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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김식의 엔드게임] 아버지 어깨 위에서, 아버지보다 큰 꿈을 이룬 이정후

아들은 아버지보다 고집이 셌다. 야구 선수가 되겠다는 의지를 좀처럼 꺾지 않았다.아들이 편한 삶을 살기를 바랐던 아버지는 그래도 반대했다. 야구가 아니라 골프 선수가 되면 좋겠다는 마음이었다. 결국 아버지가 졌다. 2007년 광주 서석초등학교 3학년 때 야구부에 들어가는 아들에게 이버지는 딱 한 마디만 했다."왼손으로 쳐라." 이종범(53·전 LG 트윈스 코치)은 왼손잡이다. 밥 먹을 때도 사인을 할 때도 왼손을 쓴다. 단 하나, 야구만 오른손으로 했다. 유격수를 하려면 오른손을 써야 했다.그가 1993년 해태 타이거즈에 입단, KBO리그를 뒤흔들자 “이종범이 왼손으로 쳤다면 한국 야구가 달라졌을 것”이란 말이 나왔다. 타격만 보면 좌타자가 유리하기 때문이다.이종범이 4할 타율에 도전했던 1994년 스즈키 이치로(50·오릭스 블루웨이브)도 일본에서 신기의 타격을 보여줬다. 배트 스피드와 콘택트가 초(超)아시아급이었던 이종범과 이치로는 자주 비교됐다. 그러나 당시 한일 야구 격차가 상당히 컸기에 미국 메이저리그(MLB)는 이치로에게 더 관심을 보였다.이종범과 반대로 이치로는 선천적인 오른손잡이다. 공도 오른손으로 던지지만, 타격만 왼손으로 한다. 우투수의 투구를 보기 유리하고, 타석에서 1루까지의 거리가 가까운 좌타자의 장점을 십분 활용했다.이치로는 2001년 MLB에 진출해 아메리칸리그 신인왕과 최우수선수(MVP)에 올랐다. 미·일 통산 4367안타를 때려낸 뒤 2019년 은퇴했다. 이종범은 1998년 한국인 야수 최초로 일본(주니치 드래건스)에 진출했으나 치명적인 오른 팔꿈치 부상을 입었다. 그때 태어난 아들이 이정후다. 이종범은 일본에서 3년을 뛰고 2001년 KBO리그로 돌아왔다. 빅리그의 꿈은 허공에 흩어졌다. 아버지는 아들이 야구 선수가 되는 걸 원하지 않았다. 재능이 있더라도 프로에서 성공하긴 쉽지 않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아서다. '이종범의 아들'이라는 수식어가 훈장보단 꼬리표가 될 거라 걱정도 했다. 그래도 '꼬마 이정후'의 눈이 너무나 반짝반짝 빛났다. 결국 아버지가 졌다. 대신 아들의 왼손에 방망이를 쥐여줬다. 자신과 다른 방향으로 가란 뜻이었다. 아들은 아버지의 말을 지나칠 만큼 잘 따랐다. 어려서부터 "내 롤모델은 이치로"라는 말을 입에 달고 다녔다. 이치로처럼 왼손으로 치고 오른손으로 던졌다. 이치로의 등 번호 51번도 달았다. 아버지는 아들에게 재능을 물려줬지만, 코치가 되지는 않았다. 스스로 깨닫고 이겨내기를 기다리고 응원했다. 아버지보다 큰 선수가 되고, 큰 꿈을 꾸라는 무언의 가르침이다.이정후는 이치로의 기능을 치밀하고 영리하게 받아들였다. 2017년 프로에 데뷔해 그가 보여준 강력한 허리 회전과 넓은 콘택트 존은 이치로와 비슷했다. KBO리그 7시즌 동안 타율이 0.340(통산 3000타석 이상 기록한 타자 중 역대 1위)에 이른다.2019년 이종범은 한 방송에서 이렇게 말했다. "아들에게 이치로 책을 3권 사줬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안타를 친 타자도 4타수 무안타에 그친 날 집에 와서 4~5시간을 더 훈련한다고 하더라. 아빠는 선수 시절에 술도 먹고 했잖냐. 아빠 말고 이치로를 닮아라."이건 방송용 코멘트다. 이정후는 어려서부터 그렇게 하고 있었다. 아버지보다 키가 한 뼘 더 커버린 이정후는 이미 '이종범의 아들'이 아니었다. 이종범이 '이정후의 아버지'였다. 대학을 졸업한 이종범과 달리 이정후는 서울 휘문고 졸업 후 프로에 직행했다. 방위로 복무했던 아버지와 달리 아들은 국가대표팀에서 활약하며 병역 특례를 받았다. 1994년 정규시즌 MVP였던 아버지처럼 아들은 2022년 MVP에 올랐다. 아버지가, 아버지 세대가 이룬 반석 위에서 한국 최고의 타자로 성장했다. 그의 나이 불과 25세다.이정후는 13일(한국시간) MLB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6년 총액 1억1300만 달러(1483억원)에 계약했다. 한국 선수 최초로 1억 달러 이상의 빅딜을 끌어냈다. 일본에서 멈춰 선 아버지와 달리 곧바로 태평양을 건넜다.이정후가 2017년 데뷔하자마자 1군 선수로 활약하자 이종범은 “정후는 잡초처럼 자란 게 아니라 좋은 환경에서 곱게 컸다. 힘든 프로 생활을 잘 견딜 수 있을지 걱정이었다. 내 아들이라는 게 부담이 될까 봐 정후가 어릴 때 야구하는 걸 반대했다”고 떠올렸다.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아들은 아버지가 틀렸다는 걸 증명하고 있다. 생각보다 아들은 더 강했다. 아들의 꿈이 더 컸다. 고집 센 아들은 아버지의 어깨에 올랐다가 세계 최고의 무대로 도약했다.스포츠1팀장 2023.12.14 08:00
스포츠일반

스폰서도, 동료들도 외면하는 신세 된 'PGA 투어 45승' 미켈슨

미국 프로골프(PGA) 투어의 스타 골퍼로 꼽히던 필 미켈슨(52·미국)이 사면초가에 놓였다. PGA 투어에 대해 노골적인 비난만 하다 동료 골퍼들은 물론, 메인 후원사까지 잃었다. 미켈슨은 23일(한국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장문의 사과문을 올렸다. 그는 사과문에서 “무모한 행동이었고, 사람들을 불쾌하게 했다. 부적절한 표현에 깊이 사과한다”고 밝혔다. 미켈슨이 사과문까지 올린 건 이달 초부터 이어진 PGA 투어를 향한 거친 언행 때문이었다. 그는 지난해부터 사우디아라비아의 지원을 받아 올해 하반기를 목표로 창설 움직임을 보인 수퍼골프리그(SGL) 합류가 유력하게 거론돼왔다. 미켈슨은 지난 3일 아시안투어 대회인 사우디 인터내셔널 대회장에서 “PGA 투어의 탐욕이 역겹다. PGA 투어가 선수에게 지급해야 할 돈을 제대로 주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는 방송 중계권 등 선수와 연계된 미디어 권리를 거론하면서 사우디 리그 같은 것이 만들어지는 걸 방지하려면 (PGA 투어가) 미디어 권리를 선수들에게 돌려주면 된다. 그들(PGA 투어)은 자신들이 장악하고 있는 약 200억 달러(23조8000억원)의 디지털 자산을 쌓아놓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최근 자서전 출간을 위해 미국 골프 전문 기자인 앨런 쉬프넉과 진행한 인터뷰에서도 미켈슨은 비슷한 주장을 되풀이했다. 그는 “PGA투어는 민주적인 척하지만 실상은 독재 체제다. 선수들을 갈라치기 해서 지배한다”면서 “사우디아라비아가 선수들에게 PGA 투어 지도부와 맞설 힘을 줬다”며 노골적으로 SGL 편을 들었다. 그러면서도 사우디 내 인권 탄압에 대해선 “그들과 엮이는 게 무섭다”면서도 “내가 왜 그런 것을 신경써야 하는가"며 비속어까지 사용했다. 미켈슨의 연이은 거친 언사는 오히려 역풍을 맞았다. 무엇보다 돈을 밝힌단 비판이 거세게 일었다. 동료 골퍼들이 먼저 등을 돌렸다.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는 "(미켈슨이) 이기적이고 무지했다"고 비판했고, 빌리 호셸(미국)은 "미켈슨의 말은 매우 어리석었다. 그가 만든 유산을 더럽히고 있다"고 말했다. 저스틴 토마스(미국)은 “미켈슨이 PGA 투어에서 얼마나 큰 일을 했는지 모르겠다. 그렇게 사우디가 좋다면 가라고 해라. 아무도 안 말린다”고 비난했다. SGL에 합류할 것이란 소문이 돌던 골퍼들은 PGA 투어 잔류를 선택했다. SGL로부터 1억 파운드(약 1630억원)를 제안받았단 외신 보도가 나왔던 브라이슨 디섐보(미국)는 “세계 최고 선수들이 PGA 투어에서 뛰고 있다. 난 이 곳에 집중하겠다”고 했다. 또 전 세계 1위 더스틴 존슨(미국)도 “전적으로 PGA 투어에만 전념하겠다”고 밝혔다. 비판적인 여론이 거세지면서 미켈슨은 고개를 숙였다. 그는 “지난 10년 동안 압박감과 스트레스가 심했다. 휴식이 필요하다”면서 “자숙하면서 이번 사태를 통해 배울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자신이 최근 한 말에 대해 그는 “일부 발언은 오프 더 레코드를 전제로 했는데 동의 없이 공유되는 문제가 있었다. 더 큰 문제는 내 의도와 다른 부적절한 표현이 사용됐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사과문이 게재된 직후 미켈슨의 메인 후원사인 글로벌 회계·컨설팅 기업 KPMG마저 등을 돌렸다. 미켈슨과 2008년부터 후원 계약을 해왔던 KPMG는 “계약을 즉시 종료하기로 합의했다. 우리는 그가 잘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지난해 PGA 챔피언십에서 역대 최고령 메이저 챔피언에 올랐던 미켈슨은 한순간에 동료들도, 스폰서도 잃는 신세가 됐다. 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2022.02.23 12:09
스포츠일반

존슨도, 디섐보도, 매킬로이도 거부... 수퍼골프리그 좌초 위기

골프계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수퍼골프리그가 출범을 추진하는 과정에 좌초 위기에 몰렸다. SGL 합류설이 돌던 특급 골퍼들이 줄줄이 분명한 입장을 밝히면서다. ━ SGL은 사우디아라비아의 지원을 받는다는 소문이 무성한 새로운 형태의 골프 리그다. 40~48명의 선수가 연간 18개 대회를 치르는데, 개인전과 함께 자동차 경주대회인 포뮬러원(F1) 같은 팀 경쟁 시스템도 도입한다. 전체 총 상금만 2억4000만 달러(약 2800억원)에 달해 대회당 상금 규모는 47개 대회를 치르는 PGA 투어(총 4억 달러)보다 많다. SGL은 올해 말 출범을 목표로 선수 영입을 추진중인데, 세계 톱 랭커들 대부분에게 접근했단 소문이 무성했다. 특히 브라이슨 디섐보(미국)에겐 무려 1억3500만 달러(약 1600억원)를 제안했단 영국, 미국 매체 보도가 잇따랐다. 그러나 이달 초 아시안투어 PIF 사우디 인터내셔널을 통해 SGL 합류설이 돌던 골퍼들이 하나둘씩 발을 빼고 있다. 디섐보는 자신의 SNS에 "내가 다른 투어에서 뛴다는 추측이 많았지만 세계 최고 선수들이 하는 PGA투어와 함께 하고 싶은 것은 나도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이어 "건강 회복에 초점을 맞추겠다. 곧 다시 경쟁에 돌아오겠다"고 덧붙였다. 또 더스틴 존슨(미국)도 "이제 추측은 접어줬으면 한다. PGA 투어에 전념할 것"이라고 분명하게 밝혔다. 앞서 지난 17일 PGA 투어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 미디어데이를 통해 세계 1위 욘 람(스페인), 2위 콜린 모리카와(미국)가 SGL 거부 의사를 밝혔다. 욘 람은 “이 자리에서 PGA 투어에 대한 충성을 공식적으로 선언한다”고 밝혔다. 모리카와는 “평생 PGA 투어만 생각했다. 다른 것은 생각해본 적 없다”고 말했다. 전 세계 1위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는 “SGL에 관한 질문은 지겹다”며 강한 거부감을 드러냈다. 그는 22일엔 특급 골퍼들의 연이은 SGL 참여 거부에 “수퍼리그는 물건너간 것 같다. 누구도 갈 이유가 없다”며 다시한번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특히 SGL 합류가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는 필 미켈슨(미국)을 향해 "순진하고 자기중심적이며 무지하다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10여명의 PGA 투어 골퍼들이 SGL에 합류할 것이라는 전망과 달리 정반대 방향으로 흘러가는 분위기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지난 20일 "제이 모나한 PGA 투어 커미셔너가 SGL에 참가하는 선수에게 평생 출전 금지를 내릴 것이라 밝혔다"고 전했다. 이 보도 전후로 합류설이 예상됐던 골퍼들이 분명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영국 BBC는 "현재 SGL에 관심을 갖고 있는 선수는 40대 베테랑 골퍼들뿐이다. 사우디 펀드의 수혜자들이 투자에 대한 수익을 찾고 있겠지만, 이제 끝날 지도 모르겠다"고 전했다. 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2022.02.22 13:34
스포츠일반

포부만큼은 야심찬 아시안투어, PGA 투어 대항마?

“아시안투어가 세계 골프에 새로운 힘을 불어넣고 있다. 무척 기대가 크다” 지난 1일 사우디아라비아 킹 압둘라 경제도시의 로열 그린스 골프 앤드 컨트리클럽에서 가진 아시안투어 인터내셔널 시리즈 개최 기자회견에 참석한 그렉 노먼(호주) LIV 골프 인베스트먼트 대표는 환하게 웃으면서 아시안투어 골프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미국 프로골프(PGA) 투어 통산 20승을 거둔 ‘스타 골퍼’였던 그는 지난해 10월 사우디 국부펀드(PIF)가 만든 투자회사인 LIV 골프 인베스트먼트의 대표직을 맡고서 아시안투어와 협업을 시작했다. 지난해 10월 “10년간 10개 대회를 신설해 2억 달러(약 2340억원)를 투자하겠다”던 노먼은 투자 규모를 더 늘리기로 했다. 총 3억 달러(3630억원)를 들여 아시아 전역을 돌면서 여는 인터내셔널 시리즈를 개최하기로 했다. 조 민 탄트(말레이시아) 아시안투어 커미셔너는 “아시아 골프가 이제 새로운 시대의 문턱에 섰다”고 말했다. 미국, 유럽 등에 가려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하던 아시안투어가 중동 자본을 등에 업고 세계 골프계에서 무시 못할 투어로 떠올랐다. 아시안투어는 3일 개막한 사우디 인터내셔널을 시작으로 내년 초까지 25개 대회를 연다. 그동안 아시안투어는 매 시즌 25~30개 대회를 치렀지만, 한국, 일본, 유러피언투어 등과 공동 주관 형식으로 대회를 연 게 많았다. 그러나 사우디 자본을 등에 업고 자체적인 시리즈 개최를 추진할 만큼 자생력을 갖출 계기를 마련했다. 유러피언투어 대회로 열렸던 사우디 인터내셔널은 올해 아시안투어에 편입되고서 시즌 개막전으로 개최한다. 김주형, 웨이드 옴스비(호주) 등 아시안투어 멤버 외에도 더스틴 존슨, 브라이슨 디섐보, 필 미켈슨(이상 미국) 등 PGA 투어 골퍼들이 다수 출전했다. 사우디 자본이 각 선수마다 100만 달러(약 12억원) 이상 초청료를 지급하는 등 출전 골퍼들에게 특급 대우를 한 결과다. 필 미켈슨은 “선수들이 경쟁하듯 골프 투어도 경쟁을 통해 바뀌길 바란다”며 아시안투어의 변화를 옹호했다. 아직 아시안투어의 변화를 좀 더 두고봐야 한단 시선도 있다. 다음달 태국에서 열릴 대회를 제외하곤 올 시즌 구체적인 일정을 아직 확정짓지 못했다. 한국을 비롯해 중국, 싱가포르, 베트남 등에서 하반기 대회를 연다는 정도만 공개했다. 조 민 탄트 커미셔너는 “미국 등 전 세계에 중계되고, 보다 세계적인 투어로 성장하는 게 목표”라고만 밝혔다. 아시안투어와 함께 사우디아라비아 자본이 깊숙하게 관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수퍼골프리그(SGL)의 움직임도 주목받고 있다. 더스틴 존슨과 필 미켈슨은 3일 “SGL과 관련해 사우디 측과 계약 내용을 공개하지 않는 조건으로 계약서에 사인했다”고 밝혔다. 미켈슨은 “세계랭킹 100위 이내 선수 모두 SGL에서 뛰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말했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이언 폴터(잉글랜드)가 사우디 측으로부터 SGL에 합류하는 대가로 3000만 달러(360억원)를 제안받았다”고 전했는데, 폴터는 “(금액이) 비슷하지는 않다”며 SGL 합류 제안을 부인하지 않았다. SGL은 지난 2020년 1월, 개인전과 더불어 자동차 경주대회인 포뮬러원 형식의 팀 경쟁 시스템을 도입해 새로운 골프 투어를 만들겠다고 밝힌 바 있다. 40~48명의 선수가 연간 18개 안팎의 대회에 나서 시즌 총 상금 2억4000만 달러(약 2837억원)를 걸고 경쟁한다. PGA 투어(47개 대회·총 상금 4억 달러)보다 상금 규모는 적지만, SGL의 대회 수와 선수 규모가 적어 선수에게 돌아가는 상금은 더 커진다. 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2022.02.03 11:25
축구

"공 대신 라켓 잡았다면 형택 형과 경쟁했겠죠" 라이언킹의 무한도전

“만약 어릴 때 아버지가 제게 축구공 말고 테니스 라켓을 사주셨다면 이형택 선수와 경쟁했을 겁니다. 야구 배트를 휘둘렀다면 이대호 선수, 탁구 라켓을 가졌더라면 유승민과 경쟁하고 있겠죠. 아, 너무 진지하게 받아 들이지는 마세요. 제가 형택이 형, 대호, 승민이랑 친해서 농담 삼아 이야기하는 겁니다. 하하.”최근 인천 송도에서 만난 이동국(43)에게 ‘만약 축구 선수를 안 했다면 뭘 했을까’라고 묻자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그는 “스포츠를 좋아해서, 뭔가 활동적인 걸 하지 않았을까”라고 했다.이동국은 23년 동안 축구 외길 인생을 걸었다. 그는 1998년부터 2020년 은퇴할 때까지 프로축구 K리그 8차례 우승했고, MVP(최우수선수) 도 4차례 뽑혔다. 이동국은 “선수 시절 계약상 위험한 스포츠는 못하게 돼 있었다. 스키, 스노보드 등 동계 스포츠는 거의 해본 경험이 없다. 사실 내 꿈은 ‘만능 스포츠맨’이었다. 그래서 은퇴 이후 세상 모든 스포츠에 도전해볼까 한다”고 했다.이동국은 지난해 10월 유튜브 채널 ‘이동방송국(이동국+방송국)’을 개설했다. ‘백수’ 이동국의 적성 찾기 프로젝트다. 이동국이 다른 스포츠 종목 선수들을 찾아가 대결하는 내용이다. 아내 이수진씨는 “남편이 은퇴 후 남는 시간이 많아졌고, 체중도 3㎏ 가까이 늘었다. ‘배드민턴 라켓이 주어졌다면 이용대 선수가 없었을 것’이라는 말을 할 때마다 ‘어휴~ 축구하길 잘했지’란 생각이 든다”면서도 “평생 축구만 하고 살아온 ‘대박이 아빠’가 은퇴 후에 괜한 허망함을 느끼지 않을까 살짝 걱정도 했는데, 스포츠와 연기, 춤까지. 어디까지 도전할 수 있을지 응원하겠다”고 했다.이동국이 진짜 다른 종목을 했어도 잘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동국은 2016년 리우올림픽 펜싱 금메달리스트 박상영(27)과 일대일 대결에서 득점을 따냈다. 순발력을 테스트하는 ‘모자 먼저 뺏기’에서도 이겼다.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테니스 남자복식 금메달리스트 임용규(29)의 시속 200㎞ 넘는 강서브도 받아냈다. 생애 첫 양궁 컴파운드 도전에서 10점 만점도 쐈다. 이동국은 “안산(도쿄올림픽 양궁 금메달리스트) 선수에 빗대 ‘국산’이다. 나는 스펀지처럼 다른 스포츠도 빨리빨리 습득하는 편”이라며 웃었다.하지만 배소희 선수와 볼링 대결, ‘당구 여신’ 차유람 선수와 스리쿠션 대결에서는 고전했다. 이동국은 “고교 은사님이 축구 선수로 성공하려면 당구, 도박, 낚시 등 3가지를 하지 말라고 하셨다”며 “지금껏 경험해보지 못한 스포츠에 도전하면서 ‘역시 최고가 되려면 뭔가 남다른 노력이 필요하다’고 느꼈다”고 했다.이동국이 요즘 꽂힌 건 ‘풋살’이다. 최근 송도의 축구교실 ‘이동국FC’에서도 이동국은 풋살을 하고 있었다. 전북 현대 출신인 이승현, 홍정남, 이원영 등과 한 팀을 이뤄 풋살 국가대표 선수들이 속한 팀과 맞붙었다. 이동국은 전매특허 발리슛을 넣고 손흥민(토트넘)의 ‘찰칵 세리머니'를 따라했다.이동국은 “풋살은 축구랑 완전히 다른 스포츠다. 공도 다르고, 오프사이드도 없고, 선수 교체도 수시로 가능하다. 전반에는 힘이 좋았는데 후반에 체력의 벽에 부딪혔다. 풋살 맞대결 요청이 많이 들어온다. 앞으로 정기적으로 해볼 생각”이라고 했다.이동국은 골프 드라이버 비거리가 300m 가까이 된다. JTBC ‘뭉쳐야 쏜다’에서는 농구 실력을 뽐내 ‘동백호(이동국+강백호)’라 불렸다.스포츠만 도전하는 게 아니라 무엇이든 도전한다. 아이돌 샤이니의 민호에게 댄스를 배우는가 하면 배우 이정헌에게 ‘오징어 게임’ 연기를 배웠다. 이동국은 “난 연기도, 춤도 아닌 것 같다. 딸 재시, 재아가 ‘우린 아빠 피를 물려 받아 춤을 못 춘다’고 하는데, 난 운동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이동국은 “앞으로 야구·배드민턴·골프 등에도 도전해보려 한다. (이)대호, (이)용대 등 각 분야의 인맥을 활용하려 한다”고 했다. 43세에도 도전을 이어가는 이동국을 보며 팬들은 “모든 종목을 잘하는 수퍼맨”, “무기력해지다가 이동국을 보면 힘이 난다”고 박수를 보낸다. 이동국은 “100세 시대에 40대면 젊은 나이다. 절대 늦지 않았고, 아직 할 수 있는 게 많은 나이다. 저도 인생 반 이상을 축구만 했지만, 새로운 도전을 하는 게 너무 재미있다. 다른 분들도 두려워하지 말고 도전을 즐겼으면 좋겠다”고 했다.이동국은 요즘 JTBC 예능 ‘뭉쳐야 찬다’에서 코치로 활약 중이고, 축구대표팀 중계 해설위원을 맡고 있다. ‘제2의 라이언킹’을 꼽아달라고 하자 이동국은 “축구대표팀 공격수 조규성(24·김천 상무)이 많이 늘었더라. 원래 반듯한 스타일이었는데, ‘타깃형 스트라이커’ 역할까지 해준다. 옵션이 더 생겨 상대 수비가 막기 더 힘들어졌다. 군인인 규성이가 전역하고 머리카락을 기르고 문전에서 사자처럼 왔다 갔다 하고,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공격수가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축구지도자 이동국’은 언제쯤 볼 수 있을까. 이동국은 “지금 당장은 아니다. 새로운 것들을 경험하고 있는 중이고, 축구교실 사업도 시작했다. 일단 지금 이 도전을 즐기려 한다”고 했다.인천=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2022.01.24 08:37
스포츠일반

사우디의 골프 야심

지난 5월 미국 프로골프(PGA) 투어의 대항마로 새 골프 리그가 출범할 것이라는 뉴스가 나왔다. 이 배경에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있다는 말이 무성했다. 이른바 중동발 프로골프 투어 주도권 싸움이 격화할 조짐이다.미국 골프위크를 비롯한 복수 매체들은 “호주의 그렉 노먼(사진)이 사우디아라비아의 지원을 받는 골프 시리즈의 커미셔너가 될 것”이라고 28일 보도했다. 앞서 PGA 투어의 대안 무대로 주목받는 골프수퍼리그(SGL)나 프리미어골프리그(PGL)가 사우디아라비아의 지원을 받는다는 소문이 돌았다.두 차례 디 오픈 우승을 포함해 PGA 투어 통산 20승을 거둔 노먼은 과거에도 PGA 투어에 대항하는 투어 창설을 기획한 바 있다. 1994년 월드 골프 투어 설립을 시도했으나 자금이 모자라 중단했다.최근 ‘PGA 투어의 대항마’로 떠오른 PGL은 내년 9월 출범을 목표로 하고 있다. 40~48명의 선수가 참가하며 연간 18개 대회를 치른다는 계획이다. 개인전과 더불어 자동차 경주대회인 포뮬러원(F1)의 경쟁 시스템을 도입한다. 총 상금은 2억 4000만 달러(2837억원)에 달한다. PGA 투어(총상금 4억 달러)보다 적지만 PGL 대회 수와 선수 규모가 적어 대회당 상금은 더 커진다. 골프계에선 “사우디아라비아 투자자들이 10억 달러의 실탄을 마련했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새 리그 창설은 선수들이 동요할 만한 일이다. 제이 모나한 PGA 투어 커미셔너는 “선수는 둘 중 하나만 선택해야 할 것”이라며 불쾌감을 전했다.사우디아라비아는 거대 자본을 앞세워 스타급 선수 유치에 공을 들이고 있다. 내년 2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릴 유러피언투어 사우디 인터내셔널을 겨냥해 PGA 투어 사무국은 “투어 선수가 이 대회에 참가한다면 불이익을 줄 것”이라고 경고했다.그러나 세계 2위 더스틴 존슨(미국)을 비롯해 에이브러햄 앤서(멕시코), 케빈 나(미국), 토미 플릿우드(잉글랜드) 등이 사우디 인터내셔널 출전 의사를 밝혔다. 아울러 사우디아라비아는 다음달 초 유럽여자프로골프(LET) 투어 아람코 사우디 레이디스 인터내셔널과 아람코 팀 시리즈 대회를 잇따라 연다. 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2021.10.29 08:33
야구

[MLB 인사이드] 제 2회 WBC 성적과 위기의 한국 야구

엄청난 발전 속도로 상상을 초월하는 매출을 자랑해온 미국의 프로스포츠 산업에도 위기 의식이 팽배해지고 있다. 미 정부에 구제 금융을 요청한 세계 최대규모 자동차 메이커인 GM이 자동차 경주(NASCAR)의 2개 대회와 마스터스 골프 후원을 취소했다. GM은 이에 그치지 않고 단일 스포츠 이벤트로는 세계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는 미 프로풋볼(NFL) 챔프전인 ‘수퍼보울’의 광고와 타이거 우즈 모델 계약까지 전격 포기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런 와중에서도 메이저리그의 뉴욕 양키스는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 나온 투수 CC 사바시아에게 6년간 총액 1억4000만 달러(약 2100억원, 1달러 1500원 환산)를 제시하는 호기를 부려 대조를 나타냈다.최근 콜롬비아 대학 경제학과 선일 굴라티 교수가 ‘LA 타임스’지와의 인터뷰에서 지적한 내용이 미 스포츠계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굴라티 교수는 경기 침체와 관련해 “의심할 필요 없이 스포츠 산업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쉽게 생각하면 된다. 쓸 수 있는 수입이 줄어들면 소비도 감소한다”며 “스포츠는 필수품(necessity)이 아니라 사치품(luxury)”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펜실베니아 대학 ‘워튼 스쿨’의 켄 슈롭셔 교수도 2012년 올림픽 개최 도시인 영국 런던이 스폰서를 잡지 못해 경기장 건설 비용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실을 예로 들며 1984년 LA 올림픽 당시 기업의 스폰서십 비용이 평균 400만 달러였는데 금년 베이징 올림픽에서는 무려 1억 달러에 이르렀다는 점을 상기시켰다.베이징 올림픽 후원사로 1억 달러를 낸 ‘존슨 앤 존슨’ 같은 회사도 불황에서는 스포츠에 거액의 지출을 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미국 프로스포츠계는 경제 위기 상황에 신속하게 대처하는 분위기이다. 프로농구(NBA) 사무국은 10% 직원을 줄이고 LA 지사 문을 닫았다. NFL은 플레이오프 티켓 값을 내려 팬들의 부담을 덜어주고 커미셔너가 주도해 관중 감소와 스폰서 이탈 가능성을 놓고 대비책을 강구하고 있다. LPGA는 상금과 대회 규모가 저절로 축소됐다.한국의 프로스포츠계는 어떤가? 물론 관계자들 긴밀하게 준비를 하고 있겠지만 적어도 겉으로는 IMF 시절 보다 더 나쁘다는 경제 위기가 왔는데도 여유만만해 보인다. 프로야구는 ‘히어로즈’의 생존에 대해 동업자들이 신경을 쓰지 않고 있다. 만약 ‘히어로즈’가 사라지면 7개 구단으로 팬들의 사랑을 유지할 수 있을까? 한국 프로야구는 올시즌 500만 관중 시대를 다시 열었다. 2006년 제1회 월드베이스볼 클래식(WBC) 4강 신화가 결정적인 발판이 됐다. 그리고 지난 베이징 올림픽에서 일본 쿠바를 제압하고 금메달을 따내 르네상스를 자축했다.그런데 한국이 내년 3월 열리는 제2회 WBC에서 일본 대만 등과 경쟁해야 하는 도쿄 예선조차 통과하지 못할 수 있다는 걱정의 소리가 들린다. 누군가 이기주의에 빠져 한국야구 발전이라는 대 전제를 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예선 탈락이라는 치욕을 겪는다면 팬들로부터 돌이킬 수 없는 버림을 받게 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changyh@joongang.co.kr 2008.11.26 09:16
스포츠일반

[골프토토] 국내대회에서 고배당 노린다

&#39골프토토, 국내대회에서 고배당을 노려라.&#39 국내 프로골프 투어가 본격적으로 골프토토 스페셜 대상경기로 지정되면서 분석 열기도 날로 뜨거워지고 있다. 스포츠베팅 전문 월간지 5월호가 공개한 골프 전문가의 베팅 노하우를 살펴본다. ▲고배당은 5월 국내대회를 노려라   골프토토에서 고배당을 맛보고 싶다면 국내투어 KPGA, KLPGA 대상 회차를 노리는 것이 좋다. 일반적으로 국내투어가 해외투어 PGA, LPGA보다 배당률이 높기 때문. 지난 시즌 골프토토 평균 배당률은 4790배를 였지만 5월 국내투어를 대상으로 한 골프토토 평균 배당률은 5509.3배였다.   지난 해 5월 발매된 골프토토에서 국내투어를 대상으로 한 게임의 배당률은 각각 19회차(KPGA SK텔레콤 오픈 2006) 5420.3배, 25회차(KPGA 지산 리조트 오픈) 1611.9배, 29회차(KPGA 포카리 에너젠 오픈) 1만 312.3배로 나타났다. 이처럼 시즌 초반 치러지는 국내 골프 대회는 대박의 산실이다.   ▲신인선수 주목하라 5월은 그 해 국내 골프투어를 대상으로 하는 골프토토의 흐름을 결정한다. 5월 대회를 통해 어떤 선수들이 잘하는 선수인지, 상승세에 있는지 등을 파악할 수 있다.   최근 들어 국내 투어는 몇 년째 신인선수들의 활약이 두드러지고 있다. 랭킹이 높은 선수가 좋은 성적을 내는 해외투어와는 확실히 다른 양상이다. 따라서 무턱대고 지난 시즌 상금랭킹만 가지고 국내투어를 분석한다면 적중과는 멀어진다. 국내투어의 신인 선수들의 기량은 상향평준화돼 모양만 신인일 뿐 뛰어난 기량을 가진 선수들이 즐비하다.   그러나 지난해 신인으로서 KLPGA 5관왕을 차지한 신지애와 KPGA 상금랭킹 3위를 차지한 강지만의 경우 처음에는 대상선수가 아니었다가 꾸준히 좋은 성적을 거두면서 시즌 중반 이후 대상선수에 자주 지정된 것처럼 초반 대회를 통해 기량이 뛰어난 선수들이 누구인지 주목해둘 필요가 있다. 특히 남자 선수들 가운데 시즌 개막 이후 2연승을 한 수퍼 루키 김경태는 올해 돌풍을 몰고올 전망이다.   ▲몸풀기 끝낸 선수들 언더파나 이븐파 가능성 높다   5월 국내 투어에 참가하는 선수들은 4월말에 한 두 경기를 치르면서 몸풀기를 끝냄에 따라 제 기량을 발휘해 시즌 첫 대회때보다 성적이 잘 나오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5월 골프토토 베팅시 오버파보다는 언더파 혹은 이븐파를 예상하는 것이 올바른 판단이다. 이런 법칙을 100% 적용하는 것은 무리가 있지만 흐름상으로 볼 때 1~2번째 대회때보다 3~4번째 대회 때 선수들 성적이 더 좋아지는 경향이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미PGA, LPGA 투어가 국내투어보다 적중률 높아   초보자에게는 해외투어가 더욱 유리하다. 미PGA, LPGA 대회를 대상으로 발매되는 골프토토에서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를 비롯해 최경주, 박세리, 김미현, 장정 등 해외 대회에서 맹활약중인 한국 선수들이 대상선수 지정 1순위다.   대부분의 지정선수들이 상금 랭킹 10위 안에 랭크돼 있기 때문에 신인 선수들의 활약이 눈부신 국내 투어보다 적중확률이 높은 것은 당연지사. 기본 자료 습득 및 분석을 통해 해외리그 대상 선수들의 1라운드를 예측한다면 적중확률을 높일 수 있다. 박수성 기자 2007.05.07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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