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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성근의 돌직구 “사장들은 2~3년 후 떠난다. 야구 미래 고민하겠나” [창간 54]

일간스포츠가 창간 54주년을 맞아 '레전드의 일침'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2023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등에서 드러난 한국 야구에 대한 부진 이유를 되짚어 보고, 개선 방향을 논의하자는 취지입니다. 본지는 하리모토 이사오(한국명 장훈), 이토 쓰토무, 다카쓰 신고, 김성근 등 한국과 일본 야구에 정통한 레전드부터 일침(一針)을 들었습니다. 한국 야구가 다시 도약하길 바라는 이들의 ‘비수 같은 훈수’를 독자 여러분과 야구 관계자들에게 전합니다. 여든이 넘은 노장(老將)은 지금도 야구장에 있다. 예능 프로그램 '최강 야구'에서 최강 몬스터즈를 이끄는 김성근 감독은 대부분의 시간을 훈련장(서울 노량진야구장)에서 보내고 있다. 한국 야구의 현실을 누구보다 상세하게, 냉정하게 말해줄 그를 만났다.김 감독은 2012년 서울에서 열린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에서 오타니 쇼헤이(LA 에인절스) 후지나미 신타로(볼티모어 오리올스) 등을 처음 봤다고 한다. 일본의 고교생들을 관찰한 그는 이때부터 한일 야구의 격차가 벌어지기 시작했다고 느꼈다."당시 협회장을 비롯해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관계자들에게 물었다. (야구 발전을 위한) 10년 대계(大計)가 있느냐고. 답이 없을 뿐 아니라 관심조차 없더라. 경기장에 와서 자리나 지키다가 중간에 가버리더라. 아마추어 협회만의 문제가 아니다. 프로 야구단 사장도 모그룹에서 오지 않나? 그들은 2~3년 있다가 다른 곳으로 간다. 이런 상황에서 사장이 야구의 미래를 고민하겠느냐는 말이다. 또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도 이사회(야구단 사장 모임)의 영향을 받는 구조다. 중요한 포스트마다 이런 사람들이 있는데, 누가 사명감을 가지고 야구 발전을 위해 노력하겠는가?" 수업뿐 아니라 ‘진짜 교육’ 필요그는 인터뷰 내내 사명감이라는 단어를 강조했다. 현재에 만족하지 않고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동력은 그것뿐이라고 역설했다."돈이나 지위를 좇는 사람은 절대 미래를 그리지 못한다. 현재에 안주하거나 다른 자리를 찾느라 바쁘기 때문이다. 감독은 연승을 달릴 때 연패를 대비해야 한다. 관중이 많을 때 KBO는 위기를 준비해야 한다. 그러지 못한 게 한국 야구의 현실이다. 거기에 야구인의 아픔이 있고, 슬픔이 있다."김성근 감독은 KBO리그의 기량 저하를 걱정했다. 한국 투수들의 구속이 예전보다 빨라진 건 틀림없다. 그러나 제구력 등 기술적인 발전이 동반되지 않았다고 그는 지적했다. 특히 수비 실책을 남발하는 건 경기장을 찾아준 팬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지적했다."이건 아마추어로부터 시작된 문제라고 본다. 유소년부터 중고교생까지 괜찮은 선수들이 꽤 있지만, 전체적인 기량은 하향평준화 되고 있다. 감독‧코치들이 어떻게 가르칠지 몰라 선수들이 나쁜 폼을 고치지 못한다. 그러면 부상이 생긴다. 구조적인 문제도 있다. 훈련 시간은 적은데 중-고교 대회는 너무나 많다. 좋은 투수가 예선에서 많이 던지느라 정작 준결승, 결승에는 등판하지 못한다. 이런 환경에서 우승한다고 해도 전혀 우승팀답지 않다."김 감독의 주장은 '고교 야구 주말리그제'로 대표되는 운동선수들의 학습권 보장과 연관이 있다. 이는 중고교 선수들이 정규 수업을 듣고 경기는 주말에 하라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그는 "공부시키자는 걸 누가 반대하나. 그런데 억지로 수업을 들었다고 정말 교육이 됐는가? (탁상행정 탓에) 운동을 소홀히 하면 안 된다. 오전 9시부터 오후까지 수업을 받는다면, 아침과 저녁에 훈련하면 된다"라고 주장했다.그의 비판은 유관 기관인 교육부와 문화체육관광부까지 향했다. 학생 선수들의 학습권을 보장하는 동시에, 운동할 권리와 직업 선택권을 위한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였다. 김성근 감독은 "난 지금도 시간이 나면 책을 읽는다. 공부는 평생 하는 것이다. 내가 프로야구 감독을 할 때 스프링캠프에서 매일 한두 시간씩 선수들을 교육했다. 학생 야구도 정말 필요한 교육을 해야 한다”며 “요새 학교폭력 등도 이슈지만, 학교에서 일어나는 가장 나쁜 일은 선수들의 미래를 막는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돈‧지위 아닌 사명감 좇아야김성근 감독은 한국 야구인 중 일본 프로야구(NPB)를 가장 오래, 깊이 들여다본 지도자다. 2005년 롯데 마린스의 인스트럭터, 2006년 정식 코치를 지냈다. KBO리그에서 감독 커리어를 마치고 2018년 소프트뱅크 호크스의 코치 고문을 맡았다. 2020년부터는 1군 코치 고문, 2022년에는 특별 어드바이저로 활동했다.김성근 감독은 "예전의 일본 야구를 생각해선 안 된다. 일본 선수들 체격이 좋아진 데다 훈련 방법도 과학적으로 바뀌었다"고 전했다. 인터뷰 도중 그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투구와 타격 자세를 재연했다. 2023년 WBC에서 우승한 일본 대표팀 선수들이 미‧일 리그에서도 맹활약하는 건 탄탄한 기본기와 성실한 훈련 덕분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반면 KBO리그 선수들은 WBC에서 부진했을 뿐 아니라 부상도 워낙 많았다.그는 "WBC에 출전한 몇몇 우리 선수들을 보라. (근육이 아니라) 살이 붙어 있더라. 대회에 나갈 준비가 안 돼 있었다. 그런 선수를 왜 뽑았나?"라고 물었다. 아마추어가 기본기를 다지는 데 소홀하고, 프로에는 체계적인 훈련을 도울 '코치의 부재'가 김성근 감독이 안타까워하는 한국 야구의 문제였다.김성근 감독은 "현재에 만족해서 그렇다. 더 발전하려고 노력해야 미래가 있다. 2007년 SK 와이번스가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한 뒤 일본 도쿄에서 열린 아시아 시리즈에 참가했다. (일본시리즈 우승팀) 주니치 드래건즈를 두 번 만나서 예선(6-3)에서 이겼지만, 결승(5-6)에서 졌다. SK는 다음날 귀국하지 않고 일본 고치 캠프로 갔다. 코치‧선수들에게 '퍼펙트한 팀을 만들자'고 했다. 그게 SK 왕조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그의 주장은 다시 사명감으로 이어진다."지난해 말 SK 출신 선수들이 식사 자리를 만들었다. '감독님 계실 때 훈련하느라 죽을 뻔했다. 그래도 덕분에 성공했다'고 하더라. '내가 더 죽을 뻔했다'고 했더니 선수들이 '그건 맞다'며 웃더라. 나는 이 더위에도 하루 300개씩 펑고(fungo, 수비 훈련을 돕기 위해 타구를 날리는 것)를 친다. 집에 가면 온몸이 아프지만, 선수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 내가 죽는 한이 있더라도 선수를 살리는 게 지도자다."인터뷰 내내 김성근 감독은 한국 야구의 총체적 문제를 지적했다. 행간을 잘 읽어보면 그가 아쉬워하는 대상은 선수보다 행정가와 지도자, 즉 '야구계의 선배'였다. 절박한 현실을 외면한 채 듣기 좋은 말만 나누는 한국 야구의 현실을 꼬집었다. 끝으로 그는 지난해 소프트뱅크를 떠나면서 일본의 전설적인 홈런왕 출신 오 사다하루(83) 호크스 야구단 회장과 나눈 일화를 전했다."오 회장이 '긴상(金さん), 우리가 살면 얼마나 살겠나? 마지막 가는 길에 (야구계에) 혼을 선물하고 가자'고 했다. 나는 '좋습니다. 대신 악에 받쳐서 합시다. 사람들로부터 칭찬받는 일은 하지 말자'고 답했다.”김식 기자 ◆김성근(金星根, 1941년 10월 30일~)일본 교토에서 태어나 한국 국적을 유지한 채 1961년부터 한국 실업야구에서 뛰었다. 선수 은퇴 후 마산상고, 충암고, 신일고 등에서 감독을 맡았고, 1982년 OB 투수코치로 프로 무대에 들어왔다. 1984년 OB 감독을 시작으로 태평양 돌핀스(1989~90년) 삼성 라이온즈(1991~92년) 쌍방울 레이더스(1996~99년) LG 트윈스(2001~2002년) SK 와이번스(2007~11년)를 거쳐 한화 이글스(2015~17년) 감독을 역임했다. SK 시절엔 세 차례나 우승을 차지하며 ‘야신(野神)’으로 불렸다. 비판 의식이 강한 탓에 구단과 잦은 마찰을 일으키기도 했다. 2023.09.28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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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다카쓰 신고의 당부 “내가 알던 한국 야구 아니야…기본으로 돌아가라” [창간 54]

일간스포츠가 창간 54주년을 맞아 '레전드의 일침'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2023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등에서 드러난 한국 야구에 대한 부진 이유를 되짚어 보고, 개선 방향을 논의하자는 취지입니다. 본지는 하리모토 이사오(한국명 장훈), 이토 쓰토무, 다카쓰 신고, 김성근 등 한국과 일본 야구에 정통한 레전드부터 일침(一針)을 들었습니다. 한국 야구가 다시 도약하길 바라는 이들의 ‘비수 같은 훈수’를 독자 여러분과 야구 관계자들에게 전합니다. 2008년 어느 날, 이광환 우리 히어로즈(현 키움) 감독이 코칭스태프 회식을 열었다. 경기 후 코치들, 그리고 몇몇 고참급 선수들과 술잔을 기울이며 회포를 푸는 자리였다. 당시 기자도 그 자리에 참석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을 기회를 얻었다. 참석자 중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이 다카쓰 신고였다.당시 다카쓰는 히어로즈의 외국인 투수였다. 일본 프로야구(NPB)에서 네 차례나 구원왕에 올랐던 그는 미국 메이저리그(MLB)에서 두 시즌 동안 활약하기도 했다. 화려한 커리어를 가진 그가 마흔 살 나이에 KBO리그에서 뛰는 자체가 놀라웠는데, 사적인 자리에서도 한국 선수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리는 장면도 퍽 인상적이었다.다카쓰가 KBO리그에서 뛴 것은 한 시즌에 불과하다. 그러나 선수로서 직접 뛰고 부딪혔기에 한국야구에 대한 그의 관심과 이해가 높다. 현재 NPB 야쿠르트 스왈로스 감독을 맡고 있는 그에게 KBO리그와 2023년 WBC 4강에서 탈락한 한국 야구대표팀 대해 물었다. 투수 제구력 현저하게 퇴보다카쓰는 "내 입장에서 한국야구 대표팀의 실력을 정확하게 설명하기는 어렵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예전과 비교하면 투수와 타자들의 기량이 저하됐다. (2023년 WBC에서는) 이전의 한국 대표팀 같지 않았다"고 설명했다.MLB와 NPB, KBO리그 모두에서 정상급 마무리 투수로 활약한 그는 특히 한국 마운드에 대한 충고를 잊지 않았다. 다카쓰는 "한국 투수들의 제구력이 현저하게 떨어져 있었다. 게다가 타자를 상대하는 요령이 턱없이 부족해 보였다. 힘에만 의존해서 공을 던지던데, 요즘에는 시속 150㎞의 빠른 공도 타자들이 잘 쳐낸다. 그럴수록 투수에겐 세밀함이 정말 중요하다"고 강조했다.어떤 경기나 선수를 특정하지 않았으나, 다카쓰가 본 장면은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WBC 1라운드 한국-호주전(3월 9일), 한국-일본전(3월 10일)인 것으로 보인다. 당시 한국은 두 경기에서 무려 17이닝 동안 21자책점(팀 평균자책점 11.12)을 기록했다.특히 일본전 4-6으로 뒤진 6회 말 무사 3루 위기에서 등판한 김윤식, 정우영, 이의리의 부진이 뼈아팠다. 코너워크를 할 제구가 안 되고, 스트라이크존 가운데로 투구할 구위와 배짱은 없었다. 이 순간, 한국 투수와 일본 타자의 격차는 어느 때보다 컸다. 몇 몇의 잘못도 아닌, 한국 마운드의 총제적인 문제가 드러난 장면이었다.다카쓰는 "사실 이건 기본기의 문제다. 투수는 학창 시절부터 (좋은 폼으로) 많이 던져야 한다. 나도 수백 개씩 투구했다. 불펜에서도 많이 던졌고, 타자들의 훈련을 도우면서 또 던졌다"고 말했다.그가 말하는 건 '용불용설(用不用說)'이다. 많이 던질수록 투수의 팔이 단련되고, 제구도 좋아진다는 주장이다. 이는 투구 수 관리를 중시하는 현대 이론과 배치되기는 한다. 다카쓰는 투수의 기량이 일정한 수준에 오르기까지는 충분히 훈련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선수 시절 다카쓰는 '특별한 공'을 던지지 못했다. 1991년 야쿠르트에 입단한 그는 선발 투수로서 자리 잡지 못하다가 구원 투수로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시속 130㎞대의 주 무기 싱커를 스트라이크존 구석구석으로 던졌다. 어려운 공이 아닌 것 같은데 그를 상대한 타자들은 정타를 맞히지 못했다. 더 던지고, 더 연구하는 일본 투수들다카쓰가 KBO리그 선수로 뛰었던 2008년은 한국 야구의 전성시대였다. 한국 야구는 그해 베이징 올림픽에서 일본과 쿠바를 꺾고 금메달을 따냈다. 이를 바탕으로 한국은 2009년 WBC에서는 일본과 5차례 명승부(2승3패)를 벌이며 준우승을 차지했다.다카쓰는 "기본적으로 한국 야구의 수준은 높다고 생각한다. (발전) 가능성이 큰 팀"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또 "한국 대표팀의 기량이 일본 팀과의 차이가 크지 않다"고도 덧붙였다. 한국 매체와 인터뷰에서 나온 립서비스일 수 있다. 그래도 10여 년 전에는 크지 않았던 한일 야구의 격차가 몇 년 사이 더 벌어진 건 틀림없다.2023년 WBC 최우수선수(MVP) 오타니 쇼헤이뿐 아니라, 일본에는 체격과 파워가 뛰어난 선수들이 계속 등장하고 있다. 세대교체에 실패한 채 여전히 김광현‧양현종에게 대표팀을 맡기는 KBO리그와 크게 대비됐다.다카쓰는 "일본 선수들은 정말 열심히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과학적 데이터를 기반으로 훈련 방법이 체계적으로 바뀌었다. 덕분에 (타자의) 파워와 (투수의) 스피드가 향상되고 있다. 젊은 선수들이 (옛날 선배들보다) 많이 훈련하고, 연구한다"고 전했다. 그는 또 "한국야구의 잠재력은 여전히 높다고 생각한다. (일본과 대등해지려면) 기본기에 충실해야 할 거다. 기본기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말했다.김식 기자◆다카쓰 신고(高津臣吾, 1968년 11월 25일~)일본 프로야구 야쿠르트 스왈로스 감독. 1991년 야쿠르트에 입단해 1994년 센트럴리그 구원왕을 시작으로 네 차례 타이틀을 차지했다. 2004년 MLB 시카고 화이트삭스, 2005년 뉴욕 메츠에서 활약한 뒤 2006년 야쿠르트로 복귀했다. NPB 통산 286세이브, MLB 통산 27세이브를 기록하며 사사키 가즈히로에 이어 두 번째로 미‧일 300세이브를 돌파했다. 또 2008년에는 KBO리그(8세이브), 2010년에는 대만 프로야구(CPBL, 26세이브)를 경험했다. 이후 일본 독립리그 팀에서 선수 겸 감독으로 뛰다 2014년부터 야쿠르트 투수 코치를 맡았다. 2020년 야쿠르트 감독에 오른 뒤 2021년 센트럴리그 우승과 일본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다. 2023.09.27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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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이토 쓰토무의 혹평 “한일 격차 30년 벌어졌다. 선후배 야구 끝내라” [창간 54]

일간스포츠가 창간 54주년을 맞아 '레전드의 일침'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2023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등에서 드러난 한국 야구에 대한 부진 이유를 되짚어 보고, 개선 방향을 논의하자는 취지입니다. 본지는 하리모토 이사오(한국명 장훈), 이토 쓰토무, 다카쓰 신고, 김성근 등 한국과 일본 야구에 정통한 레전드부터 일침(一針)을 들었습니다. 한국 야구가 다시 도약하길 바라는 이들의 ‘비수 같은 훈수’를 독자 여러분과 야구 관계자들에게 전합니다. 한국 야구대표팀이 제2회 WBC 결승에서 일본과 맞붙은 2009년 3월 24일 미국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 이토 쓰토무는 당시 일본 대표팀의 수석코치였다. 최근 본지와 도쿄에서 만난 그는 "정말 힘든 승부였다. 앞서 1‧2라운드 네 차례 대결에서 2승 2패로 맞서면서 일본 스태프는 '어떻게 하면 한국을 이길까'라는 생각만 했다"며 "연장전 끝에 일본이 이기기는 했지만, 당시 한국 야구의 기술력, 정신력은 정말 대단했다. 류현진‧봉중근‧임창용 등이 주축이었던 마운드는 역대 최고였다"고 떠올렸다.일본 프로야구(NPB) 전설적인 포수 출신 이토는 이후 한국 야구와 교류하기 시작했다. 2011년 LG 트윈스 인스트럭터, 2012년 두산 베어스 수석 코치를 맡았다. 2004년 세이부 라이온스 감독을 맡아 일본시리즈 우승까지 경험한 그로서는 파격적인 행보였다. 이토는 "10년 전 한국 야구는 일본을 거의 따라잡았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그런 그에게 지난 3월 2023년 WBC는 오히려 상당한 충격이었다. 호주에 7-8로 진 한국은 일본에 2-13으로 대패, 1라운드에서 탈락했다. 이토는 "한‧일 야구의 격차가 30년 정도로 벌어진 것 같다. 일부 선수는 뛰어나지만, 대체적으로는 일본과 큰 차이가 난다. 선수 기량도 그렇지만, 구단 운영이나 구장 환경, 리그 행정 등 모든 면에서 일본에 뒤처졌다"고 혹평했다. 기본기 위에 파워를 더한 일본이토는 "일본 야구는 지난 몇 년 동안 상당히 발전했다. 다르빗슈 유, 오타니 쇼헤이 같은 선수가 메이저리그(MLB)에서 크게 성공하면서 젊은 선수들에게 동기부여가 됐다. 미국을 넘어 세계 최고가 되고자 하는 꿈을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2023 WBC는 일본 선수들의 힘과 체격에 눌린 대회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한국은 파워로 일본 야구의 정밀한 기술을 상대했다. 그러나 이제 오타니(1m93㎝), 다르빗슈(1m96㎝) 등 빅리거는 물론 일본 리그(NPB)의 사사키 로키(1m90㎝) 무라카미 무네타카(1m88㎝) 등이 한국을 힘으로 압도했다. 이토는 "바로 그게 일본이 달라진 점이다. MLB를 통해 새로운 훈련법을 받아 들였고, 단백질보충제 등 식이요법도 발달했다. 그 결과 벌크업에 성공한 것"이라며 "요즘 일본 선수들은 시즌이 끝나면 마냥 쉬지 않는다. 소속팀이 달라도 합동훈련을 한다. '세계제일'이 되고 싶은 것"이라고 강조했다.일본 야구의 발전 동력은 '융복합'이라고 그는 주장했다. 크게는 MLB 선수들과 교류하고, 작게는 일본의 센트럴리그(요미우리, 한신, 주니치, 야쿠르트, 히로시마, 요코하마)와 퍼시픽리그(오릭스, 롯데, 소프트뱅크, 라쿠텐, 세이부, 닛폰햄)가 경쟁하는 것이다. 이토는 "몇 년 전 퍼시픽리그에 홈런 타자와 강속구 투수들이 대거 등장했다. 그런 흐름이 기교 위주의 승부를 하는 센트럴리그로 옮겨졌다. 단단한 기본기 위에서 힘의 싸움이 벌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이토는 경쟁 의지와 도전 정신의 결여가 한국 야구의 퇴보를 불러 왔다고 진단했다. 그는 "2023년 한국 대표팀에 (30대 중반인) 김광현과 양현종이 포함된 걸 보고 놀랐다. 그만큼 젊은 선수가 없다는 거다. 구원 등판한 몇몇 투수는 솔직히 말해서 '저 선수가 프로인가?’'는 생각이 들었다. 기술도 부족해 보였지만, 싸울 준비가 되지 않았던 것 같다"고 돌아봤다.WBC 결승전을 앞두고 오타니가 일본 동료들에게 했던 연설이 화제였다. MLB 스타들이 즐비한 미국 대표팀과의 경기를 앞두고 그는 "저들을 동경한다면, 저들을 넘어설 수 없다. 오늘은 존경을 접어두고 승리만을 생각하자"고 팀메이트를 독려했다. 이토는 "그 연설이 울림을 줬다. 달리 생각하면, 일본을 위협했던 한국이 2023 WBC에서는 일본을 동경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선 이길 수 없다"고 부연했다.지난 10년 일본 야구가 '빅스텝'을 밟으며 MLB를 따라잡는 동안 한국은 오히려 뒷걸음질했다. 이토는 "일본은 탄탄한 기본기 위에서 새로운 시도를 했다. 10년 전까지 일본 야구를 배우고, 일본과 경쟁했던 한국이 언제부터인가 미국만 좇기 시작했다. 치열한 노력과 충분한 기본기 없이 미국을 따라만 하니까 잘 될 수 있겠는가. 아시아인의 체격과 스타일은 미국과 다르지 않나. 한국 야구는 거기서 길을 잃은 것 같다"고 일침을 가했다. 한국은 왜 교류도, 도전도 않나이토는 "한국이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2009년 WBC 준우승을 했던 시기 KBO리그도 정말 강했다. 김성근 (당시 SK 와이번스) 감독이 일본 야구의 세밀함과 한국 야구의 역동성을 더해 좋은 플레이를 했다. 10여 년이 지난 지금, 한국 야구가 그때보다 나은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1990년대 한일 슈퍼게임을 떠올려 보자. 선동열 같은 특출한 선수를 제외하면 한국 대표팀 내에서도 다른 선수들의 기량은 떨어졌다. 2010년 전후로 한국 야구가 전체적으로 강해졌다고 느꼈으나, 지금은 30년 전으로 돌아간 것 같다. KBO리그 마운드가 강해지면 그들을 상대하는 타자들의 기량도 함께 향상될 것이다. 현재 한국 야구의 문제는 투수력”이라며 아쉬워했다.이토는 "한국에서 코치를 했을 때 경험했던 선수들의 열정을 기억한다. 구단과 코칭스태프가 그들을 제대로 지원해줬는지는 돌아봐야 한다. 한국은 '선후배 야구'를 타파해야 한다. 특정한 인맥이 팀을 장악하고, 그 위계가 대단하더라. 선수가 코치에게, 코치가 감독에게 다른 의견을 내지 못하는 문화가 있었다. 감독이 답을 정해놓으면, 다들 따라야 하는 거다"라면서 "일본 센트럴리그도 그런 시절이 있었다. 그러면 발전하지 못한다. 센트럴리그도 그걸 극복했기에 발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KBO리그 선수가 NPB에서 뛴 건 김태균(롯데) 오승환(한신) 이대호(소프트뱅크) 등이 마지막이다. 2015년 이후 일본 리그에 도전하는 선수가 없었다. 한국 선수들의 기량이 떨어진 이유도 있고, KBO리그에서 받는 몸값이 일본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을 만큼 높아졌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 사이 KBO리그는 고립됐고, 약화했다. 이토가 KBO리그의 변화를 바라는 이유다.이토는 "변화하려면 교류해야 하고 경쟁해야 한다. 융복합에는 여러 방법이 있을 것이다. (한국은 선수층이 얇아 고민이라는 기자의 말에) 그렇다면 아시아 쿼터(외국인 선수 제한과 별도로 아시아의 다른 국적 선수를 보유할 수 있는 제도. 축구‧농구‧배구 등에서 도입했거나 시행 예정이다) 같은 제도도 고려해 볼만 하지 않나. 과거 재일동포 선수들이 KBO리그에 자극제가 됐듯, 경쟁이 치열해지면 성과가 나타날 것이다. 묻고, 답하고, 도전하고, 경쟁해야 한다. 한국 야구가 다시 강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도쿄(일본)=김식 기자◆이토 쓰토무(伊東勤, 1962년 8월 29일~)NPB에서 22년 동안 뛰며 퍼시픽리그 14차례 우승, 일본시리즈 8차례 우승을 이끈 포수. 1982년 세이부 라이온스에 입단, 뛰어난 포구 능력과 공 배합을 앞세워 3년 차에 주전 포수로 성장했다. 2003년 마흔한 살 나이에 은퇴할 때까지 세이부 안방을 지키며 골든글러브를 7차례나 받았다. 타자로서는 통산 타율 0.247, 156홈런을 남겼다. 선수 은퇴 직후인 2004년 세이부 감독을 맡아 그해 퍼시릭리그와 일본시리즈를 제패했다. 2011년 LG 트윈스 인스트럭터, 2012년 두산 베어스의 수석 코치를 맡아 KBO리그를 경험했다. 2013년부터 5년간 NPB 롯데 마린스 지휘봉을 잡았고, 현재 평론가로 활동 중이다. 2023.09.26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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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장훈이 두 번 놀랐다. “한국 저변 취약, 연봉은 너무 높다” [창간 54]

일간스포츠가 창간 54주년을 맞아 '레전드의 일침'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2023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등에서 드러난 한국 야구에 대한 부진 이유를 되짚어 보고, 개선 방향을 논의하자는 취지입니다. 본지는 하리모토 이사오(한국명 장훈), 이토 쓰토무, 다카쓰 신고, 김성근 등 한국과 일본 야구에 정통한 레전드부터 일침(一針)을 들었습니다. 한국 야구가 다시 도약하길 바라는 이들의 ‘비수 같은 훈수’를 독자 여러분과 야구 관계자들에게 전합니다. 장훈(일본명 하리모토 이사오)이 깜짝 놀라 다시 물었다.“응? 뭐라고요? 한국에 고교 야구팀이 몇 개라고?”8월 어느날. 일본 도쿄 시내의 한 호텔에서 만난 그는 어떤 주제로 대화해도 차분했다. 불과 2년 전까지 야구 평론가로서 날카로운 독설을 날린 그였지만, 지금은 한결 온화해졌다. 배트와 마이크를 내려놓은 지금은 가끔 공원에 나가 어린이들에게 야구를 가르치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한다.그런 그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어조를 높인 순간이 있었다. 한국 야구의 저변을 얘기할 때였다."한국에 고교 야구팀은 몇 개인가? 뭐? 60개를 넘은지 오래되지 않았다고? (2023년 8월 기준 96개) 말도 안 된다. 프로야구가 있는 나라에서 말이지. 일본에는 3000개(2022년 일본고교야구연맹 기준 3857개)가 넘는 고교팀이 있다. 그래야 프로(일본 프로팀 12개)에서 경쟁이 된다."위기에 빠진 한국야구에 대해 본지가 고언(苦言)을 구하자 장훈은 어렵게 설명하지 않았다. 한국 야구의 저변을 걱정했다. 10/96 vs 12/3857의 차이지난 3월 열린 제5회 WBC에서 일본은 7전 전승을 거두며 우승했다. 일본은 2006년과 2009년 1,2회 대회에서 챔피언에 오른 바 있다. 그러나 당시 미국, 도미니카공화국 등을 대표한 메이저리그(MLB) 선수들은 지금처럼 전력을 다하지 않았다. 당시 일본은 예선전부터 한국과 팽팽한 라이벌전을 벌였다. 1,2회 WBC는 사실상 한국과 일본이 주도했다. 2023년 대회에서 일본은 한국과의 격차를 크게 벌리는 동시에, 미국을 힘으로 제압했다. 야구로 ‘세계제일’을 노래하던 일본의 꿈이 이뤄졌다. 장훈은 "일본 선수들을 보라. 충분히 우승할 수 있는 멤버였다. 오타니 쇼헤이, 다르빗슈 유 등 미국에서 최고인 선수들이 그대로 일본 대표팀에 왔다. 우승한 이유는 바로 그거"라고 말했다.2023년 일본 대표팀에는 오타니(LA 에인절스)와 다르빗슈(샌디에이고 파드리스)뿐 아니라 요시다 마사타카(보스턴 레드삭스) 라스 눗바(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등 쟁쟁한 빅리거가 참가했다. 게다가 야마모토 요시노부(오릭스 버팔로즈) 사사키 로키(롯데 마린스) 무라카미 무네타카(야쿠르트 스왈로즈) 등 일본 프로야구(NPB) 소속이지만, 미래의 메이저리거도 여럿 있었다. 일본 대표팀의 평균 나이는 27.3세로 WBC 대표팀 사상 최연소였다.한국에도 김하성(샌디에이고) 토미 에드먼(세인트루이스) 등 빅리거 2명이 있었다. 김현수‧김광현‧양현종 등 MLB를 경험한 선수도 적잖았다. 그러나 대표팀 구성 밀도에는 큰 차이가 있었다. 투수들의 기량이 크게 떨어졌다. 한국 대표팀 평균 나이는 29.2세였다.한국‧일본 저변의 차이가 두 대표팀의 차이를 만들었고, 그게 곧 실력 차이였다. 2006년과 2009년 WBC에서 한국이 일본을 꽤 따라잡은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그건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게 장훈의 생각이었다.장훈은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좋은 나라다. 과거 일본에 뒤처졌으나 이제 일본을 많이 따라잡았다. 한류 등 문화는 물론 경제적으로도 세계 일류 국가가 됐다"고 극찬했다. 이 말을 하는 과정에서 그는 한국인이 좋아하는 '월드클래스'라는 표현을 썼다.기자는 "한국 스포츠도 월드클래스가 됐나"라고 물었다. 장훈은 잠시 고민하더니 "일단 인구(한국 약 5100만명, 일본 1억2000만명)에서 큰 차이가 난다. 한국의 스포츠 저변도 (일본에 비해) 그만큼 허약하다. 아직 (스포츠에서 월드클래스는) 아닌 거 같다"고 답했다. 장훈은 "풀기 어려운 문제가 있다. 한국에서 야구를 잘하면 선수들이 미국(MLB)에 가는 거다. 하긴, 연봉을 열 배쯤 더 주니까 나도 미국에 가고 싶은 마음이 들 거 같기는 하다. 그래도 자국 리그 보호를 위해 한국야구위원회(KBO)가 고민해야 한다. 미국에 갔다가 돌아오는 선수는 2년 정도 자국 리그에서 뛰지 못하게 하던지…"라며 씁쓸해 했다. 장훈이 제안한 것과 비슷한 규정이 실재한다. KBO 규약 제107조 조항에 따르면, 한국에서 고등학교 이상을 재학하고 한국 프로구단 소속 선수로 등록한 사실 없이 외국 프로구단과 선수계약을 체결한 선수는 외국 프로구단과 선수 계약이 종료한 날부터 2년간 KBO 소속 구단과 선수 계약을 할 수 없다. 그러나 이는 아마추어 선수에 해당하고, 프로 선수는 해외리그에서 언제든지 돌아올 수 있다.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프로 선수의 이적을 막는 건 현재의 제도로는 어렵다. 그러나 KBO리그 보호 및 발전에 대해 한국 야구의 고민이 부족하다는 장훈의 충고는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 "한국 고연봉, 유지 가능한가?"장훈은 "일본 야구도 미국의 하위 리그로 전락하는 것 같아서 안타깝다. 자국 리그를 보호하고 육성할 방법이 꼭 필요하다. 이러다가 100년 후에는 일본 야구가 없어지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했다. 한국에 비하면 인적‧물적 인프라가 훨씬 뛰어난 일본 야구도 우려할 만큼 우수 인재의 유출이 심각하다고 장훈은 보고 있다.인터뷰가 끝날 때쯤 장훈이 기자에게 "KBO리그 최고 연봉자는 돈을 얼마나 받나"라고 질문했다. KBO에 따르면 2023년 최고 연봉 선수는 구자욱(삼성 라이온즈‧20억원)이다. 그러나 FA 계약금을 포함한 실질적인 연봉킹은 지난겨울 두산 베어스로 돌아온 양의지(4년 총액 152억원)다.장훈은 또 한 번 깜짝 놀랐다. 그는 "그렇게 높나? KBO리그 팀은 대부분 대기업이 운영하기 때문에 (일부) 선수들 연봉이 너무 높다. (시장이 더 큰) 일본에서는 각 팀 최고 연봉자가 5~6억엔(46억~55억원) 정도를 받는다. 일본 선수 연봉도 높다고 생각하는데, 과연 지금 같은 연봉 시스템에서 KBO리그가 안정적으로 운영될지 의문"이라고 전했다.2023년 NPB 최고 연봉자는 야마모토다. 그는 FA와 비(非)FA를 통틀어 가장 많은 6억5000만엔(58억원)을 받는다. 게다가 KBO리그와 달리 NPB의 연봉 상승 곡선은 가파르지 않다. 20년 전 최고 연봉이 이미 7억2000만엔(2003년 요미우리 자이언츠 로베르토 페타지니)이었다. 2021년에는 스가노 도모유키(요미우리)가 8억엔을 돌파한 바 있다. 이승엽(현 두산 베어스 감독)이 2007년 요미우리와 계약한 연봉도 6억5000만엔(4년 총액은 30억엔)이었다. 2023년 KBO리그 선수들의 평균 연봉은 1억4648만원(신인, 외국인 선수 제외)이다. 일본 선수들 평균 연봉 4468만엔(4억원, 외국인 선수)의 36% 수준이다. 리그의 연봉 격차는 큰 편이지만, 최상위 선수들 간 차이는 생각보다 크지 않다.장훈은 KBO리그가 출범한 1982년부터 2005년까지 KBO 총재 특보를 맡았다. 각 구단을 돌며 타격 인스트럭터로 활동하기도 했다. 한국 프로야구 구조와 선수들 기술에 대해 잘 파악해온 인물이다.한국 야구의 개선점을 묻는 말에 장훈은 구체적인 답을 하길 꺼려했다. 최근에는 KBO리그 팀과 직접적인 교류가 없었기 때문에 조심스러워 한 것이다. 대신 그는 한국 야구의 기형적인 구조, 즉 96개 고교팀이 10개 프로팀의 근간이라는 문제점을 분명하게 지적했다. 뿌리가 약하면 자생력이 강할 리 없고, 고른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이는 비단 대표팀만의 문제가 아니다. 수년째 KBO리그에서 지적되고 있는 선수 간 기량‧연봉 격차가 심화하는 이유도 결국 약한 기반에서 비롯됐다는 걸 장훈과의 인터뷰를 통해 환기했다. 도쿄(일본)=김식 기자 ◆장훈(張本勳, 1940년 6월 19일~)NPB 통산 최다 안타(3085개) 기록자. 일본 히로시마에서 태어나 최고의 스타가 됐지만, 아직까지 한국 국적을 유지하고 있다. 1959년 NPB 도에이 플라이어스 입단해 신인왕을 차지했고, 1976년 요미우리 자이언츠로 이적해 홈런왕 오 사다하루와 ‘O-H 타선’을 구축했다. 1981년 은퇴할 때까지 NPB 통산 출전 3위(2752경기, 통산 타율 3위(0.319) 통산 타점 4위(1676개), 통산 홈런 7위(504개)를 기록한 뒤 1990년 일본 프로야구 명예의 전당에 입회했다. 1982년 한국 프로야구 출범에 앞서 KBO 총재 특보를 맡았다. 대한민국 정부로부터 체육훈장 맹호장(1980년)을 수훈했고, 국민훈장 무궁화장(2007년)을 받았다. 2023.09.25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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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 피플]장성우의 일침, KT 투수들에겐 묘약

안방마님 장성우(33)의 날카로운 직언은 KT 위즈 젊은 투수들에겐 자양분이다. 포수에게 가장 중요한 임무는 투수 리드다. 개별 강점과 컨디션, 기운을 잘 파악하고 성과를 끌어낼 수 있어야 한다. 포수 출신이자 역대 최초로 7시즌(2015~2021) 연속 한국시리즈(KS) 진출을 이끈 김태형 두산 베어스 감독은 "허를 찌르는 공 배합보다 투수가 가장 잘 던질 수 있는 코스와 구종으로 유도하는 게 좋은 리드다. 투수가 특정 상황에서 어떤 버릇이 있는 지도 알고 있어야 하는 게 포수"라고 말한 바 있다. KT 투수들은 든든하다. 주전 포수 장성우가 있기 때문이다. 그는 2017년부터 6년째 KT 안방을 지키고 있다. 투수의 공, 경기 뒤 표정만 봐도 심리 상태를 읽을 수 있다. 5일 한화 이글스전도 그랬다. 시즌 10승을 노리던 선발 투수 고영표는 평소보다 의욕이 넘쳤다. 야수 실책 탓에 1·2루 위기에 놓인 3회 초, 그는 타자 노수광에게 희생번트조차 내주지 않기 위해 바깥쪽(좌타자 기준) 높은 공만 2개 연속 던졌다. 장성우는 2구째 공을 받은 뒤 일어섰고, 천천히 마운드로 향했다. 멋쩍은 표정을 짓는 투수를 향해 "왜 이렇게 열정적이냐"라는 첫마디를 건넸다. 1점도 내주지 않으려고 고영표가 지나치게 조심한다는 메시지였다. 고영표는 이어진 상황에서 노수광에게 희생번트를 내줬다. 후속 정은원을 뜬공 처리했고, 장타자 노시환에게 볼넷을 내줬지만, 하주석을 땅볼 처리하며 실점을 막았다. 이런 전개는 장성우가 고영표에게 주문한 승부 전략이었다고. 장성우는 "고영표는 워낙 좋은 투수다. 그가 안타나 점수를 내주면 포수의 리드가 문제였다고 봐도 된다. 그런데 그날(5일 한화전)은 평소와 달리 여유가 부족했다. (노수광과의 승부에서도) 번트 타구를 직접 잡아 2루 주자를 3루에서 잡아내려는 의도가 보이더라. 그래서 마운드에 올라간 것"이라고 했다. 고영표는 장성우의 노련한 리드 속에 6회까지 무실점을 이어갔다. KT가 5-1로 승리하며 고영표는 10승(5패)째를 따냈다. 장성우는 지난 4일 NC 다이노스전에서 끝내기 안타를 맞은 김재윤에게도 "2~3년 전에는 더 충격적으로 진 경기가 많았다. 블론(세이브)이 처음이냐. 고개 숙일 필요 없다"고 무심한 듯 위로를 건넸다. 유망주 사이드암 투수 이채호는 5일 한화전에서 장성우로부터 따끔한 충고를 들었다. 고영표에 이어 마운드에 오른 그는 7회 초 선두 타자 최재훈과의 승부에서 연속 볼 3개를 던졌다. 5구째 중견수 뜬공을 유도하며 아웃카운트를 잡았고, 후속 두 타자도 연속 범타 처리했다. 장성우는 이채호가 볼카운트를 불리하게 만든 점을 짚어주며 "(마운드에) 올라오자마자 볼 3개를 연속으로 던지면 (결국 불리한 볼카운트에서 스트라이크를 던져야 하니) 그저 타자가 못 치길 바랄 수밖에 없다. 삼자범퇴로 막았다고 좋아할 게 아니다. 더 집중해서 스트라이크를 던져라"라고 일갈했다. 이채호는 이강철 KT 감독이 필승조로 키우려는 투수. 장성우는 언젠가 박빙 상황에서 마운드를 지켜야 하는 이채호가 결과보다 과정을 중시하길 바랐다. 장성우의 화법은 직설적이다. 후배들은 정신이 번쩍 든다. 그러나 올바른 목표 설정이나 멘털 관리에는 그만한 묘약이 없다. 이강철 감독이 장성우를 입이 닳도록 칭찬하는 이유다. 안희수 기자 2022.08.1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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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런왕 알론소 일침 "투수들 이물질 문제없어...리그 조작하는 사무국이 문제"

미국 메이저리그(MLB) 대표 홈런타자가 투수 이물질 논란에 참전했다. 단 투수들이 아닌 사무국을 겨냥하고 포문을 열었다. 미국 스포츠넷 뉴욕(SNY)은 10일(한국시간) “피트 알론소(27·뉴욕 메츠)가 MLB 사무국이 FA시장 때문에 야구공을 조작했다고 주장했다”고 보도했다. 알론소는 현 MLB를 대표하는 홈런 타자 중 한 사람이다. 2019년 53홈런을 기록해 역대 신인 최다 홈런을 경신하며 그해 내셔널리그 홈런왕과 함께 신인왕에 올랐다. 알론소는 올 시즌 투고타저, 이물질 논란이 모두 MLB 사무국이 벌인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해 FA 시장에서 중심이 되는 선수 포지션에 따라 리그 성향을 조작한다는 것이다. 알론소는 “MLB가 FA 상황에 따라 한 시즌 내내 공인구를 바꿔버린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2019년 수준급 투수가 FA 시장에 많이 풀릴 때 조작된 공인구(Juiced ball)가 나왔다”면서 “올해는 좋은 타자들이 FA 시장에 나올 예정이다”고 투고타저가 사무국이 조작한 결과물이라고 이야기했다. 2019년 당시 FA 시장에는 평균자책점 1위를 차지했던 류현진(4년 8000만달러)을 비롯해 투수 역대 최고액의 게릿 콜(9년 3억2400만달러), 월드시리즈 MVP 스티븐 스트라스버그(7년 2억4500만달러), 파이어볼러 잭 휠러(5년 1억1800만달러), 우승 청부사 매디슨 범가너(5년 8500만달러)가 시장에 풀려 대형 계약을 맺었다. 올 시즌을 마친 후에는 MVP 출신인 크리스 브라이언트와 프레디 프리먼, 역대급 유격수 황금세대로 불리는 카를로스 코레아, 코리 시거, 트레버 스토리, 하비에르 바에즈 등이 풀린다. 알론소의 발언은 대형 투수, 대형 타자들의 성적이 낮아지도록 사무국이 공인구를 조작했다는 의미다. 정작 이물질을 사용한 투수 개개인에 대해서는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미국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에 따르면 알론소는 “어차피 지금도 로진을 쓰지 않나. 뭐든 그들이 제구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이라면 그냥 쓰게 두자”면서 “투수들은 나날이 더 강하게 던지는데 99마일짜리 공이 빠져서 날아오는 것은 원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차승윤 인턴기자 2021.06.10 11:30
야구

바우어에 힘 보탠 커쇼 “다저스, 문제 파악 좀 하자”

LA 다저스의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33)가 방황하고 있는 팀에 일침을 던졌다. 미국 ‘LA 타임스’는 11일(한국시간) “커쇼가 흔들리고 있는 팀에 대해 (문제점을) 알아내야 한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다저스는 최근 20경기 5승 15패로 극도의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팀 성적도 18승 17패로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3위에 불과하다. 물론 시즌은 아직 120경기 이상 남아있다. 메이저리그 야구 통계 사이트들이 예측한 다저스의 포스트시즌 진출 가능성은 여전히 97.9%(베이스볼 레퍼런스), 94.5%(팬그래프닷컴)에 이른다. 부상자 복귀와 함께 치고 올라갈 가능성은 여전히 높다. 그렇다고 최근 부진을 마냥 웃고 넘어갈 수는 없다. 커쇼는 LA 타임스와 인터뷰에서 “물론 162경기의 긴 시즌이지만 우리가 너무 낙관적이어서 깨닫지 못하고 있다”며 “우린 (무엇이 문제인지) 당장 깨달아야 한다”고 팀원들에게 경각심을 주문했다. 그는 “기다리지 마라. 안주하지 마라. 지난 시즌 우리가 배운 것들이다”라며 “5월이든 9월이든 모든 경기가 중요하다. 모든 승리가 같다”라고 1승의 소중함을 주장했다. 전날 트레버 바우어의 발언과 같은 맥락이다. 바우어는 전날 6이닝 2실점 9탈삼진 호투에도 불구하고 팀이 1-2로 패배하며 패전투수가 됐다. 그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화가 난다”라며 “이기고 싶다. 그래서 다저스에 왔다”라고 불만을 표시했다. 이어 “우리는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며 “매일 상대 팀을 쓰러뜨려야 한다. 그게 우리가 못하고 있는 일이다”라며 연패에 대한 아쉬움과 팀의 각성을 촉구했다. 단축 시즌과 다른 162경기 리듬에 맞추다가 흐름을 놓칠 수 있다는 점이 커쇼가 우려하는 부분이다. 매체는 “코로나19로 짧아진 2020시즌에는 긴박함이 묻어 있었다”라며 “팀들은 따라잡을 시간이 없었기 때문에 천천히 달릴 여유가 없었다”라고 전했다. 162경기였다면 7연패를 하더라도 회복할 수 있었지만 60경기로 진행된 지난 시즌 7연패는 시즌 종료나 다름없었다. 32년 넘게 우승에 실패했고 8년 연속 포스트시즌에서 고배를 마신 지난 시즌 다저스는 더욱 긴박하게 움직였다. 덕분에 메이저리그 최고 승수인 43승을 거뒀고 포스트시즌 경쟁팀들을 꺾고 우승 트로피를 차지했다. 하지만 올해는 분위기가 다르다. 매체는 “다저스는 이미 지난 시즌과 같은 패배 수를 기록했다”며 “산발적인 공격과 수비와 주루 실수가 나왔고 불펜의 연속 붕괴로 에인절스전에서는 13-0 리드가 14-11 접전으로 바뀌었다”고 전했다. 이어 매체는 “10일 경기에서는 4개의 안타로 1득점만 만들었고 9개의 볼넷을 활용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한편 매체는 경기 후반 승부에서 투타 모두 약점을 드러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목소리를 내는 선발투수들은 경기 중반부까지 책임지며 활약하고 있지만, 그 외 포지션에서 상대를 이기지 못하고 있다. 매체는 “다저스는 7회 이후 득실점 차에서 -13점을 기록하고 있다”며 “메이저리그 전체 최다인 1점 차 패배 10회의 원인이다”고 지적했다. 매체는 “다저스는 2아웃 미만 주자 3루 상황이 94회로 전체 1위지만 23번이나 삼진을 당했다”라며 “최근 4패를 당하면서 득점권에서는 47타수 4안타에 불과하다”라고 기회를 살리지 못하는 부분도 짚었다. 차승윤 인턴기자 2021.05.11 09:29
야구

복귀전 치른 후랭코프, 칭찬과 쓴소리를 모두 한 김태형 감독

김태형 감독이 외국인 투수 세스 후랭코프에 대해 칭찬과 쓴소리를 모두 했다.김태형 감독은 30일 잠실 롯데전에 "(후랭코프의) 구속이나 공 자체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고 했다.전날 경기에 선발 등판한 후랭코프는 3⅔이닝 7피안타 4실점하며 패전투수가 됐다. 5월 20일 오른 어깨 이두건염 문제로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된 뒤 40여일 만에 소화한 복귀전이었지만 경기 내용은 썩 만족스럽지 못했다. 그러나 김 감독은 다음 등판도 문제없이 나간다는 계획을 밝히며 후랭코프에 대한 신뢰를 보여줬다.경기력과 별개로 고쳐야할 부분도 분명했다. 후랭코프는 롯데전 마운드 위에서 제스처를 크게 했다. 0-0으로 맞선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나종덕의 우중간 2루타가 나왔을 때는 불만 섞인 모습을 보였다. 0-2로 뒤진 4회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도 비슷했다. 신본기의 좌익수 앞 짧은 안타가 나오자 한숨을 쉬며 모자를 벗었다. 포커페이스가 전혀 되지 않았다.김태형 감독은 이 부분에 대해서 고쳐야할 부분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공 자체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칭찬하던 김 감독은 "투수들이 가장 하지 말아야 하는 행동"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열심히 뛰고 있는 동료들을 위해서라도 그런 행동은 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미였다.잠실=배중현 기자 bae.junghyune@jtbc.co.kr 2019.06.30 16:29
야구

'역대 최다 실책 43개 페이스' 이학주, 변해야 산다

삼성 이학주(29)는 변해야 한다. 삼성은 4월30일 광주에서 열린 KIA전에서 0-8로 졌다. 이학주의 실책이 결정적 패인이었다. 0-3으로 뒤진 4회 2사 1·2루에서 김선빈의 평범한 내야 땅볼을 잡고 공을 글러브에서 빼는 과정에서 놓쳤다. 유격수 실책으로 기록됐고, 공수 교대가 이뤄져야 할 상황이 2사 만루 위기로 이어졌다. 선발투수 백정현은 초구에 안치홍에게 만루홈런을 얻어맞았다. 아쉬움이 큰 수비였다. 이학주는 뛰어 들어오며 타구를 잡으려고 했다. 하지만 타구 속도나 바운드 또 김선빈의 주력을 감안하면 서두를 필요가 전혀 없었다. 정상적으로 타구를 처리한다면 정지 동작에서 공을 잡아 송구하는 게 훨씬 안정적인 플레이다. 이학주는 올 시즌 벌써 실책 9개를 기록하고 있다. SK 최정(8개) 롯데 한동희(7개)보다 많은 최다 실책 1위다. 현재 기록대로라면 실책 43개를 기록할 페이스다. KBO 역대 개인 한 시즌 최다 실책은 200년 한화 소속이던 이범호가 기록한 30개다. 당시는 133경기 체제였고, 현행 144경기 체제에서 최다 실책은 지난해 오지환(LG)의 24개다. 삼성은 2019년 이학주에게 크게 기대했다. 2008년 계약금 115만 달러에 미국 메이저리그 시카고 컵스와 계약한 유망주로, 2010년부터 2년 연속 마이너리그 올스타전 무대를 밟았을 정도다. 부상에 발목이 잡혀 국내 복귀를 선택했고, 삼성은 2019년 신인 드래프트 2차 지명 1라운드(전체 2순위) 권리를 그에게 사용해 영입했다. 김한수 삼성 감독은 붙박이 유격수 김상수와 '중고 신인'이나 마찬가지인 이학주를 놓고 고심하다가 이학주를 주전 유격수로 확정했다. 이에 김상수는 2루수로 옮겨 실책이 단 1개일 만큼 금세 적응했지만, 이학주는 주 포지션에서 크게 흔들리고 있다. 지난달 30일 경기에선 5회말 수비 시작과 동시에 곧바로 김성훈과 교체돼 더그아웃에 앉아 있어야 했다. 같은 패턴의 아쉬움이 계속 발생한다. 지난달 25일 대구 SK전에서도 3-4로 뒤지던 연장 10회 2사 1루에서 제이미 로맥의 땅볼을 30일 김선빈의 타구와 마찬가지로 놓쳤다. 이 경기 해설을 맡은 이순철 SBS Sports 해설위원은 "저렇게 해선 실책이 많을 수밖에 없다. 지금은 굳이 어려운 동작으로 러닝 스로를 하며 멋있는 플레이를 할 때가 아니다. 그렇다 보니 공을 놓친다"라고 일침했다. 자세가 높다 보니 불안정하고, 공을 놓치거나 빠트리는 경우가 잦다. 이학주도 개막 전 인터뷰에서 "수비를 빨리 하는 건 괜찮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게 안정적인 모습이다. 투수들이 편하게 수비하는 게 맞고, 그 부분이 보완할 점이다"라고 했다. 3월 7경기에서 실책 5개를 한 그는 4월에는 22경기에서 실책 4개로 줄었다. 스스로도 아쉬움이 남는지 글러브를 바꾸는 등 좋은 모습을 보이고자 노력한다. 그럼에도 유격수는 센터 라인의 중심을 잡아야 하는 중요한 포지션이다. 타율도 0.237로 낮은 편이나 그보다 수비가 더 중요하다. KBO 리그 적응기도 어느 정도 보낸 만큼 멋을 빼고 보다 안정적이며 내실 있는 수비력이 요구된다. 광주=이형석 기자 lee.hyeongseok@jtbc.co.kr 2019.05.01 11:00
야구

김성근 감독, 탈삼진 1위 반갑지 않은 이유

한화 마운드는 시즌 초반 극과 극을 달리고 있다.선발과 불펜 할 것 없이 제구력 기복을 보이며 10개 구단 가운데 가장 많은 30개의 볼넷을 내줬다. 경기당 평균 6개를 허용했다. 폭투도 9개로 가장 많다. 그런데 탈삼진 숫자 역시 1위에 올라있다. 7일까지 치른 5경기에서 47개의 삼진을 뽑아냈다. 단순 계산으로 경기당 9개 이상의 탈삼진을 기록하고 있다. 탈삼진 숫자는 한화 마운드의 위력을 증명하는 수치일까.김성근 한화 감독은 탈삼진 1위를 달갑지 않게 생각했다. 그는 7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넥센과 경기를 앞두고 "삼진을 잡으려는 투수는 필요없다"고 잘라 말했다. "아웃카운트를 잡는 투수가 필요하다"면서 "삼진을 잡아도 원아웃이고, 공 1개로 끝내도 원아웃이다. 투수들의 공 개수가 많다. 줄여야 한다"고 일침했다.김 감독의 말처럼 한화 마운드는 시즌 초반 많은 공을 던지고 있다. 5경기에서 기록한 투구 수는 916개. 6경기를 치른 kt(1016개)에 이어 두 번째 많은 투구 수를 기록 중이다. 경기당 투구 수는 183개로 단연 1위다. 제구력에 난조를 보이며 볼을 많이 던진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여기에 김 감독은 삼진을 많이 잡고 있는 것까지 함께 문제 삼았다.삼진을 잡기 위해서는 최소 3개 이상의 공을 던져야 한다. 풀카운트 승부에 가게 되면 투구 수는 6개까지 늘어난다. 투구 수가 많아지면 투수는 마운드에서 오래 버티기 어렵다. 후유증은 한 경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많은 공을 던진 불펜 투수는 이튿날 연투에 부담을 갖게 된다. 감독 역시 기용에 망설여진다. 시즌 초반 선발진의 부진으로 '벌떼 마운드'를 운영하고 있는 김 감독에게 불펜 투수의 투구 수 증가는 큰 고민거리가 되고 있다.김 감독은 초구 스트라이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초구 스트라이크를 잡아야 공 개수가 줄어든다. 공 1개로 아웃카운트 1개를 잡아낸다면 최상의 시나리오 아닌가. 투수들은 아웃카운트를 어떻게 잡아야 할 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작년과 올해 우리 캠프에서 다른 점은 연투 없어졌다는 점이다"라며 "박정진 같은 경우 하루 투구를 하면 이틀 휴식을 줬다. 그러니 지금 하루 이상 투구를 못한다. 5일 공이 좋았는데, 6일은 좋지 않더라. 연투가 안된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대전=유병민 기자 2016.04.0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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