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결과3,702건
프로야구

"우리만 아니길 바랄 뿐" 킹엄의 2개월 공백과 카데나스 '용병 리스크' [IS 포커스]

지난 2020년 5월. 프로야구 SK 와이번스 구단엔 초비상이 걸렸다. 에이스로 영입한 외국인 투수 닉 킹엄이 두 번째 선발 등판에서 팔꿈치 통증을 호소했기 때문. 더 난감한 건 진단이었다. 상태가 심각하지 않다는 국내 병원 진료 결과를 선수가 크게 신뢰하지 않는 눈치였다. 결국 두 달가량 공백이 길어졌고 7월 초 킹엄은 퇴출당했다. 한 구단 관계자는 이를 두고 '용병 리스크'라고 말했다.올 시즌 KBO리그에는 비슷한 장면이 반복되고 있다. 지난 4월 말 팔꿈치 통증 문제로 1군 제외된 라울 알칸타라(당시 두산 베어스)의 상태는 단순 염좌. 국내 병원 3곳에서 교차 검진한 결과였다. 하지만 선수는 훈련을 주저했다. 결국 미국으로 출국, 개인 주치의 진료를 받은 뒤 팀에 합류했으나 인연은 오래가지 않았다. 부진까지 겹친 알칸타라는 7월 초 웨이버로 공시돼 팀을 떠났다.삼성은 현재 외국인 타자 루벤 카데나스의 허리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데이비드 맥키넌의 대체 선수로 후반기 영입된 카데나스는 지난달 26일 대구 KT전 스윙 과정에서 허리 쪽 통증을 느껴 교체됐다. 대학 시절 허리 부상 경험이 있는 카데나스는 이후 경기 출전을 자제했다. 국내 병원 검진에선 큰 문제(단순 근육 뭉침)가 아닌 것으로 확인됐지만 선수의 판단은 달랐다. 지난 6일 1군 복귀전을 치렀으나 대타로 들어선 타석에선 헛스윙 삼진, 수비에선 느슨한 플레이로 경기 중 교체됐다. 더그아웃으로 들어온 카데나스는 다시 한번 허리를 부여잡았다. 더는 뛰기 힘들다는 의사 표현이었다. A 구단 외국인 스카우트는 "외국인 선수들이 국내 병원을 신뢰하지 않는 것보다 검진 결과를 해석하기 어려우니 이해 못 하는 게 큰 거 같다"며 "구단에서 '괜찮으니까 경기를 뛰라'고 해도 선수 입장에선 '왜 아픈데 계속 뛰라고 하는 거냐'는 생각을 할 수 있다. 그래서 미국에서 결과를 받아보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렇게 되면 너무 긴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이다. 외국인 선수가 팀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하면 순위 경쟁에서 자칫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프로야구에 외국인 선수 제도가 도입된 건 1998년이다. 초창기 외국인 선수를 지칭하는 단어는 '용병(傭兵)'이었다. 용병의 사전적 의미는 돈을 주고 고용된 병사. 시간이 흘러 이런 이미지가 많이 희석됐지만 현장에는 여전히 '용병 리스크'가 존재한다. 몸이 곧 재산인 용병에게 참고 뛰라는 구단의 호소는 크게 와 닿지 않을 수 있다. B 구단 관계자는 "용병 리스크는 어느 구단에도 일어날 수 있다. 다만 우리만 아니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배중현 기자 bjh1025@edaily.co.kr 2024.08.07 14:59
프로야구

[인생 2막] 글러브 사장이 된 윤희상 "난 지금 사회랑 부딪히고 있다"

"주변에선 다 하지 말라고 했다. 망할 거라고…."2020년 11월이었다. 선수 생활을 마감한 윤희상(38)은 휴식 없이 곧바로 인천 남동구 구월동에 작은 가게를 열었다. 청춘을 바친 SK행복드림구장(현 SSG랜더스필드)으로부터 차로 10분 남짓한 거리. 멀지 않은 곳에서 그의 두 번째 야구 인생이 시작됐다. 최근 본지와 만난 윤희상은 "글러브를 정말 좋아해서 한번 만들어보고 싶었다. 도전하는 마음으로 하고 있다"며 웃었다.◇취미가 새로운 직업으로윤희상은 'SK 원클럽맨'이다. 2004년 데뷔해 통산 42승을 기록했다. 2012년 한국시리즈 1차전 선발로 등판한 적도 있다. 2013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선 태극마크를 달았다. 한때 "SK 왼손은 김광현, 오른손은 윤희상"이라는 얘길 들었다. 그랬던 그가 글러브 제작·판매 업체 '유니 컬렉터블'을 세워 3년째 운영 중이다.윤희상은 "처음엔 주위에서 '네가 어떻게 브랜드를 만들어서 팔아?'라고 많이 걱정하더라. 취미로만 해야 하나 고민도 많았다"며 "처자식이 있으니까 마음대로 할 수 없지 않나. 그런데 아내(이슬비 씨)가 '후회할 일 하지 말고 하고 싶으면 해봐'라고 하더라. 그렇게 해서 이 일을 시작했다"고 돌아봤다. 선수 시절 윤희상의 취미는 글러브 해체였다. 그는 "원정 경기를 가면 술을 마시거나, 다른 선수들처럼 PC방을 다니지 않았다. 손을 다칠까 봐 장갑을 끼고 커터 칼로 글러브를 다 뜯고 길들이는 게 취미였다"며 "글러브를 조각내 모눈종이에 스케치해보기도 했다. 그걸 본 (김)광현이나 (최)정이나 (김)성현이는 '그럴 바에야 그냥 직접 만들어보라'고 하더라. '글러브 만들면 내가 사용해줄게'라고 하는 선수들도 있었다"고 말했다. 과거 영광을 함께한 동료들은 든든한 지원군이다. 샘플을 만들거나 의견을 들을 때 도움을 준다. 김광현은 메이저리그(MLB) 첫 시즌이던 2020년 '유니 글러브'를 착용하고 스프링캠프를 소화했다.◇"쪽팔리게 뭐하고 있냐?"윤희상의 글러브는 주문 제작 제품이다. 인터넷 발주가 많지만, 가게를 찾는 손님도 꽤 있다. 처음엔 모든 게 어려웠다. 11세에 야구를 시작해 20년 넘게 야구만 했던 그에게는 손님 응대부터 난관이었다. 윤희상은 "처음 가게를 열었을 때는 글러브도 별로 없는 텅 빈 곳이었다. 유튜브 구독자도 3명(3일 기준 1750명)이었나. 가게 홍보를 하는데 주변에서 '쪽팔리게 뭐하냐'고 하더라. 가게에서 혼자 점심 먹다가 손님이라도 오면 정말 민망했다. 좋아서 이 일을 하는 건데 나 자신이 초라하기도 했다"며 "(엄)정욱이 형은 돈을 아무리 줘도 답답해서 여기 못 있겠다고 하더라.(웃음) 손님이 많으면 힘들기도 하지만, 지금은 가게에 있을 때가 가장 편하다"고 말했다. 글러브는 100% 수작업이다. 가죽 종류는 크게 소(스티어)와 송아지(킵)으로 나뉜다. 프로 선수들은 착용감이 부드러운 송아지 가죽의 글러브를 사용한다. 윤희상은 주문이 들어오면 손 모양과 손목 각도, 손이 움직이는 모습을 보고 도안을 만든 뒤 장인(匠人)과 소통하면서 제작한다. 그는 "만들어진 걸 보고 괜찮다 싶으면 선수에게 주고 그게 아니면 다시 수정한다. 그 단계를 몇 번 거쳐야 완성품이 만들어진다"며 "(선수와 장인 사이에서) 이야기를 전달하는 게 재밌다. 원하던 형태의 글러브가 나왔을 때는 즐거움이 크더라. 글러브 제작은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지만, 만드시는 분이 혼자여서 하루에 2~3개 정도만 가능하다. 그래서 (주문이 들어오면) 대기 기간이 있다"고 설명했다. ◇"어깨가 건강했으면 어땠을까"윤희상은 팀 동료에게 짐이 된다고 생각한 순간 은퇴를 결정했다. 그는 "아파서 그만둔 거라서 크게 미련은 없다. 투수는 상관관계처럼 서로 도와줘야 하는데 어린 선수들이 나 때문에 고생하는 모습을 보고 결심했다. 이 정도면 오래 했다"며 시원섭섭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면서도 "어깨가 건강하게 태어났다면 어땠을까 생각은 한다. 훨씬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지 않았을까"라고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신인 윤희상은 '파이어볼러'였다. 프로 2년 차이던 2005년 최고 구속이 153㎞/h. 그는 "155㎞/h가 목표였다. 1이닝 3실점 하고 강판당해도 152㎞/h를 기록했다는 게 너무 행복해 일기장에 쓰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시련은 예기치 못한 순간 찾아왔다. 2006년 오른 어깨에 칼을 댄 것이다. 병명은 슬랩(SLAP·관절와순병변)이었다. 어깨 수술을 하면 야구 인생이 끝난다는 인식이 많았던 시기. 실제 윤희상의 재활 치료 기간은 꽤 길었다. 1군에서 본격적으로 공을 다시 던진 건 2011년이었다. 그는 "4년 동안 재활 치료를 하고 군대까지 다녀왔는데 아파서 못 던지겠더라. 타자로 (전향)해야 하나 고민도 했다"며 "김성근 감독님이 SK에 부임한 뒤 '안 아프게 던질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고 만들어내는 게 프로'라고 하시더라. 엄청 크게 와 닿아서 그때부터 안 아프게 던지는 걸 연구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윤희상은 통증을 참고 던졌다. 매년 건강검진을 받으면 의사마다 '안 아파요?'라고 되물었다. 어깨 상태가 좋지 않았지만 정신력으로 버텼다. 그 결과 2012년 개인 첫 10승을 따내기도 했다. 버티고 버티던 어깨는 2019년 투구를 멈췄다. 두 번째 어깨 수술(회전근개 인대 손상)을 받은 뒤로는 회복하지 못했다. 석회화가 진행돼 뼈에서 인대가 떨어져 나갔다.2020년 초인적인 힘으로 잠시 1군에 복귀했지만 거기까지였다. 윤희상은 "5경기를 선발로 나간다고 하면 선택을 해야 했다. 2경기를 전력으로 던지고 3경기는 살살 던져야 어깨가 회복됐다. (시즌 초반인) 4~6월에는 '지금 세게 던지면 시즌이 끝날 수 있다'는 불안감이 항상 있었다"며 "주변에서는 '왜 세게 안 던지냐'고 많이 그랬다. 그럴 때마다 '내 어깨 상태에서 정말 최선을 다하는 거'라고 얘길 했다. 항상 그랬다"고 돌아봤다. ◇"글러브 1만개를 만들고 싶다"윤희상의 성실함을 잘 아는 구단에선 코치직을 제안했다. 하지만 거절했다. 윤희상은 "(코치를 할 수 있는) 기회가 다시 안 올지 모른다. 주변에서도 기회가 왔을 때 잡으라고 그러더라. 하지만 개인적으로 그게 기회라고 생각하지 않았다"며 "더 경험하고 사회와 부딪혀서 몸으로 느껴야 할 게 훨씬 많다. 야구 선수로서 경험하지 못했던 걸 지금 하는 셈이다. 다시 저 생활(야구장)로 돌아간다면 거기서도 물론 배울 게 있지만 아직은 아닌 거 같다"고 말했다.어렵게 실현한 꿈을 조금 더 키우는 게 꿈이다. 그는 "글러브 1만개를 제작하고 여러 글러브를 착용도 해본 뒤 자체 공장이 있는 브랜드를 만들어보고 싶다. '유니 글러브'의 대표가 되고 공장을 차린 뒤 장인들을 모셔서 한 곳에서 만드는 거다. 천천히, 그리고 길게 보고 이 일을 하고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인천=배중현 기자 2023.04.03 23:48
메이저리그

'KIA 우승 공신' 호타준족 버나디나, 네덜란드 대표팀 합류

KBO리그 KIA 타이거즈에서 외국인 타자로 활약했던 로저 버나디나(39)가 네덜란드 대표팀에 합류해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출전한다.네덜란드 야구협회는 12일(한국시간) 협회 공식 소셜네트워크(SNS) 계정을 통해 버나디나가 2023 WBC 네덜란드 대표팀 엔트리에 포함됐다고 밝혔다.버나디나는 KBO리그 팬들에게 익숙한 이름이다. 빅리그 커리어는 7시즌 동안 통산 타율 0.236에 그칠 정도로 부진했다. 한국에서는 달랐다. KIA는 지난 2017년 그를 새 외국인 타자로 영입했다. 미국 리그에서는 장타가 적었지만, KBO리그에서는 달랐다. 타율 0.320과 27홈런 32도루를 기록하며 리그 최고의 중견수로 떠올랐다. 그는 그해 한국시리즈(KS)에서 맹활약하며 팀 우승을 이끌었고, 외야수 골든글러브도 수상했다.이듬해인 2018년에도 타율 0.310 20홈런 32도루 70타점을 기록, 2년 연속 20홈런 20도루를 달성해 호타준족의 면모를 이어갔다. 다만 재계약까지는 이르지 못했다. 더 좋은 타자를 찾고자 했던 KIA는 그 대신 제레미 헤즐베이커로 외국인 타자를 교체했다. 버나디나는 이후 대만리그와 멕시칸리그, 네덜란드 리그 등을 거친 버나디나는 현재는 니카라과 리그에서 현역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한편 버나디나가 WBC에 출전하는 건 2013년 3회 대회에 이어 개인 통산 두 번째다. 네덜란드 대표팀과 함께 2019 프리미어12, 2021 도쿄올림픽에도 참가한 바 있다. 2023.01.12 15:41
프로야구

4년 전 김재환 옆구리, 올해 안우진 물집…반사이익 노리는 SSG

SSG 랜더스가 다시 한번 부상으로 인한 반사이익을 누릴 수 있을까. SSG는 1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 한국시리즈(KS·7전 4승제) 1차전을 6-7(연장 10회)로 패했다. 역대 38번의 KS(1982년 1차전 무승부·1985년 삼성 라이온즈의 전·후기 통합 우승으로 미개최)에서 1차전 승리 팀의 우승 확률은 76.3%(29번)이다. SSG로선 23.7%의 우승 확률을 안고 2차전을 준비하게 됐다. 결과는 패배였지만 SSG로선 반사이익을 기대할 장면이 하나 있었다. 바로 키움 선발 안우진이 3회 손가락 물집 문제로 마운드를 내려간 것이다. 오른 중지 물집이 터진 안우진은 KS 잔여 시리즈 등판이 불투명해졌다. 설령 복귀가 가능하더라도 이전 위력을 회복할 수 있을지 물음표다. '안우진의 이탈은' 키움에겐 악재지만 SSG로선 호재다. 안우진은 올해 정규시즌 SSG전 5경기 등판, 평균자책점 2.53(32이닝 29탈삼진 9실점)을 기록했다. KS 엔트리에 선발 자원이 많지 않은 키움으로선 안우진이 빠지면 로테이션 운영이 꼬일 수밖에 없다. 당장 4차전부터 어떤 선수가 나올지 물음표다. SSG는 SK 와이번스 시절인 2018년에도 KS 상대 팀에서 부상자가 나왔다. 두산 간판타자 김재환이 시리즈 3차전을 앞두고 훈련 중 옆구리 부상으로 이탈했다. 김재환은 그해 리그 홈런과 타점 1위로 두산 타선의 '핵'이었다. KS 1, 2차전에서도 8타수 4안타로 가공할만한 화력을 보여줬다. 3차전부터 '장타가 변수'인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경기가 열리는 만큼 SK 투수들의 경계대상 1호였다. 그런데 갑작스러운 부상으로 그가 빠지면서 두산 타선의 무게감이 떨어졌다. 당시 두산은 김재환에 대해 "오른 옆구리 외복사근 손상으로 확인됐다. 수술이나 주사치료 없이 자연치유 되는 방법밖에 없다"며 "손상 부위에 테이핑 중이다. 통증 정도에 따라 출전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김재환은 복귀하지 못했고 두산은 그의 공백을 채우지 못하고 2승 4패로 무릎 꿇었다. SK로선 김재환이 빠진 변수를 '우승'이라는 결과로 연결했다. 단기전 최대 변수는 부상이다. 최대 7경기가 치러지는 KS에서도 마찬가지다. 배중현 기자 bjh1025@edaily.co.kr 2022.11.02 12:43
프로야구

[IS 대전]두산, 1회 초 10안타-11득점 대폭발 대기록 '역대 2번째'

두산 베어스가 '역대급' 1회를 만들었다. 두산은 26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2022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의 원정 경기에서 1회에만 11점을 몰아쳤다. 선두 타자 안권수를 시작으로 호세 페르난데스-강승호-양석환-허경민까지 5연속 안타로 아웃 카운트 없이 석 점을 선취했다. 두산은 이어 박세혁의 희생 번트 후 김재호-정수빈의 연속 안타와 김재환의 밀어내기 사구-페르난데스의 밀어내기 볼넷으로 점수 차를 여섯 점까지 벌렸다. 한화가 뒤늦게 투수를 윤대경에서 주현상으로 바꿨지만, 강승호-양석환-허경민의 3연속 안타가 나오면서 경기는 한 이닝 만에 11-0까지 벌어졌다. 1이닝 10안타 11득점의 역대급 이닝이 만들어졌다. 11득점은 역대 1회 초 최다득점 타이기록이다. 지난 2018년 8월 12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현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렸던 KIA타이거즈와 SK 와이번스(SSG 랜더스의 전신) 경기에서 KIA가 기록한 바 있다. 10안타 역시 최다 타이기록이다. 지난 2006년 9월 23일 두산이 잠실 LG 트윈스전에서 기록한 이후 5724일 만이다. 1회 말 공격팀까지 합쳐도 역대급 기록이다. 1회 11득점 이상으로 넓혀도 역대 5번째다. 역대 최다 기록은 지난 1992년 4월 23일 잠실구장에서 열렸던 OB 베어스와 LG 트윈스의 경기에서 LG가 기록한 13점이다. 1회 10안타 기록 역시 최다 타이로 역대 5번째다. 가장 최근에는 지난해 10월 3일 잠실 삼성 라이온즈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에서 삼성이 기록한 바 있다. 대전=차승윤 기자 2022.05.26 20:42
야구

[프로야구 40주년 올스타④] '전쟁 같은 타격' 최정

프로야구 역사상 가장 많이 담장을 넘긴 우타자. 그리고 가장 많은 사구를 기록한 타자. SSG 랜더스의 간판 3루수 최정(35)이 일간스포츠가 선정한 40주년 올스타 3루수 부문에 이름을 올렸다. 세대별 야구인 10명씩 총 40명이 참여한 투표에서 23표로 가장 많은 표를 얻어 역대 최고의 3루수로 선정됐다. 최정은 공·수 모두 3루수 역대 최고로 꼽힌다. 프로에서 처음 주목받은 건 파워였다. 2년 차였던 2006년 리그 최고의 마무리 중 한 명이었던 구대성(한화 이글스)을 상대로 방망이를 부러뜨리고도 역전 스리런 홈런을 쳤다. 구대성은 부정 배트를 의심하며 항의했지만, 규격 외였던 건 방망이가 아닌 최정의 힘이었다. 덕분에 OB 베어스 시절 심정수의 별명이었던 ‘소년 장사’가 최정의 첫 별명이 됐다. 파워가 만개할 때까지 시간이 더 걸렸다. 먼저 꽃피운 건 수비였다. 2년 차 때까지만 해도 수비가 불안하다는 평가를 받은 그는 3루수가 아닌 1루수로 출장했다. 하지만 2007년부터 김성근 감독의 '지옥 훈련'을 받으며 수비를 강화했다. 번개 같은 포구와 빨랫줄 같은 송구를 선보이며 해가 갈수록 리그 최고의 수비수로 자리 잡았다. 공격력에서는 2000년대 최고로 꼽혔던 김동주(전 두산 베어스)에 미치지 못했지만, 끈끈한 수비력으로 3회 우승을 이뤄낸 SK 왕조의 한 축으로 활약했다. SSG 후배들이 그를 꼽은 이유도 수비였다. 외야수 최지훈은 “많은 분이 최정 선배님의 장타력을 장점으로 보지만, 선배님은 강한 어깨와 뛰어난 수비력도 갖추셨다. 같은 팀 선배로 가까이서 보니 더 대단해 보인다”고 치켜세웠다. 투수 박종훈도 “홈런뿐 아니라 수비에서도 뛰어나 멋진 선수”라며 “같은 팀이 아니었어도 선배님을 뽑았을 것”이라고 전했다. 기대받았던 장타력도 각성하기 시작했다. 2010년부터 4년 연속 3할 타율 20홈런을 달성하며 리그를 대표하는 타자로 성장했다.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몸을 키웠고, 타구 각도를 올리며 홈런 타자로 거듭났다. 2012년 26홈런-20도루, 2013년 28홈런-24도루로 2년 연속 20홈런 20도루 클럽에도 가입했다. 단단한 수비와 한 방을 갖춘 3루수를 넘어 공수에서 최정상급으로 활약하는 KBO리그 대표 3루수가 됐다. 2011년 첫 골든글러브 수상을 시작으로 3년 연속 3루수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다. 부진의 시기도 있었다. 2014년과 2015년 부상으로 모두 100경기를 넘기지 못했다. 터널에서 빠져나온 최정은 최고의 홈런 타자로 진화했다. 2016년 개인 첫 시즌 40홈런을 쏘아 올렸다. 3루수로는 역대 최초로 40홈런 100타점 100득점을 달성하며 에릭 테임즈(전 NC 다이노스)와 함께 공동 홈런왕에 올랐다. 이어 2017년에는 46홈런 113타점을 기록하며 커리어하이를 다시 한번 경신했다. 3루수 역사상 최다 홈런, 구단 역사상 단일 시즌 최다 타점을 기록하며 2년 연속 홈런왕을 손에 거머쥐었다. 부침은 있었지만, 이후에도 최정의 홈런포는 쉼 없이 가동됐다. 2018년 부진으로 타율은 0.244까지 떨어졌지만 35홈런을 기록했다. 공인구 변화로 '투고타저' 현상이 두드러진 2019년에도 29홈런(리그 2위)을 기록하며 '홈런 공장장'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지난 2년 동안에도 33홈런과 35홈런으로 모두 30홈런을 넘겼다. 최근 6년 동안 담장 밖으로 넘긴 홈런이 총 218개(연평균 36.3개)에 달한다. 이 기간 200개 이상을 기록한 타자는 오직 최정뿐이다. 기복 없는 활약 끝에 마침내 400홈런 고지를 밟았다. 최정은 지난해 10월 19일 KIA 타이거즈전에서 보 다카하시의 시속 149㎞ 직구를 받아쳐 개인 통산 400번째 홈런포를 신고했다. 통산 홈런 1위(467개) 이승엽(전 삼성 라이온즈·은퇴)에 이은 역대 두 번째 기록이자 우타자로는 첫 기록이다. 지난 시즌까지 최정의 통산 홈런은 총 403개로 이승엽의 기록을 바짝 추격하고 있다. 지금 페이스라면 늦어도 세 시즌, SSG와 계약 마지막 해 안에 통산 최다 홈런 경신을 노려볼 수 있다. 홈런보다 먼저 역대 1위에 오른 기록도 있다. 많이 친 만큼 많이 맞았다. 통산 사구가 294개에 달한다. 한·미·일 프로야구를 통틀어 가장 많은 기록이다. 20개 이상 사구를 맞은 시즌만 10회에 이른다. 200사구를 넘는 타자는 리그 역사상 최정과 박석민(NC·208개)뿐인데, 최정은 300사구까지 눈앞에 있다. 수백 개의 사구를 맞아도 최정은 피하지 않는다. 수없이 투구에 맞았고, 그보다 더 많은 홈런을 때렸다. 전쟁 같은 그의 타격은 투수의 몸쪽 공을 이겨낸 훈장이다. 최정의 기록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많은 야구인이 최고의 3루수로 최정을 꼽은 이유도 그의 여전한 활약 때문이다. 어느덧 30대 중반에 들어섰지만, 여전히 리그 최고의 홈런 타자로 군림하고 있다. 향후에도 꾸준한 활약을 기대할 수 있는 이유다. 김종국 KIA 감독은 "이범호(현 KIA 코치)도 있고, 김동주도 있어 3루수 투표를 가장 고민했다. 그래도 지금은 '리빙 레전드'로 향하고 있는 최정을 꼽겠다”라며 “그는 아직 현역 선수다. 아마 은퇴 후엔 그가 남긴 기록이 더 주목받을 것"이라고 칭찬했다. 최정이 홈런 타자로 각성하도록 도왔던 정경배 SSG 타격코치는 “최정은 몇 년 뒤에는 더 높은 가치를 평가받을 수 있는 선수”라고 했다. 이대진, 조원우 코치(이상 SSG)와 후배 투수인 이의리(KIA), 송명기(NC) 역시 그의 꾸준함과 미래 기록을 높이 평가했다. 차승윤 기자 cha.seunyoon.joongang.co.kr 2022.01.13 08:00
야구

[이형석의 리플레이] 야수 등판 잦고 왼손 불펜 없고…'꼴찌' 롯데, 이게 최선입니까?

벌써 세 번째다. 또 얼마나 더 보게 될까. 허문회(49) 롯데 감독은 개막 후 24경기를 치르는 동안 3경기에 야수를 마운드에 올렸다. 투수로 나선 내야수와 외야수, 포수가 6명이나 된다. 허문회 감독은 1일 사직 한화전 3-11로 뒤진 8회 김민수(내야수), 9회 배성근(내야수)을 차례로 마운드에 올렸다. 1이닝씩 이어 던진 두 선수가 실점하지 않아 3-11로 졌다. 허문회 감독은 "선발 투수(이승헌·3이닝 8피안타 3볼넷)의 볼넷이 많아 길게 던지지 못했다. 운영이 쉽지 않았다. 다음 경기를 준비하기 위해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 세 번째 되풀이하는 답변이다. 지난달 17일 사직 삼성전에서는 KBO리그 40년 역사상 최초로 한 경기에 야수 3명이 마운드에 오르는 기록을 남겼다. 0-12로 스코어가 벌어지자 7회부터 추재현(외야수)-배성근(내야수)-오윤석(내야수)을 등판시켰다. 지난 22일 사직 두산전은 1-12로 뒤진 9회 초 2사 1루에서 포수 강태율을 마운드에 올렸다. 앞 투수 오현택이 25개의 공을 던졌는데 "투구 수가 예상보다 늘어났다"며 아웃카운트 한 개를 잡기 위해 야수 등판을 지시한 것이다. 정상적인 마운드 운영이 아닌 걸 허문회 감독도 알고 있다. 지난 17일 야수 3명을 마운드에 올린 다음 날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 삼성에는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후에도 두 차례 더 야수의 등판이 발생했다. 메이저리그(MLB)에서도 야수의 등판이 늘어나고 있다. MLB닷컴에 따르면 2008년 3차례에 불과했던 야수의 등판이 2018년 75차례, 그리고 2019년에는 90차례로 껑충 뛰었다. 하지만 롯데만큼 잦진 않다. 더군다나 KBO리그(28명)는 메이저리그 로스터(26인)보다 두 명 더 등록할 수 있다. 롯데는 개막 24번째 경기까지 야수의 등판이 3차례 이뤄졌으니, 산술적으로 18번까지 늘어날 수 있다. 허문회 감독은 롯데에서 두 번째 시즌을 맞고 있다. 지난해엔 이런 마운드 운용을 하지 않았다. 빅리그에서 온 한화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이 올 시즌 초반 야수를 투수로 내보내자, 이에 편승하고 있다. 야수의 등판에는 장단점이 있다. 투수의 체력 소모를 줄이고, 팬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반기는 시선도 있다. 반면 경기를 일찍 포기할 뿐만 아니라, 투수로 나선 야수의 부상 발생 가능성을 높여 우려를 자아내기도 한다. 이대호·손아섭 등 스타가 등판한다면 팬들이 환호하겠지만, 지금처럼 백업 야수의 등판은 화제성이 없다. 오히려 이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주는 꼴이다. 또 세 차례 모두 홈 팬들 앞에서 일찍부터 '백기'를 든 모습이다. 야수의 투수 등판이 불가피하게 이뤄진 것도 아니다. 17일 삼성전에 앞서 이틀 연속 등판한 투수는 이인복 한 명뿐이었다. 강태율이 등판한 22일 두산전에 앞선 20~21일 경기에서도 연투한 투수는 없었다. 29~30일 경기에서도 이틀 연속 나온 투수는 없었다. 엔트리에 등판 가능한 투수는 얼마든지 있었지만, 결국 '내일'을 위해 '오늘'을 포기한 셈이다. 이런 식이라면 야수의 마운드 등판은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다. 올 시즌 국내 감독 중 야수의 투수 등판을 한 사령탑은 허문회 감독이 유일하다. 지금까지 야수의 등판이 이뤄진 다음 경기에서 롯데가 거둔 성적표는 1승 2패다. 김민수와 배성근이 등판한 다음 날인 2일 사직 한화전에 롯데는 마무리 김원중까지 포함해 필승조를 모두 투입하고도 4-5로 역전패했다. 결국 꼴찌(10승 15패)로 추락했다. 투수진을 아꼈지만 오히려 역효과만 얻고 있는 셈이다. 롯데 마운드에 또 한 가지 아이러니가 있다. 야수의 마운드 등판보다, 좌투수의 구원 등판을 더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좌투수로 구원 등판한 투수는 김유영과 박재민으로 겨우 한 차례씩 마운드에 올랐다. 김유영은 개막 엔트리에 포함된 뒤 4월 9일 1군에서 제외됐다. 이후 22일 동안 좌완 불펜 없이 엔트리를 꾸려가다가, 지난 1일 프로 2년 차 박재민이 등록됐다. 지난해에도 롯데는 좌완 불펜 없이 오랫동안 시즌을 운영했다. 불펜에 좌투수가 있는 것과 없는 것은 차이가 크다. 상대의 타순 구성, 대타 작전에 큰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1일까지 롯데 투수의 좌타자 상대 피안타율은 0.295로 리그 평균(0.257)을 훨씬 상회한다. 결국 롯데의 선수 육성 혹은 벤치의 엔트리 구성 중 어느 한 가지에 큰 문제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이형석 기자 2021.05.03 06:00
스포츠일반

새롭게 단장한 SSG 랜더스필드, 시범경기서 첫 선

인천 SK행복드림구장이 인천 SSG 랜더스필드로 변신한다. 새롭게 창단한 구단의 아이덴티티를 보여주기 위한 새 단장에 한창이다. 야구장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전광판 빅보드 아래에는 '인천 SSG 랜더스필드'란 이름이 붙었다. 응원단상과 광고판에도 신세계 계열사 광고들이 하나둘 자리잡았다. 지정석도 이마트와 피콕의 이름을 붙여 운영된다. 왼쪽 외야 관중석 위에는 '세상에 없던 프로야구의 시작! SSG 랜더스'라는 문구가 포함됐다. 구장 내부 시설도 계속해서 변경 중이다. SSG 관계자는 "정규시즌이 개막하는 4월 2일까지, 선수단이 사용하는 라커룸과 관중들이 오가는 관람석 복도 등도 새 단장을 완료한다"고 설명했다. 새로운 SSG의 색깔만 존재하는 건 아니다. 인천 야구의 역사인 와이번스의 유산들도 모두 사라지진 않았다. 문학경기장역에서 야구장으로 걸어오는 길에는 와이번스 역대 감독들의 기념물이 남아 있다. 삼미 슈퍼스타즈, 청보 핀토스, 태평양 돌핀스 등의 추억을 되새길 수 있는 기념사진 등도 예전처럼 장식할 계획이다. 선수단은 모처럼 홈 구장에서 경기에 편안함을 느낀다. 2월 1일 제주도 강창학야구장에서 전지훈련을 시작한 뒤, 남부 지방에서 연습경기를 했기 때문이다. 시범경기도 초반엔 원정 4경기 일정을 소화했다. 김원형 SSG 감독은 "오랫동안 원정에서 훈련하고 경기했다. 홈에 오니까, 그동안 쌓였던 피로가 말끔하게 사라지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인천구장이 처음인 추신수는 "처음 왔지만 앞으로 시즌 절반을 치러야 할 곳이라 마음이 편하다. 창원NC파크가 새로 지어져 편의시설이 가장 좋았지만, 그라운드 등 야구장 환경은 가장 좋은 것 같다"고 했다. 인천=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2021.03.25 13:13
야구

양손 타자로 변신 시도하는 삼성 김지찬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 내야수 김지찬(20)은 지난달 25일 라이브 배팅에서 우완 최지광의 공을 잡아당겼다. 우중간으로 날아간 공은 펜스 앞까지 굴렀다. 김지찬은 홈까지 내달려 인사이드파크 홈런을 만들었다. 이틀 뒤인 27일 좌완 최채흥을 상대한 김지찬은 평소와 달리 오른쪽 타석에 들어섰다. 그는 스위치 히터 가능성을 시험 중이다. 키 1m63㎝의 단신인 김지찬은 지난해 빠른 발, 안정적인 수비, 뛰어난 번트 기술로 1군에서 자리 잡았다. 135경기에 나가 타율 0.232(254타수 59안타), 1홈런 13타점, 21도루(8위)를 기록했다. 신인왕 투표에선 1위 표 2장을 포함해 총 37점으로 전체 5위(타자 1위)에 올랐다. 김지찬이 변신을 꾀하는 건 왼손 투수를 상대할 때 어려움을 겪기 때문이다. 지난해 우완 상대 타율은 0.242였는데, 좌완을 상대로는 0.171에 그쳤다. 코치진 조언을 받아들여 스위치 히터로 변신 중이다. 김지찬은 “‘오른손으로 쳐보면 어떨까’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용달 삼성 타격코치는 이종열, 박종호 등 스위치 히터를 지도한 경험이 있다. 야구에서 일반적으로 왼손 타자는 오른손 투수를, 오른손 타자는 왼손 투수를 상대할 때 유리하다. 좀 더 오래 투수의 공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세상에는 왼손 투수보다는 오른손 투수가 훨씬 많다. 타석에서 1루까지 거리도 좌타자가 우타자보다 유리하다. 그래서 오른손잡이라도 연습을 통해 왼손 타자가 되는 사례가 흔하다. 왼손잡이지만 첫 글러브가 오른손잡이용이라서 우타자가 된 이종범 LG 트윈스 코치는 이를 후회해 오른손잡이 아들 이정후(키움 히어로즈)를 야구 시작 때부터 좌타자로 키웠다. 김지찬은 우투좌타다. 그는 “밥 먹을 때나 생활할 때 오른손을 쓰고, 축구도 오른발로 한다”고 말했다. 당연히 오른손 타격이 낯설지는 않다. 그는 “야구를 시작할 때는 오른손으로 쳤다. 빠른 발을 살리기 위해 고등학교때부터 왼손으로 쳤다. 사실 파워는 오른쪽이 더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KBO리그에서는 스위치 히터를 찾아보기 힘들다. 지난해 최우수선수(MVP) KT 위즈 출신 멜 로하스 주니어와 두산 베어스 외야수 국해성 정도다. 일본 한신 타이거스로 떠난 로하스 대신 KT가 영입한 조일로 알몬테도 스위치 히터다. 양쪽의 밸런스를 모두 키우는 게 쉽지 않아서다. SK 최정도 데뷔 초 스위치 히터 변신을 시도하다 실패했고, 우타 슬러거로 자리 잡았다. 낯선 시도인 만큼, 최선은 다하지만 집착하지는 않을 생각이다. 김지찬은 "(좌타에서 우타로 변신을 시도했었던) 박해민 선배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얘기했다. 잘 안 돼도 ‘안 되는구나’ 정도로 생각하려 한다”고 말했다. 약점은 보완하고, 강점은 살린다는 게 그의 모토다. 지난해 김지찬은 외야수를 겸업했다. 올해는 내야수(2루수, 유격수)에 집중한다. 도루 능력도 더 키울 생각이다. 김지찬은 "강명구 주루코치님이 도루자(지난해 4개)를 많이 해봐야 실력이 는다고 했는데, 정말 그랬다. 지난해보다 스타트에도 신경 쓰고, 타이밍도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작아도 강한 김지찬의 2021시즌이 기대된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2021.03.03 08:32
야구

[추신수 톺아보기] ②으랏차차 '추파워'…베일 벗는 불혹의 장타력

2001년부터 미국 전역을 누볐던 '추추 트레인' 추신수(39)가 인천에 입성한다. 추신수의 신세계 이마트 야구단 계약이 발표된 뒤 추신수가 KBO리그에서 보여줄 성적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추신수는 메이저리그(MLB) 통산 1652경기를 뛴 베테랑.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과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태극마크를 달고 뛴 경험이 있지만, 국내 투수들을 상대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아리랑 직구'를 던지는 유희관(두산)과의 맞대결부터 동갑내기 이대호(롯데)와의 자존심 경쟁까지 볼거리가 꽤 많아졌다. 일간스포츠는 3회에 걸쳐 'KBO리그 신인' 추신수를 집중적으로 분석한다. 〈편집자주〉 선수 생활 황혼기에 접어든 추신수(39)가 보여줄 '파워'는 어느 정도일까. 전망은 비관적일 수 있다. 추신수는 지난해 개인 성적이 하락했다. 2019시즌 대비 타율(0.265→0.236)과 출루율(0.371→0.323), 장타율(0.455→0.400)이 모두 떨어졌다. 적지 않은 나이를 고려하면 반등 요인을 쉽게 찾기 힘들다. 눈여겨볼 부분은 세부지표이다. MLB 통계 사이트 베이스볼서번트에 따르면, 지난해 추신수의 타구 속도(Exit Velocity)는 시속 90마일(144.8㎞)로 MLB 상위 29%였다. 타자가 정타(正打)를 때려도 타구 속도가 빠르지 않으면 야수들의 수비를 빠져나가기 어렵다. 타자들이 웨이트트레이닝에 집중해 힘을 키우는 가장 큰 이유다. 2015년 NC에서 홈런 47개를 폭발했던 에릭 테임즈(35·현 요미우리)의 지난해 타구 속도는 시속 88.7마일(142.7㎞). MLB 통산 홈런이 무려 662개인 앨버트 푸홀스(41·LA 에인절스)의 타구 속도가 시속 88.6마일(142.5㎞)이었다. 추신수의 타구 속도는 MLB 최고의 공격형 포수로 평가받는 J.T 리얼무토(30·필라델피아)의 스피드(90.2마일)와 비슷했다. 타구 속도만큼은 경쟁력을 잃지 않았다. 추신수는 지난해 타구 발사각도(Launch Angle)를 키웠다. 2018년 6.1도로 저점을 찍은 뒤 2019시즌 9.2도에 이어 지난해 11.4도까지 발사각도를 올렸다. MLB 평균(12.7도)보다 낮지만 큰 변화가 감지됐다. 빠른 타구 속도와 발사각도가 어우러져 이른바 '배럴(Barrel) 타구' 비율이 10.1%로 전년 대비 1.3%p가 늘어났다. '배럴 타구'는 발사각 26~30도, 그리고 타구 속도 시속 98마일(157.7㎞) 이상을 기록하는 이상적인 타구를 의미한다. 2020시즌 MLB 평균 배럴 타구 비율은 7.59%였다. 추신수의 기록은 그보다 높았다. 다만 추신수는 시속 95마일(152.8㎞) 이상의 빠른 타구 비율(Hard Hit%)이 49%에서 35.4%로 뚝 떨어졌다. 성적 하락의 가장 원인이었다. 신세계그룹 이마트 야구단은 2020년 추신수의 기록을 '반등 가능한 부진'으로 해석한다. 타구 속도와 발사각도, 배럴 타구 비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그의 경쟁력이 여전하다는 평가다. Hard Hit%도 마찬가지다. 지난해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환경 변화가 컸다. 개막일이 밀렸고, 단축 시즌(팀당 162경기→60경기)으로 일정이 진행됐다. 모든 타자가 슬럼프를 겪은 건 아니지만, 보이지 않는 영향이 꽤 크게 작용했다. 2018년 내셔널리그 MVP(최우수선수) 크리스티안 옐리치(밀워키)는 시즌 타율이 0.205(200타수 41안타)까지 떨어졌다. 추신수는 시즌 말미 오른손까지 다쳐 부상자명단(IL)에 오르는 등 변수가 많았다. MLB 전문가인 송재우 MBC SPORTS+ 해설위원은 "추신수는 부상만 없다면 MLB에서 홈런 20개를 기본적으로 칠 수 있는 선수"라며 "(나이를 먹었다고 해서) 장타력이 크게 달라지진 않을 거다. 슬러거라고 볼 순 없지만, 밀어치는 홈런이 상당히 많은 타자다. 지난해 타구 스피드가 유지됐고 밀어치는 법도 확실하게 알고 있다. KBO리그에서 뛸 때 장점이 되지 않을까 한다"고 평가했다. 관심이 쏠리는 건 추신수의 파워와 홈구장의 '궁합'이다. 신세계그룹 이마트 야구단의 전신 SK 와이번스가 홈구장으로 사용한 SK행복드림구장은 KBO리그 내 대표적인 '타자 친화적인 구장'이다. 홈플레이트에서 좌우 펜스까지의 길이가 95m(잠실구장 100m)로 짧다. 여기에 펜스 높이도 2.8m(사직구장 4.8m)로 낮다. 그 영향으로 라인드라이브 타구가 자주 홈런으로 연결되기도 한다. 지난해 추신수는 330피트(100.6m) 타구 16개를 외야로 보냈다. 이 중 펜스를 넘어간 건 5개. 하지만 KBO리그에선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신세계그룹 이마트 야구단은 추신수와 계약 전 자체 시뮬레이션을 통해 예상 성적을 산출했다. 그 결과 2021시즌 장타율 0.595를 기록할 수 있는 결론을 내렸다. 지난해 기준 리그 4위에 해당하는 성적이다. 구단 안팎에선 "30홈런은 쳐줄 것으로 기대한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그만큼 추신수의 '파워'에 거는 기대가 크다. 배중현 기자 bae.junghyune@joongang.co.kr 관련기사 ①KBO리그에서도 '호크아이'가 작동할까 2021.02.26 06:00
브랜드미디어
모아보기
이코노미스트
이데일리
마켓in
팜이데일리
행사&비즈니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