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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오동진 영화만사] 41년만에 빛을 본 영화 ‘전장의 크리스마스’가 주는 메시지

1983년에 만들어진 오시마 나기사 감독의 ‘전장의 크리스마스’가 41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국내에서 개봉된 것에는 일정한 사정이 있다. 1983년은 영화와 대중음악 등 일본의 대중문화가 국내에 개방되기 전이다. 일본 영화 개방은 1998년 김대중 정부가 들어서고 나서야 단행된 일이다. ‘전장의 크리스마스’는 전쟁 포로 수용소를 다룬 영화이고 퀴어 영화다. 첫 장면은 자바섬 영국군 포로수용소에서 동성애로 빚어진 소동을 다룬다. 수용소의 네덜란드 포로와 재일 조선 군인이 성행위를 하다 들켰고 그것 때문에 할복을 하네 마네 하는 얘기가 펼쳐진다. 이 영화의 개봉이 늦춰진 것은 동성애에 대해 거부감이 있었던 당시의 국내 사회적 정서 때문이기도 했지만 동성애의 주체가 재일 조선인이어서 한국인 비하 논란이 빚어질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기도 했다. 지금 생각하면 다소 전근대적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어쨌든 그러다 이 영화는 한국의 영화 마니아들 사이에서 그 존재감을 잃었고 40여 년간 역사 속에 묻혀 있다가 최근 국내 영화사 엣나인이 뒤늦게 수입해 개봉하기에 이른 것이다. 하지만 더욱 아이러니한 것은 ‘전장의 크리스마스’가 국내 최초 개봉을 하게 된 이유가 다른 요인을 다 차치하고 국내 극장가가 극도의 침체기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데에서 찾아진다는 점이다. 영화사들은 다소 저렴한 비용으로, 그럼에도 오히려 명성은 높고, 그래서 당연히 희소가치가 상당한 클래식 무비로 관객 확보에 나서려고 애쓰는 중이기 때문이다. 요즘 들어 재개봉, 최초 개봉하는 ‘올드 무비’가 늘어나고 있는 경향이야 말로 ‘전장의 크리스마스’를 대중 앞에 선보이게 한 요인이다.‘전장의 크리스마스’는 일본 거장 오시마 나기사의 작품이다. 그는 자신의 모든 영화를 섹스와 정치(권력)를 내세워 만들었다. 그는 반(反)군국주의자였고 반(反)남성우월주의자였다. 그의 영화 ‘감각의 제국’(1976)은 실제 섹스 장면, 남녀 배우들의 신체 주요 부분이 노출되는 것으로 유명하며 그래서 포르노 논란을 빚었지만 오시마 나기사가 이 영화로 표출시킨 무정부주의적 감성은 당시의 일본사회와 유럽사회에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이 영화가 나왔던 1970년대는 이전 시대의 국가주의 이데올로기가 만든 부작용에 대해 반성과 성찰이 이루어지던 시대였다. ‘전장의 크리스마스’ 역시 성과 권력을 주제로 다루고 있으며 시대와 인간이 그 두가지를 뛰어 넘으려 할 때 보편적 인류애와 휴머니즘을 회복할 수 있다는 주제를 선보이고 있다.자바섬의 영국군 포로수용소에서는 매일같이 전쟁과 같은 상황이 벌어진다. 수용소 내에서도 엄연한 군율이 있고 수용소 측이나 포로 측이나 자신들의 조직을 유지해 이를 지켜 나가려 한다. 수용소장 요노이(류이치 사카모토)는 하라 상사(기타노 다케시)를 통해 포로들을 통제하고 있지만 하라는 잔혹무도하고 다소 변태적인 인물이다. 툭하면 집단 구타가 자행되고 ‘교육’이라는 미명하에 이틀간 밥을 굶기기도 한다. 늘 할복을 요구하고 너희들처럼 항복하느니 명예롭게 죽으라는 둥 정신적 학대가 이루어진다. 새로 온 포로이자 말썽을 자처하는 잭 셀리어스 특공대 소령(데이비드 보위)을 죽이는 것도 머리만 남긴 채 흙 속에 파묻어 놓고 갈증과 고통 속에 서서히 말려 죽이는 방식을 쓴다. 수용소에는 존 로렌스 중령(톰 콘티)이란 인물이 있고 그는 유일하게 일본어를 할 줄 아는 사람으로 양측간 중재자 역할을 한다. 이 영화의 화자는 바로 이 로렌스이며 원작자인 로렌스 판 데르 포스트가 쓴 자전적 소설 ‘씨앗과 파종자’를 토대로 한 내용이다. 영화의 원제 역시 ‘메리 크리스마스 미스터 로렌스’이다.수용소의 폭력 사태는 영화가 시작되고 1시간 반쯤에 이르러서 절정으로 치닫는다. 요노이 수용소장은 포로들의 부대장이자 영국군 공군 대령인 힉슬리를 명령 불복종(요노이는 포로 중에 무기 전문가를 찾아 내 데리고 오라고 한다. 힉슬리는 전황이 연합군으로 확실하게 기운 때인 1942년인 만큼 무기 전문가를 숨기려 한다)으로 처형하려 하고 이를 말리려던 셀리어스가 요노이에게 뺨에 키스를 하는 기행으로 막으려 한다. 수용소는 일대 난리가 벌어진다. 잭 셀리어스가 힉슬리를 대신해서 잔혹하게 처형을 당하는 것은 이 행동 때문이다. 그 모든 사건이 크리스마스 직후에 벌어진 일이다. 크리스마스 당일에는 잔인하고 무식한 하라 상사가 무슨 연유에서인지 위기에 처한 존 로렌스를 구해내기도 한다. 크리스마스 때문이었을까. 인간은 어떠한 경우에도 약간의 선한 의지가 남아 있고 그 점이야 말로 우리가 인간에게 유일하게 기대할 수 있는 부분임을 보여 주려 했던 감독의 생각 때문에 그려진 장면으로 보인다.종전 이후 전범 감옥에서 하라 상사를 면회한 로렌스는 이렇게 말한다. “모두가 다 자기만이 옳다고 믿었던 사람들 때문에 빚어진 일이오. 그런데 정작 문제는 어느 누구도 옳지 않다는 것에 있소.” 지금으로선 이 대사야 말로 “셀리어스가 죽음을 통해 요노이에게 씨를 뿌리고 우리가 그 곡식을 거두고 있다”는 여전히 회자되는 이 영화의 명대사보다 더 가슴에 와닿는 것이다. 영화는 시대에 따라 변주하며 메시지를 다르게 전하기 마련이다. 지금 시대의 전쟁이든 정치사회적 혼란이든 다 자기만이 옳다고 강변하는 사람들 때문에 빚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알 사람은 다 알고 있는 얘기이다. 오동진 영화평론가 2024.11.28 06:05
스포츠일반

[경마] 영국 블루스토킹, 제103회 파리 개선문상 우승 차지

지난 6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롱샹 경마장에서 세계 최고 경주마들이 실력을 뽐내는 '개선문상(2400m)' 대회가 열렸다. 무려 500만 유로(74억원)에 달하는 총상금을 두고 질주하는 개선문상은 프랑스 경마를 총괄하는 프랑스 갤럽(France Galop)이 주최하며, 2008년부터 카타르 경마클럽이 후원하고 있다. 1차 세계대전에서 연합군의 승리를 기념하고, 전쟁의 영향으로 쇠퇴한 프랑스 경마의 부흥을 위해 시작된 개선문상 대회는 2차 세계대전 기간을 제외하곤 매년 빠짐없이 개최됐다. 코로나 팬데믹이었던 2020년에도 무관중 경주를 시행했다. 우승을 차지하는 경주마가 거의 그 해 '유럽 대표마'로 선정될 만큼 개선문상 대회는 명망이 높다. 명조교사 아이단 오브라이언이 관리하는 아일랜드의 로스앤젤레스, 개선문상 우승마를 다수 배출한 조교사 안드레 파브레가 보살피는 프랑스의 소시, 일본 레전드 기수 타케 유타카가 기승하는 알리파 등이 롱샹 경마장의 주인공이 되기 위해 경주로에 섰다.우승은 랄프 베케트 조교사와 호흡한 블루스토킹(Bluestocking)이 차지했다. 경주 초반부터 로스앤젤레스의 뒤를 바짝 추격하며 달린 블루스토킹은 결승전을 300m 남긴 지점에서 역전, 호쾌한 막판 스퍼트로 1착을 해냈다. 경주 기록은 2분31초59. 블루스토킹에 기승한 기수 로사 라이언은 초반 로스앤젤레스 뒤에 자리 잡은 뒤부터는 바로 리듬을 찾았고,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한 결과 승기를 잡을 수 있었다며 우승 소감을 밝혔다. 베케트 조교사는 출발 번호 추첨부터 우승까지 계획대로 진행된 점에 감탄했고, 자신이 돌보는 블루스토킹을 향해 '비범한 괴물(extraordinary beast)'이라고 찬사했다. 개선문상 우승마는 올 11월 미국에서 열리는 브리더스컵 자동 출전권을 부여받는다. 블루스토킹이 브리더스컵에 출전해 미국의 잔디에서도 우수한 성적을 낼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한편, 처음으로 개선문상 우승마 배출을 노린 일본 경마의 도전은 실패로 돌아갔다. 젊은 기업인이자 경마 마주 후지타 스스무가 210만 유로를 들여 구입하고 내세운 신엠페러가 12착에 머물렀다. 일본은 1969년 스피드심볼리가 최초로 출전한 뒤 총 네 차례 2위에 올랐지만, 한 번도 우승 트로피는 들어 올리지 못했다. 안희수 기자 2024.10.11 11:00
산업

고려아연 신용등급 SK·LG엔솔급인데…MBK "재무건전성 우려" 진실은

세계 1위 비철금속 제련 기업 고려아연의 경영권 확보에 나선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와 영풍 연합군이 무리한 투자에 따른 재무건전성을 문제 삼자 고려아연이 즉각 반박하고 나섰다. 악의적으로 순부채 상황에 직면한 것처럼 편집했으며, 실제로는 국내 최고 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안정적인 재무 구조를 가져가고 있다는 주장이다.고려아연은 국내 3대 신용평가사 중 2곳인 한국기업평가와 나이스신용평가로부터 장기 신용등급 'AA+'를 받았다고 20일 밝혔다. 등급 전망은 '안정적'이며, 기업어음도 최상위 등급인 'A1'을 받았다.고려아연에 따르면 금융사와 공사를 제외하고 한국기업평가에서 AA+ 등급을 받은 기업은 에쓰오일과 삼성물산, SK㈜뿐이다.나이스신용평가 AA+ 등급에는 LG에너지솔루션, 포스코, SK텔레콤, 현대모비스, 삼성물산, GS칼텍스 등이 이름을 올렸다.고려아연 공개매수에 나선 MBK파트너스는 고려아연이 창사 이후 처음으로 순부채 포지션으로 돌아설 수 있다고 주장했다.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은 지난 19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2019년 고려아연의 금융권 차입 부채는 410억원으로 사실상 없었는데 올해 6월 말 현재 1조4000억원에 이른다"고 지적했다.유상증자·자사주 처분으로 조달한 1조3000억원이 거의 남아있지 않다고도 덧붙였다.MBK파트너스는 고려아연의 무분별한 투자를 재무건전성 악화의 원인으로 지목했다.완전자본잠식 기업을 매출의 203배에 달하는 금액으로 투자한 이그니오, SM엔터테인먼트 주가 조작 혐의로 대표가 기소된 사모펀드 원아시아파트너스 등을 대표적 예로 꼽았다.고려아연은 MBK파트너스가 적대적 인수·합병(M&A) 논란을 피하기 위해 수치를 왜곡했다고 맞섰다.순부채 상태 우려와 관련해 고려아연은 "올해 6월 말 연결 기준 고려아연의 현금(현금및현금성자산+단기금융기관예치금+단기투자자산)은 2조1277억원이다. 같은 시기 총차입금(단기차입금+유동성장기차입금+유동성사채+장기차입금+사채)은 1조3288억원"이라며 "총차입금을 모두 상환해도 7989억원이 남는 순현금 상태"라고 말했다.이어 무리한 투자로 손해를 봤다는 지적에 대해선 "2022년 이그니오를 인수하면서 이그니오의 기존 주주가 가진 트레이딩 부문의 자산도 함께 취득했다"며 2021년 이그니오의 매출 637억원 기준 인수 대가는 203배가 아닌 약 9배로 합리적인 평가라는 설명이다.원아시아파트너스 투자의 경우 회계법인의 감사를 받아 금융 당국에 공시까지 했으며, 투자한 펀드들에 대해 약 800억원의 원금을 회수했는데 이를 고려하지 않아 손실액이 부풀었다고 강조했다.고려아연 관계자는 "앞으로도 뛰어난 현금 창출력과 안정적인 재무 구조를 유지해 계속해서 '초우량 기업' 지위를 지켜나갈 것"이라며 "신사업 전략인 '트로이카 드라이브'를 차질 없이 추진해 비철금속 1위를 넘어 글로벌 1위 친환경 에너지·소재 기업으로 제2의 도약을 이뤄낼 것"이라고 말했다.정길준 기자 kjkj@edaily.co.kr 2024.09.20 15:15
연예일반

‘헬로82’ 최재윤 대표 “미국 K팝 시장을 공략하는 법은, 먼저 그 시장을 아는 것” [줌人]

“미국 K팝 팬들은 아직 한중일 팬덤처럼 코어 팬덤이 아니라 장르 팬에 가까워요. 우리 식으로 표현하면 덕후 팬들이 많은 셈이죠. 그런 특성을 알아야 미국 시장을 제대로 공략할 수 있습니다.”바야흐로 K팝의 미래를 미국 시장에서 찾는 시대다. 여전히 일본이 한류 최대 시장이며, 한 때는 중국을 엘도라도로 여겼다가 이제는 너나 할 것 없이 미국 시장을 노크하고 있다. 방탄소년단이 빌보드를 석권하며 미국 시장을 연 이래 여러 아이돌 그룹들이 그 뒤를 따라가는 중이다.미국 메이저 음반 유통사 유니버셜 뮤직이 K팝 메이저 회사들의 음반을 현지에서 유통하고 있으며, 보수적인 워너뮤직마저 K팝에 손을 내밀고 있다. 온통 청사진뿐이며, 장밋빛 미래에 대한 이야기 뿐이다. 헬로82(hello82) 최재윤 대표가 바라보는 미국 시장은 좀 다르다. K팝 시장이 미국에서 더 커지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시장에 대한 접근을 달리 해야 한다고 믿는다. 미국 메이저 음반 유통사가 미국 가수들 하는 방식대로 K팝을 유통하는 건, 현지 팬들에 대한 제대로된 분석 없이 그냥 매대에 음반 진열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최 대표는 그 나름의 분석과 방식을 바탕으로 그룹 에이티즈가 빌보드 메인 앨범 차트인 ‘빌보드200’ 1위에 오르는 데 일조했다. 4대 기획사 하이브, SM,YG, JYP 외의 기획사(KQ엔터테인먼트) 소속 그룹으로 이 차트 정상에 오른 건 에이티즈가 처음이다. ‘빌보드 200’ 1위에 오른 8개의 K팝 그룹 중 방탄소년단, 블랙핑크, 스트레이 키즈 등 7팀은 유니버설뮤직이 미국 음반 유통을 맡았다. 에이티즈만 헬로82가 미국 유통 및 판매를 맡았다.최 대표는 “에이티즈 소속사, 멤버들과 긴밀하게 협업해 이 같은 성과를 낼 수 있었다”면서 “무엇보다 미국의 K팝 시장은 장르 팬덤이란 점을 잘 이해해 컬래버레이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실제로 에이티즈가 헬로82와 협업해 미국 내 팬들과 만나고 다양한 방식으로 소통한 게 주효했다. 덕후 성향이 큰 K팝 팬덤이 반응할 만큼 에이티즈는 충분히 매력적이었고, 그 에이티즈가 적극적으로 K팝 팬덤과 만나면서 시너지 효과가 발생했다. 그렇기에 음반 판매량이 중요한 ‘빌보드 200’에서 충분한 성과를 낼 수 있었다는 것이다. 헬로82는 K팝 앨범의 온라인 유통뿐 아니라 굿즈 판매, 팝업스토어, 오프라인 팬미팅, 콘텐츠 제작 등을 같이 한다. 미국의 메이저 음반 유통사들은 하지 않는 일이다. 미국 K팝 팬들이 원하는 다양한 것들이 패키지로 이뤄져 K팝 팬덤이 놀 수 있는 곳으로 자연스럽게 인식되고 있다. 헬로82는 곧 미국 K팝 팬들에게 K팝의 성지가 될 듯하다. 언제나 즐기고 노는 곳에서 전설이 탄생하기 때문이다. 헬로82는 에이티즈로 쌓은 노하우로 싸이커스가 지난해 데뷔앨범으로 ‘빌보드 200’에 75위로 진입하는 기록을 썼으며, 피원하모니가 지난 2월 ‘빌보드 200’에 39위로 차트인하는 데 큰 몫을 했다. 헬로82는 그렇게 미국 메이저 음반 유통사들과 한국 메이저 기획사들의 연합군들 사이에서 틈새를 파고 들고, 그 틈새를 확장해 가고 있다. 헬로82의 이 같은 성장에는 시장을 면밀히 살핀 최재윤 대표의 전략이 컸다. Mnet에서 ‘빅뱅TV’ ‘2NE1 TV’ 등 가수 리얼리티 프로그램과 음악 시상식 MAMA 등을 연출했던 그는, 2011년 Mnet 아메리카로 발령을 받으면서 미국 시장에 눈을 떴다. 아직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미국에 당도하기 전이었다. 케이콘 등을 만들면서 미국 시장에 K팝 팬들이 많을 뿐더러 계속 성장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유튜브, 트위터(현 X), 페이스북으로 K팝을 접한 팬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걸 알아챘다. 그렇기에 이들에게 계속 공급할 온라인 디지털 콘텐츠가 중요하고, 이들이 오프라인에서 K팝 가수들을 만나게 하는 행사가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최 대표는 “케이콘은 처음에는 K팝 팬들을 먼저 어떻게 초청할지를 고민했고, K팝 가수 섭외는 그 다음이었다”면서 “K팝 팬덤의 육성을 위해선, 팬덤의 성격이 어떤지를 명확히 알아야 할 필요가 있었다”고 말했다.2015년 한국으로 돌아온 그는 딩고스튜디오로 이적해 ‘오프 더 레코드, 수지’와 ‘대세는 백합’ 등을 만들었다. 이후 그는 미국 시장에서 K팝의 미래를 본 경험을 바탕으로 헬로82를 만들었다. 82는 한국의 국가번호에서 가져왔다. 말그대로 한국을 소개하는 회사란 뜻이다. “아무도 안하고 있더라고요. K팝 시장이 미국에서 점점 커지고 있고 K팝 팬덤이 계속 성장하고 있는데 정말 아무도 이 시장에 진출할 생각을 안 하더라고요. 그래서 시작했죠.”최 대표는 헬로82 채널을 만들고, 미국 내 K팝 팬들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를 먼저 공급하기 시작했다. 커버댄스 등을 하는 ‘82 챌린지’를 비롯해 다양한 K팝 콘텐츠를, 다양한 SNS를 통해 유통했다. K팝 음반 판매도 처음에는 온라인 유통에 집중했다. 만국의 덕후들은 온라인에서 먼저 즐기고 소비하고 구매한다는 법칙을 미국 K팝 팬덤에도 똑같이 적용한 것이다. 이후 자신이 응원하는 아이돌과 오프라인에서 같이 노는 모임을 만들었다. 여느 팬사인회와는 달리 팬과 아이돌이 같이 놀이도 하고 그림도 그렸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그 점이 최 대표가 미국 K팝 팬덤이 코어 팬덤이 아니라 아직은 장르 팬덤이라고 규정하는 이유기도 하다. 최 대표는 “미국 K팝 시장과 팬덤이 점점 커지면서 다양하게 분화하고 있다. 그렇기에 과거보다 코어 팬덤도 늘고 있지만 여전히 미국 K팝 팬덤은 장르 팬덤”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에서 일본 애니메이션, 일본 게임 등을 좋아하는 덕후들이 특정 작품만 주구장창 파는 게 아니라 그 문화 자체를 좋아하고 즐기고 찾는 것과 비슷하다는 것이다. 또한 그 점이 최재윤 대표가 미국 K팝 시장이 더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보는 이유다. 최 대표는 “아직 미국 내 K팝 수요를 공급이 못 따라가고 있다”고 말했다.그는 미국 K팝 시장이 보다 성장하기 위해선,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미국과 한국은 방식이 달라요. 여기에 대한 이해가 빨라야 해요. 미국 메이저 음반사들은 K팝을 자기네 방식대로 공급해요. 그 방식은 K팝과는 맞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그러니 한국 기획사들이 그 점에 대한 이해가 빨라야 한다고 생각해요.”최 대표는 “국내보다 해외 시장을 목표로 하거나, 해외 선호도가 더 높은 팀이라면, 미국 시장 맞춤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 대표는 올해 투자형펀드를 만들어 중소기획사에 투자하고 그 가수들을 미국 시장에 진출시킨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다만 자신들이 잘하는 건 유통인 만큼 K팝 아티스트 육성은 기획사에 맡긴다는 생각이다. 최 대표는 “우리는 계란을 파는 장사고, 양식은 다른 업”이라며 “각자 잘하는 걸 잘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올해 유럽에 K팝 유통망을 만들기 위해 독일에 거점을 만들 계획이다. “K팝이 전세계인의 일상에 어느 정도 녹아들어갈지는 아직 미지수예요. 그렇기에 더 기회가 있죠. 헬로82가 추구하는 게 바로 그겁니다.”헬로82(hello82). 안녕 한국이다. 전형화 기자 brofire@edaily.co.kr 2024.05.02 05:24
산업

알리·테무 공세에 K이커머스 생존 몸부림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 알리익스프레스(이하 알리)·테무가 한국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는 가운데, 쿠팡·G마켓 등 국내 이커머스 업체들이 공격적인 투자로 점유율 방어에 나섰다.20일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에서 온 전자상거래 물품 건수는 8881만5000건으로 전년(5215만4000건)보다 70.3% 늘었다. 지난해 전체 통관된 전자상거래 물품은 1억3144만3000건으로 36.7% 늘었다. 전체 해외직구가 늘어나는 규모보다 중국발 직구 규모가 더 가파르게 늘어난 셈이다.그 중심에는 알리와 테무가 있다. 2018년 한국 시장에 발을 들여놓은 알리는 지난해 인지도를 빠르게 끌어올렸다. 지난해 10월 한국상품 전문관인 케이베뉴(K-베뉴)를 개설해 한국 셀러를 끌어모으기 시작했고 상품 영역도 가공·신선식품으로 확대했다. 이에 따라 이용자 수도 급격히 늘어났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알리 앱 월간 이용자 수는 818만명으로 역대 가장 많았다. 작년 2월(355만명)보다 130% 늘었다. 종합몰 이용자 수 순위에서도 11번가(736만명)를 제치고 2위까지 치고 올라와 쿠팡(3010만명)과 양강 구도를 형성했다.지난해 7월 한국 서비스를 개시한 중국계 이커머스 테무도 7개월 만에 581만명의 이용자를 확보하고 종합몰 이용자 순위 4위에 안착했다. 알리는 최근 초저가 상품을 쏟아내면서 고객 늘리기에 나섰다. 딸기 한 팩에 1000원, 계란 두 판에 1000원 등의 식이다. 또 알리의 모회사인 알리바바그룹은 서울 인근에 대형 물류센터를 건설하는 등 한국에 3년간 약 1조4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을 마련하기도 했다.이에 맞서 쿠팡·G마켓 등 국내 업체들은 직구·역직구 사업 강화 및 재정비에 들어갔다. 해외 경쟁력 역량을 끌어올려 차별화를 꾀하려는 모양새다.쿠팡은 최근 '로켓직구' 대상 지역을 미국·중국·홍콩에 이어 일본으로 확대했다. 로켓직구의 강점은 '무료 배달'로 와우 회원은 1개만 주문해도 무료 배송을 받을 수 있다. 국내 소비자 사이에서 일본 직구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지만, 국내에서 이용할 수 있는 일본 직구 서비스가 다양하지 않다는 점을 반영한 조치다.G마켓은 이날 중국 선전에서 현지 셀러들을 초대해 사업설명회를 개최했다. 직구 시장에서 점유율을 늘리기 위한 작업이다.역직구 사업도 강화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지난달 몽골 최대 이커머스 플랫폼 '쇼피'와 한국 상품 판매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를 통해 이달 30만개의 G마켓 상품을 소개하면서 그 숫자를 늘려간다는 방침이다.'티메파크(티몬·위메프·인터파크커머스)' 연합군을 꾸린 큐텐은 유럽과 미국에서 쇼핑 플랫폼 서비스를 운영하는 이커머스 업체 위시를 인수하며 북미 지역으로 영토를 확장했다.위시는 2010년 미국 샌프란시스코를 기반으로 설립된 쇼핑 플랫폼이다. 현재 전세계 200여 개국 소비자들에게 33개 언어로 서비스 중이다. 큐텐은 계열사인 ‘티메파크’와 거래하는 모든 국내 판매자들에게 전 세계 통합 판로를 열어줄 계획이다.업계 관계자는 "알리·테무의 저가 공습에 국내 이커머스업계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며 "역직구 활성화가 하나의 대안으로 꼽히면서 업계의 움직임도 분주해지고 있다"고 말했다.안민구 기자 amg9@edaily.co.kr 2024.03.21 07:00
영화

[인터뷰②] ‘도그데이즈’ 유해진 “티모시 샬라메와 맞대결? 우리는 연합군”

배우 유해진이 영화 ‘도그데이즈’로 티모시 샬라메의 ‘웡카’과 맞대결하게 된 소감을 공개했다.유해진은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정정훈 촬영감독이 ‘웡카’를 촬영했더라. 나랑도 일을 했고 저번에 한국 들어왔을 때도 잠깐 봤는데 미국에서 맹활약하는 걸 보니 되게 뿌듯하더라”고 이야기했다.그러면서 “정정훈 감독이 찍은 ‘웡카’로 티모시 샬라메와 맞대결하게 됐다”는 취재진의 말에 “나 혼자 대결하는 게 아니지 않느냐”며 웃음을 보였다.이어 “‘도그데이즈’에는 나도 있지만 윤여정 선배도 있고 배우들이 많다. 우리는 같이 연합해서 싸우는 것”이라고 덧붙여 웃음을 자아냈다.‘도그데이즈’는 성공한 건축가와 MZ 라이더, 싱글 남녀와 초보 엄빠까지 혼자여도 함께여도 외로운 이들이 특별한 단짝을 만나 하루하루가 달라지는 갓생 스토리를 그린 영화다. 다음 달 7일 개봉.정진영 기자 afreeca@edaily.co.kr 2024.01.29 11:08
연예일반

[차트IS] ‘아라문의 검’ 첫방 5%로 출발…8년 후의 아스달 세계 펼쳐졌다

‘아라문의 검’이 순조로운 출발을 알렸다.지난 9일 첫방송된 tvN 토일드라마 ‘아라문의 검’ 1회 시청률은 수도권 가구 기준 평균 5.4%, 최고 6.6%를 기록했다. 전국 가구 기준으로는 평균 5.0%, 최고 6.5%를 찍으며 수도권과 전국 기준 모두 케이블 및 종편 채널에서 동시간대 1위를 차지했다.(유료플랫폼 기준/닐슨코리아 제공)이날 시즌1 이후 8년의 세월이 흐른 아스대륙의 상황이 이목을 집중시켰다. 아스달 최초의 왕 타곤(장동건)은 아스달 내전을 모두 진압해 아스대륙 정벌을 위한 전쟁을 목전에 둔 상태였다. 은섬 역시 아고족 서른 개 씨족을 모두 통일하면서 아고연합을 완성, 이나이신기로서의 위상이 높아지는 중이다. 탄야(신세경)는 대제관으로서 백성들의 경외심을 받고 있으며 왕후가 된 태알하(김옥빈)의 권력을 위한 탐욕은 한층 더 교묘히 불타고 있다.이어 이나이신기가 있는 아고연합과 바토족의 회동이 그려졌다. 회동은 동맹을 가장해 이나이신기를 잡으려는 아스달의 초군방 밀솔 사야(이준기)의 작전으로, 안에선 바토족 어라하(부족장)가 가짜 동맹을 주도하고 밖에선 아스달군과 바토족군이 진을 치고 아고연합을 습격할 태세를 갖추고 있었다.그러나 상황은 사야가 예상하지 못한 경로로 흘러갔다. 이미 이 자리가 덫이란 사실을 아고연합이 알고 있었던 것. 동맹이 가짜란 사실이 들통나자 미지의 존재로 알려진 이나이신기 은섬이 아고연합군 사이에서 모습을 드러낸 장면은 짜릿한 쾌감을 일으켰다.아고연합군과 바토족군, 아스달군의 난전 속 이나이신기 은섬의 빠르고 강인한 활약이 눈부시게 빛났다. 그런 은섬의 시야에 들어온 것은 쉬마그를 쓴 사야. 단박에 아스달 우두머리임을 눈치챈 은섬은 무자비하게 공격을 가했고 사야는 방패로 필사적인 방어를 했다.그러던 중 방패 틈 사이로 면갑이 벗겨진 은섬의 얼굴을 보게 된 사야는 충격을 금치 못했다. 눈앞에 선 아고족 군이 자신과 똑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기 때문. 그가 바로 자신의 배냇벗임을 눈치챈 순간, 설상가상으로 이나이신기란 사실까지 알게 되면서 충격은 배가됐다.겨우 목숨을 부지해 아스달로 돌아간 사야는 충격과 열패감에 휩싸였다. 그토록 찾았던 배냇벗이 이나이신기 은섬이라니, 형언할 수 없는 분노가 들끓었다. 이런 가운데 타곤은 계승자의 자격을 운운하며 사야를 총군장으로 임명한 상황. 은섬과 적이 되어 마주해야 하는 가혹한 운명이 형제를 기다리고 있었다.사야로부터 은섬의 소식을 접한 대제관 탄야 역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저 살아있기만을 바랐던 은섬이 이나이신기란 사실은 쉬이 믿기 어려운 일이었다. 탄야는 출정하는 사야에게 살아 돌아오라는 말과 함께 은섬이를 살려주라는 간절한 부탁을 더했다. 배냇벗 전쟁이 될 아고연합과 아스달의 전쟁이 어떤 결말을 맺을지 궁금증을 남기며 1회가 마무리됐다.권혜미 기자 emily00a@edaily.co.kr 2023.09.10 09:08
OTT

[오!뜨뜨] ‘상견니’ 좋아하세요? ‘너시속’이 옵니다

이번 주말 볼 만한 따끈따끈한 OTT 신작을 소개합니다. 너무 많은 OTT와 작품들 사이에서 고민하는 시간은 이제 끝. 정주행을 부르는 작품들만 일간스포츠가 모아모아 엄선했습니다. 나홀로, 가족, 친구, 연인 등 다양한 사람들과 즐겨주세요. <편집자 주> #넷플릭스: 너의 시간 속으로국내에서도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대만 로맨스 콘텐츠 붐을 일으킨 ‘상견니’의 리메이크작 ‘너의 시간 속으로’가 8일 넷플릭스를 찾는다.‘너의 시간 속으로’는 1년 전 세상을 떠난 남자친구를 그리워하던 준희(전여빈)가 운명처럼 1998년으로 타임슬립해 남자친구와 똑같이 생긴 시헌(안효섭)과 친구 인규(강훈)를 만나고 겪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 ‘그냥 사랑하는 사이’,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남자’ 등으로 섬세한 연출을 보여준 김진원 PD의 첫 넷플릭스 시리즈 연출작이다.어느 시간대에서든 설렘을 유발하는 안효섭과 독보적인 캐릭터 소화력으로 1인 2역 연기를 완성한 전여빈, 세밀한 감정 표현으로 삼각관계의 균형을 맞춘 강훈의 앙상블이 시청자들을 몰입시킬 전망. 로맨스, 타임슬립, 미스터리 등 겹겹이 쌓인 서사가 ‘상견니’에 이어 또 한 번 시청자들을 매혹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티빙, 디즈니+: 아라문의 검초특급 대작의 귀환이다. 장동건과 이준기의 피할 수 없는 대결, 아스 대륙의 운명을 결정짓는 전쟁이 안방극장에서 시작된다. 티빙과 디즈니+에서도 볼 수 있는 tvN 새 드라마 ‘아라문의 검’은 한국설화에서 영감을 얻은 판타지 드라마. 고대의 가상 대륙, 아스(ARTH)에서 펼쳐지는 대서사시를 그린다.작품은 검의 주인이 써내려가는 아스달의 신화, 태고의 땅 아스에서 서로 다른 전설을 써가는 타곤(장동건), 은섬(이준기), 탄야(신세경), 태알하(김옥빈)의 운명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다. 특히 ‘아라문의 검’은 한국형 고대 판타지의 역사를 쓴 ‘아스달 연대기’의 후속작으로 이전 시즌으로부터 8년이 지난 후 아스 대륙의 새로운 이야기다.이번 시즌에서는 아스대륙의 강력한 도시국가인 아스달의 대군과 아고연합군의 전쟁을 만날 수 있다. 휘몰아치는 대전쟁 속 ‘재림 아라문’이라 불리는 아스달 최초의 왕 타곤과 아고족 연합의 우두머리 ‘재림 이나이신기’ 은섬의 격돌이 어떤 결말을 맺게 될지 이목이 집중된다. 독특한 세계관과 정교한 서사구조, 배우들의 혼신을 쏟는 연기와 웅장한 스케일이 어우러진 ‘아라문의 검’은 9일 베일을 벗는다.정진영 기자 afreeca@edaily.co.kr 2023.09.08 05:55
해외축구

[이정우의 스포츠 랩소디] 브라질의 전설적인 노란색 셔츠는 비극에서 탄생했다

세계적으로 노란색 유니폼을 입는 축구팀은 꽤 많다. 클럽 레벨에서 노란색을 착용하는 대표적인 팀은 독일의 빅 클럽인 보루시아 도르트문트다. 1913년 이후 도르트문트는 노란색 바탕에 검은색으로 포인트를 주는 유니폼을 입고 있다. ‘노란 잠수함’이라는 애칭에서도 알 수 있듯이 스페인 라리가에 속한 비야레알의 상징색도 노랑이다. 영국 출신의 세계적인 가수 엘튼 존이 구단주로 있었던 런던 인근의 왓포드 FC의 상징도 역시 노란색이다. 더불어 멕시코 최고의 명문 팀으로 큰 인기를 누리는 클럽 아메리카도 노란색 유니폼을 입는다. 노란색 셔츠를 입는 국가대표팀은? 스웨덴이나 콜롬비아 대표팀을 머리속에 떠오르는 팬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세계축구에서 노란색의 진정한 주인은 단연코 브라질 대표팀이다. 브라질은 1930년 시작된 1회 FIFA(국제축구연맹) 월드컵부터 현재까지 월드컵에 개근하고 있는 유일한 국가다. 브라질은 월드컵에서 통산 76승을 기록, 2위 독일(68승)과 3위 아르헨티나(47승)를 여유 있게 앞서고 있다. 뉴욕 양키스의 핀 스트라이프 유니폼과 함께 브라질의 노란색 셔츠는 스포츠 역사상 가장 상징적이고, 경외감을 주는 유니폼으로 세계 팬들의 머릿속에 강렬한 인상으로 남아있다. 그러나 브라질 대표팀이 처음부터 노란색 셔츠를 입은 것은 아니다. 1923년 FIFA에 가입할 당시 브라질은 목의 칼라 부분에만 파란색이 들어간 하얀색 셔츠를 입었다. 그 후에도 이러한 기조는 계속 이어져 1950년까지 브라질 선수들은 하얀색 셔츠를 착용했다. 1950 월드컵은 브라질 사람들에게 특별한 대회였다. 홈에서 개최했기 때문이다. 브라질은 첫 우승에 대한 기대와 그들의 축구 열정을 가득 담아 리우데자네이루(리우)에 마라카낭 스타디움을 건설한다. 1950 월드컵은 토너먼트가 아닌 라운드로빈 방식으로 우승국을 정하는 독특한 방식을 취했다. 4강에 든 우루과이, 브라질, 스웨덴, 스페인이 서로 한 번씩 맞붙어 성적이 가장 좋은 팀이 우승하는 형태였다. 팀당 2경기를 치룬 결과 브라질은 2승, 우루과이는 1승 1무, 스페인은 1무 1패, 스웨덴은 2패를 기록했다. 따라서 브라질과 우루과이의 마지막 경기가 사실상 결승전이었다. 브라질은 우루과이와의 경기에서 비기기만 해도 우승이 가능했고, 우루과이는 브라질을 꼭 이겨야 우승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당시 브라질의 우승을 의심하는 이는 거의 없었다고 한다. 브라질은 스웨덴과 스페인을 각각 7-1, 6-1로 대파했다. 반면 우루과이는 스페인과 비기고, 스웨덴에는 1점차 신승을 거뒀다. 더군다나 경기가 열리는 마라카낭 스타디움에는 입석 관중까지 포함해 무려 17만3850명이라는 경이적인 숫자의 팬들이 모여 일방적으로 브라질을 응원했다. 지정학적으로 우루과이는 오랜 지역 라이벌인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사이에 있다. 하지만 우루과이는 문화, 정치, 경제적으로 아르헨티나의 형제 같은 나라다. 게다가 19세기 초 우루과이가 브라질에서 독립하기 위해 전쟁을 벌일 당시 우루과이와 아르헨티나가 연합군을 구성해 브라질과 싸운 역사도 있다. 따라서 축구 자존심과 더불어 정치, 역사적으로도 브라질은 우루과이에 지면 안 되는 상황이었다. 객관적인 전력에 앞선 브라질은 47분에 골을 기록하며 앞서 나갔다. 그러나 66분과 79분에 연달아 골을 허용한 브라질은 결국 1-2로 패해 준우승에 그친다.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는 순간 마라카낭 구장은 긴 적막감이 감돌았다. 브라질이 우승할 줄 알고 미리 준비된 메달, 축사, 기념 행사 등이 줄줄이 취소됐다. 팬들은 좌절했고 울분을 토했으며 밤새도록 통곡하는 이도 있었다. ‘마라카낭의 비극’으로 불리며 브라질을 오랫동안 괴롭히게 될 국가적 트라우마가 시작된 것이다. 브라질축구협회는 자국의 유니폼 색상에도 문제가 있다는 결론을 내린다. 대표팀이 기존에 입었던 흰 셔츠에 파란색 칼라, 흰 바지가 자국 국기 색상과 일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1953년 축구협회와 리우에 위치한 코레오 다 마냐라는 신문사에 의해 새 유니폼 공모전이 열린다. 새 유니폼에는 브라질 국기에 들어 있는 4가지 색상이 모두 들어가야 한다는 조건이 붙었다. 총 401개의 출품작 중에서 1등은 19세의 신문 삽화가인 알디르 슐리가 차지했다. 슐리는 “(당시만 하더라도) 4가지 색을 가진 축구 유니폼이 없었고, 특히 4가지 색이 잘 어울리지 않아 고민이 컸다”고 밝혔다. 슐리는 100번이 넘게 색의 조합을 실험한 끝에 셔츠는 결국 노란색으로 가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카나리아(canary) 셔츠’로도 불리는 브라질의 전설적인 노란색 셔츠는 그렇게 탄생했다. 1954년 3월 브라질은 노란색 셔츠를 입고 칠레와 첫 경기를 가졌다. 결과는 브라질의 1-0 승리. 4년 후인 1958 월드컵 결승전에서 브라질은 개최국 스웨덴을 5-2로 물리치고, 사상 처음으로 우승하는 기쁨을 누린다. 그후 브라질은 월드컵에서 4번 더 우승해, 총 5번 우승이라는 대기록을 세운다. 이에 노란색 카나리아 셔츠가 브라질 축구의 운명을 바꿨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20세기 중후〮반 노란색 셔츠를 입은 펠레, 자일지뉴, 지코, 소크라테스 같은 브라질의 전설적인 선수들은 축구를 새로운 경지로 끌어올렸다. 브라질 축구의 화려함, 창의성과 즐거움을 상징하는 노란색 셔츠는 세계 축구팬의 가슴속에 오랫동안 기억될 것이다. 이화여대 국제사무학과 초빙교수 2023.05.27 09:00
산업

이커머스 생태 변화 시작될까? 네이버 '도착보장' 파워에 쏠린 눈

이커머스 업계가 론칭 4개월째에 접어든 네이버의 '도착보장' 서비스의 파급력에 주목하고 있다. 최근 네이버가 도착보상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혜택을 확대하는 가운데, 또 한 번 생태계에 변화를 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네이버가 지난해 12월 론칭한 도착보장은 소비자가 구매한 상품을 1~2일 내 빠르게 배송 서비스다. 네이버는 이 서비스를 위해 지난해 CJ대한통운 등 물류 기업과 손잡고 이른바 물류연합군 NFA(네이버 풀필먼트 얼라이언스)를 구성했다.네이버는 도착보장 데이터를 기반으로 파트너에게 통계를 제공해 마케팅에 활용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최근 쇼핑 카테고리 상단에 도착보장 서비스 홍보 배너를 띄우고, 특가 상품 리스트 및 10~20% 수준의 할인 쿠폰을 제공하며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 직거래(D2C)를 선호하는 브랜드는 도착보장 서비스에 입점 시 가격 결정권을 확보할 수 있고, 빠른 배송까지 담보되면서 네이버의 매력이 커졌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쿠팡과 납품 가격 협상을 벌이다 갈등을 빚은 많은 브랜드가 네이버에 입점 중"이라고 했다. 현재 네이버는 도착보장 서비스의 수수료를 받지 않고 있다. 실제로 납품 단가를 두고 쿠팡과 갈등을 빚은 CJ제일제당(CJ)과 LG생활건강(LG생건)은 네이버의 도착보장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이용 중이다. 지난달 CJ는 도착보장 기획전을 진행하면서 브랜드스토어 거래액이 전년 동기 대비 370% 증가했다고 밝혔다. LG생건의 세탁브랜드 '피지' 평균 판매액도 지난 1월 도착보장 서비스 이용 이후 지난해 평균 대비 51% 늘었다.이커머스 업계는 네이버의 도착보장에 대응하기 위한 서비스를 공개하고 있다. 쿠팡이 대표적이다. 쿠팡은 지난달 물류 전문 자회사 쿠팡풀필먼트서비스와 함께 풀필먼트 서비스 '로켓그로스'를 도입했다. 로켓그로스는 셀러가 쿠팡의 물류센터에 상품을 입고만 하면 이후의 보관부터 포장, 배송, 반품 등의 과정을 모두 쿠팡이 도맡아 해주는 서비스다. 로켓그로스를 이용하면 일반 셀러들이 판매하는 상품도 로켓배송으로 소비자에게 전달된다. 셀러들은 택배를 이용할 때처럼 건당 물류·배송 비용만 지급하면 된다. 국내 이커머스 플랫폼은 쿠팡과 네이버 커머스를 제외하고 대부분 역성장을 기록 중이다. 지난해 네이버 커머스의 성장률을 나타내는 지표인 GMV(거래액)은 약 42조원으로, 전년 대비 약 21% 성장했다. 매출도 전년 대비 17.4% 성장한 1조8010억원을 기록하면서, 네이버 사업 부문별 매출 비중에서 22.9%를 차지했다. 업계 관계자는 "네이버는 국내 최대 포털로서 오픈마켓을 중개하는 독보적 위치에 있다"며 "도착보장 서비스는 커머스 사업을 강화해 온 네이버가 물류 서비스까지 제공하는 것으로, 이커머스 업계 전반이 어려운 가운데 가장 큰 위기를 맞이했다고 본다"고 했다.네이버 관계자는 "판매자가 도착보장을 더 잘 활용할 수 있도록 AI 기반 판매량 예측 솔루션인 '클로바 포캐스트' 연동을 준비중"이라면서 "서비스 고도화 등을 판매자와 이용자 모두를 위한 노력을 지속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서지영 기자 seojy@edaily.co.kr 2023.04.26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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