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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아프다, 키움은 박병호에게 맞으면 더 아프다

지난겨울 키움 히어로즈는 결단을 내렸다. FA(자유계약선수)로 풀린 간판타자 박병호(36·현 KT 위즈)와 계약을 포기했다. 에이징 커브(일정 나이가 되면 운동능력이 저하되며 기량 하락으로 이어지는 현상)가 시작됐다는 판단으로 제대로 된 협상 테이블조차 꾸리지 않았다. 박병호는 계약 기간 3년, 최대 30억원을 받는 조건으로 KT 유니폼을 입었다. KT는 키움에 건넨 보상금 22억5000만원을 포함, 최대 52억5000만원을 부담했다. 시장의 예상을 깬 통 큰 베팅이었다. 키움이 박병호와 결별한 가장 큰 이유는 기록 하락이다. 박병호의 지난 시즌 타율이 0.227(409타수 93안타)로 규정타석을 채운 KBO리그 타자 53명 중 꼴찌였다. 타율 0.223(309타수 69안타)를 기록한 2020년에 이어 2년 연속 각종 타격 수치가 급락했다. 야구통계전문업체 스포츠투아이에 따르면, 인플레이 타구 기준 타구 속도마저 전년 대비 4.5㎞/h 느려진 139.3㎞/h로 측정됐다. 홈런이 간헐적으로 터졌지만, 타석에서의 생산성은 뚝 떨어진 모습이었다. 투자 여유가 없는 구단 상황도 한몫했다. 모기업이 없는 히어로즈는 2019년부터 5년 동안 키움증권에 네이밍 라이츠(Naming rights, 팀 명에 기업명을 붙이는 권리)를 팔아 그 대가로 연간 100억원씩을 받고 있다. 키움은 지난해에 국내 선수 연봉으로 60억원 이상을 지출했다. 외국인 선수 연봉을 포함하면 80~90억원에 이른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19 영향으로 관중 수입이 크게 줄어 운신의 폭이 더 좁아졌다. 2018년부터 4년 동안 박병호에게 총연봉 65억원을 투자했지만 '더는 어렵다'는 판단이었다. 박병호는 2015년 11월 미국 메이저리그(MLB) 진출하며 이적료 개념의 포스팅 비용 1285만 달러(당시 환율 147억원)를 히어로즈 구단에 안겼다. 구단 안팎에선 키움의 미온적인 협상 태도에 대해 "박병호의 섭섭함이 크다"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키움을 떠난 박병호는 올 시즌 재기했다. 정규시즌 124경기에서 타율 0.275(429타수 118안타)를 기록했다. 홈런 35개를 쏘아 올려 개인 통산 여섯 번째 홈런왕까지 차지했다. 지난 6월에는 전무후무한 9시즌 연속 20홈런이라는 대기록까지 수립했다. 평균 타구 속도를 141.2㎞/h로 끌어올렸고 타구 발사각도 25.2도 향상했다. 더 높은 각도에서 더 강한 타구를 날리니 타구의 질이 180도 달라졌다. 배럴 타구 꽤 늘었다. 배럴 타구는 발사각 26~30도, 그리고 타구 속도 98마일(157.7㎞/h) 이상인 이상적인 타구를 의미한다. 유한준이 은퇴한 KT는 베테랑 박병호가 타선의 중심을 잡았다. 그의 존재는 외국인 타자 헨리 라모스와 강백호가 연쇄 부상으로 쓰러진 악재 속에서 버틸 수 있는 원동력이었다. KT 구단이 전폭적으로 박병호를를 신뢰했다. 박병호는 지난달 11일 전열에서 이탈했다. 2루타를 때려낸 뒤 태그를 피해 2루를 밟다가 발목을 접질렸다. 구급차에 실려 야구장을 빠져나갈 정도로 상황이 심각했다. 병원 세 곳에서 교차 검진한 결과, 오른발목 앞뒤 인대 손상(파열)이 발견됐다. 박병호는 예상보다 빠르게 몸 상태를 추슬렀다. 이강철 KT 감독이 "(회복 속도에) 놀랐다"고 말할 정도였다. 정규시즌 막판 1군에 복귀한 그는 포스트시즌(PS)을 뛰고 있다.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KIA 타이거즈를 꺾은 KT의 준플레이오프(준PO·5전 3승제) 상대가 공교롭게도 키움이다. 홍원기 키움 감독은 "단기전은 변수가 많다. 어느 팀이 분위기를 선점하고 그걸 극대화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박병호는 준PO 1차전에서 0-4로 뒤진 7회 초 선두 타자 솔로 홈런을 터트렸다. KT는 4-8로 패했지만, 박병호 홈런 이후 4-4 동점에 성공하며 키움 마운드를 압박했다. 박병호는 준PO 2차전에선 1회 초 1사 1,2루에서 중전 안타로 결승타를 책임졌다. KT가 패한 3차전 성적은 3타수 1안타 2삼진. 키움과 KT의 준PO는 일찌감치 '박병호 시리즈'로 불렸다. 예상대로 박병호 타석에서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키움으로선 박병호에게 맞으면, 더 아프다. 수원=배중현 기자 bjh1025@edaily.co.kr 2022.10.20 11:00
야구

'총체적 난국' KT, 응답하라 베테랑 투·박

'디펜딩 챔피언' KT 위즈는 지난주까지 치른 13경기에서 승률 0.231(3승 10패)을 기록하며 10개 구단 중 8위에 머물렀다. 투수들이 잘 버틴 개막 1주 차엔 타자들이 부진했고, 타선이 살아날 조짐을 보인 뒤엔 선발진이 흔들렸다. 이강철 KT 감독은 극심한 투·타 부조화에 "마치 팀 타격이 크게 가라앉았던 지난해 10월 흐름과 지금이 비슷한 것 같다"라고 했다. KT는 지난해 70승에 선착한 10월 7일 이후 급격히 공격력이 떨어졌다. 17일 한화 이글스전부터 5연패를 당하며 삼성 라이온즈에 1위 자리를 내주기도했다. '우승을 놓치면 안 된다'는 압박감에 시달렸다. 연패 기간 KT 타선의 평균 득점은 1.00점에 불과했다. 당시 막힌 혈을 뚫어낸 선수는 '맏형' 유한준이었다. 그는 10월 24일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안타를 치고 2루를 향하며 한 차례, 후속 타자 장성우의 안타 때 홈으로 쇄도하며 다시 한번 몸을 날렸다. 트레이너가 전력 질주를 금지할 만큼 햄스트링 상태가 좋지 않았지만, 유한준은 투혼을 보여줬다. KT는 이 경기 승리(스코어 6-0)로 분위기를 바꿨고, 이후 삼성과의 타이 브레이커 끝에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했다. 같은 퍼포먼스라도 더 큰 영향력을 끼치는 선수가 있다. 에이스의 호투, 4번 타자의 홈런은 팀 분위기를 바꾼다. KT엔 부상을 안고도 허슬 플레이를 보여준 41살 노장이 있었다. 강백호, 고영표 등 젊은 투·타 주축들은 "유한준 선배님이 몸소 강한 메시지를 주신 덕분"이라고 했다. 유한준은 지난 시즌 종료 뒤 은퇴했다. 현재 KT 선수단 기둥은 다시 주장을 맡은 박경수(38)와 이적생 거포 박병호(36)다. 팀 위기에서 두 베테랑이 제 몫 이상 해줘야 한다. 좋은 성적뿐 아니라 투지 있는 플레이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박병호는 올 시즌도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는 변화구에 약하다. 헛스윙을 연발하며 불리한 볼카운트를 자초한 뒤 4구 안에 삼진으로 물러난 타석만 10번이다. 타석당 투구수는 리그 평균(3.86개)보다 훨씬 적은 3.60개였다. 박병호의 선구안이 갑자기 좋아질 순 없다. 그러나 허무하게 물러나는 승부는 줄여야 한다. 필요하다면 큰 스윙이 아닌 커트(의도적으로 파울을 만드는 스윙)를 해야 한다. 투지가 드러나는 모습은 제각각이다. 박병호는 끈질기고 집요한 승부로 투지를 보여줄 수 있다. 박경수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한국시리즈(KS)에서 신들린 호수비를 수차례 보여주며 KS 최우수선수(MVP)까지 거머쥔 그는 지난 3일 삼성전 9회 초 수비에서 결정적인 포구 실책을 범하며 역전패 빌미를 줬다. 박경수는 컨디션 난조로 선발 출전마저 줄었다. 현재 박경수가 보여줄 수 있는 투지는 지난해 KS처럼 안정감 있는 수비로 투수를 지원하는 것이다. 맏형의 허슬 플레이는 KT 선수들을 똘똘 뭉치게 만들 수 있다. 박병호는 19일 LG 트윈스전에서 8경기 만에 타점을 올렸다. 박경수는 6회 말 만루 위기에서 고영표의 무실점 투구를 돕는 호수비를 보여줬다. KT는 두 베테랑의 활약 속에 리그 2위였던 LG를 5-0으로 잡고 반등 발판을 만들었다. 안희수 기자 an.heesoo@joongang.co.kr 2022.04.20 06:59
야구

배정대의 남다른 목표 설정, '롤모델' 유한준 영향

선수들은 보통 이전 시즌 성적을 기준으로 새 목표를 정한다. 부족한 점을 보완하거나, 저조했던 기록을 끌어올리려고 한다. 대개는 더 높은 위치를 바라본다. KT 위즈 주전 중견수 배정대(27)는 조금 다르다. 성적이 떨어진 쪽은 타격이다. 2020시즌 타율 0.289를 기록했지만, 2021시즌은 0.259였다. 장타율도 0.420에서 0.378로 낮아졌다. 하지만 배정대는 2022년 목표에 대해 "타격보다 (외야) 수비를 더 신경 써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수비 기록은 오히려 더 좋아졌다. 2020시즌 0.987였던 수비율은 2021시즌 0.991로 올랐고, 실책도 5개에서 3개로 줄었다. 13개였던 어시스트(보살·타자주자 또는 주자가 풋아웃을 당하는 데 기여한 야수에게 주어지는 기록)는 7개로 감소했지만, 여전히 강한 어깨를 보여줬다. 배정대는 "많은 선수가 매년 타격 기록에서 커리어하이를 노릴 것이다. 그러나 기량이 정체되는 시기를 겪는 것도 필연이라고 생각한다. 숫자에 너무 연연하기보다는 반드시 잘해야 하는 부분에 소홀하지 않으면서 내가 정말로 원하는 야구를 꾸준히 밀고 나갈 수 있는 힘을 키우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2019시즌까지 백업 선수였던 배정대는 2020년 스프링캠프에서 크게 좋아진 타격 능력을 보여주며 주전으로 올라섰다. 개막 후에도 준수한 성적을 남겼다. 많은 출전 기회를 얻은 이유는 분명 공격력 향상이다. 하지만 배정대는 수비력을 더 강조한다. 안정감 있게 KT의 가운데 외야를 지키는 게 자신에게 주어진 가장 큰 임무라고 생각한다. 수비력만큼은 리그에서 정상급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자신감도 있다. 배정대가 타격 성적을 좇지 않게 된 배경이 있다. 지난해 은퇴한 '롤모델' 유한준을 수 년 동안 옆에서 지켜보며 어떤 자세로 야구를 해야 할지 정립했기 때문이다. 배정대는 "(유)한준 선배님은 결과나 성취도에 연연하지 않고 묵묵히 자신이 목표한 야구를 걸어가셨다고 생각한다. 분명히 힘들고 어려운 일도 많았을 것이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나도 '내가 잘할 수 있는 야구'를 실현하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한준은 화려하진 않지만, 헌신적인 자세로 팀을 이끈 선수다. 배정대는 그런 선배를 보며 누구나 자신만의 야구로 팀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수비 강화를 첫째 목표로 내세웠다. 배정대는 "지난해 펜스 앞 플레이에 문제가 있었다. 보살도 100이닝에 1개꼴 정도 해내고 싶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물론 타격도 소홀할 생각은 없다. 매년 전 경기 출장, 3할 타율 진입에 도전한다. 배정대는 "작년 타격 기록은 분명히 안 좋았다. '2년 차 징크스를 겪었다'며 가볍게 보지 않는다. 어떤 문제점이 있었는지 파악하고,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안희수 기자 2022.01.21 0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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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호, KT 가나…키움은 침묵

프로야구 KT 위즈가 자유계약선수(FA)로 풀린 박병호(35) 영입을 위해 물밑에서 움직이고 있다. 원소속구단 키움 히어로즈도 이를 감지했지만 별다른 대응책이 없어 속앓이 중이다.현재 프로야구 FA 시장의 최대 화두는 박병호의 거취다. 지난달 25일 FA로 공시된 그는 한 달 넘게 미계약 상태다. 키움과의 잔류 협상이 원활하지 않다. 키움은 고형욱 단장과 허승필 운영팀장이 외국인 선수 물색차 동반 출국해 FA 시장이 개장했을 때 협상 담당자가 한국에 없었다. 고 단장이 지난 7일 박병호와 뒤늦게 처음 만났지만, 안부를 묻는 수준에 그쳤다. 박병호도 대리인 없이 자리에 나올 만큼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고 단장은 “다음 만남은 내년 초가 되지 않을까 싶다. 구단도 시간이 필요하고 박병호 측도 시간이 필요할 거”라고 장기전을 예고했다.첫 만남 때만 해도 박병호의 이적 가능성은 크지 않았다. 고액 연봉자인 박병호는 이적에 따른 보상금도 상상을 초월한다. 그와 계약하는 구단은 2021시즌 연봉 15억원의 150%인 22억5000만원을 키움에 보상해야 한다. 2~3년의 계약 기간만 보장해도 총액 50억~60억원을 훌쩍 넘긴다. 보상금 수준이 비슷했던 김현수(LG 트윈스) 김재환(두산 베어스) 등이 FA 잔류를 선택하면서 박병호의 ‘키움 잔류’도 시간문제로 보였다.기류가 바뀐 건 KT의 관심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다. 내부 FA였던 3루수 황재균, 포수 장성우와 계약한 KT는 외부 FA 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이숭용 KT 단장은 지난 27일 황재균 계약 발표 후 “아직 FA 시장에서 철수하지 않았다”고 공언했다. 시장에 남아 있는 즉시 전력감이 박병호와 정훈밖에 없다는 걸 고려하면 박병호 영입 가능성에 힘이 실렸다.올 시즌 통합우승을 달성한 KT에는 베테랑이 필요하다. 올 시즌 뒤 유한준이 은퇴했기에 박경수와 함께 팀의 중심을 잡아줄 선수를 원한다. 박병호는 유한준이 주로 맡았던 지명타자는 물론이고 1루수 강백호의 출전 시간을 조절할 수 있는 대안이다. 공교롭게도 박병호는 박경수와 LG 트윈스에서 한솥밥을 먹었고, 이강철 KT 감독은 넥센 히어로즈 수석코치 출신으로 누구보다 그를 잘 안다. 우승에 목마른 박병호로서도 투타 전력이 안정적인 KT는 매력적인 팀이다.박병호는 홈런왕을 무려 다섯 번이나 차지한 거포다. 통산 홈런만 327개다. 하지만 최근 두 시즌 연속 개인 성적이 크게 하락했다. 올 시즌에는 리그 타격 최하위(0.227)에 머물렀다. 타석에서의 생산성이 눈에 띌 정도로 떨어져 ‘에이징 커브(일정 나이가 되면 운동능력이 저하되며 기량이 하락하는 현상)’에 대한 우려가 크다.성적을 떠나 키움은 “박병호 잔류가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박병호의 이탈을 예상했다면 외국인 타자로 1루수를 영입했어야 했지만, 외야수 야시엘 푸이그와 계약했다. 팀 내 마땅한 박병호의 대안이 없는 것도 고민거리다.박병호의 거취를 결정한 핵심은 역시 몸값이다. 모기업이 없는 히어로즈는 2019년부터 5년 동안 키움증권에 네이밍 라이츠(Naming rights, 팀 명에 기업명을 붙이는 권리)를 팔아 그 대가로 연간 100억원씩을 받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관중 수입이 크게 줄어들면서 구단 살림살이가 어려워졌다. 최근 4년 동안 박병호에게 총연봉 65억원을 안기며 대우했으나 이번엔 투자 여유가 많지 않다. FA 시장은 돈의 흐름에 따라 움직인다.모기업이 탄탄한 KT와의 영입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힘들다. 키움은 구단 내부적으로 박병호 관련 얘기를 조심스러워한다. 그만큼 잔류 협상이 순탄치 않다는 의미다. 배중현 기자 bae.junghyune@joongang.co.kr 2021.12.29 08:03
야구

로하스 없이 우승, 유한준 공백도 '팀 KT'로 지운다

KT 위즈는 2022년 팀 '대들보' 유한준(40)이 없는 첫 시즌을 보낸다. 2021년 통합 우승을 이끈 유한준은 지난달 은퇴를 결정했다. 그는 "내 빈자리는 성장한 후배들이 충분히 메워줄 수 있다고 믿는다"라고 했다. 그는 지명타자 임무를 수행한 자신의 장타력이 이전보다 떨어졌기 때문에 세대 교체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우승이라는 목표를 이룬 점도 결단에 영향을 미쳤다. 팀 리더 역할은 '둘째 형' 박경수가 맡아 줄 수 있다. 지난주 자유계약선수(FA) 재계약한 포수 장성우도 "(박)경수 형을 도와서 팀을 이끌어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했다. 27일 FA 재계약한 황재균도 있다. 투수진에서는 고영표의 어깨가 무거워졌다. 그는 야수와 투수, 선수들과 코칭 스태프 사이 가교 역할을 잘 해내는 선수로 평가받고 있다. 2022년 입단 9년 차가 되는 배정대도 '차기' 주장감이다. 박경수가 그의 친화력과 책임감 있는 모습을 치켜세우기도 했다. 유한준이 주로 나서던 지명타자도 채워야 한다. 체력 관리 차원에서 번갈아 지명타자를 맡는 추세지만, 공격력 강화를 위해서는 고정된 선수가 필요하다. 문상철이 1순위로 꼽힌다. 그는 2014년 특별 지명으로 KT에 입단한 창단 멤버다. 매년 기대에 비해 좋은 퍼포먼스를 보여주지 못했다. 하지만 타석 수가 충분히 주어지면 팀 장타력 향상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선수로 평가된다. 외야 경쟁 판도도 주전 지명타자를 낙점하는 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중견수 배정대, 새 외국인 타자 헨리 라모스는 개막 초반 고정될 전망이다. 남은 한 자리를 두고 조용호와 김민혁이 경쟁한다. 이강철 KT 감독이 작전 수행 능력이 좋은 타자를 선호하는 점을 감안하면, 조용호가 한 발 앞서 있다. 변수는 조용호의 몸 상태다. 2021 정규시즌 타격 잠재력을 증명한 김병희, 김태훈 그리고 1~2년 차에 성장 가능성을 보여준 천성호와 권동진도 잠재적인 후보다. 이적생 오윤석도 타격 경쟁력은 떨어지지 않는다. KT는 2021 정규시즌 개막 전 저평가받았다. 2020년 최우수선수(MVP)를 차지한 멜 로하스 주니어가 일본 무대로 이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팀 KT'의 힘으로 그 공백을 메웠고, 통합 우승까지 차지했다. 유한준은 멘털적으로도 선수단에 큰 영향을 미치던 선수다. 공백은 크다. 하지만 다시 한번 팀의 힘을 보여줄 전망이다. 이제 맏형이 된 박경수는 "우리는 누군가의 공백을 잘 메우는 팀"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안희수 기자 an.heesoo@joongang.co.kr 2021.12.27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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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선수' 강백호 "박경수·유한준 선배에게 영광을 돌린다"

강백호(22·KT 위즈)가 연말 시상식에서 처음으로 주인공이 됐다.강백호는 2일 서울 엘리에나호텔임페리얼홀에서 열린 '스포츠서울 올해의 상' 시상식에서 '올해의 선수' 수상자로 선정됐다.강백호는 올 시즌 출전한 142경기에서 타율 0.347(3위) 102타점(2위) 출루율 0.450(2위) 장타율 0.521(5위)를 기록했다. 후반기 초반까지 4할 타율을 유지하며 뜨거운 타격감을 보여줬다.정규시즌 막판 조금 흔들렸다. 개인 타이틀 획득에 실패하며 '무관의 제왕'으로 불렸다. 하지만 소속팀 KT를 정상으로 이끌었다. 10월 31일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의 1위 결정전 6회 타석에서 상대 에이스 원태인에게 결승 좌전 안타를 치며 1-0 승리 주역이 됐다. 두산 베어스와의 한국시리즈(KS)에서는 8타석 연속 출루 등 4경기 타율 0.500을 기록하며 통합 우승을 견인했다.강백호는 "감독님, 단장님께 감사드린다. 이 영광을 (팀 선배) 유한준, 박경수 선배님께 돌린다"라고 소감을 밝혔다.우승 확정 순간 뜨거운 눈물을 보인 그는 "운동을 하면서 가장 벅찼던 순간이었다.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행복한 시즌"이라며 웃었다.처음 나선 KS에서 조금도 긴장하지 않았다. 성적이 증명한다. 강백호는 "앞서 (정규시즌 최종전과 1위 결정전을 치르며) 큰 경기 경험을 많이 한 덕분이다. 팀에서 내게 원하는 역할을 잘 알고 있다. 감독님과 선배님 모두 부담을 줄여주셨다. '내 역할만 잘하자'는 마음가짐으로 KS를 치른 덕분에 좋은 결과가 있었던 것 같다"라고 전했다.올해의 선수 시상에 앞서 진행된 올해의 타자는 올 시즌 타격왕 이정우(키움 히어로즈)가 차지했다. 이정후는 타율 0.360을 기록, 강백호의 타격왕 경쟁에서 승자가 됐다. 시상을 위해 단상에 오른 그는 "백호가 이제 밥을 좀 샀으면 좋겠다"고 말해 웃음을 안겼다.강백호는 이정후 앞에서 "정후 형이 좋은 길을 열어준 덕분에 고졸 신인으로 기회를 많이 얻을 수 있었다. 내가 목표를 잡을 때 영향을 미치는 선배이자 형"이라는 속내를 전했다.이 자리에서 식사 자리를 약속했다. 하지만 장소는 미정이다. 강백호는 "연봉 계약이 잘 되면 쇠고기를 먹을 수 있다"라고 했다. 이정후가 아닌 장내에 있는 이숭용 KT 단장을 향한 메시지였다.안희수 기자 an.heesoo@joongang.co.kr 2021.12.02 17:22
야구

'야듀' 유한준 "팀 KT 의미? 꼴등도 1등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

후배들을 믿고 떠난다. KT 위즈를 위한 결정이다. 유한준(40)은 마지막 순간까지 '좋은 선배'로 남았다. KT의 창단 첫 통합 우승을 이끈 '맏형' 유한준이 24일 은퇴를 선언했다. 유한준은 일간스포츠와의 전화 통화에서 "그토록 바랐던 우승 반지를 얻었고, 지도자도 아닌데 헹가래까지 받았다. 나는 행복한 선수였다. 은퇴도 축하받고 싶다"라며 웃었다. 유한준은 2021 정규시즌 104경기에 출전, 타율 0.309 5홈런 42타점을 기록했다. 장타력은 떨어졌지만, 콘택트 능력은 전과 다름이 없었다. 팀 리더로서 선수단에 미치는 영향력도 크다. 1~2년은 더 뛸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유한준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지명타자는 한 시즌 20~30홈런을 치며 상대 투수에게 위압감을 줄 수 있어야 한다. 기술과 요령으로 안타를 만들 순 있었지만, 경기 흐름을 바꾸는 타격은 하지 못했다"라고 했다. 이어 "(수비하지 않는) 지명타자로도 풀타임을 뛸 수 없는 몸이었다. 경기 후반 조커(대타)로 투입되는 임무는 다른 후배들도 충분히 잘해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내가 물러나는 게 팀이 더 강해지는 길이라고 생각했다"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은퇴라는 단어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던 나날들. 우승이라는 명확한 목표를 세운 덕분에 힘을 낼 수 있었다. 유한준은 "기량이 떨어진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KT의 첫 우승에 기여하는 것뿐이었다. (정규시즌 1위를 달리며) 목표가 가시권에 있었기 때문에 그 의지가 더 커졌다. 우승이라는 선물을 받으면 미련 없이 은퇴할 수 있을 것 같았다"라고 돌아봤다. 유한준은 누구보다 뜨거운 가을을 보냈고, 결국 데뷔 18년 만에 처음으로 통합 우승을 경험했다. 유한준은 인성이 좋은 선수로 알려졌다. 동료, 지도자, 야구계 관계자의 한결같은 평판이다. 봉사·기부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했고, 자선 바자회에 자신의 애장품을 자주 전했다. '좋은 사람'이라는 이미지가 늘 편했던 건 아니다. 유한준에게 "그런 선입견으로 사는 건 너무 힘들 것 같다"라고 전하자 "정말 공감되는 얘기다. 부담이 컸다. 말도 행동도 조심스럽게 되더라. 내 한 마디가 후배들에게는 크게 와 닿을 수 있기 때문에 더 그랬다"라고 돌아봤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성숙했다. 30대 중반이 넘은 나이에 젊은 선수가 많은 '막내 구단' KT로 이적했고, 책임감에 대해 다시 생각할 수 있는 계기를 맞이했다. 유한준은 "야구 인생에 가장 힘든 결정이었고, 큰 전환점이 됐다. 고참으로서 '팀을 이끌어야 한다'는 마음가짐이 나를 더 강하게 만든 것 같다. 더 좋은 선배가 되고 싶었다"라고 돌아봤다. 유한준은 KT 입단에 대해 "행운이었다"라고 했다. 책임감과 인성을 모두 갖춘 리더를 얻은 KT도 행운이다. 유한준은 이강철 감독이 자주 강조하는 '팀 KT'의 힘에 대해 "밑바닥부터 천천히 올라섰다. 꼴찌도 1등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누구나 그렇게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 게 팀 KT의 힘인 것 같다"라며 웃었다. 유한준은 프런트로 제2의 야구 인생을 시작한다. 그라운드 밖에서 야구를 바라볼 생각이다. 여러 보직을 소화하며 경험을 쌓을 생각이다. 유한준은 "행복하게 떠날 수 있도록 만들어준 동료들과 선배님들 그리고 KT팬에 감사드린다"라는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안희수 기자 an.heesoo@joongang.co.kr 2021.11.25 17:29
야구

KT 베테랑 4인방 '완전체' 동행, 2022년도 가능할까

이강철 KT 위즈 감독은 부임 직후 베테랑들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모바일 메신저 단체 대화방을 만들었다. 최고참 유한준부터 당시 입단 12년 차였던 주전 포수 장성우까지 포함됐다. 이강철 감독은 베테랑들에게 힘을 실어줬고, 존중받은 베테랑들은 젊은 선수들과 코칭스태프 사이 원활한 소통을 이끌며 끈끈한 팀워크를 만들었다. KT가 2021시즌 통합 우승을 거둔 원동력 중 하나다. 하지만 베테랑 단체 대화방에서 퇴장하는 선수가 나올 수 있다. 내년 동행을 장담할 수 없는 선수가 많다. 2021시즌 주장이자 주전 3루수 황재균과 장성우는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었다. 내부에서 두 선수를 대체할 선수는 찾기 어렵다. 이숭용 KT 단장은 "모두 잡겠다"라며 재계약 의지를 드러냈다. 황재균은 올 시즌 타율 0.291·10홈런·56타점을 기록했다. 개막 초반 당한 코뼈 골절상으로 한 달 넘게 이탈한 탓에 성적은 예년보다 떨어졌다. 하지만 여전히 3할 타율과 20홈런 이상 기대할 수 있는 선수다. FA 시장에 나온 선수 중 유일하게 주 포지션이 3루수라는 점도 경쟁력이다. 장성우는 투수 리드 능력이 탁월하다. KT 젊은 투수들의 성장을 이끈 주역이다. 이강철 감독은 "장성우 덕분에 팀 투수들이 자신의 기량을 발휘할 수 있었다. 주목받지 못하는 자리에서 정말 잘 해주고 있는 선수"라며 극찬했다. 타격 능력도 나쁘지 않다. 올 시즌 KT 타자 중 둘째(10개)로 많은 결승타를 기록했다. FA 등급제에서는 B등급을 받았다. 다른 팀이 그를 영입하려면 2021년 연봉(2억 1000만원) 100%와 보호선수 명단(25명) 외 1명, 또는 2021년 연봉의 200%를 KT에 보상해야 한다. 부담스러운 수준이 아니다. 주전 포수 역량이 떨어지는 팀에서는 눈독을 들일 만하다. 황재균과 장성우 모두 KT에서 데뷔 첫 우승을 경험했다. 팀에 애착이 크다. 하지만 FA 계약은 비즈니스 논리가 작용한다. 유한준과 박경수는 2021년을 끝으로 KT와 계약이 만료됐다. 한국시리즈(KS) 최우수선수(MVP)를 차지하며 존재감을 인정받은 박경수는 무난히 재계약할 전망이다. 하지만 유한준의 거취는 불투명하다. 유한준은 선수 생활 은퇴도 고려하고 있다. KS를 앞둔 그에게 관련 내용을 묻자 "내 개인 문제로 중요한 경기를 앞둔 동료들을 흔들고 싶지 않다"라며 확답을 피했다. 은퇴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의미였다. KS 내내 '유한준 은퇴 금지'라는 문구를 든 한 팬의 모습이 중계 화면에 잡혔다. 유한준은 여전히 좋은 기량을 갖췄고, 후배들에게 미치는 영향력도 크다. KT에 꼭 필요한 선수다. 하지만 구단은 선수의 뜻을 존중할 생각이다. 안희수 기자 an.heesoo@joongang.co.kr 2021.11.24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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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는 K-Team

프로야구 ‘막내 구단’ KT 위즈가 정상에 올랐다. KT는 18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1 KBO리그 한국시리즈(KS·7전 4승제) 4차전에서 두산 베어스를 8-4로 꺾고, 4승 무패로 우승을 확정했다. 정규시즌에서 우승한 KT는 KS까지 제패하며 통합 우승을 이뤄냈다. 팀 창단 8년 만이다. ‘가을 타짜’ 두산을 상대로 완벽한 시리즈를 만들었다.3연승을 거둔 KT는 벼랑 끝에 몰린 두산을 1회 초부터 몰아쳤다. 무사 1루에서 황재균이 좌중간 적시타를 쳤고, 강백호의 진루타와 유한준의 볼넷으로 만든 기회에서 장성우와 배정대가 안타를 쳐 3-0으로 달아났다. 선발 투수 배제성은 5회까지 리드를 지켜냈고, 불펜진이 두산의 추격을 막아냈다.KT는 정규시즌 1위를 이끈 ‘선발 야구’를 KS에서도 보여줬다. 4경기 모두 선발 투수가 승리를 거뒀다. 타선도 꼭 필요한 순간마다 터졌다. 2021년 가장 강력하고 안정적인 팀은 두말할 것 없이 KT였다.2013년 제10구단으로 창단한 KT는 2015년 1군에 진입했다. 현실은 냉혹했다. 4년 동안 최하위 세 차례(2015~2017년), 9위 한 차례(2018년)를 기록했다. 일부에서는 “KT가 리그 품격을 떨어뜨린다”며 냉담한 시선을 보냈다.KT는 2018년 11월 이숭용 단장과 이강철 감독 체제로 새 출발 했다. KT는 이때부터 달라졌다. 취임식에서 “모두가 주인공이 되는 팀을 만들겠다”는 각오를 전한 이 감독은 이전까지 주목받지 못했던 새 얼굴을 기용해 마운드를 재편했다. 기존 1군 선수들에게도 명확한 역할을 부여, 실력을 최대한 끌어냈다.타선의 중심은 베테랑 유한준과 박경수가 잡았다. 젊은 선수 중에서는 강백호·배정대·심우준이 성장하며 짜임새가 생겼다. 외국인 선수들까지 제 몫을 다했다. KT는 이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2019년 창단 최고 승률(0.500·리그 6위)을 기록했고, 이듬해 정규시즌 2위에 올랐다. 올해는 삼성 라이온즈와의 치열한 경쟁 끝에 우승까지 내달렸다.KT가 이른 시간에 강팀이 된 비결은 객관적인 전력 상승 때문만은 아니다. 이 감독과 베테랑 선수들의 앙상블로 만든 팀 문화가 KT를 단단하게 만들었다.이 감독은 팀을 하나로 묶는 리더로 유한준을 지목, 그에게 주장을 맡겼다. 이 감독은 “특별한 말을 하지 않아도 유한준은 후배들을 이끄는 힘이 있다”라고 했다. 특급 스타는 아니어도 유한준은 묵묵히 후배들과 함께 나아갔다. 이전 3년(2016~2018) 동안 KT 주장을 맡았던 박경수는 “이제 비공식 부주장이 되어 한준이 형을 돕겠다”고 나섰다.이 감독은 베테랑들의 이야기를 수시로 듣기 위해 모바일 메신저 단체 대화방을 만들었다. 어려울 때 선수들과 함께 해결책을 찾았고, 좋은 일이 생기면 축하를 나눴다. 박경수의 메시지가 가장 많고, 종종 이 감독도 먼저 대화를 시작한다. 시즌이 끝나거나 스프링캠프를 시작할 때는 이 감독은 이들과 함께 식사하며 소통한다.감독이 먼저 선수들을 존중하자, 선수들은 팀을 위해 충성한다. 각자 할 일을 스스로 찾는다. 황재균은 “(번트가 필요할 때) 감독님은 내 자존심을 생각해서 번트 사인 내는 걸 주저하시는 것 같았다. 그래서 내가 먼저 ‘어떤 작전이든 내달라’고 문자를 보냈다”며 웃었다. 포수 장성우는 “내가 타격 슬럼프에 빠질 때마다 ‘투수진을 이끌어 주는 것만으로 고맙다’며 격려하신다. 힘이 날 수밖에 없다”라고 했다.이 감독이 추구하는 건 ‘민주적 위계’다. 한국식 서열 문화를 인정하면서 선수들에게 조금씩 다른 역할을 나눠 맡긴다. 감독이 베테랑을 소중히 여기고, 선배들은 후배들을 배려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졌다. 감독이 세대교체를 외치며 베테랑들과 갈등하는 경우가 많은 KBO리그에서 KT의 조직문화가 특히 돋보였다. 가장 협력적이며 유기적이다.선수 시절 해태 타이거즈 왕조의 주역이었던 이 감독은 기라성같은 선배들과 함께 뛴 경험이 있다. 룸메이트이자 선배인 선동열 전 국가대표 감독에겐 지금도 깍듯하다. 좋은 선배가 후배에게 주는 영향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또 타이거즈에만 머물지 않고 두산 등 여러 팀에서 수석코치로 일하며 리더십을 쌓았다.KT 베테랑 선수들은 부드럽고도 단단한 이 감독의 스타일을 닮아갔다. 유한준은 철저한 자기관리와 모범적인 태도를 보여준다. 평소 과묵한 그의 한마디는 제법 묵직하다. 박경수는 적극적인 퍼포먼스로 선수단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젊은 선수들이 주눅 들지 않고 야구할 수 있도록 앞장선다. 경기 집중력이 떨어지면 후배들을 불러 다그칠 줄도 안다.이런 팀 문화에서 KT의 젊은 선수들은 빠르게 성장했다. 운동선수로서 갖춰야 할 소양과 야구관을 선배들로부터 배울 기회를 얻었다. 이렇게 하나씩 만든 팀워크는 올가을 KT를 정상으로 올려놨다. 강백호는 “선배들이 몸소 보여주는 메시지를 마음에 항상 새긴다”라고 했다. KS 2차전에서 선발승을 거둔 소형준은 “박경수 선배님이 뒤에 있어서 든든했다”고 했다.지도자와 선수, 선배와 후배, 각자의 개성과 팀의 목표가 조화를 이룬 KT는 서로 소통하며 세대를 아울렀다. 모든 구성원이 융복합하며 거대한 힘을 만들었다. 2021년 한국사회에서 KT는 가장 역동적인 팀의 면모를 보여줬다.안희수 기자 an.heesoo@joongang.co.kr 2021.11.19 08:56
야구

가교+분위기메이커, 다짐을 지켜낸 '캡틴' 황재균

황재균(KT·34)이 리더를 맡으며 새긴 두 가지 다짐을 잘 지켜나가고 있다. KT는 지난 4일 수원 키움전에서 12-3으로 승리하며 올 시즌 최다 기록인 8연승을 거뒀다. 올 시즌 팀 최다 연승을 거두며 1위를 지켰다. 5타수 2안타(1홈런) 2타점을 기록하며 활약한 주전 포수 장성우는 경기 전 격려 차 선수단을 찾은 구현모 KT 그룹 대표이사의 한 마디에 고무된 선수단 분위기를 전했다. 장성우는 "(주장) 황재균 선배가 회장님(구현모 대표이사)에게 '좋은 팀 성적이 나오면 (후한 포상을) 기대해도 좋을까요'라고 물었고, 회장님은 '기대해도 좋다'라고 답하셨다. 오늘 경기력에 영향을 미친 것 같다"라고 전했다. 황재균이 구현모 대표에게 던진 물음은 의미심장하다. 구단주를 향해 정규시즌 2위에 오른 지난해보다 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드러냈고, 합당한 대우를 바라는 선수단의 마음도 대신 전했다. 황재균은 2021시즌을 앞두고 주장 완장을 찼다. 커리어 처음으로 선수단 리더가 됐다. 전임 유한준은 '종신 주장'이라는 말을 들을 만큼 오랜 시간 동안 KT 리더 역할을 맡았다. 지난 2월 기장에서 열린 1차 스프링캠프에서 만난 황재균은 "일단 좋은 팀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 그리고 프런트와 코칭 스태프에게 어떠한 얘기도 거리낌 없이 할 수 있는 주장이 되겠다"라고 했다. 이강철 감독은 "재균이가 선수단에 필요한 부분에 대해 잘 전달한다. (선수와 지도자 사이) 소통이 잘 이뤄지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황재균은 감독, 단장뿐 아니라 구단주에게도 거침없이 다가서며 자신의 각오를 실천했다. 더그아웃과 라커룸 사기 진작도 주도하고 있다. 황재균은 지난 4월 24일 수원 롯데전에서 수비 도중 코뼈 골절상을 당했다. 한 달 넘게 전력에서 이탈했다. 몸은 멀어졌지만, 선수단을 응원하기 위해 노력했다. 5월 9일 NC전을 앞두고는 1군 선수단에 '커피 트럭 이벤트'를 선사했다. 실전 감각 회복을 위해 합류한 퓨처스팀에도 같은 이벤트를 열고, 2군 선수들을 격려했다. 1군 복귀 뒤에도 이런 행보는 멈추지 않았다. 지난달 23일 수원 KIA전을 앞두고는 선수단에 샌드위치와 샐러드 그리고 커피를 선사했다. 당시 KT는 3연승을 달리고 있었다. 황재균은 연승 분위기가 이어질 수 있도록 다시 한번 움직였다. 그라운드에서는 든든한 해결사다. 황재균은 KT가 8연승을 거두는 동안 타율 0.324·2홈런·13타점을 기록했다. 결승타도 2개가 있다. 타격감이 뜨거운 3번 타자 강백호 앞에서 포진돼 타점 기회를 만들어주는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그가 부상에서 돌아온 뒤 KT 타선에는 한층 탄탄해졌다. 황재균은 그라운드 안팎에서 선수단을 이끌고 있다. KT가 리그 1위를 지키는 데 가장 큰 힘을 보태고 있다. 안희수 기자 an.heesoo@joongang.co.kr 2021.07.07 0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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