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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회 백상] 현실을 말하고, 시대를 연기한 연극상 주인공들(종합)
의미있는 메시지를 담은 작품과 메소드 연기를 펼친 배우들이 올해 백상예술대상의 선택을 받았다. 13일 개최된 제57회 백상예술대상에서 연극부문 백상연극상은 작품 '우리는 농담이 (아니)야'(여기는 당연히, 극장(여당극), 연출 구자혜)가 영광의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우리는 농담이 (아니)야'는 사회 성(性)소수자인 트랜스젠더를 조명하며 이분법적 선택을 강요하는 세계에서 끊임없이 그 경계를 두드리는 이들의 삶과 분투를 그렸다. 이성애 중심 사회에 이유있는 질문을 던진 배리어 프리(barrier free·장벽을 없앤) 연극으로 주목도를 높였다. 연극 부문 심사위원은 "'우리는 농담이(아니야)'는 트랜스젠더 당사자의 삶과 내면을 그리면서 이성애 중심주의와 규범적 몸을 강요하는 우리 사회에 질문을 던진다. 규범적 몸에 대한 문제제기는 이 작품의 배리어프리 공연 형식을 통해서도 구현된다. 트랜스젠더, 논바이너리, 시스젠더, 농인, 청인, 시각장애인 등 그 누구도 배제하지 않는 연극, 그 어떤 몸도 ‘중심’이나 ‘기준’이 되지 않는 연극을 시도했다"고 평했다. 여자 연기상은 국립극단 '햄릿'의 이봉련이 차지했다. '햄릿'은 성별 고정관념을 깬 파격 캐스팅이 돋보인 작품. 극중 이봉련은 타이틀롤 햄릿을 맡아 왕위를 지키기 위해 운명과 맞서 죽음도 불사하는 복수의 화신으로 강렬한 연기를 펼쳤다. '검투에 능한 해군 장교 출신 덴마크 공주 햄릿'이라는 특별한 캐릭터 설정은 이봉련의 단단하고 강인한 연기력이 더해져 차갑게 빛났다. 심사위원단은 "전통적으로 남자 배우의 것으로 여겨졌던 햄릿을 맡아, 흔들리고 분투하며 세계와 싸우는, 그러나 결국 실패하여 쓸쓸하고 허무한 죽음에 이르게 되는 한 인간의 모습을 에너지와 감성이 충만하면서도 냉소적인 이봉련 스타일로 그려냈다"고 호평하며 이봉련을 수상자로 선정했다. 지난 2005년 뮤지컬 '사랑에 관한 다섯 개의 소묘'로 데뷔한 이봉련은 연극 뿐만 아니라 뮤지컬, TV 드라마, 영화까지 다양한 매체를 통해 열일 활동을 펼치고 있다. 스크린과 브라운관에서 신스틸러로 웃음과 눈물을 선사한 이봉련은 백상과는 연극부문으로 첫 인연을 맺으며 종합예술시상식에 가장 어울리는 수상자이자, 향후 타 부문 후보 및 수상에 대한 기대감도 높였다. 남자 연기상 수상자는 백상연극상 수상작 '우리는 농담이 (아니)야'를 이끈 최순진이 수상했다. 심사위원단은 최순진에 대해 "사실적 재현을 무대에 구현하지 않는 극단 여당극의 독특한 연극 미학을 초기부터 탄탄히 뒷받침하면서, 새로운 연기 메소드와 배우 앙상블을 실험하고 구축하는 데 중심이 된 배우"라고 평가하며 앞으로 더 발전할 기대되는 배우라고 입을 모았다. 미래지향적이며 도전적인 연극인과 단체에게 수여되는 올해의 젊은연극상은 '2021 대학수학능력시험 통합사회탐구 영역' 정진새 작·연출가가 받았다. 'SF연극'을 표방하며 기발한 작품들을 선보였던 정진새 작·연출가의 참신한 도전이 '2021 대학수학능력시험 통합사회탐구 영역'을 통해 빛을 발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연극학과를 졸업한 정진새 작·연출가는 그간 '브레인 컨트롤' '세월호 오브 퓨처패스트' '시골여자' '액트리스 원-투' 등을 통해 문제 의식을 섬세하게 꼬집으면서도 희극을 높지 않는 작가로 유명하다. '2021 대학수학능력시험 통합사회탐구 영역' 역시 억눌림을 발랄함으로 풍자, 호평 받았다. 조연경 기자 cho.yeongyeong@jtbc.co.kr
2021.05.14 1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