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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S 1위' 고영표의 새 정체성, 계산이 서는 선발 투수

KT 선발 투수 고영표(30)가 자신만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있다. 고영표는 지난 1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LG와의 주중 3연전 1차전에 선발 등판, 6⅔이닝 동안 3피안타 2볼넷 1실점을 기록하며 호투했다. KT는 8-1로 대승을 거뒀고, 고영표는 시즌 4승(2패)을 거뒀다. 시즌 여덟 번째 퀄리티스타트(QS·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투구)를 해냈다. 올 시즌 등판한 아홉 경기 중 딱 한 번을 제외하고 모두 선발 투수에게 기대되는 임무를 수행했다. 1일 기준 팀 동료 오드리사머데스파이네, KIA 에이스 애런 브룩스와 함께 이 부문 리그 공동 1위에 올라섰다. 개인 최다 기록은 2017시즌 기록한 열 번(24선발). 커리어 하이도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고영표는 "선발투수로 고정된 뒤 항상 QS를 목표로 삼고 등판하고 있다. 한 이닝, 한 타자 승부에 집중하고 공격적으로 승부한 덕분에 좋은 결과가 있었던 것 같다"라며 웃었다. 이어 "기대치가 높아진 만큼 'QS를 못하면 안 된다'는 생각도 든다. 그래도 앞으로 더 많이 보여드리겠다"라는 각오도 전했다. 첫 고비를 잘 넘겼다. 고영표는 5월 12일 수원 삼성전에서 6이닝 동안 7피안타 6실점 하며 부진했다. QS 행진에 제동이 걸렸다. 우천 노게임이 선언된 20일 두산전에서도 2이닝 동안 6점을 내줬다. 당시 이강철 KT 감독은 "주무기인 체인지업이 잘 통하지 않았을 때, 다른 방식으로도 운영할 수 있는 투수가 돼야한다"는 말을 남겼다. 고영표는 "(첫 여섯 차례 등판에서) QS가 이어질 때도 모든 구종이 전반적으로 밋밋하다고 생각했다. 투구할 때 힘 전달이 제대로 안 되는 느낌이었다"라고 돌아봤다. 이어 "직구 공 끝이 좋으면 타자들이 타격 타이밍을 빨리 맞추기 때문에 체인지업도 효과적으로 통했던 것인데, 구위가 떨어지다 보니 체인지업이나 커브가 쉽게 공략당한 것 같다"라고 진단했다. 그 탓에 볼 배합도 단조로워졌다. 타자가 체인지업을 대비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커브를 던질 수 없었다. 포심 패스트볼 구위가 떨어진 상태로 구사하는 커브는 오히려 타자의 먹잇감이었다. 고영표는 20일 두산전 이후 투구 메커니즘을 재정비했다. 그는 "스프링캠프 때만큼 좋은 공이 나오고 있지 않은 이유를 궁리했고, 전반적인 투구 딜리버리가 다소 급해졌다는 판단을 했다. 체중을 제대로 싣지 못했다. 그래서 시간을 갖고 내 폼을 되찾기 위해 노력했다. (5월 26일) SSG전부터 나아졌고, 결과도 좋아지면서 자신감이 생겼다"라고 전했다. 포심 구위가 살아나면서 공격적인 승부가 가능했다. 체인지업을 의식하느라 섣불리 배트를 내지 못하는 타자의 승부 성향을 역이용했다. 초구부터 포심을 찔러넣었다. SSG전부터는 슬라이더도 장착했다. 구위가 저하되면 체인지업 효과까지 동반 하락한다. 이를 이겨내기 위해 볼 배합에 다양성을 줬다. 체인지업보다 빠른 속도로 변화는 변화구로 우타자를 상대했다. 체인지업도 낮은 코스를 잘 대비하는 타자들의 노림수를 이겨내기 위해 로케이션을 이전보다 높이 두고 있다. 이강철 감독도 이 부분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았다. 전 경기 QS를 기록해도 평균자책점은 4.50이다. 좋은 기록은 아니다. 그러나 선발 투수의 QS는 벤치에 사령탑이 계획을 갖고 승부를 펼쳐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다. QS 숫자는 안정감을 상징한다. 고영표는 새로운 정체성을 만들어가고 있다. 안희수 기자 An.heesoo@joongang.co.kr 2021.06.05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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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홀스 방출한 이유 증명하나··· LAA 월시 4안타 맹타

LA 에인절스 1루수 제러드 월시(28)가 ‘힛 포 더 사이클’에 3루타가 빠진 4안타 맹타를 휘두르며 팀의 2연승을 이끌었다. 월시는 11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의 미닛메이드 파크에서 열린 메이저리그(MLB) 휴스턴 애스트로스와 원정 경기에 4번 타자·1루수로 선발 출전, 4타수 4안타(1홈런) 1볼넷 2타점 1득점을 기록했다. 월시의 활약에 힘입어 LA 에인절스는 5-4 역전승을 기록했다. 2연승에 성공했으나, 시즌 성적 16승 18패로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 최하위에 머물고 있다. 월시의 방망이는 첫 타석부터 불을 뿜었다. 팀이 0-1로 뒤진 2회 말 선두 타자로 타석에 들어선 월시는 휴스턴 선발투수 루이스 가르시아가 던진 체인지업을 가볍게 맞춰 우전 안타를 기록했다. 가운데 몰린 실투를 놓치지 않는 깔끔한 타격이었다. 두 번째 타석에서는 팀의 첫 득점을 만들어냈다. 마이크 트라웃이 볼넷을 얻어 만들어진 4회 말 무사 1루 상황에서 월시는 초구부터 방망이를 휘둘렀다. 좌타자 기준 몸쪽 아래로 형성된 92.2마일(148.3km) 포심 패스트볼을 퍼 올려 우중간 담장 앞에 떨어지는 2루타를 때렸다. 비거리 371피트(113m)의 타구였다. 중계플레이가 진행되는 사이, 트라웃이 득점해 팀은 1-3으로 추격했다. 세 번째 타석인 6회 말에는 홈런을 기록했다.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월시는 가르시아의 몸쪽 86마일(138.4km) 컷 패스트볼을 당겨 쳐 우측 담장을 넘기는 솔로 홈런을 때려냈다. 포수가 정확히 요구한 곳으로 제구가 됐으나 월시가 노림수를 갖고 힘껏 스윙했다. 시즌 7호 홈런이었다. 타구 속도는 101.8마일(163.8km), 발사각은 23도가 측정됐다. 월시의 홈런으로 2-4로 쫓아간 에인절스는 기세를 몰아 역전에 성공했다. 후속 타자 저스틴 업튼이 홈런을 기록해 한 점 차로 좁히며 가르시아를 강판시켰다. 가르시아 뒤를 이어 등판한 불펜투수 브랜든비에락 상대로도 볼넷과 2루타, 내야안타, 스퀴즈 번트를 통해 순식간에 5-4 역전을 만들었다. 월시는 7회 초 마지막 타석에서는 밀어 쳐서 안타를 기록했다. 휴스턴 불펜투수 브룩스 레일리를 상대로 바깥쪽 컷 패스트볼을 결대로 밀어 쳐 좌익수 앞에 타구를 떨어뜨렸다. ‘힛 포 더 사이클’에 3루타만 빠진 기록이었지만 월시는 욕심을 내지 않고 안타를 생산하는 데 주력했다. 이에 대해 월시는 경기 후 현지 매체 인터뷰에서 “나는 빠른 주력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3루타를 치려면 우측 중앙으로 공을 띄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 매든 에인절스 감독도 월시의 활약상에 대해 “굉장히 멋지다. 월시는 자신감을 갖고 경기에 임하고 있다”며 “놀랍지 않다. 그는 충분히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칭찬했다. 적장 더스틴 베이커 휴스턴 감독 또한 “에인절스가 알버트 푸홀스를 방출한 이유도 월시가 매일 1루수로 뛸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월시는 젊은 타자 중 최고의 한 명이라고 생각한다”라고 평가했다. 월시는 푸홀스의 빈자리를 메울 대체 자원으로 평가받는다. 페리 미나시안 에인절스 단장은 푸홀스와 결별한 이유에 대해 “제러드월시라는 유망하고 젊은 1루수가 있다. 우리는 매일 그가 1루를 지키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말한 바 있다. 한편, 2019년 MLB에 데뷔한 월시는 올 시즌 33경기에 나서 타율 0.347(118타수 41안타), 7홈런, 29타점, 출루율(0.426)과 장타율(0.593)을 합한 OPS 1.020을 기록하고 있다. 타점은 아메리칸리그 공동 2위, 타율은 4위다. 김영서 인턴기자 2021.05.11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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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브룩스, 제구 난조 딛고 QS 달성..첫 승엔 실패

KIA 애런 브룩스(31)가 제구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퀄리티 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기록했다. 브룩스는 14일 광주 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롯데와의 홈경기에 선발 등판해 6이닝 5피안타 2탈삼진 2사사구 무실점, 시즌 첫 승 요건을 갖추고 마운드에서 내려갔다. 지난 9일 NC전에서의 부진을 반복하지 않으며 시즌 두 번째 퀄리티 스타트를 달성했다. 안정적인 경기 운영이 돋보였다. 이날 브룩스의 컨디션은 완벽하지 않았다. 휴식일 조정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맷 윌리엄스 KIA 감독이 그에게 이번 등판 후 닷새 휴식을 주겠다고 예고한 상황이었다. 브룩스는 좀처럼 영점을 잡지 못했다. 이날 투구 수 109개 중 스트라이크가 67개였다. 특히 경기 초반 스트라이크와 볼의 비율이 거의 1대1을 기록하며 볼카운트 승부를 유리하게 끌고 가지 못했다. 탈삼진도 2개에 불과했다. 이날 롯데 타자들이 2루를 밟은 건 1회 초뿐이었다. 1회 선두타자 안치홍이 안타를 치고 출루한 후 이대호의 볼넷으로 2사 1·2루를 만든 것이 롯데가 브룩스로부터 얻은 유일한 득점권 기회였다. 후속타자 정훈이 중견수 플라이 아웃으로 물러나면서 브룩스는 위기에서 벗어났다. 제구가 흔들리면서도 브룩스는 무너지지 않았다. 이날 3안타를 기록한 안치홍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롯데 타자들은 브룩스를 공략하지 못했다. 장타 역시 단 하나도 없었다. 3볼-0스트라이크에 몰린 타석만 8번이었지만, 볼넷은 2개만 내줬다. KIA의 외야 수비도 브룩스를 도왔다. 5회 초 마차도와 김재유가 브룩스의 하이 패스트볼을 공략했다. 외야로 강하게 뻗은 타구는 각각 좌익수 나지완과 우익수 최원준이 잡아냈다. 6이닝을 무실점으로 마친 브룩스는 2-0으로 앞선 채 승리투수 요건을 갖추고 내려갔다. 그러나 이어 등판한 박준표의 난조로 다시 한번 첫 승에 실패했다. 브룩스는 개막 시리즈 두산전에서 7⅓이닝 2실점을 기록했지만, 득점 지원을 받지 못했다. 앞선 경기에서는 본인의 대량 실점으로 두 번째 패배를 당했다. 차승윤 인턴기자 2021.04.14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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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이의리, 양현종 계보 이으리

에이스 양현종(33)이 떠났지만, 신인 이의리(19)가 나타났다.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가 좌완 계보를 이어갈 대형 유망주 등장에 웃는다. 2019년 제53회 대통령배 고교야구 당시 스카우트들은 “KIA가 내후년에는 1차 지명 걱정이 없겠다”고 입을 모았다. 1년 선배 정해영(20·KIA)과 함께 광주일고 마운드를 이끈 2학년 이의리를 염두에 둔 말이었다. 이의리는 2021 신인 드래프트에서 예상대로 고향 팀 KIA의 선택을 받았다. 일부 스카우트는 “장재영(키움 히어로즈)의 신체적 능력, 김진욱(롯데 자이언츠)의 현재 기량이 이의리보다 낫지만, 프로에선 이의리가 더 잘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비시즌 기간 90㎏까지 몸무게를 늘린 이의리는 고교 때보다 더 좋은 공을 던진다. 회전수도 리그 최상위권인 분당 2380회까지 나왔다. 맷 윌리엄스 KIA 감독도 “구속(최고 시속 148㎞)보다 더 빠른 공을 던지는 느낌”이라고 칭찬했다. 두 차례 연습경기에서도 모두 4이닝을 던졌는데, 안타 하나 내주지 않고 무실점으로 막았다. 첫 시범경기 등판도 완벽함에 가까웠다. 25일 광주 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롯데전에 선발투수로 나와, 5이닝 2피안타 2볼넷 7탈삼진 무실점했다. 0-0으로 맞선 6회 초 교체돼 승리투수가 되지는 못했다. 그래도 첫 공식전에서 매우 인상적인 투구를 펼쳤다. 신인왕 경쟁자인 롯데 외야수 나승엽과 대결에서도 2타수 무안타 1볼넷으로 우위에 섰다. 출발은 불안했다. 1회 초 1번 나승엽에게 볼넷을 줬고, 2사 이후 이대호에게 우측 담장을 맞는 2루타를 내줬다. 그러나 한동희를 3루 땅볼로 처리해 실점 없이 마무리했다. 2회에도 딕슨 마차도에게 2루타를 내줬으나 무실점했다. 3, 4회는 삼자범퇴. 마지막 5회엔 세 타자 연속 스트라이크아웃으로 잡아냈다. 윌리엄스 감독도 더그아웃에서 이의리에게 다가가 격려했다. 올 시즌 KIA는 선발투수 때문에 고민이다. 14년간 통산 147승을 거두며 2017년 우승을 이끈 양현종이 메이저리그 텍사스 레인저스로 떠났기 때문이다. 애런 브룩스와 다니엘 멩덴의 원투펀치는 KBO리그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지만, 그 뒤를 받칠 국내 투수는 물음표였다. 아직 개막 선발 로테이션도 유동적인 상황이다. 양현종은 텍사스에서 선전을 거듭하고 있다. 구원투수로만 세 차례 시범경기에 등판했던 양현종은 25일 신시내티 레즈전에 처음으로 선발로 나왔다. 3과 3분의 1이닝 동안 볼넷 없이 5피안타 2탈삼진 2실점 했다. 같은 날, 같은 왼손 투수인 양현종과 이의리가 ‘평행이론’을 연상시키는 투구를 펼쳤다. 이대로라면 둘 다 선발로 시즌을 시작할 가능성이 높다. 이의리의 롤 모델은 역시 양현종이다. 이의리는 “아직은 멀었지만, 앞으로 양현종 선배의 빈자리를 메우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양현종도 미국에서 영상으로 이의리의 투구를 본 뒤 “나보다 공이 좋다. 무시무시하다”는 글을 남겨 후배를 칭찬했다. 한편, 롯데는 1-1로 맞선 9회 초 추재현의 2루타와 상대 수비 실책, 최민재의 2루타를 묶어 3-1로 승리했다. 시범경기 4연승의 롯데는 연습경기(7승 1패) 이래로 상승세를 이어갔다. 롯데는 역대 시범경기에서 10번 1위를 차지했고, 그중 7번 포스트시즌에 나갔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2021.03.26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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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온즈 부활, 라이블루에게 맡겨다오

삼성 라이온즈 외국인 투수 벤 라이블리(29)가 파격 변신했다. 올 시즌 팀 캐치프레이즈(뉴 블루, 뉴 라이온즈)에 맞춰 ‘파란 머리’로 새 시즌 각오를 다졌다. 대구 라이온즈파크에서 스프링캠프 훈련 중인 삼성 선수단에서 파랗게 머리를 물들인 라이블리는 단연 튄다. 그는 “주목 받고 싶어서 염색한 게 아니다. 동료들을 즐겁게 해주고 싶었다. 이전엔 염색을 해본 적도 없다. 한국에 입국해 자가 격리를 끝낸 뒤 미용실로 가 머리색을 파랗게 바꿨다”고 했다. 동료들의 반응은 뜨겁다. 투수 최채흥은 “(라이블리가 괴짜라) 그럴 줄 알았다”고 말했다. 팬들도 “라이블리가 라이블루가 됐다”며 반긴다. 선수 자신도 만족하는 모습이다. 그는 “(주변 반응을 보니) 괜찮은 아이디어였던 것 같다. 댄 스트레일리(롯데 자이언츠)와 애런 브룩스(KIA 타이거즈)에게 염색한 걸 알렸는데, 둘 다 재미있어 했다. 케이시 켈리(LG 트윈스)에게도 함께 머리를 물들이자고 제안했는데, 거절당했다”고 했다. 라이블리는 새 시즌에 머리색을 꾸준히 유지할 생각도 있다. 그는 “(염색)물이 빠질까 싶어 최대한 머리를 안 감으며 버틴다. 뿌리까지 한 번 더 염색할까도 고려 중이다. 일단 첫 등판에 경기가 잘 풀리면 머리색을 계속 유지하겠다. (코로나 19 상황이 나아져 관중 입장이 가능해지면) 팬들에게도 직접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2019년 8월 삼성과 계약한 라이블리는 9경기에서 4승 4패 평균자책점 3.95를 기록했다. 지난해엔 부상 공백으로 21경기에 나가 6승 7패 평균자책점 4.26에 그쳤다. 다행히 복귀 이후 후반기 성적이 좋아 재계약할 수 있었다. 다만 연봉 총액(95만달러→90만)과 보장금액(70만→50만)이 모두 줄었다. 절치부심이 필요한 시점이다. 삼성이 재계약을 선택한 건 공격적인 투구 패턴을 높이 샀기 때문이다. 라이블리는 빠르게 스트라이크를 늘려가는 스타일이다. 탈삼진 능력도 탁월하다. 2019시즌 라이블리는 선발투수(50이닝 이상 기준) 중 이닝당 투구(14.5개)가 가장 적었다. 그런데 지난해엔 17.7개(90명 중 71위)로 늘었다. 라이블리는 “지난해엔 너무 완벽하게 던지려 했다. 이를테면 스트라이크존을 적당히 나눠 내가 목표한 영역 안에 던진다고 생각하면 되는데, 지나치게 구석을 찌르려 애썼다. 그러다보니 투구수가 늘었다”고 했다. 지난해 그는 탈삼진(95개)을 많이 잡았지만, 볼넷(51개)도 많았다. 올 시즌엔 마음가짐을 바꿨다. 그는 “포수 강민호는 ‘구위가 좋으니 가운데 꽂아넣어도 된다’고 격려한다. 노볼2스트라이크나 1볼2스트라이크에선 가급적 구석을 노리겠지만, 그 외엔 미리 그려놓은 구역 위주로 과감하게 찔러보겠다. 빠른 공이 장점인 만큼, 가장 자신 있는 공을 스트라이크존 안에 넣으려 한다”고 했다. 라이블리는 “때로 (강)민호가 주는 사인에 고개를 가로젓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그의 리드를 믿는다. 한국 타자들의 특징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라고 했다. 한국생활 3년차에 접어든 라이블리는 새 외국인 선수 호세 피렐라의 가이드 역할을 자처했다. 삼겹살과 양고기, 생선회를 제대로 즐길 수 있는 음식점 몇 군데를 알려줬다. 두 시즌 연속 원투펀치를 이루는 외국인 투수 데이비드 뷰캐넌과 사이도 좋다. 라이블리는 “(뷰캐넌은) 미국에서도 알던 사이라 편하다. 서로의 투구를 오래 봐왔기 때문에 개선할 점도 스스럼 없이 이야기할 수 있다”고 했다. 올해 목표는 ‘완주’다. 지난 시즌을 앞두고 호기롭게 “15승”을 외친 것과 사뭇 다른 분위기다. 옆구리 통증으로 고생한 기억 때문이다. 라이블리는 “목표 투구 이닝수도 정해두지 않았다. 부상 없이 건강하게 시즌을 마치는 게 먼저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성적도 따라올 것”이라 기대했다. 대구=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2021.02.25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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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멩덴 "윌리엄스 감독과 인연 때문에..."

국내에 들어와 자가격리 중인 KIA 외국인 타자 프레스턴 터커와 투수 대니얼 멩덴이 24일 구단을 통해 2012시즌을 준비하는 각오를 전했다. 지난 18일 입국한 터커와 멩덴은 전남 담양의 한 펜션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격리 중이다. 지난해 KIA의 에이스로 활약한 에런 브룩스도 22일 입국해 이들과 같은 펜션에서 격리 생활을 시작했다. 특히 관심을 받는 선수는 메이저리그(MLB)에서 통산 17승을 올린 멩덴이다. 28세 유망주인 그는 MLB 재도전을 멈추고 KIA와 총액 100만 달러에 KIA와 계약했다. 그는 "2년간 MLB 오클랜드에서 코치와 선수로 함께 뛴 맷 윌리엄스 현 KIA 감독과의 인연이 (KIA와 계약한) 결정적인 이유"라며 "브룩스와도 같이 뛰었고, 터커도 잘 안다. 이들이 있어 편안함을 느꼈다"고 전했다. 지난해 KIA 지휘봉을 잡은 윌리엄스 감독은 올겨울 멩덴에게 "KBO리그에서 뛰는 게 너에게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한국에선 선발투수로 나서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미국에서 선발과 중간을 오간 멩덴에게 윌리엄스 감독이 '선발 보장' 카드를 내민 것이다. 멩덴은 지난해 오른쪽 팔꿈치 수술, 코로나19 확진 등으로 많은 경기에 출전하지 못했다. 그는 "지난해 2월 팔꿈치 수술을 받았고, MLB 개막이 늦어지면서 충분히 재활 훈련을 했다"며 "시즌 막판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지만, 무증상 확진으로 몸 상태에 이상은 없었다. 구속을 비롯해 모든 부분에서 내 모습을 회복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고 말했다. 멩덴은 "스트라이크를 많이 던지는 공격적인 투구를 할 것이다. 최대한 많은 이닝을 던지고, 팀이 승리할 수 있는 확률을 높이는 투수가 되고 싶다"며 "슬라이더와 컷 패스트볼을 효과적으로 던져 좋은 성적을 내고 싶다. 구단이 준 전력분석 자료를 공부 중"이라고 덧붙였다. 대학 시절부터 콧수염을 길렀다는 멩덴은 "나의 '트레이드 마크'라고 생각한다. 시즌이 시작되면 (팬들이) 기대하는 스타일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두 시즌 동안 KIA의 중심타자로 활약한 터커는 "젊은 선수들의 성장 속도가 매우 빠르다. 팀도 강해지고 있다. 우승까지 이제 몇 조각의 퍼즐만 남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해까지 주로 우익수로 뛰었던 그는 윌리엄스 감독의 요청에 따라 올 시즌 1루수로 나설 예정이다. 터커는 "지난 시즌 중 윌리엄스 감독이 '네가 1루수를 맡는다면 상대에 따라 외야수를 다양하게 쓸 수 있고, 유연한 전술을 펼 수 있다'고 말했다. 나는 '지금 당장은 어렵지만, 오프시즌 동안 준비하면 가능하다'고 답했다"고 소개했다. 터커는 대학 2학년까지 1루수로 뛴 그는 "내 모든 기록이 지난해(타율 0.306, 32홈런)보다 향상되는 게 목표다. 내 성적이 좋아진다면 팀도 포스트시즌 진출에 가까이 다가설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식 기자 2021.01.24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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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코멘트로 돌아본 2020 KBO리그

사령탑의 말 한마디에는 여러 의미가 담겨 있다. 걱정과 희망, 선수들을 향한 메시지가 있다. 감독의 야구관이나 개성도 엿보인다. 일간스포츠는 KBO리그 감독이 남긴 코멘트를 통해 10개 구단의 2020년을 돌아봤다. "올해보다 내년이 더 희망적이지 않을까." 최원호 한화 전 감독대행=12월 8일 열린 조아제약 프로야구대상 시상식에서 지도자상을 받은 뒤 남긴 말. 그는 올해 정규시즌 114경기를 지휘하며 역대 한 시즌 최장 기간(145일) 임시 사령탑 기록을 세운 뒤 2군 감독으로 돌아갔다. 최하위 탈출에는 실패했지만, 최원호 감독대행은 한화의 재도약 발판을 만들었다. 한화는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 체제로 2021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두 번째 투수 결정이 가장 어렵다." 박경완 SK 전 감독대행=8월 7일 롯데전을 앞두고 전한 고충. 박경완 전 대행은 염경엽 전 감독이 극심한 스트레스로 쓰러진 뒤 지휘봉을 잡았다. 1군 사령탑의 어려움은 예상보다 컸다. 그는 "막상 하다 보니 막히는 게 많았다"고 털어놓았다. 선발 투수를 언제 바꿀지, 두 번째 투수로 누굴 내보낼지 특히 고민했다고 한다. SK는 시즌 내내 악재 속에서 싸워 9위를 기록했다. 2021시즌은 새 사장·단장·감독 체제로 맞이한다. "현장의 느낌도 중요하다." 허삼영 삼성 감독=10월 6일 LG전 대타 교체 배경을 설명하며 남긴 말. 허삼영 감독은 1-2로 뒤진 9회 초 1사 1·2루에서 장타력이 있는 이원석 대신 교타자 강한울을 투입했다. 강한울은 볼넷을 얻어냈고, 강민호의 희생플라이로 동점을 만들었다. 삼성은 연장 승부 끝에 3-2로 이겼다. 전력분석 팀장 출신 허삼영 감독은 '데이터 야구'를 추구한다. 그러나 이때는 이원석의 타격 밸런스가 흔들리는 걸 주목했다. 데이터에 직관을 접목한 그의 두 번째 시즌이 기대된다. "8월에 치고 올라간다." 허문회 롯데 감독=롯데가 8위까지 떨어진 7월 초 남긴 말. 팬들은 '8·치·올'로 줄여 불렀다. 허문회 감독은 롯데 선수들의 체력을 아낀 뒤 다른 팀들이 지치기 시작하는 8월에 승부를 걸겠다는 계산이었다. 롯데는 8월 치른 23경기에서 승률 0.636를 기록하며 잠시 반등했다. 그러나 전반기 잃은 승수를 만회하지 못해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2020년 시행착오가 허문회 감독에게 자양분이 될지 관심이 모인다. "두산·LG 이길 방법 찾겠다." 맷 윌리엄스 KIA 감독=10월 22일 한화전을 앞두고 전한 2021시즌 각오. KIA는 9월까지 5위를 지켰다. 그러나 10월 27경기에서 승률 0.370(10승17패)에 그치며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이 기간 두산에 4패, LG에 3패(1승)를 당한 게 치명적이었다. 상대 전적도 약했다. 두산에 3승13패, LG는 5승11패였다. KIA 간판타자 최형우와 1선발 애런 브룩스가 잔류했고, 빅리거 출신 다니엘 멩덴이 가세했다. 2021시즌은 재도약을 노린다. "채울 것이 많아 사퇴하게 됐다." 손혁 전 키움 감독=키움은 10월 8일 "손혁 감독의 자진 사퇴했다"는 보도자료를 냈다. 여기에 손혁 전 감독이 자책하는 메시지가 담겨 있었다. 정규시즌 종료가 3주 남은 상황에서 포스트시즌 진출이 사실상 확정된 팀의 감독이 물러났다. 자진 사퇴가 아니라 경질됐다는 의혹이 커졌다. 구단은 김창현 퀄리티 컨트롤코치를 감독대행으로 내세웠다. 키움은 5위로 떨어졌고,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패해 가을 야구를 마쳤다. "작년과 똑같은 순위로 마쳐 죄송하다." 류중일 전 LG 감독=11월 5일 두산과의 준플레이오프(PO) 2차전 패전 뒤 남긴 말. LG는 정규시즌 143번째 경기까지 2위를 지켰다. 그러나 시즌 최종전에서 4위로 주저앉았다. 2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했지만, 팀 분위기가 처진 채 포스트시즌을 치렀다.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통과했으나, 준PO에서 '잠실 라이벌' 두산에 2연패를 당했다. LG는 류지현 신임 감독을 선임했다. "포기할 수는 없잖아요." 이강철 KT 감독=셋업맨 주권의 '혹사 논란'이 생길 때 전한 말. KT는 시즌 50차전까지 23승27패를 기록하며 리그 8위에 머물렀다. 이강철 감독은 박빙 승부에서 주저 없이 주권을 투입했다. 주권을 3경기 연속 내보내는 등의 승부수를 던졌다. 이강철 감독은 "1점 차 경기를 포기할 수 없었다"고 했다. 이 시기에 쌓은 승리가 모여 KT는 5할 승률을 회복했고, 이후 2위까지 올라갔다. KT는 창단 후 처음으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단기전은 실험하는 무대가 아니다." 김태형 두산 감독=KT와의 PO 2차전을 앞두고 한 말. 김태형 감독은 두산을 6년(2015~20시즌) 연속 한국시리즈(KS)로 이끌었다. 특유의 '직관 야구'가 2020 포스트시즌에서도 빛났다. 타자와의 승부에서 기세가 밀리면 선발투수를 1회라도 강판시켰다. 변칙이 아니라 그의 원칙이었다. 이길 확률이 가장 높은 투수를 기용하는 것이다. 선택이 실패해도 변명하지 않는다. 두산은 KS에서 NC에 우승 트로피를 내줬다. 그러나 두산의 가을은 또 뜨거웠다. "내 야구는 '선수가 하는 야구'다." 이동욱 NC 감독=KS 우승 뒤 진행된 공식 인터뷰에서 남긴 말. 이동욱 감독은 선수 시절 비주류에 가까웠다. 지도자의 길도 순탄하지 않았다. NC 감독이 돼서도 '무명'이라는 말을 들었다. 데이터 활용·해석의 전문가인 그는 부임 2년 만에 NC의 통합 우승을 이끌었다. 무명 대신 '명장'이라는 말을 즐길 법도 했지만, 그는 앞으로 나서지 않았다. 우승 후 여러 인터뷰에서 "감독의 임무는 선수가 잘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고 했다. 안희수 기자 2020.12.31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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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MLB 통산 17승 투수 멩덴 영입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가 우완투수 다니엘 멩덴(27)을 영입했다. KIA는 "멩덴과 계약금 30만달러, 연봉 42만5000달러, 옵션 27만5000달러 등 총액 100만 달러에 계약을 맺었다"고 25일 발표했다.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 출신인 멩덴은 키 185㎝, 체중 102kg의 체격으로 메이저리그(MLB)에서 5시즌, 마이너리그에서 6시즌을 뛰었다. 2016년부터 올 시즌까지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에서 활약한 멩덴은 MLB 통산 60경기에 출전해 17승 20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4.64를 기록했다. 마이너리그에서는 6시즌 동안 30승14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3.14의 성적을 올렸다. 멩덴은 시속 140㎞ 중후반대 빠른 공의 구위가 빼어나다는 평가다. 빅리그에선 빠른 편이 아니지만, KBO리그에선 통할 만한 구속이다. 안정적인 제구로 커터, 체인지업, 커브 등 다양한 변화구를 구사한다. KBO리그 구단 대다수가 멩덴을 영입 리스트에 올렸을 정도로 주목받았다. KIA 관계자는 "멩덴은 그 동안 관심 있게 지켜본 선발투수로 젊은 나이에도 메이저리그 경험이 많은 선수다. 올 시즌을 앞두고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긴 했지만, 내년에는 구속을 회복하며 제 실력을 보여줄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윌리엄스 감독, 애런 브룩스와 오클랜드에서 함께 뛴 인연이 KBO리그에 빠르게 적응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2020.12.25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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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수 브룩스, KIA와 120만 달러에 재계약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가 외국인 투수 애런 브룩스(30·미국)와 내년 시즌도 함께 한다. KIA 구단은 19일 보도자료를 통해 "브룩스와 연봉 100만 달러, 사이닝 보너스 20만 달러 등 총액 120만 달러(옵션 별도)에 재계약을 완료했다"고 전했다. 올 시즌 KIA 유니폼을 입고 KBO리그에 데뷔한 브룩스는 23경기에 나서 151과 3분의 1이닝을 소화하며 11승(4패), 평균자책점 2.50을 기록했다. 시즌 막판 가족이 교통사로를 당해 미국으로 급히 떠났지만, KIA 선수단과 팬들은 브룩스 가족의 쾌유를 기원했다. 브룩스는 “내년에도 KIA 선수로 뛸 수 있어 기쁘다. 가족이 사고를 당해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구단의 적극적인 지원과 팬들이 보내준 응원이 큰 힘이 됐다. 이제 지원과 응원에 보답할 수 있게 됐다. 올 시즌 경험을 바탕으로 내년 시즌에는 더 발전된 모습을 보여드릴 것"이라고 다짐했다.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2020.11.19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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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보다 중요한 것은 있다…브룩스로 본 달라진 프로야구

프로야구 KBO리그에 성적보다 중요한 가치가 있다는 것에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KIA 타이거즈 외국인 에이스 에런 브룩스(30·미국)는 22일 아내 휘트니, 세 살배기 아들 웨스틴, 13개월 된 딸 먼로가 미국에서 신호 위반 차량과 부딪혀 사고를 당했다는 연락을 받았다. KIA 구단은 바로 브룩스의 미국행을 도왔고, 브룩스는 이날 저녁 미국으로 떠났다. 경황이 없어서 선수단에 제대로 인사도 못 하고 떠난 브룩스는 23일 오전 7시에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아직도 지난 24시간 동안 일어난 일을 이해할 수 없다. 모두 힘을 줘서 고맙다"는 글을 올렸다. KIA 구단의 발 빠른 결정은 당연했지만 한편으론 의외였다. 22일 현재 6위 KIA는 포스트시즌 마지노선인 5위 경쟁을 치열하게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매 경기 결과에 따라 순위가 뒤집어지는 상황이다. 이 와중에 브룩스의 이탈은 KIA에게 큰 타격이다. 브룩스는 올 시즌 23경기에 등판해 11승 4패 평균자책 2.50의 빼어난 성적을 거두고 있다. 특히 9월 네 번의 등판에서 모두 승리를 챙겼고 월간 평균자책점은 0.95다. 웨스틴의 상태가 심각한 것으로 알려져 브룩스가 빨리 돌아오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한국에 돌아오면 2주간 자가격리를 해야 한다. 투구 감각을 찾는 시간이 걸려 사실상 남은 정규리그에 등판하기는 어렵다. 이런데도 구단은 브룩스의 가족을 먼저 고려했다. KIA는 "미국으로 돌아가 가족 옆에 있는 것이 당연한 일"이라고 했고, 맷 윌리엄스 KIA 감독은 "야구보다도 훨씬 중요한 것들이 실제로 있다"면서 브룩스 가족의 쾌유를 기원했다. 팀 동료들도 브룩스의 미국행을 지지했다. 주장 양현종(32)을 비롯해 선수들은 22일 키움 히어로즈와 경기에 브룩스 가족 이름을 새긴 모자를 쓰고 나왔다. 양현종은 23일에는 자신의 SNS에 "브룩스 가족에게 조금이나마 힘을 주고 싶다"면서 브룩스 가족 이름의 이니셜과 브룩스의 등번호(36)에 해시태그(#WWMB36)를 붙여 응원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KBO리그 구단들은 성적을 가장 중요하게 여겼다. 프로야구 선수들은 가족의 경조사로 인해 경기를 빠지는 것은 상상조차 하지 않았다. 프로야구 선수를 남편으로 둔 아내들은 혼자 출산했다. 프로야구 선수 아들은 둔 부모들은 몸이 아픈 것을 알리지 않았다. 1980~90년대 삼성 라이온즈에서 선수 생활을 한 류중일 LG 트윈스 감독은 "내가 선수 생활을 할 때는 집에 무슨 일이 생겨도 경기에 빠질 수가 없었다"고 했다. 구단도 경조사 휴가에 엄격했다. 지난 2015년 7월 롯데 자이언츠 외야수 손아섭(32)이 위독한 아버지 곁을 지키기 위해 휴가를 신청했다가 구단에 의해 반려됐다. 손아섭은 한화 이글스와 청주 원정경기를 치르고 나서야 아버지를 찾았다. 다행히 손아섭의 아버지는 그가 오고 나서야 눈을 감았다. 팀을 위해 희생을 강조하는 일본 프로야구도 마찬가지다. 일본의 홈런왕 출신 오 사다하루(80) 소프트뱅크 호크스 회장은 1980년대 초반 부친상을 당하고도 장례식장에 가지 않고 훈련했다. 지난 2018년 세상을 떠난 호시노 센이치 전 일본 대표팀 감독은 부인상도 모친상도 알리지 않고 경기에 나섰는데, 오히려 박수를 받았다. 시애틀 매리너스 일본인 투수 기쿠치 유세이(29)는 지난해 3월 31일 부친상을 당했다. 그러나 메이저리그 진출 첫 해에 야구에 전념하기 위해 일본에 가지 않았다. 반면 메이저리그는 성적보다 가족을 더욱 중요하게 여긴다. 2011년 경조 휴가 제도를 만들었고, 감독도 자녀 졸업식 참석을 위해 자리를 비우기도 한다. 투수 에디슨 볼케스(37·텍사스 레인저스)는 2015년 캔자스시티 로얄즈 선발투수로 월드시리즈를 치를 때, 부친상을 당했는데 도미니카공화국에 가서 장례를 치르고 돌아왔다. 한국 프로야구도 메이저리그처럼 가족을 중시하는 분위기로 점점 바뀌고 있다. 지난해 KBO리그에 경조 휴가 제도가 도입됐다. 직계 가족 사망 또는 자녀 출생을 사유로 5일의 경조 휴가를 신청할 수 있다. 많은 선수들이 구단의 눈치를 보지 않고 이 제도를 이용하고 있다. 지난달 부친상을 당한 삼성 내야수 김상수(30)는 구단의 배려로 경조 휴가 외에도 며칠 더 휴식을 취하고 돌아왔다.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2020.09.23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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