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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원 주연의 ‘기황후’, 첫방 전부터 ‘역사왜곡’ 논란 휘말린 이유는
하지원 주연의 MBC 새 월화극 '기황후'가 첫 방송 전부터 여러가지 논란거리를 떠안았다.28일 첫 방송되는 '기황후'는 원나라의 공녀로 끌려가 황후의 자리까지 오르는 고려여인 기황후의 사랑과 투쟁을 다룬 드라마다. 2003년 MBC 드라마 '다모' 이후 10년 만에 하지원이 MBC 사극에 컴백한다. 하지원을 비롯해 주진모·지창욱·백진희·이원종·정웅인 등 막강 연기파 군단이 세팅됐고, 최근 약 2주간 중국 대형 촬영세트인 헝덴세트장에서 촬영을 하는 등 남다른 스케일을 자랑한다. 화제작임은 분명하지만, 과연 논란을 딛고 성공작이 될 지는 의문이다. 가장 문제로 지적되고 있는 건 역사 왜곡이다. 드라마가 시작도 하기 전에 왜곡 논란 때문에 시끄럽다. '기황후'의 경우 역사적 해석이 분분한 캐릭터가 등장한다. 팩션사극이기는 하지만, 민감한 역사문제에 잘못 접근해 시청자들의 심기를 거스를 경우 큰 역풍이 예상된다. 제작진은 이런 논란의 의식한 듯 24일 서울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선보인 하이라이트 영상 첫 장면에 '팩션 사극이라는 사실을 알려드립니다. 실제 역사가 아님을 밝혀드립니다'라는 자막을 내보냈다. 초반부터 역사왜곡 논란이 불거진데다 '구암 허준', '불의 여신 정이'까지 MBC사극이 잇따라 시청률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 분위기는 더 안좋다. '기황후'논란에 대해 제작진에 묻고, 팩션사극에서 상상력의 한계에 대해 따져봤다. ▶팩션사극은 어디까지 역사를 가공해도 될까 당장 드러난 논란은 주진모 캐릭터다. 당초 '기황후' 기획안에서 주진모가 맡은 충혜왕은 원나라에 맞서는 남성적인 매력이 넘치는 영웅으로 묘사됐다. 하지만 실제 역사서에 고려 28대 왕인 충혜의 악행과 패륜에 대한 기록이 다수 남아 역사학계에서 논란이 됐다. 결국 제작진은 서둘러 주진모 캐릭터를 가상 왕인 왕유로 변경했다. 하지만 충혜왕에서 모티브를 따오고, 그 시대상을 반영하는 왕 캐릭터라는 점에서 논란의 불씨가 완전히 꺼졌다고 할 수 없다. 연출을 맡은 한희 PD는 "기본적으로 팩션사극이다. 실존 인물과 실제 사건도 많이 나오지만 핵심적인 이야기는 거의 다 창작"이라며 "주진모의 배역이 왕유로 바뀌기 전에 그 인물(충혜왕)의 역사적인 발자취를 더듬으려고 한 건 아니었다. 재밌는 사극을 표방하고 만든 작품이다. 방송을 보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장영철 작가도 "사극의 주인공 중 문제적인 인물들이 많았다. 연산군도 그렇고 장옥정도 그랬다. 기황후도 분명히 긍정적인 부분과 부정적인 부분이 있다. 충혜왕의 경우 논문을 통해 보긴 했지만 역사가 아니라 드라마에 방점을 찍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드라마를 위해 70% 이상을 허구 인물들로 만들 수 밖에 없었다. 역사 문제 민감하다는 걸 알고 있고, 우려하는 분들이 많아서 고려의 왕을 가상의 인물로 대처했다. 앞으로도 논란이 있다면 귀를 크게 열고 듣겠다. 완성도 높은 대본으로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배우 주진모는 논란에 개의치 않고 연기에만 집중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드라마가 역사 왜곡 논란에 휩싸인 것에 대해 아쉬운 건 없다. 역사적 고증에 대해 문제를 삼는데 저희들끼리는 그럴려면 '다큐멘터리를 찍어야지 왜 드라마를 찍냐'는 말을 한 적도 있다"며 "배우들은 드라마가 만들어지는 과정과 연기에 더 충실해야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역사 속에서 해석이 분분한 기황후를 어떻게 풀어갈지도 앞으로 제작진이 풀어야할 숙제다. 공동 집필을 맡은 정경순 작가는 "워낙 사료가 적어서 많은 부분을 창작해야했다. 하지만 역사와 드라마가 구분될 수 있게 만들 계획이다. 기황후는 명과 암이 있는 인물이다. 기황후의 암에 대해서도 드라마 말미에 밝힐 것"이라고 밝혔다. ▶'기황후'가 유난히 왜곡 논란 비난 받은 이유 팩션 논란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 22일 종영한 MBC '불의 여신 정이'에서는 김범(김태도)의 죽음이 도마 위에 올랐다. 김태도는 역사에서 문근영(유정)의 모델인 백파선과 일본에서 도공 부부로 활약한 인물. 극중 왜인들에게서 문근영을 지키려 혈투를 벌이다가 갑작스러운 죽음을 맞아 시청자들을 당혹스럽게 했다. 지난 6월 종영한 SBS 드라마 '장옥정, 사랑에 살다'에서는 김태희(장희빈)이 부인들을 모아놓고 패션쇼를 열거나 한복치마 안에 하이힐을 신는 등의 장면으로 논란을 불러왔다. 신하들이 숙종의 세자 책봉식을 거부하고, 인현왕후 민씨의 어린 시절 이름을 사후에 붙여진 시호인 '인현'으로 사용하는 등 역사와 다른 묘사들도 문제가 됐다. 2008년 SBS '바람의 화원'은 조선시대 화가 신윤복을 남장여자로 그려 '잘못된 역사인식을 부추긴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전문가들은 이같은 현상에 대해 "역사의 어떤 부분을 어떻게 왜곡했는지에 따라 다르다"고 입을 모은다. 익명을 요구한 지상파 드라마PD는 "사실 역사 그대로를 보여주는 것은 자료화면이지 드라마가 아니다. 새로운 것을 원하는 시청자들의 요구도 무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앞서 이병훈 PD도 해당 논란에 대해 "사극은 이제 역사의 틀 안에만 머물러서는 아무도 보지 않게 되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차도남' 광해, 꽃미남 세종같은 캐릭터나 '조선시대 패션 디자이너' 같은 설정은 어쩔 수 없다는 것.반면 한 관계자는 "국내 작품이 한류를 타고 해외로도 많이 수출되는 상황에서 이같은 역사 변경에 조금은 신경을 쓸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문화평론가 정덕현은 특히 "'장옥정'이나 '바람의 화원' 등 앞선 작품들의 왜곡 논란과 '기황후' 논란은 다른 문제"라며 "기황후라는 인물의 (고국을 침략하는 등의) 악행을 미화하는 것은 단순히 캐릭터와 설정을 바꾸는 문제를 넘어선 것 같다"고 평했다. 김연지·원호연 기자 yjkim@joongang.co.kr
2013.10.25 08: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