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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리그

'6680억원 예약' 소토 주고 영입했는데...워싱턴, '밤샘 카지노' 에이브럼스 마이너행

메이저리그(MLB) 워싱턴 내셔널스의 미래로 꼽히던 올스타 유격수 CJ 에이브럼스(23)가 시즌 중 밤새 카지노에 있던 게 적발돼 마이너리그로 강등됐다. 징계성 강등이 드문 MLB에선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데이브 마르티네스 워싱턴 감독은 22일(한국시간) MLB 공식 홈페이지 MLB닷컴과 인터뷰에서 "에이브럼스가 마이너리그로 내려간 건 경기력 때문이 아니다. 구단 내부에서 해결한 문제"라며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겠다"고 말했다.워싱턴은 앞서 21일 시카고 컵스와 원정 경기가 끝난 뒤 에이브럼스에게 마이너리그로 강등시키겠다고 통보했다. 에이브럼스는 이에 따라 22일 워싱턴 산하 트리플A 로체스터 레드윙스로 이관됐다.KBO리그와 달리 MLB는 마이너리그 강등을 징계성으로 사용하는 일이 드물다. 빅리그에 있지 않을 경우 선수 또는 구단이 천문학적 손해를 보는 경우가 많다. 부상과 재활 차원이 아니라면 마이너리그에서 뛰는 올스타급 빅리거를 찾기 어렵다.ESPN은 "에이브럼스는 마이너리그 강등으로 약 3만달러(약 4천만원)의 금전적인 손해를 볼 것"이라며 "그가 선수노조를 통해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워싱턴 구단이 이런 논란을 감수한 건 에이브럼스 개인의 일탈 때문인 거로 알려졌다. CHGO 스포츠의 코디 델멘도 기자는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에이브럼스가 (현지시간으로) 21일 오전 8시까지 카지노에 있었다"라고 폭로했다.오후에 출근해 경기를 준비하는 저녁 경기여도 경기력에 지장을 줄 수 있는 일이다. 설상가상 워싱턴은 당시 오후 1시 컵스와 경기를 하는 날이었다. 밤을 새고 제대로 수면도 취하지 않고 출근한 셈이다. 이는 경기력에 그대로 드러났다. 에이브럼스는 1번 타자 유격수로 선발 출전했지만, 3타수 무안타에 그쳤다.다만 구단의 징계와 별개로 마르티네스 감독을 포함해 선수단은 에이브럼스를 감쌌다. 마르티네스 감독은 "에이브럼스는 우리의 가족이다. 나는 그를 응원한다"며 "에이브럼스를 마이너리그에 내려보낼 때 나와 그는 함께 울었다. 에이브럼스를 돕기 위한 방법을 찾겠다"고 말했다.베테랑 조이 갈로는 "누구나 실수는 한다. 더구나 에이브럼스는 아직 어린 선수"라며 "에이브럼스는 훌륭한 팀 동료다. 이번 일을 통해 뭔가를 배울 테고, 우리 팀을 위해 더 좋은 선수가 될 것"이라고 격려했다.에이브럼스는 마르티네스 감독, 갈로의 말처럼 아직 어린 선수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에서 유망주 시절을 보낸 그는 전미 유망주 랭킹 최상위권에 들었지만, 김하성이나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 등 샌디에이고 유격수 선배들을 이겨내지 못했다. 샌디에이고는 그를 주전으로 쓰지 않고 2022년 워싱턴과 트레이드했다. 워싱턴에게도 에이브럼스는 주요 자원이었다. 2021년 트레이 터너와 맥스 슈어저, 2022년 소토를 트레이드시킨 워싱턴은 전면 리빌딩 과정에서 터너 대신 새 주전 유격수를 맡을 선수가 필요했다. 에이브럼스를 포함해 소토를 내주고 받은 유망주들의 활약이 절실했다.일단 워싱턴이 내준 소토는 자유계약선수(FA)를 앞둔 올해도 활약이 빼어나다. 21일까지 타율 0.288 40홈런을 때리며 5억 달러(6680억원) 계약이 유력하다. 그런 소토가 떠나 있는 사이 워싱턴은 어린 선수들을 키우는 데 전념했다. 에이브럼스도 올 시즌 138경기 타율 0.246 20홈런 65타점 31도루 OPS(출루율+장타율) 0.747을 기록하며 가능성을 보였다. 수비는 불안하나 호타준족 타격을 펼치며 올스타에도 선정됐다.하지만 재능만으론 소토의 빈자릴 채울 수 없다. 전면 리빌딩의 모범 사례로 꼽히는 휴스턴 애스트로스, 볼티모어 오리올스는 성실함과 실력을 겸비한 선수들로 정상에 오른 바 있다. 반면 에이브럼스가 이번과 같은 일탈을 이후에도 반복한다면, 워싱턴은 새로운 팀을 꾸리는 데 계속 고민하게 될 거로 보인다.차승윤 기자 chasy99@edaily.co.kr 2024.09.22 09:18
연예일반

박재범을 사랑했던 BM, 첫 솔로 EP 어땠나… “수위 높아요” [IS인터뷰]

“저는 제 보컬을 싫어했어요. 목소리 톤에 대한 만족도가 낮았거든요. 그래서 박재범, 태양 등 존경하는 선배들의 창법을 따라 했죠. 그런데 저한테는 어울리지 않더라고요. 여전히 보컬 실력은 좋지 않지만 저의 톤을 찾은 것 같아서 기뻐요.”솔직하고 쿨하다. 혼성그룹 카드(KARD)의 멤버 BM이 첫 미니음반 ‘엘리먼트’(Element)를 준비하며 아티스트로서 분기점을 맞이했다고 밝혔다. 본인 스스로 “과거의 나는 많이 부족했다”고 웃으며 이야기하는 BM에서 쿨향이 진동했다. ‘엘리먼트’는 BM에게 여러모로 의미가 깊다. 지난 2017년 혼성그룹 카드로 데뷔 이후 첫 솔로 미니음반이자, 어릴 때부터 동경해 오던 가수 박재범과 처음으로 협업한 앨범이기 때문이다. BM은 “꿈만 같은 일이 일어났다”며 인터뷰 내내 미소를 감추지 못했다. BM이 박재범을 좋아하게 된 건 지난 2011년 SBS 서바이벌 프로그램 ‘K팝스타’에 출연하면서부터다. 미국 캘리포니아 출신인 BM은 당시 가수를 꿈꿔 ‘K팝스타’에 나갔지만, 한국 문화에 대해 잘 몰랐고 심지어 한국어마저도 서툴러 마음고생을 꽤했다. 그때 BM은 한국 음악방송이나 각종 예능에서 박재범을 보게 됐고 ‘나도 저 사람처럼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됐다고. 그리고 정확히 13년 뒤 BM이 작사·작곡한 노래에 박재범이 피처링으로 참여하는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나게 된 것이다. BM 스스로 굉장히 만족한다고 밝힌 타이틀 곡 ‘넥타’(Nectar)는 아프로비트 기반 팝 장르로 BM 특유의 매력적인 저음이 돋보이는 곡이다. 사전적 의미로 ‘꽃의 꿀’이나 ‘진한 과일즙’을 의미하는 ‘넥타’는 사랑 소재의 곡에서 자주 쓰이는 단골 제목이다. BM이 발매하기 앞서 그룹 더보이즈 역시 ‘넥타’라는 곡을 냈었다. “제목을 고칠 생각이 있었냐”는 질문에 BM은 “고칠 생각은 없으세요”라고 다소 서툰 한국말이지만, 단호하게 대답해 웃음을 자아냈다. 그는 “제목은 겹치지만 곡 가사와 분위기, 멜로디는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신경 쓰지 않았다”고 이유를 밝혔다. ‘넥타’ 외에도 ‘엠버스’(Embers), ‘로열티’(Loyalty), ‘모션’(Motion), ‘배드걸 배드보이’(Badgirl Badboy) 등 총 4개 트랙이 담긴다. BM이 전곡 총괄 프로듀서로서 열정을 쏟았다. 그는 “사랑, 이별, 질투와 같이 남녀 간에서 비롯된 다양한 감정을 다뤘다”며 “앨범명 ‘엘리먼트’가 원소라는 뜻인데 원소는 어떤 조합에 따라 치명적이기도 하고 필수적인 요소로 바뀌지 않냐. 사랑도 마찬가지라 생각한다. 저 역시 원소 같은 사람들 사이에서 성장했고 이를 앨범에 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BM이 전하는 묵직한 사랑 이야기는 통했다. ‘엘리먼트’는 발매 직후 폴란드 아이튠즈 ‘톱 앨범’ 차트에서 1위를 차지, 타이틀 곡 ‘넥타’ 역시 아르헨티나, 파라과이 아이튠즈 ‘톱 송’ 차트에서 1위를 차지하는 쾌거를 이뤘다. 이외에도 BM은 ‘엘리멘트’로 미국, 폴란드, 터키 아이튠즈 K-POP 톱 앨범 차트에서도 1위를 기록하며 북남미 지역에서 큰 인기를 견인했다. 실제로 BM은 카드 활동 당시에도 남미 쪽에서 유독 인기가 많았다고 한다. 그는 “콘서트를 열면 할머니분들이 오시더라. 손녀, 손자 손에 억지로 이끌려서 오신게 아니라 본인 발로 직접 오셨다고 저에게 말해주셨다”며 “음악을 사랑하고 좋아하는 데는 나이제한이 없구나를 느꼈다. 지금도 소중한 기억으로 남아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BM은 인기에 힘입어 오는 14일부터 미국 로스앤젤레스를 시작으로 댈러스, 시카고, 뉴욕, 애틀랜타, 워싱턴, DC 등 미국 내 6개 도시에서 첫 솔로 투어를 펼친다. 카드 멤버로서는 투어 경험이 많지만 솔로로서는 처음이기에 BM은 설레는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재미있게 준비하고 있어요. EP를 내는 마음과 비슷한 것 같아요. 이번 투어는 수위가 좀 세요. 만 12세 미만은 못 들어오거든요. 술도 자유롭게 마시고 파티 같은 분위기를 만들고 싶었어요. 또 고향에서 하는 공연이라 감회가 남달라요. 티켓판매도 나쁘지 않다고 하더라고요. (웃음) 솔로 가수로서 큰 경험이 될 것 같아요.”김지혜 기자 jahye2@edaily.co.kr 2024.05.12 11:06
연예일반

이번엔 하우스? 라이즈, 이들에게 ‘임파서블’한 장르는 없다

그룹 라이즈가 하우스 음악을 독자적 장르인 ‘이모셔널 팝’으로 재해석한 신곡으로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리듬감 있는 하우스 비트에 신비로운 분위기의 신디사이저 사운드를 더해 지난 18일 공개한 ‘임파서블’(Impossible)이 그것. 라이즈는 앞서 공개된 ‘사이렌’에서 붐뱁 스타일의 90년대 힙합 장르를 선보이더니 ‘임파서블’에서는 청량감이 극대화되는 하우스 장르를 주력으로 앞세웠다. 하우스 음악은 1980년대 초반 디스코 붐이 시들해지던 때, 이를 되살리기 위해 DJ 프랭키 너클즈가 시카고 클럽 ‘웨어 하우스’에서 디스코 음악을 편곡해 만든 새로운 장르다. 시카고에 있는 사람들은 그의 음악에 열광했고, 이게 하우스 음악의 시작이었다. ‘임파서블’은 오는 6월 첫 미니앨범 ‘라이징’(RIZING) 발매의 시작을 알리는 프롤로그 싱글이다.‘임파서블’은 발매 직후 멜론 최신 차트(발매 1주 이내) 1위·핫100(발매 30일 이내) 3위·톱100 26위, 바이브 급상승 1위, 벅스 실시간 3위 등 피크 순위 기준 국내 주요 음원 차트 상위권을 차지했다. 유튜브 인기 급상승 음악 1위에도 올랐다. ‘임파서블’이 팬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하고 있다는 증거다. ‘임파서블’ 뮤직비디오도 주목할 만하다. SM에 따르면 ‘임파서블’ 뮤직비디오는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단 하나의 세트장 없이 올 로케이션으로 촬영했다. 그 덕분인지 인위적인 느낌이 없다. 햇살이 쏟아지는 광장, 노을 지는 바다, 밤 시간대 지하철 등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흘러간다. 22일 기준 라이즈 ‘임파서블’ 뮤직비디오 조회수는 620만 회를 넘어섰다. 지난해 9월에 데뷔한 라이즈는 데뷔곡 ‘토크 섹시’를 시작으로 ‘겟어 기타’, ‘러브 119’ 그리고 ‘임파서블’까지 다양한 장르를 선보였다. 공통점이 있다면 독자적인 장르 이모셔널 팝을 기반으로 한다는 것이다. 이모셔널 팝을 직역하면 감정적인 음악이라는 뜻이다. 라이즈는 멤버들이 성장하면서 겪는 다양한 경험과 감정을 가사로 표현한다. ‘모두가 불가능해 안 된다고 하지 왜 Can't lose / It's impossible Got me dyin' to realize it now /모두 너로 가능해 넌 날 완성하게 해.’ ‘임파서블’ 가사는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여기더라도 서로 같은 꿈을 향해 함께 나아간다면 불가능이란 없다는 희망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처럼 서정적인 가사와 듣기 편한 이지 리스닝을 추구하지만, SM 출신답게 보여지는 음악은 강렬하다. 특히 ‘사이렌’으로 라이즈는 퍼포먼스 강자라는 새로운 수식어를 얻었다. ‘사이렌’은 LA의 유명 안무가 조시 프라이스와 처음 협업한 곡이다. ‘사이렌’ 가사에 맞춰 빠르게 움직이는 팔과 다리가 특징이다. 이를 보고 누리꾼들은 “바닥이 뜨거운 게 아니라면 저 스텝은 믿기지 않는다”며 놀랍다는 반응이다.‘임파서블’에서는 다양한 하우스 스텝이 믹스됐다. 곡 초반에는 킥과 턴이 결합된 일명 ‘발차기’ 포인트 안무로 시작해, 중간지점에는 빠른 속도감의 하우스 스텝을 자랑한다. 그리고 후반부에는 분위기를 반전시켜 골반의 움직임을 강조한다. 일반적으로 안무는 하나의 성향을 쭉 밀고 나가기 마련인데 ‘임파서블’에서 라이즈는 젠더의 경계를 넘나들며 묘한 쾌감을 안겨준다. 실제로 라이즈 멤버들은 ‘사이렌’보다 ‘임파서블’ 안무가 더 어렵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세계적인 안무가 키오니 마드리드와 국내외 하우스 신에서 인정받고 있는 토치 리 등과 함께 ‘하우스 댄스’ 레슨을 받으며 완성도를 높였다는 후문이다. 김도헌 대중음악 평론가는 “‘임파서블’은 노래와 퍼포먼스적으로 굉장히 훌륭하다. 라이즈의 그간 ‘겟어 기타’, ‘러브 119’까지는 레트로한 성향을 보였다면, 이번 ‘임파서블’에서는 하우스 장르를 접목해 색다른 시도를 했다”고 긍정적인 평가를 했다.그러면서 “다만 과거 2010년에 샤이니, f(x)가 선보인 노래들과 유사한 부분도 있다. 앞으로 라이즈가 선배들의 유산을 적절히 활용하되, 본인들만의 정체성을 뚜렷하게 확립시켜야 한다”고 조언했다.김지혜 기자 jahye2@edaily.co.kr 2024.04.23 05:50
프로야구

[단독] 다카쓰 신고의 당부 “내가 알던 한국 야구 아니야…기본으로 돌아가라” [창간 54]

일간스포츠가 창간 54주년을 맞아 '레전드의 일침'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2023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등에서 드러난 한국 야구에 대한 부진 이유를 되짚어 보고, 개선 방향을 논의하자는 취지입니다. 본지는 하리모토 이사오(한국명 장훈), 이토 쓰토무, 다카쓰 신고, 김성근 등 한국과 일본 야구에 정통한 레전드부터 일침(一針)을 들었습니다. 한국 야구가 다시 도약하길 바라는 이들의 ‘비수 같은 훈수’를 독자 여러분과 야구 관계자들에게 전합니다. 2008년 어느 날, 이광환 우리 히어로즈(현 키움) 감독이 코칭스태프 회식을 열었다. 경기 후 코치들, 그리고 몇몇 고참급 선수들과 술잔을 기울이며 회포를 푸는 자리였다. 당시 기자도 그 자리에 참석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을 기회를 얻었다. 참석자 중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이 다카쓰 신고였다.당시 다카쓰는 히어로즈의 외국인 투수였다. 일본 프로야구(NPB)에서 네 차례나 구원왕에 올랐던 그는 미국 메이저리그(MLB)에서 두 시즌 동안 활약하기도 했다. 화려한 커리어를 가진 그가 마흔 살 나이에 KBO리그에서 뛰는 자체가 놀라웠는데, 사적인 자리에서도 한국 선수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리는 장면도 퍽 인상적이었다.다카쓰가 KBO리그에서 뛴 것은 한 시즌에 불과하다. 그러나 선수로서 직접 뛰고 부딪혔기에 한국야구에 대한 그의 관심과 이해가 높다. 현재 NPB 야쿠르트 스왈로스 감독을 맡고 있는 그에게 KBO리그와 2023년 WBC 4강에서 탈락한 한국 야구대표팀 대해 물었다. 투수 제구력 현저하게 퇴보다카쓰는 "내 입장에서 한국야구 대표팀의 실력을 정확하게 설명하기는 어렵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예전과 비교하면 투수와 타자들의 기량이 저하됐다. (2023년 WBC에서는) 이전의 한국 대표팀 같지 않았다"고 설명했다.MLB와 NPB, KBO리그 모두에서 정상급 마무리 투수로 활약한 그는 특히 한국 마운드에 대한 충고를 잊지 않았다. 다카쓰는 "한국 투수들의 제구력이 현저하게 떨어져 있었다. 게다가 타자를 상대하는 요령이 턱없이 부족해 보였다. 힘에만 의존해서 공을 던지던데, 요즘에는 시속 150㎞의 빠른 공도 타자들이 잘 쳐낸다. 그럴수록 투수에겐 세밀함이 정말 중요하다"고 강조했다.어떤 경기나 선수를 특정하지 않았으나, 다카쓰가 본 장면은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WBC 1라운드 한국-호주전(3월 9일), 한국-일본전(3월 10일)인 것으로 보인다. 당시 한국은 두 경기에서 무려 17이닝 동안 21자책점(팀 평균자책점 11.12)을 기록했다.특히 일본전 4-6으로 뒤진 6회 말 무사 3루 위기에서 등판한 김윤식, 정우영, 이의리의 부진이 뼈아팠다. 코너워크를 할 제구가 안 되고, 스트라이크존 가운데로 투구할 구위와 배짱은 없었다. 이 순간, 한국 투수와 일본 타자의 격차는 어느 때보다 컸다. 몇 몇의 잘못도 아닌, 한국 마운드의 총제적인 문제가 드러난 장면이었다.다카쓰는 "사실 이건 기본기의 문제다. 투수는 학창 시절부터 (좋은 폼으로) 많이 던져야 한다. 나도 수백 개씩 투구했다. 불펜에서도 많이 던졌고, 타자들의 훈련을 도우면서 또 던졌다"고 말했다.그가 말하는 건 '용불용설(用不用說)'이다. 많이 던질수록 투수의 팔이 단련되고, 제구도 좋아진다는 주장이다. 이는 투구 수 관리를 중시하는 현대 이론과 배치되기는 한다. 다카쓰는 투수의 기량이 일정한 수준에 오르기까지는 충분히 훈련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선수 시절 다카쓰는 '특별한 공'을 던지지 못했다. 1991년 야쿠르트에 입단한 그는 선발 투수로서 자리 잡지 못하다가 구원 투수로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시속 130㎞대의 주 무기 싱커를 스트라이크존 구석구석으로 던졌다. 어려운 공이 아닌 것 같은데 그를 상대한 타자들은 정타를 맞히지 못했다. 더 던지고, 더 연구하는 일본 투수들다카쓰가 KBO리그 선수로 뛰었던 2008년은 한국 야구의 전성시대였다. 한국 야구는 그해 베이징 올림픽에서 일본과 쿠바를 꺾고 금메달을 따냈다. 이를 바탕으로 한국은 2009년 WBC에서는 일본과 5차례 명승부(2승3패)를 벌이며 준우승을 차지했다.다카쓰는 "기본적으로 한국 야구의 수준은 높다고 생각한다. (발전) 가능성이 큰 팀"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또 "한국 대표팀의 기량이 일본 팀과의 차이가 크지 않다"고도 덧붙였다. 한국 매체와 인터뷰에서 나온 립서비스일 수 있다. 그래도 10여 년 전에는 크지 않았던 한일 야구의 격차가 몇 년 사이 더 벌어진 건 틀림없다.2023년 WBC 최우수선수(MVP) 오타니 쇼헤이뿐 아니라, 일본에는 체격과 파워가 뛰어난 선수들이 계속 등장하고 있다. 세대교체에 실패한 채 여전히 김광현‧양현종에게 대표팀을 맡기는 KBO리그와 크게 대비됐다.다카쓰는 "일본 선수들은 정말 열심히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과학적 데이터를 기반으로 훈련 방법이 체계적으로 바뀌었다. 덕분에 (타자의) 파워와 (투수의) 스피드가 향상되고 있다. 젊은 선수들이 (옛날 선배들보다) 많이 훈련하고, 연구한다"고 전했다. 그는 또 "한국야구의 잠재력은 여전히 높다고 생각한다. (일본과 대등해지려면) 기본기에 충실해야 할 거다. 기본기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말했다.김식 기자◆다카쓰 신고(高津臣吾, 1968년 11월 25일~)일본 프로야구 야쿠르트 스왈로스 감독. 1991년 야쿠르트에 입단해 1994년 센트럴리그 구원왕을 시작으로 네 차례 타이틀을 차지했다. 2004년 MLB 시카고 화이트삭스, 2005년 뉴욕 메츠에서 활약한 뒤 2006년 야쿠르트로 복귀했다. NPB 통산 286세이브, MLB 통산 27세이브를 기록하며 사사키 가즈히로에 이어 두 번째로 미‧일 300세이브를 돌파했다. 또 2008년에는 KBO리그(8세이브), 2010년에는 대만 프로야구(CPBL, 26세이브)를 경험했다. 이후 일본 독립리그 팀에서 선수 겸 감독으로 뛰다 2014년부터 야쿠르트 투수 코치를 맡았다. 2020년 야쿠르트 감독에 오른 뒤 2021년 센트럴리그 우승과 일본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다. 2023.09.27 11:00
메이저리그

'다저스 공식 입단' 장현석 "커쇼 닮고 싶다...오타니와 승부 고대"

고교 넘버원 투수 장현석(18·마산용마고)이 다저스 유니폼을 입었다. 그는 메이저리그(MLB) 대표 선수들과의 맞대결을 고대했다. 장현석은 14일 서울 용산구 드래곤시티호텔에서 LA 다저스 입단식 겸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 자리에는 존 디블 다저스 태양양 지역 스카우팅 디텍터, 딘 킴 한국 담당 국제 스카우트, 이예랑 리코스포츠에이전시 대표가 참석했다. 앤드류 프리드먼 다저스 사장은 영상 메시를 통해 축하를 전했다. 2004년생 우완 정통파 투수인 장현석은 탁월한 신체 조건(키 1m90㎝·몸무게 90㎏)에서 나오는 150㎞/h 대 중반 강속구로 일찌감치 MLB 구단 스카우트들의 주목을 받았다. KBO리그 입성과 미국 무대 조기 진출 중 고민을 하다가, 더 넓은 무대를 먼저 밝기로 결정했다. 그의 국내 에이전시 리코스포츠는 지난 9일 "장현석과 다저스와 계약금 90만 달러(한화 11억 8000만원)에 계약했다"라고 알렸다. 선수가 해외 진출을 결정한 뒤 계약이 급물살을 탔다. 다저스의 올해 국제 아마추어 보너스 풀(각 구단에 할당된 국제 선수 계약 상한액)은 414만 4000달러였다. 보너스 풀이 6500달러 밖에 남지 않았던 다저스는 유망주 2명을 시카고 컵스에 보내면서 자금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저스가 장현석의 잠재력을 얼마나 높이 평가하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존 디블 디렉터는 "마이너리그 감독(마이애미 말린스) 시절 조쉬 베켓을 커브를 보며 받은 느낌을 장현석의 그것으로 보면서 다시 확인했다. 태평양 지역 스카우트 7명이 전원 장현석의 자질을 높이 평가했다"라고 전했다. 장현석은 이날 입단 기자회견에서 현역 최고 선수인 오타니 쇼헤이(LA 에인절스)와의 대결을 고대했다. 이어 다저스의 '영원한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 같은 선수가 되고 싶다고 다짐했다. 다음은 장현석과의 일문일답. - LA 다저스와 계약했다. 소감을 전한다면. "솔직히 다저스에 입단할 줄 몰랐다. 다저스가 나에게 대해 관심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계약까지 이뤄질 지 몰랐다. 이 유니폼을 입게 돼 영광이다."- 축하를 많이 받았을 것 같다."동료·지도자 모두 많이 축하해줬다. 특정 한 사람을 꼽기 어렵다."- 다른 팀 관심도 많이 받은 것으로 안다. 다저스를 선택한 이유가 있다면. "나를 오랜 시간 지켜본 것을 알고 있었다. 예전 투구 영상, 현재 영상 분석을 보여주며 성의를 보였다. MLB 30개 구단 중 투수 육성을 가장 잘 하는 구단이라고 생각한다. 한국 야구팬도 익숙한 팀이다."- KBO리그를 거친 뒤 MLB로 나가도 성공하는 사례가 있다. 미국 무대 직행을 결정한 이유는."한국 프로야구에서 뛸 수도 있었겠지만, 내 최종 목표는 항상 MLB였다. 좋은 환경에서 야구를 할 수 있다는 기대도 있다. '피칭 디자인' 등 한국에서 배우는 것보다는 미국에서 여러가지를 배우는 게 더 좋을 것 같았다."- 목표로 잡은 빅리그 입성 시점이 있나."빨리 올라가면 좋겠지만, 가서 어떻게 할 지 봐야한다."- 닮고 싶은 투수가 있다면."클레이튼 커쇼처럼 다저스에서 오래 뛰며 1선발, 에이스 역할을 하고 있는 투수가 떠오른다. 그를 닮고 싶다. 커쇼 같은 투수가 되고 싶다"- 일본인 투수 다르빗슈 유도 좋아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내가 좋아하는 투구 느낌이다. 영상을 많이 봤다. 보고 배우려고 했다." - 상대해보고 싶은 타자가 있다면."많은 타자가 있지만, 오타니 쇼헤이 선수를 상대하고 싶다. 현재 MLB 최고 타자로 평가 받을만큼 빼어난 성적을 내고 있다. 같은 아시아 출신 선수이기도 하다. 내가 다르빗슈 유 선수 다음으로 존경하는 선수가 오타니다."- 박찬호·류현진의 뒤를 있는 다저스맨이 될 것으로 기대받고 있다. "지금은 MLB에 입성하는 게 목표다. 그게 이뤄지면, 다저스라는 구단 안에서 선발 투수가 되는 게 목표다."- 두 선배들처럼 얻고 싶은 별명이 있다면.(박찬호는 코리안 특급, 류현진은 코리안 몬스터라는 별명이 있다)"아직은 생각해보지 않았다. (좋은) 별명을 지어주셨으면 좋겠다."- 영어 공부는 하고 있나."조금씩 하고 있다. (장현석은 존 디블 디렉터에게 간단하게 영어로 자기 소개를 했다)- 출발선에 섰다. 각오를 전한다면."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용산=안희수 기자 anheesoo@edaily.co.kr 2023.08.14 15:15
메이저리그

'해적선 복귀' 배지환 "선장님 돌아오셨다...베테랑 경험 다 빼먹어 볼게요"

배지환(24·피츠버그 파이리츠)이 다시 해적선에 타러 미국으로 떠났다.배지환은 10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미국으로 떠났다.출국 전 취재진과 만난 배지환은 "지난해 메이저리그(MLB) 첫 안타, 도루, 타점을 모두 올렸다. 이제 홈런이 나올 차례"라며 "한국에서 훈련하면서 밥 먹고 웨이트 트레이닝만 했다. 집밥 많이 먹고 싶어서 늦게 출국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한국에 머무는 동안 가장 기억에 남는 일로는 자신이 뛰었던 북구B리틀 야구단을 방문해 야구용품 선물과 재능 기부를 했던 걸 꼽으며 "야구를 시작했던 곳에 가서 옛날의 나와 같은 애들에게 한 마디 조언을 해줄 수 있던 게 너무 좋았다"고 떠올렸다.배지환은 역대 26번째 한국인 메이저리거다. 경북고를 졸업하고 2018년 피츠버그와 계약한 배지환은 지난해 트리플A에서 108경기에 출전하며 타율 0.289(419타수 121안타) 8홈런 53타점으로 커리어하이를 기록했다. 트리플A 구단인 인디애나폴리스 인디언스가 선정한 최우수선수(MVP)에도 뽑혔다. 구단 지시대로 내·외야 거의 전 포지션을 소화하며 가치를 높인 끝에 빅리그 콜업에 성공했다.배지환은 유틸리티 소화에 대해서도 거부감이 없다고 했다. 그는 "잘난 척 하는 건 아니고, 어느 포지션이든 너무 편하다"며 "욕심이 있다면 선발 라인업 안에 드는 것이다. 어떤 포지션인지, 몇 번 타순인지를 고집하는 성격은 아니다"고 했다.지난해 9월 24일(한국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 PNC 파크에서 열린 시카고 컵스와의 경기에 9번 타자 2루수로 선발 출전한 그는 데뷔전에서 첫 안타와 2도루에 성공했다. 이어 이튿날 이어진 컵스와 경기에서는 첫 장타(2루타)와 타점도 만들었다. 최종적으로 10경기 타율 0.333(33타수 11안타) 6타점 3도루를 기록하며 적은 경기에도 가능성을 인정 받았다.배지환은 현재 피츠버그 40인 로스터에 포함됐다. 초청 선수가 아닌 '빅리거' 자격으로 21일 시작하는 피츠버그 메이저리그 스프링캠프에 합류한다.배지환은 더 나아가 개막 로스터(26명) 진입과 선발 출전을 노린다. 피츠버그에는 앤드류 매커친, 최지만, 카를로스 산타나 등 고참들이 대거 합류했다. 배지환은 그들의 힘을 기대했다. 배지환은 "선장님(매커친)도 돌아오셨고, 난 이제 막 데뷔한 루키다. '올해 어떻게 하겠다'라고 하기보다 베테랑 선배들께 하나하나 다 빼먹으면서 배우고 싶다"며 "또래 친구들밖에 없어서 솔직히 팀 분위기가 산만한 것도 맞았다. 냄비처럼 잘할 때는 뜨겁고 못할 때는 식는 면이 있었는데 선배들이 잡아줄 것 같다. 최지만 선배와도 너무 친하다. 내가 송구를 못 던져도 잘 잡아주시면 좋겠다"고 했다.한편 피츠버그에는 또 다른 한국 선수도 추가됐다. 지난달 계약을 맺은 심준석 역시 미국으로 건너가 과거 배지환처럼 마이너리그부터 차근차근 승격을 노리게 됐다. 배지환은 "성격 나름, 하기 나름이다. 내가 뭐라 하는 건 오지랖이다. 포지션도 다르다"이라며 "준석이도 인정받고 미국에 오는 것이니 알아서 잘할 것이다.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얘기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배지환은 "지난해 모습을 좋게 봐주셔서 고맙다. 올해는 안 다치고 풀타임을 소화하고 싶다. 1년 내내 나를 시험해보고 싶다"며 "팬분들께 보는 재미가 있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다짐했다.차승윤 기자 chasy99@edaily.co.kr 2023.02.10 09:03
프로야구

내년 봄, 미국서 '이정후 쇼케이스' 열린다

미국 메이저리그(MLB) 진출 도전을 공식 선언한 이정후(24·키움 히어로즈)의 쇼케이스가 내년 2월 막을 올린다. 키움은 2023년 스프링캠프를 미국 애리조나 피닉스에 차린다. MLB 애리조나 다이아몬드 백스가 사용하는 스콧 데일에서 3년 만의 해외 전지훈련을 실시한다. 캠프지 마련에 있어 '이정후 효과'가 작용했다. 해외 진출을 앞둔 이정후를 가까이서 지켜보기 위해 애리조나 구단이 협조했다. 캠프 초반부터 MLB 스카우트가 대거 몰릴 것으로 보인다. 이정후는 2주가량 키움 동료들과 훈련한 뒤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에 합류할 예정이다. 대표팀은 내년 3월 초 개막하는 WBC를 앞두고 2월 중순 애리조나에서 소집된다. 이정후에게 2023 WBC는 상당히 중요하다.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한데 모여 기량을 겨루는 대회이기 때문이다. 앞서 이정후가 경험한 국제대회와는 차원이 다르기 때문이다. 도쿄 올림픽(2021)과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2018) 당시 국가별 전력 차가 상당했다. 프리미어12(2019) 역시 일본을 제외하면 정상급 전력을 갖춰 나온 팀은 없다. 이정후는 국제대회 통산 24경기에 출전해 타율 0.319(91타수 29안타) 출루율 0.381 장타율 0.571을 기록했다. 김인식 전 국가대표 감독은 "아직도 1회 WBC 2라운드에서 미국을 상대로 거둔 7-3 승리는 꿈만 같다"라며 "올림픽과 프리미어12는 WBC보다 두 단계 아래 대회"라고 말했다. 미국과 일본은 2023 WBC에서 최강 전력 구축에 힘을 쏟고 있다. WBC 미국 대표팀 합류를 20일 공식화한 클레이튼 커쇼(LA 다저스)를 비롯해 아담 웨인라이트(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랜스 린(시카고 화이트삭스) 네이선 이발디(FA·이상 투수) 폴 골드슈미트(세인트루이스) 트레버 스토리(보스턴 레드삭스) 놀란 아레나도(세인트루이스) 마이크 트라웃(LA 에인절스) 등 MLB 대표 스타들이 참가 의사를 전했다. 일본은 오타니 쇼헤이(에인절스)와 다르빗슈 유(샌디에이고 파드리스)가 WBC 출전을 선언했고, 자국 리그에서 뛰는 정상급 투수들도 대거 출전한다. 한국은 1라운드에서 일본(3월 10일)을 상대한다. 미국과는 4강 진출 이후에나 맞불을 수 있다. 1~2라운드에서 만날 수 있는 네덜란드와 쿠바 전력도 만만치 않다. 도미니카공화국·푸에르토리코·베네수엘라 대표팀에도 현역 메이저리거가 뛸 것으로 보인다. 이정후의 기량을 가늠할 수 있는 무대다. 앞서 많은 선배들이 국제대회를 발판 삼아 해외 무대로 진출했다. 2009년 WBC에서 김태균(타율 0.345 3홈런 11타점)과 이범호(타율 0.400 3홈런 7타점)가 맹타를 휘두른 뒤 일본으로 건너갔다. 초대 우승을 차지한 2015년 프리미어12에선 김현수가 8경기에서 타율 0.344 13타점을 올린 후 볼티모어 오리올스와 2년 700만 달러에 계약했다. 박병호는 같은 대회에서 타율은 0.207로 낮았지만, 높은 장타율(0.517, 2홈런)을 자랑하며 미네소타 트윈스 유니폼을 입었다. 포스팅 금액은 1285만 달러였고, 옵션까지 포함하면 5년 최대 1800만 달러를 받는 조건이었다. 1~2회 WBC와 2015프리미어12 지휘봉을 잡은 김인식 전 국가대표 감독은 "한국 대표팀의 성적이 좋으면 우리 선수들이 더 잘해 보인다. 해외 진출 시 프리미엄이 붙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이형석 기자 2022.12.21 05:30
프로야구

[레전드의 수다] '라떼'는 그랬지…"동원이와 찍은 사진 없어"

"옛날에는 기자들이랑 전기 리그 끝나고 야유회도 갔지."(선동열 전 국가대표 감독) "그 당시 낮 경기 끝나면 집에서 기자들하고 고스톱도 쳤어."(김시진 전 롯데자이언츠 감독) "시카고 화이트삭스에 있을 때 쟤(선동열 감독) 좀 데려오라고 추천했는데…."(이만수 전 SK 와이번스 감독) 멍석을 깔아주니 이야기보따리가 풀어졌다. 한 시대를 풍미한 프로야구 레전드인 만큼 입담의 무게도 묵직했다. 케케묵은 비하인드 스토리부터 과거엔 민감할 수 있는 '영업 비밀'까지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일간스포츠 창간 53주년 사진전에서 공감대가 형성된 키워드는 역시 '사진'이었다. 김시진 전 감독은 "다 뺏겨서 없다. 1987년쯤인가, 책을 쓴다고 해서 (출판사에) 사진을 거의 200장 정도 줬던 거 같다. 그걸 돌려받지 못했다"며 "며칠 전 (최)동원이 관련해서 인터뷰했는데 대학생 때 대표팀에 뽑혀 같이 찍은 사진도 없더라. (이만수 전 감독을 가리키며) 당신하고 찍은 사진도 2~3장밖에 없다"고 아쉬워했다. 김시진 전 감독과 이만수 전 감독은 대구상고(현 대구상원고)와 한양대 동문에다 삼성 라이온즈에서 배터리로 호흡을 맞춘 '절친'이다. 서로를 알고 지낸 시간이 꽤 길지만, 학창시절 함께 찍은 사진은 귀하디귀하다. 옆에 있던 선동열 전 감독이 거들었다. 선수 시절 불세출의 스타였던 선 전 감독은 일거수일투족이 스포츠신문 1면을 장식했다. 그와 관련한 사진을 선점하려고 사진 기자들의 경쟁도 불꽃 튀었다. 선동열 전 감독은 "그때만 해도 집에 와서 사진을 많이 찍었다. 앨범을 보고 '이거 좀 쓰고 돌려주겠다'고 그랬지만 실제 돌려준 경우는 거의 없다. 그래서 어릴 때 사진이 아예 없다"고 푸념했다. 김시진 전 감독은 "사진하면 생각나는 일화가 하나 있다"며 "1978년 이탈리아 세계선수권대회에 나가서 (박)철순이형이 필름 카메라를 하나 샀다. 로마 트레비 분수 앞에서 선글라스 끼고 폼을 잡았다. 지나가던 사람한테 사진을 부탁했는데 빽빽(back back) 외치며, 계속 뒤로 가라고 하더라. 그 순간 카메라를 갖고 도망갔다. 그땐 내가 발도 빨랐는데 그를 잡지 못했다"며 웃었다. 취재 환경도 달라졌다. 과거엔 일간스포츠를 비롯한 오프라인 몇몇 매체만 야구를 취재했다. 현장 기자가 적으니 가족 같은 분위기가 유지됐다. 선동열 전 감독은 "전기 리그가 끝나면 후기 리그를 앞두고 브레이크 타임이 있었다. 그때 기자들과 야유회를 가서 각종 고기를 함께 먹었다. 해태의 전통 같은 거였다"고 회상했다. 김시진 전 감독은 "그 당시 (기자라고 하더라도) 나이가 많으면 형처럼 생각하고 같이 어울렸다"며 "부산(롯데)에 있을 때는 와이프한테 전화해서 (기자들과) 집으로 갔다. 거기서 고스톱도 치고 복개천에 나가서 술도 함께 마셨다"고 맞장구를 쳤다. 선동열 전 감독과 김시진 전 감독은 '슬라이더 마스터'라는 공통점이 있다. 김 전 감독은 "선 감독 공을 처음 본 게 1982년 세계선수권대회에 차출되고 나서다. 그때 선 감독은 고려대를 다닐 때였고, 난 군대 상병이었다. 서울 역삼도 반도유스호스텔에서 합숙했는데 선 감독의 슬라이더를 보고 깜짝 놀랐다"며 "어떻게 슬라이더 추진력이 저렇게 좋을까 싶었다. 타자 앞에서 꺾이는 게 내가 던지는 슬라이더하고 차이가 있었다. 다만 어떻게 던지냐고 물어보진 못했다"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멋쩍게 칭찬을 듣고 있던 선동열 전 감독은 "시진이 형이나 (임)호균이 형을 비롯해 선배들이 던지는 걸 보고 '우리나라 투수가 최고구나' 싶었다. 시진이 형은 투구 폼이 굉장히 간결하면서도 부드러웠다. 커맨드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엄지를 치켜들었다. 이만수 전 감독은 선동열 전 감독을 향해 "쟤가 왔어야 했다"며 농을 쳤다. 이 전 감독은 1997시즌을 끝으로 선수 생활을 마쳤다. 이듬해 미국 행을 선택했고 2000년부터 2006년까지 시카고 화이트삭스 불펜 포수와 불펜코치로 활약했다. 이만수 전 감독은 "당시 켄 윌리엄스 화이트삭스 단장과 제리 매뉴얼 감독에게 (선동열) 영입을 추천했다. 선동열 감독은 영리해서 잘할 거 같았다"며 "(그 당시 미국에선) 아시아 야구를 얕보는 게 있었다. 선동열 감독이 (메이저리그를) 통일시켰어야 했는데 결과적으로 그렇게 되지 않았다. 조계현, 이강철까지 3명을 추천했는데 모두 내 타율을 깎아 먹은 투수들"이라고 추억했다. 이만수 전 감독은 "미국에서 깜짝 놀란 건 영업 비밀이라고 할 수 있는 걸 선수들에게 물어보면 다 알려주더라. 우리와 스타일이 달랐다"고 했다. 이를 듣고 있던 김시진 전 감독은 "우리 땐 올스타전을 3차전까지 했는데 당시 친한 사람들끼리 술을 마시면 그립 같은 영업 비밀을 다 알려줬다. 그래서 올스타가 아니라 '술스타'였다. 이 감독은 술과 담배를 하지 않아 몰랐을 뿐"이라며 껄껄 웃었다. 일간스포츠와 사연도 깊다. 일간스포츠는 1984년까지 국내 유일의 스포츠 전문지였다. 프로야구가 태생한 1982년에도 유일하게 현장을 지켰다. 선동열 전 감독은 "소년 체전에 나갔던 중학생 때 일간스포츠에 처음 기사가 실렸던 거 같다. (프로에 와서는) 1988년부터인가 일간스포츠가 주관하는 시상식에서 최고투수상을 다섯 번인가 연속으로 받았다. 그때만 해도 다섯 냥짜리 금메달을 부상으로 줬다. 아직도 그걸 갖고 있다. 일간스포츠와 좋은 추억이 많다"고 회상했다. 김시진 전 감독도 뒤지지 않았다. 김 전 감독은 "일간스포츠에 처음 나온 건 고등학교 1학년 때였다. 동대문야구장에서 비가 와서 노게임이 선언됐는데 다음 날 선발로 나가서 이겼다. 그때부터 인연이 시작됐다"며 "(은퇴한 뒤에는 일간스포츠 시상식에서) 프로코치상을 두 번인가 세 번 받았다. 난 일간스포츠에 서운한 게 하나도 없다"며 웃었다. 이만수 전 감독도 선수 시절 일간스포츠 시상식과 지면을 수차례 채웠다. 2017년에는 일간스포츠와 조아제약이 공동 제정한 조아제약 프로야구 시상식에서 공로상을 받았다. 자비로 자선 재단 헐크파운데이션을 만들고, 야구 불모지 라오스에 야구를 전파하는 산파 역할을 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배중현 기자 bjh1025@edaily.co.kr 2022.09.28 08:28
야구

160㎞ 파이어볼, 예열 끝났다

시속 150㎞를 훌쩍 넘는 강속구는 모든 투수의 꿈이다. 불같은 강속구를 던져 삼진을 잡아내는 장면은 야구의 묘미이기도 하다. 올해 KBO리그는 일찌감치 ‘강속구 전쟁’을 예고하고 있다. 개막(4월 8일)이 2주 넘게 남았지만, 예열을 마친 파이어볼러들의 전초전이 뜨겁다.올 시즌 가장 두드러진 강속구 투수는 두산 베어스의 새 외국인 선수 로버트 스탁(33)이다. 그는 한국 무대 첫 시범경기 등판인 지난 15일 KT 위즈전에서 최고 시속 156㎞의 직구를 던졌다. 이날 던진 공 34개 중 24개를 직구로 채웠는데, 최저 구속이 웬만한 투수의 최고 구속보다 빠른 시속 148㎞나 됐다.스탁은 지난해 메이저리그(MLB) 시카고 컵스와 뉴욕 메츠에서 불펜 투수로 뛰면서 최고 시속 101마일(약 162.5㎞)을 기록했던 강속구 투수다. 평균 시속도 96.2마일(약 155㎞)에 달했다. 그는 “직구는 내가 가진 최고의 무기다. 시즌 내내 직구 구위에는 자신이 있다”며 “정규 시즌에는 시속 160㎞ 이상으로 볼 스피드가 올라갈 것”이라고 했다.키움 히어로즈 안우진(23)은 국내 강속구 투수의 대표 주자다. 지난 15일 시범경기 LG 트윈스전에서 역시 최고 시속 156㎞의 강속구를 던졌다. 안우진은 2020년 10월17일 고척 두산전에서 시속 160㎞ 고지에 도달한 적도 있다. 9회 초 1사 후 김재환 타석 볼카운트 2-2에서 던진 5번째 직구가 시속 160㎞로 측정됐다.KBO 공식 기록통계업체 스포츠투아이에 따르면 지난해 50이닝 이상 소화한 국내 투수 중 직구 평균 시속 150㎞를 넘긴 투수는 고우석(LG·시속 152㎞)과 안우진(시속 151㎞)뿐이다. 고우석은 짧은 이닝을 전력투구할 수 있는 마무리 투수다. 힘을 안배하면서 던져야 하는 선발 투수 중 시속 150㎞대의 공을 뿌리는 건 안우진이 유일하다.안우진은 특히 전체 투구 중 시속 150㎞ 이상을 기록한 공의 비율이 가장 높은 투수로 집계됐다. 지난해 던진 공의 16.1%가 시속 150㎞를 넘겼다. 2위 윌머 폰트(SSG 랜더스·12.9%)를 크게 앞섰다.안우진은 올해도 시범경기부터 지난해 최고 구속(시속 157㎞)에 육박하는 위력을 뽐내고 있다. 홍원기 키움 감독은 “지난해 포스트시즌 와일드카드 결정 1차전(6과 3분의 1이닝 9탈삼진 2실점) 호투가 안우진에게 변곡점이 된 것 같다. 시즌 준비를 잘했고, 많이 성장했다”며 반겼다.삼성 라이온즈 알버트 수아레즈(33)와 SSG 이반 노바(35)도 파이어볼 레이스에 합류할 태세다. 수아레즈는 지난해 일본 프로야구 야쿠르트 스왈로스에서 최고 시속 160㎞를 찍었다. 올 시즌 삼성 새 외국인 투수로 계약한 뒤 “한국에서도 시속 160㎞의 강속구를 보여드리겠다”고 약속했다. 수아레즈는 아직 시범경기에 등판하지 않았다. 대신 두 차례 라이브 피칭에서 시속 150㎞까지 구속을 끌어 올렸다. 황두성 삼성 투수코치는 “구속과 제구, 밸런스가 전체적으로 좋았다”고 호평했다.노바는 MLB 통산 90승을 올린 최정상급 투수다. 개인 최고 구속이 시속 159㎞에 이르고, 지난 시즌에도 최고 시속 153㎞를 기록했다. 그는 첫 시범경기 등판인 16일 키움 전에서 직구와 투심패스트볼 모두 시속 150㎞를 찍어 기대감을 높였다.올해 프로 무대에 첫발을 내딛는 신인 투수들 역시 선배들과 구속 경쟁을 벌인다. 한화 이글스 1차 지명 신인 문동주(19)는 지난 1일 불펜 피칭에서 최고 시속 155㎞의 직구를 던져 화제를 모았다. 전력을 다하지 않았는데도 시속 150㎞를 훌쩍 넘는 구속이 나오자 메이저리그의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마저 감탄사를 내뱉었다. 문동주는 지난 11일 내복사근 손상으로 재활군에 합류했다. 한화는 “2주간 안정을 취한 뒤 훈련을 재개할 것”이라고 했다. 문동주가 부상을 털고 다시 공을 잡으면 한화 마운드에도 봄이 올 것으로 보인다. 배영은 기자 bae.youngeun@joongnang.co.kr 2022.03.18 07:51
야구

야구계 속설 얼마나 깨졌나, 팩트체크해드립니다

포츠계처럼 많은 속설과 징크스가 있는 세계도 찾기 드물다. 심지어 메이저리그에서도 지금은 깨졌지만 '밤미노의 저주(베이브 루스를 1919년 뉴욕 양키스에 판 뒤 86년 동안 우승하지 못한 보스턴 레드삭스), '염소의 저주(1945년 한 팬이 염소를 데리고 야구장에 들어가지 못하게 한 뒤 71년간 우승하지 못한 시카고 컵스)' 등이 유명했다. 과연 야구판에서 이어지던 각종 저주와 징크스는 지금도 유효할까. 새해를 맞아 '팩트 체크'해봤다. 이영민 타격상의 저주? 깨졌다 프로야구 드래프트가 다가오면 떠오르는 이름이 있다. 이영민. 일제강점기인 1905년 태어난 그는 훌륭한 야구선수이자 축구선수였고, 행정가로서도 활약했다. 1958년 대한야구협회는 그를 기려 최고의 고교 타자에게 주는 '이영민 타격상'을 만들었다. 현재는 고교야구 성적 타율 1위에게 수여된다. 그러나 이영민 타격상을 받은 선수들이 묘하게도 성인 무대에선 큰 활약을 펼치지 못해 '이영민 타격상의 저주'란 말이 만들어지기도 했다.이영민 타격상의 저주가 거론된 건 90년대 이후로 알려져 있다. 그 전까지는 백인천(1959년), 최관수(1960년), 이광환(1965년), 정현발(1971년), 김일권(1973년), 이만수(1977년) 등이 실업과 프로에서 활약했다.'저주'가 본격적으로 등장한 건 프로야구에서 드래프트의 중요성이 커진 1990년대부터다. 기대를 걸고 지명한 선수들이 꽃을 피우지 못한 사례들이 등장했다. 프로야구 출범을 앞두고 1981년 수상한 구윤이 대표적이다.구윤은 경북고 시절 성준, 류중일, 문병권과 함께 고교야구 3관왕을 이끌었다. 강한 어깨 덕에 투수로도 나섰던 그는 중앙대 진학 후 큰 빛을 보지 못했다. 1986년 1차 지명으로 연고구단 삼성에 입단했지만 잦은 부상 탓에 이렇다할 모습을 보이지 못했고, 1993년 태평양 돌핀스로 이적한 뒤 이듬해 은퇴했다.이후에도 김경기(1989년)를 제외한 이영민 타격상 수상자는 기대에 걸맞는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1987년 수상자 김훈은 1993년 해태 타이거즈 입단과 동시에 개막전부터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다. 최강 해태에서 신인이 1군 선배들과 나란히 선 것만으로도 그에 거는 기대는 대단했다. 하지만 입단동기 이종범, 이대진과 달리 큰 인상을 남기지 못하고 12년만에 은퇴했다.1991년 수상자 강혁은 '비운의 선수'로 통한다. 좌타자 강혁은 신일고 시절 '천재'로 불렸으나나 OB 베어스(현 두산)와 한양대 사이 이중계약 파문에 휘말리며 프로로부터 영구제명됐다. 한양대 시절엔 2사 만루에서 고의사구를 얻어냈다는 일화도 있다.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에도 국가대표로 나섰다. 프로에 갈 수 없었던 강혁은 당시 특급 선수를 쓸어담은 실업팀 현대 피닉스로 향했다. 뒤늦게 징계가 풀려 두산으로 향했지만 꽃을 피우진 못했다.강혁의 신일고 후배 조현도 엄청난 유망주였다. 조현은 1993년 봉황대기 결승에서 홈런 3개를 터트린 거포였다. 1995년 LG 트윈스에 입단한 조현은 미래의 홈런왕으로 꼽혔고, 그해 전반기에만 9개의 홈런을 쳤다. 하지만 이후 급격하게 정확도에서 문제를 드러냈고, 해태와 한화 이글스를 거쳐 은퇴했다. 통산 기록은 타율 0.232, 14홈런.그러나 이제 '이영민 타격상'을 말하는 이는 많지 않다. 2004년 수상자 최정(SSG 랜더스), 2005년 수상자 김현수(LG 트윈스) 덕분이다. 인천고를 졸업한 최정은 2005년 SK 와이번스(SSG 전신) 데뷔하자마자 두자릿수 홈런을 쳐 '소년 장사'로 불렸다. 이후에도 홈런왕에만 세 차례 오르며 통산 홈런 2위(403개)에 올랐다.김현수는 신일고 당시 어느 팀에도 지명받지 못했다. 하지만 신고선수로 두산에 입단했고, 2년차가 되자마자 1군에서 활약했다. 2008년 최연소 타격왕에 오른 김현수는 KBO리그를 대표하는 좌타자로 우뚝 섰다. '타격만 잘한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타격 기계'로 성장했다. 2008 베이징올림픽을 시작으로 국제대회에만 9번 출전한 국제용 타자이기도 하다.최근 들어 이영민 타격상 징크스는 좀처럼 거론되지 않는다. 이후에도 하주석(한화), 박민우(NC 다이노스), 송성문(키움 히어로즈), 최원준(KIA), 김혜성(키움) 등 대다수 선수들이 프로에 안착했기 때문이다. 사실 수상자를 고교 대회 한 시즌 기준으로 타율만 가지고 선정하기 때문에 '이영민 타격상=최고의 타자'란 등식이 성립하기도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엘롯기 신인왕 징크스, 아직 한 팀 남았다 프로야구 팬이라면 '엘롯기'란 단어를 모르는 이가 없다. 대표 인기구단인 LG, 롯데, KIA를 합친 말이다. 세 팀을 한데 묶어 부르는 이 말은 2001년부터 2008년까지 세 팀이 최하위를 번갈아 하면서 부정적인 의미로 자주 쓰였다.세 팀에겐 또 하나의 공통분모가 있었다. 바로 신인왕과 거리가 멀다는 것이었다. LG는 전신인 MBC 청룡(김건우, 이용철)을 포함해 90년대 중반까지는 5명이나 수상했다. 김동수(1990년), 유지현(94년), 이병규(97년)는 신인상 수상 이후에도 팀을 대표하는 프랜차이즈 스타로 성장했다. 하지만 이병규 이후엔 20년 넘게 수상자를 내지 못했다. 옆집 두산이 '화수분'으로 불리며 신인들을 잘 키우는 것과 대조적이었다.롯데와 KIA도 마찬가지다. 롯데는 1992년 한국시리즈 우승의 주역 염종석이 유일한 신인왕이다. 해태도 1985년 이순철 이후엔 한 명도 배출하지 못했다. 롯데의 경우 연고지 부산에서 특급 선수들이 여럿 나왔지만 신인왕을 받은 선수는 없었다.결론부터 말하면 엘롯기 신인왕 징크스는 '일부 유효'다. 깨져가고 있지만, 아직 남아있는 팀도 있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탈출한 팀은 LG다. 2019년 잠수함 투수 정우영이 데뷔하자마자 활약하면서 당당히 신인왕을 받았다. 구원투수라는 점에서 불리했지만 순수 고졸 신인이라는 점이 크게 반영돼 중고신인 이창진, 전상현보다 더 많은 표를 얻었다.KIA는 36년 만에 왼손투수 이의리가 '타이거즈 신인왕' 계보를 이었다. 광주일고를 졸업한 이의리는 지난해 19경기에서 4승 5패 평균자책점 3.61을 기록했다. 부상 탓에 시즌 막판엔 결장하기도 했으나 비율 기록이 워낙 좋고, 2020 도쿄올림픽에서도 활약한 것이 표심에 반영됐다. 이순철 해설위원에게 '신인왕 징크스를 깨겠다"고 했던 약속도 지켜졌다.롯데는 아직까지 염종석 이후 신인왕이 없다. 지난 시즌 20홀드를 올린 셋업맨 최준용이 이의리와 접전을 벌였으나 유효표 115개 중 1위 표 61개를 받은 이의리(최준용 42개)에 밀렸다. 구원투수란 점, 그리고 데뷔 2년차란 점이 발목을 잡았다. 어느덧 롯데의 마지막 우승, 신인왕도 30년째를 채우게 됐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2022.01.31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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