 정말 '어퍼컷'일까 ④플라이볼은 목표인가 결과인가 ⑤타격은 불가능에 대한 도전…난 타자를 믿는다 ⑥류현진은 '피치 터널'을 어떻게 활용하는가 ⑦류현진·매덕스는 타자의 0.045초를 훔친다 ⑧구창모는 '볼끝'이 좋은 게 아니다 ⑨트레버 바우어는 '공이 긁히는 날'을 만든다 2020.11.11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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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동열 야구학] ⑩난 후배들을 잘못 가르쳤다

메이저리그(MLB) 포스트시즌 덕분에 가을이 풍성했다. 야구는 항상 재미있지만, 올봄 MLB 연수를 가려다가 못 간 탓에 더 그랬던 것 같다. LA 다저스가 승리한 월드시리즈 5차전.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은 6회 초 2사에서 클레이턴 커쇼를 더스틴 메이로 교체했다. 커쇼는 마운드에서 한참 동안 뭔가를 이야기했다. 관중석에서는 로버츠 감독을 향한 야유가 터졌다. 커쇼의 투구 수는 85개에 불과했으니, 적어도 6이닝을 채우게 하라는 의미였을 것이다. 그러나 로버츠 감독은 커쇼를 설득했다. 마운드를 내려오는 커쇼는 팬들로부터 박수를 받았다. 교체 결과는 성공이었다. 메이는 7회까지 탬파베이 타선을 잘 막았다. 로버츠 감독은 “경기 전부터 예정된 교체였다. (팬들의 반응에 따른) 감정 때문에 계획을 바꾸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 원칙이 승리했다. 다저스는 지난 몇 년 동안 포스트시즌에서 '전력 이상의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투수 운용의 실패를 지적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다저스는 이를 바탕으로 실패를 반복하지 않는 매뉴얼을 만든 것 같다. 선수층이 두껍지 못한 탬파베이는 변칙을 간간이 썼다. 뉴욕 양키스와의 디비전시리즈 5차전 선발 투수는 타일러 글래스노우였다. 앞서 2차전에서 5이닝(4실점)을 던진 에이스에게 휴일을 이틀만 줬다. 글래스노우는 2⅓이닝 2볼넷 2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한 뒤 교체됐다. 1번 타자부터 9번 타자까지 한 번씩만 상대한 것이다. 탬파베이는 2018년 오프너(opener) 전략을 MLB에 선보인 최초의 팀이다. 선발 투수가 마땅치 않은 날 불펜 투수에게 1~2회를 맡긴 뒤 상황에 따라 불펜을 총동원하는 작전이다. 이번에는 에이스를 오프너처럼 쓰는 ‘변칙의 변칙’을 선보였다. 글래스노우의 에너지가 떨어질 때를 예측해 불펜을 가동했다. 디비전시리즈를 성공으로 이끈 전략이었다. 그러나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과 월드시리즈에서는 잘 통하지 않았다. 탬파베이는 결국 월드시리즈 6차전에서 패했다. 탬파베이가 1-0으로 앞선 6회 말 1사 1루에서 케빈 캐시 감독이 선발 블레이크 스넬을 교체한 걸 두고 현지에서도 말이 많은 모양이다. 5⅓이닝 동안 73개를 던져 2피안타 무실점으로 호투한 투수를 너무 빨리 바꿨다는 것이다. 초등학교 때부터 27년 동안 투수를 했고, 이후 투수 코치와 감독을 한 나에게도 가장, 여전히 어려운 건 투수 교체다. 마운드에서 혼을 다해 던지는 투수를 언제, 누구와 바꾸느냐는 어렵고 외로운 결단이다. 고려해야 할 요소가 너무 많다. 투수의 구위와 멘탈을 살펴야 하고, 타자와의 상대성을 고려해야 한다. 주자 유무와 견제 능력도 참고해야 한다. 직전 경기와 다음 경기까지 계산할 필요가 있다. MLB 중계를 통해 모든 투수와 감독이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는 걸 보니 웃음이 나오기도 한다. 그래도 한 가지 분명한 원칙은 투구 교체는 가급적 빨라야 한다는 점이다. 투수의 체력과 기술, 심리의 한계를 확인한 뒤에 바꾸면 너무 늦다. 투수 교체에는 직관이 어느 정도 필요한 이유다. MLB는 팀마다 매뉴얼이 잘 정립돼 있다. 각종 데이터를 우리보다 잘 활용한다. 그래도 수없이 실패하고 갈등한다. 야구는 결국 사람이 하기 때문이다. 멀게만 느껴졌던 MLB도 우리 야구와의 공통점을 발견하면서 조금씩 친숙해지고 있다. 직관이 아닌 데이터가 말한다 지난 1년 동안 내 공부의 목적은 데이터에 기반을 둔, 최신 야구의 트렌드였다. 1990년대에도 ‘데이터 야구’라는 개념이 있었다. 2000년대에는 야구를 통계학으로 설명하는 세이버메트릭스가 일반화했다. 2015년 MLB에 등장한 스탯캐스트는 몇 년 만에 정말 많은 걸 바꾸었다. 초고속카메라와 레이더 추적 기술을 통해 눈으로 볼 수 없는 걸 보게 해줬다. 초당 882프레임을 찍는 초고속카메라를 통해 투수의 공을 분석할 수 있다. 스피드뿐 아니라 회전수와 회전축, 이에 따른 무브먼트까지 다 나온다. 타구도 마찬가지다. 야구 룰은 100년 넘게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 투구의 본질, 타격의 기본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야구를 보는 시각과 방법은 몇 년 사이 급변했다는 걸 깨달았다. 새로운 용어와 데이터를 하나 배우면, 내가 모르고 있었던 것이 몇 개는 더 나왔다. 야구는 변하지 않았지만, 야구를 보는 방법이 달라졌다. 아니, 세밀해졌다. 정확해졌다. 젊은 선수들은 이미 데이터를 읽고 활용하는 데 익숙하다. 이들과 소통하려면 코치나 감독도 스탯캐스트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한다. 물론 모든 선수가 MLB의 새 이론과 데이터 해석에 능한 건 아니다. 선수들이 인터넷을 통해 많은 정보를 얻고 활용하도록 돕는 것도 야구 선배의 몫이다. 이번 기회를 통해 나도 많이 배웠다. 여러 기록과 인터뷰 자료를 보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건 크리스티안 옐리치(밀워키)의 말이었다. MLB에서 ‘플라이볼 혁명’이 유행할 때 그는 “난 의식적으로 발사각을 높이려 한 적이 없다. 다른 건 스윙 궤적이 아니라 사고방식이다. 발사각에 매달려 성공한 선수가 있고, 그렇지 않은 선수가 있을 뿐이다. 나는 그 가운데 있으려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 주제에 대해 몇 시간이고 말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옐리치 말의 내용도 인상적이었지만, 서른 살도 되지 않은 선수가 자기 생각과 이론을 자신 있게 펼치는 게 놀라웠다. KBO리그 선수들은 인터뷰가 서툰 편이다. 그래도 나를 비롯한 우리 세대보다는 말솜씨가 훨씬 좋아졌다. 우리 선수들도 기회를 만들어주면 더 고민하고, 공부하며, 표현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선수들은 이미 그렇게 바뀌고 있다. 이제 선배들이 바뀌어야 같은 눈높이에서 소통할 수 있을 것이다. 조련과 육성에서 소통으로 바뀐다 1980~90년대 프로야구에서는 조련이라는 말을 많이 썼다. 심지어 2000년대에도 ‘투수 조련’ 같은 군대식 단어가 사용됐다. 이런 말이 오랫동안 쓰인 건 상명하복의 문화가 실재했기 때문이다. 요즘에는 육성이라는 말도 유행처럼 쓴다. 프로 선수들을 여전히 학생처럼 보는 시각을 담겨 있다. 물론 육성이 필요하지 않다는 건 아니다. 학생 야구 시스템이 부실하고, 프로 선수층마저 두껍지 못한 KBO리그 팀에서는 교육의 기능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감독과 코치들은 ‘칭찬’이라는 말도 자주 쓴다. “오늘 선발 투수를 칭찬하고 싶다”는 말이 어느 순간 내게는 어색하게 들렸다. 이 말에서도 상하관계가 느껴지기 때문이다. “어느 점이 좋았다”, “이래서 고맙다”는 표현이 좋을 것 같다. 정말 중요한 건 선수들과 진심으로 소통하는 것이다. 그들을 당당한 프로 선수로 대하고, 그들의 얘기를 들을 준비가 됐는지 나 자신에게 묻게 된다. 선수들의 인생을 건 도전을 내가 선배로서 충분히 도왔는지 반성하게 된다. 야구를 공부할수록 느낀 건, 난 선수들을 잘못 가르쳤다는 점이다. 선수들에게 잘못된 정보를 줬다는 말이 아니다. 선수들의 눈높이로, 최신 이론과 데이터를 통해 선수들을 충분히 납득시켰느냐고 물으면 사실 할 말이 없다. 내가 투수 코치와 감독을 할 때 선수들은 내 후배들이었다. 그들은 나와 비슷한 환경에서 같은 시대를 살았다. 선수 생활을 몇 년 더 했고, 일본 야구까지 경험한 내가 뭐 하나라도 더 가르쳐주고 싶었다. 그러나 그 방법이 수직적인 관계에서 비롯됐다는 걸 부인할 수 없다. 선배들에게 배운 대로 후배들을 가르쳤다. 내가 그라운드를 떠난 지 몇 년이 흘렀다. 그사이 난 ‘각동님’으로 불렸다. 2012년 KBO리그로 온 박찬호에 대해 조언을 해달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팔각도가 조금 벌어져 있더라”고 말한 게 화근이었다. 박찬호는 내가 늘 강조하는 하체 이동을 나무랄 데 없이 잘하고 있었다. 그래서 미시적인 부분을 말한 것인데, 아시아인 MLB 최다승(124승) 투수 박찬호를 ‘감히’ 가르치려 한다는 오해를 받았다. 또 2018년 국회 국정감사장에도 섰다. 아시안게임 대표선수들을 선발하는 과정에 부정이 있었다는 정치권의 의혹에 맞섰다. 내 억울함을 풀기는 했지만, 젊은 세대가 현실에서 느끼는 박탈감을 마주할 수 있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났다. 지금 KBO리그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은 내 아들뻘이다. 30대가 된 아들, 지난해 결혼한 딸이 있는 부모 입장에서 선수들을 보게 된다. 집에서 귀한 아들로 자랐을 요즘 선수들은 기성세대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영리하고 똑똑하다. 정보를 접하고 해석하는 것에 익숙하고, 직관보다 데이터를 신뢰한다. 무엇보다 믿어주고 도와주면 기성세대가 걱정하는 것보다 훨씬 잘해낸다. 한 편의 드라마 같은 MLB 포스트시즌이 끝났다. 최첨단 장비와 빅데이터로 움직이는 MLB에서도 투수 교체를 놓고 논쟁이 끊이지 않는다. 그걸 보면 야구는 계산대로만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투수 교체가 성공할 수도 있고, 실패할 수도 있다. 몇 번의 성패로 야구는 끝나지 않는다. 기본을 잘 지키고, 원칙을 따르면 결국 이길 수 있다. 그건 팀이 가지고 있는 시스템이자 매뉴얼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상호 신뢰라고 생각한다. 작전은 실패할 수 있다. 그러나 구성원 사이에 배려와 믿음이 있다면, 작은 실패를 딛고 결국 성공할 것이다. 그게 승리로 가는 길, 팀과 리그의 가치를 높이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회를 마지막으로 ‘선동열 야구학’ 시즌1을 마친다. 시즌1이 지금과 다른 방식으로 야구를 보는 것이었다면, 시즌2는 야구와 사람에 대해 공부할 생각이다. 나는 야구를 떠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야구 공부도 계속할 것이다. 다시는 선수들을 잘못 가르치지 않기 위해서다. 관련기사 ①강속구의 시대, 한국 야구는 왜 소외됐나 ②속도보다 지속 가능한 성장이 중요하다 ③강속구의 대응 무기는 정말 '어퍼컷'일까 ④플라이볼은 목표인가 결과인가 ⑤타격은 불가능에 대한 도전…난 타자를 믿는다 ⑥류현진은 '피치 터널'을 어떻게 활용하는가 ⑦류현진·매덕스는 타자의 0.045초를 훔친다 ⑧구창모는 '볼끝'이 좋은 게 아니다 ⑨트레버 바우어는 '공이 긁히는 날'을 만든다 2020.11.11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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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동열 야구학] ⑨트레버 바우어 ‘공이 긁히는 날’을 만든다

올해 메이저리그(MLB)는 LA 다저스의 월드시리즈(WS) 우승으로 끝났다. 비교적 낯익은 다저스 선수보다 탬파베이 선수들이 눈에 더 들어왔다. 특히 탬파베이 마무리로 활약하는 디에고 카스티요(26)의 피칭이 흥미로웠다. 카스티요는 시속 150㎞가 훌쩍 넘는 빠른 공을 던진다. 포심 패스트볼 비중은 매우 낮다. 그는 투심 패스트볼과 슬라이더로 ‘투 피치’를 구성한다. 투심의 스피드는 포심과 거의 같다. MLB 통계 사이트 스탯캐스트를 보면 카스티요의 패스트볼 스피드는 상위 12%(평균 시속 154.7㎞)에 해당한다. 그런데 포심 패스트볼 회전은 하위 4%(분당 1876회)에 불과하다. 스피드는 빠른데 회전이 많지 않은 공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올드보이들은 “볼끝이 나쁘다”거나 “종속이 느리다”고 할 것이다. 그 관념이 틀렸다는 걸 이제 알아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카스티요가 올해 정규시즌 22경기에서 3승무패 5홀드 4세이브, 평균자책점 1.66을 기록한 걸 납득하지 못할 것이다. 카스티요는 수직(vertical) 무브먼트보다 수평(horizontal) 무브먼트를 잘 활용하는 투수다. 포심 패스트볼 비중이 아주 낮은 그에게는 효과적인 피칭이다. 오른손 투수인 카스티요는 오른손 타자 몸쪽으로 가라앉는 투심, 아래로 떨어지며 바깥쪽으로 달아나는 슬라이더 조합을 이용한다. 강한 근력과 악력(握力, 쥐는 힘)을 갖고 있어서 가능하다. KBO리그에서 뛰는 외국인 투수 중에도 이런 유형이 많다. 이들은 포심 스피드와 거의 같은 변형 패스트볼(투심)을 던진다. 한국 투수들의 신체 조건으로는 이런 피칭 스타일을 만들기 어렵다. 그래도 주목할 점은 카스티요가 공을 ‘때리는’ 동작이 매우 훌륭하다는 것이다. 투구 폼이 예쁘진 않지만, 힘을 모아 폭발하는 메커니즘을 잘 만들었다. 카스티요 외에도 탬파베이에는 인상적인 불펜 투수들이 꽤 있었다. 투구 폼이 참 희한했다. 공의 좌우 움직임, 즉 수평 무브먼트를 활용하는 이들이 많았다. 탬파베이의 불펜 투수들은 공통적으로 폭발적인 릴리스를 보였다. 구단과 투수코치, 선수들이 공유하는 매뉴얼이 있을 것 같다. 카스티요 같은 투심을 던질 게 아니라면, 오버핸드 투수는 기본적으로 수직 무브먼트를 극대화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가장 중요한 요소가 회전 효율(spin efficiency)이다. 수평의 축이 ‘회전 효율’ 높인다 물리학의 관점으로 피칭을 이해하려면 어려운 게 사실이다. 그래도 어느 정도 개념을 알아야 피칭에 응용할 수 있다. 투수가 던진 공은 중력의 영향을 받아 아래로 떨어진다. 중력은 인간이 통제할 수 없다. 비행하는 공의 궤적을 바꾸는 또 다른 힘이 있다. 압력이 높은 쪽에서 낮은 쪽으로 휘어지는 공이 현상, 즉 마그누스 효과(Magnus effect)다. 야구공에는 솔기가 있어 투수의 의도에 따라 회전을 줄 수 있다. 회전 변화가 변화구를 만드는 것이다. 따라서 투수들은 회전의 개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오버핸드 투수가 포심 패스트볼을 던지면 백스핀(backspin)이 걸린다. 중력의 영향을 받아 떨어지는 공의 낙폭을 강한 백스핀이 줄여준다. 백스핀의 반대가 톱스핀(top spin)이다. 공에서 가장 높은 지점에 회전을 주기 때문에 이렇게 부르는 것 같다.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는 커브가 백스핀에 따라 움직인다. 백스핀과 톱스핀은 회전 방향이 다를 뿐, 회전축이 같다. 지면과 수평을 이룬다. 톱스핀이 걸린 공은 가라앉는다. 여기에 중력의 힘까지 작용해 더 많이 떨어진다. 사이드 스핀은 회전축이 지면과 수직을 이룬다. 사이드암 투수가 던지는 공은 이 회전의 비중이 크다. 사이드 스핀에 따라 공은 좌우로 움직인다. 이 밖에 우리에게 생소한 자이로 스핀(gyro spin)이라는 것도 있다. 투구의 진행 방향과 회전축이 평행을 이루는 회전이라고 한다. 이는 총알이 날아가는 원리와 같다고 해서 라이플(rifle, 소총) 스핀이라고도 부른다. 공은 세 가지 회전이 작용해 변화한다. 회전의 종류와 원리를 이해하면 더 효과적인 공을 던질 수 있다. 피칭에 문제가 생겼을 때 회전을 점검해 원인을 파악할 수도 있다. 현대 야구는 레이더 기술을 통해 야구공의 회전을 추적한다. 회전수뿐 아니라 회전축까지 파악할 수 있다. 이를 통해 투구의 회전과 무브먼트의 상관관계를 알게 됐다. 앨런 네이선 미국 일리노이대 물리학 교수는 ‘회전이라고 해서 다 같지는 않다(All spin is not alike)’는 글을 지난 2015년 베이스볼 프로스펙터스에 기고했다. 네이선 교수는 포심 패스트볼이나 체인지업에는 자이로 스핀이 거의 없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 구종은 백스핀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예를 들면, 투수 A가 던지는 커브의 회전이 투수 B의 것보다 많다. 그러나 투수 B의 회전 효율이 투수 A의 것보다 크기 때문에 커브의 변화폭이 더 크기도 한다. 투수 A 공의 회전이 더 많아도 투수 B의 커브가 더 크게 떨어질 수 있다. 회전에도 품질이 있다는 뜻이다. 자이로 회전은 무브먼트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한다. 그렇다면 백스핀 또는 톱스핀 회전수가 중요한 걸까. 얼마 전만 해도 그게 정설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최근에는 회전수와 수직 무브먼트의 상관관계가 그리 크지 않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수직 무브먼트 크기와 포심 패스트볼의 위력이 비례한다는 사실을 지난 칼럼에 소개했다. 포심 패스트볼의 회전축이 지면과 수평을 이룬 상태에서 강한 백스핀이 걸리면, 마그누스 효과를 극대화한다. 이것이 곧 회전 효율이다. 수평 무브먼트가 필요한 투심 패스트볼은 또 다르다. 회전축이 살짝 기울어져야 투심에 효과적인 궤적을 만들 수 있다. 이 경우에는 회전수가 적은 편이 좋다고 한다. 카스티요의 회전수 적은 패스트볼이 위력적인 것은 이 때문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안 빨라도 강한 공’을 디자인하다 2020년 MLB에서 가장 주목받은 투수는 트레버 바우어(29·신시내티)일 것이다. 단축 시즌으로 치러진 올해 11차례 선발 등판한 그는 5승4패, 평균자책점 1.73을 기록했다.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수상이 유력하다. 바우어는 ‘세계에서 가장 비싼 투수’가 된 게릿 콜(뉴욕 양키스)과 대학(UCLA) 동창이다. 아마추어 시절에는 콜보다 뛰어난 투수였다고 한다. 올 겨울 자유계약선수(FA)가 된 그는 SNS에 자기 홍보를 하는 중이다. 심지어 1년 전 콜을 사들인 양키스를 향해서도 자신을 영입하라고 주장했다. 바우어는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기 생각을 당당히 밝히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의 독특한 말과 행동 때문에 주변 사람들은 그를 괴짜라고 부른다. 올 시즌 바우어의 포심 패스트볼 평균 속도는 시속 150㎞다. 스피드만 보면 MLB 하위 23%였다. 그러나 그의 패스트볼구종 가치(wFB)는 12.7로 MLB 전체 3위(팬그래프 기준)였다. 이유가 뭘까. 구종 가치는 스트라이크와 아웃을 많이 잡을수록 올라간다. 이를 위해 여러 요소가 필요하지만, MLB 전문가들은 그의 투구 회전에 주목한다. 스탯캐스트에 따르면, 올 시즌 바우어의 패스트볼 회전수는 분당 2776회로 MLB 최고 수준이었다. 회전 효율도 상당히 좋다. 바우어의 포심 패스트볼은 그와 비슷한 구속, 릴리스, 익스텐션을 가진 다른 투수의 공보다 평균 9.9㎝ 덜 떨어지는(솟아오르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이는 올 시즌 MLB 투수 중 1위다. 바우어는 어릴 때부터 각종 투구 이론을 공부했다고 한다. 스스로 투구를 연구하고 개선하는 ‘피치 디자이너’다. 2018년에는 레이더와 슬로모션 데이터를 보고 슬라이더 회전축을 교정했다. 이후 그의 슬라이더 위력은 크게 향상됐다. 올해 바우어의 슬라이더 구종 가치는 7.6으로 MLB 전체 6위였다. 그는 2013년부터 겨울마다 ‘드라이브라인베이스볼’이라는 회사로 가서 전기자극 훈련을 한다. 또한 신체 곳곳에 센서를 붙여 투구 폼을 과학적으로 재해석한다. 그의 이런 연구 과정은 지난해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 기사로 소개된 바 있다. 평범한 체격(185㎝·90㎏)에서 나오는 바우어의 패스트볼 스피드는 평균에도 미치지 못한다. 키 2m가 넘는 앤드류 밀러(세인트루이스)는 “바우어는 놀란 라이언이 아니지만, 라이언처럼 던진다”고 했다. 유효 회전이 많은 패스트볼을 던지기 때문이다. 이유가 뭘까. 투구의 회전을 늘리려면 손과 공의 마찰력이 커야 할 것이다. 이는 ▶공을 잡는 그립 ▶손아귀와 손가락 힘 ▶팔 각도(arm slot) ▶릴리스 등으로 결정된다. 또 불필요한 회전을 줄이고, 회전축을 수평에 맞추면 회전 효율이 높아진다. 그러면 수직 무브먼트가 커질 것이다. 투수에게는 공이 유난히 잘 들어가는 날이 있다. 이를 “공이 손에서 긁히는 날”이라고 흔히 표현했다. 오래전부터 회전이 많은 공이 위력적이라는 걸 다들 경험으로 알았다. 스탯캐스트는 감이 아니라 데이터로 자신의 투구를 인식하고 분석하도록 만들었다. 과학적인 프로세스를 통해 결점을 찾고 보완할 수 있게 됐다. ‘공이 손에 긁히는 날’을 기다리는 게 아니라, 바우어처럼 강하고 효과적인 회전을 만드는 게 가능해졌다. 회전수가 많고, 회전 효율이 높으면 패스트볼 구위가 좋아야 한다. 어깨와 팔꿈치가 직선을 만들고, 릴리스 때 손바닥(회전축)이 지면과 수평을 이루면 된다. 이론적으로는 어렵지 않다. 그러나 현실은 꼭 그렇지 않다. 회전이 덜 걸려서 오히려 위력적인 변화구도 있고, 카스티요처럼 패스트볼 계열의 공에는 수평 무브먼트가 효과적일 수 있다. 투수의 유형과 신체, 특성에 따라 최적의 폼은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분명한 건, 기본을 알아야 한다는 점이다. 그래야 자신의 특성에 맞게 응용할 수 있다. 그래서 모든 선수가 공부해야 하고,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무기(폼)를 찾아야 한다. 바우어가 자신의 피칭을 설명하는 ‘MLB 네트워크’ 동영상을 봤다. 그는 “처음에 나도 큰 허리 회전(big turn)을 했다. 하지만 내 골반을 X-레이로 분석한 결과, 그건 내 몸에 맞지 않는다는 걸 알았다. 그래서 스트라이드에 가속을 붙였다”고 설명했다. 또 “롱 토스(90m 이상의 긴 거리에서 공을 던지는 훈련)에서 익힌 대로 마운드에서 내려가며 (걷는 느낌으로) 강한 회전을 만들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여기서 또 느낀 게 있다. 내가 좋은 밸런스를 찾기 위한 방법으로 권하는 스텝앤드스로(step and throw)와 바우어의 롱 토스는 개념이 다르지 않다. 투구 각도와 회전이 중요하고, 이를 위해 다양한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그래도 피칭은 안정된 하체 이동에서 얻는 추진력으로부터 시작한다. 〈박스〉 바우어는 ‘파인타르’를 썼을까 트레버 바우어가 투구 회전을 연구하는 건 틀림없다. 게다가 그는 아주 좋은 피칭 메커니즘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2020년 그의 투구 회전이 온전히 연구와 노력 때문이었는지에 대해서는 MLB 관계자들이 의문을 가지고 있다. 지난해까지 바우어의 포심 패스트볼 분당 회전수는 평균보다 조금 높은 2300회 수준이었다. 물론 이 시기에도 바우어의 패스트볼은 뛰어났다. 2018년 그는 SNS를 통해 앙숙인 게리 콜을 저격했다. 콜이 피츠버그에서 휴스턴으로 이적한 뒤 포심 패스트볼 회전수가 급격히 증가했다는 것이다. 2017년 2277rpm에서 FA(자유계약선수) 계약을 앞둔 2019년 2412rpm까지 올랐다. 바우어는 “공의 회전수는 인위적으로 올라가지 않는다. 내 패스트볼은 2250rpm인데 누구처럼 파인타르(pine tar, 송진)를 쓰면 400rpm을 더 올릴 수 있다”고 썼다. 파인타르는 마찰력을 높이기 위해 배트에 묻히는 물질이다. 투수는 로진백(송진가루)을 자주 이용한다. 그러나 ‘이물질’ 사용은 금지돼 있다. 파인타르는 ‘이물질’로 인식된다. MLB 투수들은 알게 모르게 파인타르를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콜의 패스트볼 회전이 증가한 이유는 이 때문이라고 바우어는 확신하는 것 같다. 바우어는 올해 초 “MLB 투수들의 70%가 파인타르를 사용한다. 이건 투수가 스테로이드를 복용하는 것보다 더 효과적”이라고 주장했다. 묘하게도 올 시즌 바우어의 포심 패스트볼 회전은 지난 시즌(2412rpm)보다 364rpm 증가했다. 2년 전 그가 파인타르를 사용해 늘릴 수 있다는 회전수(400rpm)와 비슷하다. 올 시즌 그의 포심패스트볼 구속이 떨어졌지만, 구위는 향상된 이유다. 바우어는 지난 2~3년 동안 투구 회전에 대해 많이 연구했다. 그가 정말 회전수 증가과 회전 효율 향상의 비밀을 밝혀낸 걸까. 아니면 그도 파인타르를 쓴 걸까. 남들도 다 쓴다는 파인타르를 바우어도 사용했다면, 비슷한 조건에서 그가 최고의 회전을 만들었다고 생각하면 되는 걸까. 하여간 재미있는 선수다. 관련기사 ①강속구의 시대, 한국 야구는 왜 소외됐나 ②속도보다 지속 가능한 성장이 중요하다 ③강속구의 대응 무기는 정말 '어퍼컷'일까 ④플라이볼은 목표인가 결과인가 ⑤타격은 불가능에 대한 도전…난 타자를 믿는다 ⑥류현진은 '피치 터널'을 어떻게 활용하는가 ⑦류현진·매덕스는 타자의 0.045초를 훔친다 ⑧구창모는 '볼끝'이 좋은 게 아니다 2020.11.0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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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동열 야구학] ⑧구창모는 ‘볼끝’이 좋은 게 아니다

2020년 KBO리그에서 가장 뜨거운 투수는 NC 구창모(23)다. 전완근 염증으로 세 달을 쉰 그는 지난 24일 멋진 복귀전을 치렀다. 올 시즌 구창모는 88⅓이닝을 던지며 9승무패 1홀드, 평균자책점 1.53을 기록 중이다. 20대 에이스의 등장을 기대했던 KBO리그와 국가대표 대표팀에는 더없이 반가운 소식이다. 구창모의 피칭은 정말 시원시원하다. 마치 내야수가 송구하는 것처럼 빠르고 짧은 백스윙으로 힘을 모은다. 뛰어난 디셉션(deception, 투구 전 허리 뒤로 공을 감추는 동작)으로 타자가 투구를 볼 시간을 최소화한다. 그리고 채찍으로 때리듯 공을 던진다. 구창모의 공은 홈 플레이트를 통과할 때까지 살아 움직이는 것 같다. 타자들은 타이밍을 잡지 못한다. 그리고 대부분 투구 궤적보다 밑으로 스윙한다. 우리 세대는 이걸 “볼끝이 좋다”고 표현했다. 또는 “공의 종속이 좋다”, “공의 회전이 뛰어나다”라고도 말했다. 그렇게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표현은 틀렸다는 걸 알게 됐다. ‘볼끝’이 좋다는 건 추상적인 표현이다. 또한 과학적으로 초속과 종속이 차이가 크게 날 수 없다고 한다. 무엇보다 내가 특히 놀란 건 공의 회전과 구위의 연관성이 크지 않다는 사실이다. 앨런 네이선 일리노이 주립대 물리학 교수는 ‘하드볼 타임즈’에 공의 무브먼트와 회전 효율(pitch movement, spin efficiency, and all that)이라는 글을 2018년 기고했다. 네이선 교수는 투구의 회전과 무브먼트를 오랫동안 연구해온 분이다. 메이저리그(MLB)는 2008년 광학 카메라 기반의 PITCHf/x(투구분석 시스템)를 도입했다. 2015년 이후에는 레이더 추적 기술인 트랙맨이 사용되고 있다. MLB만큼은 아니지만, KBO리그도 이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덕분에 우리는 투구와 타구에 대해 세밀한 정보를 얻고 있다. 이 데이터를 이용해 선수와 코치가 추구해야 할 지향점도 좀 더 명확해졌다. 투수는 수직 무브먼트(vertical movement)를 이해하고 활용하는 게 중요하다. 구창모의 공은 덜 떨어진다 내가 국가대표팀 감독을 맡았던 2017년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에 구창모를 선발했다. 당시 대표팀은 24세 이하, 프로 3년 차 이하 선수들로만 구성했다. 나이와 상관없이 와일드카드를 쓸 수 있었지만, 젊은 투수들에게 국제대회 출전 경험을 더 주고 싶었다. 스포츠투아이에 따르면 올해 구창모의 포심 패스트볼 스피드는 평균 143.1㎞였다. 최고 구속은 150.4㎞. 3년 동안 그의 패스트볼 스피드는 큰 변화가 없었다. 성적은 완전히 달라졌다. 2018년 133이닝을 던지며 5승11패 평균자책점 5.35를 기록했던 구창모는 지난해 107이닝 동안 10승3패 평균자책점 3.20을 올렸다. 그 탄력을 받아 올해 리그를 대표하는 투수로 성장했다. 데이터는 구창모의 피칭을 과학적으로 이해하도록 도와준다. 이 데이터를 해석하는 게 나로서는 꽤 어렵다. 기록 업체마다 계산 식도 다르다고 한다. 어렵고 복잡하다. 그래서 여전히 공부 중이다. 먼저 수직 무브먼트의 개념부터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에 대한 물리학 논문이 많다. 특히 일본 와세다대와 사이타마대 교수 5명이 공저한 『야구공의 회전과 투수의 퍼포먼스』를 많이 참조했다. 이 논문은 시속 144㎞의 패스트볼을 기준으로 여러 계산을 했다. 오버핸드 투수가 180㎝ 높이에서 회전 없이 던진 공은 17m쯤 비행해 홈플레이트, 즉 바닥에 처박힌다(빨간선). 현실에는 회전 없는 공이 존재하지 않는다. 같은 조건에서 던진 공이 지표면과 수평 회전축으로 분당 4200회전(rpm)을 한다면, 홈플레이트에 도착했을 때 1m 높이라고 한다. 투수가 던지는 패스트볼의 경우 보통 2000~2400rpm의 회전을 하기 때문에 4200rpm의 공 역시 상상 속 마구다. 현실적인 패스트볼 궤적은 녹색선이다. 홈플레이트에서 빨간선과 녹색선의 높이 차이를 수직 무브먼트라고 한다. 이 수직 무브먼트는 투수에게 매우 중요하다. 모든 투구는 중력의 영향을 받아 아래로 가라앉기 마련이다. 타자는 수많은 경험을 통해 투구 궤적을 기억하고 있다. 예상보다 ‘덜 떨어지면’ 공이 떠오른다고 느낀다. 라이징 패스트볼(rising fastball)은 실제 떠오르는 게 아니라, 타자의 착각이다. 트랙맨 데이터에 의하면, 구창모 패스트볼의 평균 수직 무브먼트는 지난해 42.95㎝였다. 이 정도면 KBO리그 최상위 레벨이라고 알고 있다. 올해는 45.56㎝로 더 커졌다. 수직 무브먼트가 원래 컸던 공이 1년 전보다 2.61㎝ 덜 떨어지는 것이다. 야구공의 지름은 7.2㎝다. 투구의 수직 변화가 2.61㎝ 더 커졌다면 정타가 될 타구는 파울이 된다. 공의 아랫부분을 맞힐 수 있는 타격은 헛스윙이 될 것이다. 작은 변화가 절대 아니다. 수직 무브먼트가 크다는 건 “볼끝이 좋다”, “종속이 빠르다”는 옛말을 대체한다고 봐도 무방하다. 구창모의 패스트볼 위력은 수직 무브먼트로 상당 부분 설명할 수 있다. 무브먼트 값을 산정하는 방식은 리그는 물론 업체끼리도 다르다고 한다. 회전 측정법부터 같지 않다. 구장 환경, 기후, 타자의 체격 등도 계산 식에 넣는다. 산정 방식이 다르니 KBO리그와 MLB 기록을 비교하는 건 무의미하다. 그러나 같은 업체가 한 선수의 수직 무브먼트의 변화를 비교하는 건 의미가 있다. 2.61㎝의 차이는 구창모의 피칭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상승이다. 수직 무브먼트의 활용법 내가 선수로 뛸 때는 무브먼트에 대한 이해가 별로 없었다. 공은 최대한 낮게 던지라고, 스트라이크존 좌우를 잘 공략하라고 배웠을 뿐이다. 1980~90년대 투수들은 포심 패스트볼과 슬라이더를 주로 던졌다. 타자들은 다운컷 스윙을 많이 했다. 그래서 높은 공은 위험하다고 생각했다. 그때는 맞는 이론이었다. 난 선수 시절 하체를 길게 뻗어 공을 던졌다. 요즘 표현을 쓰자면 익스텐션(extension, 투수판과 릴리스 포인트까지의 거리)이 길었다. KBO리그 투수들 익스텐션이 180~185㎝라고 한다. MLB 평균은 192㎝ 정도다. 정확히 잰 건 아니지만, 젊은 시절 내 익스텐션은 2m 안팎이었다. 타자가 느끼는 구속은 실제보다 더 빨랐다고 한다. 지난 칼럼에서 소개한 ‘피치 터널’도 다른 투수보다 길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 폼과 전략을 끝까지 유지한 건 아니었다. 난 33세였던 1996년부터 4년 동안 일본 주니치에 입단했다. 당시에는 ‘노장’에 속했지만,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야구를 경험할 수 있었다. 가장 큰 변화가 하이 패스트볼을 활용하는 것이었다. 일본 투수들은 우리와 달리 스트라이크 높은 코스를 잘 활용했다. 내가 아는 야구와 다른 점이었다. 머뭇거리던 나에게 야마모토 마사(山本昌広)가 이런 말로 날 자극했다. “선상(宣さん)은 공이 빠르고, 나보다 제구력도 좋잖아요? 그런데 왜 스트라이크를 던집니까? 스트라이크와 비슷한 볼을 던져보세요.” 내 제구가 야마모토보다 좋다는 건 그의 지나친 겸손이었다. 그는 시속 130㎞대의 패스트볼로 50세까지 주니치(통산 219승)에서 활약했을 만큼 뛰어난 컨트롤을 갖고 있었다. 어쨌든 난 야마모토의 말에 용기를 얻어 피칭을 바꿨다. 초구부터 하이 패스트볼을 적극적으로 던졌다. 나이가 들어 유연성이 떨어지고, 익스텐션도 짧아진 터였다. 하이 패스트볼에 타자들은 대부분 방망이를 돌렸다. 내 공에 아직 힘이 있을 때였기에 파울이나 헛스윙이 나왔다. 게다가 하이 패스트볼은 제구가 상대적으로 쉬었다. 그래서 초구 스트라이크를 잡는 경우가 많았다. 하이 패스트볼을 본 타자들의 뇌리에는 그 공의 궤적과 스피드가 남는다. 다음에 낮은 공을 던지면 타자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덕분에 난 투구 수를 줄일 수 있었다. 그게 당시의 나에게 맞는 릴리스 포인트였고, 공 배합이었다. 내가 삼성 감독이었던 2006년 차우찬(현 LG)이 입단했다. 왼손 투수인 그는 빠른 공을 던졌다. 그러나 스트라이드가 너무 컸다. 학창 시절 익스텐션을 늘리는 게 무조건 좋다고 배운 것이다. 당시 차우찬의 상·하체 밸런스는 깨져 있었다. 신체 특성에 맞지 않게 스트라이드를 너무 넓힌 나머지, 팔 스윙이 매끄럽지 못했다. 그래서 오치아이 에이지 당시 투수코치와 상의해 그의 익스텐션을 20㎝ 정도 줄이기로 결정했다. 상당히 큰 변화를 차우찬은 잘 받아들였다. 스피드가 조금 감소했지만, 폼이 안정되면서 제구력이 향상됐다. 차우찬과 다른 경우가 조상우(키움)다. 몸이 크면서도 유연한 그는 긴 익스텐션을 활용해 체감 속도를 높이는 길을 선택했다. 조상우에게는 그게 적합하다. 지난해 172㎝ 정도였던 구창모의 릴리스 포인트는 올해 180㎝ 수준으로 높아졌다고 한다. 인위적으로 타점을 높인 게 아닐 것이다. 익스텐션을 5㎝ 정도 줄인 결과다. 모든 자세의 변화는 하체로부터 시작한다. 구창모는 익스텐션 단축→릴리스 포인트 상향→수직 무브먼트 증가로 이어지는 변화를 택했다. 그리고 성공했다. 이런 피칭은 하이 패스트볼의 위력을 강화한다. 게다가 요즘 타자들의 어퍼컷 스윙을 이겨내는 데 효과적이다. 또 하이 패스트볼이라는 무기가 생기면 크게 떨어지는 변화구(커브, 포크볼)의 효용도 함께 커진다. 지난해부터 구창모의 포크볼 위력이 배가된 이유도 여기 있다고 생각한다. 난 프로에서 10년 이상의 경력을 쌓은 뒤 동료의 조언을 듣고 피칭 전략을 바꿨다. 구창모는 나보다 열 살 젊은 나이에 새로운 피칭을 만들었다. 기술 발달로 인해 자신의 투구를 더 객관적이고 과학적으로 보게 된 덕분일 것이다. MLB에서는 이를 피치 디자인(pitch design)이라고 한다. 트레이닝만 강조했던 시대는 지났다. 관련기사 ①강속구의 시대, 한국 야구는 왜 소외됐나 ②속도보다 지속 가능한 성장이 중요하다 ③강속구의 대응 무기는 정말 '어퍼컷'일까 ④플라이볼은 목표인가 결과인가 ⑤타격은 불가능에 대한 도전…난 타자를 믿는다 ⑥류현진은 '피치 터널'을 어떻게 활용하는가 ⑦류현진·매덕스는 타자의 0.045초를 훔친다 2020.10.2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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