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일반
NFL 덴버의 팀 티보, 미국을 ‘티보 매니아’ 열풍으로 물들이다
‘티보 매니아(Tebowmania)’가 하늘을 찌를 듯 하다. 이젠 광풍 수준이다. 팀 티보(24ㆍ덴버 브롱코스 QB)의 성공을 일찌감치 예상했던 ESPN 패널 스킵 베일리의 ‘티보 찬양 랩송’이 화제를 모으고 있는가 하면, 오른쪽 무릎을 꿇고 머리를 숙인 채 경건히 기도하는 그의 ‘티보잉(tebowing)’은 이미 몇 몇 인터넷 사전에서 정식 동사로 채택됐다. 저명 스포츠 칼럼니스트 릭 라일리는 “(코미디언) 데니스 밀러가 먼데이나잇풋볼 진행자로 발탁된 이후 풋볼에서 일어나고 있는 최고의 미친 현상(craziest phenomenon)”이라고 평했다. ESPN의 스티븐 A. 스미스도 “티보의 활약을 보면 첫 45분은 쿼터백으로서 낙제점이다. 하지만 마지막 15분은 하나님의 은총을 받았다고 밖에 설명할 길이 없다”고 말했다. 그린베이의 퍼펙트 시즌 행진 조차 티보 스토리에 완전히 묻히고 있다.그런 반면, 티보는 안티팬도 많다. 찰스 바클리도 그 중 한명. “제발 티보 얼굴 좀 그만 볼 수 없냐. 이제 ‘티보’라는 말만 들어도 넌더리가 난다”고 불평했다. 하지만 바클리의 소원은 당분간 이뤄질 것 같지 않다. 현재 방송국들이 앞다퉈 티보 경기를 중계하고 있다. 티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열광 혹은 증오를 불러일으킨다. 그의 플레이 스타일이 정통파 쿼터백과 너무나 다르다는 이유도 있지만, 이 보다는 그가 독실한 기독교 신자이기 때문이라는 이유가 더 크다는 게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터치다운 뒤 그의 기도 세리머니는 너무나도 진지해, 마치 엔드존을 교회로 탈바꿈시킨 듯 하다. 필드 밖에선 ‘낙태 반대’에 앞장서고 아이 블랙(선수가 햇빛 반사를 막기 위해 눈 밑에 검댕을 칠하는 것)에 성경구절을 쓴다. 크리스찬들은 좋아하고, 타 종교 신자나 무신론자들이 싫어할만 하다. 그러나 최근 들어 그를 향한 비난이 서서히 가라앉고 있다.존 폭스 덴버 감독이 들려준 티보와의 첫 만남 스토리도 한몫했다. 2010년 NFL 드래프트에 앞서 플로리다주 게인스빌에서 티보와 첫 미팅을 가졌다는 폭스는 그때를 생각할 때마다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고 말했다. 식사 중간에 티보가 자리에 일어난 뒤 웨이터에게 몰래 자신의 신용카드를 건네줬다는 것. 그는 폭스에게 들키지 않게 웨이터에게 다가가 “저녁식사비, 꼭 제가 계산하게 해주세요”라고 조용하게 말했다. 폭스는 “그동안 수백명의 선수들과 저녁 식사를 먹었지만 식사비를 내준 선수는 그 친구가 처음”이라며 아직 NFL에 입문하지도 않은 티보의 사려깊음에 감동 받았다고 밝혔다. 폭스도 올 시즌 티보에게 커다란 선물을 안겨줬다. 주전 승격 통보와 함께 덴버의 공격작전을 전부 다 티보의 플레이 스타일에 맞게 뜯어고쳤다. “이제 그딴 식(패스) 플레이는 쓰레기통에 버리자”고까지 했다. 쿼터백에게 패스를 주문하지 않겠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지만 그는 패스 루트보다 러싱 루트를 더 잘 보는 티보를 믿었다. 물론, 폭스 감독을 향한 비난도 거셌다. 하지만 시즌 첫 5경기를 1승4패로 출발했던 덴버는 티보를 주전으로 승격시킨 뒤 7승1패를 기록하며 AFC 서부조 단독 선두로 벌떡 일어섰다.폭스의 노력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원정경기가 잡힐 때마다 종전과 달리 이틀 일찍 도착했다. 물론 그만큼 돈이 많이 들어가는 일이었지만 폭스는 선수들이 원정에서 잘 뭉치기 위해 필요한 조치라며 요청했고, 팀이 이를 수락했다. 현재 덴버는 원정 5연승 행진을 달리고 있다. 4쿼터만 되면 기적같은 역전승을 일으켜 언론은 티보에게 ‘티보 타임’이라는 명칭까지 붙여줬다. 하지만 티보는 “티보 타임이 아니라 브롱코스 타임”이라며 공을 팀에게 돌렸다. 티보는 지난 달 27일 폭스의 요청으로 팀원들 앞에서 동기유발 연설을 가졌다. 그는 잠언 27장 17절을 암송해 동료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철이 철을 날카롭게 하는 것 같이, 사람이 그 친구의 얼굴을 빛나게 하느니라(As iron sharpens iron, so one man sharpens another).” 이날 덴버는 차저스를 상대로 16-13으로 극적인 연장승을 거둬 그의 연설을 더욱 돋보이게 했다. 티보는 다음 주에 수퍼보울 3회 우승에 빛나는 탐 브레이디(뉴잉글랜드 패이트리어츠)와 맞붙는다. 로스앤젤레스=원용석 중앙일보USA 기자 won@joongang.co.kr
2011.12.13 15: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