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창간 단독 인터뷰] 황의조 "金으로 채운 자신감, A대표팀서 확인하세요"
"난생처음으로 17일간 7경기를 뛰었어요. 말 그대로 숨만 돌리고 다시 시합에 나서는 거죠. 지금 생각해 보면 어떻게 뛰었나 싶기도 한데, 금메달이 확정되던 순간에 그동안 쌓였던 피로가 사라진 것 같아요. 소속팀(감바 오사카) 복귀 이후에도 체력적 부담을 느낀 적이 없으니까요. 오히려 자신감도 생겼고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기분입니다.(웃음)" '기적의 골잡이' 황의조(26)는 '아시안게임 에너지'로 그라운드를 누빈다. 그는 지난 2일 끝난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이 낳은 최고 스타다. 와일드카드(24세 이상)로 경기에 참가해 9골로 득점왕을 차지하며 한국의 우승을 이끌었다. 축구팬들은 '킹의조' '갓의조'라고 극찬한다. 이제 '황의족'이라고 부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황의조는 대회 전까지만 해도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뽑힌 것은 김학범 감독과 성남 FC(2015년) 시절 사제 지간으로 지낸 '인맥' 덕분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황의조의 발끝은 약 한 달 만에 돌아온 소속팀에서도 거침없다. 복귀전인 지난 15일 J리그(1부리그) 26라운드 비셀 고베전에서 결승골을 터뜨리며 팀의 1-0 승리를 안겼고, 지난 21일 28라운드 시미즈 S펄스전에서도 승리를 확정하는 시즌 11호 골을 넣어 팀이 2-1로 이기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 덕분에 감바 오사카는 14위(승점 30)로 올라서 강등권(16∼18위)을 벗어났다. 황의조는 최근 일간스포츠와 단독 인터뷰를 하고 "올해 막연히 세웠던 목표가 러시아월드컵과 아시안게임 출전이었다.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목표 중 하나가 이뤄져 신기한 기분"이라면서 "감바 오사카 동료들도 '(아시안게임 우승을) 축하한다'며 반겨 줬다. 오랫동안 떠나 있었던 만큼 소속팀에 보탬이 될 차례"라고 말했다. - 소속팀에 복귀하자마자 연속 경기 골을 기록 중이다.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다. 팀이 강등권 싸움을 벌이는 어려운 상황에서 계속 결승골을 넣어서 기분이 좋다. 더 많은 승리에 기여하고 싶다." - 한일전으로 치러진 아시안게임 결승을 본 동료들이 뭐라고 했나."진심으로 축하해 줬다. 한 달 만에 다시 봐서 그런지, 무척 반가워했다. '(황)의조를 응원했다'는 동료들이 많았다. 한일전이라서 관심을 가진 선수들이 많았다." - 결승에서 일본팀 일원으로 뛴 감바 오사카 동료 하쓰세 료의 반응은 어땠나."경기 이후 잠시 얘기를 나눴는데, 힘든 경기였다고 했다. 한국 선수들이 눈빛부터 달랐다고 했다. 나도 오사카에선 볼 수 없었던 '무서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고 했다.(웃음)" - 고베전에서 세계적인 스타 안드레스 이니에스타(스페인)를 상대한 소감은."경계 대상답게 확실히 다른 플레이를 했다. 볼을 안 뺏기면서도 여유 있게 경기하더라. 괜히 세계적인 선수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좋은 플레이를 보면서 많이 배웠다." - 경기하면서 더 큰 무대로 나가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겠다."고베의 이니에스타나 루카스 포돌스키(독일) 같은 선수들이 많은 유럽에 진출하고 싶은 마음은 늘 있다. 아시안게임이 끝나고 막연했던 '꿈'이 '희망'으로 바뀌었다. 기회가 된다면 도전하고 싶다. 하지만 지금은 강등 싸움을 벌이고 있는 소속팀에서 최선을 다하는 게 우선이다." - 뛰어 보고 싶은 리그가 있다면."축구선수의 꿈을 꾸던 어린 시절에 즐겨 보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다. 조바심은 없다. 소속팀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 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날이 올 수 있도록 한 계단 한 계단 착실히 밟아 나가겠다." - 아시안게임은 축구 인생에서 몇 안 되는 기회였던 셈인가."아시안게임을 통해 유럽을 바라보게 된 것은 물론이고, 다시 한 번 좋은 기회를 얻은 기분까지 든다. 금메달 목표를 이뤄서가 아니다. 좋은 동료들과 호흡하며 성장한 느낌이다." -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따기까지 가장 큰 고비는."아무래도 (해트트릭을 기록한) 8강 우즈베키스탄전이 가장 힘들었다. 2-0으로 리드하다 2-3 역전을 허용했는데, 다시 동점을 만들고 재역전했다. 기억에 많이 남을 수밖에 없다." - 3-3으로 맞선 우즈벡전 연장 후반 12분, 직접 얻은 페널티킥을 찰 생각은 없었나."먼저 (손)흥민이한테 찰 거냐고 물어봤다. 그런데 '(황)희찬이가 찬다'고 하더라. 희찬이가 넣어 줄 거라고 믿었고, 넣어 줘서 고맙게 생각한다. 나도 자신 있었지만, 찼다면 어떻게 됐을지 장담하지 못한다.(웃음)" - 1992년생 동갑내기 손흥민과 호흡이 돋보였다."흥민이는 어렸을 때부터 가깝게 지냈던 친구다. 워낙 기량이 좋은 선수라서 도움이 많이 됐다. 어시스트뿐 아니라 골도 충분히 넣을 수 있는 선수다. 앞으로도 흥민이한테 도움을 많이 받아서 골을 넣는 일이 많았으면 좋겠다." - '인맥 논란'도 잠재웠다."최대한 신경을 안 쓰려고 노력했다. 나 때문에 팀 분위기를 헤치는 일이 없기를 바랐다. 오로지 컨디션 관리에 집중했다." - 긴장을 잘 하지 않은 편으로 알려졌다. 결승전을 앞두고도 그랬나."긴장하는 편이 아닌데, 결승전 전날 밤에 잠을 설쳤다. 평소와 달리 신경이 예민했다. 중요한 대회에서 가장 중요한 경기라서 그랬던 것 같다." - 지난 시즌 K리그와 J리그에서 부진했다. 짧은 시간 내 골결정력이 좋아진 비결은."한 번도 말한 적은 없지만, 개인적으로 훈련을 무척 많이 했다. 다시 일어서고 싶었다. 경기에 많이 나가고 싶은 욕심도 컸다. 팀 훈련이 끝나면 웨이트트레이닝장으로 직행했다. 혼자 남아서 슈팅 연습도 추가로 빼먹지 않고 했다. 평소 훈련량에 훈련을 추가하면 언젠가 효과가 나타날 거라고 믿었다." - 올 시즌 초반 포지션 이동도 골결정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됐나."나를 오랜 기간 동안 지켜보다 지난 시즌 하세가와 겐타 감독님이 올 시즌을 앞두고 도쿄 FC로 자리를 옮겼다. 새로 부임한 브라질 출신 레비 쿨피 감독님은 최전방에서 뛰던 나를 측면 공격수로 투입했다. 새로운 감독님이 오셨기 때문에 다시 생존 경쟁을 하느라 힘들었고, 새로운 포지션에 적응하느라 더 힘들었다. 꾸준히 경기에 나가기 위해선 득점하는 것 외에 방법이 없었다. 측면에서도 중앙으로 침투하려고 노력했다. 최전방에서 뛸 때보다 골 찬스가 줄어든 만큼 최선을 다해 슈팅했다. 추가 훈련과 맞물려 득점력이 살아났다. 득점력을 보신 감독님도 얼마 뒤 나를 다시 최전방 공격수로 복귀시켰다." - 이제는 '킹의조'다."팬들이 그렇게 불러 주실 때마다 기분이 좋다. 더 잘하라고 그런 별명을 붙여 주신 것 같다. 당연히 '킹의조' 상태를 유지하고 싶은 마음이다. 좋은 플레이를 꾸준히 보여 드릴 수 있도록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도록 노력하겠다." - 소속팀 한국인 동료 오재석은 일본 생활의 은인이라고."(오)재석이 형이 없었다면 이렇게 많은 골을 넣지 못했을 것이다. 2013년부터 일본 생활을 한 재석이 형이 '일본에선 너도 용병이니, 실력으로 말해야 한다'는 현실적인 조언을 해 줬다. 사령탑이 바뀌었을 때도 '최대한 빨리 새로운 감독이 선호하는 축구를 해야 한다'고 말해 줬다. 덕분에 더 이를 악물었다." - 롤모델인 황선홍 전 FC 서울 감독의 조언도 있었다던데."지난해 일본 이적 전에 만났다. 선배님께서 현역 시절에 어떤 플레이를 했고, 얼마나 간절하게 뛰었는지 말씀해 주셨다. 선배님은 4학년이던 2002년 처음 축구를 시작할 때 최고의 스트라이커였던 분이다. 워낙 뛰어난 스트라이커였고, 실제 겪은 일본 경험이었기 때문에 많은 도움이 됐다. 아직 선배님 같은 선수가 되려면 멀었다. 하지만 더 노력해서 언제가 꼭 뛰어넘고 싶다.(웃음)" - 아시안게임 금메달 기운을 안고 벤투호에 합류해 코스타리카전(8일)·칠레전(11일) 두 경기를 뛰었지만 골을 터뜨리진 못했다."골을 넣지 못해 많이 아쉬웠다. 특히 선발로 나선 칠레전이 그랬다. 아시안게임에서 호흡을 맞춘 동료들과 대표팀에 소집돼 자신감이 있었지만, 상대가 워낙 잘했다." - 다음 달 1일 10월 A매치 연전 소집 명단을 발표한다."또 기회가 주어진다면, 꼭 골맛을 보고 싶다." - 10월 평가전 상대인 우루과이에는 세계적인 골잡이 루이스 수아레스(바르셀로나)와 에디손 카바니(파리 생제르맹)가 뛴다."평소 우루과이 스트라이커들의 영상을 찾아봤다. 특히 카바니의 움직임을 많이 참고했다. 그런 선수들과 같이 뛴다면 자신감을 끌어올리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 아시안게임과 소속팀에서 실력을 증명했다. 이제 A대표팀만 남았다."대표팀에서도 시원하고 좋은 플레이를 펼치고 싶다. 항상 목표를 높게 잡고 싶다. 대표팀이라는 곳은 기술이 좋은 선수들이 모이는 곳이다. 아시안게임에서 그랬듯 대표팀에서도 많은 골을 넣겠다. 월드컵은 아직 4년이라는 시간이 있다. 내년 아시안컵에 나가는 것이 목표다. 꾸준히 좋은 모습 보일 테니, 축구팬들의 많은 응원과 격려를 부탁드린다." 피주영 기자
2018.09.27 06: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