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일반
‘욘더’ 신하균, 또 한 번의 이름값 증명 “연기 인생 가장 큰 도전” [일문일답]
‘하균신’(神)이 ‘욘더’로 이름값을 또 한 번 증명했다. 배우 신하균은 지난 14일 티빙에서 1~3회가 공개된 오리지널 시리즈 ‘욘더’에서 아내의 죽음 이후 공허한 삶을 사는 남편 재현으로 차원의 깊이가 다른 열연을 펼쳤다. ‘욘더’는 세상을 떠난 아내 이후(한지민 분)로부터 메시지를 받은 남편 재현(신하균 분)이 그를 만날 수 있는 미지의 공간 욘더에 초대받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작품은 죽은 자의 기억으로 만들어진 세계 욘더를 마주한 다양한 군상을 통해 삶과 죽음, 영원한 행복은 무엇인가에 대한 근원적 질문을 던진다. 신하균은 극 중 과학 전문지 기자 재현으로 변신해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낸 인물의 덤덤하면서도 애절한 감정선을 유려하게 표현했다. 어느덧 데뷔 25년 차를 자랑하는 베테랑 배우인 그는 “이 일을 하는 것 자체가 인생의 가장 큰 도전이었다”며 “항상 도전에 놓여있다. 새로운 작품을 접해야 연기자로서 살아있는 기분이 든다”고 연기 인생을 돌아봤다. -이준익 감독의 첫 OTT 작품인데 시나리오 첫인상은 어땠나. “흥미로웠다. 대본은 금방 읽었다. 작품이 던지는 메시지도 좋았다. 캐릭터에 대한 도전의식도 있었다. 근미래에 관한 이야기를 어떻게 풀지 궁금했다.” -도전적인 재현 역할을 하며 가장 어려웠던 부분은 무엇이었나. “이 작품은 1인칭 심리극이고 큰 사건이 없이 한 인물의 심리를 따라간다. 이 감독이 나에게 ‘배우가 살면서 이런 역할을 맡기 어려울 것이다’고 말했다. 같은 생각이다. 감정을 많이 보여줄 수 없었다. 다만 시청자가 집중할 수 있게 숨소리, 눈동자 떨림, 고갯짓 하나하나 미세하게 표현해야 하니까 그 부분이 숙제였다.” -극 초반 아내를 떠나보내는 감정 연기가 인상적이었는데. “생각보다 담담하게 연기했다. 재현이 마지막 순간에는 결국 눈물을 흘리지만 안락사 결정 이전 아내와 떠날 준비를 오래전부터 했다. 그 시절 안락사가 일반화되어 있다는 가정 하에 선택을 내린 것이라 준비된 사람의 입장으로 표현하려 했다.” -2003년 드라마 ‘좋은 사람’ 이후 한지민과 19년 만에 한 작품으로 만났는데. “처음 만난 기분이다. 이전에는 나도 그렇고 한지민도 조용해서 대화도 많이 나누지 않았다. 목소리가 기억이 안 날 정도였고 매우 예쁘고 소녀 같은 이미지를 가진 배우로 기억했다. 이번에 부부 연기를 하면서 더 애틋하고 편하고 좋았다. 가지고 있는 장점이 많다. 아름다운 사람이고 상대 배우를 편안하게 해주는 등 배울 점도 많다.”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첫선을 보였는데 어땠나. “이 작품으로 영화제를 갈 거라고는 생각하지도 못했다. 큰 화면으로 다 같이 모여 관람할 기회가 주어져서 너무 좋았다. 관객들도 굉장히 집중해서 본 것 같다. 많은 질문도 받았다.” -촬영 현장은 어땠나. “영화 현장 같았고 여유롭게 촬영했다. 서울, 경기, 충청, 전라, 강원까지 전국을 다 돌면서 아름다운 장소들을 다 봤다.” -‘욘더’의 어떤 매력에 끌려 출연을 결심했나. “소재와 던지는 화두가 좋았다. 이 이야기를 내가 끌고 나갈 수 있다는 것도 신기했다. 더 보여주려고 하지 않았고 극 안에서 내 몫이 무엇인지 생각하고 잘 전달되게끔 하는 게 목표였다. 재현의 감정을 통해 관객이 욘더까지 따라올 수 있게 가이드할 필요가 있었다. 감정 표현을 일정한 선 안에서 과하지 않게 표현하되 내재된 재현의 아픔을 서서히 보여주고자 했다.” -이준익 감독과 함께한 첫 작품인데. “사실 ‘욘더’를 선택한 이유 중 하나는 이준익 감독이다. 항상 궁금했다. 많은 배우가 이 감독과 함께 했을 때 만족감을 표했고 다른 연출작 메이킹을 볼 때마다 현장에서 에너지 넘치는 모습도 좋았다. 영화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됐을 20대에 이 감독을 만난 적이 있다. 당시는 제작사 대표였는데 그 모습과 이번 현장에서의 느낌이 굉장히 달랐다. 감독의 세계가 더 확고해졌다.” -작품 주제인 안락사에 대해 실제로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나. “안락사를 결정할 정도로 고통스러운 상황이라면 결정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고통과 아픔 속에서 살아가는 이들에게는 희망이 될 수도 있다 여긴다. 앞으로 나올 4~6회에서 ‘이 결정이 맞는지’와 관련한 질문을 던진다.” -원작 소설 ‘굿바이 욘더’는 읽어봤나. “읽었는데 잘 기억이 안 난다. 톤도 다르고 하고자 하는 이야기도 다르다. 설정은 비슷하다. 금방 잊어버려서 원작에서 참고한 것은 없다.” -정진영, 이정은과 호흡을 맞춘 소감은. “희한하게 이번 작업을 함께 한 사람들은 다 만났던 적이 있다. 두 사람 모두 너무 존경하는 선배다. 이정은 선배는 20대 때 연극을 하며 만났다. 당시 연기자로서 생각이 정립 안 되고 힘들어했는데 힘을 줬던 누나다. 정진영 선배와는 드라마 ‘브레인’ 촬영을 할 때 만났고 역할 관계가 앙숙이었다. 이번에 다시 만나 너무 좋았다. 두 배우가 가지고 있는 신뢰와 공력 때문에 욘더라는 공간에 설득력이 생겼다.” -욘더라는 세계가 실제로 있다면 만나고 싶은 존재가 있나. “그렇게까지 그리운 사람은 아직 없다. 부모님도 건강히 잘 계신다. 오랫동안 같이 생활한 강아지들을 보고 싶다. 18년 정도 키웠고 우리 가족을 즐겁게 해주던 친구들이었다. 욘더가 실제로 있다면 강아지들과 공놀이를 하고 싶다. 그렇다고 욘더에 바로 참여하고 결정하진 않을 것 같다. 먼저 갔다 온 사람들의 이야기도 들어볼 것이다.” -욘더 공간이 CG를 많이 사용한 것 같았는데 몰입이 어렵지는 않았나. “작품에 나오는 핸드폰도 아크릴판이고 잠수교가 나오는 장면도 CG다. 그저 상상력에 맡겼다. 어려운 건 사실이다.” -티빙과 파라마운트+의 첫 번째 공동투자작인데 흥행에 대한 부담은 없었나. “기대만 하고 있다. 부담을 가진다고 작품이 잘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앞으로 나올 4~6회 관전 포인트를 꼽는다면. “3회까지는 갈등하고 고민하는 과정을 담는다면 이후에는 결정하고 답을 내린다. 그 부분을 중점적으로 보면 좋을 것이다.” -데뷔 25년 차인데 다양한 장르에 끊임없이 도전하는 행보가 인상적이다. “기질이다. 이 일을 하는 것 자체가 내 인생의 가장 큰 도전이었다. 다들 말도 안 된다고 했다. 어렸을 땐 지금보다 더 조용했고 키가 크고 잘생긴 외모도 아니라 사람들이 의아해했던 것 같다. 그렇지만 하지 말라고 하면 더 하고 싶지 않나. 돌이켜 보면 ‘어떻게 나 같은사람이 연기한다고 결정했을까’ 신기하다. 항상 도전에 놓여있다. 새로운 작품을 접해야 연기자로서 살아있는 기분이 든다. 인생의 큰 활력소다.” -팬들이 ‘연기의 신’이라는 의미로 ‘하균신’이라는 별명을 자주 붙이는데. “과분한 별명이다. (연기를) 그렇게 잘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좋게 봐줘서 고맙고 부끄럽고 민망하다. 만족을 잘 못 하는 편이다. 항상 연기하고 나면 아쉬운 부분이 보인다.” -‘욘더’가 시청자에게 어떤 작품으로 남았으면 좋겠나. “함께 고민하고 토론할 수 있는 작품이 되길 바란다. 앞으로 남은 4, 5, 6회에 재현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기대해주면 좋겠다.” 김다은 기자 dagold@edaily.co.kr
2022.10.19 09: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