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U-20 결산]'비상' 잉글랜드, '감상' 베네수엘라, '밉상' 우루과이
'비상과 감상, 그리고 밉상.'11일 끝난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코리아 2017이 남긴 것들이다. '축구 종가' 잉글랜드는 사상 처음으로 대회 우승컵을 들어 올리며 자존심을 살렸다. 준우승을 차지한 베네수엘라는 감동의 드라마를 썼다. 그리고 우루과이는 동양인 비하 세리머니와 몸싸움으로 논란에 휩싸인 채 이번 대회를 마무리했다. 5월 20일 개막부터 지난 11일 폐막까지 23일간 펼쳐진 U-20 월드컵이 남긴 다양한 얘깃거리를 정리해 본다. ◇ 축구 종가의 비상대회 시작 전까지만 해도 잉글랜드의 우승 가능성을 점친 이들은 많지 않았다. '축구 종가'로 불리는 잉글랜드지만 FIFA 주관 대회에서는 통 우승컵을 들어 올리지 못했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치른 유럽 예선에서도 프랑스와 이탈리아에 이어 3위로 본선에 진출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신성' 마커스 래쉬포드(20·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등 주축 선수들이 소속팀 일정으로 인해 대표팀에 합류하지 못하면서 전력이 약화됐다는 평가도 뒤따랐다.그러나 A조 1위로 16강에 진출한 뒤 승승장구를 거듭한 잉글랜드는 고국에 사상 첫 U-20 월드컵 우승컵을 안겼다. FIFA 주관 대회로 보면 1966 잉글랜드월드컵 우승 이후 51년 만에 품에 안은 우승컵이다. 잉글랜드가 이룬 쾌거는 이들을 향한 시선을 바꿔 놨다. 자국 내에서도 큰 기대를 받지 못했던 선수들은 '새로운 황금세대'로 거듭났고 잉글랜드는 '축구 종가'의 자존심을 살리면서 미래를 위한 자산도 얻었다. ◇ 베네수엘라의 감동 축구잉글랜드의 우승을 점친 이가 많지 않았듯이 베네수엘라가 결승까지 오르리라 예상한 이도 드물었다.이번 대회 최고 다크호스로 떠오른 베네수엘라는 모두의 예상을 깨고 결승에 진출, 잉글랜드와 맞붙어 장렬한 승부를 펼쳤다. 결과는 준우승으로 끝났지만 '아름다운 패자'로 기억될 만한 인상적인 모습을 보였다. 베네수엘라는 현재 내전 상태에 가까울 정도로 자국 정세가 불안정하다. 극심한 경제난이 반정부 시위를 불러왔고 정부가 이를 폭력으로 제압하면서 수많은 사람들이 죽거나 다쳤다.베네수엘라는 이번 대회를 통해 불안한 정세 속에서 고통받는 국민들에게 축구로 희망과 위안을 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라파엘 두다멜(44) 베네수엘라 감독은 결승전이 끝난 뒤 "우리 선수들이 자부심을 품고 열심히 뛰었다는 걸 우리 국민이 생각해 줬으면 좋겠다"고 자국민들을 위로하기도 했다. ◇ 논란 끝판왕 우루과이베네수엘라가 감동을 전했다면 우루과이는 논란 '끝판왕'으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페데리코 발베르데(19·레알 마드리드)가 8강전에서 골을 넣은 뒤 두 손가락으로 눈을 찢는 세리머니를 해 '동양인 비하' 논란에 휩싸였다. 10일에는 선수단 숙소인 수원의 한 호텔 로비에서 4강 상대였던 베네수엘라 선수들과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30명이 넘는 선수들이 서로 뒤엉켜 싸운 탓에 경찰까지 출동했고, 우루과이 선수단은 동양인 비하 세리머니에 이어 두 번째로 FIFA 조사를 받게 됐다. 파비안 코이토(50) 우루과이 감독은 11일 3·4위전이 끝난 뒤 "그릇된 모습을 많이 보여 죄송하다"는 말로 사과했다.김희선 기자
2017.06.13 06:00