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KT 베테랑 4인방 '완전체' 동행, 2022년도 가능할까
이강철 KT 위즈 감독은 부임 직후 베테랑들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모바일 메신저 단체 대화방을 만들었다. 최고참 유한준부터 당시 입단 12년 차였던 주전 포수 장성우까지 포함됐다. 이강철 감독은 베테랑들에게 힘을 실어줬고, 존중받은 베테랑들은 젊은 선수들과 코칭스태프 사이 원활한 소통을 이끌며 끈끈한 팀워크를 만들었다. KT가 2021시즌 통합 우승을 거둔 원동력 중 하나다. 하지만 베테랑 단체 대화방에서 퇴장하는 선수가 나올 수 있다. 내년 동행을 장담할 수 없는 선수가 많다. 2021시즌 주장이자 주전 3루수 황재균과 장성우는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었다. 내부에서 두 선수를 대체할 선수는 찾기 어렵다. 이숭용 KT 단장은 "모두 잡겠다"라며 재계약 의지를 드러냈다. 황재균은 올 시즌 타율 0.291·10홈런·56타점을 기록했다. 개막 초반 당한 코뼈 골절상으로 한 달 넘게 이탈한 탓에 성적은 예년보다 떨어졌다. 하지만 여전히 3할 타율과 20홈런 이상 기대할 수 있는 선수다. FA 시장에 나온 선수 중 유일하게 주 포지션이 3루수라는 점도 경쟁력이다. 장성우는 투수 리드 능력이 탁월하다. KT 젊은 투수들의 성장을 이끈 주역이다. 이강철 감독은 "장성우 덕분에 팀 투수들이 자신의 기량을 발휘할 수 있었다. 주목받지 못하는 자리에서 정말 잘 해주고 있는 선수"라며 극찬했다. 타격 능력도 나쁘지 않다. 올 시즌 KT 타자 중 둘째(10개)로 많은 결승타를 기록했다. FA 등급제에서는 B등급을 받았다. 다른 팀이 그를 영입하려면 2021년 연봉(2억 1000만원) 100%와 보호선수 명단(25명) 외 1명, 또는 2021년 연봉의 200%를 KT에 보상해야 한다. 부담스러운 수준이 아니다. 주전 포수 역량이 떨어지는 팀에서는 눈독을 들일 만하다. 황재균과 장성우 모두 KT에서 데뷔 첫 우승을 경험했다. 팀에 애착이 크다. 하지만 FA 계약은 비즈니스 논리가 작용한다. 유한준과 박경수는 2021년을 끝으로 KT와 계약이 만료됐다. 한국시리즈(KS) 최우수선수(MVP)를 차지하며 존재감을 인정받은 박경수는 무난히 재계약할 전망이다. 하지만 유한준의 거취는 불투명하다. 유한준은 선수 생활 은퇴도 고려하고 있다. KS를 앞둔 그에게 관련 내용을 묻자 "내 개인 문제로 중요한 경기를 앞둔 동료들을 흔들고 싶지 않다"라며 확답을 피했다. 은퇴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의미였다. KS 내내 '유한준 은퇴 금지'라는 문구를 든 한 팬의 모습이 중계 화면에 잡혔다. 유한준은 여전히 좋은 기량을 갖췄고, 후배들에게 미치는 영향력도 크다. KT에 꼭 필요한 선수다. 하지만 구단은 선수의 뜻을 존중할 생각이다. 안희수 기자 an.heesoo@joongang.co.kr
2021.11.24 1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